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영국편 /신구문화사(17)
영국편
버논 와킨스(Vernon Watkins)
발견(發見)들
두 눈이 고정되는 곳에 양극(兩極)이 날아가고
있다.
아메리카는 아직도 콜럼버스를 찾아내지
못했다.
틀러미의 유성(遊星)들은 제멋대로 놀아나서,
코페르닉스의 지혜(知慧)를 예언한다.
단테는 원동력을 일컬어 제1원인이라고,
세계와 딴 별을 움직이는 그것은 사랑.
위대한 갈릴레오, 고문대(拷問臺) 위에 뒤틀린 채
로,
저 빛나는 태양을 하늘에서 끙끙 불러내
서는 도로 돌려 보낸다.
브레이크는 이 하강(下降)하는 세계 위에서 천
공(天空)을 붙잡는다,
그리하여 모든 별들은 사람의 눈을 뚫고
내리 비친다.
딴은 그 별들을 보지만, 그대로 두려고
하지 않는다.
흰 등(燈)이 켜진다. 두 입술이 빙그레 웃고
있다,
-세계가 사라진다. 혹
은 볼테르가.
스위프트는 제 매장식(埋葬式)의 냉정한 애도자(哀悼者),
세속(世俗)의 마음엔 운석(隕石)처럼 불붙어도.
귀먹은 베토벤은 그러면서 모든 것을
들어,
소리의 장례(葬禮)에서 모든 음악을 두루루 풀
어낸다.
세 예언자가 떨어진다. 한 밤의 동복자(同腹者),
눈 먼 밀턴이 빛의 부동(不動)의 심연(深淵)을 응시한
다.
저 의 걸인(乞人),
예이츠는 또다시 별들의 혼돈을 불밝힌다.
움직임없는 운동! 글쎄, 티아시레스,
영원한 파리들, 지나며 있는 것은 지날
수 없다.
늙은 헤라크리투스가
외친다.
휜 휴겔의 나비들로 변하는 빛.
릴케는 참는다 모든 것을, 나무처럼 생각
하고, 믿고
갈앉는다 낙엽을 견디는 손 속으로.
별들! 기호(記號)들! 위대한 안젤로는 그것들
을 모두 내던져 버린다.
그의 빙빙 도는 천정(天井)은 12궁(宮)을 그린다.
원리를 시험하는 키이츠의 맥박.
소리가 죽은 때에 비롯되는 제2의 음악.
상실(喪失)로써 큰 보상을 가져오는 기독교적
역설(逆說). 키에르케고르에게 알려진 계기(契機).
(박희진 번역)
*황해(荒海)의 발라드 *황해: 거친 바다
바람의 냄새가, 나는 그것을 맡는 것이 좋
다고
도버 낭떠러지 꼭대기에 있는 사내가
말했다.
나는 바다의 목소리가, 그 소리가 좋다고
땅속에 자는 화석(化石)의 인간은 말했다.
나는 바다를 바라보고 싶다.
나는 바다를 바라보자.
태양은 낭떠러지의 흰 얼굴 위에, 비스듬
히 떨어졌다.
그리고 바닷물은 다투어 돛 밑을 달렸다.
그러나 *백악(白堊)의 베드에 있는 화석의 사
내는 *백악:백색이나 담황색의 부드러운 석회질 암석
그의 무덤 속에서 뒤치락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바다 물결이 노크할 때 깨지 않는다면
바위 속의 사내가 대체 무슨 소용이 있
으랴?
나는 바위 속에서 일어나고 싶다.
나는 바위 속에서 일어나자.
오, 갈매기는 울고 있다. 갈매기는 울부
짖고 있다.
바다는 잔인하며, 푸르고, 초록빛이라고.
하지만 오늘, 바닷물은 비말(飛沫)로 희다.
배 안에서 어부들이 말하는 것에 귀기울
여라.
어부들은 작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고 있
었다,
그리베 갑(岬)에서 존 오 그로츠에 이
르는 사이에서.
그때 바위 속의 사내와 낭떠러지 위의 사
내가
곧장 빳빳해진 그림자처럼 만났다.
그들은 측면(側面)에서 갈고리를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은 조수와 함께 불어 닥치었
다.
그들은 몸을 기울여, 측면에서 내밀고 있
었다.
그들은 측면에서 갈고리를 던지고 있었다.
바다 물결의 아우성 위에 환영(幻影)이 있다.
외치는 소리. 그리고 한 사내가 백악의
낭떠러지의
문을 통해 들어왔다. 별과 바다는
어부의 무릎의 공포 속에 가두어졌다.
그러나 흰 물결은 더욱 더 날카로운 소리
를 지른다 -
그들은 여기에서 달아날 순 없으리라.
별이 떨어지고 둘의 입이 키스할 때까진
그들은 여기에서 달아날 순 없으리라.
바다에서 올라 오너라, 너 모래들이여!
너는 큰 고래가 헤엄치는 곳에 잠기어
있다.
난파선의 검은 목재의 조각을 향해 올라
오너라.
바다에서 올라오너라, 너 낭떠러지여.
나는 밤에 로프와 핀을 놓아두고 있다.
바다가 밀려들어 올 때 나는 그대의 눈을
열어 준다.
나는 굴속에 내 앙상한 두개골을 놓아두고
있다.
나는 갈매기 울음을 들으려고 대기하고
있다.
바다의 갈매기가 소리높이 이렇게 부르고
있으니까,
바다는 시의(屍衣)처럼 하이얗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