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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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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홍문표 시창작강의 노트 11 댓글:  조회:812  추천:0  2019-11-01
홍문표 시창작강의 노트 45 광복이후 모더니즘 시의 전개 ​ 홍문표 ​ (1) 광복기 모더니즘 ① 광복 공간기 시단 ​ 좌파시단- 오장환 이용악 설정식 박아지 임학수 등 우파시단 -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신석정 유치환 서정주 등 중간파시단 - 김광균 구상 김춘수 조병화 박인환 김종길 김규동 전봉건 등 ​ ② 김기림의 모더니즘 퇴조와 절필 초기 - 모더니즘 시론의 대표자, 새로운 감수성 주장 (1930) 중기 - 모더니즘의 위기, 전체시론 강조(친일) (1939) 후기 - 시와 정치의 결합. 모더니즘 시 퇴조 (1945) 1947년 「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고나」를 발표하고 절필 ​ 철쭉꽃 피면 강화섬 가자던 약속도 잊어버리고 좋아하던 ‘존슨’ ‘브라운’ ‘테일러’와 맥주를 마시며 저 세상에서도 흑인시를 쓰고 있느냐 ​ 해방후 수없는 청년이 죽어간 인천 땅 진흙밭에 너를 묻고 온 지 스무 날 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고나. ​ -김기림“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 없고나”1947 ​ ​ ③「신시론」동인과「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 모더니즘 시가 새로운 운동으로 전개되기 시작하는 것은 1948년 김경린, 박인환, 등이 중심이 된 ‘신시론’ 동인에 의해서이다. 이들은 1948년 동인지 『신시론』을 발간하고 1949년 동인 사화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의 합창』을 발간한다. 신시론 동인은 1950년 『신시론』을 『후반기』로 개제하고 조향, 이한직 등이 새로 참여한다. ​ ④ 시인, 시민, 도시 ​ 시민들은 샘물이 흐르는 도심지대를 향하야 질주하고 있었다. - 김경린「나부끼는 계절」 ​ 폭풍이 머문 정거장 거기가 출발점 정력과 새로운 의욕 아래 열차는 움직인다 격동의 시간 꽃의 질서를 버리고 - 박인환「열차」 ​ (2) 1950년대 모더니즘 시운동 ① 모더니즘시의 새로운 모색 1930년대의 열정 1940년대의 퇴조 -「신시론」,「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1950년대의 새로운 모색 -「후반기」동인 6.25와 폐허의 도시, 현대인의 불안, 새로운 존재인식 ​ ② 후반기동인 1949년 김수영, 김경린, 박인환 등이 모더니즘을 표방한 사화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의 합창』을 펴내고, 그해 이한직, 조향, 박인환, 김경린 등이 모더니즘을 표방하는 ‘후반기’ 동인을 결성한다. ‘후반기’ 동인은 임시 수도였던 부산에서 활동했다. ​ ③박인환, 김규동, 김경린의 전쟁과 도시 ​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박인환「목마와 숙녀」에서 ​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최후의 절정에서 흰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피 묻은 육성의 파편들을 굽어본다. ​ 기계처럼 작열할 심장을 축일 한 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한 광장에서 어린 나비의 안막을 차단하는 건 투명한 광선의 바다뿐이었기에 - 김규동「나비와 광장」에서 ​ 오늘도 성난타자기처럼 질주하는 국제열차에 나의 젊음은 실려가고 - 김경린「국제열차는 타자기처럼」에서 ​ 목마와 숙녀 - 산문적 리듬감, 전후의 서울, 불안, 허무 나비와 광장 - 6.25와 상처에 대한 관심, 신선한 발상 국제열차는 타자기처럼 - 도시의 역동성 ​ ④ 조향의 초현실주의와 데뻬이즈망 ​ 낡은 아코오뎡은 대화를 관뒀습니다. ​ -여보세요! 에 피는 들국화 ​ -왜그러십니까? ​ 모래밭에서 수화기 여인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림자 ​ 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부우」 그위에 손을 흔드는 파아란 기폭들 나비는 기중기의 허리에 붙어서 푸른 바다의 층계를 헤아린다 -「바다의 층계」 ​ 데뻬이즈망이란 자리바꿈, 곧 전위를 의미한다. 조향에 의하면 전위시키는 방법으로는 서로 관계없는 것들을 한데 갖다 붙이는 방법 ​ ⑤ 김춘수의 존재탐구와 언어중심주의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꽃」 ​ 언어는 존재의 집 - 하이데거 언어가 있기에 사물이 존재한다. - 언어중심주의, 이성중심주의, 모더니즘, 존재탐구 소쉬르, 기표와 기의의 불일치, 기표의 독립성 - 무의미시의 계기 ​ ⑥ 김수영의 반이성적 아이러니 시작 ​ 흥분할 줄 모르는 나의 생리와 방향을 가리지 않고 서 있는 서가와 서가 사이에서 도적질이나 하듯이 희끗희끗 내어다 보이는 저 흰 벽들은 무슨 조류의 분뇨와도 같아 ​ 오 죽어있는 방대한 서책들 ​ 너를 보는 설움은 피폐한 고향의 설움일지도 모른다 예언자가 나지 않는 거리로 창이 난 이 도서관은 창설의 의도부터가 풍자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국립도서관」에서 ​ 책의 죽음 - 이성의 죽음 책 - 근대 - 전통에 대한 아이러니 역사적 현대의식 - 참여적 관심 ​ (3) 1960년대 모더니즘 시 ① 1930년대 시단 순수시 - 박용철, 김영랑 카프시 - 임화, 권환, 이용악 모더니즘 - 이상, 김기림, 정지용, 김광균 ​ ② 1945년대 문단 좌파시, 우파시, 중간파 모더니즘 퇴조 ​ ③ 1960년대 시단 참여시 - 김수영(모더니즘), 신동엽, 이성부, 조태일, 최하림, 김준태 순수시 - 김춘수, 전봉건, 김구용, 김종삼, 김광림 (모더니즘) 전통시 - 서정주, 박목월, 이동주, 박재삼, 이형기, 박용래 ​ ④ 4․19와 참여시 ​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 자유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푸른하늘을」 ​ 4․19직후 작. 문학의 현실참여. 정치참여고취 ​ ⑤ 김춘수의 무의미 ​ 눈보다도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물새는 죽은 다음에도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도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춘수 「처용단장」 1-4 ​ 언어-기표(응성기호)와 기의(의미) ​ 기표만의 언어, 의미 배제 관념적인 참여시, 목적시 반대 - 관념의 공포- 서술적 이미지 추구 비유적 이미지(의미 대리) - 서술적 이미지(의미 배제) - 순수시 자유연상 - 대상의 사라짐 액션페인팅 - 기하학적 추상에서 추상적 표현주의, 행위중심(퍼포먼스), 글쓰는 행위. ​ ⑥「현대시」동인들의 다양한 모색 ‘현대시’ 동인은 1962년 처음 발행된 시집 『현대시』1집부터 1972년 마지막 발행된 26집까지 10년 동안 26권의 동인지를 펴내면서 60년대 우리 모더니즘 시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전봉건, 김광림, 김요섭, 김종삼, 박태진, 주문돈, 신동집, 허만하, 김하림, 민웅식, 장만영, 김수영, 박양균, 한성기, 이수익, 정진규, 장호, 박남수, 김춘수, 김윤성, 등 ​ 월광의 물 비늘과 비늘이 부서지는 라벨의 비단 손 가을의 차고 선명한 물의 월광 광란의 여름을 전송하고 그는 돌아온다 성으로 바람이여 빈 천정을 울리는 월광의 물결소리 - 김형태의「월광」에서 ​ 현실이 탈락한 추상의 공간 - 시인의 내면 자유연상, 초현실주의, 밝은 환상, 환각적 유희. ​ 사나이의 팔이 달아나고 한 마리 흰 닭이 구 구 구 잃어버린 목을 좇아 달린다. 오 나를 부르는 깊은 명령의 겨울 지하실에선 더욱 진지하기 위하여 등불을 켜놓고 우린 생각의 따스한 닭들을 키운다. 닭들을 키운다. 새벽마다 쓰라리게 정신의 땅을 판다. 완강한 시간의 사슬이 끊어진 새벽 문지방에서 소리들은 피를 흘린다. 그리고 그것은 하아얀 액체로 변하더니 이윽고 목이 없는 한 마리 흰 닭이 되어 저렇게 많은 아침 햇빛 속을 뒤우뚱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 이승훈「사물A」 ​ 젊은 시절의 내면풍경, 어두운 환상, 환각적 유희. ​ 내가 한마디의 말을 알았을 때 처음 내가 한마디의 말을 알았을 때 나의 나무엔 슬기의 이파리 하나 피어나고 점 점 그것은 예지의 숲을 이루어 가던 그러한 나의 영광이여, 집중의 때여 - 정진규「집중」에서 ​ 나뭇잎이 처음 피어나는 순간의 감각, 황홀감 ​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사랑의 ​ 풀잎되어 젖어 이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 이수익「우울한 샹송」 ​ 상실한 사랑과 현대인의 우수 - 내면풍경 - 우체국 ​ 밤이 자기의 심정처럼 켜고 있는 가등 붉고 따뜻한 가등의 정감을 흐르게 하는 안개 ​ 젖은 안개의 혀와 가등의 하염없는 혀가 서로의 가장 작은 소리까지도 빨아들이고 있는 눈물겨운 욕정의 친화 - 정현종「교감」 ​ 사물들의 감각교환, 사물의 친화 - 욕정, 에로티시즘 ​ 고요한 환상의 출장소 뜰,뜰의 달콤한 구석에서 언어들이 쉬고 있다 추상의 나뭇가지에 살고 있는 언어들 중의 몇몇은 위험한 나뭇가지들 사이를 날아다니다 떨어져죽고 나의 고장난 수도 꼭지에서도 뚜욱뚜욱 언어들이 죽는다 - 오규원「환상의 땅」 ​ 언어의 휴식과 죽음. 추상과 사물에외 언어의 죽음 ​ (4) 1970년대 모더니즘 시 ① 1970년대 시단 민중시 - 김지하, 조태일, 신경림, 고은, 최하림, 이성부, 정희성 전통시 - 조정권, 나태주, 이성선 외 전통적 서정시인들. 도시적 감수성의 시 (모더니즘 계열) 언어시 - 김춘수, 황동규, 김영태, 이승훈, 정현종, 오규원. 도시시 - 감태준, 김광규, 이성복, 최승호, 정호승. ​ ② 도시적 감수성 -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경계 산자락에 매달린 바라크 몇 채는 트럭에 실려 가고, 어디서 불볕에 닳은 매미들 울음소리가 간간이 흘러 왔다 다시 몸 한 채로 집이 된 사람들은 거기, 꿈을 이어 담을 치던 집 폐허에서 못을 줍고 있었다 ​ 그들은, 꾸부러진 못 하나에서도 집이 보인다 헐린 마음에 무수히 못을 박으며, 또 거기. 발통이 나간 세발자전거를 모는 아이들 옆에서, 아이 들을 쳐다보고 한번 더 마음에 못을 질렀다 - 감태준 「몸바뀐 사람들」에서 ​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된 삶 - 리얼리즘 상실한 자아, 분열된 삶 - 모더니즘 ​ 한줄의 시는커녕 단 한줄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들은 어디에 무엇을 남길 것이냐 - 김광규 「묘비명」 ​ 삶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적 성찰- 리얼리즘 낯선 언어형식의 추구 - 모더니즘 ​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주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 신경림 「농무」에서 ​ 대상 - 집단, 민중 역사적 주체, 통합된 자아. ​ ③ 이성복의 새로운 모더니즘 실험 ​ 어느날 갑자기 망치는 못을 박지 못하고 어느날 갑자기 벼는 잠들지 못한다 어느날 갑자기 재별의 아들과 고관의 딸이 결혼하고 내 아버지는 예고없이 해고 된다 어느날 갑자기 새는 갓 낳은 제 새끼를 쪼아먹고 캬바레에서 춤추던 유부녀들 얼굴 가린 채 줄줄이 끌려나오고 어느날 갑자기 내 친구들은 고시에 합격하거나 문단에 데뷔하거나 미국으로 발령을 받는다 어느날 갑자기 벽돌을 나르던 조랑말이 왼쪽 뒷다리를 삐고 과로한 운전수는 달리는 버스 핸들 앞에서 졸도한다 - 「그러나 어느날 우연히」 ​ 오세영 - 파격적 산문시, 회화의 직접 도입 대위법적 이미지, 내면 독백 형식의 자유연상, 언어 실험 이승훈 - 그는 기존문법을 파괴하고, 우연의 미학을 강조하고, 유물적 초현실주의를 지향 한다. 그가 노리는 것은 무슨 결론이나 해결이나 종합이 아니라 끝없는 부정이고, 이 부정이 아방가르드적 요소가 된다. 그가 보여주는 이런 특성은 80년대에 이른 바 해체시라는 용어를 낳는다.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46 1980년대 이후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 홍문표 ​ (1)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① 리얼리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리얼리즘 - 총체성의 회복 (이성중심) 모더니즘 - 질서회복(이성중심) 포스트 모더니즘 - 질서와 총체성 부정 (이성중심 거부) ​ ② 작가란 무엇인가 모더니즘 리얼리즘 -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 포스트 모더니즘 - 작가의 특권 부정, 작가의 죽음, 독자 중심, 다원주의 ​ ③ 진리의 현현이 가능한가 모더니즘 리얼리즘 - 진리의 현현(epihany) 가능, 중심, 절대 신봉 포스트모더니즘 - 진리는 계속 유보됨. 디페랑, 계시록적 시대. ​ ④ 확실성의 문제 모더니즘 리얼리즘 - 언어에 의한 확실성 포스트모더니즘 - 구심점, 축, 절대적 확실성 없음 ​ ⑤ 양극화의 극복 리얼리즘 - 예술의 이념화, 모방, 산문적 모더니즘 - 예술의 형식성, 차이, 시적 포스트 모더니즘 -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양극성 초월 ​ ⑥ 제임슨의 포스트 모더니즘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을 후기 자본주의의 지배적인 문화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초기 시장자본주의가 사실주의를 독점자본주의나 제국주의가 모더니즘을 등장시킨 것이라면 다국적 자본주의 형태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리얼리즘이나 모더니즘의 특징으로 미학적 대중주의, 역사의식의 빈곤, 의미의 해체, 행복감, 비판적 거리의 말소, 반영이데올로기의 약화를 들고 있다. ​ (2) 1980년대의 해체시 운동 ① 해체시의 의미 80년대 우리 시를 지배한 건 리얼리즘과 해체이다. 민중시나 해체시나 궁극적으로 노린 것은 현실 부정이고, 현실 파괴이고, 현실을 지배하는 질서 파괴이고, 질서를 구성하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죽이기이다. 그러나 방법은 다르다. 리얼리즘이 형식을 지킨다면 해체시는 형식을 파괴한다. ​ 80년대 해체시의 감각은 우선 ‘광주’로 대표되는 한국 근대성의 파산에 기초하고 있다. 60년대 이래의 근대화가 이룩한 한국 산업자본주의와 그 문화인 한국 모더니즘이 모순의 한 극점에 이른 것이 ‘광주’로 시작된 80년대라 할 수 있다. 해체시는 80년대가 보인 한국 근대성의 끔찍한 얼굴에 직면하면서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몸짓에서 생성되었다. 전면적인 부정이라는 점에서 해체시는 전위적이다. ​ ② 해체시의 전략 -형태파괴 그러니까 형태파괴의 전략은 1) 우리 삶의 물적 기초인 파편화된 모던 컨디션과 짝지워진 ‘훼손된 삶’에 대한 거울이며, 2) 파시즘에 강타당한 개인의 ‘내부파열’ 에 대한 창이며, 3) 의미를 박탈당한 언어의 넌센스, 즉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교란이었으며, 4) 검열의 장벽 너머로 메시지를 넘기는 수화의 문법이었다고 할까요? ​ - 황지우 「끔찍한 근대성」 ​ 오늘 오후 5시 30분 일제히 쥐(붉은 글씨)를 잡읍시다 벽4 1984년은 쥐띠 해이다 재앙의 날들이여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다오 - 황지우「오늘 오후 5시 30분 일제히 쥐를 잡읍시다」 ​ 벽보라는 일상의 세계와 시적 상상력의 경계해체. 시니피앙의 강조, 콜라주기법(다다이즘) - 신문기사인용 인쇄효과 (미래파) ​ ③ 유물적 초현실주의 바퀴벌레들이 동요하고 있어 꿈이 떠내려가고 있어 가라앉는 산, 길이 벌떡 일어섰어 구름은 땅 밑에서 빨리 흐르고 어릴 때 돌로 쳐죽인 뱀이 나를 감고 있어 깨벌레가 뜯어먹는 뺨, 썩은 나무를 감는 덩굴손, 죽음은 꼬리를 흔들며 반기고 있어
3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10 댓글:  조회:966  추천:0  2019-11-01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42 모더니즘시의 이해와 창작 ​ 홍문표 ​ (1) 모더니즘의 일반적 개념 ① 근대 또는 현대의 지향 - 모더니즘(Modernism)은 바로 모던(modern), 즉 근대 또는 현대를 지향하는 인간 문명의 역사적 이념이다. ② 이성중심주의 - 근대는 인간의 이성에 의한 합리적, 과학성, 전체성을 향한 플라톤 이래의 보편적, 본질적 가치중심주의 사상이다. ③ 반과거 주의 - 모더니즘은 언제나 전시대를 불완전한 것으로 보고 완전을 향해 진보한다고 보는 변증법적 사고다. 헤겔 - 현재는 과거의 완성이다. ​ (2) 20세기 모더니즘 문학 ① 반 19세기 사조 기존의 리얼리즘과 합리적인 기성 도덕, 전통적인 신념 등을 일체 부정하고, 극단적인 개인주의, 도시문명이 가져다 준 인간성 상실에 대한 문제의식 등에 기반을 둔 다양한 문예사조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넓게는 니체의 허무주의, 마르크스의 유물사관과 혁명이론,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포함한다. ② 20세기 모더니즘의 두 양상 주지적 모더니즘 - 20세기 모더니즘은 이미지즘, 주지주의, 형식주의, 구조주의, 기호학 등 아방가르드적 모더니즘 - 다다이즘, 미래파, 입체파, 초현실주의, 부조리문학, 해체주의, 포스 트모더니즘 등이 있다. ​ (3) 모더니즘 문학의 공통적 특징 ① 전위성과 실험성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것은 모더니즘과 관계가 있다. 실험적인 까닭에 이들은 일정한 형식을 이루지 못한다. 또한 모더니즘의 예술은 의식적으로 제작하는 만큼 기존의 것들을 파괴한다. 이런 경우 파괴는 거의 현대문명, 과학적인 기술 등에 의해서 창조의 의의를 갖게 된다. 그리고 파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전통, 특히 바로 전 시대의 예술방법과 주제 및 소재다. ​ ② 반사실주의 모더니즘은 더 직접적으로는 사실주의 및 자연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다. 사실주의와 자연주의는 19세기적 유물론과 관련이 깊은데 모더니즘은 그러한 유물관은 물론 일체의 물질주의와 산업주의를 개인 정신의 부자유로 보고 반발한다. 그런 점에서는 상징주의나 초현실주의와도 상통한다. ​ ③ 현실과 미래 지향 모더니즘 문학은 과거 지향적이라기 보다는 현실 지향적이고 나아가서는 미래에 대하여 예언적인데, 그 예언은 묵시록적인 세상의 파멸, 반 유토피아에 대한 비젼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 ④ 지적인 문학 반낭만은 필연적으로 주지적이다. 이는 낭만주의가 주정적이기 때문이다. “시는 현대의 지성과 정신을 통하여 의식적으로 소위되는 정신적 소산물인 따름이다.” - 김광균 “시는 언어의 구조물이다” - 김기림 ​ ⑥ 형식화된 내용 사상이나 내용은 일정한 형식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형식화된 내용이 바로 문학이다. 사상의 조형성(造形性)이 최대의 관심이다. ​ ⑦ 이미지의 중시 사상의 형식화, 조형성의 논리는 바로 이미지즘의 시각성 내지 감각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운드(E. Pound)의 시각시(phanopoeia)에 통하는 개념이고, “시어는 시각적이며 구체적인 언어”라고 말한 흄(T.E. Hulme)의 정의에 통하는 말이다. 플린트(F.S. Flint)의 이미지즘(Imagism)이나 랜솜(J.C.Ransom)의 물질시(physical poetry) 엘리엇(T.S. Eliot)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objective correlative)도 같은 개념이다. ​ ⑧ 현실비판 모더니즘시는 이성적이고 도시적이지만 동시에 도시적인 현대와 문명에 대한 비판을 가한다. 엘리엇의「황무지」김기림의「기상도」등이 그것이다. ​ ⑨ 도시어 사용 모더니즘 시인들은 도시어․ 문명어․ 외래어 등을 즐겨 사용한다. 김광균의 경우 시집명으로서「와사등」과 「기항지」가 있고 그밖에 공장, 교당, 분수, 호텔, 급행열차, 전신주, 새로팡지, 램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사용했다. ​ ⑩ 반자연, 비개성적 자연 모더니즘시의 가장 중요한 태도는 모든 자연, 또는 사물에 감정을 배제한다. 소위 객관적 주관의 서술태도를 보인다. ​ 바다는 뿔뿔이 달아 날랴고 했다. ​ 푸른 도마뱀처럼 재재 발렸다. ​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 - 정지용의「바다」에서 ​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 박두진「하늘」에서 ​ (2) 주지주의적 모더니즘 시 ① 주지주의(主知主義, intellectualism) 문자로 보면 지성을 모든 가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인데 정리하면 인식론에서는 감각론, 경험론, 직관주의, 신비주의 등에 대립하며 실재는 이성에 의해서만 파악될 수 있다는 이성중심주의에 근거한다. 주정주의의 대립개념으로 감각과 정서보다는 지성을 중요시하는 창작태도 또는 그 경향을 의미한다. ​ ② 주지주의와 엘리엇의 객관적 상관물 1) 시는 개성과 정서으로부터의 도피 엘리어트는 「전통과 개인의 재능」에서 시는 감정의 표현이 아니고 감정으로부터의 도피다. 그것은 개성의 표현이 아니고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하였다. 지금껏 전통적인 시론은 감정과 개성을 시의 절대적인 요건으로 생각하였는데 엘리어트는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 2) 의미와 이미지가 동일한 객관적 상관물 작품이 독자에게 주는 효과는 작가의 자서전적인 의미보다 오히려 기교, 즉 이미지에 의한 깊은 매체로서의 작품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미와 이미지가 동일하게 되어야 한다. 이처럼 관념이나 정서와 동일한 이미지를 객관적 상관물(objective correlative)이라고 그는 부른다. 객관적 상관물은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정서나 사상을 그대로 나타낼 수 없으므로 그 정서와 사상에 상응하는 사물의 이미지나 장면 등을 찾아내어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창작에 있어 감정보다 이미지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 난 인생을 커피 숟갈로 되질하듯 살아왔던 것이다. - 엘리어트의「J.A. 프로푸록의 연가」에서 ​ 인생을 커피 숟갈로 되질했다는 표현은 바로 객관적 상관물의 설명에서 특정한 정서(particular emotion)가 될 수 있는 일단의 대상, 상황, 사건이라는 말과 상통한다. 지겹고 무의미하게 살아온 과거를 ‘커피 숟갈로 되질한 인생’이라고 표현할 때, 우리는 갑자기 충격적인 정서적 환기를 실감하게 된다. ​ 그러면 우리 갑시다, 그대와 나, 지금 저녁은 마치 수술대 위에 에텔로 마취된 환자처럼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같은 작품에 나타난 일절이다. 여기서는 희미하고 몽롱한 저녁을 ‘수술대 위에 에텔로 마취된 환자’라는 객관적 상관물로 대응함으로써 신선한 감각의 환기를 느낄 수 있다. ​ 3) 사상의 감각화 이는 결국 사고의 감각적 파악, 사고를 감각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으로 귀착된다. 말하자면 사상을 장미꽃 향기처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시론이기도 하다. 사상의 감각화, 이를 통합된 감수성(unified sensibility) 이라고도 한다. ④ 랜섬의 형이상시와 컨시트 1) 시의 세 유형 랜섬은 시를 사물을 표현하는 형이하적인 물질시(platonic poetry)와 사상만을 나타내는 관념시(physical poetry), 메타포와 내포적 언어를 쓰는 형이상시(metaphysical poetry)로 구분하면서 사상만으로 치우친 명상시, 감정으로만 치우친 낭만주의 시 등은 감수성의 분열( dissociation of sensibility)을 보이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즉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형이상학적 기상(metaphysical conceit) 즉 컨시트로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그 푸른 치맛 자락을 훨훨 휘두르며 학교와 탑 밑 잔디밭을 거쳐, 늙은 완고덩이 선생들의 강의 들으러 가라 한 마디로 믿지는 말고 ​ 흰 리본으로 너의 윤나는 머리를 묶어라 그리고 결말 같은 건 전연 생각지 마라 저 풀밭을 거닐고 하늘에서 지저귀는 푸른 새들과 같이 -「푸른 소녀들」 ​ (2) 모더니즘과 이미지즘 ① 흄의 이미지론 1) 건조하고 단단한 이미지 영국의 비평가 겸 철학자인 흄(T.E. Hume)은 종래 낭만주의 문학의 주관적인 입장과 시의 모호성을 비판하고 예술에 있어서 객관성과 훈련은 물론 시에 있어서는 축축하게 젖어 있는( wet and damp) 시가 아니라 건조하고 단단한(dry and hard) 이미지의 시이기를 강조하였다. ​ 2) 음악에서 조각으로 새로운 시는 음악보다 조각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청각에 대해서보다는 시각에 대하여 호소한다. 그것은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조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 3) 정확, 정밀, 확실 이미지는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구상의 언어이기 때문에 그는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그는 시의 세 가지 목표로서 정확, 정밀, 확실을 내세운 것이다. 이러한 이론이 이미지즘(imagism) 형성의 철학적 바탕을 이룬다. ​ 가을밤의 싸늘한 촉감 나는 밖을 걸으면서 얼굴이 붉은 농부같이 불그레한 달이 울타리를 넘보는 것을 보았다 나는 멈춰 서서 말을 걸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둘레에는 도시의 아이들처럼 흰 얼굴을 하고 생각에 잠긴 별들이 있었다. - 흄「가을」 ​ ③ 파운드의 이미지론 시란 간결하고 견실한 언어, 리듬과 의미의 일치, 관용적인 표현의 거부, 형용사는 장식이 아니라 직접 내용이라는 것인데 이는 한자나 한시의 영향을 받은 바 크다. 한자가 갖는 상형성은 소위 은유의 그림(picture of metaphor)과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 고도로 긴축된 언어의 묘미에서 많은 것을 발견한다. ​ 군중들 사이에서 홀연히 나타난 이 얼굴들, 축축한 검은 가지의 꽃잎들 -「지하철 정거장에서」 ​ “3년 전에 나는 파리의 라꽁꼬르드의 지하철에서 내려 갑자기 한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또 다른 얼굴, 그리고 또 다른 얼굴, 그리고 한 아름다운 어린아이의 얼굴, 그리고 또 다른 아름다운 부인을 보고서, 그 날 종일 그 인상 받은 것을 나타낼 말을 찾고자 애썼지만, 그 돌연한 감정만큼 가치 있고 아름다운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30행의 시 한편을 썼지만 그것을 찢어버린 것은 그것이 소위 강열도 제 2위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6개월 후에 그 반 정도 길이의 시를 썼고, 7년 후에 위와 같은 글귀를 지었다.” - 파운드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43 아방가르드, 다다와 초현실주의 시 ​ 홍문표 ​ (1)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① 예술의 혁명운동 전위, 아방가르드(avant garde)란 본시 군대용어로 전투할 때 선두에 서서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부대의 뜻이다. 이것이 변하여 러시아혁명 전야 계급투쟁의 선봉에 서서 목적의식으로 일관된 정당과 그 당원을 지칭하게 되었다. 그것이 예술에 전용(轉用)되어 끊임없이 미지의 문제와 대결하여 이제까지의 예술개념을 전복시킬 수 있는 혁명적인 전위예술경향 또는 그 운동을 뜻하기에 이르렀다. 아방가르드는 1차 대전 전후 유럽에 나타난 것인데 아도르노는 물화된 이성의 해방을 위해 비이성적 세계관으로 대응하는 예술운동이라고 했다. 다다이즘․ 미래주파 운동이 그 출발이었고, 추상예술과 초현실주의가 전위예술의 2대 조류를 이루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기성예술에의 반항이나 혁명정신 그 자체가 대중사회의 다양한 풍속 속에 확산하여 전위예술은 특정 유파나 운동에 그치지 않고 첨단적인 경향의 총칭이 되었다. ​ ②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모더니즘이나 아방가르드는 모두가 반과거적 새로움의 지향이지만 주지적 모더니즘은 이성을 통한 새로움의 추구이고, 아방가르드는 반이성, 비이성을 통한 새로움의 추구라는데 차이가 있다. ​ (2) 다다이즘 ① 다다의 선언 “나는 하나의 선언을 한다. 그러나 그것에 의해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다. 나도 무엇을 말하려고는 한다. 그러나 나는 주의를 내세우는 선언에는 반대하는 바이다. 나는 주의 자체를 반대한다. 그리고 나는 설명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의의란 것이 싫기 때문이다. 다다이즘은 관념을 버린다는 말이다. 다다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다다, 기억의 폐지, 다다, 고고학의 폐지, 다다, 예언자의 폐지, 다다, 미래의 폐지, 다다, 자연에서 비롯된 모든 우상에 대한 이의없는 절대적 신앙, 다다.” - 트리스탄차라, 1918 ​ ② 다다의 형성 다다이즘은 세계 1차대전 도중에 일어난 예술운동이다. 1916년 루마니아에서 스위스 쮜리히에 망명해 온 트리스탄 차라(T.Tzara)를 비롯하여 같은 해 독일로부터 역시 쮜리히에 망명해 온 위고 발(H. Ball) 등 몇몇 망명 예술가들에 의해 ‘다다’라는 단체가 조직되고 1919년 파리에서 브르똥(A. Breton), 아라공(L.Aragon), 수뽀(P.Soupault) 등 여러 시인들이 「문학」이라는 잡지를 발간하며 이 운동에 가담함으로써 시의 한 조류를 이루게 되었다. ​ 소리도 없이 많은 문이 열렸다. 그것은 팔을 내밀은 무거운 광야의 날개다. 쇠의 초원은 길잃은 대상의 뼈가 흩어져 있는 운하를 넘는다. 공중에 매달린 길에 뻗은 주검은 추운 군중의 목구멍 속에서 타고 있다. 하상에는 녹모토의 한 가닥 빛이 가로누어 유리의 축으로 바람은 찢어지고 있다. 바다의 뇌우에서 눈은 익고 기르는 빛에 싸인 많은 옥석은 많이 모여서 잠든다. 어떤 고통도 입술의 물결에 미끼를 뿌리지 않는다. 권태는 야생의 직물원료의 물가에 좌초했다. - 차라의「문은 열렸다」에서 ​ (3) 이상의 전위적 모더니즘 ① 이상과 전위적 모더니즘과 그 계보 이상의 시는 20년대 정지용이 보여주던 미래파적 요소나 임화가 보여주던 초현실주의적 요소가 새롭게 계승된 것이라고 봄. 이런 변증법적 연속이 50년대 김수영의 초현실주의적 기법이나 조향의 데뻬이즈망, 김춘수의 무의미 시, 60년대 ‘현대시’ 동인 일부가 보여주는 내면탐구, 비대상 시, 80년대의 박상배, 이성복, 황지우, 최승호, 90년대의 송찬호, 박상순같은 시인들에 의해 계승됨. ​ ② 분열과 단절의 현대성 벌판한복판에 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에는꽃나무가 하나도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히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히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생각하는 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 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위하여 그러는것처럼 나는참그런 이상스런흉내를 내었소. -「꽃나무」 ​ 꽃나무로 표상되는 자연과의 소외, 대상과의 단절감, 공포의 확인. 이 시는 자연과 자아의 단절, 대상과 주체의 단절뿐만 아니라 자연의 내적 분열, 자아의 내적 분열이라는 2중의 단절을 보여준다. 30년대 많은 이미지스트들이 대상에 대한 감각적 인상에만 집착함으로써 주체의 고뇌나 불안이나 절망을 괄호친다면 이상에 의해 비로서 우리 모더니즘 시는 주체와 객체의 단절, 주체의 내적 분열이라는 현대적 주제가 드러난다. ​ 1)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 ​ 2)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 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오감도시 제15호」 ​ 1)의 시는 이상시의 모태이며 출발점으로 대상, 객체, 세계와 단절되면서 이상이 체험하는 내적 분열, 자아 찾기, 자아 성찰의 풍경이며 그는 마침내 이 풍경 속에서 분열한다. 그의 자아 찾기는 네 가지 모티프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거울, 신체기관, 섹스, 수학적 기호이다. ​ 2)의 시에서 ‘거울 속의 자아’는 진정한 자아, 혹은 자아의 본질에 해당된다. 이상은 이런 자아, 본질 앞에서 공포를 느낀다. 이유는 거울 속의 자아는 허위의 자아, 가상, 이미지, 허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자아 찾기는 허구와의 만남으로 끝나고, 산책자로서의 그의 시선, 보고 / 보여지는 시선은 분열되고 리얼리즘이 아니라 기호의 공간으로 넘어간다. ​ ③ 절망에서 기호로 몽타쥬 기법 - 파편성 강조 ​ (수염(鬚.鬚)- 그밖에 수염일수있는것들모두를이름) 1 눈이존재하여있지아니하면아니될처소는삼림인웃음이존재하였다 2 홍당무 3 아메리카의유령은수족관이지만대단히유려하다 그것은음울하기도한것이다 -「수염」 ​ 유기적결합법칙파괴 초현실주의기법시도 ​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또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나는눕는다. -「절벽」 ​ 무의식의드러남, 자동기술법, 성행위묘사, 반합리주의 ​ (5) 초현실주의와 자동기술법 ① 브르똥의 쉬르레알리즘 선언 다다의 일원이었던 브르똥은 다다와 결별하고 쉬르레알리즘이란 초현실주의를 선언하였다. 쉬르레알리즘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아폴리네르로 알려져 있다. ​ “초현실주의란 새로운 표현방법도 아니고 보다 순수한 것도 아니고 시의 형이상학도 아니다. 초현실주의는 정신 및 그것에 관련된 모든 것으로서의 전적인 해방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고칠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 사상의 허약성을 그들에게 보여주며 그들이, 즉 기성 가치관들이 얼마나 흔들리는 기초이며 다져지지 않은 땅 위에 흔들리는 집을 짓고 있는가를 알려주려고 한다. 우리는 부정의 전문가다. 초현실주의는 시의 단순한 한 형식이 아니다. 초현실주의는 스스로의 방향으로 되돌아가려는 정신의 절규다.” ​ ② 초현실주의와 자동기술법 무의식의 언어 질서 초현실주의는 자연에서 직접 얻어지는 이미지 대신에 잠재의식의 이미지를 비현실적(또는 초현실적)으로 결합하여 표현하려고 하기 때문에 자각된 의식에서 보면 무질서하고 일종의 분열증을 일으켜 조리가 닿지 않지만 정신분석학상에서 보면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혁신의 예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동기술법에 의해 이미지의 아날로지(유사성)를 무시하는 듯이 보이지만 원래 이미지는 아날로지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게 마련이며 쉬르레알리즘이라 해서 이 일반적인 언어의 구성원칙을 부정할 수는 없다. ​ 여름도 다간 무렵 중앙 시장을 지나가는 그 여자 손님은 발톱으로 걷고 있었다 하늘엔 절망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 막대한 배암풀을 굴리고 있었다 핸드백 속에는 나의 꿈 그 신의 어버이만이 빨아들였다는 ​ 소금 프라스크가 들어 있었다 담배를 피우는 개에게 마치 상태가 수증기처럼 퍼져 있었다 거기에 막 시비의 판단이 내려진 순간이었다 젊은 여인은 그런 시비의 판단으로 흉악하게 보이고 또 눈총을 받는 도리밖에 없었나 보다 나는 대체 조상 칼리움의 대사 부인과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인가 - 브르똥「해바라기」 ​ (6) 조향의 초현실주의와 데뻬이즈망 ​ 낡은 아코오뎡은 대화를 관뒀습니다. ​ -여보세요! ​ 에 피는 들국화 ​ -왜그러십니까? ​ 모래밭에서 수화기 여인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림자 ​ 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부우」 ​ 그위에 손을 흔드는 파아란 기폭들 나비는 기중기의 허리에 붙어서 푸른 바다의 층계를 헤아린다 ​ -「바다의 층계」 ​ ​ 데뻬이즈망이란 자리바꿈, 곧 전위를 의미한다. 조향에 의하면 전위시키는 방법으로는 서로 관계없는 것들을 한데 갖다 붙이는 파피에 콜레, 이것이 발전된 콜라주, 살바돌 달리의 편집광적 기법 등이 있다. 이 시의 경우 ‘뽄뽄따리아’ ‘디이젤 엔진’ ‘들국화’ 같은 이미지들은 일상적 합리적 문맥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조적인 관계를 맺는 오브제가 된다. 그러나 너무 기계적이다.   홍문표 시창작 강의 노트 44 한국 모더니즘 시의 두 양상 ​ 홍문표 ​ 1.은유와 환유 1) 은유법의 기초 은유는 시(詩)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사법으로 가장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표현기법이다. 직유법이 “달처럼 예쁜 얼굴” 등 유사성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표현기법이라면 은유법은 유사성이 약하거나 없는 사물이나 개념을 대비시켜 동일성을 느끼도록 만드는 표현기법이다. 은유법은 표현적 유사성보다 '내면적 동질성'을 중시한다. 따라서 은유의 핵심은 등가성, 두 사물을 동일시하려는 시인의 상상력이 작용하며 여기엔 분열된 사물을 통합하려는 시 정신이 있다 ​ 하늘은 동전이다. 책은 칫솔이다. 눈발은 마음의 어두움을 가리는 하얀 커튼이다. 창문은 영혼의 통로다. 너는 나의 반쪽이다. 내 마음은 호수요 ​ 2) 환유법의 기초 ​ 수사학에서 환유법은 대유법 중 하나로 대유법에는 제유법과 환유법이 있다. 이중 제유법은 부분으로 전체를 대신하는 비유로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에서 빵은 음식 전체를 그 일부인 빵으로 대신한 경우다. “빵(식량, 먹거리 전체) 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빼앗긴 들(조국 강토 전체) 에도 봄은 오는 가” 한편 환유법은 부분이 아니라 특징으로 전체를 대신하는 비유로 예를 들어 철수가 항상 야구 모자를 쓰고 다닌다고 할 때, "야, 저기 야구 모자 온다."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철수가 온다는 것인데 야구 모자로 철수 전체를 대신한 것이다. 이런 것을 환유법이라고 한다. “펜(글)이 칼(무력)보다 강하다” “요람(탄생)에서 무덤(죽음)까지” “한 잔(술) 했다” 글이나 문장 또는 문학작품을 펜이라고 할 때 이것도 넓게는 은유 또는 상징적 비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은유와 근본 차이는 등가성이 아니라 인접성 또는 접촉성이다. 따라서 이는 사물을 더욱 분리하고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은유와 환유에 대한 문제는 단지 이런 수사학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학 철학 언어학 시학의 근본적인 문제이고 서정시와 모더니즘 시의 특징을 설명하는 원리가 되고 있다. ​ 2. 은유와 환유의 시학적 이해 1) 야콥슨의 시와 산문과 은유와 환유 시인들이 시어를 선택하여 산문과 다른 낯설음을 만드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에 대하여 야콥슨은 등가성(equivalence) 원리를 제시하였는데 그는 시의 언어는 등가성의 규칙에 따라 선택의 축에서 결합의 축으로 시어를 투사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때 등가성이란 바로 은유적 방식을 말한다. 이에 비하여 일반 산문은 등가성의 원리를 선택의 축으로 하지만 결합의 경우는 접촉성에 의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접촉성은 환유의 방식이 된다. ​ ㄱ) 일상어법       접촉성       접촉성                                   저       식사       한다     나 는 +     밥   을 +   먹는다     소인       끼니       때운다     등가성     등가성     등가성     ​ ㄴ) 시의 어법       등가성     등가성   등가성                                       폭포     흐르는   퍼런   징소리     분수 처럼+ 흩어지는 + 푸른 + 종소리     빗물     뿌려지는   시퍼런   새소리     등가성     등가성   등가성   등가성                                     ​ 산문의 문장은 낱말과 낱말이 인접성에 의하여 환유적으로 결합하는 구조이고 시의 문장은 낱말들이 등가성에 의하여 은유적으로 결합하는 구조다. 시는 등가성의 원리에 따라 계열축의 언어를 선택의 축으로 하여 결합해 가는 언술이고, 산문은 전체와 부분이라는 환유적 접촉으로 결합해 가는 언술이다. ​ 2) 프로이드의 꿈과 은유와 환유 ​ 그런데 은유와 환유의 원리를 프로이드는 꿈에서 찾고 있다. 프로이드는 꿈을 억압된 무의식적 욕망이나 소망의 변장된 성취라고 했다. 말하자면 현실이 어떤 욕망을 직접 충족하지 못할 경우 무의식적으로 억압을 느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꿈이라는승화 방식을 택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프로이트에게 있어서 꿈은 잠재적 꿈과 현시적(드러난) 꿈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둘은 인과론적 관련성을 가지는 것으로 무의식적 꿈의 사고라는 것이 먼저 존재하고, 그것이 꿈의 작업이라는 변형(위장) 과정을 거쳐서 의식계에 떠오른 것인데 우리가 잠을 깨고 기억하는 현시적 꿈이 그것이다. 왜 잠재적 꿈이 위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이는 무의식의 내용이 의식계에 떠오르기에 부적절하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누굴 죽였으면 또는 누구와 잤으면 하는 부도덕한 무의식적 욕망이 그대로 꿈에 나타난다면 도덕적인 의식이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의식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그 욕망을 변형시켜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죽이고 싶다 자고 싶다는 것은 꿈 사고를 이루는 잠재적 꿈이고 위장하는 과정이 꿈 작업이며 실제로 우리가 꾸는 꿈이 현시적 꿈이된다. 꿈의 해석은 이 현시적 꿈을 재료로 해서 꿈 작업을 해명하고 잠재적 꿈을 알아내는 작업이다. 문학이나 시도 그러한 꿈의 원리와 같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상상이란 창조 과정을 거쳐 작품으로 내 놓기 때문이다. 그런데 꿈 작업에는 크게 압축방법과 전치(치환, 자리바꿈)방법이 있다. 압축이란 하나의 꿈이 잠재적인 꿈보다 내용이 적어지는 것으로 잠재적인 것이 생략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압축의 꿈 작업이 문학 창작에서는 은유의 문장으로 드러난다. 반면 전치는 실체를 위장하기 위해 일련의 연상을 통해 잠재적 꿈 사고의 요소들을 현시적 꿈의 요소들로 바꾸는 것이다. 예컨대 여인과 자고 싶다는 무의식은 여인과 관련 있는 핸드백이나 머플러 등을 만지는 꿈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전치의 작업이 문학에서는 환유가 된다. ​ 3) 라캉의 무의식의 언어와 은유와 환유 ​ 한편 라캉은 인간이 태어나 사회 생활을 하는 과정을 프로이드의 심리학과 소쉬르 등의 언어학과 결합하여 설명한다. 그는 인간이 태어나 어떻게 의식이 형성 되는 가를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의 삼 단계로 설명한다. 상상계를 거울단계라고 하는데 생후 6개월 내지 18개월 된 어린아이가 거울에 비친 자기 영상을 보고 거울 앞의 모습과 실제를 혼동한다. 어린이는 처음에 자신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다. 손이나 발 등이 자신이 볼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의 전부일 뿐이다. 그러다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총체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바로 이 시기에 주체성이 발달하기 시작하며 자기 몸 일부를 사랑하는 자기성애의 단계에서 몸 전체를 사랑의 대상으로 여기며 발전해간다. 상상계에서 어린이는 아직 자신과 타인의 구분하지 못한다. 어린이는 다른 아이가 울면 따라 우는데 이것이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가장 가깝게 지내는 어머니도 자신과 동일시한다. 상상계는 이러한 상상적 오인을 특징으로 하는데 상상계에서 형성되는 주체성은 결국 허구적일 뿐이다. 왜냐면 자신이 본 자신의 총체적인 모습은 거울을 통해 본 허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와 타자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보는 사고를 은유적 사고라고 한다. 자궁에 대한 그리움 어린 시절 고향이나 엄마 품에 대한 그리움의 원천은 바로 나와 객체간의 구별이 없는 상상계의 무의식적 심리다. 이는 에덴에 대한 향수도 그렇다. 왜 시인은 나와 사물을 동일시하는 가 그 때가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다. 서정시가 나와 사물을 동일시하고 은유가 나와 너를 동일시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어린이는 '자아'라는 개념을 갖게 되면서 아이의 자아는 분열되고 만다. 분열된 자아 때문에 상상계에서 어린이는 혼란을 겪게 된다. 그리고 다음 단계인 상징계로 넘어간다. ​ 상징계는 언어와 문화로 이루어진 보편적 질서의 세계다. 자아가 형성될 수 없었던 상상계와는 달리 상징계에서는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데 그러나 이러한 상징계로의 진입은 희생을 필요로 한다. 바로 어머니라는 존재 외에 아버지라는 금기를 받아들임으로서 상징계로의 진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상징계로 진입한 어린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겪으면서 어머니에 대한 욕망을 아버지의 법으로 전치 즉 바꾸게 된다. 그동안 어머니라는 존재는 자신과 동일시했기 때문에 별다른 정의 없이 그 존재를 이해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라는 외부의 금기를 받아들이고 사회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외부 사회의 무엇을 받아들일 때는 그 사물의 이미지를 그 사물의 이름으로 전치하게 된다. ​ 실재계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항상 의미작용의 영역 너머에 존재하는, 즉 상징적 질서바깥에 존재하는 접근할 수 없는 영역과 분리되는 것을 뜻하는데 라캉은 이 영역을 ‘실재계’라고 부른다. 특히 우리는 어머니의 몸과 분리되어 있다. 사람들이 외디푸스 콤플렉스의 위기를 겪은 다음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 소중한 대상을 다시 획득할 수 없는 일이다. 비유적으로 얘기하면 상상계(바라봄만 있는 세계)와 상징계(보여짐을 의식하는 세계)가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된 것이 실재계다. 즉 나의 욕망을 완벽히 충족시킬 짝이라고 믿었다가(상상계), 포착하는 순간 허상이 되고(상징계), 이 때 상징계로 들어가며 제외된 부분이 잔여물(대용물)로 남아 다시 숭고한 대상이 생긴다(실재계). 라캉의 실재계는 우리의 일상생활의 균형을 탈선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바로 이러한 균형을 진행시켜 주기도 한다. 1 ​ 한편 소쉬르 이론에서는 체계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랑그와 그 언어를 사용하는 개개의 주체사이의 관계에 대한 빠롤이라고 했다. 그런데 랑그는 개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약속된 규칙의 세계이다. 개인들이 말을 하기 위해선 그 규칙에 따라야 하고, 그 규칙의 체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의미는 개인이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언어체계 안에서 랑그에 따라 만들어 지는 것이며, 개인들은 그 규칙에 따라 의미를 말하고 또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사고나 판단은 개개의 ‘주체’가 하는 게 아니라, 언어의 의미체계(구조) 속에 있는 것이며, 개인들은 그것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의미나 판단 혹은 사고가 ‘주체’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언어 구조에 내장되어 있고, 거꾸로 ‘주체’들이 사고하고 판단하기 위해선 이 언어 구조에 따라야 한다는 말이 가능해진다. 그 결과 ‘주체’는 더 이상 자기가 말하고 받아들이는 행위의 중심이 아닌 게 되며, 그 중심은 오히려 주체 외부에 있는 언어라는 객관적 구조에 있다는 게 분명해 진 셈이다. 이는 은유중심의 언어에서 환유중심의 언어로 전환함을 의미하며 주체에서 타자로 개인에서 사회로 통합에서 분열로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아날로그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의 전환을 주도하는 논리가 된다. ​ 나’라는 주체 속에는 바라봄과 보여짐이라는 두 개의 주체가 있다. 데카르트식 주체는 보기만 하는 주체, 즉 보여짐을 당하는 주체를 상정하지 않은 셈이다. 보여짐을 모르는 주체는 왜 위험한가. 그것은 아직도 거울단계에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대상을 실재로 믿고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소외된 신경증환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고착에서 벗어나 대상이 허구임을 깨닫고 다시 또 연기된 대상을 향해 가는 것, 대상으로부터 탈출하는 것, 대상에서 벗어나는 반복 없이 삶은 지속될 수가 없는 것이다.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 고립된 주체는 심한 경우 히틀러처럼 역사를 광기로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 3. 시에서 은유와 환유 ​ 시의 언어는 기호의 차원에서 두 가지 기본적인 수사학을 상정할 수 있다. 은유와 환유가 바로 그것이다. 은유는 기호가 기호 체계 너머의 세계나 관념과 같은 지시대상을 지칭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언어관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환유는 하나의 기호가 지칭하는 세계가 또 다른 기호일 뿐이라는 기호 내적인 언어관을 지향한다. 환유에 의해 형성되는 기호는 그러므로 기호 너머의 세계를 지칭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초현실주의로 대표되는 아방가르드나 포스트모더니즘시의 기호관이 대표적인 환유적 기호관이다. ​ 이에 비해 서정시의 기호는 그것 자체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 너머에 존재하는 진리의 세계를 지향한다. 이는 곧 은유적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은유가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형성되는 동일성의 세계를 지향한다면 기호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기호와 지시대상 혹은 관념과의 사이에 형성되는 동일성을 상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의 언어는 언어 기호의 차원을 넘어 사상이나 관념, 정서 혹은 절대의 세계를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서정시가 근원 혹은 본질을 지향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1) 서정시와 은유 서정시란 주체의 감정을 드러내는 시다. 이는 보여줌의 시가 아니라 바라봄의 시다. 그리하여 세계를 자아화한 동일성의 세계로 만들어 주체와 객체가 하나로 통일되는 세계다. 과거에는 이를 감정이입(感情移入, empathy)이라 했다. 자기의 감정을 대상 속에 투입하여 나와 대상과의 감정적 교류를 시도하고 심적 연합을 이룩하려는 시적 태도다. ​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고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고 살아라 한다. ​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 박목월의 「산이 날 에워싸고」에서 ​ 동일성의 논리는 나와 너, 자아와 세계, 주체와 객체가 하나로 되는 화해의 시학이기도 하지만 고정된 사물의 의미가 새롭게 명명되고 전환되는 창조적 행위이기도 하다. 동일시는 내가 네가 되는 객체의 주체화, 한 사물이 다른 사물이 되는 사물의 변질, 정신이 물질이 되고 물질이 정신이 되는 전이와 창조가 자유롭게 실천되는 세계다. 그것은 기존의 가치나 의미가 해체되고, 새롭게 재구성되고 재창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에서 동일성의 논리는 바로 시학의 원리이기도 하고 시를 창작하는 근본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 존재는 근원적으로 개체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개체적인 만큼 존재는 고립적이며 단독자이며 그래서 정서적으로 보면 고독하고 불안한 것이다. 그러기에 존재들이 지니는 근원적인 불안의 속성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종교적으로 보면 신앙적 구원 논리가 되고, 철학적으로는 초월의 논리가 되며, 시적으로는 상상을 통한 정서적 구원의 논리가 된다. ​ 물결이 햇살을 마시면서 토한다 歲月에 결리는가 이따금 허릴 튼다 바람이 손 발을 씻고 내 머리에 닦는다 ​ 山이 거꾸로 매달린 채 빠져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내 얼굴도 걸려 있다 아무리 또 건져봐도 자꾸만 달아난다 ​ 때묻은 本性을 열심으로 헹궈냈다 썩어가는 俗性을 하나하나 씻어냈다 한웅큼 떠서 마셨다 고대로 하늘 맛이다 ​ 나도 자꾸 마시면서 토한다 하늘을 마시고 山을 마시고 나를 마신다 난 그만 저 江이 된다 기어이 江이 된다 - 유제하 「강」 ​ 2) 은유적 모더니즘시 ​ 1930년대 정지용 김기림 김광균 등을 우리는 모더니즘 시인 또는 주지주의 또는 이미지즘 시인이라고 한다. 모더니즘시라면 서정시와 달리 모두가 환유적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들 시에도 은유적인 요소가 강하다. ​ 琉璃에 차고 슬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디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寶石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琉璃를 닥는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흔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山ㅅ새처럼 날러 갔구나! - 정지용, 「유리창」 ​ 유리창의 차가우면서도 투명한 이미지 속에 자신의 정서를 담고자 하는 노력 속에서 이미지를 통해 다른 그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여기서 이미지들이 재현적 차원의 세계를 담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미지를 통해 시인의 정서를 담아내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의 사용에서 은유적 관점의 언어관을 읽을 수 있다. ​ 정지용의 시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그 너머에 항상 관념이나 정서의 덩어리들을 거느리고 나타나는 은유적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기호와 지시대상 사이의 동일성을 상정하고 기호가 지시대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은유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것이다. ​ 아모도 그에게 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힌 나비는 도모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 靑무우밭인가 해서 나려 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저러서 公主처럼 지처서 도라온다. ​ 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푼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김기림, 「바다와 나비」 ​ 이 시에서 서술 대상인 나비와 자아는 완전한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 점은 수사학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김기림은 이 시기의 시에 오면 이처럼 자아와 대상 사이의 일체감을 회복하면서 대상에 대한 이해 방식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아와 대상 사이의 동일성의 세계를 회복하게 될 때, 대상에 대한 풍자나 조소는 사라지고, 자아와 대상 사이에서 달성되는 동일한 정서를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에서 나비의 정서는 자아의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자아와 정서와 나비의 정서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동일성 속에서 일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 外人墓地의 어두은 수풀뒤엔 밤새도록 가느단 별빛이나리고 空白한하늘에 걸녀있는 村落의時計가 여윈손길을 저어 열시를가르치면 날카로운 古塔같이 언덕우에소사있는 褪色한 聖敎堂의 집웅우에선 ​ 噴水처럼 흩어지는 푸른종소래 - 김광균, 「외인촌」 ​ 김광균의 모더니즘적인 특성을 잘 드러내는 시 중의 하나인 이 시에서는 도시적인 소재와 이미지를 통해 당대의 도시적 감성을 드러내는 이들 모더니스트들의 지향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진하게 묻어나는 감정의 밀도에서 김광균만의 독특한 한 측면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김광균은 이러한 도시적 감성을 드러내는 이미지들을 객관화된 시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주관적인 정서를 덧씌워 표현한다. ‘공백한 하늘’, ‘여윈 손길’ 등과 같은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표현 속에는 시인이 지닌 고독과 비애의 정서가 강하게 묻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독이나 비애의 정서가 어떤 의미를 지니느냐 하는 데 있다. 서정시는 본질적으로 자아와 대상 사이의 동일성을 지향하는 장르이다. 자아의 정서와 대상의 정서가 완전한 일체감을 이룸으로써 이 둘 사이의 구분이 전혀 불가능한 융화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서정시의 본질적인 요소라면, 김광균의 시에 나타나는 대상이나 이미지가 바로 이와 같은 서정시의 본질과 동일한 측면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30년대 모더니즘시의 한 특성을 읽을 수 있다. 정지용이나 김기림의 시에서와 마찬가지로 김광균의 시에서도 은유적 세계관을 발견할 수 있다면, 30년대 모더니즘시 특히 영미 주지주의 계열의 모더니즘시는 본질적으로 은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여 서정시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 3) 환유적 모더니즘시 ​ 같은 1930년대라도 이상의 경우는 은유라기보다 환유적임을 볼 수 있다. ​ 1 나는거울없는室內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外出中이다. 나는至今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陰謀를하려는中일까. -이상 일부 ​ 화자인 '나'는 거울이 없는 실내에서 거울 속에 있을 또 다른 '나'를 생각하고 있다. 거울은 이상적 자아가 존재하는 무의식적 공간을, 그리고 실내는 의식적 공간인 현실을 상징한다. 그런데 거울 속의 '나'는 이미 실내에 나와 있기 때문에 ‘外出中’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그렇게 판단하기 이전에 거울 속에는 현실에 존재하는 '나'와 다른 '나'가 있으며,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무서워하며 떨고 있다. 왜냐 하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거울 속의 욕망하는 '나'가 '나'를 ‘어떻게 하려는 陰謀’를 하는 중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室內에 있을 뿐만 아니라 거울 속에도 존재하는데 그 두 명의 '나'는 화합이 되지 않고 균열을 보이고 있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내가 생각하고,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나는 존재한다"는 라캉의 상상계에서는 거울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가 일치한다. 은유가 그렇고 서정시가 그렇다. 그런데 현실에 존재하는 '나'와 무의식에서 생각하는 '나'는 일치하지 않고 분열된 상태이다. 이는 상징계다. 바로 환유적 발상이다. 이러한 태도는 1960년대 김춘수에 이르러 더욱 심화된다. ​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난 ​ 슬라브 여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순결이다. 3월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둣빛 바람이다. -김춘수< 나의 하나님> 전문 ​ '하나님'은 '늙은 비애', '살점', '놋쇠 항아리', '어리디어린 순결', '연둣빛 바람' 등의 다양한 이미지에 비유되면서 시적 의미는 고정되지 않고 구체화 또는 확장된다. 특히 비유적 이미지들이 ‘늙은/어리디어린, 생물/무생물, 밝음/어두움, 구체/추상’ 등으로 대립되면서 통합되지 않고 분열된다. '하나님의 의미를 지연시키고 그 폭을 확장시킴으로써 모호성이 극대화되어 그 통일된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는 의미의 고정화가 아니라 무한한 지연,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연기된다는 점에서 환유적이다. ​ 잎진 후박나무 아래 땅을 파고 새끼를 낳는 어미 개 싸락눈이 녹아드는 두 눈을 반쯤 감고 태반을 꾸역꾸역 먹고 있다 배 밑에서는 아직 눈이 감긴 새끼가 꿈틀거리고 턱 밑으로는 몇 줄기 선혈이 떨어지고 ​ 그 위로 어린 싸락눈은 비껴날고 - 오규원, 「후박나무 아래․1」전문 ​ 오규원의 시도 대상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후박나무/어미 개/새끼/싸락눈/태반/선혈’ 등이 어미 개를 중심으로 한 시간과 공간의 인접성 사물들로서의 환유적 언어체계를 보여줄 때, 우리는 은유적 사유체계로부터 환유적 사유체계로 이행해 온 한국 현대시의 한 모습을 본다. ​ 社稷公園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알았다 ​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황지우 “수은등 아래 벚꽃” ​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수은등 아래 벚꽃)이라 했을 때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는 건 "죄"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었지만 거기 느닷없이 "죄"라는 추상어를 데려옴으로써 삶의 심각한 본질을 환기시킨다. 그것은 다시 벚꽃의 만개와 겹치면서 아름다움과 죄악을 현란하게 교직한다. 이처럼 그의 환유는 이 시의 중심축이 된다. ​ 은유는 남자의 문자현상을 특징짓는 기법이라면 환유는 여성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성적인 글쓰기는 만져지는 무엇을 비롯한 근접한 어떤 것에 대한 욕망이 강한 특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환유적 욕망이 승한 특징을 보이기 쉽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은유란 무엇인가를 보다 생생하고 풍성하게 이해시키기 위한 방식이라면 환유는 한 개체를 그 개체와 관련된 다른 개체로써 말하는 방법이다.  
2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9 댓글:  조회:959  추천:0  2019-11-01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38 반자연의 미학과 역사적 자연 ​ 홍문표 ​ (1) 전통적 자연의 시학 1) 원래 자연은 시학의 근본개념이었다. 시학으로서의 자연은 첫째 시인의 타고난 재능을 의미한다. 동양의 소위 기상론(氣象論)은 이 타고난 천품의 재주와 기상을 후천적 수련보다 더 중시한다. 2) 둘째로 자연은 시의 한 기법을 가리킨 말이다. ‘시는 자연의 모방’이라고 할 때 ‘자연의’란 말은 ‘자연을’하는 목적어의 구실도 하지만 ‘자연스럽게’란 기법을 의미한다. 낭만시학의 자발성, 우주원리에 조화로움. 3) 셋째로 자연은 인간성을 뜻한다. 이 경우 인간성은 사상과 감정의 단순성․소박성을 의미한다. 그것은 비합리적이고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인격 양상이다. ​ (2)현대와 반자연의 시학 1) 인위적, 인공적 세계의 삶 - 인공성과 복잡성은 전통적인 자연의 시학을 거부한다. 2) 반자연적 미학의 탄생 - 인공적인 자연의 탄생. 모더니즘 시학의 태도. ​ ① 김춘수의 반자연 시학 ​ 눈 속에서 초겨울의 붉은 열매가 익고 있다 서울 近郊에서는 보지못한 꽁지가 하얀 작은 새가 그것을 쪼아 먹고 있다. 越冬하는 忍冬잎의 빛깔이 이루지 못한 人間의 꿈보다도 더욱 프르다 -「忍冬잎」 ​ 이것은 과거의 자연시와는 다른 차원에 놓인다. 현상적으로 보면 실제 대상을 객관적으로 묘사한 뎃상 같지만 이 풍경은 시인의 내면속에만 존재하는 별개의 세계다. 시인의 상상력이 실제의 자연을 해체해서 재구성한 내면풍경이다. 즉 작품 속에만 존재하는 자연이다. 그리고 화자는 인간 편에 서지 않고 사물 편에 서서 사물만을 내용으로 삼는다. 인간의 탈을 벗기려 하는 데서 사물시는 탄생한다. ​ 도토리나무 어깨가 떨리고 있다. 도토리는 陰山山脈 이쪽 萬里長城 이쪽 始皇帝 발등에도 우수수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다람쥐야 다람쥐야 뭐가 그리 이상하냐 푸줏간 식칼은 뒤로 실컷 휘고 ​ 가도 가도 하늘은 黃砂빛이다 달이 뜨면 밤에는 늑대가 운다 -「匃奴」 ​ 이 작품의 자연물도 실제의 자연이 아니라 시인의 상상적 질서에 따라 재조직된 작품 속에만 존재하는 자연이며 이 자연에서 오는 익명의 정서 역시 이 작품 속에만 존재하는 정서다. 실제의 자연을 재현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장면들을 유사성에 의해 결합시키지 않고 폭력적으로 병치시킴으로써 이 작품은 아무런 논리적 의미를 갖지 못한 무의미시로서 익명의 정조만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 (3) 자연의 변화성 현대시인은 과거의 자연과 같은 불변적이고 항구적인 것보다 자연의 변화와 역동성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자연도 정신적인 것이라기보다 물질적인 것이다. 이것은 자연을 그 자체로 보는 객관적 태도의 시나 자연에 인간적 감정을 투영한 주관적 태도의 시를 가리지 않는다. ​ 구름을 휘몰아 허공을 달리며 숲과 지붕을 마구 덮치고 짓밟으며 시머리 자진머리 온갖 장단과 가락을 마음대로 뽑는 名唱이다가 ​ 꽃가루와 열매를 옮겨 은밀한 입김으로 싹트게 하다가 애무하며 흔들어 못견디게 자라게 하다가 ​ 강물을 넘치게 하고 나무를 뿌리째 뽑아버리며 일체를 부수고 쓸어버리는 行動으로 나타내 보인다. - 李仁石,「바람」의 일부 ​ 바람의 역동적 이미지, 정적 서경적 자연이 아니라 변화무상한 자연 ​ 겨울 육지에서 불던 바람이 바다끝에서 끝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 썰물이다 썰물 마른 가지들이 산 기슭에서 속삭이고 허망하게 갈매기가 울다가 파도와 함께 부서진다 아 밀물이다 밀물 갈매기들은 사라지고 이윽고 모든 뻘밭이 바다가 되어 무너진 바람을 빨아 들이고 있고 빈 가지들이 밤에 잠기어서 개처럼 앓고 있다 - 李裕憬「草落島4」 ​ 겨울과 밤이라는 자연의 시간적 배경만이 음산한 분위기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너지고 속삭이고 부서지고 사라지는 자연의 움직임들이 그 변화성이 풍경을 을씨년스럽게 한다. 여기서의 자연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상하게 변화하고 움직이는 자연이다. 그것은 영원히 본질적인 것을 표상하던 과거의 자연과는 무관한 자연이다. ​ (4) 분열된 자연 ① 자아해체의 상관물 현대의 자연은 파괴되어 조각이 나버린, 고뇌로 가득 찬 자연이다. 인간으로부터의 소외되는 정도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서 비정하게 파괴되는 비참한 모습으로 현대시에 수용되고 있다. 그것은 자아해체의 상관물이기도 하다. ​ 그리움으로 더욱 희어진 기억의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너는 마르고, 길고 험한 마음의능선마다 잡목숲이나 거느리며 너는 계곡처럼 아프게 패여만 간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으련가 그대여, 아무리 불러봐도 좀처럼 성한시절의 메아리를 되돌려주지 않는 먼 산이여 방부 처리된 생선 통조림 같은 세월의 빈깡통들만 걷어채이는데 못잊힐 그 날의 흔적조차 거의 판독할수 없는 문자로 희미하게 푸른바위손에 덮여 가는데 허나 누구도 그걸원한건 아니었는데 너는너대로, 나는나대로 여전히 하나되지 못하고 그렇다고 둘이되지도 못한 채 그냥 이대로 늙어갈것인가 - 임동학「먼산」에서 ​ ② 현대문명의 비판 자연의 파괴감은 자아의 내적 고뇌만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것은 엘리어트의 「황무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세속화되고 타락된 현대 문명사회의 비판을 담고 있다. 그것은 기계문명이 가져온 정신의 황폐화와 비인간화를 고발한다. ​ 현기증나는 활주로 최후의 결정에서 흰 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잊어버리고 피묻은 육체의 파편들을 굽어본다. ​ 기계처럼 작렬한 작은 심장을 축일 한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한 광장에서 어린나비의 안막(眼膜)을 차단하는 건 투명한 광선의 바다뿐이었기에- - 김규동「나비와 광장」에서 ​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 김광섭「성북동 비둘기」에서 ​ (5) 역사적 현실의 자연 ​ 눈으로 덮힌 前方의 저녁은 포도빛으로 저문다. ​ 休戰線 안에서는 콧잔등이 얼어붙은 여우들이 헤맨다. ​ 나무사이로 누벼 돌개울 上流로 사라졌다. ​ 가시덤불 깃든 까투리가 놀라 날아오른다. - 박목월「발자국」에서 ​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 그런 어느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 신경림의「갈대」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39 시와 인생 ​ 홍문표 ​ (1) 시와 인생 ① 시의 정의 시는 상상과 정열의 언어다. - Hazlitt 시는 미의 운율적 창조다. - Poe 시는 인생의 비평이다. - Arnold 시는 상상과 감정을 통한 인생의 해석이다. - Hudson ​ ② 인생에 대한 두 가지 관심 존재론 - 나는 누구인가. 개인적 존재. 사회적 존재. 근원적 존재. 당위론 - 어떻게 살 것인가. 문학의 사회적 역사적 기능 ​ ③ 인생과 서정시 서정시가 자아를 표출하는 것이나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시적으로 표현한다는 말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성찰과 의식을 드러내는 방식에 불과하다. 누구나 자아를 우주의 주체로 하여 세계를 인식한다. 이 때 때로는 자아를 우주에 빗대어, 예를 들어 흘러가는 구름이나 강이나 계절이나 꽃이나 이런 자연에 비교하면서 자신을 자연에 투사하거나, 자연을 자기에게로 동화하는 방식으로 상상하는데 이러한 동일시의 방식이 서정시다. ​ ④ 시와 철학과 종교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절대자나 근원적인 우주와의 관계를 인식하려는 철학적인 또는 종교적인 자세, 시의 서정적 자아가 인생과 우주에 대한 발견과 깨달음의 노래가, 궁극적으로는 자유와 해탈과 구원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시가 고도의 예술적 언어형식을 통하여 초월을 시도하는 것에 비하여 철학은 사변의 논리를 거치고, 종교는 믿음이라는 종교적 행위를 거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 ⑤ 인생에 대한 보다 강한 관심의 시 어느 시대나 시는 인생의 표현이다. 그러나 근대이후 물신주의, 기술만능주의에서 인생의 위기, 자아 상실감, 정체성의 위기를 맞으며 생의 철학, 허무주의, 실존주의, 정신주의를 논하게 되고 시에서도 이러한 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인생파, 생명파라 한다. ​ (2) 생명파 또는 인생파 시 ① 생명파의 등장 1936년 일제의 암울한 시대 동인지『시인부락』에 모인 서정주. 오장환. 함형수와 이들 노선을 함께 한 유치환은 그동안 ‘시문학파’가 음악성과 서정성으로, 모더니스트들이 도시적이고 지성적인 이미지의 구사로 일정 부분 순수문학을 일궈낸 업적은 인정하면서도 그들의 지나친 감각주의와 기교주의 성향에 대해서는 반발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들의 시적 추구는 저 시원(始原)의 꿈틀거리는 인간의 생명력으로 회귀하는 것이었는데 사람들은 이들을 생명파 또는 인생파라고 부르게 된다. ​ ② 서정주의 생명의식 ​ 麝香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을마나 크다란 슲음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둥아리냐 ​ 꽃다님 같다 ​ 너의 하라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든 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이른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 무러 뜨더라. 원통히 무러 뜨더 ​ 다라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麝香芳草ㅅ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하라버지의 안해가 이브라서 그리는게 아니라 石油 먹은 듯...... 石油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가보다 - 꽃다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 크레오파트라의 피 먹은양 붉게 타오르는 고흔 입설이다 - 슴여라 배암! 우리 順네는 스물난 색시 고양이 같은 고운 입설- 슴여라 배암...... -「花蛇」전문 ​ 「자화상」“애비는 종이었다”「문둥이」“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화사」와의 관계, 니체의 허무주의와 권력의지, 보들레르의 악의 꽃 영향. 인간의 이중성, 원죄와 욕망, 선과 악, 이성과 감성, 미와 추.「화사」는 보들레르의「악의 꽃」- 꽃과 뱀의 연결 ​ ③ 유치환의 허무에의 의지 ​ 내 죽으면 한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愛憐에 물들지 않고 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億年 非情의 緘黙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生命도 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바위」전문 ​ 서정주가 보들레르적이라면 유치환은 니체의 허무와 의지에 가깝다. 「깃발」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생명의 서」 허무를 초극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 ​ (3) 인간 존재에 대한 자각 ​ 잊어버려야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다 흘러가는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 가야만 한다 - 조병화「하루만의 위안」에서 ​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 정호승「수선화」에게 ​ 이렇게 말을 하고 저렇게 말을 바꾸어 보아도 인생은 쓸쓸한 것이다. 서글픈 것이고 외로운 것이고 적막한 것이다. 언제든 쓸쓸하지 않으려고 서글프지 않으려고 할 때 산통이 깨졌다. 일이 터졌다. 이눔아 나도 이렇게 쓸쓸하고 서글프고 외롭고 적막한데 네 놈이라고 별 수 있겄냐! 하늘 위에서 누군가 대갈일성 호령으로 뒤통수를 때리는 소리. 후두둑 빗방울 던지신다. 이마 위에 찌익 날아가던 새가 물똥 갈기신다. 나태주“골목길” ​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人傑)이 물과 같아야 가고 아니 오노매라. ​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황진이- ​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은 지날 때 구절초 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야 너도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자리에서 사는거야 너도 뿌리를 내려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 때 구름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 다녔네 산은 말이 없었네 산은, 지금까지 한마디 말이 없었네 김용택 “산” ​ 날마다 산에 오른다 오를수록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아슬한 오만을 키우기 위하여 악착같이 기어오른다. ​ 날마다 산에 오른다. 오를수록 순진하게 복종하는 시퍼런 독재를 키우기 위하여 목숨 걸고 기어오른다. ​ 날마다 산에 오른다. 오를수록 외로워지는 내영혼의 절망을 위하여, 빗살처럼 흔들리는 아쉬운 지상의 연민을 위하여 안간힘으로 기어오른다. ​ 바람으로 이미 어질펴진 목숨 너절한 인연들의 손짓들은 측백나무 마른 가지에 걸어두고 기다리는 마음 한곡조 흥얼거리면서 홀홀단신 빈몸으로 기어오른다. - 홍문표「날마다 산에올라1」 ​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40 기독교적 서정시 ​ 홍문표 ​ (1) 종교와 시 ① 공통점 유한성의 극복, 마음의 평화와 위로, 정신의 구원. 객관적 논리의 초월, 직관과 비유의 언어 사용, 불가시의 세계를 가시의의 세계로 하나님은 나의 목자시니(하나님=목자) 내 마음은 호수요(마음=호수) ​ ② 다른 점 종교 - 신의 힘에 의한 유한성의 극복, 도덕적 실천 믿음을 통한 현실 극복, 믿음은 하늘나라 와 구원이라는 특정한 목적지를 향해가는 마음과 행동 , 천국이라는 공간과 미래의 시간 문학 - 인간의 상상에 의한 정서적 자유, 감성적 체험 상상을 통한 현실 극복, 상상은 상상력을 통한 다양한 세계로의 벗어남 상상의 공간은 제한이 없으며 시간도 과거 현재 미매가 있음 ​ (2) 기독교문학의 구조원리 ​ 일반언어: 발신자 - 사상과 감정 - 수신자 (일반 문법에 따른 어법) 성서 : 하나님 - 하나님 나라 - 인간 (육화와 계시의 문학적 어법) 문학 : 작가 - 사상과 감정 - 독자 (이미지와 플롯의 문학적 어법) 기독교문학 : 작가 - 하나님 나라 - 독자 (이미지와 플롯의 문학적 어법) - 홍문표「기독교문학의 이론」에서 ​ (3) 기독교시의 세 유형 첫째는 기독교 사상의 진리나 구원의 논리를 관념적으로 받아들여 사랑, 희생, 봉사, 용서, 회개 등을 시어로 채택하면서 기독교적이기를 강조하는 경우. 기독교의 본질에 대한 실존적 접근이 아니라 극히 교화적이고 설교적인 서술의 시. 둘째로는 기독교를 신앙하는 입장에서 전도의 목적이나 신앙의 고백 형식으로 발표되는 경우,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말씀의 전달이라는 명제 때문에 문학을 단순히 전도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대개는 목적의식이 앞서 시로서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엘리엇은 이를 ‘이류의 시’라고 했음. 셋째로는 그리스도의 본질에 대한 추구, 침묵하는 신에 대한 몸부림, 고난과 구원으로 엮어지는 신의 은총에 관한 문제 등을 고도의 예술적 은유와 상징을 통하여 표현하는 경우. 이는 기독교시 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문학의 문제. ​ (4) 서정적 기도시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이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김현승「가을의 기도」 ​ 오늘은 가장 깊고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게 해 주소서 ​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당신을 떠나보내야 했던 마리아의 비통한 가슴에 꽂힌 한 자루의 어둠으로 흐느끼게 하소서 ​ 배신의 죄를 슬피 울던 배드로의 절절한 통곡처럼 나도 당신 앞에 겸허한 어둠으로 엎드리게 하소서 ​ 죽음의 쓴 잔을 마셔 죽음보다 강해진 사랑의 주인이여 ​ 당신을 닮지 않고는 내가 감히 사랑한다고 뽐내지 말게 하소서 ​ 당신을 사랑했기에 더 깊이 절망했던 이들과 함께 오늘은 돌무덤에 갇힌 한 점 칙칙한 어둠이게 하소서 ​ 빛이신 당신과 함께 잠들어 당신과 함께 깨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이게 하소서 - 이해인「기도」 ​ (5) 기독교적 신앙시 ​ 신발이 다 닳고 발바닥이 피흘러도 올라갈 수 없어라. ​ 정강이로 오르고 무릎으로 오르고 가슴과 턱 이마로 올라가도 다다를 수 없어라. ​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늘의 하늘 끝 마음으로 닿을 수 있는 마음의 마음 끝 어떻게도 이대로는 바라다볼 수 없는, ​ 그 음성 아득하게 내리시올 자비 커다랗게 허릴 굽혀 안아 올려 주실 그 정상 이마직서 홀로 울어라. - 박두진「지성산(至聖山)」 ​ 내 목숨을 꽃밭처럼 씨뿌리게 하소서. 왕이신 당신의 집 보석으로 깎은 궁전이게 하소서. 그러나 나는 지금 마음대로 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꽃밭 같은 내 목숨의 의미, 그것을 모르고는 나는 확실하게 시들 수가 없습니다. 왕이신 당신을 수정궁에 모시지 않고서는 나는 마음대로 낡을 수도 없습니다. 나를 살리기 위해 대신 죽으신 이여. 나는 당신을 위해 어떻게 죽으리까, 언제 죽으리까, 어디서 죽으리까, 죽었다가 일어나서 어떻게 살리까 죽었다가 사신 그대를 위해 무엇을 감히 바칠 수가 있으리까 땅위를 걸어가는 나날의 아, 별떨기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빛나리까, 어떻게 피우리까. - 이향아「땅 위의 나날」 ​ 하늘 빛 침묵으로 겹겹이 숨겨온 비밀 천년의 밤을 지켜온 지순한 옥빛 기다림 ​ 문둥이 시몬 그 천형의 살점을 어루만지시던 당신의 다스한 온기에 나의 긴 밤은 아침 이슬이 되고 ​ 당신과의 만남은 오히려 이별의 시작일 수 있고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의 절망과 이승의 마지막 식탁일 수 있기에 이제 내 가슴에 숨겨온 기다림의 옥함을 열겠습니다. ​ 그리하여 나는 당신의 머리칼로 흐르는 향유의 빛깔이 되고 당신 발아래 엎드린 가난한 마리아 후회 없는 기억의 향기가 되겠습니다. ​ 그러나 이별은 만남의 시작이 되고 순간이 영원일 수 있다는 당신의 언약으로 하여 슬픔은 기쁨의 노래가 되고 나는 또다시 향유로 가득한 옥합이 되어 새 천년을 기다리는 돌이 되겠습니다. - 홍문표「옥합을 열겠습니다」 ​ 하나님이 쓰시다 사망권세를 이기고 다시 사신 이야기를 성경책에 쓰시고 그래도 부족했던지 어린 풀잎에 쓰시고 하찮은 곤충의 애벌레 위에 쓰시고 삼라만상에 쓰시다 ​ 믿음이 없는 세대를 위하여 늘 불안한 세상을 위하여 제자들과 미리 음식을 잡수시고 오백여 형제에게 보이시고 게바에게 보이시고 그래도 부족했던지 친수(親手)로 쓰시다. ​ 봄이 오는 들판에 쓰시고 버들가지와 실개천에 쓰시고 어디메 불어오는 남쪽 바람 위에 쓰고 또 쓰시다. - 김지원「하나님이 쓰시다」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41 불교적 서정시 ​ 홍문표 ​ (1) 불교시의 이해 ① 한국 불교시의 형성 토속적인 샤머니즘 + 불교 - 삼국시대, 국교 신라시대 향가로 승화 고려시대 대장경, 호국불교 조선시대 척불숭유(斥佛崇儒)로 퇴조 현대 불교문학의 전통유지 ​ ② 불교문학의 개념 신문학 초기 - 승려들의 문학작품 최근 - 불교의 사상 또는 신념을 문학적으로 표현 모든 불교의 경전 및 불교인의 불교적 삶, 포교 행위를 포함한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의 세계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 ​ ③ 삼보란 무엇인가 불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귀의 대상인 불 법 승을 삼보(三寶)라 한다. 이를 통해서 깨달음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불교의 처음과 끝이라고 할 수 있다. ‘불(부처림, Buddha)’은 석가모니의 출현과 성도(成道)를 인정하는 데에서 귀의 대상이 되며 불교의 출발점이 된다. ‘법(Dharma, 부처의 가르침)’은 그가 남긴 가르침이며 그 법을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에 불교를 성립시키는 두 번째 기본요소이다. ‘승(Sagha, 僧家)’, 진리[佛法]는 그 가르침을 듣는 자가 있어야 하며, 실천자가 있어야 한다. 가르침을 듣고 불[覺者, 깨달은 자]이 되기 위해 도를 실천 수행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승’이라 한다. ‘승’이 있음으로써 불교의 생명이 영원히 계승되는 것이다. ​ (2) 초기 불교시 ① 1920년대 불교시단 - 홍사용, 박종화, 오상순, 한용운 1) 박종화 「석굴암대불․1」 ​ 천 년을 지키신 沈黙 萬劫도 無恙쿠나 ​ 태연히 앉으신 자세 배움직함 많사이다 ​ 동해바다 물결이 드높아 ​ 허옇게 부서져 사나우니 미소하시어 누르시다 천 년 긴 세월을 두 어깨로 받드시다 新羅의 功德이 임 때문이시라 -「석굴암대불․1」에서 ​ 3) 한용운 -「불교유신론」「님의 침묵」 ​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 ​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한용운「나룻배와 행인」 ​ (3) 1930년대 불교시 - 김달진, 서정주, 조지훈, 신석조 ① 서정주,「귀촉도」「동천」 ​ 내마음 속 우리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동천」 ​ 이 시집의 후기(後記)에서 미당은 “특히 불교에서 배운 특수한 은유법의 매력에 크게 힘입었음을 여기 고백하며, 대성(大聖) 석가모니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고 불교의 삼세인연(三世因緣)을 바탕 삼은 시세계인 것을 지적했다. ​ ② 조지훈 승무 얇은 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파르라니 깍은 머리 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 두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 빈 臺에 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 보선이여 ​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煩惱는 별빛이라 ​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합장인양 하고 ​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三更인데 얇은 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4) 광복이후 불교시 ① 1950년대 - 조병화, 이원섭, 이설주, 김관식, 이형기, 박희진, 박제삼, 고은 ② 1960년대 - 박제천, 김초혜, 박정만, 홍신선, 문정희, 오세영, 허영자, 정진규 ③ 1980년대 - 김지하, 황동규, 정현종 ④ 1990년대 - 석지현, 장이두, 김정류, 이청화, 이향봉, 석성우, 돈연, 석성일, 석자명, 박진관, 조정권, 최동호 ​ 버리고 찾는 것 모두가 덧없음이라 끝내는 無心으로 돌아선 그대 ​ 깊은 가슴 열어 밝혀도 지난 시간 되찾을 수 없어 멀고 괴롬인 것을 ​ 어찌하면 편안하겠소 돌 위에 무릎꿇어 모두 버리는 뜻 견디려하오 - 김초혜 「사랑굿」 ​ 업보처럼 쑥쑥 자라는 아이들만 남았다 ​ 지은 죄 많고 아직도 더 죄지을 듯 불안한 하루하루 눈앞에 커다랗게 업보처럼 남았다 ​ 다 놓아버릴 수 없을까 마음만 그저 노을처럼 떴다간 스러지고 ​ 한 방울 두 방울 씩 가슴 밑에 고이는 업보사랑 - 김지하「업보」 ​ 어릴 때 참 많이도 본 나팔꽃 아침을 열고 이슬을 낳은 꽃 아침하늘의 메아리 이슬 맺힌 꽃 이슬에 비췬 꽃 만다라 무한반영의 꽃 만다라 피, 붉은 이슬 의 메아리, 그 메아리 속에 생명 만다라 눈동자 에 맺히는 이슬 그 이슬 속에 삶 만다라 - 정현종「생명 만다라」 ​ 모든 것은 단지 하나의 먼지라고 술주정뱅이가 뇌까렸다 가로수 잎이 깔깔대고 웃는다 하늘과 땅이 깔깔대고 웃는다 온 우주가 깔깔대고 웃는다 - 돈연「백개의 이야기․49」 ​ 나는 부처를 팔고 그대는 몸을 팔고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고… 밤마다 물위로 달이 지나가지만 마음 머무르지 않고 그림자 남기지 않는도다 - 조오현「절간 이야기 25」에서 ​ 잔잔한 바다처럼 쓸어놓은 빗자루 흔적 새벽 기침소리 바다 위에 뜬 작은 나뭇잎 - 최동호「나뭇잎 하나  
1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8 댓글:  조회:931  추천:0  2019-11-01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34 시의 종류와 서정시 ​ 홍문표 ​ 1. 시의 종류 (1) 형식상 ① 정형시: 일정한 형식(틀)에 맞추어 쓴 시. 시조가 대표적인 형식 일본 하이꾸. 중국 한시. 서구 소네트. 한국 시조. ​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긴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멀리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 이순신 ​ ② 자유시 : 정형시가 지니고 있는 운율적, 형식적 제약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형식. 현대의 대부분 시 ③ 산문시 : 시의 내용을 행의 구분 없이 연 단위로 산문처럼 표현한 시. ​ 구름은 딸기밭에 가서 딸기를 따먹고 '아직 맛이 덜 들었군!' 하는 얼굴을 한다. 구름은 흰 보자기를 펴더니, 양털 같기도 하고 무슨 헝겊쪽 같기도 한 그런 들을 늘어놓고, 혼자서 히죽이 웃어보기도 하고 혼자서 깔깔깔 웃어보기도 하고…… 어디로 갈까? 냇물로 내려가서 목욕이나 하고 화장이나 할까보다. 저 뭐라 는 높다란 나무 위에 올라가서 휘파람이나 불까보다…… 그러나 구름은 딸 기를 몇 개 더 따먹고 이런 청명한 날에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는 듯이, ' 아직 맛이 덜 들었군!' 하는 얼굴을 한다. - 김춘수의 「구름」 ​ (2) 내용상 ① 서정시 : 개인의 주관적인 정서와 감정을 표현한 시, 과거와 현대의 대표적 인 시 ② 서사시 : 일정한 사건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노래한 시, 과거 영웅시, 소설 의 원류 ​ [1] (아아,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 밤에 남편은 두만강(豆滿江)을 탈 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강안(國境江岸)을 경비하는 외투(外套) 쓴 검은 순경(巡警)이 왔다 갔다 오르며 내리며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마차(密輸出馬車)를 띄워놓고 밤 새가며 속 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던 손도 맥(脈)이 풀려서 파아 하고 붙는 어유(漁油) 등잔만 바라본다. 북국(北國)의 겨울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김동환의 「국경의 밤」에서 ​ ③ 극 시 : 극적인 내용을 시적 언어로 표현한 시, 공연을 고려하지 않을 때 극시(dramatic poetry) 공연을 고려할 때는 시극(poetic drama)이라 함. ​ ※시를 내용상 서정시 서사시 극시로 나누는데 이는 다분히 고전적 구분이다. 원래 문학은 언어의 음악성이 서정시로 사건이 서사시로 행동이 드라마로 발전한 것이라면 서정시는 오늘의 시로 서사시는 오늘의 소설로 극시는 오 늘의 연극으로 분화 발전된 것이기에 시의 주류는 서정시이고 오늘의 서사 시 극시는 시에 소설과 드라마 의 형식을 혼합한 것이라고 보아야한다. ​ (3) 목적상 ① 순수시 : 예술성을 추구한 시, 비정치 비이념의 시, 사물시 ​ 깊고 그윽한 저녁으로 빠진다./ 물의 근원 속엔/ 내가 빠져 있고,/ 나는 몇 개의/돌로 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삽질을 한다./ 묻힌 나를 캐어낼 수록/ 어린 날의 혼돈은 뛰쳐나와/ 시름겨운 정열을/ 옛 사랑을, 보여준다 – 마종하 「한여름날」 ​ ② 참여시 : 역사와 현실의 문제에 책임감을 갖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목적의 식의 시 계몽시 정치시 이념시 ​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 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 김수영의 「푸른하늘은」 ​ (4) 경향상 ① 주정시(主情詩) : 개인의 정감과 정서를 노래한 시, 서정시가 대표적 ② 주지시(主知詩) : 감정보다 이성과 심상을 중시한 시, 이미지즘시 모더니즘 시 ​ 낙엽(落葉)은 폴란드 망명정부(亡命政府)의 지폐(紙幣)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瀑布)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홀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 김광균의 「추일서정」 ​ ③ 주의시(主意詩) : 인간의 의지의 측면을 중시한 시, ​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곳 조차 없다. ​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이육사의 「절정」 ​ 2. 서정시(抒情詩)의 어의 1) 악기에 맞춘 가사 서정시(lyric poetry)는 원래 리라lyra라는 현악기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서정시는 본래 악기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가사를 뜻했던 것이다. 그러나 후에는 주로 읽기 위해 쓰여진,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짧은 시를 뜻하게 되었다. 여기서 개인적인 감정이란 개인의 정서, 상상 또는 사상까지를 포함하는 말이다. 2) 마음의 드러냄 한자어의 抒情은 마음을 끄집어 냄, 털어냄의 뜻으로 내면, 감정, 마음, 주관 등을 밖으로 드러내는 시라는 말이다. 3) 서사시(敍事詩)와 서정시 서사시는 敍事, 즉 사건을 펼침. 사건의 전말을 서술하는 시라는 데서 서정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천상병 「강물」 ​ 3. 서정시의 연원 1) 서양의 서정시 서양에서는 서정시의 장르가 여러 가지로 변화 발전해 왔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오우드ode, 소네트sonnet, 엘레지elegy, 패스토럴pastoral, 쌔타이어satire, 에피그램 epigram 등이다. 오우드는 음악과 같이 노래를 불렀던 시형식으로서 그리이스 시대부터 신과 영웅찬양, 소네트는 14행의 소곡, 엘레지는 비가, 만가, 패스토럴은 목가, 쌔타이어는 풍자시, 에페그램은 경구시. 2) 한국의 서정시 우리나라에서 서정시의 전통은 오래된다고 보겠는데 고대의 경우, 고구려 시대 유리왕의 작이라고 하는「황조가」, 곽리자고의 처가 불렀다는「공무도하가」를 비롯하여 향가, 고려가요, 시조, 가사 등에도 수많은 서정시를 볼 수 있다. 그리고 현대시의 경우 90%가 모두 서정시다. ③ 서정시와 리듬 1) 서정시와 음악 서정시(lyric poetry)는 악기의 명칭에서 유래될 만큼 음악과 밀접하다. 그러나 시의 본질을 이해하는 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이나 시나 근본적으로 감동을 위한 표현양식. 모든 것을 지적으로만 전달하지 않고 감동적으로 전하려는 어법이라는 사실이다. 2) 고대시가의 음악적 리듬 따라서 고대시가는 음악적 리듬(음성율, 음위율, 음수율)을 최대한 활용한 운율, 율격을 사용하였다. 또한 감동의 언어적 기능을 신비롭게 생각하여 신과 영웅의 찬양, 집단의 소망, 기쁨의 표현 양식 등으로 활용하였다. 3) 노래시의 보편적 형식과 민요 노래와 어울린 고대시는 개인적이기 보다 집단적이다. 모두가 공유해야하는 노래시는 낱말과 수사법이 선율과 어울려야 할 뿐 아니라 노래를 부르면서 동시에 쉽게 가사를 알아들을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노래의 호흡, 리듬, 선율 등 음악적 조건에 맞도록 말의 음성적 요소들을 선택하고 배열한 결과 이른바 율격(meter)이 라는 것이 발생하였다. ​ 우이와라 우이와라 아랫논에 메베 비고 웃논에 참베 훑어 우리 오빠 장가갈 때 메쌀일랑 밥을 하고 찹쌀일랑 떡을 찧어 너두 한 상 채려 주께 우리 논에 앉지 마라 우이와라 우이와라 - 부여 지방 민요 ​ 민요의 특성은 공동성, 단순성, 보편성, 민중성, 민족성, 개인성이라고 장덕순은 지적한 바가 있다. 인용한 민요를 보면 전통적인 2음보의 반복형식이다. ​ 4) 개인적 서정시 문자언어의 활발한 발달은 노래시가 갖는 음악적 리듬보다 언어가 갖는 감각적 이미지, 의미의 반복적 강조 등을 통하여 내면적인 리듬을 통한 감동의 형식으로 현대에는 서정시가 변모되기에 이르렀다. ​ 내마음 속 우리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나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서정주의 「동천」     서정시의 본질, 세계의 주관화 ​ 홍문표 ​ (1) 공간세계의 주관화 ① 과학과 시의 공간 과학 - 모든 사물의 분리, 차별성의 확인, 개체적 존재확인, 물리적 공간 분리 - 소외 - 고독 - 절망 (에덴의 상실) 시 - 주체와 객체의 통합, 모든 사물의 동일성, 융합과 조화 주관적 공간 평화공존 - 충만함 - 시적 구원 (에덴의 회복) ② 물리적 거리의 초월, 객관적 공간의 주관화 서정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아의 내적인 세계와 외적인 세계가 철저히 결합하거나 충돌하는 관계다. 이를 주관적인 정서와 객관적인 사물의 교감에 의하여 빚어지는 창조라고도 말한다. 또한 주관과 객관, 자연과 인간, 세계와 자아, 객체와 주체 등의 대응관계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은 시인의 내면적인 의지와 외부적인 세계와의 긴장이나 충돌을 통하여 새로운 세계를 조망하는 아름다운 노력인 것이다. 이것은 일상적이고 물리적인 거리의 초월이며 객관적 공간의 주관화다. ​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 떼를 날려 보냈고 흰 새 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트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 ③ 내 마음의 공간 듀이 - 마음이란 동사(verb)다. 마음은 외부세계와 끝임 없이 교섭하고자 한다. 훗설 - 의식의 지향성, 노에시스(noesis) 슈타이거 - 서정시란 자아에의 회귀 ​ ④ 동일성의 세계 듀이는 자아와 세계의 만남이 동일성으로 이루어질 때 이를 미적 체험이라고 하였다. 유기체와 환경의 각각 특성이 소멸된 완전한 결합, 즉 자아와 세계가 각각 특수한 성격을 상실하고 하나의 새로운 동일성의 차원에서 융합된 주객일체의 경지, ​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론 목을 씻고, ​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 말라 마신다. ​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 박두진 「하늘」 ​ 저 안에 천둥 몇게 저 안에 벼락 몇 게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 장석주 「대추한알」 ​ (2) 시간의 주관화 ① 물리적 시간과 시적 시간 물리적 시간 - 물리적 시간은 화살처럼 가는 시간, 과거 - 현재 - 미래 불가역의 시간, 일회적 시간, 실존의 시간, 절망의 시간 시적시간 - 원형적 시간, 수직적 시간, 초월의 시간, 구원의 시간 ​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 김남주 「사랑은」 ​ ② 시간의 동일성 1) 비동일성의 세계 플라톤 - 인간은 한 순간도 동일할 수 없다. 만물은 계속 변한다. 자기정체성 불가 2) 자기동일성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물리적인 논리로 볼 때 결코 같을 수 없지만 이를 같은 것으로 동일시하려는 몽상, 그리하여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 연속적인 존재가 아니라 고정적인 존재라는 생각이나 느낌이 바로 자아 동일성의 한 단서가 된다. 그리하여 시인은 과거 - 현재 - 미래 라는 선조적 수평적 시간관을 파괴하고 수직적, 또는 혼합적 시간의 질서를 새롭게 구축한다. ​ 훠이훠이 산을 넘고 엉겅퀴 어우러진 골짝을 지나 억만 년 숨어 사는 넓적바위 아래 옹달샘 하나 낮에는 푸른 하늘 가슴에 품고 밤에는 은하수 한줄기로 목을 축이고는 졸졸졸 찬송가 78장을 연거푸 불러대는 저 태고의 청아한 목청 - 홍문표 「생수를 마시며」에서 ​ ③ 영원한 현재 서정시에 있어서의 시간은 과거를 현재화하고 미래도 현재화한다. 이것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한순간도 동일할 수 없는 삶이지만 그러한 변화 속에 불변의 영원함을 찾으려는 플라톤적 이상이기도 하며 불변하는 자아의 동일성을 지속적인 시간 속에서 발견하려는 통시적 인생관이기도 하다. 또한 인과관계나 객관적인 논리를 통하여 인생의 리얼리티를 표현하려는 서사시나 소설과는 달리 순간의 감정과 정서와 관념을 표현하려는 것이 서정시이기 때문에 과거, 현재, 미래라는 물리적 시간의 순서를 초월하여 과거와 미래도 현재로 허구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진실에서 서정시는 영원한 현재가 되는 것이다. ​ 에밀레가 운다 에밀레가 운다. 시간조차 스며들 수 없는 무쇠성 속에 갇히어 어린 슬픔이 운다. 목이 타서 목이타서 호소할 곳 없는 기막힘이 운다. - 이원섭 「에밀레」에서 ​ (3) 세계의 주관화 의미와 정서의 동일성 ① 객관적 세계의 비극 객관적 세계는 존재들을 한결 같이 사전적 개념, 인습적 개념의 울타리 속에 감금하고 있다. 따라서 객관적 세계 인식에서는 인간과 물질, 정서와 사상, 사물과 사물 모두가 개별화 고립화 되어 있다. 여기에 객관적 세계의 소외가 있고, 고독이란 비극이 있다. ② 시정신, 그리고 서정시 - 새 하늘과 새 땅 따라서 시의 본질은 바로 객관적 세계인식의 고립화, 소외현상을 극복하고 세계의 통합, 감금된 개념의 철폐, 모든 존재들의 숨겨진 가치를 발견, 이질적인 의미와 정서의 동일성을 찾아가는 새 하늘과 새 땅의 끝없는 탐험이다. ​ 낙엽은 나비가 되고 나비는 가난한 불꽃 새벽이슬 비탈진 언덕의 개나리 빙하기의 공룡 발자국 여자의 아린 눈물 가시 돋힌 흑장미 에덴의 처음남자 - 자작시 「낙엽은 나비가 되고」에서 ​ 의식은 한 마리 작은 산새 톱니 같은 부리와 羽毛의 날개를 단 무색투명한 어둠 속의 새 무성한 여름 날엔 나무가지 잎새 속에 숨어 살면서 까칫까칫 잎새마다 구멍을 뚫다가 목말라, 목말라, 구멍을 뚫다가 - 홍윤숙 「한 마리 작은 새」에서   한국서정시의 전통 ​ 홍문표 ​ (1) 사랑과 한의 노래 과거 서정시의 중심은 역시 사랑의 노래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사랑을 주제로 한 시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부재(不在)한 님에 대한 연민의 노래가 주류를 이룬다. 현재는 님이 없는 그래서 님에 대한 그리움과 연모의 정이 시로 표출된다. 떠나간 님에 대한 그리움이나 다시 돌아올 것을 기다리는 여인의 안타까운 감정이 심화된 상태를 우리는 한(恨)이라고 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많은 이별을 경험한 민족이기에 부재한 님에 대한 연민과 한이 많다. ​ 펄펄나는 꾀꼬리는 쌍쌍이 즐기는데 외로운 이내 몸은 누구와 함께 돌아갈거나 - 유리왕 「황조가」 ​ 가시리 가시리 잇고 나난 바리고 가시리 잇고 나난 위증즐가 태평성대 ​ 날러는 엇디 살라 하고 바리고 가시리 잇고 나난 위증즐가 태평성대 ​ 잡사와 두어리 마나난 선하면 아니욜셰라. 위증즐가 태평성대 ​ 셜온님 보내압노니 나난 가시는 듯 도셔오셔쇼 나난 위증즐가 태평성대 - 「가시리」 ​ 동지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내어 춘풍니블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 황진이 시조 ​ (2) 현대시의 서정적 전통 ① 서정적 전통의 의미 한국시의 서정적 전통이라면 한국적 정서,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시를 말하는 것인데 정서적으로 보면 앞서 본 것처럼 부재한 님을 노래하는 사랑의 시와 민중성을 지니고 있는 민요적 가락, 한국적 특징을 나타내는 자연미의 표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② 근대시에 나타난 서정적 전통 개화기 이후 근대시에 나타난 전통적 서정은 한과 애상(哀傷)을 기조로 하고 역시 전통적 형식인 민요적 율격을 사용하여 독특한 시의 세계를 개척한 것이 김소월이다. 또한 서구사조를 수용하면서도 전통적인 가락과 정서를 표현했던 김억, 일제라는 현실에서 부재한 님을 노래했던 한용운 등은 소월의 유교적 의식, 김억의 서구적 의식, 한용운의 불교적 의식이라는 편차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정서와 가락에 접맥된 서정시라 할 수 있다. 1930년대 시문학파, 1940년대 청록파 등에서도 전통적 서정을 발견할 수 있다. ​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 옛날, 우리 나라 먼 뒤쪽의 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 김소월 「접동새」에서 ​ 내 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附椽)끝 풍경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이 숨어 아른아른 봄 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가는 밤 곱아라 고와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친 호장 저고리 호장 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발고소이다. 살살이 퍼져 내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면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을 말하는 한 마리 호접 호접인 양 사풋이 춤을 추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밤에 옛날에 살아 눈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 - 조지훈「고풍의상」 ​ ③ 현대시에 나타난 전통적 서정 1950년대 이후 전통적 서정의 모습은 구자운, 박재삼, 박성룡 등에서 볼 수 있고 1970년대를 넘으면서도 전통적 서정의 맥락은 여전하다. 송수권, 민용태 등의 시는 향토적인 자연을 소재로 하여 그 안에 살고 있는 한국의 서민 의식을 재치 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나와 바닷가에 서자. ​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질정(質定)할 수 없는 괴로운 꽃비늘을 닮아야 하리. ​ - 박재삼 「밤 바다에서」에서 ​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爭爭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는 苦惱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山茶色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 송수권 「山門에 기대어」에서 ​ 그대 보고 싶은 마음 죽이려고 산골로 찾아갔더니 때 아닌 단풍 같은 눈만 한없이 내려 마음속 캄캄한 자물쇠로 점점 더 한밤중을 느꼈습니다 벼랑끝만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 조정권 「벼랑끝」에서 ​ 난 물이 좋아 맑디맑은 물이면 더욱 좋지만 진흙탕 물이라도 좋아 더러운 것도 좋아 물로 사는 나의 식욕은 뭘 먹어도 곰삭아 날마다 순수를 배설하고 시퍼런 결백으로 푸르른 깃대 하나 세우고 하늘만을 바라보며 널 기다리는 그리움이 되거든 난 뜨거운 것도 좋아 활활 타는 햇살이면 더욱 좋아 널 먹고 서야 봄부터 기다려온 여린 꽃봉오리 붉디붉은 가슴 활짝 열고 네가 오는 소부리 길목에서 청사초롱 불꽃으로 태어나거든 -홍문표“연꽃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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