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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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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당시선집, 신석정 역. 댓글:  조회:2186  추천:0  2020-02-09
당시선집, 신석정 역. 序 文   詩文學에 從事한 지 40여년이 넘도록 내 머리맡에서 唐詩가 떠나본 적이 한 번도 없다. 詩는 바로 내 마음의 고향이요, 내 詩의 요람이었다. 俗情에 끌려 마음이 흐릴 때에도 마치 탕자가 고향에 돌아오는 심정으로 찾아가는 곳은 바로 唐詩의 세계일 수밖에 없었다. 눈에 익은 고향 산천의 옛 얼굴과 귀에 익은 고향 산천의 물소리처럼 마음의 회복을 찾게 되는 것은 唐詩의 가락이었으니, 길어내도 길어내도 끝이 없는 지하수처럼 詩心은 그 때마다 새로 열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唐詩를 애독하는 동안에 우리 말로 옮겨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히게 되어 손을 대게 된 것은 20여년전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다. 李 白의 자유 분망한 가락이나 杜 甫의 침통 무비한 절규를 옮겨 놓기에는 나의 재간은 너무 서투르고 모자람을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 그 시심의 한 자락이나마 전할 수 있다면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할 따름이다. 당시의 드높은 산맥에서도 詩仙이라 일컫는 李 白과 詩聖이라고 불리우는 杜 甫의 두 巨岳과 더불어 陶淵明을 비롯한 唐代 詩人외에도 몇몇 詩人을 덧 붙였음을 밝혀둔다. 1971년 12월 比斯伐 艸舍에서 辛 夕 汀   이 백 李 白 (701-762) 盛唐의 詩人. 字는 太白, 號는 靑蓮 또 스스로 酒仙翁이라했다. 中宗 長安 元年(701, 신라 효소왕 10년) 사천성에서 났다. 10살에 벌써 詩書에 통하고 百家書를 탐독했다. 고향에서 소년시대를 보내고, 뒤에 각지로 방랑, 襄州 漢水로부터 洞庭湖로, 다시 長江으로 내려가 金陵을 거쳐 楊州로 가 호방한 생활을 하고, 35살때에는 太原에 놀고, 산동성 任城에서 孔巢文․韓 準․裵 政․張淑明․陶 沔등과 만나, 이른바 竹溪六逸의 교유를 맺고, 742년 42살 때 翰林院에 들어갔다. 시와 술로 명성이 높았으나, 결국 술이 원인이 되어 744년에 실각, 陳留에 이르러 道士가 되고, 8578년에 江南에서 玄宗의 아들 永王의 모반에 가담한 죄로 옥에 갇혔다가 이듬해 夜郞에 유배되어 가다가 도중에서 풀렸다. 代宗이 즉위하자 拾遺에 배명, 11월에 當塗에서 62살로 죽었다. 李 白은 自然兒였다. 喜悲哀歡을 그대로 노래에 옮겨, 그의 작품은 한껏 자유분방하여 天衣無縫의 神品이라고 하거니와, 당시 그와 아울러 일컬은 杜 甫가 새로운 詩風을 일으킨 것과는 달리, 李 白은 漢魏 六朝이래의 詩風을 集大成했다. 모랄에 민감하고 정치에 관심을 보인 杜 甫와는 달리, 현실을 떠난 감정의 소유자였다. 그는 당나라 문화의 爛熟期에 生을 받아, 그 퇴폐적 기풍에 젖은데다가 불우했기 때문에 술과 여자에 憂愁를 잊으려 했다. 詩文集 30권이 있다.     峨山月歌 峨眉山月半輪秋 影入平羌江水流 夜發淸溪向三峽 思君不見下渝州 아미산월가 가을 밤 아미산에 반달이 걸려 평강 깊은 물에 흘러가는구나 청계를 밤에 나서 삼협으로 가는 길에 너도 못 본 채 유주로 내려간다.     靜夜思 牀前看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山月 低頭思故鄕 야곡 침실로 스며드는 달 그리매 어찌 보면 서리가 내린 듯도 하이 산 위에 뜬 달을 바라보고는 머나먼 고향을 생각하노라.     黃鶴樓送孟浩然之廣陵 故人西辭黃鶴樓 煙花三月下揚州 孤帆遠影碧空盡 唯見長江天際流 호연에게 그댄 이 황학루를 그대로 두고 삼월사 말고 양주로 떠나는가 먼돛 그리매 하늘 가에 숨으면 강물만 굽이굽이 흘러가는 것을......   獨座敬亭山 衆鳥高飛盡 孤雲獨去閒 相看兩不厭 只有敬亭山 경정산 뭇새 멀리 사라지고 구름만 한가히 떠가는구나 바라봐도 바라봐도 지치지 않는 건 경정산이 있어서 그렇지 뭐.......     子夜吳歌 長安一片月 萬戶擣衣聲 秋風吹不盡 總是玉關情 何日平胡虜 良人罷遠征 자야의 부르는 노래 장안에 조각달 멀리 비치는데 다드미 소리 자지러게 들려와 가을 바람 불어도 끝이 없는데 옥관에 달리는 마음 설렌다 임이여 오소라 돌아오소라 원정은 어느때 끝이 나는가.     山中與幽人對酌 兩人對酌山花開 一杯一杯復一杯 我醉欲眠君且去 明朝有意抱琴來 대 작 둘이서 잔 드는 사이 소리 없이 산꽃이 피어 한잔 한잔 들자거니 다시 한잔 먹자거니 난 위한채 자고파 그댄 돌아가도 좋으리 낼아침 오고프면 부디 거문고 안고 오시라.   友人會宿 滌蕩千古愁 留連百壺飮 良宵宣且談 皓月未能寢 醉來臥空山 天地郞衾枕 그대와 더불어 천고에 쌓인 한을 풀어 한없이 마시는 술에 끝날 줄 모르는 이야기 밤은 깊어 밝은 달에 잠도 멀리 가는데 취한채 빈산에 쓰러지니 천지는 하냥 이부자린듯하구나.   烏夜啼 黃雲城邊烏欲棲 歸飛啞啞枝上啼 機中織錦秦川女 碧紗如煙隔窓語 停梭悵然憶遠人 獨宿空房淚如雨 오야제 해설피 구름은 성가에 떠도는데 가마귀는 자꾸만 울어 예고 베틀에 진천아가씨 오늘도 베를 짜네 푸른 창창 새에 두고 혼자 속삭여 물레북 손에 든채 멀리 떠난 그대 생각하며 홀로 새는 방에 비보다 눈물이 더 쏟아져......     送友人 靑山橫北郭 白水遶東城 此地一爲別 孤蓬萬里征 浮雲遊子意 落日故人情 揮手自玆去 蕭蕭斑馬鳴 그대를 보내며 푸른산 북녘 성곽을 둘렀는데 강물은 굽이 굽이 성을 돌아가는구나 예서 그대 한번 보내고 보면 외로이 떠나리 먼 만리길 길손은 뜬구름에 뜬구름에 닮아 지는핸 서글픈 그대의 심정이리 손을 내저으며 이제 떠나거니 울어예는 말소리 더욱 섧구나     月下獨酌 其一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 聖賢旣已飮 何必求神仙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 俱得醉中趣 勿謂醒者傳 월하독작 1 하늘이 만일 술을 즐기지 않으면 어찌 하늘에 주성이 있으며 땅이 또한 술을 즐기지 않으면 어찌 주천이 있으리요 천지가 하냥 즐기었거늘 애주를 어찌 부끄러워하리 청주는 이미 성인에 비하고 탁주는 또한 현인에 비하였으니 성현도 이미 마시었던 것을 헛되이 신선을 구하오리 석잔에 대도에 통하고 한말에 자연에 합하거니 모두 취하여 얻는 즐거움을 깨인 이에게 이르지 마소라.     月下獨酌 其二 花下一壺酒 獨酌無相親 擧盃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 我舞影凌亂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월하독작 2 꽃 아래 한독 술을 놓고 홀로 안아서 마시노라 잔들자 이윽고 달이 떠올라 그림자 따라 세 사람일세 달이 술은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만 나를 따라 다녀도 달과 그림자 데불고서 함께 즐기는 이 기쁨이여 내 노래하면 달도 거니는 듯 내 춤을 추면 그림자도 따라라 깨이면 함께 즐기는 것을 취하면 모두 흔적이 없이 길이 이 정을 서로 맺아 오늘날 은하에서 또 만나리.     淸平調詞 三首 一. 雲想衣裳花想容 春風拂檻露華濃 若非群玉山頭見 會向瑤臺月下逢 二. 一枝濃艶露凝香 雲雨巫山枉斷腸 借問漢宮誰得似 可憐飛燕倚新粧 三. 名花傾國兩相歡 常得君王帶笑看 解釋春風無限恨 沈香亭北倚欄干 청평조사 1. 발길에 끄는 치마자락은 구름을 생각한다 얼굴은 꽃을 닮아 더 어여쁘구나 봄 바람 살며시 난간을 스치는데 이슬도 꽃처럼 짙어 곱더라 군옥산 산머리에 못 만날양이면 요대 휘영청 밝은 달 아래 거닐 때라도 만나보리......     2. 다만 네가 농염한게 흡사 향그러운 이슬 같아라 무산에 비 머금은 구름만 떠돌아 홀로 애 끊노니 한궁에 누가 널 닯았더냐 비연...그댄 물찬 제비처럼 되려 가련하구나.     3. 꽃도 너도 나는 좋더라 임은 항상 그댈 보고 웃거니 봄바람엔 그지 없는 원한도 풀리는 침향정 난간을 오고 가고 하리라.     怨 情 美人捲珠簾 深坐嚬蛾眉 但見淚痕濕 不知心恨誰   소 곡 발 걷고 앉은 여인 눈썹을 찡그리고 눈시울 젖은 흔적 누구를 원망하여.......   對酒問月 靑天有月來幾時 我今停盃一問之 人攀明月不可得 月行却與人相隨 皎如飛鏡臨丹闕 綠烟滅盡淸輝發 但見宵從海上來 寧知曉向雲間沒 白兎搗藥秋復春 姮娥細栖與誰隣 今人不見古時月 今月曾經照古人 古人今人若流水 共看明月皆如此 惟願當歌對酒時 月光長照金樽裏   잔들어 달에게 묻는 노래 저하늘에 달이 있어 몇 해나 지냈는가 지금 나는 잔 놓고 물어 보노라   사람은 달을 잡을 길 바이 없어도 달은 언제나 우리를 따라 오거니   거울처럼 밝은 빛이 선궁에 다달아 푸른 연기 헤치고 밝게 빛나네   밤따라 바다 위에 고이 왔다가 새벽엔 구름 새로 침몰하누나   봄에도 가을 옥토끼 약을 찧고 선녀는 외로이 누구와 사는가     옛 달을 바라본 이 지금 없어도 달은 천추나 두고두고 비치었으니   인생은 예나 지금 물처럼 흘러도 언제나 달은 떠서 바라봤으니   원하거니 노래 부르고 잔 들 때마다 달빛이여 나의 잔에 길이 쉬어 가라.     蘇臺覽古 舊苑荒臺楊柳新 菱歌淸唱付勝春 只今唯有西江月 曾照吳王宮裏人   소대에서 옛 동산에 버들잎 파릇파릇한데 봄 들어 부는 노래 더욱 서러라 강 위엔 초승달 더욱 밝구나 지난날 옛 궁에 비치던 달이.....     自 遺 對酒不覺瞑 落花盈我衣 醉起步溪月 鳥還人亦稀 황혼 술잔 기울이니 해지는 줄을 몰라 어쩌자고 꽃은 떨어져 옷깃을 덮는가 거나히 취한채 달을 밟고 가노니 새는 깃을 찾고 인적은 끊쳐.......     斷章 昔日芙蓉花 今成斷腸草 단장 옛날의 부용 꽃 인젠 단장초로구나...(妾薄命의 한구절)     早發白帝城 朝辭白帝彩雲間 千里江陵一日還 兩岸猿聲啼不住 輕舟已過萬重山 벡제성을 떠나 아침에 백제성 구름 새를 떠나 강릉 천리 길을 하루에 돌아 왔다 강 기슭에 원숭이 자꾸 울어 예는데 배는 이미 첩첩이 쌓인 산을 돌아......     客中行 蘭陵美酒鬱金香 玉碗盛來琥珀光 但使主人能醉客 不知何處是他鄕 여중 (旅中) 난릉의 술은 바로 울금향이로구나 크나큰 옥배에 넘쳐 호박 같이 빛난다 다만 주인으로 하여금 손을 취케하라 어디가 타향인 줄도 알지 못하게......     春夜洛城聞笛 誰家玉笛暗飛聲 散入春風滿洛城 此夜曲中聞折柳 何人不起故園情 봄 밤 어둔 밤 옥피리 소리 들려 온다 봄 바람에 흩어져 낙양에 가득하여라 이 밤사 말고 절류곡 들려 오거니 뉘라서 고향을 생각하지 않으리.     與史郞中欽聽黃鶴樓上吹笛 一爲遷客去長沙 西望長安不見家 黃鶴樓中吹玉笛 江城五月落梅花     장안을 떠나면서 한번 쫓긴 몸 되어 장사로 간다 서녘 하늘 아래 먼 장안엔 나의 집도 묻히고 황학루엔 누가부는 옥피리 소린가 강성 오월 달엔 매화꽃도 지는 것을......     山中答俗人 問余何事栖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산에서 내게 묻길 왜 푸른 산에 사느냐고 웃음으로 대답하니 마음도 한가하이 복사꽃 흘러흘러 멀리 자는 곳 거기 또한 딴 세상이 있나보아......     三五七言 秋風淸 秋月明 落葉聚還散 寒鴉栖復驚 相思相見知何日 此日此夜難爲情 가을밤 가을 바람 맑아 달이 더 밝다 낙엽은 모였다 또 다시 흩어지고 놀란 까마귀 깃을 감돈다 못 잊어 그리는 정 언제나 펴 볼거나 이날 이밤사 말고 더욱 마음 졸이어.     백낙천 白 樂天(772-846) 이름은 居易, 樂天은 字다. 號는 香山, 섬서성 太原사람인데, 어릴 때부터 詩를 지었다. 28살 때 進士에 급제, 秘書省 校書郞.翰林學士.左拾遺를 거쳐 810년에 京北部에 전임했다. 이듬해 어머니를 여의고 814년 중앙으로 들어갔으나 그 이듬해 참소를 당해 江州의 司馬로 좌천되었다가 이내 풀려 서울로 송환되어 太子贊善大夫가 되고, 822년 杭州刺使로 전출, 西湖에 이른바 白堤를 쌓고, 825년 蘇州刺使, 827년 秘書監을 지내고, 다시 河南尹.太子太傅.馮翊縣侯를 역임, 刑部尙書로 致仕했다. 만년에는 洛陽에서 香山의 중들과 교유, 그래서 號를 香山이라 한 것이다. 또 스스로 醉吟先生이라 일컬었다. 武宗 會昌 6년(846,신라 문성왕 8년) 8월에 죽었다. 그는 젊을 때부터 정치적 포부가 있어, 시를 짓는 데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사회 비판을 행했으나, 그의 주장이 용납되어지지 않자, 거문고와 술로 나날을 보내고, 시도 한적한 경지를 주로하는 소극적인 것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本領은 역시 사회 풍자에 있어, 그 방면의 걸작이 많다. 10首도 가혹한 세금으로 피폐해가는 농촌이며, 상하 빈부의 차가 심함을 노래한 것이다. 이와같이 그의 시풍은 쉽고 명쾌하여, 그의 친구 元 鎭과 함께 라 일컬었으며, 세상에 널리 애송되었다. 저서로 詩 3,800여 首 등이 수록된 71권이 있다.     琵琶行 潯陽江頭夜送客 楓葉萩花秋瑟瑟 主人下馬客在船 擧酒欲飮無管絃 醉不成歡慘將別 別時茫茫江浸月 忽聞水土瑟琶聲 主人忘歸客不發 尋聲闇問彈者誰 瑟琶聲停欲語遲 移船相近邀相見 添酒回鐙重開宴 千呼萬喚始出來 猶抱琵琶半遮面 轉軸撥絃三兩聲 未成曲調先有情 絃絃掩抑聲聲思 似訴生平不得志 低眉信手續續彈 說盡心中無限事 輕攏慢撚抹復挑 初爲霓裳後六么 大絃嘈嘈如急雨 小絃切切如私語 嘈嘈切切錯雜彈 大珠小珠落玉盤 閒關鶯語花底滑 幽咽流泉水下灘 水泉冷澁絃凝絶 凝絶不通聲漸歇 別有幽愁闇恨生 此時無聲勝有聖 銀甁乍破水漿迸 鐵騎突出刀槍鳴 曲終收撥當心畵 回絃一聲如裂帛 東船西舫悄無言 唯見江心秋月白 沈吟放撥揷絃中 整頓衣裳起斂容 自言本是京城女 家在蝦蟆陵下住 十三學得琵琶成 名屬敎坊第一部 曲罷常敎善才服 妝成每被秋娘妒 五陵年少爭纏頭 一曲紅綃不知數 鈿頭銀篦擊節碎 血色羅裙飜酒汚 今年歡笑復明年 秋月春風等閑度 弟走從軍阿姨死 暮去朝來顔色故 門前冷落車馬稀 老大嫁作商人婦 商人重利輕別離 前月浮梁買茶去 去來江口守空船 繞船明月江水寒 夜深忽夢少年事 夢啼妝淚紅欄干 我聞琵琶已歎息 又聞此語重喞喞 同是天涯淪落人 相逢何必曾相識 我從去年辭帝京 謫去臥病潯陽城 潯陽之僻無音樂 終歲不聞絲竹聲 佳近湓城地低濕 黃蘆苦竹繞宅生 其間旦暮聞何物 杜鵑啼血猿哀聲 春江花朝秋月夜 往往取酒還獨傾 豈無山歌與村笛 嘔啞嘲哳難如聽 今夜聞君琵琶語 如聽仙樂耳暫明 莫辭更坐彈一曲 爲君翻作琵琶行 感我此言良久立 郤坐促絃絃轉急 凄凄不是向前聲 滿座重聞皆掩泣 座中泣下誰最多 江州司馬靑衫濕 비파행 심양강 저문 날에 손을 보낼제 갈꽃 단풍잎에 갈 바람 불어 주인은 말을 내리고 손은 배에 올라 잔 들자니 피리도 거문고도 없어라 하염없이 잔 놓고 떠나려 할제 아득한 강물에 달이 적시어 문득 비파 소리 물을 타고 들려 와 주인도 손도 갈길을 잊었구나 비파 소리 따라서 타는 이 물어보니 소리는 끊쳤어도 미처 대답이 없어 배 저어 가까이 따라가 대고 등불 돌려 술을 다시 갖추어 놓고 천만번 부르니 겨우 나오는데 비파 안은채 수집어 고개를 숙여 줄 골라 두어 소리 투겨 보는데 제 가락 아니지만 어딘지 끌려 줄줄이 타는 소리 소리마다 생각이라 평생에 못 이룬 뜻 하소하는 듯하구나 머리 수그린채 비파를 손에 맡겨 덧없는 심사를 쏟아 놓는 듯 지긋이 눌렀다간 되쳐 투기니 예상 뒤이어 육요를 타누나 큰 줄을 쏟아지는 소낙비라면 작은 줄은 속삭이는 말소리 같아 큰 줄 작은 줄이 어울어지는 소린 큰 구슬 작은 구슬 옥반에 구는 소리 꽃 아래 주고 받는 꾀꼬리 소릴런가 흐느끼며 여울물을 돌아가는 시냇물 소리 높고 낮던 소리가 그 어디 엉기어 막힌채 이슥히 소리가 죽어 깊은 한 소스라쳐 일어나는데 되려 없는 소리가 한결 좋아라 은병이 깨져 쏟아지는 물 소리 철기가 뒤끓어 창칼 쓰는 소리 한 곡조 끝내고 줄을 투기니 네 줄이 한데 합쳐 비단 째는 소리 여기 저기 배에선 숨소리조차 없고 가을달만 희구나 강위에 희구나 흥 그리며 발목을 줄사이에 꽂고 옷깃을 여미며 고이 일어나서 스스로 하는 말이 서울 사는 계집으로 고향은 하막릉 아래이었노라고 열세살에 비파를 처음 배워 교방에 있었노라 이르드고 줄 골라 소리 내면 칭찬하는 소리 단장하고 나오면 추랑도 시새웠어 오릉에 사는 귀공자 서로 시새워 내 한 곡 끝나면 비단도 선사했다오 흥겨워 은비녀 비치개로 장단도 치고 술 엎질러 비단 치마 적셔도 봤소 해마다 이러여니 즐거이 보내며 가을달 봄바람을 그저 보냈소 아우는 수자리로 수양어머닌 저승으로 세월이 가고 오고 나도 또한 늙었고 문전엔 찾아 오던 말도 드물고 장사치의 아내가 되고 말았소 사랑보다 이끝에 밝은 장사친 지난달 차 사러 간 뒤 소식이 없고 강 가에 오가며 빈 배를 지키노라면 뱃전을 감도는 달빛 차게 빛나고 이슥한 밤 꿈꾸는 내 지난 청춘이며 흐느껴 우는 꿈에 눈시울도 뜨겁구나 내 듣노니 비파 소리 탄식일레라 중얼대는 그 소린 더욱 설어라 모두다 천애에 떠도는 외로운 사람 어쩌자고 만나서 알게 되었으리 지난 해 서울을 떠나온 이후 귀양살이 심양에 누운 몸이라 궁벽한 고장이라 풍류도 없어 해가 다하도록 한 곡조도 못 들었지 더더구나 나 사는 곳 습기가 많아 집을 싸고 갈과 대 우거졌지 왼종일 이곳에서 무슨 소리 들리리 두견이 피를 토하고 원숭이 슬피 울어 꽃 피는 봄 달 밝은 가을 밤에 흥겨우면 홀로 잔을 기울여 봐도 초동의 노래와 목동의 피리 뿐이여 제가락 찾아서 들을길 없더니 오늘밤 그대의 비파 소리 들으니 꿈결에 들려 오는 신선의 주악인듯 원하노니 그대여 한 곡조 더 타다오 그대를 위해 비파행 지으려거니 내 말에 느껴 이윽고 다시 일어나 줄 골라 비파를 급히 타누나 먼저보다 설어라 타는 그 소리 모두다 눈물없이 들을 길 없어 게서도 누가 가장 섧어하는가 내 옷깃 적시네 눈을 적시네     夜雨 早蛩啼復歇 殘燈滅又明 隔窓知夜雨 芭蕉先有聲 밤비 귀뚜라민 자꾸만 울어 예고 꺼질듯 등불이 다시 밝아라 창 건너 구슬픈 밤비 소리 파초에 흩뿌리며 지나가누나.     落花古調賦 留春春不駐 春歸人寂寞 厭風風不定 風起花蕭奈 낙화부 봄은 좋더라 머물지 않아도 저만 가고 우리만 남아 서럽지 바람은 싫더라 나는 싫더라 꽃샘에 지는 꽃이 어떻게 많다고......     池窓 池晩蓮芳謝 窓秋竹意深 更無人作伴 唯對一張琴 가을 저문날 못 가엔 연꽃 지는 소리 창 옆엔 댓잎도 가을을 머금어라 같이 거닐 사람도 없는 것을 혼자서 거문고를 대하는 마음.     古秋獨夜 井梧凉葉動 隣杵秋聲發 獨向檐下眠 覺來半牀月 가을밤 우물 가에 오동 잎새 바람에 나부끼고 옆집 다드미 소리 가을이 분명코나 처마 밑에 홀로 누워 어렴풋이 졸을 때 머리맡에 달빛이 소리 없이 흘러든다.     古墳 古墳何代人 不知姓與名 化爲路傍土 年年春草生 옛무덤 반남아 헐린 무덤 그 뉜줄을 몰라라 길가에 한줌 흙인데 해마다 풀만 우거져     買花 帝城春欲暮 喧喧車馬度 共道牡丹時 相隨買花去 단장 장안에 봄은 이미 저물어 오가는 차마도 시끄러운 속에 모란도 필 무렵이여 속삭이면서 꽃을 사 가는 이의 주고 받는 이야기.     晩望 江城寒角動 沙州夕鳥還 獨在高亭上 西南望遠山 만망 강기슭 성터에 각적이 들려 사주에 새들은 떼지어 돌아오고 홀로 정자에 올라서 보니 서남엔 산만 첩첩 쌓여 있구나.     宿樟亭驛 夜半樟亭驛 愁人起望鄕 月明何所見 潮水白茫茫 장정역에서 야반에 장정에 홀로 누워서 고향을 생각한다 먼 고향을 달은 밝아 휘영청 밝아 밀물도 끝없이 달빛에 젖는다.     賦得古原草送別 離離原上草 一歲一枯榮 野火燒不盡 春風吹又生 遠芳侵古道 晴翠接荒城 又送王孫去 萋萋滿別情 풀 언덕 위에 풀이 길 나마 우거져 해마다 시들고는 되 살아나     들불에도 풀은 타지 않나보이 봄바람 불면 그러기 돋아 나지     그윽한 향기 길에 스며 들고 옛성 가에도 푸른 빛 연연하다     너를 또 다시 보내고 나면 애끊는 정만 가득 넘쳐 흐른다.     두 보 杜 甫 (712-770) 唐나라 初期의 詩人. 字는 子美, 號는 小陵. 睿宗 太極 원년(712, 신라 선덕왕 11년)에 하남성 鞏縣에서 났다. 7살 때 이미 詩를 지을 줄 알았고, 14~5살 때에는 어였한 詩人이 되었다. 24살 때 進士 시험을 보았으나 낙방, 이 때부터 10여년 동안 山東.洛陽.長安등지로 돌아다니며 李 白․高 適등과 깊이 사귀었다. 36살 때 玄宗의 부름을 받아 長安으로 가서 40살에 集賢院待制, 44살에 太子右衛率府의 兵曹參軍事가 되었다가 안녹산의 난리에 난을 피해 三川으로 달아 났다. 46살에 右拾遺가 되었으나 곧 좌천당해 華州의 司功參軍이 되었다. 기근때문에 생활이 곤란하여 벼슬을 버리고 泰州로 가서, 나무 열매를 주워 먹으며 목숨을 이었다. 이 무렵의 작품으로 20수가 있다. 代宗 大曆 5년(770, 신라 혜공왕 5년)에 湖南의 潭州, 岳州부근에서 病으로 죽었다. 나이 59세. 그의 시는 공상적이 아니고 실제적이다. 시집 20권에는 古體詩 399수, 今體詩 1,600수가 수록되어 있다.     登高 風急天高猿嘯哀 渚淸沙白鳥非回 無邊落木蕭蕭下 不盡長江滾滾來 萬里悲秋常作客 百年多病獨登臺 艱難苦恨繁霜鬢 潦倒新停濁酒杯 등고 바람도 높은 하늘인데 원숭이 설리 울고 흰 모래 적시우는 강엔 물새가 날아 끝없는 숲엔 우수수 낙엽지는 소리 다할 줄 모르는 강물은 굽이굽이 흘러라 또다시 이향에서 가을을 맞이하노니 오랜 시름 이길길 없어 홀로 대에 오르네 쓰라린 세월을 머리칼은 자꾸만 세어 늙어가는 외로움을 술로 풀어 보리.     春望 國破山何在 城春草木深 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 烽火連三月 家書抵萬金 白頭搔更短 渾欲不勝簪 춘망 나란 망했어도 산천은 있어 봄들자 옛 성터에 풀만 짙푸르다 한송이 꽃에도 눈시울이 뜨겁고 새소리 마음이 더욱 설렌다 봉화는 석달을 연달아 오르는데 진정 그리워라 고향 소식이여 흰머린 날로 짧아만지고 비녀도 되려 무거웁구나.     絶句 江碧鳥逾白 山靑花欲燃 今春看又過 何日時歸年 이 봄도 예이고 보면 파란 강물이라 나는 새 더욱 희고 산엔 타는듯 사뭇 꽃이 붉어라 올봄도 이대로 예이고 보면 어느때 고향엘 돌아가리. 贈花卿 錦城絲管日紛紛 半入江風半入雲 此曲衹應天上有 人間能得幾回聞 화경에게 금성에 풍류 소리 분분히 흘러 반은 강바람에 또 반은 구름 속에 이 가락 응당 하늘에 있을 것이 인간에 몇번이나 들려 오리까.     解悶 一辭故國十經秋 每見秋瓜憶故丘 今日南湖采薇蕨 何人爲覓鄭瓜州 고국을 떠나 고국을 떠나 온지 십년을 지나 추과 볼적마다 그리운 고향 오늘도 남호에 뜯는 고사리 주구를 위하여 정과주를 찾는다.     書堂飮旣夜復邀李尙書下馬月下賦 湖月林風相與淸 殘尊下馬復同傾 久拌野鶴如雙鬢 遮莫鄰鷄下五更 음주 호수엔 달이 밝고 숲에는 맑은 바람 말 내리자 남은 술 다시 기운다 버려둔 수염은 그대로 학을 닮았는데 닭은 덧없이 오경을 아뢰는구나.     貧交行 飜手作雲覆手雨 紛紛輕薄何須數 君不見管飽貧時交 此是今人棄如土 빈교행 손을 두집으면 구름 되고 엎으면 비라 경박한 세사를 어찌 다 헤아리리 그대도 보았으리 관포의 사귄 것을 인제는 그 길을 버렸어 흙같이 버렸어.     도연명 陶 淵明 (365-427) 이름은 潛, 淵明은 그의 字다. 東晋 哀帝 建元 원년(365, 신라 내물왕 10년) 심양의 柴桑에서 났다. 어릴 때부터 榮利를 생각하지 않고 글읽기를 좋아했다. 부모는 늙고 집안은 가난하여, 주의 際酒가 되었으나 마음에 맞지 않아 벼슬을 버리고 덜아왔다. 35살 때 다시 彭澤의 수령이 되었으나, 고을의 督郵가 오게 되어, 이속들의 말이, 의관을 정제하고 뵈어야 한다 하므로, “내 어찌 5말 쌀을 위해 향리의 어린아이에게 허리를 굽히랴”하고, 그자리에서 벼슬을 내어놓고 고향으로 돌아와, 저 유명한 를 지었다. 뒤에 또 著作郞에 임명되었으나 끝내 취임하지 않고, 고향에서 술과 국화를 즐기며 지내다가, 文帝 元嘉 4년(427, 신라 눌지왕 11년) 63살로 죽었다. 세상에서 그를 靖節先生이라 일컬었다. 그의 시는 평이하고 담박하면서도 깊은 의취가 있다. 그는 낙천주의자였고, 또한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다. 8권이 있다.     歸去來辭 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 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 悟已往之不諫 知來自之可追 實迷塗其未遠 覺今是而昨非 舟搖搖以輕颺 風飄飄而吹衣 問征夫以前路 恨晨光之熹微 乃瞻衡宇 載欣載奔 僮僕歡迎 稚子候門 三徑就荒 松菊猶存 携幼入室 有酒盈樽 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倚南牕以寄傲 審容膝之易安 園日涉以成趣 門雖設而常關 策扶老以流憩 時矯首而游觀 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 景翳翳以將入 撫孤松而盤桓 歸去來兮 請息交以絶游 世與我而相遺 復駕言兮焉求 悅親戚之情話 樂琴書以消憂 農人告余以春及 將有事于西疇 或命巾車 或棹孤舟 旣窈窕以尋壑 亦崎嶇而經丘 木欣欣以向榮 泉涓涓而始流 善萬物之得時 感吾生之行休 已矣乎 寓形宇內復幾時 曷不委心任去留 胡爲乎遑遑欲何之 富貴非吾願 帝鄕不可期 懷良辰以孤往 或植杖而耘耔 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 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 귀거래사 자, 돌아가련다.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 이제껏 자신의 존귀한 정신을 천한 육체의 노예로 삼았으나 어찌 슬퍼 탄식하여 홀로 서러워 하리 지나간 인생은 후회해도 이미 쓸데 없음을 깨달아 장래 인생을 쫓아 갈 수 있음을 알았네 실상 내가 인생길을 갈팡질팡한 것은 오래지 않았나니 지금이 바른 삶이요, 어제까지 그릇됨을 알았네 고향가는 배는 흔들흔들 움직여 가볍게 흔들리고 바람은 솔솔 옷깃에 불어 온다 길손애게 고향이 얼마나 머냐고 물어 보며 새벽빛 아직 희미하여 길 떠나지 못함을 한스러워한다. 마침내 우리 집 대문과 지붕을 보고 기뻐서 뛰어갔네 머슴들도 기뻐 마중나왔고 꼬마들은 대문께서 기디리고 있네 집 마당의 세 줄기 오솔길은 황폐했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나를 반기어 꼬마 손을 끌고 방에 들어가니 술이 가득 독에 담겨 항아리와 잔을 끌어당겨 혼자 마시며 마당의 나무 보고 웃음짓는다 남쪽 창가에 기대어 내키는대로 움직이고 무릅이나 들어갈 좁은 방이라도 편안히 있음을 알았네 동산은 날마다 취향있는 경치로 바뀌고 대문은 달았으나 언제나 닫힌 채로다 지팡이 짚어 늙은 몸 부축하여 걷다가는 쉬고 때때로 머리 들어 주위를 살핀다 구름은 산 굴속에서 나와서는 흘러가고 새는 날기가 싫어져 둥지로 들어가네 저녁 햇빛 그늘져 서산에 지려하고 나는 마당의 외솔을 쓰다듬으며 거니네.     돌아가련다. 세상 사람과 교유를 끊고 세상과 나는 서로 잊고 말지니 다시 한번 관리가 되어도 거기 무슨 구할 것이 있으료 친척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기뻐하고 거문고와 책을 즐기며 시름을 지우련다 농부가 찾아와 애게 봄소식 알려 주니 이제는 서쪽 밭에 갈이를 시작하자 어떤 때에는 장식한 수레를 명하고 어떤 때는 한 척의 배를 노저으리니 작은 배 저어 깊은 시내 골짜기를 찾아가고 장식한 수레 타고 험한 언덕 나아가리라 길가의 나무는 생기있게 자라고 샘물은 졸졸 흘러 가네 모든 만물 봄을 기뻐 맞이하고 내 생은 곧 사라짐을 느끼네 아 그저 그런 것인가 육체가 이 세상에 깃드는 것이 얼마 동안이리오 어찌 마음이 명하는대로 생사를 운명에 맡겨 두지 않으며 어찌 이제 와 덤벙거리며 어디로 가려 하는가 돈도 지위도 내 바라는 바 아니요 신선의 세계도 기약할 수없네 따뜻한 봄볕을 그리워하여 홀로 산과 들 거닐고 또한 지팡이 세워 두고 밭의 풀을 뽑는다 아님 동편 언덕 올라가 느긋히 시를 읊고 맑은 강물 흐르는 곳에서 시를 짓는다 하늘에 맡겨 죽으면 죽으리니 천명을 즐기며 살면 그뿐, 근심할 일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歸園田居 少無適俗韻 性本愛丘山 誤落塵綱中 一去三十年 전원에 돌아와서 차라리 허튼 세상엔 뜻도 아니 맞았어 어쩌자고 나는 산이 자꾸만 그리운 것이냐 보살필 일도 없는 것을 헤매이다간 그대로 서른 해가 섬적 지나깠구나. (귀원전거 6수중 한구절)     擬挽歌辭 千秋萬歲後 誰知榮與辱 但恨在世時 飮酒不得足 만가에 비겨서 오랜 세월이 흘러간 이후 뉘 있어 너와 나의 이야길 하리 오직 한되는 일이 남아 있노라 세상엔 내 마실 술이 그리도 없거니와.     飮酒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此中有眞意 欲辨已忘言 국화 따 들고 동녘 울밑에 심은 국화 제철이여 따든채 남산을 조용히 바라보노니 해질 무렵 먼 산은 진정 아름다워라 저물어 뭇새들도 깃 찾아 돌아오고 여기 우리 살며 느끼는 끝없는 기쁨이 있어라 무어라 이것을 모집어 이를길도 없구나.     맹호연 孟 浩然(689-740) 당나라 盛時의 詩人. 이름은 浩, 字는 浩然. 中宗 嗣聖 6년(689,신라 신문왕 9년) 호북성 襄陽에서 났다. 鹿門山에 들어가 숨어 살면서 시를 즐기며 유유자적하다가, 40살 때 서울로 나와 진사시험을 보았으나 낙방하고, 뒤에 大學에서 시를 강의했는데 학생들은 그의 박식함에 경탄했다. 張九齡 등과 가까이 사귀었다. 등창이 나서 고생하다가 玄宗 開元 28년(740,신라 효성와 4년) 52살에 죽었다. 그의 시는 自然美나 靜寂의 경지를 노래한 것이 많은데, 특히 五言詩에 뛰어났다. 4권이 있다.     洛陽訪袁拾遺不遇 洛陽訪才子 江嶺作流人 聞說梅花早 何如此地春 그대는 가고 낙양에 그댈 찾아 가니 강령으로 떠난 지 오래더고 매화 피는 철도 이르다지만 어찌 낙양의 봄만 하오리.     臨洞庭 八月湖水平 涵虛混太淸 氣蒸雲夢澤 波撼岳陽城 欲濟無舟楫 端居恥聖明 坐觀垂釣者 徒有羨魚情 동정호에서 팔월달 호수가 잔잔도 하이 하늘도 물에 잠겨 더욱 맑아라 운몽못 가에 물안개 자욱하고 물결은 악양성 향하고 흘러 건너고 싶어도 배엔 노가 없으니 묻혀 살기엔 성덕이 부끄럽다 낚시질하는 옆에 덧없이 앉아 헛되이 고기를 부러워하는 마음     義公禪房 夕陽連雨是 空翠落庭陰 看取蓮花淨 方知不染心 단장 해 지자 몰려 가는 빗발 따라 푸른 산 그리매 뜰에 들고 조촐한 연꽃 바라보니 물들지 않은 마음 알아 즐겁다.     送杜十四之江南 荊吳相接水爲鄕 君去春江正水茫 日暮孤舟何處泊 天涯一望斷人腸 두십사를 보내는 노래 형오랑 강남이라 모두 다 수향이래 그대 떠난 뒤 강물만 아득한데 해 지자 외로운 배 어느 곳에 멈추리 하늘가 바라보면 마음 더욱 애달퍼.....     왕 유 王 維 (699-759) 字는 摩詰, 산서성 太原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詩名을 날려, 12살에 진사에 급제하여 大樂丞이 되었으나, 이내 산동으로 좌천당했다. 얼마후에 벼슬을 버리고 서울 장안의 근교 輞川에 땅을 사 가지고 은사의 생애를 보냈다. 31살에 아내를 잃고나서는 독신행을 계속하다가, 나중에 불교에 귀의했다. 735년 37살 때 張九齡에 의해 右拾遺에 발탁, 차차 벼슬이 높아져서 752년에는 吏部郎中, 756년에는 給事中에 이르렀고, 시명도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곧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 그 해 6월 장안이 함락되고 그는 적에게 잡혔다. 난이 평정된 뒤에 복직되어 759년에는 尙書右丞이 되었으나, 그해 61살로 죽었다. 그는 李 白이나 杜 甫에 비하면 마음이 약하여, 현실의 汚濁에 초연할 수도 없고, 반항할 수도 없어, 청정한 자연과 西方往生의 사상에 도피하여 裵 迪․錢 起등과 사귀면서, 평범한 그러나 순수한 정신을 시와 그림에 담았다. 저서에 20권, 6권이 있다.     斷章 天寒遠山淨 日暮長江急 단장 추운 하늘인데 먼 산 씻은듯 맑고 해 지자 강물 소리 더욱 잦이다.     過香積寺 不知香積寺 數里入雲峯 古木無人徑 深山何處鍾 泉聲咽危石 日色冷靑松 薄暮出潭曲 安祿制毒龍 향적사를 지나며 알길 없어라 향적사 가는 길은 몇 리를 들어가도 구름 덮인 산이로고     나무는 길이 넘고 인적도 끊첬는데 깊은 산 어드메쯤 들려 오는 종소린가     흐르는 물 소리는 돌에 걸려 흐느끼고 산 깊어 푸른 솔에 햇볕도 서늘하다     해설피 여울 물 소리만 들려 오는데 선정에 들으니 알 길 없어라.     送沈子福之江南 楊柳渡頭行客稀 罟師盪槳向臨圻 唯有相思似春色 江南江北送春歸 심자복을 강남으로 보내며 버들 우거진 나룻가엔 행인도 드문데 어부는 노 저어 한가히 포구로 간다     다만 못 잊는 정 봄빛처럼 한없는데 강남북으로 찾아온 봄을 보내는듯 하구나.     竹里館 獨坐幽竹裏 彈琴復長嘯 深林人不知 明月來相照 죽리관 홀로 고요한 대숲에 앉아 거문고 뜯다간 휘파람도 불어 보고 깊은 수풀이라 아는 이는 없어도 달빛이 소리 없이 비쳐 오도고......     雜詩 已見寒梅發 復聞啼鳥聲 愁心視春草 畏向玉階生 춘수 (春愁) 벌써 한매도 피어 나고 새 소리도 들려 오고 우거진 풀을 보면 더욱 시름겨워 층층계 덮으니 이렇게 슬플밖에     鹿柴 空山不見人 但聞人語響 返景入深林 復照靑苔上 녹시에서 빈 산에 사람 기척 없는 데 간간이 들려 오는 말소리 있어 비낀 햇볕 먼 숲에 맑고 푸른 이끼 더욱 짙푸르게 빛난다.     雜詠 君自故鄕來 應知故鄕事 來日倚窓前 寒梅著花未 잡영 그대 고향에서 돌아왔거니 응당 고향 일을 알으렸다 올 무렵 우리집 창 옆엔 하마 매화꽃이나 피었던가     送別 下馬飮君酒 問君何所之 君言不得意 歸臥南山陲 但去莫復問 白雲無盡時 송별 말을 내려 그대여 술을 마시라 묻노니 그댄 어디로 가느뇨 그대 말하기를 뜻을 얻지 못하여 남산 기슭으로 돌아간다 하거니 다못 가라 다시 묻질랑 말아라 흰구름 항상 끝날 줄이 있으리.     送元二使安西 渭城朝雨浥更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盡一一酒 西出陽關無故人 이별의 노래 위성 아침 비에 먼지만 개었구나 객사엔 파릇파릇 버들잎이 푸르러라 임이여 다시 한잔 마시고 떠나시라 관문을 나서면 뉘 있어 또 찾으리.     九月九日憶山東兄弟 讀在異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 遙知兄弟登高處 徧揷茱萸少一人 여수 홀로 타향에 외론 손 되어 명절이면 어버이 더 그리워라 형이랑 아우랑 같이 오르던 언덕에 수유를 꽂고 놀던 한사람이 줄었겠다.     春桂問答 問春桂 桃李正芳菲 年光隨處滿 何事獨無花 春桂答 春華詎幾久 風霜搖落時 獨秀君知不 춘계문답 계수나무여 도화 이화 향그러워 봄빛 간데마다 무르녹는데 그대만 홀로 꽃이 없는가     계수나무 대답하길 언제까지 도화 이화 꽃이 피리 낙엽이 우수수 지는 가을엔 내 홀로 꽃피는 것 그대 아는가     臨高臺 相送臨高臺 川原杳何極 日暮飛鳥還 行人去不息 별리 보내고 돌아서서 고대에 다다르니 산천은 끝닿은 델 알길 없어라 저문날 새들도 깃 찾아 오는데 떠난인 쉬어 가는 흔적도 없어......     소동파 蘇 東坡(1036-1101) 宋代의 詩人. 字는 子瞻, 이름은 軾, 東坡는 號다. 仁宗 景祐 3년 (1036, 고려 정종 2년) 사천성 眉山에서 태어났다. 22살 때 아우 蘇 轍과 함께 과거에 급제, 곧 代理評事簽書에 임명되고, 다시 鳳翔判官에 제수되었다. 神宗때 王安石과 의견이 맞지 않아, 지방으로 나가 杭州通判이 되었다가, 이어 密州.徐州.湖州등지를 맡아보았다. 이 무렵 이미 그의 文名이 높아서 소인들의 싫어하는 바 되어, 44살 때 마침내 黃州로 좌천되었다. 이 때 그는 동쪽 언덕(東坡)에 집을 짓고 거처하면서 스스로 東坡居士라 일컬었다. 哲宗이 즉위하자 吏部尙書가 되었다가, 곧 潁州지사가 되고 뒤에 다시 중앙으로 돌아와 兵部尙書, 禮部尙書를 역임, 翰林 侍讀의 양 學士를 兼했으나, 紹聖初에 또 반대파에 모함당해 瓊州로 귀양가 다시 永州로 옮겨왔다가 뒤에 사면되어 돌아왔는 데, 徽宗 建中靖國 원년(1101, 고려 숙종 6년) 7월28일, 常州에서 66살에 죽었다. 高宗때 太師를 追贈, 文忠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그는 儒․佛․道에 다 통했고, 시는 음률이나 詩句에 구애받지 않아 자유분방하다. 이 있다.     東欄梨花 梨花淡白柳深靑 柳絮飛時花滿城 惆悵東欄一株雪 人生看得幾淸明 배꽃에 부쳐 배꽃 담백한데 버들잎 짙푸르다 버들개지 흩날리고 꽃은 만발하고 난간엔 서러운듯 하얀 꽃송이 보고 지고 몇해나 보낼 것인가.     春夜 春宵一刻直千金 花有淸香月有陰 歌管樓臺聲細細 鞦韆院落夜沈沈 봄밤 봄밤은 그대로 일각도 천금이여 꽃 향기 그윽한데 달도 밝어라 풍류에 섞인 노래 멀리 들려 오고 그네 소리에 쩌른 밤 깊어 가누나.     縱筆 寂寂東坡一病翁 白鬚蕭散滿霜風 小兒誤喜朱顔在 一笑邪知是酒紅 종필 적막하다 동파에 병든 늙은이 흰수염 소조히 바람에 날린다 어린앤 붉은 얼굴보고 기뻐하건만 내 술에 취한 것을 어찌 알으리.     왕창령 王 昌齡 (?-755) 섬서성 長安에서 났다. 726년 進士, 방만한 성격 때문에 여러 번 좌천당했다. 755년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자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살해당했다. 李 白과 아울러 일컫는 七言絶句의 명수로서, 閨怨의 작품이 많다. 高 適.王之渙등과 사귀었다. 시집에 5권, 1권이 있다.     西宮秋怨 芙蓉不及美人妝 水殿風來珠翠香 郤恨含情掩秋扇 空懸明月待君王 추원 부용도 미인엔 따를길 없는데 수전 드는 바람에 향기만 그윽하다 문득 품은 정 풀길도 없어 휘영청 밝은 달에 임이 더욱 그립다.     閨怨 閨中少婦不知愁 春日凝妝上翠樓 忽見陌頭楊柳色 悔敎夫婿覓封侯 원한 규중에 젊은 아가씨 시름을 몰라 봄단장 고이하고 누대에 오르니 멀리 푸른 버들 우거진 언덕이 보여 벼슬살이 나간 임 보고파 뉘우침 새롭다.     出塞行 白草原頭望京師 黃河水流無盡時 秋天曠野行人絶 馬首東來知是誰 출새행 백초 우거진 원두에서 서울을 바라보니 황하는 굽이굽이 그칠 길이 없구나 가을날 빈 벌엔 인적도 끊쳤는데 말 머리 동으로 두르는 뜻을 뉘 알으리.     從軍行三首 一. 烽火城西百尺樓 黃昏獨坐海風秋 更吹羌笛關山月 無那金閨萬里愁 二. 靑海長雲暗雪山 孤城遙望玉門關 黃沙百戰穿金甲 不破樓蘭終不還 三. 秦時明月漢時關 萬里長征人未還 但使龍城飛將在 不敎胡馬度陰山 종군행 삼수 1. 누대 드높은 성 밖엔 봉화 타는데 해 지자 해풍은 가을을 싣고 온다 관산 걸린 달에 대피리도 구슬퍼 그리운 네 생각에 시름은 만리 간다.     2. 청해 덮은 구름 설산도 어두운데 성 밖엔 옥문관도 아득하여라 황사 싸움에 갑옷도 해졌는데 누란땅 치기 전엔 돌아가지 않으리.     3. 진한이 바뀌어도 관을 못넘어 만리 전야에 떠난인 아직 오지 않고 용성 땅엔 비장이 지키고 있거니 호마로 하여금 음산을 넘게 하리.     送別魏三 醉別江樓橘柚香 江風引雨入船凉 憶君遙在湘山月 愁聽淸猿夢裏長 위삼을 보내며 취한 채 이별하는 강가에 귤 냄새 풍긴다 강바람 비를 이끌어 배에 들어오고 생각하면 그댄 상산 달 아래에서 잔나비 소리에 시름도 꿈속에 잠기리.     西宮春怨 西宮夜靜百花香 欲捲朱簾春恨長 斜抱雲和深見月 朧朧樹色隱昭陽 서궁춘원 서궁에 밤들자 꽃 향기 그윽하고 발을 걷기에도 마음 설렌다 거문고 비스듬이 안고 달을 바라보니 숲은 어둠 속에 소양궁을 가렸구나.     題覇池 腰鎌欲何之 東園刹秋韭 世事不復論 悲歌和樵叟 비가 낫을 허리에 차고 어디메로 가는가 부출 베러 밭으로 가노니 인젠 뜬 세상일 또다시 이야기 않으리 슬픈 노래를 저 초동에게 부치고.......     두 목 杜 牧 (803-853) 당나라 말기의 시인. 字는 牧之, 號는 樊川. 德宗 貞元 19년(803, 신라 애왕 4년) 섬서성 장안부근에서 났다. 26살때 진사, 현량과에도 급제했다. 宣宗 大中 6년(852,신라 문성왕 14년) 에 50살로 죽었다. 성질이 강직하고 호방하여 장군 재상을 역임했다지만 항상 즐겁지 못해 시문에 그 심정을 담고, 양주 진주등 당시에 유명한 환락지를 떠돌아다녔다. 杜 甫를 大杜라 함에 대하여, 杜 牧은 小杜라 일컬었다. 시집은 20권, 1권, 1권이 있다.     題安州浮雲寺樓寄湖州張郎中 去夏疎雨餘 同倚朱欄語 當時樓下水 今日到何處 恨如春草多 事與孤鴻去 楚岸柳何窮 別愁紛若絮 장낭중에게 부치는 노래 지난 여름 비개인 어느날 난간에 기대어 서로 이야기하던 우리 그날 다락 아래 흘러가던 물 시방은 어디메쯤 흘러갔으리 가실줄 모르는 상채긴 사뭇 봄 풀처럼 우거지고 생각하면지난 일 기러기처럼 모두 날아가 강가에 버들 멀리 늘어섰는데 애달퍼라 그대 생각하는 이 시름이여.     經闔閭城 遺蹤委衰草 行客思悠悠 昔日人何處 終年水自流 孤烟村戌遠 亂雨海門秋 吟罷獨歸去 風雲盡慘愁 합려성을 떠나며 옛 성터에 풀은 시들어 지나는 나그네 애달퍼라     나의 사람아 그대 지금 어딘가 강물만 소리 없이 흘러 가누나     수자리에 연기만 멀리 흐르고 해문에 흩뿌리는 가을비 어지러워......     노래도 끝난 뒤 혼자 돌아가노라면 하늘에도 시름은 사무치는듯......     別離 多情却似總無情 唯覺樽前笑不成 蠟燭有心還惜別 替入垂淚到天明 별리 다정도 병인양하여 그리운 정을 잔들고 바라봐도 웃음은 걷고 이별은 촛불도 서러운 탓에 기나긴 밤 저렇게 울어 새우지........     泊秦淮 煙籠寒水月籠沙 夜泊秦淮近酒歌 商女不知亡國恨 隔江猶唱後庭花 진회에서 연기도 달빛도 모두다 자욱한데 밤 들자 진회 가까운 주막에 드니 장사치 계집애는 나라 망한 한을 몰라 강을 건너 시방도 후정화를 부른다.     淸明 淸明時節雨紛紛 路上行人欲斷魂 借問酒家何處有 牧童遙指杏花村 청명 청명절 비가 마구 쏟아져 길가는 사람도 넋을 잃었다 주막은 어디멘가 목동에게 물으니 멀리 가리키는 살구꽃 핀 마을.     위 장 韋 莊 (?-910) 五代 前蜀의 詩人. 字는 端己, 섬서성 長安 杜陵에서 났다. 黃 巢의 난리에 서울 장안에서 전란의 참혹한 꼴을 보고, 이듬해 낙양으로, 다시 강남으로 피난을 가, 여기서 10년 동안 불우한 생애를 술과 여자로 달래다가,893년 서울로 돌아가 이듬해 진사에 급제, 校書郞에 임명되었다. 900년 경에 蜀에들어가 정치․문학에 전념 907년 吏部尙書平章政事가 되었다가, 910년 城都에서 죽었다. 강남에 있을 때의 작품은 대개 환락․퇴폐․自嘲의 심정을 노래한 낭만적인 것이 많다. 시집에 10권이 있다.     白牧丹 閨中莫妬新粧婦 陌上須慙傳粉郎 昨夜月明深似水 入門唯覺一庭香 백모란 백모란엔 규중 여인도 시새워하리 풍류랑도 또한 부끄러울 것을 지난 밤 달은 물같이도 밝아 뜰에 들자 선뜻 오는 그윽한 향기.     春日晏起 近來中酒起常遲 臥見南山改舊詩 開戶日高春寂寂 數聲啼鳥上花枝 봄 아침 연달아 마시는 술이 몸에 배어 진정 일어나기 싫어라 자리에 누운채 남산을 바라보며 묵은 시를 뒤저기노니 문 열자 해는 높아 봄날은 적적하고 멀리 들려 오는 새소리 더욱 고요하여라.     古別離 晴煙漠漠柳毿毿 不那離情酒半酣 更把玉鞭雲外指 斷腸春色在江南 별리 막막한 연기 새로 버들가지 휘날린다 떠나는 정 어쩌지 못하여 반남아 술에 취해 옥 채찍 다시들고 구름 밖을 가리키니 애끊는 봄빛도 강남으로 강남으로.     東陽酒歌贈別 天涯方歎異鄕身 又向天涯別古人 明日五更孤居月 醉醒何處各沾衣 나그네 떠도는 나그네 그대 마저 여의고 내일 밤 새벽 달을 어디서 보리.     金陵圖 江雨霏霏江草齊 六朝如夢鳥空啼 無情最是臺城柳 依舊烟籠十里堤 봄 보슬비에 강도 풀도 모두 젖는데 지난 날은 꿈이런지 새만 우짖어 무심한 봄에도 버들은 늘어져 십리 긴 뚝에 연기처럼 푸르구나.     잠 삼 岑 參 (?-?) 南陽사람.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가난한 중에서도 학문을 힘써, 唐詩의 극성 시기에 활약한 詩人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代宗때 嘉州刺史를 지내고, 幕職使로 있다가 파면되어 蜀으로 귀양가 거기서 돌아오지 못하고 죽었다. 그의 시는 말과 뜻이 淸切하여 뛰어난 걸작이 많은데, 한편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다투어 베꼈다고 한다. 시집 8권이 있다.     見渭水思秦川 渭水東流去 何時到雍州 憑添兩行淚 寄向故園流 애가 위수는 동녘으로 흘러가는데 언제 옹주를 찾아간단 말이냐 덧없이 지는 애 눈물을 실어 고향엘 찾아가는 물결에 부치리.     磧中作 走馬西來欲到天 辭家見月兩回圓 今夜不知何處宿 平沙萬里絶入煙 사주에서 달리는 말 서녘으로 하늘도 아득한데 떠나와 달은 두번 다시 차고 이울어도 오늘 밤 잠자리는 찾을 길도 없구나 인적도 없는데 연기조차 끊쳤어.....     斷章 海暗三山雨 花明五嶺春 단장 삼산에 오는 비 바다를 가렸는데 봄이라 영 위엔 꽃도 밝구나.     蜀葵花 昨日一花開 今日一花開 今日花正好 昨日花已老 촉규화 어제도 꽃피더니 오늘도 꽃이 피네 오늘 핀 꽃 애틋한데 어제 핀 꽃 이울었어.......     行軍九日思長安故園 强欲登高去 無人送酒來 遙憐故園菊 應傍戰場開 중양에서 산에 오르리 높은 산에 오르리 술 보내 올 친구도 없는 것을...... 생각은 먼 고향 국화에 부치노라 비오듯 살은 가도 꽃은 피었으리.     한 악 韓 偓 (?-?) 9세기경 詩人. 字는 致光, 섬서성 長安에서 났다. 889년 進士가 되고 昭宗때 兵部侍郞.翰林學士를 역임했다. 뒤에 朱全忠에 반대하여 좌천당했다가, 905년 복직의 허락이 있었으나 入朝하지 않고 남쪽으로 갔다. 閨房 婦女의 媚態와 戀情을 주제로한 妖艶한 작품이 많다. 시집에 3권이 있다. 그의 작품과 같은 시를 香奩體라고 하는 것은 이 詩集의 이름에서 나온 말이다.     效崔國輔體 雨後碧苔院 霜來紅葉樓 間階上斜日 鸚鵡伴人愁 비 뒤에 비 걷자 이끼 더욱 짙푸르고 서리철 단풍이 한결 붉어라 층층계엔 누엿누엿 해가 저물고 잔시름 알아채는 앵무로구나.     效崔國輔體 羅幕生春寒 繡窓愁未眠 南湖夜來雨 應濕採蓮船 밤비 엷은 창창으론 추운 봄이여라 창 아래 시름겨워 잠 못 이루는데 남호에 밤비가 촐촐히 내려 연 따는 배에도 후줄그니 젖으리.     效崔國輔體 澹月照中庭 海棠花自落 獨立俯閑階 風動鞦韆索 달밤에 푸른 달빛 뜰에 들어 해당화는 소리 없이 지고 홀로 층층계에 서성거리니 가는 바람에 그네줄 흔들린다.     장약허 張 若虛 (?-?) 唐나라 초기의 詩人. 楊州사람으로, 연주의 兵曹가 되어 賀知章․張 旭․包 融 등과 吳中의 四士라 일컬었는데, 이에는 이설이 있다. 시집도 전해 오는 것이 없고, 다만 가 그의 작품으로 알려진 유일한 것이다.     春江花月夜 春江潮水連海平 海上明月共潮生 艶艶隨波千萬里 何處春江無月明 江流宛轉遶芳甸 月照花村皆似霰 空裏流霜不覺飛 汀上白沙看不見 江天一色無纖塵 皎皎空中孤月輪 江畔何人初見月 江月何年初照人 人生代代無窮已 江月年年望相似 不知江月照何人 但見長江送流水 白雲一片去悠悠 靑楓浦上不勝愁 誰家今夜扁舟子 何處相思明月樓 可憐樓上月徘徊 應照離人粧鏡臺 玉戶簾中卷不去 擣衣砧上拂還來 此時相望不相聞 願隧月花謝照君 鴻雁長飛光子度 魚龍潛躍水成文 昨夜閑潭夢落花 可憐春半不還家 江水流春去欲盡 江潭落月復西斜 斜月沈沈藏海霧 碣不瀟箱無限路 不知乘月幾人歸 落月搖情滿江樹 달노래 강물은 사뭇 먼 바다에 연닿아 아득하고 바다 위엔 달이 밝아 물결도 눈부시다     굽이굽이 물결은 천만리로다 어디멘들 강물에 이 달빛 흐르리     강물은 흘러흘러 푸른들 돌고 꽃수풀 우거진데 달빛은 눈과 같아     소리 없이 오는 서리 알길 바이 없고 강가에 흰 모래도 보이지 않아     하늘도 강도 분간할 길 없는데 달빛만 외로이 휘영청 흘러라     강기슭에 저 달을 누가 먼저 보았으리 저 달이 처음으로 언제 사람을 비쳤으니     끊칠줄 모르고 이어사는 인생이거니 해마다 강에 비치는 달과 다르리     알길없어라 저 달은 누굴 비치는가 다만 흐르는 물 보내는 아득한 강인데     흰구름 소리없이 흘러가고 이 포구에 잔시름 이길길 없구나     그 뉘가 이 밤을 배에서 새우는가 어디메 다락엔 달 보고 애끊니니     설어라 다락엔 달빛만 흘러들고 그대의 거울을 소리없이 비치리니     발을 말아도 달빛은 흘러 오고 쫓아도 찾아와선 다드밋돌에 들어     서로 바라봐도 아무런 기척 없고 달 따라 그대 있는 곳 비치어 지고     기러기 길게 날아 달빛을 가리는가 물고기도 이 밤엔 유난히 뛰는구나     그리운 그대여 난 지는 꽃을 꿈꾸며 반남아 봄은 가도 갈길은 몰라     강물도 봄을 싣고 흘러 가는데 소리 없이 지는 달도 서녘에 기울어     달 기울자 바다는 안개에 싸여 남북으로 한없이 아득한 길     저 달 따라 몇몇이 고향엘 갔는가 지는 달만 강가의 숲을 적시네.     유장경 劉 長卿 (?-?) 세기말의 詩人. 字는 文房, 하북성 河間에서 났다. 733년에 進士, 玄宗 至德 연간에 監察御史가 되었다가, 상관과의 사이가 나빠, 지방으로 좌천, 벼슬이 隨州刺史로 그쳤다. 王 維의 영향을 받아 五言詩를 잘 지었으며, 시집에 10권이 있다.     重送裴郞中貶吉州 猿啼客散暮江頭 人自傷心水自流 同作逐臣君更遠 靑山萬里一孤舟 별리 원숭이 울어 예고 손은 떠나고 서러워라 부두에 날은 저문다 사람은 사람이기에 서러워하고 물은 물이기에 흘러가는 게지 그대와 더불어 쫓긴 몸인데 더 멀리 떠나는 그대로구나 청산은 아득한 천리 만리여 또다시 뱃길을 언제 가려나.     酬李穆見寄 孤舟相訪至天涯 萬里雲山路更賖 欲掃柴門迎遠客 靑苔黃葉萬貧家 이 목에게 부치는 노래 뱃길도 아득한 먼 하늘 가 그대는 이렇게 찾아왔구려 구름에 첩첩 싸인 머나먼 산길 그대는 이렇게 찾아왔구려 사립문 조촐히 쓸고 또 닦아 멀리 온 그대를 맞아들이리 가난이 무르녹는 나의 집이라 푸른 이끼 누른 잎을 그대께 뵈리라.     彈琴 冷冷七絃上 靜聽松風寒 古調雖自愛 今人多不彈 탄금 거문고 고요한 소리 일곱 줄을 오가는데 멀리 들려 우는 솔바람 소리 추워라 옛 곡조 내 비록 사랑하지만 지금은 타는 사람 드물어 한이여.     過鄭山人所居 寂寂孤鶯啼杏園 寥寥一犬吠桃源 落花芳草無處尋 萬壑千峰獨閉門 그대 집을 지나며 외로운 꾀꼬리 살구꽃 새에 울고 복사꽃 핀 골엔 개가 짖는다 꽃입파리 바람에 흩날리는데 깊은 산 외론 집엔 문도 닫혔어.     逢雪宿芙蓉山 日暮蒼山遠 天寒白屋貧 柴門聞犬吠 風雪夜歸人 눈 오는 밤 저문 날 푸른 산 더욱 멀고 하늘도 추운데 뼈저린 가난이여 사립문 밖엔 개 짖는 소리 눈보라 속에 누가 오는가.     유우석 劉 禹錫 (772-842) 字는 夢得, 代宗 大曆 7년 강소성 中山에서 났다. 貞元 9년에 進士, 監察御史가 되었다. 806년 憲宗이 즉위, 후에 連州刺史로 좌천, 다시 朗州로 밀려났다. 이 때 10여편을 읊었다. 그는 다시 播.連.和.蘇.汝등의 여러 주로 전전하기를 10년, 소환되어 太子賓客이 되고, 뒤에 檢校禮部尙書가 되었는데, 오래지 않아 병으로 죽었다. 白居易와 친히 사귀었고, 五言詩에 능하여 그의 작품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의 시풍은 민요풍의 소박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또 南蠻 땅의 풍토를 주제로한 것이 많이 있어, 당시중 특이한 작품이라고 한다. 시문집에 30권, 10권이 있다.     烏衣巷 朱雀橋邊野草花 烏衣巷口夕陽斜 舊時王謝堂前燕 飛入尋常百姓家 오의항 주작교 변두리에 들꽃이 피고 옛 거리에 지는 해 비꼈어라 옛날에 날아들던 제비떼들은 시방은 농부의 집을 오락가락하누나.     浪淘沙詞 鸚鵡洲頭浪颭沙 靑樓春望日將斜 銜泥燕子爭歸舍 獨自狂夫不憶家 낭도사사 앵무주 기슭엔 모래 씻는 물소리 임 계신 곳 바라보니 해는 이미 기울고 제비도 흙물고 자꾸 돌아가는데 그대는 오늘도 집이나 생각는가.     秋風引 何處秋風至 蕭蕭送雁群 朝來入庭樹 孤客最先聞 가을 바람 어디서 불어 오는 가을 바람이기에 소소히 기러기뗄 보내 오는가 바람은 뜰에 들어 나무잎 흔들린다 혼자서 들어 예는 나그네 마음.     秋思 自古逢秋悲寂寥 我言秋日勝春朝 空晴一鶴排雲上 便引詩情到碧宵 가을날 가을은 서럽다 일러 오지만 나는 봄도곤 가을이 좋아 학은 구름을 헤치고 날아 가는데 생각도 푸른 하늘 멀리 흐르네.     가 도 賈 島 (777-841) 字는 浪仙, 范陽사람. 처음에 중이 되어 號를 無本이라 하고 법건사에 있었는데, 뒤에 京兆尹 韓 愈에게 그 시재를 인정받고 환속하여 변변찮은 벼슬자리에 앉았다. 일찌기 의 句를 얻어, 推자로 할 것인지 敲자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지 못해 몹시 애를 먹었다는 일화가 있고, 그래서 지금도 시문을 다듬는 것을 推敲라고 한다. 그는 말하기를 “하루 시를 짓지 않으면 마음이 말라 붙어 낡은 우물과 같이 된다”고 했다. 시집은 10권이 있다.     尋隱者不遇 松下問童子 言師採藥去 只在此山中 雲心不知處 그대를 찾아서 소나무 아래 동자에게 물으면 스승은 약을 캐러 갔노라고 다만 이 산중에 있으련만 골마다 구름이라 알길 없구나.     三月晦日贈劉評事 三月正當三十日 風光別我苦吟身 共君今夜不須睡 未到曉鍾猶是春 전춘사(餞春詞) 봄도 막가는 삼월 그믐인데 계절은 저만 가고 나만 남긴다 그러면 그대여 이 하룻밤을 뜬채 새면서 이야기 다하리 새벽 종 그윽히 들리기 전엔 우리는 그대로 봄에 사는 몸이여.     度桑乾 客舍幷州已十霜 歸心日夜憶咸陽 無端更渡桑乾水 郤望幷州是故鄕 고향으로 십년을 병주 땅에 외론 손되어 날마다 고향을 생각하였노라 상건강 건너와 바라보니 병주가 흡사히 내 고향 같구나.     고 적 高 適 (?-765) 字는 達夫, 하북성 滄州에서 났다. 玄宗때 과거에 급제, 肅宗때 諫議大夫에 발탁되어 거리낌 없이 바른 말을 했다. 50살 때 비로소 詩文에 힘썼다. 762년 西川 節度使가 되어 蜀에서 吐蕃을 막고, 左散騎常侍등을 지냈다. 많이 종군하여 그의 시는 변방의 풍경이며 전쟁에서 취재한 것이 많은데, 웅장 호방하여 王 維.孟浩然등과 어깨를 겨루었다. 8권이 있다.     夜別韋司士 高館張燈酒復淸 夜鍾殘月雁歸聲 只言啼鳥堪求侶 無那春風欲送行 黃河曲裏沙爲岸 白馬津邊柳向城 莫怨他鄕暫離別 知君到處有逢迎 야별 등불 밝은 곳에 술빛 더욱 맑고 종소리 들리는데 달 아래 가는 기러기 새는 짝 찾아 울러 밤을 새우는가 어찌하리 봄바람 따라 헤치는 이 심정 황하 굽은 골에 모래 씻는 물 소리 백마진 강변에는 버들만 우거졌다 원망하지 말아다오 잠시 나뉘는 것을 그대 가는 데마다 반가이 맞아 주리.     田家春望 出門無所見 春色滿平蕪 可歎無知己 高陽一酒徒 봄에 문을 나서봐도 바라볼 것 없는데 봄빛만 제 홀로 무르녹아라 찾아볼 친구조차 나는 없는가 주도라 일컬어도 서럽진 않아.     除夜作 旅館寒燈獨不眠 客心何事轉凄然 故鄕今夜思千里 霜鬢明朝又一年 제야 여관 찬 등 아래 잠 이룰길 없어 어쩌자고 마음은 이리도 설레는가 고향을 생각하면 아득한 천리 센 머리 이밤 새면 또 한해 가는구나.     別董大 十里黃雲白日矄 北風吹雁雪紛紛 莫愁前路無知己 天下誰人不識君 그대를 보내며 십리를 뻗힌 구름 햇볕을 가렸는데 기러기 몰고 가는 북풍에 눈은 내려 서러워 말아라 그대의 가는 길을 천하에 그대를 누가 모르리.     위응물 韋 應物 (?-?) 8세기말의 詩人. 섬서성 長安에서 났다. 756년 玄宗을 섬겨 京兆의 功曹가 되고, 여러 벼슬을 거쳐 德宗 때 蘇州刺史가 되었다가 文宗 때 죽었다. 白居易가 그의 詩를 評하여, 高雅閑淡의 독특한 품격이 있다고 했다. 오언시가 많다. 시집에 10권이 있다.     酬柳郎中春日歸楊州南國見別之作 廣陵三月花正開 花裏逢君醉一廻 南北相過殊不遠 暮潮歸去早潮來 양주로 보내며 삼월 광릉엔 꽃이 한창인데 꽃 속에 만나서 취토록 마시고파 남북으로 떠난들 먼길은 아니여 쓰고 드는 물 따라 오고 갈수 있거니.     聞雁 故園渺何處 歸思方悠哉 淮南秋雨夜 高齊聞雁來 문안 고향은 아득하다 어디메던가 떠도는 길손의 서글픈 심사 회남 가을밤에 비가 듣는데 멀리 지나가는 기러기 소리.     秋夜寄丘二十二員外 懷君屬秋夜 散步咏凉天 山空松子落 幽人應未眠 가을밤 가을도 밤이라 그리운 그대 거닐다 바라보면 머언 밤 하늘 솔방울 떨어져 밤은 한결 고요한데 이 밤을 그댄들 잠을 이루리......     幽居 貴賤雖異等 出門皆有營 獨無外物牽 遂此幽居情 微雨夜來過 不知春草生 靑山忽已曙 鳥雀繞舍鳴 時與道人偶 或隨樵者行 自當安蹇劣 誰爲薄世榮 유거 귀하고 천한게 모두 다르지만 문밖에 나서면 제각기 일이 있어     홀로 명리에 끌리지 않아 끝내 한가히 사는 정 기른다     밤새 보슬보슬 내리는 비에 풀은 얼마나 길어 났는가     청산엔 아침 햇볕 비꼈는데 새들은 집을 싸고 울어 예누나     때로는 도사와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초부를 따라도 가고     이렇게 사는 것이 즐거운 것을 뉘라서 세상영화 엷다 하더뇨.     이상은 李 商隱 (813-858) 당나라 말기의 詩人. 字는 義山, 하남성 沁陽에서 났다. 25살 때 進士, 누진하여 儉校工部郎中에 이르렀는데, 宣宗 大中 12년에 죽었다. 그의 작품은 抒情的인 詩가 많고, 修辭를 중히 여겨, 精密하고 華麗하다. 唐나라 말기와 五代를 통하여 그의 시는 크게 유행했는 데, 세상에서 西崑體라 일컬었다. 저서에 과 3권이 있다.     嫦娥 雲母屛風燭影深 長河漸落曉星沈 단장 운모 병풍에 촛불 그림자 그윽하고 긴 강에 새벽 별 소리 없이 숨는다.     夜雨寄北 君問歸期未有期 巴山夜雨漲秋池 何當共翦西牕燭 郤話巴山夜雨時 밤비에 부쳐 그대 돌아올 길 기약하기 어려워라 파산에 오는 밤비 가을 못을 넘는고야 어느 때 그대와 함께 창 아래 촛불 돋구려 파산에 밤비 오던 때를 서로 이야기하리.     早起 風露澹淸晨 簾間獨起人 鶯花啼又笑 畢竟是誰春 이른 봄 찬 이슬 바람 이는 이른 봄 아침 발새에 혼자서 일어나 보면 꽃 피고 꾀꼬리도 울어 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봄은 아니어.     왕지환 王 之渙 (?-?) 8세기 唐나라 詩人. 산서성 太原에서 났다. 高 適.王昌齡등과 함께 이름을 날렸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6수뿐인데, 모두가 絶句이고, 그중에서 가 특히 유명하다.     送別 楊柳東風樹 靑靑夾御河 近來攀折苦 因爲別離多 송별 버들은 휘늘어져 바람에 나부끼고 파릇파릇 실개천 덮었는데 이즈음엔 손 들어 가지도 꺽을수 없어 그렇게 오가는 이별도 잦았던가.     登鸛鵲樓 白日依山盡 黃河入海流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 관작루에서 산을 의지하고 해는 길이 바쁜데 황하는 아득한 바다로 숨어 멀리 바라보고싶은 덧없는 마음에 또 다시 층층계를 올라가노니.     凉州詞 黃河遠上白雲間 一片孤城萬仞山 羌笛何須怨楊柳 春光不度玉門關 양주사 황하는 멀리 구름 밖에 흐르고 성 밖엔 밋밋한 산이 솟았네 피리는 원한의 양류곡이로고 봄빛도 옥문관은 못 넘나봐.     왕 발 王 勃 (647-675) 唐나라 초기의 詩人. 字는 子安, 어려서부터 글을 잘하여 뽑혀서 朝散郞이 되었다. 당시 유행하는 鬪鷄를 쓴 글로 高宗의 노여움을 사서 劍南으로 좌천되었다가, 뒤에 파면당했다. 交趾에 있는 아버지에게 가다가 배에서 떨어져 물에 빠져 죽었다. 유명한 는 이 여행 중에 鍾陵에서 지은 것이다. 賦詩를 잘하여 唐初 四傑의 한 사람으로 이컬었다. 시집 30권이 있다.     縢王閣 滕王高閣臨江渚 佩玉鳴鸞罷歌舞 畵棟朝飛南浦雲 朱簾暮捲西山雨 閒雲潭影日悠悠 物換星移度幾秋 閣中帝子今何在 檻外長江空自流 등왕각 등왕각 높은 집이 강가에 있어 옥을 굴리며 부르던 노래도 끊쳤구나 단청 고운 기둥 새로 구름이 흘러가고 서산으로 비낀 빗발은 발을 걷고 바라보거니 한가한 구름과 못에 내려앉은 그리매 날은 고요하여 말썽 많은 세월이 몇번이나 흘러갔던가 등왕각 노니던 이 시방은 어디 있으리 난간 너머 아득한 강물만 소리없이 흐르누나. (王 勃의 遺詩)     蜀中九日 九月九日望鄕臺 他席他鄕送客杯 人情已厭南中苦 鴻雁那從北地來 중양에 구월구일에 망향대에 올라 잔 들고 손 보내는 외로운 심정 이제 촉나라엔 머물기도 괴론데 기러긴 어쩌자고 북녘에서 또 오는가.     고청구 高 靑邱 (1335-1374) 이름은 啓, 靑邱는 號다. 강소성 吳縣에서 났다. 1368년에 를 修撰, 戶部侍郞에까지 올랐다. 궁중의 비사를 읊은 일로하여 허리 잘리는 형으로 죽었다. 1,700여수나 되는 그의 시는 청신하고 웅건한데, 18권에 수록되어 있다.     問梅閣 問春何處來 春來在何許 月墮花不信 幽禽自相語 단장 찾아 든 봄 있는 델 알길이 없고 지는 달 말없는가 꽃가지 새만 우짖어.     尋胡隱君 渡水復渡水 看花還看花 春風江上路 不覺到君家 그대를 찾아서 물을 건너고 또다시 물을 건너고 여기 저기 꽃을 보고 가노라면 봄바람도 강을 건너 스쳐 오는데 어느 틈에 그대 집에 다달았구나.     장구령 張 九齡 (673-740) 字는 子壽, 광동성 曲江사람이다. 玄宗을 섬겨 재상에까지 올라서 명망이 높았다. 20권이 있다.     自君之出吳 自君之出吳 不復理殘機 思君如滿月 夜夜減淸輝 그대 떠난 뒤 그대와 나뉜 몸이 베를 짠들 무엇하리 흡사히 보름달 같이 밤마다 빛만 예이느니.     왕 건 王 建 (?-?) 9세기때 詩人. 字는 仲初, 하남성 許昌에서 났다. 775년에 進士, 827년에는 陝州司馬가 되어 변경에 종군했다가 돌아와 韓 愈.張 籍같은 詩人들과 사귀었다. 친척인 宦官으로부터 궁중의 일을 듣고 지은 는 널리 애송되었다. 詩集 10권이 있다.     十五夜望月 中庭地白樹棲鴉 冷露無聲濕桂花 今夜月明人盡望 不知秋思在誰家 십오야망월 달빛 들어 흰뜰인데 까마기 깃들이고 찬 이슬 소리 없이 꽃을 적신다 오늘밤 저 달 보는 이 퍽은 많지만 뉘라서 가을을 생각하는가.     送 人 河亭收酒器 語盡各西東 回首不相見 行軍秋雨中 너를 보내고 술도 다하고 잔을 던지고 이야기도 다하고 훌훌히 갈려 오던 길 되돌아 바라보면 너 실은 차는 가을비 속에 묻혀......     장 설 張 說 ?     蜀道後期 客心爭日月 來往預期程 秋風不相待 先至洛陽城 여정 헤매는 길손 일월과 다투는 뜻은 오고 가는 기약을 하였기 탓이지 그래도 가을 바람 기다리질 않고 날보다 먼저 낙양에 이르었네.     전 기 錢 起 (?-?) 字는 仲子. 玄宗 때 進士가 되어, 벼슬이 考功郎中에 이르렀다. 王 維와 친히 지냈으며, 代宗 大曆年間에 이름 높았던 大曆 十才子의 제 일인자다. 그의 시는 風趣가 풍부했다. 시집 10권이 있다.     歸 雁 瀟湘何事等閑回 水碧沙明兩岸苔 二十五絃彈夜月 不勝淸怨郤飛來 귀안 소상에서 어쩌자고 한가히 돌아올까 푸른 물 흰 모래에 이끼 더욱 푸르다 달 아래 뜯는 거문고 소리 맑은데 그 소리에 못이겨 되돌아오는가.     江行無題 咫尺愁風雨 匡廬不可登 祗疑雲霧窟 猶有六朝僧 강에서 비바람 흩뿌려 여산은 못 오르리 구름 짙은 골에 고승은 사는가.     온정균 溫 庭筠 (?-?) 8세기 중엽의 詩人, 本이름은 岐, 字는 飛卿, 산서성 陽曲에서 났다. 당나라 시인으로서 처음으로 詞에 전심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거의 다 散逸했는데, 지금 남아 있는 수십首는 修辭美를 다한 艶麗한 것들이다. 이 있었고, 소설 가 있다.     題分水嶺 溪水無情似有情 入山三日得同行 嶺頭便是分頭處 惜別潺湲一夜聲 분수령에서 무정한 시냇물도 어찌 보면 뜻 있는듯 산에 들어 사흘을 같이 걸었지...... 분수령에 다달아 이별할 때는 서러워 하룻밤내 울며 갑데다.     유종원 柳 宗元 (778-819) 唐宋八大家의 한사람. 字는 子厚, 산서성 永濟에서 났다. 進士에 급제, 803년 監察御史禮部員外郞이 되었다가 남쪽지방으로 좌천, 815년에 柳州刺史에 전임했다. 廣西지방을 방랑하며 많은 기행문을 남겼다. 시문집 45권이 있다.     江雪 千山鳥飛絶 萬徑人蹤滅 孤舟蓑笠翁 獨釣寒江雪 눈 산엔 나는 새 기척도 없고 길엔 지나는 사람도 없는데 어옹은 외론 배에 앉아 눈 속에 낚시를 드리운다.     登柳州峨山 荒山秋日午 獨上意悠悠 如何望鄕處 西北是融州 가을 날 황산 가을날 한낮인데 산엔 아무 기척도 없어 홀로 고향을 생각하노라 서북엔 융주가 있으려니.     황정견 黃 庭堅 (1045-1105) 字는 魯直, 號는 부翁 또는 山谷, 강서성 修水사람이다. 1067년에 進士, 國子監 敎授.國史編修官이 되었다가 1094년 지방으로 좌천, 마지막에는 귀양가 宜州에서 죽었다. 저서 이 있다.     鄂渚南樓書事 回顧山光接水光 凭欄十里芰荷香 淸風明月無人管 倂作南樓一夜凉 다락에서 돌아보니 푸른 산은 물에 연하고 난간에 기대 서니 연꽃 향기 그윽하이 휘영청 밝은 달밤인데 피리 소리도 안들려 드높은 다락에 밤은 그저 시원하여라.     가 지 賈 至 (718-772) 字는 幼隣, 洛陽사람이다. 玄宗때 起居舍人.知制誥를 지냈다. 肅宗이 선위받자. 그는 冊文을 지어 바쳤다. 뒤에 中書舍人이 되었다가 岳州의 司馬로 좌천당했다. 代宗 大曆 7년 (772, 신라 혜공왕 8년) 55살로 죽었다. 시호를 定이라 했다. 시집 10권이 있다.     春思 草色靑靑柳色黃 桃花歷亂李花香 東風不爲吹愁去 春日偏能惹恨長 춘수(春愁) 풀빛 짙은데 버들 더욱 노랗고 복사꽃 난만하고 이화 더욱 향그럽다 동풍은 시름도 불어 갈줄 모르는가 봄날엔 한되는 일 이렇게 많으니......     送李侍郞赴常州 雪晴雲散北風寒 楚水吳山道路難 今日送君須盡醉 明朝相憶路漫漫 노만만(路漫漫) 눈 걷자 흩어지는 구름 바람도 춥다 초나라 오나라는 가는 길도 험하리 그대 보내며 우리 잠시 취해나 보자요 낼 아침 생각해도 길은 아득하리.     西亭春望 日長春暖柳靑靑 北雁歸飛入窅冥 岳陽城上聞吹笛 能使春心滿洞庭 춘망 해 길고 바람 잔데 버들만 푸르러 기러기 돌아가는 먼 북녘 길 악양성 가에 피리 소리 들려 봄 마음 이끌고 동정호로 가누나.     위승경 韋 承慶 (?-?) ?     南行別弟 淡淡長江水 悠悠遠客情 落花相與恨 到地一無聲 별리 담담한 강물 멀리 흐르는데 길손의 심정 비길 데 없어라 낙화도 서러라 바라보는 마음 흩날려도 땅에는 소리도 없이......     江樓 獨酌芳春酒 登樓已半醺 誰驚一行雁 衝斷過江雲 강루 봄날 홀로 마시는 술에 취한채 오르는 높은 누대 어디서 난데없는 기러기 한떼 구름을 가로질러 날아 가누나.     대숙륜 戴 叔倫 (?-?) 당나라 중기의 시인. 字는 幼公, 潤州 사람이다. 德宗때 李希烈이 모반하자, 그는 항주자사로 가 있다가, 뒤에 돌아오는 도중에 갑자기 죽었다. 나이 58, 이 있다.     贈殷亮 日日河邊見水流 傷春未已復悲秋 山中舊宅無人住 來往風塵共白頭 은량에게 부치는 노래 한종일 나는 강기슭에 앉아 한종일 나는 물을 바라보노라 서러운 봄 채 가시우기 전에 애달다 가을이 또 찾아오누나 황량한 고향은 찾을 길도 없는데 옛집엔 사는 이도 없다하더고 풍진에 싸여 사는 몸이라서 모두다 머리칼이 세어 가나베.     湘南卽事 盧橘花開楓葉衰 出門何處望京師 沅湘日夜東流去 不爲愁人住少時 상남에서 비파꽃 피어나는 겨울이 오면 문 밖에 바라보는 먼 서울길 강물은 밤낮 없이 흘러 예어라 나를 위해선 멈출법도 하건만......     夜發袁江寄李穎川劉侍郞 半夜回舟入楚鄕 月明山水共蒼蒼 孤猿更叫秋風裏 不是愁人亦斷腸 가을 밤 배 돌려 야반에 초향에 드니 달 밝아 산과 불 한결 푸르다 가을 바람 속에 잔나비 울어 시름 없는 사람도 애를 끊나니.     이 섭 李 涉 ?     宿武關 遠別秦城萬里游 亂山高下入商州 關門不鎖寒溪水 一夜潺湲送客愁 무관에 들어 고향을 멀리 떠나 만리 길이라 산은 한이 없이 가는 길을 막는구나 관문을 흘러가는 추운 물소리 밤 새어 시름 싣고 흘러가누나.     형 숙 荊 叔 ?     題慈恩塔 漢國山河在 秦陵草樹深 暮雲千里色 無處不傷心 자은탑에 제하여 산천은 한나라 의연하고 진나라 능엔 풀만 우거져 저문날 천리나 먼 구름 보면 상채기 많은 마음 둘 곳이 없어......     낭사원 郎 士元 (?-?) 字는 君冑, 정주 中山 사람. 玄宗의 天寶 15년(756) 進士, 京畿選官에 뽑히고, 渭南尉. 拾遺를 거쳐 영주자사가 되었다. 그의 시는 淸幽秀澹, 한아한 맛이 넘친다. 문집이 있다.     送麴司直 曙雪蒼蒼兼曙雲 朔風燕雁不堪聞 貧交此別無他贈 惟有靑山遠送客 국사직을 보내고 새벽 눈도 추워라 구름도 추워 삭풍에 기러기 소리 마음 설렌다 가난도 몸에 젖어 서러운 이별 푸른 산 푸른 산이 그댈 보내네.     장 욱 張 旭 ?     山中留客 山光物態弄春暉 莫爲輕陰便擬歸 縱使晴明無雨色 入雲深處亦沾衣 청명 산도 눈부시게 빛나는 봄인데 구름을 핑게 삼아 흐렸다 가지마오 청명에 무슨 비가 오기야 하리만 구름도 깊은 곳엔 옷깃을 적신다오.     상 건 常 健 ?     破山寺後禪院 淸晨入古寺 初日照高林 曲徑通幽處 禪房花木深 山光悅鳥性 潭影空人心 萬籟此俱寂 惟聞鍾磐音 선원 새벽녘에 옛절에 들어서니 뜨는 해는 먼 숲 실가지에 빛나고 굽어든 오솔길을 걸어 들며는 선방에 꽃나무만 우거져 파란 산빛은 새도 좋아하는가 푸른 소에 그리매 마음도 가라앉어라 누리는 죽은듯 고요한데 먼 종소리 그윽히 들려 온다.     옹유지 雍 裕之 ?     宮人斜 幾多紅粉委黃泥 野鳥如加又似啼 應有春魂化爲燕 年年飛入未央棲 궁인의 무덤터 연지 곤지 단장하던 궁녀의 무덤터에 새 소리 노래하듯 또 울어 예듯 그대들 혼이 있어 제비라도 되었다면 길 익은 미앙궁을 해마다 찾아 오리.     황보염 皇甫 苒 ?     送魏十六還蘇州 秋夜沈沈此送君 陰蟲切切不堪聞 歸舟明日毘陵道 回首姑蘇是白雲 그대를 소주로 보내며 그대 보내는 적막한 가을 밤에 풀벌랜 어쩌자고 설리 울어 옐까 돌아가는 배 내일엔 비릉에 닿으리 머리 돌리니 고소산엔 흰 구름 인다.     소강절 邵 康節 ?     淸夜吟 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 야곡 눈부시게 달은 밝고 바람은 물 위를 기어 오는데 이렇게 시원한 이 한밤을 뉘라서 알고 즐기오리.     개가운 蓋 嘉運 ?     伊州歌 打起黃鶯兒 莫敎枝上啼 啼時驚妾夢 不得到遼西 단장 가지에 꾀꼬리 울리지 마라 임 찾아 가는 꿈길 행여 깨일라.     왕 주 王 周 ?     宿疎陂驛 秋染棠梨葉半紅 荊州東望草平空 誰知孤宦天涯意 微雨瀟瀟古驛中 소피역에서 아그배 가을 물들어 반남아 붉었구나 형주를 바라보면 풀은 하늘에 닿았는데 천애에 외로이 헤매는 나그네 시름 역에는 가는 비 부슬부슬 자꾸만 내리고.     장 악 張 鄂 ?     九日宴 秋葉風吹黃颯颯 晴雲日照白鱗鱗 歸來得問茱萸女 今日登高醉幾人 구일연 나무잎 바람에 불려 사뭇 누렇게 지고 가을 구름 해에 비껴 비늘처럼 빛난다 물었노라 수유 꽃은 여인이 돌아오기에 “오늘은 산에 올라 누구누구 취했던가”.     사마 예 司馬 禮 ?     宮怨 柳色參差掩畵樓 曉鶯啼送滿宮愁 年年花落無人見 空逐春泉出御溝 궁원 버들은 서로 얽혀 다락을 덮고 꾀꼬리 울어 옛 궁엔 시름만 가득하다 철 따라 꽃은 피고 져도 보는 이 없고 샘물은 무심히 뜰을 흘러 넘는다.     두 공 竇 鞏 ?     南遊感興 傷心欲問前朝事 惟見江流去不回 日暮東風春草綠 鷓鴣飛上越王臺 애가 서럽다 지난 일 묻자 했더니 흘러서 올길 없는 강물이구나 해 지자 이는 바람 풀만 푸르러 자고새만 월왕대를 넘나드누나.     우무릉 于 武陵 ?     勸酒 勸君金屈巵 滿酌不須辭 花發多風雨 人生足別離 권주 그대여 이 잔을 들으라 가득 부었다 사양치 마소 꽃 피자 비바람 더욱 많거니 우리 별린들 서럽다 하리.     유 상 劉 商 ?     送王永 君去春山誰共遊 鳥啼花落水空流 如今送別臨溪水 他日相思來水頭 왕영을 보내며 그대 가고보면 누구와 이 봄을 지내오리 새 울고 꽃도 이룰고 물만 흐르는데 그대 시방 보내는 이 시냇물 가를 오는날 생각하면 찾아올 밖에.     구 위 丘 爲 ?     左掖梨花 冷艶全欺雪 餘香乍入衣 春風且莫定 吹向玉階飛 이화 써늘한게 흡사 눈과 같구나 향기는 사뭇 옷깃에 들어와 봄바람도 그렇게 정처 없는지 불어다간 자꾸 섬돌로 날리네.     최혜동 崔 惠童 ?     秦和宴城東莊 眼看春色如流水 今日殘花昨日開 단장 그대 눈망울에 비치는 봄빛 흐르는 물과 같으이 오늘 남아 있는 꽃은 분명 어제 피었으리.     진 우 陳 祐 ?     雜詩 無定河邊暮笛聲 赫連臺畔旅人情 函關歸路千餘里 一夕秋風白髮生 잡시 무정하 강변에 피리 소리 들려 오고 혁련대 기슭을 거니는 나그네 합곡관 돌아오는 길 천리도 더 되어 하룻밤 갈바람에도 머리칼 센다.     두순학 杜 荀鶴 ?     春窓怨 風暖鳥聲碎 日高花影重 춘창원 화창한 날 바람결에 새소리 부서지고 드높은 햇볕 아래 꽃 그리매 두터웁다.     장경충 張 敬忠 ?     邊詞 五原春色舊來遲 二月垂楊未掛絲 卽今河畔氷開日 正是長安花落時 변사 오원 변방엔 봄철도 늦어 이월이 다 가도 버들움 안 터지고 인제사 강에는 얼음 풀리는 소리 장안엔 시방 꽃도 떨어질 것을.     한 굉 韓 翃 ?     宿石邑山中 浮雲不共此山齊 山靄蒼蒼望轉迷 曉月暫飛千樹裏 秋河隔在數峰西 석읍산속에서 구름도 산이 높아 못 올라오는가 아지랑이 사이로 바라보노니 새벽달 나는듯 나무 새에 숨고 은하도 봉을 건너 멀리 흐른다.     장 계 張 繼 (?-?) 字는 懿孫, 연주사람. 天寶 12년 進士에 급제, 代宗 大曆말에 檢校戶部員外郞이 되었다. 시집 1권이 있다.     楓橋夜泊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水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鍾聲到客船 풍교에서 달 지자 가마귀 울어 서리 찬 하늘 신나무 사이 사이 어화가 졸아 고소성 밖 한산사에선 종소리 은은히 배까지 들린다.     저광희 儲 光羲 ?     江南曲 日暮長江裏 相邀歸渡頭 落花如有意 來去逐船流 강남곡 해는 저물어 강 밖에 저물어 데불고 돌아오는 이 부두에 지는 꽃잎에도 뜻은 있는가 오거니 가거니 배는 물을 따라서......     최 호 崔 顥 ?     黃鶴樓 昔人已乘黃鶴去 此地空餘黃鶴樓 黃鶴一去不復返 白雲千載空悠悠 晴川歷歷漢陽樹 芳草萋萋鸚鵡州 日暮鄕關何處是 煙波江下使人愁 수 (愁) 그댄 흰구름과 더불어 떠나고 여기 다못 황학루가 남아 있구나 학은 떠나 돌아올 길 바이 없어라 흰구름 천겹 쌓여 하늘만 드높은데...... 한양엔 나무만 길남아 솟고 앵무주엔 봄풀만 우거졌거니 해 지자 이 심사 어디다 돌리리 연기 낀 먼 강엔 시름만 부른다.     장 호 張 祜 ?     胡渭州 亭亭孤月照行舟 寂寂長江萬里流 鄕國不知何處是 雲山漫漫使人愁 산만만(山漫漫) 외로운 달 휘영청 가는 밸 비쳐 강물만 요요히 만리를 흐른다 고향 가는 길은 어딘지도 몰라라 구름만 산을 덮어 시름 자아낸다.     설 영 薛 瑩 ?     秋日湖上 落日五湖遊 煙波處處愁 浮沈千古事 誰與問東流 가을날 오호에 해는 지고 저녁 연기 떠 오른다 천고 옛 일은 누구에게 물어보리.     진자앙 陳 子昻 (?-?) 學者요 詩人. 字는 白玉, 사천성 梓州사람. 대대로 집안이 부유했다. 進士에 뽑혔을 때, 高宗의 임종에 글을 올려 시사를 논했다. 側天武后에게 쓰이어 右拾遺가 되었는데, 마침 武攸宜가 거란을 정벌하게되자, 그 書記가 되어 文翰을 맡아 보았다. 뒤에 아버지의 喪을 당해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현령이 되어 그의 재산을 탐낸 誣告를 당하여 옥에 갇혀 죽었다. 나이 43이었다. 唐나라 文章의 興隆이 陳子昻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있다.     春夜別友人 銀燭吐靑煙 金尊對綺筵 離堂思琴瑟 別路繞山川 明月隱高樹 長河沒曉天 悠悠洛陽去 此會在何年 그대 보내는 밤 촛불은 은빛으로 사뭇 타는 이 밤에 우리 술이나 한잔 마셔 보자요 떠나는 마당에 거문곤들 못 타오리까 그댄 저 산을 넘고 또 강을 돌아가느니 어쩌자고 나무는 달을 가린 것일까 강물도 소리 없이 하늘 밖에 숨었는데...... 이런 밤을 다시 언제 가져 보리까.     登幽州臺歌 前不見古人 後不見來者 念天地之悠悠 獨愴然而涕下 애가 바라보아도 떠난 이 없고 돌아보아도 오는 이 없고 천지는 태고처럼 하냥 조용한데 혼자 서성거리며 눈물지느니.     여 온 呂 溫 ?     鞏路感懷 馬嘶白日暮 劒鳴秋氣來 我心渺無際 河上空徘徊 강가에서 말 울자 해지고 칼 소린 가을을 머금어 내 마음 둘 곳 없어 강가를 거닌다.     조 영 祖 詠 ?     終南望餘雪 終南陰嶺秀 積雪浮雲端 林表明霽色 城中增暮寒 여설 밋밋하게 보이는 종남산 봉우리 쌓인 눈이 구름 끝에 더욱 빛난다 숲 너머 개인 날이 밝기도 하여라 해 지자 성중은 자꾸만 추워지고......     이 목 李 穆 ?     發桐廬寄劉員外 處處雲山無盡時 桐廬南望更參差 舟人莫道新安近 欲上潺湲行自遲 동려에서 유원외님께 가는 곳마다 산엔 구름 끊일길 없고 동려서 바라보니 더욱 밋밋하구나 사공아 신안이 가까왔다 이르지 마소 잔잔한 물길 따라 서서히 가려니.     태상은자 太上隱者 ?     答人 偶來松樹下 高枕石頭眠 山中無曆日 寒盡不知年 한진(寒盡) 때로 이 늙은 소나무 아래에 돌을 벤채 잠을 이루기도 하였더니라 도시 산중에 묻힌 몸이라 봄이 와도 해가신 줄을 몰랐어...... 이 화 李 華 ?     春行寄與 宜陽城下草萋萋 澗水東流復向西 芳樹無人花自落 春山一路鳥空啼 봄 의양성 아래 풀만 우거지고 흐르는 물 동으로 또 서으로 숲은 적막한데 꽃만 떨어져 봄 산에 새 소리 자지러지게 들린다.     장 조 張 潮 ?     江南行 茨菰葉爛別西灣 連子花開不未還 妾夢不離江上水 人傳郎在鳳凰山 강남행 자고 잎새 단풍들 무렵 서녘 항구에 이별한 그대 연꽃이 시방 한창인데 돌아올 길 바이 없구나 설어라 가엾은 이내 심사 꿈은 언제나 그 강물에 흘러 잊으랴 잊을길 없는 나의 사람아 봉황산에 산다니 언제 만나리.     허 혼 許 渾 ?     秋思 高歌一曲掩明鏡 昨日少年今白頭 단장 한 곡조 소리 높여 거울을 바라보니 소년은 간데 없고 흰 머리 나부낀다.     謝亭送別 勞歌一曲解行舟 紅葉靑山水急流 日暮酒醒人已遠 滿天風雨下西樓 별리곡 노래 한가락에 배는 떠나고 단풍이 타는 산엔 물 소리 급하다 해 지고 술 깨고 그대는 멀리 가고 비바람 가득한데 다락을 내려온다.     양사악 羊 士諤 ?     登樓 槐柳蕭疎繞郡城 夜添山雨作江聲 秋風南陌無車馬 獨上高樓故國情 누대에서 성근 버드나무 성을 둘렀는데 밤비에 물이 불어 강소리 높다 가을 바람 부는 거리엔 차마도 없고 나는 홀로 누대에 올라 고향을 바라본다.     郡中卽事 紅衣落盡暗香殘 葉上秋光白露寒 越女含情已無限 莫敎長袖倚欄干 즉흥 연꽃 이울고 그윽한 향기만 남아 잎 위에 가을빛 흰 이슬이 차다 월녀의 품은 정 한이 없으니 행여나 긴 소맬 난간에 스치리.     고 황 顧 況 ?     湖中 靑草湖邊日色低 黃茅瘴裏鷓鴣啼 丈夫飄蕩今如此 一曲長歌楚水西 호반에서 청초호반에 날이 저물어 풀섶엔 자고새 설리도 운다 장부의 뜬 마음 둘 곳도 없어 한 곡조 길게 빼어 노래부른다.     聽角思歸 故園黃葉滿靑苔 夢後城頭曉角哀 此夜斷腸人不見 起行殘月影徘徊     단장곡 고원에 누른 잎 푸른 이끼 덮는다 꿈 깨니 성 가엔 효각 소리 서럽고 이 밤사 말고 애끊는 이도 안보여 기우는 달 아래 홀로 서성거린다.     정 곡 鄭 谷 ?     經賈島墓 水遶荒墳縣路斜 耕人訝我久咨嗟 重來兼恐無尋處 落日風吹鼓子花 가도의 무덤을 찾아 무덤엔 물이 둘러 길이 더욱 아득한데 흐느껴 우는 나를 밭갈던 이 바라본다 다시 찾아 오는 뒷날 무덤이나 남았을까 누엿누엿 해는 지고 고자화에 바람인다.     贈別 揚子江頭楊柳春 楊花愁殺渡江人 一聲羌笛離亭晩 君向瀟湘我向秦 증별 양자강 기슭에 버들이 무르녹아 버들개지 흩날려 나그네 시름 자아내고 해설피 들려 오는 젓대 소리에 그대는 소상으로 나는 진나라로.     맹 교 孟 郊 ?     古別離 欲別牽郎衣 郎今到何處 不恨歸來遲 葉向臨卬去 고별리 그대 옷깃을 차마 놓기 어려워 가시는 데 어딘 줄 나는 몰라도 돌아올 길 늦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행여나 임앙으로 떠나실까 두려워.     秋夕懷遠 高枝低枝風 千葉萬葉聲 단장 높고 낮은 가지 바람이 기어들고 잎사귀 잎사귀마다 그윽히 이는 소리.     조 하 趙 蝦 ?     江樓書感 獨上江樓思渺然 月光如水水連天 同來翫月人何處 風景依稀似去年     강루에 올라 홀로 서성거리다 누에 오르니 달도 물을 닮아 하늘에 닿았는데 같이 달 보던 그인 멀리 가고 산천만 그대로 지난해로구나.     도홍경 陶 弘景 ?     詔問山中何所有賦待以答 山中何所有 嶺上多白雲 只可自怡悅 不堪持贈君 산에서 산에 묻혀 살자니 무엇 있으리 고개 넘어 오고 가는 흰구름인데 내 홀로 즐기며 살아 가거니 그리운 그대가 생각날밖에......     하지장 賀 知章 (?-?) 字는 季眞, 會稽 永興사람이다. 처음에 秘書監이 되고, 禮部侍郞으로 옮겼다가, 뒤에 고향으로 돌아와 道士가 되었다. 스스로 四明狂客이라 號했는데, 성질이 활달하고 언변이 좋았다. 나이 86살에 죽었다.     回鄕偶書 一. 離別家鄕歲月多 近來人事半消磨 唯有門前鏡湖水 春風不改舊時波 二. 少小離家老大回 鄕音不改鬂毛衰 兒童相見不相識 笑問客從何處來 고향에 돌아와서 1. 고향엘 고향엘 돌아와보니 모두다 변한 것은 인사로구나 문 앞에 호수만 거울도곤 맑아 봄바람 따라서 물결이 인다.     2. 어려서 떠난 고향 돌아와 보니 사투린 예 같아도 머리가 세어 애들도 서로 바라보면서 웃으며 이르는 말 어디서 왔느냐고.     유정지 劉 廷芝 ?     公子行 天津橋下陽春水 天津橋上繁華子 馬聲廻合靑雲外 人影搖動綠波裏 綠波淸廻玉爲砂 靑雲離披錦作霞 可憐楊柳傷心樹 可憐桃李斷腸花 此日遨遊邀美女 此時歌舞入娼家 娼家美女鬱金香 飛去飛來公子傍 的的朱簾白日映 娥娥玉顔紅粉粧 花際徘徊雙蛺蝶 池邊顧步兩鴛鴦 傾國傾城漢武帝 爲雲爲雨楚襄王 古來容光人所羨 況復今日遙相見 願作輕羅著細腰 願如明鏡分嬌面 與君相向轉相親 與君雙棲共一身 願作貞松千歲古 誰論芳槿一朝新 百年同謝西山日 千秋萬古北邙塵 공자행 다리 아랜 봄 싣고 흐르는 물 소리 다리 위엔 귀공자의 발자국 소리     말 울어 구름 밖에 멀리 사라지고 물 가엔 오가는 사람 그림자 잦이다     물결에 씻기는 조약돌 옥같고 구름은 흩어져 바로 비단결이구나     늘어진 버들에도 애끊는 마음이여 복사꽃도 애달퍼 서러운 것을     즐거워라 이날을 젊은 아가씨 노래하며 춤추며 때를 보내리     울금향같이 사뭇 예쁜 아가씨 귀공자 옆을 따라 오고 가느니     주렴엔 햇볕 눈이 부시고 억안엔 단장도 더욱 곱구나     꽃 따라 짝지어 나는 나비들 못가엔 원앙이 오고 가는데     한무제도 한때는 이리 보내고 초야왕도 한때는 이리 보내고     고래로 고운 얼굴 원하는 것을 항차 서로 보는 이날에서랴     원컨대 옷이 되어 그대 허리 감으리 아니면 거울 되어 그대 얼굴 비추리     서로 만나 가까운 우리들이라 일평생 이대로 살아지이다     소나무로 한 천년 살아지이다 뉘라서 무개꽃을 원하오리까     백년을 이대로 살고지고 천추만세후엔 북망의 티끌 되리.     代悲白頭翁 洛陽城東桃李花 飛來飛去落誰家 洛陽女兒惜顔色 行逢落花長歎息 今年落花顔色改 明年花開復誰在 已見松栢摧爲薪 更聞桑田變成海 古人無復洛城東 今人還對落花風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寄言全盛紅顔子 應憐半死白頭翁 此翁白頭眞可憐 伊昔紅顔美少年 公子王孫芳樹下 淸歌妙舞落花前 光祿池臺開錦繡 將軍樓閣畵神仙 一朝臥病無相識 三春行樂在誰邊 宛轉蛾眉能幾時 須臾鶴髮亂如絲 但看古來歌舞地 惟有黃昏鳥雀悲 노인을 대신하여 부르는 노래 낙양성 동녘에 핀 복사꽃 바람에 흩날려 뉘 집에 지는가     낙양에 색시들 늙기 한되어 지는 꽃 바라보며 긴 탄식한다     지는 꽃 따라 늙는 이 얼굴 명년에 피는 꽃엔 누가 남으리     보았노라 송백은 땔나무 되고 들었노니 상전은 벽해된다고     낙성엔 옛사람 자취도 없고 지는 꽃 설어하는 젊은 사람들     해마다 해마다 꽃은 피어도 사람은 해마다 해마다 가네     사랑하는 나의 청춘들이여 서럽지 않은가 늙은 이 몸이     늙은이의 센 머리 가련하구나 이래뵈도 옛날엔 소년이었대     나무 아래 모여서 춤추는 귀공자 지는 꽃도 모르고 노래만 부르네     지대엔 비단에 수놓아 걸고 누각엔 신선화 붙이던 장군     병상에 누우니 알 길 없고 구십춘광도 즐길길 없어     그 곱던 얼굴엔 주름 뿐이요 흰 머리 흡사히 실낱 같구나     고래로 놀고지고 하던 터전엔 밤들자 새들만 설리도 운다.     배 적 裵 迪 ?     送崔九 莫學武陵人 暫遊桃源裏 단장 무릉 사람을 배울라 말어 잠시 이 도원에 놀다 가소.     孟城拗 結廬古城下 時登古城上 古城非疇昔 今人自來往 옛성에서 성 아래 집을 마련하고 때로 고성에 올라가면 성엔 옛 모습 간데 없고 낯 모를 사람만 오고 가거니......     두추랑 杜 秋娘 ?     勸君莫惜金縷衣 勸君惜取少年時 花開堪折直須折 莫待無花空折枝 청춘을 비단 옷 쯤이야 아끼질 마오 차라리 그대 청춘을 아낄 것이 꺽고프면 재빨리 꺽어버리지 꽃 지면 빈 가지만 남는 것을......     왕안석 王 安石 (1019-1086) 北宋의 政治家. 字는 介甫, 강서성 撫州 臨川사람이다. 神宗에게 인정받아 翰林學士參知政事가 되고, 1069년 制置三司條例司를 두고 스스로 그 우두머리가 되어, 이른바 新法을 실시했다. 이리하여 新法, 舊法의 당쟁이 일어났다. 재상의 자리에 있기를 8년, 물러나 10여년만에 병으로 죽었다. 唐宋八大家의 한 사람, 29권이 있다.     梅花 牆角數枝梅 凌寒獨自開 遙知不是雪 爲有暗香來 매화 담 모퉁이 매화가 눈 속에 피어 멀리 보면 눈인듯 그윽한 향기.     원 진 元 稹 ?     聞白樂天左降江州司馬 殘燈無焰影幢幢 此夕聞君謫九江 垂死病中驚坐起 暗風吹雨入寒窓 병상에서 가물거리는 등불 어슴프레한데 이 밤사 말고 그대 구강에 쫓기는 소식 병상에 누웠다 놀라 일어나니 어둔 밤 비바람이 창에 부딪쳐.     심전기 沈 佺期 ?     邙山 北邙山上列墳塋 萬古千秋對洛城 城中日夕歌鍾起 山上惟聞松柏聲 망산 북망산 위엔 무덤도 많아 천추에 서린 한이 낙양에 간다 해 지자 성중엔 노래 소리 일어도 산엔 소나무 스쳐 가는 바람소리.     무명씨     贈人 懶依紗窓春日遲 紅顔空老落花時 世間萬事皆如是 扣甬狂歌誰得知 그대에게 창에 기대어 보내는 봄날은 길어 청춘도 지는 꽃에 늙어가는가 헛되이 여의는 서른 마음에 미친듯 노래한들 뉘 알으리.     溪歌 憂思出門倚 逢郎前溪渡 莫作流水心 引新都舍故 단장 선뜻 나서니 그리운 임 오신다 마음이 물같다 버리지 마오.     子夜歌 擥裾未結帶 紋眉出前窓 羅裳易飄飄 小開罵春風 자야가 치마자락 부여잡고 띠도 못 맨채 그대 오시나 창 열고 바라보노라면 표표한 바람에 치마폭 나부끼고 속절없이 바람만 흘러 가누나.  
1    심상운의 디지털시 하이퍼시 모음 댓글:  조회:2142  추천:0  2020-02-09
출처ㅡ 시의 꽃이 피는마을 디지털 시 하이퍼시   심상운의 디지털시 하이퍼시 모음     빈자리  -낮 12시 25분     꾸벅꾸벅 졸던 중년 여인이 빠져나간 빈자리에 노란 꽃다발을 들고 앉은 꽃무늬 스카프의 아가씨   두 꽃의 향기가 흥건하던 자리에 머리에 무스를 바른 청년이 앉는다 그의 핸드폰이 뿜어내는 경쾌한 소리   순간, 나는 조금씩 발을 들썩이고 파랗게 살아나는 오래된 바다 흰 목덜미의 그녀는 노란 유채꽃 밭을 뛰어가고 있다   그가 훌쩍 일어서서 나간 뒤 하나의 공간으로 돌아간 진홍빛 우단의 빈자리 그 위로 눈부신 햇빛과 신록新綠의 그림자가 번갈아 앉았다가고   낮 12시 25분 전동차 안은 계속 섭씨 20도의 환하고 푸른 공기 속에 있다      검은 기차 또는 하얀 비닐봉지                      역驛 승강장엔 선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는           표지판이 쓰러져 있다.           그가 쏟은 핏덩이가 시멘트와 자갈에 묻어 있다.           역무원들은 서둘러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다.             (사람들은 그가 검은 기차를 타고 떠났다고 했다.)             나는 그가 타고 간 기차의 빛깔을 파란 색으로 바꾸었다.             그때 어두운 바닥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른           먼지가 햇빛에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그가 안고 간 눈물의 무게는 몇 킬로그램이었을까?)             (그는 드디어 눈물이 없는 세계를 발견한 것일까?)             2006년 7월 21일 오후 2시 23분           서울 중계동 은행 사거리 키 6m의 벚나무 가지 위로           하얀 비닐봉지 하나가 날아간다.    수돗물을 세게 틀었다                 오후 4시 30분               책상 위의 헌책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다               붉게 타오르던 유리병의 꽃이 시들시들하다                 나는 주방廚房의 수돗물을 세게 틀었다                              쏴아-                뇌세포 속으로 퍼져나가는 파란 물소리                청각聽覺이 파르르 떤다                유리병의 꽃이 파르르 떤다                  그때 핸드폰에서 터져 나오는 경쾌한 음악                 싱싱한 푸성귀 냄샐 풍기는 그의 목소리                   전파電波를 타고 날아온                 강원도 산속 공기가 내 귀를 파랗게 물들인다       물고기 그림   겨울 저녁, 물고기는 투명한 유리 공간 속에 혼자 떠 있다. 느릿느릿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그는 원주에서 기차를 타고 k읍으로 간다고 했다. 흰 눈이 검은 돌멩이 위로 나비처럼 날고 있다. 유리 밖으로 뛰쳐나갈 듯 위로 솟아오르던 물고기가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는 공중에서 부서져 내리는 하얀 소리들을 촬영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함박눈이 내리는 그의 설경 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보이지 않고 그의 걸걸한 목소리만 떠돌고 있다. 유월 아침에 나는 겨울 물고기 그림을 지우고 초여름 숲 속의 새를 넣었다. 그때 설경 속으로 떠나간 그가 나온다. 오전 10시 30분 나는 푸른 공기 속을 달리는 버스 속에 앉아 있다.   빨간 방울토마토 또는 여름바다 사진     그는 눈 덮인 12월의 산속에서 누군가가 두드리는 북소리를 듣고 있다고 한다.   그가 촬영한 여름 바다 푸른 파도는 우 우 우 우 밀려와서 바위의 굳은 몸을 속살로 껴안으며 흰 가슴살을 드러낸다.   나는 식탁 위의 빨간 방울토마토 하나를 입에 넣고 TV를 켰다. 무너진 흙벽돌 먼지 속에서 뼈만 남은 이라크 아이들이 뛰어나온다. 그 옆으로 완전 무장한 미군병사들이 지나가고 있다.   갑자기 눈보라가 날리고 1951년 1월 20일 새벽 살얼음 진 달래강 얼음판 위 피난민들 사이에서 아이를 엎은 40대의 아낙이 넘어졌다 일어선다. 벗겨진 그의 고무신이 얼음판에 뒹굴고 있다.   나는 TV를 끄고 밖으로 나왔다.  벽에 붙어서 여전히 흰 거품을 토하며 소리치고 있는 파란 8월의 바다   그때 겨울 산 속으로 들어갔던 그가 바닷가로 왔다는 메시지가 핸드폰에 박혔다.    안개 속의 나무 또는 봄비          어두컴컴한 매립지에서는 새벽안개가 흰 광목처럼 펼쳐져서 나뭇가지를        흐늘쩍흐늘쩍 먹고 있다. 나무들은 뿌연 안개의 입 속에서도 하늘을 향해       아우성치듯 수십 개의 팔과 손가락을 뻗고  있다.                     그는 봄비 내리는 대학로 큰길에서 시위대들이 장대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의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끌려가다가 그가 찍어온' 안개 속의 나무들'        을 벽에 붙여놓고 식탁에 앉아 푸른 야채를 먹는다. 마른 벽이 축축한 물기       에 젖어들고 깊은 잠속에 잠겨 있던 실내의 가구들이 조금씩 몸을 움직거린       다.                     그때 TV에서는 파도 위 작은 동력선의 퉁퉁대는 소리가 지워지고, 지느러       미를 번쩍이던 은빛 갈치의 회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싱싱해서 좋다는       여자 리포터의 붉은  입이 화면 가득 확대되었다.      기억에 대한 명상    나는 심심할 때, 크레파스를 들고 내 뇌腦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서 저장된 기억을 뽑아내어서 색칠을 한다. 그러면 파란 기억. 노란 기억, 발그레한 기억, 푸른 기억,검은 기억, 희뿌연 기억. 그들은 색유리가 되어 반짝이다가 아주 가끔 새로운 모자이크 그림이 된다.그들은  타다남은 내면의 불꽃같이 아니면 무덤 속에서  살아나온 시간의 눈빛같이 아니면  버스 창문 밖으로 지나가버린 아카시아 숲의 향기같이 이제는 만져볼 수 없는, 냄새도 없는, 단지 모니터의 영상 속에 숨어 있는, 그러다가도 아, 하는 순간 시퍼런 손자국을 남기고 심장을 관통하는 전율. 그러나 그러나 이따금씩 봄바람이 되어 나를 흔드는 그림. 나는 그 그림들이 띠운 풍선風船을 타고 기억 이전으로, 그 이전의 이전, 부모미생전 父母未生前으로 날아가는 연습을 한다. 아주 홀가분하게 '야호' '야호' 소리치며.  여행지의 들판에서 피어오른 듯한 눈부신 무지개의 등 위에 올라타기도 하며.      길                 길이 1cm 쯤 될까 말까한              배추벌레 한 마리가                     퍼런 배추 잎 위로              배밀이하며 올라가고 있다                자세히 보면              벌레가              지나온 흔적이 보일 듯하다                (배추 잎에 붙어서 분비한 듯)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분비물의 자국!                        마추픽추의 무너진 벽돌 계단 위에             노란 나비가 하늘하늘 날고 있다             * 마추픽추:페루 중남부 안데스 산맥에 있던 고대 잉카 제국의 요새 도시. 마추픽추의     바람소리          겨울 밤 침대에 누워서 읽는 바람소리. 바람은 소리의 알맹이고 소리는 바람껍질인가? 그런 건 알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바람소리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갑자기 히잉히잉 말 울음소리가 내 잠의 줄기를 흔든다. 잠의 뿌리는 짙은 안개 속에 잠기면서 알타이 초원의 기억을 재생한다. 초원의 별빛이 지붕을 뚫고 쏟아져 내린다. 나는 벌거숭이 망아지처럼 초록 들판을 뛰어간다.    기억은 시간과 어떤 관계일까? 기억은 시간의 집에 놓여있는 오래된 가구일까? 집 안 여기저기엔 지나간 시간들의 지문이 찍혀있고 아직 사물 속에 갇혀있는 시간들도 있다. 그들은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은박지같이 반짝이고 싶어서 스스로 해방공간 속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바람소리가 또 창문을 흔든다. 나는 집 밖에 나와서도 창문 소리 듣는 것이 즐겁다.그 소리에는 별사탕같이 달콤한 파랑, 초록, 노랑, 빨강, 하양 빛이 묻어있다. 들어가서 살 수 없는 집 울타리엔 노란 개나리꽃이 피어있다   이미지 여행    너는 이미지가 형성되기 이전의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고? 거기에는 빛도 어둠도 아닌 것들이 웅숭그리고 있을 것 같지만 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다만 무엇이 휘익 휘감는 느낌만 든다고? 너는 그림자여서, 그 느낌은 빛이 발산하는 백색의 전율이라고?    어디서 둥둥둥둥 소리가 들려오고 막이 오르면, 무대 뒤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 너는 거기서 또 다른 이미지를 형성하는 원소가 된다고? 그곳에는 시간을 지워버리는 안개의 덩어리들이 솟구쳐 오르고, 너는 투명한 물방울 같은 것으로 둥둥 떠올라서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너는 아침 햇빛이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나일 강을 내려다보다가 히말라야 하얀 눈 산 위를 지나간다고? 너는 도시의 전동차 안을 떠돌기도 하고,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 사람들의 말소리를 듣기도 한다고?    나는 너와 통화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앙코르와트 사원 숲 푸른 공기 속을  둥둥 떠간다. 그때 사원의 짙은 그늘과 무한 질량의 환한 햇살 사이를 넘나들며 UFO처럼 번쩍이다 사라지는 것들이 보인다.   북한산의 레몬 향기        비봉(碑峰)이 눈앞에 탁 마주서는 북한산 계곡 비탈길에서 허옇게 누워있는 늙은 눈을 만났다. 늙은 눈은 피부가 푸석푸석하다. 그 옆에는 오전 11시의 햇빛이 벗어 놓고 간 잠옷이 보인다. 꽃나무와 밤을 보낸 햇빛의 잠옷에 발그레한 향기가 묻어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옷 속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노란 빛이 뿜어져 나온다. 1937년 4월 17일 오전 4시 20분 일본 동경제대부속병원(東京帝大附屬病院) 어두운 침대 위에서 28세의 뼈만 남은 이상(李箱)이 눈을 감고 있다. 그는 임종의 순간, 갑자기 '레몬 향기를 맡고 싶다'고 한다.진달래나무 가지들이 무성한 계곡, 일주일 전에 속옷마저 훌훌 벗어버린 겨울이 허공에서 와와와와 소리치며  하얗게 쏟아져 내리던 비탈길. 등산화에 밟히는 늙은 눈의 몸에서는 질척한 체액이 흘러내린다. 그때 갑자기 북한산이 꿈틀거리며 체취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노란 레몬 향기가 사방에 퍼진다. 정오의 환한 빛 속에서 수염을 깎지 않은 이상(李箱)이 웃고 있다. 꽃이 피지 않은 꽃나무가지가 반짝인다.   은백색 미확인 비행물체   순식간에 내 눈의 자동 셔터가 찍은 한 컷의 동영상. 2008년 5월 25일 정오 일행들과 북한산 사모바위 틈에 뿌리 뻗어 만개한 라일락 꽃 짙푸른 향기에 취해 있을 때, 햇빛 환한 비봉碑峰 쪽으로 휘익 날아가던 은백색 깃털들. 야아, 소리 지를 틈도 주지 않고 반짝이는 빛을 던지며 10분의 1초의 속도로 내 시야를 벗어나는 은빛 부챗살. 그 반짝이는 부챗살은 화창한 초여름 날 산이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쾌한 UFO? 그럼 지금 산의 가장 깊은 곳에서는 무성하게 돋아난 녹색 이파리들이 노랑 하양 보라 꽃들과 어우러져 한창 신명나는 판을 벌이고 있는 중! 12월 아침 아이들과 식탁에서 죽은 닭의 살점을 포크로 찍어 먹으며, 빈센트 반 고흐의 ‘프로방스의 시골길 야경’ 사이프러스와 찬란한 별밤 길 그림을 보고 있을 때, 소리 없이 도시 전체를 점령해버린 은백색의 젊은 눈들. 질주하는 차바퀴에 깔린 눈들의 몸에서 나온 맑은 피는 도로에 줄줄 흐르고, 아이들은 포크를 던지고 와아, 환성을 지르며 공터로 뛰어나가고, 도시는 하루 종일 은백색의 축제. 너는 지금 사람들의 무의식無意識 속 공간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환한 불꽃들을 팡팡 터뜨리는 UFO의 고향을 찾아 네팔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해발 5000미터가 넘는 백색고산지대白色高山地帶. 그곳은 어떤 것이든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지점. UFO의 탄생지는 그곳 새파란 공기층 속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UFO:미확인 비행물체        사각형 스크린     비 그친 아침, 나는 닫힌 창문을 연다. 스르륵 열린 사각형의 스크린 속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경쾌하게 달리는 구름 A, 구름 B,구름 C. 이어서 펼쳐지는 파란 여름바다의 영상. 여름바다, 여름바다, 여름바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출렁인다. 동해 화진포에는 빨간 사과 빛 안개. 나는 그곳에 푸른 비늘 덩이로 살아 움직이는 집을 지어 놓았다. 그 집은 환상의 집. 나는 아이들에게 우리들의 시간 밖에서 일하는 푸른 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별빛이 찬란한 밤바다 모래 위를 걷는다. 사각형 스크린은 무한 공간. 그 속에 가득한 여름바다, 여름바다. 여름바다는 나뭇잎에서도 출렁이고 땅강아지 집에서도 출렁이고 아스팔트 속에서도 출렁이고 노래방에서도 출렁인다. 젊은이들은 동해의 고래를 잡으러 가자며 매일 밤 어깨동무를 하고 여름바다로 떠난다. 그들에게 바다는 황홀한 전율의 출렁임. 햇빛 번쩍이는 검푸른 등을 보이며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사각형 속 스크린도 부르르 부르르 온 몸을 떤다. 스크린은 사각형을 확 밀어버리고 수영복차림으로 뛰어나가려는 거 같다. 그때 사각형 스크린 밖에서 사람 A가 열무, 가지, 오이, 호박을 트럭에 싣고 와서 스피커로 “무공해 싱싱한 채소를 싸게 팝니다.”라고 소리친다. 캄차카 바다 돌고래들이 펄떡펄떡 솟구치고 있는 장면이 TV 화면에 가득한 아침이다.       파란색 기차       파란색 기차, 파란색 기차는 긴 꼬리를 달고 하늘을 날아가는 기차. 여름밤엔 노란 불을 켜고 여우, 뱀, 방패, 전갈, 화살, 직녀, 도마뱀, 헤라클레스, 돌고래, 백조, 견우의 나라를 지나 반인반마半人半馬의 키론이 사는 은하수의 남쪽 궁수자리로 가는 기차. 젊은 화가들은 일곱 살 아이들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파란색 기차를 타고 별나라 여행을 한다. 기차 옆에서는 우주의 고래들이 허연 거품을 뿜어내며 신나게 솟구치고, 기차의 창을 열고 고래 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와와 소리치는 아이들. 펄떡펄떡 솟구치는 고래 옆으로 우주 로켓이 유유히 지나가는 한낮, 초록 별 연못가에서는 느릿느릿 기어가는 무지갯빛 달팽이와 폴짝폴짝 뛰는 왕눈이 개구리가 식탁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파란색 기차, 파란색 기차. 나는 먼 은하수로 날아가는 긴 꼬리 기차 대신 아이들과 놀이동산에서 파란색 기차를 탄다. 파란색 기차는 딸랑딸랑 방울소리를 내며 파란 나라로 들어간다. 한여름 어느 바닷가 물개들의 도시. 건물의 지붕 위로 날렵하게 날아오르는 검은 물개들의 쇼. 물개들의 등에서  찬란하게 반짝이는 5월의 햇빛이 내 뇌 속을 파랗게 휘감는 일요일이다.     녹색 전율                                                                                7월 아침나절 갑자기 쏟아지는 비                       한낮의 아프리카 대평원엔                      피범벅이 된 사자의 입과           사슴의 붉은 살덩이가 내뿜는 싱싱한 비린내           6월의 태양 아래 이글이글 벌어지는 초원의 잔치!               나는 TV에서 가슴 떨리는 아프리카 생태계를 보다가           식탁의자에 앉아           빨간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고 우쩍우쩍 씹는다.              그때 휴대폰을 울리는 그녀의 숨 가쁜 목소리             그녀는 여름비의 유혹이 참을 수 없어           강변도로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굵고 기운찬 빗줄기에           온몸 부르르 떠는 녹색 가로수들이 제각기 잎사귈 퍼덕이며           소리치는 도로를 지나 녹색의 광기를 한껏 즐기고 있는           뜨거운 들판의 가슴을 향해 돌진하듯 달리고 있는 그녀   박쥐 또는 소녀        동굴 탐사요원으로 다녀 온 그의 디지털 카메라 속에서는 신생대新生代의 동굴 속 벽에 검은 부챗살 날개를 접고 붙어 있던 박쥐 떼들이 동영상으로 변해 푸르르 푸르르 날아다니고 있다. 박쥐들은 휘황한 불빛에 놀라 어둠의 중심으로 파고 들어가려는 듯 날개를 퍼덕이며 난다.    하얀 시트 위에 누워 내시경內視鏡 검사를 받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몸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사춘기 소녀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을까? 그녀의 동굴에서 어둠을 모아 발그레한 찔레꽃을 계속 피워 내고 있는 볼이 빨간 소녀.    나는 가끔 이미지가 형성되기 이전 암흑의 물질들이 떠다니는 무의식無意識의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그때 동굴의 후미진 곳에서 푸드덕대며 날아가는 박쥐가 보이고 그때마다 그녀의 방 벽에 걸려 있는 에서 빨간 볼의 사과들이 햇빛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까르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린다.   모형 전시실 또는 깨진 유리창      6월의 태양이 눈부신 한낮 국립박물관 모형 전시실에서는 신석기시대 근육질 젊은 사내의 돌칼 가는 소리가 난다. 사내는 숫돌에 칼을 갈다 가끔씩 고개를 들고 사냥할 때 쓰던 돌화살촉을 움켜쥐고 유리 상자를 깨고 뛰쳐나오려는 듯 허연 수은등 불빛을 노려보고 있다.   12월이 되면  카메라를 메고  세찬 눈보라로 뒤덮인 겨울날 뻘겋게 이글거리던 드럼통 석탄 난로 곁에 둘러서서 외지外地로 떠나려고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방금 검은 탄 속에서 나온 듯 이빨이 유난히 하얗게 빛나는 젊은 광부들의 뿌연 입김이 깨진 유리창에 묻어 있는 30년 전의 K역을 찾아서 눈길을 떠나는 그녀.    낮 12시 20분, 나는 그녀의 모형 작업실 벽에 걸려있는 컬러사진 검붉은 고철古鐵들의 무더기 사이로 돋아난 풀잎의 푸른 혈관 위에 앉아 있던 벌 한 마리가 잉잉 잉잉 방안을 돌며 유리창에 몇 번 몸을 부딪칠 듯 하다가 열린 유리창 밖 환한 빛 속으로 날아가는 것을 본다.     자살폭탄 또는 푸른 울음     자신의 부풀어 오른 봉오리를 만지며 은밀한 욕망 속으로 잠입하는 영화 속의 그녀. 밤마다 폭탄을 준비하는 그녀의 몸은 800만 화소의 선명한 영상 속에서 움직인다.   날카로운 과도果刀로 사과를 도막내어 빨갛게 익은 사과의 중심에 박혀서 스스로 소리 없는 폭발을 꿈꾸고 있던 까만 씨앗 몇 개를 들여다본다. 그들도 촉촉한 살의 유혹 속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있던 걸까?     TV 뉴스 자막이  사라지자, 한여름 밤 안동 지레 마을 산 개구리들이 어둠 속에서 일제히 쏟아내는 푸른 울음소리가  달빛 속을 벗어나서 무한허공으로 출렁거리며 퍼져나가고 있다.      오전 11시 40분의 통화   도봉산 성인봉 하얀 바위벽 아래 깊은 골짜기에서 옆의 푸른 빛 솔잎에게 빨갛게 불타는 자신의 순수한 몸뚱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가을 단풍나무를 본다.   산새 몇 마리 그들 사이를 포르르 포르르 포르르 재빠르게 옮겨 다니는 오전 11시 40분   -삐 소리 후 소리샘 픽 보이스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가됩니다. 내 휴대폰에서 거듭 흘러나오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   순간 하얗게 눈 덮인 소림사 마당에 달마를 찾아온 혜가가 붉은 피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팔 하나를 들고 서 있는 그림이 만월암 바위벽 스크린에 나타나고   하얀 침대시트 위에서 좌선坐禪의 자세로 꼿꼿하게 앉아 있는 *남구의 감은 눈이 불그레해진다.   * 남구: 오남구 시인    아침 드라마    아침 8시 TV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 그녀는 빨갛게  부풀기 시작하고  나는 1,2,3,4...숫자에서 벗어난 그녀의 시간이 접시 위 생선토막에  빨간 소스로 뿌려지는 상상을 한다.   (낳자마자 자식을 버린 어미를 어찌 어미라고 할 수 있단 말이야!) 드라마의 열기는 더욱 고조되고 그녀는 생선을 구우며 눈물을 흘린다.   그때 40대 여자의 가슴에서 뭉클 솟구쳐 나온듯한 한 뭉치 희끄무레한 연기가 주방의 작은 창문으로 빠져나가고   (파란 신호등 앞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는 어머니와 딸)   나는 또 그녀가 울면서 헤쳐 온 시간의 숫자들이 둥근 공이 되어 아스팔트 위를 통통통통 뛰어가는 상상을 한다.    (오늘 서해상에는 시계 30m의 안개가 걷히고 중부지방엔 오전까지 10mm의 비가 내린 후 날씨가 점차 맑아지겠습니다.)   계속되는 미해결에서 잠시 빠져나온 대도시의 아침시간은 유리창에 줄줄 빗물 흘러내리는 거리에서 초록, 노랑, 빨강 물이 든 풍선을 펑펑 터뜨린다.      사각형과 삼각형과 원     사각형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면 수없이 많은 각종 스크린이 보인다. 아침 7시. 사각 침대 위에서 기지갤 켜며 일어난 삼각형이 사각문을 열고 나오고, 원이 통통통통 튀면서 그 뒤를 따라온다. 삼각형은 원의 손을 잡고 파랗게 출렁이는 바닷가로 뛰어간다. 사각형의 바다 위에서 삼각형의 돛배가 하얀 물보랄 날리며 신나게 달린다.   몇몇 삼각형이 무어라고 소리치며 사각형의 오래된 집의 창문과 벽을 부수고 있다. 사이렌을 울리며 사각형의 경찰차들이 몰려오고, 100여 명의 삼각형과 원이 둘러서서 응원을 한다. 그들은 손뼉을 치며 응원가를 부르다가 가슴팍 속주머니에서 노랑 풍선을 꺼내서 하늘로 날린다. 그 풍선들은 허공에서 서로 손을 잡고 얼굴을 비비고 입맞춤을 한다. 입맞춤을 할 때마다 풍선의 입 속에서 또 노랑 풍선들이 나와서 파란 하늘을 가득 채운다. 대도시의 봄 하늘에 유채꽃이 만발한다.   밤 12시 20분. 아이슬란드의 거대한 육각형 빙산 벽이 철썩철썩 무너져 내려 새파란 육각수의 바다 속으로 떨어진다. 수천만 톤의 새 육각수가 바다를 넘어 사각형의 도시건축물都市建築物들을 우르릉우르릉 흔들며 밀려오고 있는 밤이다.   태초의 빛    컴컴한 칠흑 공간 속에서 빛 한 줄기 휘익 환한 선을 그으며 지나가는 찰나 여기저기서  펑 펑 펑 펑 터지는 불꽃들. 아 아 소리치며 태초의 허공 속으로 빨려들어간 나는 눈부신  빛의 알갱이들이 파랑, 초록, 노랑, 빨강, 하양 색깔로 부서져 흘러내리는 프로방스의 야경  사이프러스 숲에서 지느러미를 휘저으며 떠오르는 물고기가 된다.      머리나 입술이나 가슴이나 허리에서 빛이 찬란하게 꿈틀거리는 밤길. 괭이를 멘 농부들은  별빛에 휘감긴 듯 비척거리고, 지나가는 역마차도 흥이 났는지 더 털털거린다. 그때 점점 더 거칠어지는 빈센트 반 고흐의 숨소리.      한여름 밤 놀이 공원 은하수가 빛나는 스카프를 목에 두른 유모차 속 아이는 잠이 들고, 태초의  빛 속에서 나와 웅성거리던  어른들은 실로폰 소리가 나고 이어서 “아홉 십니다”라는 여자의 예  쁜 음성이 흘러나오는 곳을 향해 몰려가고 있다.      사진을 찍는다     그는 카메라를 메고 사물들의 꿈을 찾아서 매립지埋立地의 안개 속으로 들어갔을 거라고?     나는 방 안에서 거울 속의 내 눈동자를 찍는다. 내 눈동자 속에 나를 응시하고 있는 또 하나의 나.   그 나의 눈동자 속에 들어 있는 3,4,5,6,7,8,9,10,...의 나, 나, 나, 나............    *第一의兒孩/第二의兒孩/第三의兒孩/第四의兒孩/第五의兒孩/第六의兒孩.........................     나는 만다라曼茶羅 속에 들어가 뱀 옆에 피어 있는 빨간 꽃잎속의 꽃잎에 카메라의 렌즈를 고정한다.     그가 찍어온 에서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대학로 큰 길을 점령한 시위대의 고함 소리  가 계속 울리고 있다.       * 1930년대 아방가르드 시인 이상(李箱)의 시 (시 제 1호)에서 발췌    초여름 풍경   뱀 굴에서 미끈미끈한 몸뚱일 좌우로 흔들며 뱀 한 마리 뱀 두 마리 뱀 세 마리 뱀 네 마리 나온다.가늘고 긴 혀 날름거리며 나온다. 엊저녁 기억들은 푸른 가지 사이에 허연 비닐봉지로 걸어놓고 햇빛 속으로 스르르르 스르르르 미끄러지며 나온다.   발가숭이 햇빛들은 분수噴水에서 물장구치며 깔깔거리고 아이스크림처럼 햇빛을 빨아먹는 가로수 잎사귀들 사이로 풍선 하나 풍선 둘 풍선 셋 풍선 넷 둥둥 떠오른다. 찢어진 풍선들은 보이지 않고 새 풍선들이 떠오른다.   초여름 풀 향기 풍기며 19살의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이 청계천 물속에서 나온다. 눈이 큰 헵번, 입이 큰 헵번이 눈웃음치며 나온다. 휴대폰을 들고 시청 앞 광장 잔디 위에 앉아 있는 목이 긴 헵번은 빨간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있다.   가슴에 철퇴를 맞고 허물어진 50년 전 건물들의 폐자재 더미 속에서 나온 유리창의 파편 조각들이 반짝인다. 덤프트럭에 실린 우그러진 창틀을 향해 반짝인다. 원주민들의 구멍 난 양말짝,찌그러진 양재기, 찢어진 홑이불에 묻어있는 얼룩을 보며 반짝인다.                        검붉은 색이 들어간 세 개의 그림       밤 12시05분. 흰 가운의 젊은 의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을지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40대의 사내. 눈을 감고 꼬부리고 누워 있는 그의 검붉은 얼굴을 때리며 “재희 아빠 재희 아빠 눈 떠 봐요! 눈 좀 떠 봐요! " 중년 여자가 울고 있다. 그때 건너편 방에서 자지러지는 아이의 울음소리.     그는 허연 비닐봉지에 싸여진 채 냉동고 구석에서 딱딱하고 차갑게 얼어붙은 밥을 꺼내 후끈후끈한 수증기가 솟구치는 찜통에 넣고 녹이고 있다. 얼굴을 가슴에 묻고 웅크리고 있던 밥덩이는 수증기 속에서 다시 끈적끈적한 입김을 토해 내고, 차갑고 어두운 기억들이 응고된 검붉은 뼈가 단단히 박혀 있던 밥의 가슴도 끝내 축축하게 풀어지기 시작한다. 푸른 옷을 입고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는 그는 나무젓가락으로 밥의 살을 찔러보며 웃고 있다.    이집트의 미라들은 햇빛 찬란한 잠속에서 물질의 꿈을 즐기고 있는 것일까? 나는 미라의 얼굴이 검붉은 색으로 그려진 둥근 무화과나무 목관木棺의 사진을 본다. 고대의 숲 속에서 날아온 새들이 씨이룽 찍찍 씨이룽 찍찍 쪼로롱 쪼로롱 5월의 청계산 숲을 휘젓고 다니는 오전 11시.   구멍탐색     아침나절 5월의 숲 속으로 들어가면 개미떼들이 제각기 까만 등을 반짝이며 들락거리고 있는 쓰러진 나무의 구멍에서 작고 투명한 물방울 같은 것들이 떠오르는 것이 보인다. 그 방울들은 죽은 나무의 구멍 속에서 나와 초록 이파리 사이사이로 떠돌고 있다.     맥주를 좋아하는 그는 시를 ‘황홀한 탐색’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탐색은 카메라를 메고 존재의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한다. 존재의 구멍은 탄생의 출구? 구멍 속의 시간은 언제나 태초? 병 속에 갇혀 있던 맥주가 구멍에서 나와 투명한 유리 컵 속에서 하얀 거품을 뿜어낸다.     밤 10시, 나는 TV 채널을 이리저리 옮기다가 산의 구멍으로 들어가는 탐험대들을 본다. 컴컴한 굴속으로 들어간 그들은 전조등을 켜고 굴의 내부를 조사하고 있다. 굴 속에서는 맑은 샘물이 솟아 흐르고 불빛에 비친 종유석이 찬란하다. 산의 구멍은 컴컴함 속에 찬란함을 숨기고 있다. 한 탐험대원은 꿈틀거리며 굴의 벽을 기어가는 작은 생명체를 촬영하고 있다.    그는 내일 오래 비워둔 집에 들어가서 보일러 연통청소를 하고, 3만6천 피트의 하얀 구름 위에서 빨간 바다 새우를 맛있게 먹었다는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야겠다고 한다.     노란 색을 주조로 한 세 개의 그림     구파발에서 의정부 쪽으로 뻗은 큰 도로 옆엔 봄바람에 흔들리는 개나리꽃 울타리가 석재상 마당 한쪽과 세상에 나오기 이전의 돌부처 돌마리아 돌사자 돌여인 돌사슴의 머리와 가슴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나는 그 석물들과 손잡고 노는 상상을 하며 노란 개나리꽃 울타리를 툭툭 치고 흔들었다. 그때 그 소리 때문일까? 돌부처와 돌마리아가 손을 잡고 초등학교 1학년 학예회처럼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둘레를 돌사자 돌사슴 돌여인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들이 뛸 때마다 개나리 울타리에서 노란 빛이 뿜어져 나와 그늘진 석재상 마당이 환해지곤 한다.   목만 있는 늘씬한 젊은 여인이 노란 원피스를 걸치고 서 있는 대형 마트 의류 코너. 그 건너편 쪽에는 목만 있는 청년이 청바지에 노란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앉아있다. < 그들은 초현실의 예술품이 아니라고요?>   강남 터미널 대형 TV에서 갑자기 콸콸콸콸 흙탕물 쏟아져 내리는 소리가 나고, 홍수가 휩쓸고 간 마을에서 떠내려 온 가재도구들이 큰 물살에 둥둥 떠가다가 나무그루에 걸려있는 게 보인다. 주민들은 무너진 집 지붕 위에 올라가 무어라 소리치며 손을 흔들고 멀리서 털털털털 헬리콥터 소리가 나고 노란 조끼를 입은 구조대원들이 여기저기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구경을 하던 청년 셋이 TV 속으로 풍덩풍덩 뛰어 들어간다. 그때마다 모니터에서 튀어나온 흙탕물이 내 몸에 확확 끼얹힌다. 내 옷에서는 노란 개나리꽃 향기가 난다.   우아우아 아우아우아 아     우아우아 아 우아우아 아 검푸른 파도 펄떡이는 돌고래 (산의 어깨 위로 솟구치는 검붉은 불길)      우아우아 아 우아우아 아 다시마 미역 멍게 해삼 조개 (풀과 나무들의 울부짖음 불길 속의 주택들)   우아우아 아 우아우아 아 파란 바다 빨간 구름 허연 맥주 거품 (47인치 모니터에서 풀썩풀썩 뿜어져 나와 중계동 은행사거리 상공을 떠도는 LA의 검은 연기 검은 연기)    우아우아 아 우아우아 아 파도소리 기타소리 사각사각 사과 먹는 소리 (거대한 공동묘지 상공 떼 지어 떠도는 검은 비닐봉지 위에서 반짝이는 하얀 눈 하얀 눈)   우아우아 아 우아우아 아 뜨거운 모래밭 달빛 속 엉덩이 (당신은 죽은 30대 여인의 목에서 반짝이던 나비날개 모양의 보석을 보았다고요?) (그녀는 나비가 되어서 봄 나라로 날아갔을 거라고요?)    우아우아 아 우아우아 아 모닥불 하얀 잿더미 빈 맥주병 (당신은 사람들이 모두 복제품 같다고요?) (검푸른 파도 속으로 풍덩 뛰어 들어가 혁명을 꿈꾸는 체 게바라의 가슴을 껴안고 싶다고요?)   꿈틀꿈틀 아침 바다 붉은 핏덩이 핏덩이 우아우아 아 우아우아 아   블랙홀(black hole)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검은 구멍이 되어 소멸하는 거대한 별에는 정지된 시간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여 있는 ‘사건의 지평선’이 있다고요? 그들은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화석化石 속의 물고기처럼 박혀 있을 거라고요?   아산병원 영안실에 있는 그녀의 시신屍身도 자세히 관찰하면 연료가 모두 소모된 마지막 순간에 자체의 중력으로 인해 스스로 붕괴되어 생성하는 죽은 별들의 검은 구멍과 다르지 않다고요?   오늘 밤 당신은 35000피드 상공의 비행기가 컴컴한 허공 벽에 얼어붙어 있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우주의 얼음덩이 속에서도 뜨거운 입맞춤을 하는 남녀의 그림자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환각제 복용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이 떠난 뒤에도 그들이 자리에 두고 간 가슴선이나 허리선이나 다리의 선이 보인다. 20대 아가씨들이 벗어놓고 간 볼록한 가슴선에선 노란 봄꽃냄새가 물씬 풍긴다. 종업원들이 그 선들을 모아 쓰레기통에 버려도 빛 밝은 오전엔 구석에 숨어있던 둥근 선들이 제각기 반짝이는 물방울이 되어 유리창 밖 허공으로 둥둥 떠다니는 게 선명하다.   2월 중순 달리는 승용차 유리창에 윙윙 휘날리며 떼 지어 달라붙는 선들. 브러쉬는 백색 환각제 같은 무수한 선들을 계속 지우지만 도로 옆 막 피어나는 하얀 꽃송이들 속으로 자주 끌려들어가는 바퀴. 차는 발긋발긋한 딸기를 가득 안고 맨살 그대로 누워있는 비닐하우스의 둥근 허리선이 보이는 시골 눈길 뿌연 안개 속에서 미끄러진다.   그때 라디오에선 미국 인기 가수의 죽음에 대해 심층보도하며 죽음의 원인이 환각제의 과다 복용이라고 한다. 봄눈 오는 날 오후 3시 20분. 죽은 가수의 뜨겁고 경쾌한 목소리가 전라북도 부안 고랑 진 눈밭에 선홍빛 물방울을 뿌리고 있다.   아스팔트 위의 맨살 여자     아스팔트 위에서 30대의 여자가 전라의 몸을 둥글게 말고 머리를 허벅지 사이에 넣고 앉아있다. 둥근 여자의 몸은 매끈한 살덩이 바퀴가 되어 아스팔트 도로를 굴러갈 것 같다.   (화가는 왜 여자를 달팽이같이 둥글게 말아서 아스팔트 도로 위에 놓은 것일까?)   (여자는 화가에게 태어나기 이전의 시공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한 것일까?)   나는 상상 속에서 그녀를 굴려 본다. 그녀는 공기가 팽팽한 고무공같이 가볍게 구른다. 그녀는 통통 튀기도 한다. 구름이 그녀를 태워 하늘로 오르고 싶어 한다. 그녀는 검은 아스팔트 도로에서 파란 바다로 굴러가며 깔깔거린다. 그때 100km로 달려오던 육중한 화물차가 삐익 소리를 내며 간신히 그녀를 비켜간다. 핏발선 운전기사의 목소리가 휙 스친다.   지금 내 눈 앞에는 파란 바다가 보이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도로에게 반항이라도 하는 듯 맨살로 앉아있는 30대의 여자가 있다. 그녀의 숨소리가 너무 뜨겁다.   파란 의자   아침 10시, 그녀는 파란 의자에 앉는다   앉아 있는 그녀를 하얀 구름이 휩싸고 빨간 버스가 그녀와 구름을 싣고 달린다   (TV 속에서는 굶주린 하이에나 두 마리가  뚝뚝 뻘건 피 떨어지는 누우새끼의 허벅지를 입에 물고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고 있다 )    그녀는 구름이 만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고 무거운 가방을 든 검은 외투의 사내에게 손을 흔든다 사내도 그녀를 보고 웃으며 손짓한다   버스 안은  침묵들이 움직이고 있는 빈 악보 속 같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음표들이 투명한 물방울로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녀는 그 방울들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터뜨린다 그럴 때마다 방울 속에서 나온 노란 알몸의 소리들이 쪼로롱거리며 버스 안에서 뛰어놀다가 바람에 실려서 도시의 하늘로 줄지어 날아간다   도시를 빠져나온 빨간 버스는 돌고래들이 솟구치는 태평양 바다 위를 달린다   출렁이는 바닷물이 그녀를 덮친다 그때 그녀의 가슴 속에서 뛰쳐나온 물고기 한 마리가  은빛 지느러미를 퍼들거리며 튀어오른다   순간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2001년 9월 11일 아침, 뉴욕 무역센타 쌍둥이 빌딩 눈부신 유리창 속으로 날아 들어가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은빛 비행기   (그 은빛 비행기에는 검은 외투를 벗어버린 알몸의 사내가 타고 있었다고?)   아침 11시, 빨간 버스는 아마존 숲 위를 날아가고 그녀의 파란 의자는 더 반짝이기 시작한다   우주의 시간   그 미술관 대형 바다 그림 속에는 10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은 그녀의 가족들이 푸른 살 번득이며 파도치고 있다. 남편과 아이들이 그녀의 손을 잡고 눈을 반짝이며 춤을 추고 있다.    밤 11시20분, 사이언스 TV에선 은하계 넘어 어느 별에 납치되었던 지구의 사람들이 눈부신 빛에 휩싸여 귀환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4,400명의 귀환인 들은 우주의 0의 시간 속에서 살다왔다고 한다.   3월에 내리는 함박눈은 서로 다른 집에 살면서 애태우다가 떠나간 이들이 만나서 산과 들과 바다에 눈부신 알몸으로 쏟아져 내리는 장면을 하얗게 풀어서 보여주고 있다. 눈의 입자 속에서는 눈물을 안고 살아온 1000년도 우주의 0의 시간이 되어 반짝이고 있다.    공과 아이        파란 옷을 입은 아이가 꿈속에서 가지고 나온듯한 빨간 공을 길바닥에 굴리며 놀고 있다. 공은 반짝이며 굴러가고 아이는 공을 쫒아 소리 지르며 뛰어간다. 거리의 유리창들이 놀란 눈으로 내려다보는 아침 9시, 공을 따라 신나게 뛰어가는 아이. 공은 주택가를 빠져나와 통통통통 공장 굴뚝을 오르기도 하고, 통통통통 푸른 가로수 가지 위로 올라가 나무 위에서 건너뛰기를 하다가 초록 들길을 달리는 버스 지붕 위에 내려 앉아 잠시 멈춰 있다. 아이도 버스지붕 위에서 흰 구름을 보며 쉬고 있다.   긴 사다리를 허공에 설치하고 구름 위로 올라가는 TV 속 사내가 당신을 유혹한다고요? 그래서 당신도 파란 옷의 아이처럼 빌딩과 빌딩을 휙휙 건너뛰고 싶을 때가 있다고요? 오늘도 꿈속에서 본 빨간 공을 찾아서 뛰어다니다가 빌딩 옥상 구석에 누워서 10월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고요? 그 아이의 집은 해초들이 나부끼는 바다 속인 거 같다고요? 아이의 몸에선 바닷물 냄새가 난다고요? 빨간 공은 수평선의 해 같다고요?   버스 지붕 위에서 쉬고 있던 아이가 빨간 공과 함께 노랗게 불타는 한낮의 해바라기 밭으로 뛰어간다. 그 뒤를 밀짚모자를 쓴 이중섭이 화판을 메고 걸어가고 있다.      돌밭의 아우성이 만들어 낸 연상     발가숭이 햇빛이 남한강 물 위에서 팔짝팔짝 놀고 있는 낮 12시 30분. 돌밭에선 하얀 돌멩이들이 피 묻은 깃발을 손에 들고 아우성치며, 아우성치며 파란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날아오른 돌들은 한 순간 붉은 동백꽃이 되어 푸른 강물 위를 둥둥 떠가기도 하고 흰 날개 퍼덕이는 두루미 떼가 되어 들판 습지로 날아간다. 나는 수많은 돌중에서 허공으로 떠오르다 물속으로 떨어진 검은 돌 하나를 주워서 걸망에 넣는다.   정동진 새벽바다 뻘겋게 번지는 핏물 위에서 퍼덕이는 금빛 살점들. 그 거대한 물 밑에서 아 아 아 아 아 아 소리치며 꿈틀거리는 붉고 둥근 돌 하나. 그때 둥둥둥 둥둥둥 울리는 북소리. 그 후끈 후끈한 소리 속에 그가 있을지도 몰라. 10년 전 지상을 떠나간 그가 비늘 번쩍거리고 있을지도 몰라. 새 빛 번지는 백사장에 나가 껑충껑충 학춤 추는 무의식 속의 나.       *< >부분은 스에나가 타미오의『색채심리』에서 노르웨이 화가 뭉크(Edvard Munch)의 일기를 인용한 글임   한여름의 검은 자전거와 파란 비닐봉지와 빨간 모자     파란 지붕의 자전거 보관대에 쓰러져 있는 검은 자전거의 바퀴살이 햇빛에 번쩍이고 있다. 오전 10시 46분, 우체부의 빨간 오토바이가 서 있는 가로수 밑으로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빨며 지나가고 점점 뜨거워지는 8월의 태양. (검은 자전거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자전거 보관대의 파란 플라스틱 지붕은 자신의 가슴을 다 드러낸 채 번쩍이고 있다.   그 파란 플라스틱 지붕은 왜 하루 종일 번쩍이고만 있을까요? 지금 을지로 상공을 날아가는 반투명의 파란 비닐봉지는 몸무게가 0으로 줄어든 나의 모습이에요. 나는 시청 앞 광장을 지나 바람에 출렁이며 청계천 다리 위를 가고 있어요. 나처럼 가끔 허공을 떠다니고 싶으면 눈을 감고 공중으로 떠오르는 0의 감각에 집중해 보세요. 그리고 몸의 무게를 계속 줄여 보세요. 그러면서 저기저기 빌딩 창문 위 하늘로 둥둥 떠가는 자신을 느껴 보세요. 검은 자전거의 주인이 노랑 풍선이 되어 햇빛에 반짝이며 여의도 쪽 상공을 날아가고 있는 게 보일 거예요.   아, 아, 여보세요. 8월의 풀밭에서는 빨간 모자를 쓴 발가숭이 아이들이 모여서 노란 나팔을 불기도 하고 파란 페인트 통을 굴리며 뱀과 놀고 있다고요? 그 맨살의 아이들이 사람들의 잠속 연못에 들어와서 물장구칠 때가 있다고요? 그 시간에 꿈의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으면 빨간 꽃잎 요리가 아이스크림처럼 달디 달다고요? 그것이 한여름 낮잠의 신비한 맛이라고요?   아우슈비츠     아우슈비츠 아우슈비츠 비오는 날의 아우슈비츠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리고 작은 언덕같이 쌓여있는 머리칼이랑 가죽 가방 일곱 살 아이들의 꽃무늬 구두가 유리창 진열장 속에서 푸르르 푸르르 떨고 있는 아우슈비츠 아우슈비츠   1940년 5월 감옥을 쌓는 회색 벽돌에서 푸른 하늘 한 자락을 꺼내들고 환한 햇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내가 있었다고요? 그가 벗어 놓은 듯한 파란 상의上衣가 높은 감시탑 지붕 끝에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고요?   나는 영하의 겨울밤 서울 을지로 지하철역 시멘트 바닥에 박스를 깔고 새우잠 자는 노숙자露宿者의 주머니 속에서 흘러나온 파란 손수건을 본다. 영하 25도의 얼음 꽃밭에서 환한 햇빛 속으로 팔랑팔랑 날아오른 노랑나비 한 마리가 그의 잠든 머리 위에서 날고 있다.   비오는 날 폴란드 오슈비엥침 아우슈비츠의 어둡고 침침한 허공에서 쪼로롱 찍찍 쪼로롱 찍찍 쪼로롱 이름 모르는 새소리가 들린다.   30대 여인 또는 구렁이        한 청년이 풀밭에서 통조림 캔을 딴다. 검푸른 살의 꽁치 한 마리가 책처럼 잘 요약 되어 삭아 있다. 이집트 미라의 여인이 관(棺) 속에서 꿈틀거리며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대신전(古代神殿)의 조각상에서 나온 30대 여인이 혼자 중얼거린다. “가면을 쓴  사내가 칼을 들고 말했어” “신(神)은 인간의 피를 좋아 한다고” “나는 그와 잔 적이 있어” 그녀의 그림자 뒤에서 붉은 노을이 TV 화면 가득 이글거린다.     작은 새들이 찌르르 쫑쫑 찌르르 쫑쫑 경쾌한 소리로 날고 있는 5월의 물푸레나무 숲에서  어젯밤 드라마 속 여인이 자신의 검은 머리 위로 물을 쏟아 붓고 있다. 그녀의 허리가 푸른 잎 사이에서 구렁이처럼 햇빛에 번득인다.     뱀과 그녀     그녀의 그림 속 뱀들은 금 간 아스팔트 위에 무리지어 똬릴 틀고 있다. 풀밭을 떠나온 뱀들이 화물차가 100km 이상 달리는 검고 뜨거운 바닥에서 서로 엉겨 바들바들 고무락거린다. 햇빛이 그들의 허리에서 번쩍인다.   화랑畵廊에서 돌아 온 날 밤 침대 위에서 허리를 잔뜩 웅크린 나는 키가 30cm로 줄어들고 팔과 다리가 없어졌다. 새벽에 눈을 뜨니 내 옷걸이가 커다란 몸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미명의 어둠 속에서 옷걸이는  “넌 누구니”하고 묻는다. 내가 누구냐고? 하룻밤 사이에 내가 뱀이 되었다고?   아침 햇빛이 소리치듯 창문으로 환하게 쏟아져 들어온다. 햇빛의 뼈가 나를 일으킨다. 내 몸이 점점 커진다. 팔과 다리도 다시 생긴다. 거울에 반사된 빛이 사방으로 뻗어가고 있다. 빛A 빛B 빛C........빛A에는 구름의 살 향기가 묻어 있고 빛B에는 자동차의 경적이 묻어 있고 빛C에는 전화벨소리가 묻어있다.   그녀는 뱀들과 함께 빛의 향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창 밖 허공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뱀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반짝이고 있다.   통화通話     아 아, 여보세요. 40대의 사내가 한강대교 아치 위에 올라가서 집 나간 아내를 찾아 달라며 자살소동을 벌이고 있는 걸 봤다구요. 그 사내는 금방이라도 뛰어내릴 듯 뛰어내릴 듯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었다구요. 3월의 하늘에선 확성기를 든 경찰과 구경꾼들에게 주는 선물인양 하얀 눈송이를 흩뿌렸다구요.   말수가 적은 40대의 회사원 K씨는 1년에 한두 번 손에 날카로운 못을 들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차장 고급 승용차들의 차체에 굵은 금을 긋고 다닌다구요.   망치를 들고 깨진 유리창 조각들을 더 잘게 부수고 있는 인부들의 얼굴이 점점 환해 지고 있어요. 그들은 망치질에 신명을 풀어내는 듯 리듬을 타고 있어요. 작은 알갱이로 돌아간 유리들도 햇빛에 반짝이고 있어요.   아 아, 여보세요. 조주 선사가 신발을 벗어서 머리에 이고 한강대교를 걸어가고 있다 구요?   * 조주 선사(778-897):『육조단경』에 나오는 중국의 선승. 선가(禪家)에서는  조주고불(趙州古佛) 또는 조주라 부른다. 불교의 근본원리를 묻는 질문에  “뜰 앞의 잣나무니라.”라는 말을 했다.     검은 도로     직선의 아스팔트 도로를 100km로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검은 도로를 손짓하며 말한다.   “ 방금 지나온 길이 어릴 적 뛰놀던 동네 언덕이야” “ 이 검은 도로 밑에 내가 태어난 마을이 깔려있는 거야“ " 길을 낼 때 언덕의 중심에 퍼런 정수리 뼈 드러낸 바위 하나 있었대" " 비 오는 날이면 도로 밑에서 둥둥둥둥 풍물소리가 울려오는 거 같아"    TV 속에서는 마다가스카르 맨발의 여자들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 웃으며 벌거숭이 아이들 손을 잡고 맑은 강물이 보이는 푸른 풀밭 언덕길을 뛸 듯이 걸어가고 있다.   오전 10시 30분의 그래픽      기원전 7세기 그리스 신전神殿의 원형을 복원한 화려한 채색 조각상 그래픽이 TV 모니터 속에서 가볍게 빙빙 돌고 있는 오전 10시 30분   횡단보도를 건너온 30대 여인의 손에 들려있는 구겨진 풍경화風景畵에서 청계산 숲속 산새 몇 마리 나와 삐삐삐 쪼로롱 삐삐삐 쪼로롱 허공에 반짝이는 초록 물방울 뿌리며 빌딩 사이를 지나 푸른 하늘로 날아간다   K화백이 지난 밤 하얀 화선지 위에 내려놓은 검은 묵향墨香의 산 속에서는 걸망을 멘 한 사내가 나와 사방을 둘러보다 징검다리를 건너 빨간 노을이 물든 여진女眞의 마을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나는 이른 봄 햇살의 눈부신 바늘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저수지 수초水草 속에서 발가숭이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나오는 그림을 그리다가 채소장수의 확성기 소리에 창밖을 본다     붕어빵이 구워져 나올 때       중계동 은행사거리 40대 사내의 붕어빵틀에서 뜨겁고 말랑말랑한 붕어빵이 구워져 나올 때   전자상가 TV 화면에는 시리아 반정부군의 자살폭탄으로 반쯤 부서진 건물에서 들것에 실려 나오는 사상자들   나는 제주산 노란 감귤 한 봉지를 사들고 행인들이 붐비는 4차선 도로를 건너가고   내 옆을 깔깔거리며 지나가는 10대 여자 아이들   아파트 화단 젖은 흙속에서 10cm 가량의 검붉은 지렁이 한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탈출       제각기 자기의 방 속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는 한밤중   하얀 살들이 속으로 말 하고 있었어. 비 오는 날 손잡고 벌거벗은 망아지처럼 푸른 풀밭을 뛰어다니고 싶다고.   TV 속에서는 야생의 말들이 히힝거리며 몽골 초원의 빛 속으로 뛰어가고 있었어.   나는 벽에 딱 붙어서 바닥에서 통통 튀며 놀다가 창밖으로 날아가는 고무공을 보고 있는 타일 조각들을 생각하고 있었어.   빛 또는      검은 옷을 입은 빛이 무표정한 아파트 유리창에 매미처럼 붙어서 부르르 부르르 떨기 시작하는 시간   성난 개들이 어둠 속 4차선 도로를 횡단하며 번쩍이는 빛을 향해 컹컹 짖어대고   한여름 바닷가 뜨거운 모래밭에선 배구를 하고 있는 맨발의 30대 비키니 여자들의 번들거리는 붉은 살   흰옷을 입은 장발의 50대 남자가 푸른빛이 흐르는 무대 위에서 하늘을 향해 한껏 팔을 벌리고 있다   오전 10시 30분의 그래픽      기원전 7세기 그리스 신전神殿의 원형을 복원한 화려한 채색 조각상 그래픽이 TV 모니터 속에서 가볍게 빙빙 돌고 있는 오전 10시 30분   횡단보도를 건너온 30대 여인의 손에 들려있는 구겨진 풍경화風景畵에서 청계산 숲속 산새 몇 마리 나와 삐삐삐 쪼로롱 삐삐삐 쪼로롱 허공에 반짝이는 초록 물방울 뿌리며 빌딩 사이를 지나 푸른 하늘로 날아간다   K화백이 지난 밤 하얀 화선지 위에 내려놓은 검은 묵향墨香의 산 속에서는 걸망을 멘 한 사내가 나와 사방을 둘러보다 징검다리를 건너 빨간 노을이 물든 여진女眞의 마을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나는 이른 봄 햇살의 눈부신 바늘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저수지 수초水草 속에서 발가숭이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나오는 그림을 그리다가 채소장수의 확성기 소리에 창밖을 본다   노랑나비     비오는 날 번쩍이는 빛을 향해 어두운 헛간을 뛰어나간 고양이의 눈빛 같은   노랑나비 하나 내 숲의 어둠 속을 떠다니며 반짝인다   李箱은 에서 “찢어진壁紙에죽어가는나비를 본다. 그것은靈界에絡繹 되는秘密한通風口“라고 했다   그는 오늘도 靈界의 컴컴한 숲속에서 죽은 나비와 춤을 추고 있을까?   정리해고 된 40대의 사내가 중고 트럭 조수석에 아내를 태우고 휘파람 불며 강변도로를 달리고 있다.   노랑나비 한 마리 푸른 강물을 배경으로 날고 있다.   마네킹 또는 아침 햇빛    오전 8시 30분 백화점 지하창고에서 점원들의 들것에 실려 나오는 가슴이 깨진 20대의 남녀 마네킹 새 두 마리 지하의 어둠 속에서 날아올라 아침 햇빛 눈부신 빌딩 사이로 날아간다   햇빛 속에서 반짝이며 출렁이기 시작하는 나뭇가지들   바이칼 호수 마을에서 둥 둥 둥 둥 푸른 하늘로 울려 퍼지는 북소리 운길산 수종사 나한전에서는 환한 빛을 향해 맨 머리의 나한들이 웃고 있다     빨래판   아파트 창 밖 젊은 남자의 스피커 소리 -싱싱한 물오징어 한 마리가 이천 원, 이천 원   교실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유리창을 흔들며 바다 속 청어가 되어 퍼덕인다   나는 빈 방에서 생목의 가구가 내쉬는 나무의 숨소리를 듣는다 숲의 나무들이 잎사귀를 흔들고 있다    합천 해인사 장경각에서 팔만대장경판을 둘러보고 나오는 할머니가 옆 할머니 허리를 찌르며 소근거린다 빨래판만 보고 간다고   푸른 풍선 하나 허공에서 둥둥 떠돌고 있는 한낮이다   열탕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다가 어둠이 물컹물컹 밟히는 무의식의 늪지대로 들어간다. 축축하고 후끈후끈한 그 늪이 내 원시의 열탕이라는 걸 발견한다.   식탁에 앉아 칼질과 포크질로 죽은 암소고기의 탄력에서 느끼는 관능. 그 암소고기는 물질의 열탕 속에서 꿈꾸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수석 수집가인 그녀는 쑥돌의 속살을 문지르며 원생대 바다 속 생명체들의 숨소리를 만지고 있다고 한다. TV에서는 시리아 난민 열세 살 키난 마살메흐가 인터뷰를 하면서 "그냥 전쟁만 멈춰줘요, 그게 전부예요."라고 외치고 있다.   카프치나 엔진 소리를 내며 굴삭기가 새 길을 내고 있다   굴삭기의 날카로운 삽날에 맥없이 허물어지고 있는 마을의 푸른 언덕 부르륵 부르륵 퍽, 퍽, 퍽 불꽃이 튀는 굉음 언덕의 중심에 숨어 있던 바위의 정수리에서 터져 나오는 핏빛소리 길바닥엔 언덕에서 파낸 돌과 흙들이 맨 몸뚱이로 바들바들 떨고 있다 그는 어제 밤 빨간 버스를 타고 19세기의 그림 속 마을 카프치나로 떠난다고 했다 산양들이 흰 구름들과 살고 있다는 카프치나   고산지대高山地帶의 산양들이 파란 하늘을 향해 메에 메에 노래할 때 흰 구름은 자주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의 모습을 하고 산양들의 머리 위에서 떠돌고 있다는 카프치나 카프치나   아스팔트 도로의 옛 마을 우물터에서는 어릴 적 빠져죽은 계집아이가 밤마다 색동옷을 입고 나와 혼자 놀고 있다   빛과 시간   빛은 과거의 공간 속에서 탈출한 새 시간이라고? 15억 년 전에 폭발한 초신성의 빛이 지금 지구에 도착한 것이라고? 컴컴한 터널 속에서 환한 빛을 뿜으며 달리고 있는 전동차 속의 나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동일하게 맞출 수 있을까? 그녀는 꽃을 안고 천년의 시간이 파란 이끼로 피어나는 탑의 둘레를 돌고 있다          지붕 없는 집   도로를 달리던 차가 지붕 없는 집 앞에 멈춰 서 있다   지붕 없는 그 집에서는 밤이 되면 하늘의 별빛들이 내려와 의자며 식탁이며 깨진 유리창 창틀에서  아이들처럼 뛰고 노는 소리가 들린다   그 집은 어느 날 스스로 배가 되어 별빛 찬란한 우주의 바다로 둥둥 떠갈 일을 생각하고 있는 거 같다   CCTV 화면에는 60대의 여자가 목에 별빛 스카프를 두르고 아파트 옥상에 서 있는 장면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의 화면   그는 길을 걷고 있다. 그 길은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이다. 그는 쓰러질 듯 쓰러질 듯 걷고 있다. 태양 볕이 영상 50도의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그는 모래밭에 쓰러졌다. (그는 장면을 바꾼다. 사막을 초원으로, 계절을 4월로, 그리고 구름이 덮인 하늘, 기온은 영상20도, 풍속은 .....) 그는 풀밭에 앉아 있다. 멀리 마을이 보인다. 그는 일어서서 마을 쪽으로 걷는다. 아스팔트 길이다. (그는 1500cc 빨간 승용차를 아스팔트 길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운전을 하고 달린다. (그는 운전석 옆 자리에 23세의 금발 아가씨를 앉혔다.) 그는 23세의 금발 아가씨와 함께 휘파람을 불며 마을로 들어간다. (그 순간 사라지는 화면) 그는 눈을 떴다. 아침이다. 머리맡 시계를 보니 출근 시간 50분전. 그는 세수를 하고 정장차림으로 문을 나선다. (초원, 빨간 승용차, 금발의 아가씨는 그의 화면에서 지워지고 없다.)              시간   불빛 환한 아파트 창가에는 잠의 시간에서 추방된 사람이 서 있고 지나간 시간이 몽롱한 안개를 피우는 거리엔 한 여인이 죽은 개를 가슴에 품고 걸어가고 있다 그 시간 You Tube의 인문학 특강 “존재의 세계에는 절대로 넘어 설 수 없는 선이 없다“는 강사의 목소리가 귀를 울리고 발굴을 끝낸 인골이 굵은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카자흐스탄 박물관 유리관 속에서 2500년 전 유목민의 시간이 전등불빛 아래서 반짝이고 있다      사진 한 장           그는 눈 덮인 광야의 사진 한 장 남겨놓고   아시의 시간을 찾아 길을 떠났다    그가 떠난 뒤 밤이 되면 히힝 히힝 광야의    말울음 소리가 집안을 흔들었다.    알타이 산맥 눈 녹은 초원지대 허공에서    검독수리 한 마리 빙빙 돌고 있는 한낮    대낮에도 어두컴컴한 남미의 정글 속    거대한 마야의 탑 돌계단에서 잠자던 곰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걸어가고          집을 떠난 한 사내가 몽골말을 타고    바이칼 푸른 호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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