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착되여 가는 우리 술 문화
강수련
요즘 음식점이나 다방에 가면 삼삼오오 다정히 모여앉아 술을 드는 녀성들을 종종 볼수 있다. 10여년전만 해도 어설픈 모습으로 다가오겠지만 지금은 자신감과 즐거움이 넘치는 하나의 풍경으로 아름답다. 사회발전과 물질의 향상, 그리고 자아의 회귀와 진보가 만들어낸 높은 단계 문명사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것이다.
알고 보면 술의 력사는 인류문명사와 거의 시작을 함께 하고 있다. 술은 우리에게 종교와 생명과 정열과 예술과 문화와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술 문화는 인류발전과 더불어 변화, 발전하면서 인류문명에 기여하였다. 고대그리스에서는 음악가와 무용가를 제외하고는 음주할수 없게 되여있다. 또 로마시대 남성들은 안해의 입에서 술 냄새가 나면 극형에 처했다고 한다. 오늘에 이르러 이러한 술문화는 우리들이 술안주로 삼는 한담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사회가 발전하고 물질이 풍성해지면서부터 술의 종류도 변화고 있다. 처음엔 흰 술이 주류문화를 이끌었다. 알콜 농도가 50-60도에 달하는 ‘열성술’이 우리의 속과 마음을 덥히였고 나중에는 속과 마음에 타들어갔고 더 나중에는 신성한 간을 훔쳤다. 술안주는 극히 간단했고 술잔이나 장소에 대한 요구도 거의 없었다. 우리가 기억할수 있는 술이 극히 귀한 나날에 마을 어르신들은 농촌 합작사나 작은 가게에 가서 알사탕 한개, 마른 미역 한쪼각이나 덩어리 소금 한알로 선 자리에서 술 ‘얼냥’을 하는것이 기본이였다. 그러한 안주조차 없을 때는 녹 쓴 대못을 얻어다가 술 한 모금에 못을 한번 빨았다고 한다. 녹이 입안에서 조금은 짠 맛이 난다는것이다.
우리 민족은 많은 사람들의 가족사 역시 술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주인공은 남편일수도 있고 자식일수도 있고 부모일수도 있고 형제일수도 있다. 좋은 술로 좋은 인연 맺은 이도 있고 나쁜 추억, 또는 상상할수도 없는 웃음거리를 수두룩하게 남기기도 했다.
어느 한번 A씨가 친구의 집에 갔었는데 과음하다보니 저녁에 그 친구 집에 머무르게 되였다. A 씨는 잠결에 깨어나 소피를 보았다. 그런데 자고 있던 친구가 소스라쳐 깨여나서 소리 질렀다.
"야, 너 어디다 오줌 누니?"
A씨가 화장실로 알고 사립문을 열고 친구 부부가 자고 있는 방에 대고 오줌을 누고 있었다.
오줌을 싸면서 휘청거리던 A가 시끄럽다는듯 답했다.
"하필 왜 화장실에 와서 자니?"
……
조선족 술 문화를 주도해오던 흰술은 1980년대부터는 점차 맥주시대로 전환되였다. 알콜 농도가 대폭 낮아져 대량 음주가 가능해졌고 안주도 명태나 낙지 같은 마른 생선과 건과가 주요 안주로 부상되였다. 맥주가 보급됨에 따라 녀성도 주요한 소비군체로 왕림하였다. 맥주문화의 정착은 장소와 시간에 대한 요구가 흰술보다는 구체적이였고 술잔도 배급사발에서 퍼런 500ml 비닐컵, 다시 유리컵에로 변모했다.
맥주문화의 발전은 세상 모든 사물과 마찬가지고 자신이 태여난 모체의 옛 흔적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되여 태어난것이 조선족의 소맥 문화요, ‘폭탄주’였다. 자극과 류행 멋을 추구하는 극단의 사례로 되었던것이다.
맥주문화의 발전은 조선족사회의 다방문화를 탄생시켰고 이러한 발전은 와인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켰다.
와인은 세계 최초 이란에서 양조하였고 유럽의 경우 그리스에서 첫 선을 보였다. 와인문화 역시 오랜 력사를 거쳐 발전된것이다. 종교에서 와인은 예수의 피로 간주되여 있고 옛날 사람들은 와인을 마시면 그것이 피로 된다고 믿었다. 온역이 퍼질 때면 와인을 마시면 사악한 기운을 막을수 있다고 믿었다.
와인하면 우리들은 프랑스 와인문화를 련상하게 된다. 1650년대 파리에는 벌써 와인을 마실수 있는 다방이 생겨났다. 프랑스는 와인문화를 대표하는 전문용어로 굳어지고 있으며 프랑스 와인은 세계의 최고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한 친구를 만나게 되였다. 서울사람인데 파리에서 7-8년 생활했고 언론인으로 일했다. 맥주보다는 와인을 더 선호한다면서 괜찮으면 점심에는 함께 와인을 들자는것이였다. 그가 정한 레스토랑에 갔다. 와인에 대한 나의 상식적 리해는 이날이 시작이었다.
와인은 색상으로는 붉은 와인, 흰색 와인, 복숭아 색 와인으로 나누며 당 성분으로는 적포도주, 단 적포도주 등으로 나눈다. 또 와인문화는 짜릿한 자극과 취기를 추구하는 소주나 시원함과 호방을 추구하는 맥주문화보다 음미하고 향수하고 즐기는 문화이다.
상등품질의 와인은 십여년 또는 수십 년 시간을 거쳐야 숙성되며 무르익는다. 와인을 마시는것도 학문이 허다하다. 와인잔을 들기 전에는 대화를 잠시 중지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림해야 하며 잔을 든후에는 포만하고 깨끗하고 빛나는 와인의 색상을 흠상한다. 전업인은 와인 색상을 통하여 주령(酒龄)을 안다는것이다. 와인 컵을 사선으로 기웃하고 좌우로 약간 돌리면 와인이 컵 벽을 타고 내리는데 이로서 와인의 품질을 알아본다고 한다. 균일하게, 천천히 와인이 와인 컵 벽을 타고 내리면 우질 와인이다. 또 술잔을 살짝 흔들어 흩어져 사라지는 향기를 맡고 입속에 와인 한 모금 넣으면서 시고, 달고, 쓰고, 짠맛을 음미한다. 와인을 넘긴 후에는 향기가 입속에서 맴돌아치며 피여오른다.
와인문화는 흰 술이나 맥주보다 술잔의 형태, 재료, 재질, 투명도에 신경을 쓴다. 보통 굽 높은 유리컵을 사용하며 컵은 투명하고 재질은 입술에 편안한 감을 주어야 한다. 또 안주 역시 흰 술 경우의 고기요리나 맥주 경우의 건 해물과는 달리 과일이 많이 적합하다. 환경 역시 조용하고 음악이 바람처럼 스쳐가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선호한다. 일종의 향수와 교제의 수단으로 장착되여 가고 있는것이다.
와인문화가 솜에 스며들듯 천천히 우리를 적시고 있지만 우리 역시 하루아침에 변할수 없는것이 현실이다. 한때는 와인을 대야 같은 유리그릇에 붓고 거기에 포도, 귤, 또는 사과 같은 과일을 넣고 맥주컵에 부어 ‘완쌰’ 하는것이 류행되였다. 어느 날은 맥주 마시는 버릇이 그대로 되살아나 친구와 함께 그 유리그릇을 몇개나 마셨는지 이틀이나 취중에서 깨여나지 못했다. 흰술 마셨을 때에도 없었던 희한한 일이였다.
우리는 점차 맛과 향수와 교제를 겸비하는 문명한 술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흰술이든, 맥주든, 아니면 와인이든 똑같은 발전추세이지만 현대인의 술 습관 변화는 와인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흰 술이나 맥주보다 와인이 현대인의 성격과 음식 특징에 가깝기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기술발전시대라 하지만 보총과 수류탄, 폭탄, 그리고 원자탄이 병행하고 있듯이, 그리고 우마차, 자동차, 기차, 비행기, 우주선이 공존하듯이 흰술과 맥주, 와인은 오래도록 공존할것이며 서로 보충하면서 조선족사회의 술 문화를 수놓을것이다.
흑룡강신문 2011-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