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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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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나의 꽃밭에는 / 여한경 댓글:  조회:1207  추천:0  2018-12-25
나의 꽃밭에는                                             여한경   나의 꽃밭에는 꽃씨를 뿌리지 마세요. 이미 절로 자라난 꽃들과 꽃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의 날갯짓 이리도 가슴을 두들기는데 나의 꽃밭에는 김을  매지 마세요. 꽃잎들이 새 하늘을 열고 비바람 다녀가고 벌레들 다녀가고 나의 꽃밭에는 울타리를 만들지 마세요. 이 신비로운 꽃향기를 어찌 감당할 수 있겠어요.                       여한경의「나의 꽃밭에는」의 특징은 ‘수용과 확장’이다. 그의 시는 선함을 추구한다. 그의 시에서 발견되는 ‘수용’과 ‘확장’의 범위는 매우 넓다. 불교적인 종교의식처럼 경건하고 맑다. 위의 시에서 보여주듯, 그의 시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꽃, 나비, 비바람, 벌레’까지 울타리를 치지 않는다.       확장과 수용의 무한대한 범위는 ‘신비로운 향기’로 작가 자신과 치환하여 작가의 좋은 이미지를 만든다.  각 연의 마지막 행에서  ‘― 마세요’라는 부정적 시어를 세 번씩 반복하여 패턴화 하고 있다. 여한경 시의 아이러닉 기법은 김소월의 시「먼 후일」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잊었노라’의 기법과 같다.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김소월, 「먼 후일」 전문      김소월의 시에서 보여주듯이, 여한경의 ‘부정어’도  의미가 역설적으로 확장된다.      ‘잊었노라’가 대상에 대한 화자의 강한 애착을 보이듯, 여한경의 ‘―마세요’는 자연주의를 지향한다.  보통 시에서 반복적인 ‘부정어 사용’의 패턴화 작품은 축소지향적이며 갇힌 이미지로 끝나기 쉬운데, 여한경의 ‘-마세요’는 오히려 그 파장이 크다.  
32    그가 숨 쉬는 법 / 김 종 희 댓글:  조회:1297  추천:0  2018-12-25
그가 숨 쉬는 법           김 종 희   그는 등에 거대한 초원을 짊어지고 맨발로 구름을 향해 걸었다 초원은 가볍고 아늑했다   비행기가 그의 다리 밑으로 지나가고 활처럼 휘어진 초원의 양 끝이 푸른 하늘에 맞닿았다   바람이 하늘과 초원 사이를 공처럼 둥글게 부풀렸다   위험에 노출된 성난 새들은 소리 지르며 구름동굴 속으로 달아나고 구름 밑으로 떨어진 그는 뽀로로와 함께 에메랄드빛 오즈의 성을 찾아 떠났다   풀밭에 벗어놓은 그의 신발에 붉은 해가 매달려 하늘을 온통 분홍색으로 바꾸어 놓았다   작은 나뭇가지 사이로 하얀 달이 공처럼 떠올랐다     이선의 시 읽기..'추상화 시 모델을 제시'    김종희의 『그가 숨 쉬는 법』은 오버랩 된 색채 이미지가 선명하다. 몇 개의 그림을 오려서 사선과 직선, 곡선, 원으로 디자인하였다. 여러 개의 사물을 한 화면에 흩어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미지들은 시적 질서를 가지고 산만하지 않다.     위의 시에서 ‘그’라는 대상은 극적인 요소를 가진 어떤 현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한다. 여러 개의 화면을 오버랩하여 펼쳐보여줌으로써 ‘낯설게하기’를 실현하고 시에 새로운 정서를 부여한다. 정지된 화면을 한번 흔들어주어 이미지에 운동감을 줌으로써, 정서환기를 시킨다.     아래 동사와 동사어들은 운동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단어들이다. ‘구름을 향해 걷고, 다리 밑으로 지나가고, 맞닿았고, 부풀리고, 달아나고, 찾아떠나고, 해가 매달리고, 바꾸어놓고, 떠오른다’     또한 위의 시에서는 많은 동사와 명사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림이 선명하다. 그 이유는 ‘초원, 구름, 비행기, 다리, 하늘, 구름, 새, 구름동굴, 뽀로로, 에메랄드빛 오즈의 성, 풀밭, 붉은 해, 하늘, 나뭇가지, 하얀 달, 공’ 등 명사를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명사는 사물을 대표한다. ‘사물시’를 씀으로써 시를 ‘객관화’하고 있다.      김종희는 위의 시에서 오버랩 기법으로 추상화 시의 새 모델을 제시하였다. 또한 움직이는 그림을 실험하여, 하이퍼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  
31    헤라클레스를 사랑한 요정 4 / 이신강 댓글:  조회:1216  추천:0  2018-12-25
헤라클레스를 사랑한 요정 4                                                     이신강     코브라는 제 몸속이 온통 독으로 만들어 진 것을 알았다.  코브라는 지아비도 제 새끼도 다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몸서리 쳐졌다.        자기 단속을 위해서 화 안내기, 구박도 참아내기, 독설도 웃어넘기기, 못 참을 일은 몸을 흔들어 풀어내기, 그러다가 그녀는 아름다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춤은 서늘한 바람을 불러 오고 모래바람도 비켜가며 푸른 하늘을 들어낸다.  사막이 촉촉해지고 지아비도 함께 춤추게 하며 선인장 가시도 제 몸속에 숨고 그녀의 새끼들이 모두 살아나게 한다.              참아야 산다는 일념으로 춤으로 독을 해체시키며 사막의 별들과 함께 춤추는 그녀.                     이신강의 시에는 재해석의 시점에서 출발한 철학이 담겨 있다. 간결한 문장 속에 ‘사실’과 ‘사건’을 뛰어 넘는, 존재의 아픔이 있다. 삶의 철학과 진정성은 어떤 미사여구의 기교적 표현보다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사물을 관통하여 투시의 눈으로 ‘코브라’를 직관적으로 관찰하고 자기 몸으로 수용한다. 이신강 시의 스케일이다. 은 사물에서 출발하여 사물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시인의 삶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삶을 재연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헤라클레스’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남편을 상징하며, ‘요정’은 그를 따르는 여자들을 상징한다는 시인자신의 말을 헤아려본다. 코브라는 온통 독으로 만들어진 아내며 엄마인 자신의 상징물이다. 어머니 세대의 지어미의 덕성은 ‘자기 단속을 위해서 화 안내기, 구박도 참아내기, 독설도 웃어넘기기, 못 참을 일은 몸을 흔들어 풀어내기’였다.      피리 부는 사나이와 코브라의 춤을 TV에서 본 적 있다. 몸속에 독을 품고 사는 미물인 코브라에게 ‘춤’이라는 예술행위를 부여하였다. 시를 고단한 삶의 춤으로 해석한 시인의 아이덴티티에 박수를 보낸다. 삶의 질곡과 절박한 상황에서 춤으로 자아를 승화시키고 있다. ‘춤으로 독을 해체시키며 사막의 별들과 함께 춤추는 그녀.’ 부분은 이 시의 중심문장이다. 철학과 인생관, 자연주의가 한 문장 속에 압축되어 있다.    ‘그녀의 춤은 서늘한 바람을 불러 오고 모래바람도 비켜가며 푸른 하늘을 들어낸다. 사막이 촉촉해지고 지아비도 함께 춤추게 하며 선인장 가시도 제 몸속에 숨고 그녀의 새끼들이 모두 살아나게 한다.’     이신강의 시는 달관의 시다. 여린 여자의 가슴에 묻힌 한과 독을, ‘사물’과 ‘사건’을 몸으로 모두 껴안고 참을 뿐만 아니라, 춤으로 승화시켰다.  
30    그리운 곡선 / 최종천 댓글:  조회:1123  추천:0  2018-12-25
그리운 곡선    최종천   곡선의 애무를 받고 싶을 땐 욕조의 물속으로 들어간다 아주 옛날에 물은 곡선을 느꼈다 그 기억 본능 녹이 슨 배관을 따라 흐르는 동안 놓아버리고 이제 나의 몸을 만나리라 “이것이 나의 곡선이에요” 나는 담겨진 물만큼이나  곡선을 그리워했던 건 사실이다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섹스를 하고 싶다고 그녀에게 말했을 때 나는 욕조에 담겨진 물에 대하여 말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욕조의 강요로 섹스를 한다 사랑이라는 강박관념에 갇힌 성을… 당연하게도 우리들 대다수는 성이 없는 사랑보다는, 사랑이 없는 성을 원한다! 그것은 옳은 일이다. 성이 사랑을 낳았다. 이제 본론을 말해야 할 것 같다. 인간에게 성은 유일한 實在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허구이다, 특히 예술을 핑계삼아 성을 수식하거나 상징화하지 말자. 오늘 나는 헤어진 그녀를 생각 하다가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운다. 느껴보고 싶었던 그녀의 곡선이 나를 휘감는다 우리는 헤어졌지만 사랑은 영원하다 “사랑” 은 관념이기에 형태가 없다 실재가 아니다 영원하다 실재하게 하고 싶었던 그녀와의 사랑, 이라는 관념 바다에까지 흘러넘치는 나의 형태. 나의 실재 나의 孤獨!    * 2012년 제5회 오장환 문학상 수상 시집『고양이의 마술』(실천문학사, 2011) 중에서         이선의 시 읽기     최종천의 시는 단순한 모티브에서 출발하여 끝까지 치고 들어가 철학적 관념을 이끌어낸다. 단순한 사실과 사물과 사건에서 출발하여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다. 최종천의 시는 힘이 있다. 어느 작품도 그의 색깔이 선명하며 작품성이 고르다. 시인의 성격처럼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솔직당당하다. 단정적이고 결론적이며 시적 논리가 강하다. 그의 시를 읽으면 선명하고 개운하다.     그의 시는 삼단논법이다. 부드럽게, 말랑말랑하게 접근하여, 점층적으로 점점 강렬한 펀치를 날리며 강직하게 결론을 맺는다. 그것이 시적 힘으로 나타난다. 위의 시「그리운 곡선」도 1단계-4단계까지 점층적 ‘기승전결’ 구조를 갖고 있다.     1단계 - 여체와 사랑과 섹스 이야기로 부드러운 도입부. 교사가 수업시작하기 전에 하는 1-2분 동안의 주의집중 학습과 같다. 사랑얘기로 한껏 분위기를 업시킨다. 2단계 - ‘사랑의 강박관념’을 얘기하며 슬슬 논조를 펴기 시작한다. 3단계 - 본론으로 들어가서 ‘주의주장’을 강렬하게 논문 발표하듯 전개한다. 시인지 논문인지 헷갈린다. 4단계- 결론. 제목과 도입부, 상황을 다시 언급.고 서정적 자아를 내세워 고백적 결론. 부드럽지만 강렬하게 마감.   위의 시에서 각 단계를 대입해 살펴보자.    1단계(기) - 욕조안 풍경(1-12행) 2단계(승) - 사랑학 이론 펴기 시작(13-17행) 3단계(전) - 본론 ‘이제 본론을 말해야 할 것 같다./ 인간에게 성은 유일한 實在이다.’(18-21행)   4단계(결) - 결에 해당.  ‘욕조 물/ 그녀의 곡선/ 그녀와의 사랑에 대한 기억/ 이별/ 사랑의 관념과 철학 도출/ 나의 고독’ 을 시적 논리로 다시 정서환기함. 부드러운 서정적 자아로 마무리.(22행- 마지막행)  최종천은 실천적 노동과 실존적 행동주의자다. 어느 시에서 ‘말을 줄이라’고 강요하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가 시에서 말하면 꼭 그것이 옳은 것 같다. 최종천의 힘이며 능력이다.    위의 시에서도 시인은 단순한 행위인 ’욕조에서 목욕을 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진지하게 ’사랑학 개론‘을 전개한다. ’육체냐, 정신이냐‘ 논쟁으로까지 끌어올린다. 사물과 사실에서 출발하여 관념과 철학으로 독자를 힘있게 끌고간다.      인간에게 성은 유일한 實在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허구이다, 특히 예술을 핑계삼아 성을 수식하거나 상징화하지 말자. 최종천이 위의 시에서 하고 싶은 결론은 ‘성은 사랑이다’ ‘성은 육체다’ 고로 ‘사랑은 물질이다’는 관념적 철학을 얘기하고 싶은 거다. 또한 ‘사랑도 관념이다’는 논쟁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맺어버린다.    그런데 묘한 것은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그의 어투에 낯익어 길들은 것처럼, 독자는 그에게 설득당한다. 그의 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있다. 시가 그 사람이라면 최종천의 시는 최종천 자신이다. 한 줄로 말을 끝내버리는 ‘어, 아니’ 툭 전화를 끊는 것처럼 그의 시는 선명하고 직선적이며, 결정적이다.
29    고경숙 '미궁에 빠지다' 댓글:  조회:1202  추천:0  2018-12-25
미궁에 빠지다                                                                                고경숙       악마가 뜯어낸 창살사이로 반년 치 달빛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당신이 만지작거리던 모자 끝에 깃털 하나를 꽂기 위해 죽었던 새는 목통을 펄떡이며 바다를 건너왔다 타로 점을 보던 인도여자가 친친 독사를 감고 손을 뻗는 이곳은 교교한 달빛이 점거한 차가운 밀실 떠나면 다신 못 돌아올 것 같은  안개 속 기억은 꿈의 예감과 일치해서이다 여명까지 불과 얼마를 남겨두고 창백해지는 당신의 이마에 성호를 긋는다 이지러졌다 피어나고  불같이 타다 사그라드는 달의 칼날에 베인 수많은 팔목에서 붉은 장미꽃잎이 떨어진다 탄탄한 밤을 건너오며 수없이 죽고 수없이 되살아날 피보다 진한 바람의 체액 아무도 거두어 갈 수 없는 여기, 지상에 존재하고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그대와 내가 미궁에 빠질 수 있는  영원한 은닉처.                   고경숙의 시는 에로틱한 환타지와 언어의 폭력성이 거칠고 대담하다. 거친 사내의 호흡과 여인의 애욕이 꿈틀대는 드라마틱한 남녀의 절정의 장면이 생생하게 상상된다. 가장 솔직하고, 가장 예민한 태초의 몸의 언어다. 보들레르와 릴케가 꿈결처럼 만난다. 무속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강렬한 문장들은 속도가 빠르다. 다음 장면으로 독자를 급박하게 끌어들인다.    위의 시는 연극적 요소가 강하다. 짧고 강렬한 시행 속에 긴 드라마가 함축되어 있다. 연극의 구성요소 중에서 ‘절정’부분만 잘라 놓은 영화 같다. 그러나 그 짧은 ‘절정’ 속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1부는 라는 중심단어로 집약되는 과 의 강렬한 이국적 이미지다. ‘낯선 당신’과 자유와 호기심, 상상력은 무한대의 환타지적 사랑을 꿈꾸는 랑의 전개와 발단부분이다.    2부는 라는 중심단어로 집약된다. ‘이곳’이라는 ‘밀실’이미지는 장소를 나타내며 ‘객관화’를 실현한다. 사랑의 과정이 그려진다. 그달빛사랑처럼 열정과 냉정, 상처와 배반을 반복한다. 화자는 사랑의 마무리로 ‘성호’라는 ‘종교의식’을 집행한다. 화자의 심리를 분석하여 보자. 자신이 저지른 사랑에 후회없이 당당하고자 하는 화자의 심리는 자신의 사랑을 숭고하게 격상시키려고 하는 고자 심리적 특징을 보여준다.    3부는 라는 단어로 집약되는 ‘재인식’ 단계다. 사랑의 결론이다. 그 결론은 ‘미궁’과 ‘은닉’을 선택하였다. 화자의 선택을 심리분석 하여 보면 ‘미궁’ 속으로 자신을 숨기고 결론을 피하는 ‘회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인의 무의식도 결론을 회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회피’보다는 적극적인 ‘사유’와 ‘철학’에 접근하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철학적이거나 깨달음을 도출하지 못하는 것이 또한 사랑의 본질이며 생리일 것이다.    연애시는 부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궁금증을 일으키고, 섹시해야 한다. 또한 슬프고 아파야 한다. 멜로 드라마처럼. 연애의 방정식은 본시 짧은 만남, 긴 고통이다. 사랑은 아픈 거다.    연애시는 감정에 빠지기 쉬운데 고경숙의 시는 미사여구가 없다. 사족을 붙이지 않고 문장을 힘껏 집어던진다. 직선적이고 솔직하다. 구조와 문장에 힘이 있다.  
28    김규화 '그 안이 텅 비어' 댓글:  조회:754  추천:0  2018-12-25
  위의 시는 제목의 ‘디자인’ 구조를 가진 하이퍼시다. 그림 이미지의 하이퍼적 요소인데, 제목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의미의 영역’ 안에서 ‘새로움’에 도전하고 있다. 위의 시는 1연에서 하이퍼성을 강하게 나타낸다.   동네 골목길에는 가게 한 칸 그 안이 텅 비어 간판의 첫 자와 그 다음 자도 텅텅 비어 ‘어머니의 정성으로 만들었습니다 ...가게‘만 홀로 버티고 있다 어머니의 얼굴에는 눈 입이 없다 어머니의 얼굴에는 한쪽 귀와 턱만 있다   1연 2-7행의 ‘비어 있음’의 이미지를 살펴보자, ‘가게 안이 텅 비어 있다/ 간판 글자도 텅텅 비어 있다/ 간간가게만 홀로 있다/ 눈 입이 없다/ 한쪽 귀와 턱만 있다‘ 모두 ’비어있음‘의 이미지다. 또한 그 이미지들은 ’객관화‘된 ’사실‘이다.    또 하이퍼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은 ( )로 구성된 2연이다.  ‘(나는 떨어져나간 그 자리를 훈민정음의 초성으로 채워본다)’   2연은 ‘사실’과 ‘상상력’이 공존한다. ‘간판이 떨어져 나간 가게-가난한 어머니, 학생, 개밥바라기 별’까지 각각의 연들은 하이퍼적으로 ‘링크’ 된다. 4연은 개연성을 가지며 개별적이나 위의 시의 ‘디자인 구조’에서 ‘배경’ 역할을 한다. 2연과 4연은 짧은 1-2행으로만 되어 있고 1연과 3연은 5-7행으로 길다. ‘시는 디자인이다’라는 필자의 의견을 확인하는 연구성이다.   우연히 시장을 지나가다가 간판 한 자가 떨어져 나간 간판을 보고, 상상력의 ‘공간이동’을 하고 있다. ‘반찬가게-어머니-군것질하는 아이들-개밥바라기 별’까지 의미화 영역 안에서 ‘상상력의 공간이동’을 하였다. 또한 ‘현재성의 반찬가게’에서 ‘과거의 어머니’와 ‘미래의 아이들’까지 ‘상상력의 시간이동’을 하고 있다. 사실 반찬가게에서는 떡볶이나 오뎅을 팔지 않는다. 그건 분식센터에서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상력의 산물이다.   필자는 ‘의미의 하이퍼시’를 필자의 시에서 추구하여 왔다. 상상력의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무의미’에 집중한 하이퍼시와 달리, ‘새로운 의미구조’의 ‘구성요법의 시 디자인’에 집중하여 하이퍼시의 영역을 넓히고자 하였다.    지금까지 하이퍼시의 구조를 ‘리좀’과 ‘모듈’로 좁게 한정하였다. 또한 ‘무의미’ 와 ‘기호’에만 집중하였다. 그러나 회원들은 여러 번의 토론을 거쳐 하이퍼시를 ‘새로움’으로 그 의미를 확장하였다. 하이퍼시의 중요한 요소인 ‘상상력의 시간이동’과 ‘상상력의 공간이동’(필자가 최초로 사용한 용어) 을 무시하였다. ‘연과 연의 단절’, ‘행과 행의 단절’과 ‘수직이동’과 ‘수평이동’ 내용도 하이퍼시의 중요 요소로 첨부해 둔다  
27    사랑이여 흐르다가 / 문 효 치 댓글:  조회:878  추천:0  2018-12-25
사랑이여 흐르다가  문 효 치       사랑이여 흐르다가  물처럼 흐르다가    여울이 되어 소리도 내며 흐르다가  파도가 되어 몸살처럼 부딪다가    사랑이여   물처럼 거침없이 흐르다가 맑고 곱게 흐르다가     때로는 얼음처럼 꽁꽁 막히다가 다시 터져 속 시원히 터져서 흐르거라 어허 사랑이여          인간의 DNA는 죽기 전까지, 사랑에 대한 욕망을 추구한다.  ‘사랑’은 ‘생명’이라는 말과 같다. 대중은 사랑 시를 좋아한다. 시인도 사랑 시를 좋아한다. 누구나 사랑에 관해서는 한 마디쯤 할 말이 있다고 믿는다.   문효치는 사랑을 ‘흐르다’로 풀이하였다. 그런데 긍정문이 아닌, ‘흐르다가’라는 애매한 단어가 중심어이다. 단순한 유동적인 ‘흐른다’가 아니다. 이 시의 묘미는 ‘-다가’라는 어미에 반전매력이 있다. ‘흐르다가’는 한 방향으로의 전진이 아니다. ‘행위’와 ‘방향성’의 전환을 예고하는 단어다. 아래 1-4연의 변화된 형태를 살펴보자.     1연: 물처럼 흐르다가   2연: 소리도 내며 흐르다가/ 파도가 되어 몸살처럼 부딪다가    3연: 맑고 곱게 흐르다가   4연: 얼음처럼 꽁꽁 막히다가/ 다시 터져/ 속 시원히 터져서 흐르거라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러나 높은 곳에서 갑자기 낮은 곳으로 흐를 때는 바위에 몸을 부딪쳐 풍란이 인다. 얕은 계곡에서 얼어붙었다가도, 심연의 깊은 물길은 뚫려 맑은 물이 흐르기도 한다. 사랑도 물과 같다.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때 사랑은 폭발적 힘을 갖는다.     위의 시에서 사랑의 관점은 3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한 사람이 ‘타인을 알고- 연애를 하고-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의 과정에서 좌충우돌 겪게 되는 에로스적인 연애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여러 타입의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사랑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충돌과 화해와 조화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의 방식과 모양과 성질을, 소설의 ‘전지적 작가적 시점’으로 관찰한 다시점적 시각의 시로 해석할 수 있다.         문효치의 시는 사랑이라는 관념을 잘 파악하고 있다. ‘불안정’하고 ‘부조리’한 정서는 시의 자질이다. 정서가 행복하고 안정된 시는 힘이 약하다.    사람들은 평생 동안, 여러 개의 사랑을 소유하고 살아간다. 정신적 사랑, 정서적 사랑, 육체적 사랑 등 여러 종류의 사랑이 복합적인 형태로 꼬여 있다. 사랑은 물과 같아서 유동적이다. 그릇의 크기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26    가을 현상現像 · 4 / 최진연 댓글:  조회:797  추천:0  2018-12-25
가을 현상現像 · 4     최진연     누런 벼메뚜기들이 펄쩍펄쩍 뛰고 있는 들판 그 위에 아득한 코발트빛 하늘 하얀 줄을 긋고 은빛 반짝이며 사라지는 비행기 콜로라도의 강물에 누군가 발을 담갔다가 얼른 들어올린다 아이들은 아직도 더러 풀잎 물레방아를 돌리고 종이배 하나가 얄랑얄랑 흐르다가 빠지는 마리에나 해구보다 깊은 바다엔 하얀 섬 하나가 전혀 흔들리지 않고 흐르고 있다 곤돌라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 끌려온 베네치아의 바다는 그 사막도시의 발등도 묻지 못하고, 저절로 떠가는 배에서 남녀가 어깨를 안고 부르는 아라리 같은 곡조의 사랑 노래 소리 갑자기 부르르, 부르르 몸을 떠는 나무들 스산한 노래에서 검은 시베리아 바람을 보았을까 잎들은 울긋불긋 물들어 조각품처럼 굳어지고, 콜로라도 강물보다 찬 동강을 건너 김삿갓이 햇살 설핏한 산등을 넘어가고 병 속의 메뚜기 몇 마리가 꼼작거리고 있다               최진연의 「가을 현상現像 · 4」는 하이퍼시의 여러 조건들을 함의하고 있다. 그 중 하이퍼시의 을 중심으로 분석하여 보고자 한다. 모자이크 기법은 각각의 다른 이미지들을 사각형 구도 안에서 모자이크 그림처럼 연속적으로 배치한다. 그 특징은 각 연들은 개별적이며 독립적이다. 위의 시에 나타난 모자이크 기법을 몇 가지로 분류하여 살펴보자.     첫째, 내용 중심의   각 행에 나타난 ‘중심어’를 요약하여 ‘중심어- 모자이크 기법’을 살펴보자. 위의 시는 샤갈의 그림처럼, 이미지 덩어리들이 낱개로 뭉쳐 있다. 시 한 편에 매우 많은 이미지들이 중첩되어 겹쳐 있다. 필자는 이 기법을 ‘겹쳐 그리기 기법’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1행: 벼메뚜기 들판 2행: 하늘 3행: 비행기 4행: 콜로라도 강물 5행: 발을 담그다 6행: 풀잎 물레방아 7행: 종이배 8-9행: 바다의 섬 하나 10-11행: 곤돌라,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아 바다 12행: 배 위의 남녀 13행: 아라리 사랑노래 14행: 부르르 몸을 떠는 나무 15행: 스슨한 노래, 시베리아 바람 16행: 울긋불긋 물든 잎 17행: 콜로라도 강물보다 찬 동강 18행: 김삿갓 19행: 병 속의 메뚜기   자동기술기법으로 각 행들은 바로 위의 행을 이어 받아서 또 다른 이야기를 더하는 구조다. 현대시의 자동기술기법의 특징이다. 각각의 다른 작은 모자이크들을 합성하여 한 개의 큰 그림을 완성한다. 위의 시는 행마다 각각 다른 사물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그러나 한 개의 모자이크 그림처럼, 각각의 행들 안에 있는 단어들은 각각 독립적이다. 한 단어도 밀리거나 소외되지 않고 선명하다.     둘째, 색깔 중심의   2행: 코발트빛 하늘 3행: 하얀 줄, 은빛 반짝이며 사라지는 비행기 6행: 풀잎 물레방아(녹색) 8행: 하얀 섬 하나 15행: 검은 시베리아 바람 16행: 잎들은 울긋불긋 물들어   색깔 이미지는 시에 감각적 미의식을 준다. 위의 시는 단편적인 한 가지 색깔을 벗어나 여러 가지 색깔을 사용하여, 반짝이는 모자이크 이미지를 만들었다.     셋째, 동사 중심의   1행: 펄쩍펄쩍 뛰고 있는 벼메뚜기 2행: 아득한 하늘 3행: 사라지는 비행기 5행: 발을 담갔다가 얼른 들어올린다 6행: 풀잎 물레방아를 돌리고 7행: 얄랑얄랑 흐르다 8-9행: 섬 하나가 흐르고 있다 10행: 곤돌라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 끌려온 베네치아 11행: 바다는 사막도시의 발등도 묻지 못하고 12행: 저절로 떠가는 배, 어깨를 안고 부르는 13행: 사랑 노래 소리 14행: 부르르, 부르르 몸을 떠는 나무들 15행: 세베리아 바람을 보았을까 16행: 조각품처럼 굳어지고 17행: 찬 동강을 건너 18행: 햇살 설핏한 산등을 넘어가고 19행: 메뚜리 몇 마리가 꼼작거리고   1-19행까지 모든 행에 동사를 사용하여 운동감을 주고 있다. 동적 움직임은 시에 생기를 주는 역할을 한다. 시에 현장감을 주기 때문이다. 생동감 있고 펄쩍펄쩍 시가 살아 있다.     넷째, 상상력의 시간이동, 공간 이동 중심의 < 상상력- 모자이크 기법>   위의 시의 특징은 상상력이다. 하이퍼시는 여러 번 필자가 주장한 ‘상상력의 시간 이동’과 ‘상상력의 공간이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행과 연은 동시에 공간과 시간을 벗어났다가 다시 ‘순간접속’ 한다. 의 예는 다. 시의 스케일을 크게 한다. 또한 을 한 예는 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모자이크 그림이다. 상상력의 시간적거리가 멀다. 먼 거리의 사물과 행위를 하여 동시에 펼쳐 보인다. 상상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다.     위의 시는 복잡한데 선명한 것이 장점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시의 난해한 기법이나 문장이 없다. ‘하이퍼시’ 시 구조를 가진 자립적이며 독립적인 모자이크 이미지가 선명하다. 하이퍼시의 ‘ 중심어 모자이크 기법’은 샤갈 그림의 이미지 덩어리들의 집합과 같다. ‘색깔 이미지 모자이크 기법’은 몬드리안 그림의 구성과 같다. 상상력의 자유로운 시간이동과 공간 이동은 시에 감각적 미의식과 운동감을 준다. 중첩 이미지의 복합적 구도는 파도와 강물의 물결과 반짝임을 생각나게 한다.  
25    황사 / 허순행 댓글:  조회:777  추천:0  2018-12-25
황사     허순행     햇살이 빈혈을 앓기 시작했다 뼈마디가, 웅크렸던 몸을 펴서 그림자를 키웠다 먼지를 뒤집어쓴 시간들이 수채구멍으로 들었고 바람이 황허강을 건너왔다 허공을 떠돌던 어둠이 붉 은 눈물을 흘렸다 물기가 돌지 않던 자궁에서 낮달이 바깥을 기웃거 렸다   (흰옷의 여자와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등장한다) 여자: 당신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바람 속에서 바람 처럼 사라지는 말들을 따라다니며 당신을 찾 았어요 걸인처럼(또는 광인처럼) 누군가의 문 을 두드리기도 했어요 떨어지는 해를 지켜보 다가 울음을 토하기도 했어요 그 사람을 만난 건(나로서는) 행운이었지요 오랜만에 정말 깊 은잠을 잤어요 당신이 찾아왔을 때, 그게 생 시였을까요? 유령처럼 서 있는 당신이 실물이 라는 게, 만질 수 있는 실체라는 게 무서웠어 요 골목 끝에서 숨죽여 웃는 운명을 본 듯도 했어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문 뒤로 숨는 나를 지켜봐야 했어요 굴헝처럼 깊은 남자의 눈이 허공을 헤매고 있다   밤은 캄캄한 어둠을 기어 나와 달리는 승용차에 올 라타기도 한다 물에 빠진 달그림자를 흔들어보다가 모퉁이에 살고 있는 흰 꿩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다가 구두 뒷축으로 달라붙는 여자의 목소리를 떼어내다가 어둠과 충돌한 그가 어둠 속으로 쓰러졌다   밤이 손을 내밀어서 한 생애를 덮어주었다 울음을 매달고 서쪽으로 옮겨가던 별자리가 천년 후의 빛을 쏟아냈다                   - 극시 형태의 꿈의 형상화 작업     위의 시는 꿈을 형상화한 극시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5가지 구조적 특징을 살펴보고 시의 법과 방법론을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극시 형태의 시로서 드라마틱하다. 의 1인 모노드라마 형식이다. 2연 도입부에서 ‘흰옷의 여자와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등장한다’는 지문으로 사별한 여자가 죽은 남자를 만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제2의 등장인물인 남자는 대사가 없이다. 망자인 남자는 허상이다. 또한 ‘전지적 작가 시점’의 ‘관찰자’ 시점인 소설 기법을 차용하였다. 위의 4연의 시는 2연만 극본이다. 1연, 3연, 4연은 해설, 또는 지문에 해당한다. 출연자는 두 명이다. 침묵하는 남자와 일방적으로 말하는 여자다. 배역은 두 명인데 한 목소리만 들린다. 모노드라마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1연- 해설(또는 지문) 2연- 극본(대사: 여자만, 남자는 침묵. 독백으로 보아야 함) 3연- 해설(또는 지문) 4연- 해설(또는 지문) 모든 시점과 관점은 여자 중심이다. 여자가 극한 상황에 처했음을 나타낸다.   둘째, 꿈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황사와 꿈의 ‘불명확성’을 ‘중첩 이미지’로 형상화하였다. 「황사」는 원래 흙과 먼지가 쌓인 곳 위에 또 계속 쌓이는 ‘중첩 이미지’와 시야를 흐릿하게 가리는 ‘불명확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다 잊어버리고 흐릿한 꿈과 연계된다. 위의 시 제목「황사」는 황사현상을 꿈으로 치환하여, 꿈의 ‘중첩 이미지’로 환원시켜 극적으로 갈등구조를 만들고 있다. ‘햇살이 빈형을 앓고, 물기가 돌지 않는 자궁에서 낮달이 낮달이 바깥을 기웃거린다.’ 부분처럼 이 시에서는 명확한 것이 없다. 남자의 부재로 인하여 여자는 불안정하다. 사물과 스토리가 황당무계하고 불명확하게 보이는 것은 황사와 꿈의 갖고 있는 동질성이다. 모든 것이 부조리한 상황이다.   셋째, 시의 기법은 ‘해리현상’처럼 ‘자아’를 ‘타자화’하고 있다. 라깡의 ‘자아의 타자화 기능’이다. 우리는 꿈속에서 객관적으로 타자화 된 자신을 만난다. 자아는 온전히 타자화되어 극을 전개해 나간다. 위의 시에서 ‘여자’는 망자가 된 ‘당신’을 만나고 있다. 1연, 3연, 4연은 자신의 상황을 영화를 보듯이 관찰한다. 시적화자는 여자인 ‘나’이다. 제 삼자의 눈으로 관찰하여 냉정하게 상황을 기록한다.   넷째, 극은 독백적이며 고백적이다. 그 이유는 2연의 일방적인 여자만의 대사 때문이다. 고백록이나 일기처럼, 이야기를 혼자 한다. 대사를 치고 있지만 대사를 주고받는 대상이 없다. 그 형식은 독백체이다. 그런데 1, 3, 4연이 시에서 ‘객관화’에 큰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시적 거리’가 가깝다. 그래서 2연의 톤은 직접적이며 감정적이다. 위의 시의 화자는 시인이고 청자는 독자다. 독백은 니힐하고 직접적 효과가 크다.   다섯째, 자동기술기법과 무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한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의 작품이다. 프로이드는 ‘꿈의 기능’을 숨겨져 있던 ‘무의식’이 의식화하여 밖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았다. 무의식은 ‘술, 꿈,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의식 밖으로 표출된다. 꿈을 시로 형상화한 작품은 상상력의 비약으로 신비스러운 경향을 띤다. 생시에 의식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상상력의 순간접속으로 시를 감각적이게 한다. 위의 시에서는 망자를 초대하여 현실에서처럼 ‘여자’가 ‘말’을 건다. 또한 위의 시 1연, 3연, 4연에서는 ‘자동기술기법’으로 소설의 ‘지문’처럼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시가 시인의 감정의 산물이라면, 시인은 탈출과 극복을 시도한다. 니힐하고 우울한 현재의 갇힌 상황을 꿈으로 극복하려 한다. 현대인의 절대고독과 극한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사건과 사실만 일방통행으로 존재할 뿐. 드라마적 요소와 ‘꿈’이라는 불확실성은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을 보이며 여자의 고독과 불안정을 클로즈업 시킨다.   갱년기를 지나 노년기에 든 여자의 우울하며 건조한 삶을 반영한다. 여자는 죽은 남자를 밤에 꿈으로 초대하여 고독을 해소하려 한다. 그러나 행동의 제한을 받는 꿈은 여자의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   극시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위의 시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생각하게 한다. 무의식의 흐름을 무리하지 않게 객관화시킨 작품이다. 시적 화자와 시인 자신, 망자와의 흐르는 이미지가 제목인「황사」와 조화롭다. 포스트모더니즘 시의 불투명성과 제한성을 극적장치를 하여 선명하게 해결하고 있다.  
24    환호 / 김규화 댓글:  조회:762  추천:0  2018-12-25
환호     김규화     후반 선제골을 터뜨린 축구선수 리의 세로 쩍 벌린 입에다 시인 〇와 함께 캔 삶은 햇감자 한 알 퐁 집어넣어줄까 감자는 흙 속에서 수줍은 듯 숨어 있다가 호미를 옆으로 뉘어 살살 긁으면 하얀 속살을 드문드문 내놓는다 두근두근 내 가슴이 뛰고 철통 같은 근육의 오른팔을 수평으로 뻗은 리 선수의 가슴이 뛰고   초록 풀잎을 단 줄기를 고스란히 뽑아올리면 조르르 따라오다가 감자는 흙 속에 다시 주저앉고 나는 감자를 따라잡으려고 왼손을 휘젓고 리좀은 떨어지고 오른손의 호미는 캐내고 중심은 변두리로 감자 따라, 호미도 중심 따라 변두리로 끊어진 리좀이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다양성으로 쿠이아나 판타나우 월드컵경기장에는 이과수폭포보다 더 센 붉은악마들의 입 그 옆에서 흰 감자 캐는 〇시인과 나   리 선수가 지르는 고함소리에 튀어나온 감자가 칠레 산맥을 넘어가는 소리                 김규화의「환호」는 ‘하이퍼시’의 ‘리좀 기법’을 적용하여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을 살리고 있다. 김규화는 청각 이미지의 하이퍼 신작시집 『날아가는 공』을 발표하여 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환호」는 ‘청각 이미지’를 ‘시각 이미지’로 변용하여 그 영역을 확대하였다. 이 부분은 기술적인 장치가 필요한데, 하이퍼시의 리좀기법을 적용하였다. 리좀 기법은 하이퍼시의 링크 기능이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확산되는 기법이다. 각각의 연들은 독립적이면서 자립적으로 제목과 유기적 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단선구조의 시가 다선구조의 형태를 갖게 된다.   위의 시에서 실행된 몇 가지‘리좀 구조’를 분석하여 보자.   첫째, 영문자‘O'라는 문자 이미지를 사용하였다.‘환호’라는 청각 이미지를 시각 이미지로 변환하였다. O자 모양은 하이퍼시의 리좀 구조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리 선수 입모양 O - O 시인- 햇감자 한 알 모양 O - 둥근 월드컵 경기장 모양 O - 붉은 악마들의 입 O- 응원하는 고함소리 입모양 O- 리 선수 입에서 튀어나온 감자 O - 감자 둥근 호미질 모양 O’ 등 8개의 ‘O’ 자 모양이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리좀으로 단선구조의 시를 다선구조로 확산시켰다. 중첩 이미지는 시를 확장시키며, 새로움과 청량한 느낌을 준다.   둘째, 운동 이미지로 움직임과 생동감을 준다. 운동 이미지는 시에 운동감과 움직임을 주어, 시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하이퍼시의 특징 중에서도 리좀은 다양한 확장된 공간을 갖는다. ‘리 선수 고함소리- 철통 같은 근육의 오른팔- 리 선수 가슴이 뛰고- 칠레 산맥을 넘어가는 소리’ 부분을 주목하여 보자. 열정과 환희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리좀의 ‘연결’과 ‘러너’ 기능으로 이미지를 확장시켰다. 시를 읽는 독자는 실제로 축구경기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리좀은 긴 설명을 요하는 신문기사의 영역을 단 몇 줄로 압축시켜 준다.그러나 효과는 배가된다.   셋째, 하이퍼시의 순간접속 시간 기능이다. 필자가 처음으로 논문에서 주장한 내용인데, 하이퍼시는 상상력의 순간이동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을 자유로이 한다. 전혀 관계없는 것들도 결합된다. 상상력은 시간과 공간을 ‘러너’한다. ‘시간의 개념’과 공간과 공간이 해제된다. ‘쿠이아나 판타나우 월드컵경기장’과 ‘감자 캐기’는 전혀 관계성이 없다. 독립적이다. 그러나 ‘TV 방송’과 ‘TV시청’이라는 순간접속을 통하여 ‘축구’와 ‘감자 캐는 나’도 순간접속을 한다. 전혀 관계성이 없는 무의미한 것들끼리 하이퍼적 리좀으로 묶어 버린다. 독립된 의미없는 연들이 의미의 기능을 갖게 된다. ‘삶은 감자’를 먹으며 ‘TV시청’을 하고 있는 ‘나’와 ‘O 시인’은 쿠이아나 판타나우 월드컵경기장과 순간접속 한다. ‘감자-축구장-나- O 시인’이 한 시간대에 순간접속 한다. 이처럼 하이퍼 시의 리좀은 거미줄처럼 관계성이 없는 독립된 연들이 관계성을 갖는다. 위의 시 ‘2연 7행’ 의 문장처럼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다양성’으로 리좀이 실행된 것이다.   넷째, 각각의 연과 행은 독립적이다. 삽입과 삭제가 자유롭다. 위의 시는 분명 ‘축구경기’ 이야기다. 그런데 난데없이 ‘감자 캐기’의 비중이 커진다. ‘축구경기’를 밀어내고, 사물인 ‘감자’에 집중하고 있다. ‘햇감자- 왼 손을 휘젓고- 오른손의 호미는 캐내고- 중심은 변두리로 감자 따라- 호미도 중심 따라 변두리로’ 리좀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처럼 하이퍼시는 의미의 영역을 해제한다. 부분이 전체를 제압한다. ‘의미’보다는 ‘구조’와 ‘형태’와 ‘표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100호 특집으로 어떤 시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김규화의 시「환호」를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환호’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 때문이다.‘환호’라는 제목은 기쁨과 탄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100호의 숫자‘OO’와 위의 시의 시각 이미지인‘O'의 중첩은 리좀적으로 연결되며 매력을 갖는 요소다. 또한 김규화의「환호」는 문덕수 시인이 한국에 최초로 소개하고 주장한 새로운 문예사조인 의 리좀 구조를 선명하게 가지고 있는 시다. 필자는 으로 활동하면서‘표현’과‘내용’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하여 고민하였는데, 위의 시는 내용이 있는 하이퍼시다. 앤지오신문 100호 기념 평론으로 하이퍼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필자가 평론을 쓰면서 ‘창의성 추구’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100호까지 평론의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나름대로 하였다. 각각의 시의 구조를 분석하여, 역으로 시 창작 방법론과 기법을 소개하였다. 시를 공부하는 시인들에게 시 창작의 기본지침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100호 발간을 자축하며, 에서 작품성 있는 좋은 시를 만나기를 바란다.
23    해바라기 / 김예태 댓글:  조회:710  추천:0  2018-12-25
해바라기     김예태     지하철에 앉아 색종이를 접던 여자의 손가락에서 해바라기가 피어났다   “이번 역은 동작 현충원역입니다” 여자가 주섬주섬 해바라기를 들고 내린다 (햇살 부서져 내리는 강물을 건너와 여자는 어디로 가는 걸까?)   피웅피웅 총알들이 햇살의 레이더망처럼 날아다니고 있다   베티고지* 낙동강 전투에서 승전보를 전하고 쓰러진 병사들이 노란 철모를 벗어 푸른 하늘에 푹 찔러 넣고 무리지어 외치고 있다 “우리는 꽃 같은 색시를 두고 왔슴다”   소피아로렌이 해바라기 가득 핀 들판을 걷고 있다**   묘역에서 병사들이 걸어 나와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소피아로렌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6.25때 35명으로 중공군 800여 명을 물리친 최고의 승전 전투지역 ** 영화 해바라기의 한 장면-신혼에 소집영장을 받은 남편과 비극적인 이별을 한다             김예태의「해바라기」는 다음의 여섯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제목 ‘해바라기’가 주는 원형성- 태양을 상징한다. 태양을 향한다는 이미지다. 이 시에서는 전쟁에 징집당한 어린 병사들의 무조건적인 격한 애국심이 해바라기와 일맥상통한다.   둘째, 1-6연의 연들은 각각, 모두 제목 ‘해바라기’ 와 연계되어 있다. 1연- 해바라기를 접다. 2연- 해바라기를 들고 내린다. 3연- 햇살 레이더망(원형 컷 사진 같은 해바라기 이미지) 4연- 꽃 같은 색시 5연- 해바라기 들판 6연- 해바라기 배경 기념사진 촬영   셋째, 두 사건이 현재라는 한 시점에서 행위가 일어나는 동시다발성 현재형 시점이다. 1-2연의 여자의 행위는 현재형이다. 그런데 3-6연의 행위도 현재형이다. 6. 25 사변 때 일어난 행위가 순간이동 기법으로 같은 시간대에서 일어난 듯 착각하게 한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그림이 포개진다. 이러한 방법은 영화에서 오버랩 기법으로 많이 등장한다. 과거회상 씬에서 처리하는 영화기법을 시에 도용하였다.   넷째, ‘전쟁과 젊은 병사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래의 표현들이 서정적으로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전쟁 내용이라기보다 사랑 시 같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제목-해바라기 1연- 색종이접는 여자- 손가락에서 해바라기가 피어났다 2연-(햇살 부서져 내리는 강물을 건너와 여자는 어디로 가는 걸까?) 4연- 노란 철모를 벗어 푸른 하늘에 푹 찔러 넣고 5연- 소피아로렌이 해바라기 가득 핀 들판을 걷고 있다 6연- 병사들이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소피아로렌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특히, 6연에서 젊은 병사들이 모두 죽었다고 사실적 표현을 쓰지 않고, ‘묘역에서 병사들이 걸어나와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소피아로렌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 압권이다. 상상력의 공간이 몇 개의 시뮬레이션을 동시에 보여주며 시를 하이퍼적이게 한다.   다섯째, 러너기능과 리좀- 시가 촘촘하면 답답하다. 각 연들이 건너뛰기를 함으로써 공간의 여백이 장면전환을 하며 답답하거나 지루함을 덜어준다. 그물처럼 얽힌 사건과 해바라기 이미지가 하이퍼시의 리좀 기능을 하고 있다.   여섯째, 주석의 효과-시를 설명적이지 않게 한다. 만약 시의 내용으로 이야기식으로 주석 내용의 사건을 펼쳤다면, 분명 시는 지루하고 설명적일 것이다.   시는 표현예술의 꽃이지만 내용에 철학적 질문과 인생의 극한 상황을 표현하는 이슈가 없으면 말장난이 되기 쉽다. 김예태의「해바라기」는 감각적이며 가벼운 터치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언농으로 가볍지 않은 것은 내용의 비중 때문이다. 6.25 전쟁과 어린 병사의 죽음이라는 절대적 위기상황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시는 내용인가, 표현인가?’라는 화두를 오늘 다시 던져본다.
22    순례자 / 권순자 댓글:  조회:640  추천:0  2018-12-25
순례자     권순자     저녁이 되면 낯선 마을 처마 밑을 맴돌지요 달빛이 휘영청 길을 열어주지만 길도 추워서 바람이 머물지 않지요 한 몸 뉠 곳 없는 고양이 주뼛주뼛 처마 밑을 서성거리지요   흙에 묻힌 역사는 다시 살아 되풀이 되는데 창백한 꽃들이 달빛에 파랗게 질려 떨고 있는데   어둠이 왜 자꾸 짙어만 가는지 꽃들의 잔기침 소리, 목울대를 흔드는 소리 어느 새 길고 가늘게 뻗어 밤안개로 피고 있어요 안개끼리 기침하고 있어요   뿌연 고통의 뿌리들이 사방에 퍼지고 있어요   새 가슴 두드리는 넝쿨손, 허우적허우적 반짝이는 푸른빛들이 날카롭게 허공을 조각내는 한밤 앞서간 순례자들이 뼈를 이어 하늘로 다리 놓고 있어요         * 권순자 신작시집 『순례자』중에서                  위의 시는 길고양이의 삶을 여성적 화자의 목소리로 5연으로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다. 1-5연의 중심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연- 주뼛주뼛 처마 밑을 서성거림   2연- 흙에 묻힌 역사, 추위   3연- 어둠, 안개, 기침   4연- 고통의 뿌리   5연- 앞서간 순례자들의 뼈를 이어 하늘로 다리를 놓음   위의 중심어를 합성하면 길고양이의 삶이 한눈에 그려진다. 화자인 시인이 측은지심을 가지고 관찰한 길고양이의 삶이 재현된다.   위의 시 제목에서 말하는 ‘순례자’는 삶의 순례자가 아니다. 죽음의 순례자다. 험난한 삶을 살다가 희생된 길고양이들의 뼈(주검)들이 이어진 순례자의 행렬인 것이다. ‘결’ 부분의 아이러니한 내용이 이 시의 제목이 되었으며, 매력 포인트다.     길고양이는 야생의 상태에서 먹이가 부족하고 영역다툼이 심하여 4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보통 2년 정도 사는데 음식쓰레기 봉투를 없앤 뒤로 그나마 썩은 밥이나 생선도 먹을 수 없게 된 현실이다. 야생에서 들쥐나 메뚜기, 비둘기를 잡아먹고 산다. 이러한 때에 권순자의 야생 길고양이를 향한 애정과 관심에 주목하게 된다.    사실 길고양이의 삶은 위의 시 제목「순례자」처럼 따뜻한 삶의 터전이나 풍족함과는 거리가 멀다. 고양이는 영역을 지키며 사는 동물이다. 고양이는 순례를 떠나지 않는다. 고양이는 주인이 떠나도, 그 자리를 지킨다. 장소를 옮겨 살지 않는 이유는 다른 영역에 침입하면 기존에 살고 있던 다른 고양이로부터 테러를 당하기 때문이다.     들개, 들고양이, 야생동물로 분류되어 밀렵의 대상이던 야생동물을 인간이 길들이면서 애완견, 애완고양이라는 사랑스런 이름으로 불린다. 요즘 개와 고양이는 현대사회의 소외된 개인에게 반려동물로서, 가족의 자격으로 인정받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사라져가는 아프리카 야생동물은 인간의 큰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 동물과 인간은 영원히 대치된 관계에서 벗어나 밀접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야생동물은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경외의 대상, 노동력,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수단, 재미있는 구경거리, 인간과 다른 독특한 특성으로 인하여 사랑을 받는다.    위의 시는 사회부조리,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인 인간에게 향하던 시선을 동물에게로 확장시키고 있다. 야생동물에 대한 시는 인간에게 정서적 위안을 준다. 인간은 외로움과 소외를 동물에게 위로 받으며, 동물은 인간에게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준다는 것을 믿는다. 아직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고양이들을 가족으로 따듯하게 맞아들여 반려동물로 받아 줄 날을 기대해 본다. 야생동물에 대한 보호와 관심과 애정은 그 사회의 문화의 척도다.  
21    아래세상 / 신진 댓글:  조회:737  추천:0  2018-12-25
아래세상       신진       아래세상이 궁금하다 비행기를 탈 때도 아래세상이 궁금하다 산길 오를 때에도 자꾸 내려가고 싶다 일 층 집에 앉아서도 자꾸 궁금한 아래세상 땅바닥을 내다본다 * 신진 신작시집 『미련』중에서               신진의 신작 시집『미련』중에서 이나 같은 ‘2부, 3부’의 짧은 시를 주목한다. ‘지하철역에 를 만들어 시리즈물로 전시하면 어떨까?’ 대중들이 반길 것 같다. 지하철역에 걸린 시는 15행 이내의 짧은 시다. 위의 시는 8행의 짧은 시다. 행도 짧고, 쉬운 한글로 썼는데, 깊이와 넓이와 해학이 있다. 세상사는 이치가 보인다. 신진의 시를 ‘놓음의 미학’이라고 이름하여 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선택한 시는 ‘놓음’이 아니라, 시집 제목처럼 ‘미련’처럼 보일 것이다. 그것이 이 시의 반전이다. ‘역설과 아이러니’ 기법 구조를 가지고 있다.   먼저 화자의 심리상태를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하여 보자. 첫째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방법이다. 정말 형이하학적인 ‘아래 세상’에만 관심을 갖는 현재상황이다. 둘째는 문자 뒤에 숨은 화자의 심리상태를 유추해 보는 방법이다. 형이상학에만 관심을 갖고 살던 꿈꾸는 이상주의자인 청년기를 지나서, 중년의 나이에 형이하학적인 아래세상 것에 관심을 가져보려고 새롭게 시도하는 도입상황이다. 첫 번째 상황에 집중하여 해석하면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의 ‘짧은 사유 시’ 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상황은 ‘아이러니와 역설’ 구조의 시로 해석된다. 본 장에서는 위의 시를 두 번째 상황으로 분류하여 해석하고자 한다.   인생은 마흔이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마흔 살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매슬로우의 욕망’의 법칙을 살펴보면, 인간의 욕망은 삼각형 구도를 가지고 있다. 첫 단계인 먹을 것, 입을 것이 충족되면, 인간은 그 다음 단계인 정신적, 정서적 욕망을 충족하려하고, 꼭지점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 한다.   20세를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성년으로 칠 때, 마흔 살은 20년 정도 사회생활을 한 성숙한 시점이다. 인간은 마흔의 분기점에 서면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생을 뒤돌아보게 된다. 참 열심히 살아왔는데, 자신의 입신양면만을 위해 산 사람은 생활태도를 반성하며 이웃을 돌보는 자선의 삶으로 우회한다. 또는 반대로 자기를 버리고 배우자, 자녀, 가족, 이웃 등에 시간과 에너지를 희생한 사람은, 자기가 없다는 허탈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거나, 직업을 갖거나 사회활동을 시작하여 존재확인을 하며 성취감을 가지려 한다.   위의 시의 중심어인 은 신진의 시집 제목처럼『미련』이라는 단어로 해석되고 요약된다. 위의 시의 화자를 불특정한 한 사람으로 치환하여 대입하여 보자. 그 시점을 40세 중년이 아니라, 노년기 인물을 대입하여 보자.   중년보다 노년에 돌아보는 개인의 삶은 더 극적이며 파국적 국면이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삶이든 실패한 삶이든 누구에게나 인생은 진정성 있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파노라마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재상연할 때, 후회도 되고 시집 제목처럼 ‘미련’도 남을 것이다.   인간은 향이상학을 꿈꾸면서 몸은 향이하학인 세상에 산다. 꿈을 꾸는 청년기에는 위를 보면서 살았을 것이다. 꿈이 현실을 밀어내고 아래세상을 우습게 보았을 터. 미련도 없었을 터. 그러나 노년기가 되면 ‘지금까지 알고, 생각하고, 실행하던 삶의 방식이 옳은 것이었을까?’ 질문하게 될 것이다. 어떤 부분은 후회도 될 터. 인생은 치열하게 살아온 뒤에 남는 미련 같은 것. 후회는 아니지만 자꾸 궁금하여 뒤돌아보는 것. 연애처럼 실행하지는 못하지만 흥미로운 것.   신진의 시는 단어와 문장, 행간에 더 많은 이야기를 숨겨 두고 있다. 1행의 ‘궁금하다’는 단어는 가능성이며 열린 기회다. 궁금하여야 과학과 역사가 새 옷을 갈아입는다. 새로운 도약과의 비밀이 벗겨진다. 궁금하지 않으면 ‘개미, 잠자리, 개구리, 도마뱀’을 평생 연구하는 사람이 없다. 궁금할 때 사물이 옷을 벗고 내재된 속내를 보여준다.   신진의 ‘아래세상’은 성공가도를 달리다 잠깐씩 뒤돌아보는 간이정거장 같은 휴지다. 산 정상을 향하여 땀 흘리며 오르다가, 바위에 걸터앉아 내려다보는 보랏빛 쑥부쟁이 들판을 보는 환희다. 내가 보지 않고 간과했던 나의 자화상이다. 부끄러움이다. 시의 뒷면이다.  
20    쥐눈 / 배홍배 댓글:  조회:716  추천:0  2018-12-25
쥐눈       배홍배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룻바닥 터진 틈으로 빠끔히 내다보는 쥐, 쥐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아서 어두워져버린, 어두워서 슬픈 눈이 더듬는 내 몸뚱이에 어스름이랄까, 그늘 같은 것이 번졌다   벌써 축축했으므로 허물어졌으므로, 슬픔은 검고 고요해도 무방했겠지만 또랑또랑 고이다 까만 눈물 한 방울로 반짝여 들어간 곳, 그곳   쥐의 눈 안에, 나는 동그란 심장 하나로 앉아 있었다   물렁해진 맥박 안으로 놈의 팔딱거리는 박동이 밀려들어 왔다         * 배홍배 신작시집 『바람의 색깔』중에서                   배홍배 신작시집 『바람의 색깔』중에서「쥐눈」을 선택하여 조명하는 이유는 일상성에서 벗어난 제목 때문이다. 상투적이고 비슷비슷한 시를 읽으면 머리가 복잡하고 흐릿해진다. 그러나 다른 시인이 언급하지 않은 독특한 내용과 구조의 시를 접하면 눈이 반짝 뜨인다. 집중하게 된다.     시인은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시적화자를 통하여 작품 속에 ‘나’를 투사한다. 위의 시 1-6연에도 ‘쥐’와 ‘나’가 혼용되어 있다. 혼용 구조는 아래와 같다.   1연: 쥐   2연: 쥐   3연: 나   4연: 쥐, 또는 나   5연: 쥐+나   6연: 나+쥐     쥐와 내가 오버랩되어 한 개체로 해석된다. 1-6연의 중심어를 정리하면 ‘쥐’의 상태와 상황을 통하여 ‘나’의 상태와 상황, 하고 싶은 말을 유추해 낼 수 있다.   1연- 바스락 소리   2연- 작은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는 쥐눈   3연-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어두운 슬픈 눈, 그늘   4연- 축축하고 허물어진 슬픔, 검고 고요, 눈물   5연- 쥐의 눈 안에 있는, 내 심장   6연- 나의 맥박 안에 들어온, 쥐의 맥박     1-6연을 요약하면 ‘어둡고 습한 곳에 숨어 사는 소외된 쥐, 관심과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잊혀져 아무도 찾지 않는 쥐, 그러나 바스락 소리를 내며 살아있음을 외치고 싶은 쥐’의 모습이다. 그 소외된 쥐의 모습은 시적화자인 ‘나’의 모습이다. ‘작가’의 무의식에 숨어있는 심상일 터. 시는 행복한 자랑질이 아니다. 소외와 절망, 고통과 그늘을 짊어지고 사는 시인의 모습에서 독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프로이드는 사회화에 실패한 시인에게 독자는 공감한다고 하였다. 행복한 시는 시가 아니다. 행사 시나 동시에 가깝다.     산문과 사진작가로 시의 길에서 멀어졌던 배홍배 시인이, 시간을 되돌려 워밍업하는 소리가 들린다. ‘축축하고, 어둡고, 물렁한 세계’에서 벗어나서, ‘또랑또랑 반짝이는 쥐의 눈’으로 ‘바스락, 소리를 내는’ 시인에게 ‘팔딱거리는 쥐’의 심장박동소리가 접속되어 있다. 빠끔 새로운 시의 문을 열고 나오는 싶어 하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배홍배 시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빗대어 이야기한다. 객관적으로 진솔하게.  
19    존재의 불안 그리고 내일 자 신문 / 이영준 댓글:  조회:682  추천:0  2018-12-25
존재의 불안 그리고 내일 자 신문   -꿈 4 ․ 사회 동물들의 이기적 사회엔 희망이 없다                                                               이영준         나는 고층 빌딩과 빌딩 옥상을 가로질러 놓은 겨우 발로 짚을 만한 넓이에 나무를 밟고 고소 공포에 떨며 건너고 있었다.빌딩 옥상을 통해 땅으로 가려는 필사적 전념을 했다.   그러나 어느 옥상도 땅으로 가는 문은 없었고 고소 공포를 피할 여유를 주질 않았다. 옥상은 작열하는 태양으로 점점 벌겋게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나무 위에서 중심을 잃고 떨어질 뻔하다 겨우 매달려 있을 수 있었다.   머리 위 태양은 너무 뜨겁고 빌딩 속 사람들은 나의 위태한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무관심하다. 살려달라고 소릴 질러 대지만 전혀 동요가 없다.   문득, 아침 신문에 읽었던 인조인간론이 떠올랐다. 입력된 일만하는 인조인간들   감정은 인간의 영원한 실수 감정은 인간을 진보시키지 못하는 병 감정은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병, 병․․․   나는 더 이상 지탱할 의지를 상실했고 손을 놓았다. (존재에서 탈피해 편히 쉬고 싶었다.)   그, 추락 위로 아침 신문과 똑같은 기사의 내일자 신문이 희망 없는 온 도시를 눈 내리듯 뒤덮어가고 있었다.                 키에르 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고독’이라고 정의하였다. 현대인에게 절망에 이르는 병은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수동식 건축방법으로 빌딩과 빌딩 사이에 나무 사다리를 올리고 공사를 하는 인부들을 비계공이라고 하였다. 비계공은 종종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한다. 아슬아슬한 높이에서 좁은 나무판자에 서서 일하는 그들은 ‘불안’의 대명사였다.   이영준의 시는 그만의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신문의 사설이나 평론적 구조라고 정의하여 보자. 해석적 문장과 존재론적 질문은 까뮈를 연상시킨다. 까뮈는 그의 작품 「이방인」에서 ‘햇빛이 너무 눈부셔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그는 살인행위를 개인의 의지보다는 ‘강렬한 햇빛’이라는 조건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위의 시에서도 2연 3행 ‘옥상은 작열하는 태양으로 점점 벌겋게 달아올랐기 때문’과 4연 1행 ‘머리 위 태양은 너무 뜨겁고’ 부분에서 까뮈적 해석을 하고 있다. 햇빛은 화자의 심리상태의 ‘배경’이면서 ‘불안’의 ‘이유’이며 ‘조건’이다. 부조리한 현대사회의 ‘분리불안’적 문명요소를 ‘뜨거운 햇빛’에 치환하고 있다.   6연을 1-3행을 살펴보자. 감정은 인간의 영원한 실수 감정은 인간을 진보시키지 못하는 병 감정은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병, 병․․․   6연에서 언급하고 있는 ‘감정’은 아날로그 시대의 일차적 유물처럼 생각될 것이다. 까뮈의 존재론적 철학인 ‘부조리’와 전혀 관계없는 이질적 개념인 것 같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조리’한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인간적이고자 하는 개인적 ‘감정’을 배제하지 못하여 ‘불안’이 야기된다. ‘감정’의 개성주의를 주장하면서 개인적 일탈이 일어난다. 감정은 부조리한 ‘갈등’의 주역이다. 현대사회에서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 불안신경증’은 심리적 현대병이다.     위의 시는 개인주의적이면서 사회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소외’와 ‘불안’으로 죽어가는 빈민계층의 사회상과 지식계급인 이상주의자의 ‘절망’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현대 정보화시대에는 개인은 기계의 부속품에 불과하다. 부속품들은 서로 다른 부속품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제 시간에 ‘그때’에 ‘그곳’에서 정확하게 나사인 부속품의 임무를 완수해야 신상품이 생산된다. 부속품은 남을 돌볼 여유가 없다. 그 자리를 이탈하거나 한눈을 팔면 생산에 오류가 발생한다. 한 파트의 일원으로 스스로 존재할 뿐이다. 부분은 전체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부모나 이웃의 농경법을 전수받으며 협력해서 살던 고대 농경사회와 달리, 현대인은 이 ‘부분’이라는 조건에서 ‘불안’이 시작되었다. 부분인 개인은 다음 생산과정을 억압받으며, 자기 위치를 버텨내야 한다. 방만하고 과도한 물질의 시대에, 극도로 자유를 제한받는다.     이영준의 시는 웅변과 주장을 하지 않아도 현대사회의 바닥을 고발하고 있다. 논문처럼 논리적이고 냉정하게 비정한 현대사회를 고발한다. 다만 개인의 불안구조를 ‘보여주기’할 뿐인데, 사회전체를 대표한다. 시적거리가 먼 객관적 문장이 해석적이며 단정적이다. 문장은 짧고 힘이 있다. 이영준 시의 존재론적 주제와 독특한 구조는, 그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18    우화(羽化)* / 오혜정 댓글:  조회:704  추천:0  2018-12-25
우화(羽化)*                                                  오혜정        초록빛 누드가 기어간다   유연한 곡선의 리듬이   몸에 결을 새기며 간다   날개를 향한 동사들이 곡선 안에서 꿈틀댄다   주름들이 계절을 당기면서 간다   온몸으로 끌어당겨지는 먼 곳의 봄빛들     빈 가지에 매달린 주머니는 심심하다   동사들은 껍데기 안에서 차렷! 자세로   리듬이 ( )안에 갇힌다   곡선의 결들을 꿈꾸며   변신을 꿈꾸는 주머니가 딱딱해진다     지난 계절은 바람이 ‘딱딱하다’   껍데기의 형용사를 벗고   누드에 날개꽃이 피어난다   우화羽花   유연한 곡선이 피어난다     욕실에 앉은 내가   지루한 형용사를 벗겨낸다   날개짓이 없는 나는   매일매일 불완전변태 중     * 우화(羽化) : 곤충이 유충 또는 약충이나 번데기에서 탈피하여 성충이 되는 일.                                오혜정의 「우화(羽化)」는 우화(羽化)의 과정을 동사와 형용사, ( )와 은유하고 있다. 위의 시 1-4연에서 중심 동사와 형용사를 살펴보자.     1연: 기어간다-간다-꿈틀댄다-간다-끌어당긴다(애벌레 상태)   2연: 심심하다-갇힌다-꿈꾼다-딱딱해진다(번데기 상태)   3연: 딱딱하다-벗는다-피어난다-피어난다(탈피 과정)   4연: 벗겨낸다(탈피 후 나비 상태)     1연은 초록빛 애벌레가 기어가는 형태를 ‘동사’로 보았다. 사실적인 애벌레의 움직임을 ‘동사’로 정의하고 5-6행에서 ‘주름들이 계절을 당기며 불러오고, 온몸으로 봄빛을 끌어당긴다.’고 사유하고 있다. 표현은 피동적 표현기법으로 멋과 사유를 더하였다.    2연은 고치 안에 갇혀 있는 번데기 상태의 꼼짝달싹 못하는 상태를 ( )에 갇힌 것으로 보았다. 4-5행에서 ‘곡선의 결들을 꿈꾸며, 변신을 꿈꾸는 주머니가 딱딱해진다’고 사유하고 있다. 직선은 딱딱하다는 관념적 재해석을 하고 있다.   3연은 딱딱한 번데기에서 나온 나비의 날개는 곡선이다. 곡선은 유연하다는 재해석을 내리고 있다.   4연은 곤충의 우화에 현재의 ‘나’를 연관시켰다. 비상을 꿈꾸는 현재 불완전변태 중인 ‘나’를 조명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시에서 중요한 요소는 아래에 제시한 시구들이 하이퍼시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시행들을 살펴보자.   1연 4행 ‘날개를 향한 동사들이 곡선 안에서 꿈틀댄다’   2연 2-3행 ‘동사들은 껍데기 안에서 차렷! 자세로/ 리듬이 ( )안에 갇힌다’   3연 ‘껍데기의 형용사를 벗고/ 누드에 날개꽃이 피어난다’   4연 ‘욕실에 앉은 내가/ 지루한 형용사를 벗겨낸다’      감각적이고 새로운 하이퍼시의 표현구조다. 곤충의 우화과정인 ‘탈피’의 형태를 품사 중 ‘동사’와 ‘형용사’로 은유하고 있다. 감각적이며 새로운 표현기법이다. ‘사물-행위-품사’로 이동하며, 하이퍼시의 ‘러너’ 기능인 ‘건너뛰기’를 하고 있다. 초현실주의적이며 색다른 표현기법이다.   과거의 시는 1단계나 2단계 러너의 사물시였다. 그러나 하이퍼시는 ‘상상력의 이동거리’가 멀다. 1, 2단계를 동시간대에 이동하거나, 3단계나 4단계로 훌쩍 ‘건너뛰기’ 한다.   과거의 서정시와 현대시는 ‘과거-현재-과거-현재’ 패턴의 시가 제작되었다. 그러나 하이퍼시는 ‘과거-현재-미래-현재’ 시점으로 사물과 사건은 ‘상상력의 순간이동’을 한다. 현대 공상영화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표현에 거짓은 없다. 건너뛰기를 하였으나 허황되지 않고 객관화되었다.   사물의 움직임과 형태를 아주 이질적인 품사와 조합하는 새로운 위의 시 기법은 시에 새로운 감각과 미의식을 준다. 이 새로운 형태미와 방법론은 하이퍼시의 시창작 방법론으로 분류된다. 아버지 오남구 시인이 시작한 디지털 시론을, 딸이 확장시켜 하이퍼시로 실현시킨 것은, 시단의 아름다운 역사다. 시창작 방법론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확신이다.  
17    그대의 별이 되어 / 허영자 댓글:  조회:739  추천:0  2018-12-25
그대의 별이 되어     허영자     사랑은 눈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 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 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서정시의 매력을 몇 가지로 요약하여 보자.     첫째, 제목의 서정성.   둘째, 압축미- 간결하고 심플하다.   셋째 진정성- 왜곡, 도치, 미사여구 언어놀이가 적다.   넷째, 짧은 행과 연, 여백미.   다섯째, 관념과 재해석 문장- 해석이 쉽다.   여섯째, 향유층이 넓다.   일곱째, 운율- 쉽게 외울 수 있다.   여덟째, 이미지- 선명한 그림이 그려진다.   아홉째, 단일구성- 시점과 관점이 복합적이지 않고 단일하다.   열째, 해석- 다양하게 내용이 확장되어 해석된다.       위에서 정의한 서정시의 구조에 허영자의「그대의 별이 되어」를 대입하여 보자. 몇 가지 서정시의 조건과 특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제목이 서정적이다. ‘그대’와 ‘별’은 자연친화적인 제목이다.   둘째, 6연으로 구성된 행과 문장은 짧고 간결하다. 압축미가 있다.   셋째, 진정성이 있다. 사랑의 속성을 1-6연에서 선명하게 간파하고 있다. 1연- 사랑은 물이다. 눈 멀고 귀 먹는다. 2연- 사랑은 정갈하다. 3연- 사랑은 별이다. 눈 뜨이고 귀 열린다. 4연- 사랑은 그대를 잠 안 자고 지킨다. 5연- 사랑은 전부이면서 무이다. 꿈이며 생시다. 6연- 사랑은 기다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고즈넉이 기다린다.   넷째, 짧은 행과, 연으로 이루어졌다. 여백미가 있다.   다섯째, 해석이 쉽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비유는 무리수가 없다. 체험을 통하여 습득된 지식이다.   여섯째, 허영자의 시는 향유층이 두껍다. 쉽게 이해되어 독자가 많다.   일곱째, 운율이 있어 쉽게 외울 수 있다. 율격이 노래처럼 입에 착착 감긴다.   여덟째, 선명한 이미지를 가진다. 사랑이라는 관념이 객관화되고, 구체성을 갖는다. 선명한 그림이 그려진다. 1연- 물. 2연- 정화수 그릇에 담긴 물. 3연- 별. 4연- 잠안 오는 밤에 반짝이는 별. 5연- 번뇌. 6연- 기다림.   아홉째, 단일구성이다. 시점과 관점이 흩어지지 않는다. 현재-과거-현재. 또는 현재-미래-현재-과거-현재 등 오늘날 현대 영화와 같은 복합적 구성이 아니다.   열째, 해석이 다양하게 확장된다. 체험과 사유가 깊다.        허영자의 시를 읽으면 눈물이 난다. 아름답다. 진정성이 있다. 문장은 짧고 간결하다. 이미지는 선명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깊다. 사랑의 체험과 상처, 기다림, 상실의 아픔이 전달된다. 독자의 마음에 깊게 뿌리를 내리는 서정시의 힘이다.     서정시는 정물화가 아니다. 이발소에 걸린 그림이 아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생략된 수채화다. 시의 구조가 변화무쌍한 21세기 시단에서 쉬르리얼리즘, 다다이즘, 미래파, 하이퍼, 초현실주의, 비트가 경쟁하는 21세기에도 서정시는 경쟁력이 있다. 살아서 꿈틀거리며 독자의 마음을 강렬하게 집중시킨다. 눈으로 읽는 지성적인 현대시. 외우고 싶은 간결한 서정시.누가 승리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인가? 보편적인 대중이 존재하는 한, 어느 장르와 경쟁하든 서정시는 영원한 맞수일 것.  
16    너가 바로 나로구나 / 정대구 댓글:  조회:800  추천:0  2018-12-25
너가 바로 나로구나         정대구        저 예쁜 여인과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수작을 걸며 오솔길을 걷고 있는 숫기 좋은 너가 바로 나로구나  그날 저녁 노래방에 가서 밤새도록 수십 곡씩이나 목이 터져라 줄 기차게 불러대던 너가 바로 나로구나  탱고면 탱고 왈츠면 왈츠 고전무용이면 고전무용 막춤이면 막춤 못추는 춤이 없는 너가 바로 나로구나  어느 회식 모임에 나가 품위 있게 음식을 들며 능란한 화술로 좌중 을 휘어잡는 너가 바로 나로구나  저것 좀 봐 또 저것 좀 봐 모두가 어울려 확 풀어져 거침없이 노는 데도 역시 멋진 너가 바로 나로구나  아무리 술이 떡이 되어 돌아와도 마누라의 푸근한 품에 따듯이 안 기는 대접을 받는 너가 바로 나로구나  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지금 나에게는 없는 너 내가 부러워하는 너의 못난 짝퉁 나가 바로 나로구나                   정대구는 인간군상의 여러 행동패턴을 7연의 시로 역설과 아이러니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적으로 왜곡된 성격유형들을 일곱 가지 행동유형으로 분류하여 고발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시는 ‘7연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는가?’에 따라서 시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논다’를 순기능과 역기능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하여 보자. 한 가지는 역설과 아이러니로 분류하여 ‘사회 고발시’와 ‘시인 고발시’로 분류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7연을 순기능적으로 해석하여, ‘논다’를 재조명하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먼저 역기능적 측면인 ‘시인 고발시’적인 측면과 ‘사회 고발시’로서의 측면을 살펴보자.       첫째, 연애질에 능한 사람   둘째, 노래를 잘하며 신변잡기에 능한 사람   셋째, 춤에 능한 사람   넷째, 능란한 외교와 화술로 인기몰이를 하는 사람   다섯째, 바닥까지 인품을 내려놓고 저질로 노는 사람   여섯째, 밖에서 술과 향락으로 타락한 생활을 하는데, 아내는 모르거나 눈감아 주는 경우   일곱째, 생각만 앞서고 행동은 못하는 짝퉁인생인 나     사회적 왜곡 행동들이 아이러니 기법과 역설기법으로 나열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변잡기와 외교적 재능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사회적 성공과 명예, 부, 지위를 얻는 방편으로 역할이 크다. 또한 ‘시의 본질과 원리’에는 집중하지 않고, 시단 정치나 자리에 연연하며 ‘시’보다는 ‘위치’에 능한 시인도 있다.   심각하고, 정직하고, 정확한 사람은 진지하지 않거나 진정성이 없는 위와 같은 행위들을 싫어한다. 인격과 지식, 역사를 바꾸는 일도 아닌 신변잡기에 시간을 쓰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판단과 비판은 유보하지만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무시한다.  그러나 성공과 자리에 대한 부러움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설과 아이러니 기법의 애매성과 모호성의 옷을 벗겨보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직접화법으로 재해석한다면 다음 말일 것.     첫째, ‘시’라는 본업에는 집중하지 않고 ‘연애질’에 열 올리는 시인.   둘째, ‘시’에 집중해야 하는 에너지를 ‘노래방’에서 노는 일에 다 쓰는 시인.   셋째, 모든 춤을 섭렵한 날라리과 분위기 메이커 시인 야유.   넷째, 진정성이나 정신세계를 버리고, 허세와 인기몰이에 연연하는 시인.   다섯째, 품위를 잃고, 완전 무장해제하여 저질로 노는 시인.   여섯째, 밖에서는 술과 향락으로 살면서, 시치미 떼는 시인.   일곱째, 타락할 용기도 없는, 생각만으로 행동하는 짝퉁 시인.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위의 일곱 가지 행동유형은 ‘순기능적 측면’을 가지며 레크리에이션 재창조적 기능이 있다. 신변잡기나 노래, 춤, 화술은 재능으로 인정받으며 능력으로 부각된다. 가장 인기 있는 대상이다.    시는 숨어서 쓰는 일기처럼 솔직한 고백록이다. 위의 시에서 고백하듯 그런 재능은 화자인 시인에게는 없다. 그 부분이 독자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다. 화자가 지금까지 거부한 행동유형들이 ‘나는 바보같이 놀지도 못하고 살았구나’ 라는 후회의 고백일 수도 있다. 뒤늦게 ‘놀이와 놀기’에 대한 강렬한 자극을 원할 수도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논다’를 ‘인간학’으로 접근하여 철학적 깨달음을 얻은 재해석 시로 해석하여 보자.   역사는 클레오파트라와 로마병사와의 연애질에서 시작되었다. 여자의 미모와 사내의 힘의 대결구도다. 동서고금에 미인을 싫어하는 영웅은 없다. 억압된 것은 지나치면 언제라도 분출된다. 연령별로 ‘놀이’를 충분히 하지 못하면 ‘사춘기’나 ‘사추기’에 왜곡으로 나타난다. ‘논다’는 명제는 그 만큼 현대사회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며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성공을 한 뒤 늦바람을 피우는 것. 놀지 못하고 공부만 하던 교수들이 중년이나 노년에 딸 같이 어린 여대생에게 성희롱을 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 검사나 판사가 늦게 술과 향락을 배우는 일. 최근 여고생에게 바바리맨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제주도 검사장. 제 때 놀지 못하여 병이 된 사회적 왜곡현상이다.     위의 왜곡된 ‘일곱 가지 행동유형’들은 사회적 성공 뒤에 허탈함을 메우기 위한 행동유형으로 해석된다. ‘부러움’이 지나쳐 부정적 ‘모방행동’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놀이’와 ‘예술’의 기능을 한 번에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시를 쓰며 놀기’이다. 시는 ‘상상력’이라는 그물을 가지고 있다. 그 ‘상상력’이라는 그물로 극대화된 무대를 흰 종이 위에 맘껏 펼쳐 놓는다. ‘상상력’은 예술성의 근원이다. ‘상상력’은 이성의 지배를 벗어나 우주공간을 지배한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사람의 재능이나 개성적인 성격이 부러운 경우가 있다. 내가 하기는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행동들을 남은 잘도 하며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행동은 생각보다 우위에 있다.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이 영화처럼 그려보는 상상일 뿐. 하고 싶지만 억압하고, 가지고 싶지만 갖지 못하고 억압된 것은 ‘술’과 ‘꿈’으로 획득되듯이.     레크리에이션의 힘을 다시 회복하는 ‘순 기능적 측면’과 ‘논다’로 창조적 에너지를 허비하는 ‘역기능적 측면’이 위의 정대구의 시에는 함께 공존한다. 그것이 정대구 시의 매력이다.
15    공모(共謀) / 정재학 댓글:  조회:656  추천:0  2018-12-25
공모(共謀)                                             정재학      죽은 지 이틀 만에 시체에서 머리카락이 갈대만큼 자라 있었다1 나와 그림자들은 시체를 자루에 싸서 조심조심 옮겼다2 그림자 하나가 울컥했다3 죽이려고까지 했던 건 아닌데…4 나머지 그림자들이 그를 달랬다5 그러지 않았다면 네가 죽었을 거야 차 트렁크 열고 시동 좀 걸어놔6 간신히 1층까지 왔는데 아파트 현관 앞에 순찰중인 경찰이 보였다7 이게 무엇입니까?8 하필이면 자루가 찢어져 그의 멍든 허벅지 살이 드러났다9 하하 이건 고구마입니다10 우리는 서둘러 트렁크에 실으려 했다11 한번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12 그림자 하나가 칼이 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1 옆의 그림자가 그의 팔을 잡았다14 네 그렇게 하시지요15 우리는 자루를 펴보였다15 자루 안에는 지푸라기와 고구마가 가득했다16 경찰관과 우리는 미소를 지었다17 고구마 하나가 김이 모락모락 났다18 방금 찐 고구마인데 하나 드셔보시겠습니까?19 그럴까요 네 고맙습니다20 경찰관이 고구마를 한입 물자 썩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21           정재학의 시「공모(共謀)」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처럼 시니컬한 반전 매력이 있다. 21행의 문장이 단 10줄로 묘사되어 있다. 시는 짧고 드라마틱하다. 꿈에서 모티브를 얻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황당한 내용이 전개된다. 대사와 지문과 해석적 문장이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상황전개에 흥미를 갖게 한다.     위의 시는 구조를 살펴보기 위하여, 편의상 각 문장마다 번호를 붙였음을 밝혀둔다. 한 사람의 대사는 편의상 한 문장으로 처리하였다. 각각의 번호들을 시에서의 행으로 해석하였음을 밝혀둔다.   위의 시는 다음의 여러 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첫째, 의인화와 과장법, 상징법   둘째, 희곡 형식의 소설적 구도   셋째, 상상력의 극대화   넷째, 사회고발시        위에서 제안한 4가지 기법들을 시 내용에서 살펴보자.   첫째, 의인화 기법과 과장법은 1행과 21행에서 잘 나타나 있다. 위의 시가 꿈에서 모티브를 얻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대목이다. 2행을 의인화 기법과 과장법으로 해석하면 시가 편하게 읽혀진다. 고구마는 겨울에 말라서 죽은 것 같아도 살아 있다. 싹을 틔우고 새로운 맛있는 고구마를 생산하는 모체가 된다. 두 문장은 황당한 설정이지만 100% 거짓이 아니다. 의인화하면 100% 참이다. 시는 상징과 비유기 때문이다.   위의 시를 과장법이나 꿈의 구도로 설정하면 시니컬한 반전 매력을 갖게 된다.  그로테스크한 그림이 된다. 1행과 21행은 위의 시의 구도를 탄탄하게 받혀주는 역할을 한다.   상징법은 내용적 측면이다. 구도는 위의 시를 상징시로 읽게 한다. 있을 수 없는 황당사실을 통하여 거짓과 참이라는 사회적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개인에서 출발한 사건이 사회적으로 확장되어 큰 파장을 일으킨다.     둘째, 희곡 형식의 소설적 구도를 살펴보자. 1행에서 21행의 문장들은 사건일지처럼 대사와 지문, 급박한 행위로 이루어진다. 기승전결의 구도를 갖고 있다. 이라는 구도를 갖고 있다. 대사와 지문처럼 각 행들은 짧고 힘이 있다. 위의 시에서는 대사와 행위, 지문이라는 희곡 형식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은 것처럼 박진감 있다.     셋째, 상상력의 극대화 부분을 살펴보자. 시에서 상상력이 빠지면 국물 없는 건더기와 같다. 상상력의 공간은 시적 미의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예술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말라버린 ‘고구마’라는 사물을 보고 작가는 상상했을 것이다. 1행의 중요한 역할을 살펴보자.   ‘죽은 지 이틀 만에 시체에서 머리카락이 갈대만큼 자라 있었다’ 라는 한 문장은 섬뜩하고 극적인 상황을 위의 시에 설정한다.   말라서 죽은 것 같던 고구마에서 놀랍게도 싹이 트는 과정을 보고 얻은 상상력일 것이다. 상상력의 공간을 극대화시켜 이라는 희곡 형식의 소설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상상력은 현장감을 부여한다. 상상력은 시의 뼈대며 힘이다.     넷째, 사회고발시의 측면을 살펴보자. 고 박종철 사건에서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는 명언을 생각나게 하는 시다.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반공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거짓 간첩사건 등 우리 사회의 ‘섀도우-그림자’를 고발하고 있다.   2행과 3행을 살펴보자. 고구마라는 한 개의 사물에서 이 시는 출발한다. 그러나 그 전개와 스토리는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준다. 그 이유는 출연자를 ‘그림자’로 명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융의 ‘섀도우 이론’ 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그림자’는 이 시의 실재 등장인물이다. 그러나 사회적 어두운 측면을 고발하는 상징시로 읽어야 한다.  ‘그림자’라는 인물은 이 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찰과 피의자의 대치상황을 만들고 극적상황을 조성한다. 80년대 경찰과 정치권, 시민의 그림자잡기 놀이를 연상하게 한다. 피의자와 경찰이 공모하여, 거짓을 참이라고 바꾸어버린 결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재학의 시를 읽으면 사르트르의 이 생각난다. 약자일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은 피해의식에 시달린다. 정치가와 경찰의 더러운 손과 악수를 하는 악몽. 환한 대낮에 꾸는 선명한 낮꿈.  
14    푸른 호랑이 이야기 / 이경림 댓글:  조회:648  추천:0  2018-12-25
푸른 호랑이 이야기     이경림     설렁탕과 곰탕 사이에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어떤 생의 무릎과 혓바닥 사이에는 어떤 생의 머리뼈와 어떤 생의 허벅지 살 사이에는 형언할 수 없이 슬픈 눈과 사나운 관능을 가진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저 높은 굴뚝을 천천히 빠져 나가는 푸른 연기와 사라지는 뼈 사라지는 살들 사이에는     낡은 의자에 앉아 곰탕을 먹는 노신사와 그 앞에서 설렁탕을 먹는 시든 다알리아 같은 아내 사이에는     그것들의 배경인 더러운 유리창과 산발을 하고 흔들리는 수양버들 사이에는     날개를 빳빳이 펴고 태양 속으로 질주하는 새 반원을 그리며 느리게 불려가는 바람 사이에는, 그래!     미친 듯 포효하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위의 시는 시창작 기법에서 조건절을 사용하였다. 다의적이고 함축적이며 이경림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조건절인 ‘푸른 호랑이’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푸른 호랑이’라는 시어에 시의 애매성과 모호성의 원리와 상징과 생략, 삭제의 원리를 적용해 보자. 3연에서 이경림은 ‘슬픈 눈’과 ‘사나운 관능’으로 바로 답변하고 있다. ‘슬픈’과 ‘사나운’은 분명 이질적이고 반대적 개념과 이미지다. 그런데 한 문장, 한 공간에서 같이 사용함으로써 언어충돌, 이미지 충돌을 하고 있다. 이처럼 ‘낯설게하기’ 기법을 적용한 새로운 해석적 용어는 독자에게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독자는 추리소설을 읽듯, 한편의 시에 집중하게 된다. 작가의 답이 궁금하다. 독자를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것, 이경림 시가 갖는 힘이다.     그런데 ‘푸른 호랑이’ 한 마리 때문에 시가 사는 것일까? 아니다, 이경림은 삶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조망한다. 언제나 이경림의 시는 거짓이 없다. 생경하게 뛰어든 거짓인 조건절인 ‘푸른 호랑이’를 참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분명 푸른 호랑이는 가설인데도, 거짓으로 만들지 않는다. 이경림은 생을 단순하거나 하찮은 놀음으로 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경림의 시는 무게감이 있으며 늘 진중하고 진실하다. 그것은 관통의 힘이다. 생을 진지하게 절단하여 단면을 들여다본다. 그 진실에는 늘 중생을 애정과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감싸는 이경림의 넉넉한 마음스케일이 있다. 1-8연의 기법과 내용을 살펴보자. 이경림 시가 미꾸라지처럼 힘있게 치고 올라가는 시 기법을 발견할 것이다.     1연- 설렁탕과 곰탕을 먹는 노신사와 아내가 있다. ‘먹는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푸른 호랑이’라는 조건을 줌으로써, 시는 갑자기 ‘형이상학적’ 의미를 가지며 비약하고 확장된다. 사물인 설렁탕과 곰탕은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라고 생생한 진행형 삶과 생존을 획득.   2연- 1행의, ‘무릎뼈’는 남자의 섹스도구로 발군의 힘을 과시하며, ‘혀’는 여자의 콧소리와 함께 유혹과 애교라는 섹스의 중요한 소품이다. 2행의 머리뼈는 남자가 아내를 얻기 위한 설득작업과 생계수단인 직업에 지략이 사용된다. 허벅지살은 여자의 중요한 섹스심볼을 감싸고 있는 관능적인 몸의 일부분.   3연- ‘푸른 호랑이’라는 조건절을 다시 강조.   4연- 곰탕과 설렁탕의 조리과정이다. 불을 때고 연기가 나며 살, 뼈들이 녹아난다. 이경림은 사라진다는 슬픈 사실로 인식.   5연- 낡은 의자에서 곰탕을 먹는 노신사와 늙은 아내를 클로즈업. 사라지는 시간이 주는 슬픈 이미지.   6연- ‘더러운 유리창’과 ‘산발하고 흔들리는 수양버들’은 노신사와 아내의 삶의 역경과 고난으로 대비된다. 일반적 인간과 짐승들의 삶의 모습일 터.   7연- 7연 1행 ‘태양 속으로 질주하는 새’와, 2행 ‘느리게 불려가는 바람’은 이상과 괴리, 노신사와 아내의 삶을 유추적으로 본 작가적 시점. 그러나 또한 일반적인 사람이 사는 생의 한 풍경화. 질풍노도의 청춘이 저지르는 외도일 것.   8연- ‘미친 듯 포효하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부분에 집중을 하여 보자. 노신사와 늙은 아내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갈등하며 미친 듯 싸울 것. 또한 생을 놓는 순간까지 치열하게 살게끔 생은 고난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   요약하면 다음의 패턴을 그린다. 1연 설렁탕과 곰탕 먹는 인물, 푸른 호랑이 조전 제시- 2연 상징적 조건제시- 3연 조건 강조- 4연 사라지는 슬픈 것들- 5연 노신사와 아내 사실 규명- 6연 배경 설정- 7연 배경의 내용, 질주하는 새와 바람- 8연 푸른 호랑이 강조.       이경림의 시 한편을 분석하여 보면 그 안에는 삶이라는 과제가 치열하게전개되고 있다. 1연과 8연까지 긴장의 끈이 흐르고 있다. 이경림이 본 생의 뜨거움이다. 또한 슬픔이다. 척박한 조건에서도 치열하게 맞받아치는 생을 향한 의지와 힘이 느껴진다. 그것은 시에 대한 그의 사랑이기도 하다.   한 그릇 설렁탕과 곰탕을 먹으면서 옆 자리 손님을 물끄러미 관찰하였을 것. 마음속으로 그들 모습에서 또 다른 생의 그림을 유추하였을 것. 곰탕을 먹으면서 이렇듯 치열하게 삶의 곡선을 찾아낸다. 객관화된 상징화는 강하고 적나라하다.   이경림의 시에는 뜨거운 삶의 집착과 뜨거운 삶의 향기가 있다. 용트림하는 생을 맞받아치는 삶의 치열한 경쟁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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