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http://www.zoglo.net/blog/cuijunshan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홈 > 전체

전체 [ 912 ]

192    (소설) 도깨비의 향연 댓글:  조회:11186  추천:1  2012-11-22
                                            도깨비의 향연                                                    최 균 선       허길은 하늘아래 첫동네인 연경동에 태줄을 묻고 잔뼈를 굳히며 어렵게 자라났다. 허길의 애비 허동이가 농사일은 하기싫고해서 해마다 공사판을 쫓아다니였지만 일은 잘하지 않고 건들거리다보니 공수도 많이 올리지 못하였다. 일년내내 뼈빠지게 일해도 어떨가 하는판에 그따위로 살다보니 남들보다 구차하지 않을수 없었다.       게다가 술이라면 십리길도 뛰여가는 술귀신이자 내번지고 마신다하면 밑창이 없는 술고래였다. 주풍도 망태기여서 한잔 걸치면 이상제하없이 시비를 걸고 말썽을 피우며 주먹질에 재미를 보는자였다. 집이 가난한것이 뉘탓이기나 한것처럼 집에 들어와서 그저 죽어지내는 애매한 안해를 개패듯하였다. 마을나그네와 웃으며 말했다는둥 어쩌다 시내에 갔다가 멋진 남자에게 한눈을 팔았다는둥 아무튼 두들겨팰 리유는 새라새롭게 생겼다. 그렇게 피멍들게 매질하고는 밤이면 소리없이 흐느끼는 녀자를 밤새도록 죽였다살구는 그런 체질이여서 별명이 물개×이였다.     허길이 에미는 워낙 원근에 소문난 미인였다. 소똥무지에 함박꽃이 꽂힌격으로 허동이에게 시집와서 갖은 구박을 받으며 사는 신세가 된데는 그야말로 웃지도 울지도 못할 사연이 있었다. 주먹깨나 쓰는 허동이는 연미공사내에서는 제노라하는 자였다. 품행이 악질이다보니 원근에 처녀들은 허동이라하면 기겁초풍했다. 허동이도 스스로 자기가 한심했지만 하루아침새 고쳐질 악습이 아니였다. 나이는 자꾸 먹어가지 녀자맛은 언제 볼지 막연해서 속이 곪아터질지경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짝패들을 휘동해서 현성에 영화구경을 갔는데 영화표를 사는 줄에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여온 녀자가 끼여있었다. 영화관부근에 있는 렬군속식당에서 출납질하는 순금이라는 처녀였다. 쳐녀의 풍만한 몸집에 게침을 흘리던 허동이는 얼핏 좋은 궁리가 떠올라 졸개들에게 쑥덕거렸다. 지시를 받은 졸개들이 그녀의 앞뒤에 끼 여들어 영화표를 샀다. 그러다보니 녀자는 허동이 옆에 앉게 되였고 량쪽에는 허동이 쌉살개들이 배동하게 되여 드티고 옮길자리도 없었다.     영화가 시작되여 어둠컴컴해지자 허동이가 동작을 개시했다. 녀자는 소리도 못치고 이리저리 비탈고 있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영화관 빠져나갔다. 미구에 졸개들이 그녀의 뒤를 쫓았다. 허동이의 지시대로 “사슴몰이”를 시작한 것이다. 영화관 마당을 벗어나서 집쪽으로 구불어가려는데 두억시니 두셋이 앞을 막아섰다.    큰길로 곧게 걷다고 곁길로 빠지려하니 다른 놈들이 우우하며 길을 막았다. 그자들이 이리몰고 저리 모는바람에 녀자는 소리한번 질러보지도 못하고 시내변두리에 있는 현체육장에까지 몰려가게 되였다. 인적이 드문 곳까지 오게 된 처녀는 울상이 되여 바들바들 떨고있는데 드디어 백마왕자가 나타났다. 졸개들이 망을 보고 허동이는 야외에서 초야권을 행사하게 되였다. 순금이는 그렇게 보쌈을 당한격으로 허동에게 시집을 오게 되였던것이다…        마을에서는 집집이 산기슭이나 골짜기에 뙉밭을 일구고 해바라기를 심어서 소금간장값이나 해결하였는데 골밖에 사람들은 연경동을 해바라기 동네라고도 불렀다. 허길이네도 해바라기밭이 있었다. 허길은 목소리가 고운 어머니가 늘《천만송이 해바 라기 태양따르고 억만인민 한마음으로…》를 흥얼거리는걸 들으며 자랐다. 이 노래는 어데가서나 들을수 있는 노래였기에 허길이도 가사를 거의 외갈내고 있어서 곧잘 따라불렀다. 그러나 어린허길이로서는 해바라기가 어떻게 태양을 따르는지 몹시 궁금했다. 엄마가 왜 그냥 이 노래만 부른는지도 알수 없었다.      《엄마, 해바라기가 왜 태양을 따르나요?》     엄마는 아무말도 않고 허길이 손을 잡고 산기슭의 해바라기밭에 나갔다. 총총히 들어선 해바라기들은 한결같이 머리를 건뜩 쳐들고 해를 향해 웃고있었다.     《봤지? 지금 점심때니까 해를 바라보지 않니? 이제 저녁때 너절로 나와보아라. 그리고 래일 아침에도 나와보면 알게 될거야.》     해가 서산에 기울어지자 허길은 밭에 나와봤다. 아닌게아니라 그 많은 해바라기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일매지게 납작한 노랑얼굴을 서쪽으로 향하고있었다. 해가 꼴깍 넘어가자 해바라기들은 상심한듯 고개를 푹 떨구고 서있는것이였다. 허길은 어린마음에도 이상해서 눈이 둥그래졌다. 이튿날 아침에도 늦잠을 자지 않고 일찍 달려나와 보았더니 엄마 말이 맞았다. 해바라기들은 어느새 돌아섰는지 일제히 동산에 솟은 붉은해를 바라보며 노랗게 웃고있었다. 그는《야호!》하고 환성을 올렸다.     그날 이후부터 허길은 심심하면 밭에 나와 싫도록 해바라기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놀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해바라기의 환하게 웃던 얼굴에 조그마한 벌레들이 다닥다닥 덮혀있는것을 보았다.크기는 록두알만했는데 색갈은 여러가지였다. 허길은 무슨 벌레인지 어째서 해바라기의 얼굴에서 기여다니는지 놀라서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 저건 무슨 벌레인가요?》         엄마는 아무 대답도 않고 해바라기대들을 하나하나 세차게 흔들어주기만 했다. 《고운 벌레인데 왜 날려보내나? 털지마!》 《이건 딱정벌레인데 그냥 놔두면 해바라기를 다죽이고말아, 해충이란거야.》     엄마 말이 맞았다. 이튿날, 아침에 나와보니 어제 해충이 기여다니던 해바라기들은 더는 해를 따라 돌지 않고 고개를 푹 떨구고 울고있었다. 며칠후에 보니 정말 말라죽었다. 허길은 해바라기가 불쌍해서 엉엉 울면서 딱정벌레를 하나하나 잡아서는 발로 꽁꽁 밟아죽였다. 그 넓은 해바라기밭을 헤집고 다니며 무척 많이도 죽였지만 딱정벌레는 그냥 바글거렸다. 엄마를 불러왔다. 《…농약을 쳐야하겠구나.》 《농약이요? 그럼 빨리 농약을 쳐요. 예? 엄마?》 《래일 시내 외삼촌네집에 갔다가 올 때 농약을 사다가 치자꾸나.》 《엄마, 나두 같이가나요? 야! 좋아라.》    이튿날 진종일 걸어서 고개를 몇개 넘어서야 현성에 도착했다.현성이 내려다 보이는 산마루에서 허길은 새로운 발견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저기 저 곳이 시낸가요? 해바라기얼굴 같아요》 아닌게아니라 그렇게 보니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현성은 해바라기화판같았다. 《용쿠나. 정말 비슷하구나. 우리 허길이 장차 큰 사람이 되겠네. 호호호…》 《저긴 딱정벌레가 없나요? 아! 저기 한마리 기여다니네. 뭐? 하야라구요? 야! 나도 크면 저런 딱정벌레를 타고다닐테야,》 허길이 엄마는 아들을 놀란 눈길로 바라보았다. 《엄마, 우리도 그런 골안에서 살지 말고 저기 시내에서 살자,응?》 《그래, 네아버지가 그렇게 하자면 이사해 오자꾸나.》    …허길이의 생떼질에 못이겨 세식구는 한족들이 많이 사는 시내변두리에 집을 세맡고 이사해 왔다. 얼마후 허동이가 살판을 만났다. 돌아가며 잡아내고 투쟁하고 두드리고 마스고 빼앗는 미친운동이 일어나자 반란파두목이 되여 사람을 때리고 주리 를 틀고 죽이는 못된짓이란 못된짓은 다하며 하늘이 낮다하고 길길이 뛰며 지랄발광했다. 엄마의 치마꼬리에 붙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비판대회인지 하는데로 다니며 그는 아버지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가를 알게 되였다.    처음엔 아버지와 아버지가 부려먹는 사람들의 주먹질, 몽둥이질, 채찍질에 피투성이된 사람들의 모습이 오줌이 나올만큼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 그러다가 차차 담도 커지고 하면서 아버지가 대단히 센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해방군아저씨처럼 우에 군복을 입고 군모를 쓰고 팔에 붉은 완장을 두르고 한손에 그냥 몽둥이를 들고다니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보일수가 없었다.     자기도 크면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네도 벌벌 떨게 하는 아버지처럼  위풍당당한 사람이 되겠다고 벼르고있었다. 그런데 그 꿈은 얼마후 산산쪼각이 났다. 그렇게 멋있고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던 아버지도 어느 날 모자에 별을 단 사람들에게 팔을 비탈린채 어디론가 붙잡혀갔던것이다. 허길이가 아버지보다 더 멋있어보이는 아저씨들의 팔에 매달려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러나 엄마는 울지 않았고 아버지를 보러가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안되여 동네아이들이 (너 아버지는 사람을 많이 때리고 빼앗고 죽이기까지 한 나쁜 사람이여서 총살당했다더라)하고 알주었다. 허길이는 아버지가 총살당할만큼 나쁜놈이였는가고 따지고 물어서 그만 엄마를 울리고야 말았다. 그 말을 들은 이후부터 허길이의 어린마음에도 동네사람들이 어째 자기를 곱게 보지 않는다는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그것이 아버지때문이였음은 알리없었다. 엄마는 그후 다시는 해바라기 태양따르네를 흥얼거리지 않았고 일밭에 나가는외 그냥 몰래 울기만 했다.     허길의 어머니는 마을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눈총을 당하며 속을 태우다가 허길이가 여덟살을 잡던해 봄, 젊디젊은 나이에 농약을 마시고 죽었다. 사람들은 인물이 아깝다고 한동안 두고외웠다. 그래서 허길이는 외삼촌과 다른 친척집으로 돌아다니며 컸다. 어느 날 허길이는 너무 심심해서 뜨락에서 서성거리다가 이웃집 암탉이 헛간문어귀에 알을 떨구는것을 보았다. 허길이는 이웃집아지미가 인차 나올 기미가 아니자 제꺽 제호주머니에 넣고 뺑소니쳤다.     뒤늦게야 나온 주인아줌마가 분명 낳았을 닭알이 없어진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암탉을 욕하는지 아니면 아까 마당에서 삽살개처럼 맴돌던 허길이를 빗대고 욕하는지 동네가 들썽하게 욕설을 퍼붓고있었다. 제집 뒤울안 벼짚낟가리 뒤에 숨어 서 달걀을 어떻게 하면 삶아먹을가 하고 궁리하던 허길이는 숨이 한줌만해져서 한식경이 지나도록 대갈쪽도 내밀지 못했다.  허길이가 달걀을 주어가지고 제집으로 들어가는것을 본 아래집 다서살내기가 제엄마에게 가만히 일러주었다. 《어무니, 허길이가 달걀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저 뒤울안에 숨었어. 내 아줌마 한태 알려줄가?》 《이새끼야,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아, 그러다가 독사새끼같은 그놈에게 코피터지자구그래?》     아이는 엄마가 눈을 무섭게 흘기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낙네는 해지도록 욕지거리를 그치지 않았다. 허길이가 열다섯살이 되였다. 공부를 딱 하기싫어서 매일 학교를 때려치고 집부 근에서 쏘다니다가 어떤 잔치집문앞에 번쩍번쩍하는 구두가 있는것을 보고 슬쩍 후무려서 집에 가져왔다. 어떤 사람이 그걸 보았다. 구두임자가 나와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욕질을 하자 허길이가 가져갔다고 알려주려는데 마누라가 제꺽 남편의 입을 막았다. 《미쳤어요? 삐치지 말아요. 그 놈팽이가 얼마나 독종인줄 모르세요?》     허길이는 그 구두를 신고 학교에 가서 녀자애들 앞에서 으시대였다. 허길이가 스므살을 먹었다. 어는 날 짝패와 함께 칼을 들고 으슥한 산길에 숨어있다가 장을 보고 돌아가는 한 녀자를 풀밭에 자빠뜨려놓고 돌아가며 궁둥방아를 찧었다. 그리고 지녔던 돈이며 손목시계랑 빼앗아냈다. 그것을 먼 밭에서 김매던 어떤 아낙네가 보았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다.    며칠후 그들은 또 길목을 지키고있다가 한 남자를 가로막았다. 그 사람이 순순히 말을 듣지 않자 칼로 호박을 찌르듯이 하여 죽인후 구렁텅이에 처넣었다. 그리고는 휘파람을 불며 유유히 사라졌다. 그때도 며칠전 륜간하는것을 몰래 보았던 아낙네가 밭고랑에 엎디여 몸서리치는 그 장면을 다보았다. 허길이가 한짓임을 잘 알면서도 파출소에서 나와 조사할 때 끝내 말하지 않았다. 보복이 무서웠던것이다. 게다가 남편이 무사하게 살아가겠으면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윽박지르는 바람에 량심을 속여 둘수밖에 없었다. 허길이는 점점 더 기승을 부렸다. 아무도 아는체하지 않았다.     허길이가 스믈대여섯이 되였다. 개혁개방이 되고 신주대지에 공사바람, 장사바람이 휘몰아쳤다. 공부는 못했지만 돈욕심은 뉘게 뒤지 않는 그도 한몫 벌어보자고 별렀다. 그는 위치가 좋은곳을 골라서 미곡점을 꾸리고 있는 김씨를 음으로 양으로 다스려서 턱 차지했다. 원체 잘되던 미곡점이 그가 주인이 되자 오는 손님은 없고 나쁜소문만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흰모래를 섞어서 판다는것을 모두 알면서도 그의 위인됨을 알고 뒤에서 욕할뿐이였다. 《대명천지 이 밝은 세상에서 그렇게까지 나쁜놈이 어데 있단말인가? 왜들 그 꼬리방즈를 무서워하는게야? 난 고발하겠어,》 《그만둬, 우리가 그 자식한테서 쌀을 사지 않으면 그만이 아닌가,》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손해를 볼게 아닌가? 구데기 무서워 장못담그겠네. 그 자식을 그렇게 만든건 다 이 현성에 사는 사람들이 어벌을 키워준탓이라니!》 《사람들이 한두번 쌀을 사가는라면 다 알게 될게 아닌가? 이제 그자 하나가 무서운게 아니라 이 시내를 휩쓸고다니는 졸개들이라구, 여북하면 공안국에서도 못본체 내버려두겠나? 시끄러움을 청해서 고생하지 말란 말일세.》     그런데 무슨 도깨비수작을 꾸몄는지 허길의 장사는 점점 잘 되였다. 여러곳에 분점을 내오고 상점들도 차려놓았으니 어데 쌀을 사든 허길의 손바닥안에 있었던것이 다 자그마한 현성에서 그의 장사속이 얼마나 검은가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허길의 사업은 날로 번창해갔다. 요즈음은 택시업도 벌리고 내막을 모르는 외지손님들을 독차지하고있다. 누가 불평이라도 부리면 친신졸개인 만개를 시켜서 반주검이 되게 하였다. 그래도 누가 묻는 일이 없었다. 그의 재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젊은청년들도 더는 보아내지 못하겠다고 윽별렀다. 그러나 역시 부모들이 극구 말리는 바람에 손을 쓰지 못하고 열불을 토해내고만 있었다. 《그를 제껴치우는건 어렵잖아, 갈거시같은 놈을 누가 못해내? 그자는 이미 돈으로 매수해서 뒤를 튼튼히 다져놓고있다구, 우리가 마구 접어들면 돌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구, 우리 계획을 잘 세워보자구, 자꾸 밤길만 걷다가 어느 모퉁이에서 귀신을 만나지 않나 두구보라구, 헝 잡아치울놈의새끼!》     부자하나 생기면 세동네가 망한다더니 허길이때문에 망해나간 사람들이 얼마인지 모른다. 그러나 허길이는 잘되기만 했다. 처음엔 ××위원이라더니 차차 상무위 원이 되고…그야말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 되였다. 현에 얼마 안되는 기업도 하나하나 제손아귀에 넣었다.     그가 자가용을 타고 출근할때면 굉장했다. 마치 중앙에서 내려온 수장이나 본듯이 아첨하는 무리들이 차를 막고 꼭 문안을 드리군했다. 길가에서 눈에 드는 녀자가 있으면 그날밤은 그녀자가 그의 여윈 궁둥이밑에서 신음해야 했다. 잘되는 놈 넘어져 도 떡함지에만 넘어진다고 현성으로 들어오는 고속공로를 닦는 일도 그가 총지휘로 되였다. 총투자액이 천만원인데 무작정 100만원을 후무려서 이름좋게 양로원에 몇백원, 학교들에 천원좌우씩 기부하여 미명이란 미명은 한몸에 얻어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가슴이 덜렁 내려앉게 하는 중대사건이 터졌다. 허길의 개다리들중에서 가장 악질적인 우두머리의 시체가 들미동 산굴에서 발견된것이다. 법의가 루설한데 의하면 몽둥이 찜질을 당해 숨졌는데 머리통이고 엉덩이 뼈고 성한데 없이 밴새속이 되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얼마나 오래동안 모질게 두들겨팼으면 한장정이 그렇게까지 뼈를 못추리게까지 되였겠는가고 혀를 홰홰 내저으면서도 죄는 지은데로 간다던 옛말 그른데 없다고 손벽을 쳤다.     그렇게 기고만장해 하던 허길도 이번에는 속이 꿈틀했다. 자기도 언제 만개처럼 몽둥이에 감자떡이 될지 알수 없었다. 하여 늘 개무리들을 데리고 다녔고 밤에 절대 나다니지 않았다. 어쩌다 거리를 한바퀴 돌았다.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던 소민들이 이상한 눈길로 힐끔거리는것이 몹시 속상하게 했다.     그저 이렇게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기로 작심했다. 흉수를 잡기전에는 절대 장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선포하고 현병원사체실에 보관했던 만개의 시체를 끌어내다가 만원짜리 관을 갖추어넣고 졸개들을 시켜 만개의 초상을 덩실하게 올려놓은 관을 메고 시내를 몇바퀴 돌게했다. 복수를 다지는 졸개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길가던 사람들이 몸서리를 쳤다. 허길이가 악바리를 쓸수록 속으로 윽윽 벼르는 배짱좋은 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이미 허개를 잡아치우고 자기도 죽을 각오를 하고 기회만 노리는 터이였다.     그날도 졸개들과 흥탕거리다가 밤늦게 외딴 별장에 돌아왔다. 허길이가 거들먹거리며 차에서 내리는데 마른 하늘에 벼락치듯 “따꿍!”하는 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옹위하고 왔던 졸개들이“아야마야 !”하고 혼비백산해서 아비규환을 부르며 길바 닥에 납작 업드리는놈으루. 차뒤에 숨는놈으루, 차안으로 기여드는 놈으루 란리가 났다. 평시에 개잡은 포수처럼 우줄렁거리던 기개가 남천방이 된셈이다. 하긴 어중이떠중이들이 약한자들 앞에서나 거센체하다가 만개까지 비명횡사하고 나서는 서리맞은 늘메기들이 다 되여있던 그들이다. 그래도 허길이가 우두머리답게 제꺽 분위기를 파악했다. 가까운 곳에서 누가 초대형 폭죽에 불을 달아 던졌던것이다. 허길이가 돼지멱따는 소리로 고아댔다. 《야잇! 어느 개자식이냐? 죽고싶어 환장한 놈이구나, 야, 썩어문드러질 새끼들아, 폭죽소리도 몰라서 쥐구멍을 찾냐? ×팔것들! 얼른 일어나 추격하지 못해? 빨랑 잡아오란말이야, 빨리!!!》    네댓명되는 졸개들이 저쪽으로 우루르 밀려갔다. 허길이도 공연히 간이 덜렁거렸지만 분노는 분노대로 숫구멍을 올리뚫고있었다. (개새끼, 잡기만 해봐라, 껍질을 벗겨버릴테다.) 별장지기가 허겁지겁 달려나와 굽신거렸다. 《얼른 집안에 들어가십시다. 이게 무슨 숭숭한 개판인지…똥개도 무서워서 얼씬거리지 못하였는데 웬 잡놈이 장난질이야? 어험,제길헐눔의쌔끼…》     허길이는 졸개들이 침입자를 잡아오겠지 하고 서둘러 별장층계를 올랐다. 어데서 누군가 지켜보고있는듯 해서 등곬이 써늘했지만 극력 태연한체 마른 염소기침을 해댔다. 별장지기가 앞장서 올라가서 출입문을 열어젖히고 기다리는 순간, 다시 난데없이 “땅!”하는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폭죽소리같지 않았다. 겁이 많은 별장지기 로철령감이 움찔 놀라 주저앉을번하는 순간“아악!”하고 허길이의 비명소리가 어둠을 찢었다. 사람은 이미 거꾸러져 버둥거리고있었다.     폭죽을 터뜨린자를 잡으러갔던 졸개들이 헛탕을 치며 돌아오다가 다시 들리는 총소리에 허망 놀라서 천방지축 별장을 향해 달려왔다. 하늘같이 떠받들던 큰형님이 층계아래에 굴러떨어져 딩굴고 있었다. “총에 맞았다, 병, 병원으로…”그리고는 뒷 말도 잊지 못하고 꿈틀댔다.     현병원급진실에 실려간 허길이는 죽지 않았다. 누군가 렵총에 산탄을 넣어서 한방 먹인것이다. 콩알같은 무철알 몇개가 등허리와 엉덩이 깊숙히 박혀있을뿐이였다. 진짜 총을 구할수도 없었겠지만 산탄을 넣고 쏜것을 보아서는 인명사고까지는 내지 않으려고 한것같았다. 허길에 렵총에 얻어맞고 입원했다는 소식에 현성이 또 한번 들썽했다. (아무래도 총을 쏠바엔 새알같은 무철알이 가슴에 박히게 할것이지 개목숨을 살려줄게 뭐람?)하고 애석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열흘 지나서 허길이가 출원했지만 이번에는 단단히 기가 꺾여서 매일 네거리에서 주민들의 알현을 받던 행사도 집어치웠다. 흉수를 잡으려고 혈안이 된 졸개들만 죽어났다. 그러나 작정하고 한 일인지라 파출소에서도 선색을 잡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있었다. 한달넘게 두문불출하던 허길이는 그냥 굴쥐가 되여서는 체통이 서지 않는다고 다시 시내행차를 시작했다.      그동안 녀자도 가까이 하지 않던 그였던지라 속에서 무엇이 꿈틀댔다. 그동안 묵였던 정욕을 어데다 풀어야 속이 개운할것 같았다. 그날, 저녁무렵 집으로 돌아오던 허길이는 차창밖으로 보지 못했던 녀자애가 눈에 쑥 들어왔다. 이 바닥에는 있음직하 지 않은 미인이였다. 비록 학생모양이였지만 대단한 미색이였다. 허길이는 땅바닥에 떨어져버린 위세를 춰세우려고 졸개들을 시켜 녀자애를 병아리채듯해서 차에 구겨박았다. 녀자애가 발악하며 소리치는 바람에 길가던 사람들이 욱 모여들어 차앞을 가로 막고 웅성거렸다. 아무리 찰도깨비가 판을 치는때라 해도 이건 너무 한일이였다.     사람들이 더 모여들기전에 차를 빼야 했다. 허길이는 무작정 차를 내몰라고 욱다짐했다. “부르릉!”발동을 건 자동차가 무작정 굴러가는데야 비키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시내를 벗어나 별장으로 내뺀 허길이가 녀자애를 침실에 가둬놓고 졸개들더러 경계를 잘 서라고 일렀다. 성난김에 보리방아를 더 잘 찧는다고 이래저래 밸이 꼬인 판에 생생한 풋살구를 한바탕 윽개놓을 작정이였다. 침실에 들어서니 계집애가 바들바들 떨면서도 악을 쓰고있었다. 나이는 열일 곱살밖에 안되련만 악지세였다. 《왜 이래요? 이러면 안돼요? 아저씨, 절 놓아주세요? 네》 《야, 이년아, 오늘 이 허나으리의 세례를 받고나면 더 이뻐질건데 징징거리긴는? 얼른 곱도록 옷이랑 벗고 접대하기나 해》 《아저씨, 저 아직 학생이에요. 저 이제 고중가고 대학공부까지 해야 할 녀자애 예요. 아저씨네 집에도 나만한 딸이 있잖아요? 그런데 어찌…나 아저씨가 누군지 알아요. 이 현성에서 이름이 있는 분이지요? 작년에 우리 학교에 의연금도 보내시고 연설도 하셨지요? 그날 저는 제일 앞에 앉아서 감동받으며 아저씨의 연설을 들었어요. 아저씨는 돈을 많이 버는 목적은 어릴때 자기처럼 돈이없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말씀했지요? 저도 아저씨의 돈으로 지금 장학금이랑 타면서 공부해요. 그리고 늘 고맙게 생각하는데…》 《그래? 거 잘됐구나, 신세는 신세로 갚아야지? 안그래? 오늘 너 운이 좋구나. 이 아저씰 기쁘게 해주면 고중갈 돈 한꺼번에 다 줄게, 이런 호판이 어디있니?네가 하두 곱게 생겨서…우리 멋있게 놀아보자 응?》     허길이는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녀자를 침대에 메꽂았다. 녀자애가 죽기내기로 발버둥치는 바람에 하마트면 사타구니에 일격을 당할번 했다. 성이 독같이 난 허길이는 과일칼을 가지고 녀자애의 옷을 갈갈이 찢어버렸다.  그런데도 계집애가 어찌나 지독스레 발악하는지 주먹으로 관자노리를 답새겨 기절한것을 두어번 짓뭉개고 일어나느라니 녀자애가 이미 숨이 간들거리는것같았다. 속이 철렁했다. 그러나 그는 졸개들을 시켜 녀자 애를 시내병원문앞에 가져다 던지라고 했다. 의사들이 발견하고 구급하느라 했지만 이튿날 아침 녀자애가 그만 죽고말았다.     온시내가 발칵 뒤집혔다. 모두 의분에 치떨며 자원적으로 몇백명이 뭉치여 현정부마당에서 흉수를 잡아내라고 함성을 질렀다. 약한 정어리들은 스스로 떼를지어 큰 물고기처럼 보이게 하는 단결의 본능적인 지혜를 가지고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약세 군체는 단결하여야만 지배자의 큰힘과 맞서서 자신의 권리를 지킬수 있다는 도리를 읽어낼수 있다. 자고로 단결만이 민중의 유일한 무기라는것은 절대진리이다.     녀자애부모들이 성으로 고소하러갔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허길은 속이 얼어들었다. 범이 없는 골안에서 슬기가 왕질한다고 자그마한 산골현성에서 횡포를 부렸지만 아직 성까지는 연줄을 달지 못했는지라 불방석에 앉은듯 안절부절했다. 자신이 너무 기광을 부려서 죽을날도 앞당긴다는 후회감도 없지 않았다.     그즈음 또 골치거리가 하나 풀리지 않고있었다. 다른 사람이 임대하기로 한 현의 알짜 공장을 강다짐으로 가로채기는 하였지만 허길의 심보를 아는 로동자들이나 기술자들이나 몽땅 파업하고 일하지 않는 바람에 한창 잘나가던 공장에 기계가 돌아가지 않았다. 하루 손해보는 돈이 얼마인지 모른다. 속이 바질바질 탔다.     그렇다고 그많은 사람들을 다 때려죽일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로동자들이 먹을걸 달라고 정부에 항의를 제기하고 있어서 우에 어른들도 난처해하고있었다. 이래저래 밸이 날 일밖에 없는데 하루는 졸개들이 어떤 50대 사내를 잡아다 대령시켰다. 심문 해보니 쌀을 살돈이 없을정도로 쪼들리다가 공장에 가만히 기여들어가 구리덩이를 훔치는것을 잡았다는것이였다.      악이 바친 허길이가 사내를 이리 밟고 저리 차고 하다가 졸개들더러 버릇을 고쳐놓으라고 명령해놓고 자기는 담배를 피우며 인간박해의 짜릿한 쾌감을 맛보았다. 사람이 거의 숨이 넘어가게 되자 거리에 내다버리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일이 크게 벌어지고말았다. 사람을 때려 거의 죽게 만든 졸개들이 혹시 살인송사에나 걸릴것 같아서 채죽지 않은 그를 자동차로 깔아죽이고야 만것이다. 제딴엔 아예 교통사고로 위장한다고 한노릇이 고의치사죄로 백일하에 드러난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 히는 법이고 대명천지에 무법일수 없었다. 졸개들이 하나둘 수갑을 차게 되였다.     이젠 자기의 부귀영화도 끝장이 난것을 예감한 허길이는 늘 찰거마리처럼 들어붙는 애화를 불러냈다. 속이 탄데 풍만한 계집의 몸이나 지근지근 짓밟으서 답답한 속을 풀려고 작심한것이다.홍도술집의 으슥한 단간방, 허길이는 애화가 들어서자마자 껴안고 손짓발짓을 해대기 시작했다. 갓서른, 한껏 무르익고 있는 애화는 체대가 덩실했고 살도 알맞춤 올라서 몽글거리는데 한껏 부푼 젖무덤이 탱탱했다. 우유빛 살갗에 어글어글한 눈은 늘 정염으로 불타는듯해서 마주하기만 해도 마음에 불을 싸지르군 했다. 《아이 참, 왜 이리 덤벼쳐? 남자들이란 다 미친수캐인가봐.》 《야, 너 몇놈이나 접했게? 죽인다? 아침에 술이 있으면 취하는게 장땅이지, 허, 내가 죽게 되면 너도 볼장을 다볼텐데, 미꾸라지는 시궁창에서 살찌는 법이야,》     녀자와 밤은 예나제나 붙은 말이다. 그러나 현대의 밤이 태양광선 이상의 현혹과 광채를 가지고 녀자의 라체를 샅샅이 비춰내는데 반해, 옛날에 밤은 어둠의 장막으로 발을 치고있는 녀자의 모습은 그 이상으로 감싼것이다. 허일이야 알리없겠지만 옛날의 남자는 어떤 특정한 녀자의 얼굴을 아름다움, 육체의 아름다움에 홀렸던것도 아니다. 그들에게 달은 항상 달인것처럼 녀자도 단 하나의 녀자였을것이다.     그들은 어둠속에서 희미한 소리를 듣고 옷냄새를 맡고 머리카락을 대고 요염한 촉감을 손으로 더듬어 느끼고 그래도 밤이 밝으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바의 그런것들을 녀자라고 생각하였으리라. 그렇다면 과연 색기란 무엇일까? 그늘에서 남편에 안겨 애무를 바라는 그 모습에 많은 남자는 말하기 어려운 매혹을 느낀다. 방종하여 노골적인것보다도 억제된 애정을 숨기려해도 숨겨지지 않아서 때로 무의식적으로 말씨나 몸짓끝에 드러나는것이 한층 남자의 마음을 이끈다. 색기라는것은 대게 그런 애정의 뉴앙스이리라. 그러나 허길이에게는 이런 고상한 성애가 인연이 없다. 허길이는  다시 슬슬 손을 넣어 녀자의 몸에서 제일 여리고 깊은 곳을 더듬으며 짜릿한 감각을 맛보느라 암내맡은 둥글이처럼 잔뜩 벌름코를 치켜든다. 《야, 이년아, 자꾸 비틀지 말구 얌전히 있어봐, 그까짓 대학생 남편이면 뭘해! 월급쟁이 오줌 ×끝에 떨어지지, 헤헤, 나 싹 정리하고 애화랑 살가부다!》 《어이구,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해, 조선족남자들은 무슨 기업을 벌려놓고 먼저 개혁하는게 녀편네더군요. 한달전에 세번째 녀자를 낚았다는걸 누가 몰라서 흥! 이렇게 놀면 되잖아? 갈보들에게 흘리고 다니는 정이 진정이면 얼마나 진정인데? 》 《감정이란 한두번이면 때가 끼는법이긴 하지만 애화는 아니야, 정말이란데, 》 《걷어치워요. 더 젊고 고운년 꼬리치면 또 그말이겠지? 아까 전화하던 계집애 누구야? 또 돈보구 꼬리치는 암여우가 맞지? 》 《풋살구가 입맛은 바꾸지만 새콤거려, 이렇게 들척지근한 애화가 제일이거던 허허허…이민족끼리 만나면 어떻게 좋다던가…히히》     허길은 뒤말은 삼켜버렸다. 대학생남편을 얻어간다고 자기를 배반한 순녀를 생각할때마다 이가 갈리고 그래서 모든 녀자들에게 검은 보복의 심리가 꿈틀거려 돈이라면 감겨드는 쓸개빠진 년들을 무자비하게 죽탕치던 그였으나 이 애화만은 그냥 좋았다. 이 현성에서 가수로도 명성이 뜨르르한 녀자였다. 《결혼이요? 꿀떡을 삼키고있네. 흥, 그래 돈 얼마나 있게?》 《나도 잘 몰라, 아무튼 난 부자가 되였거든, 아따 달걀을 먹어 감각이 좋으면 되지 꼭 어느 암탉이 낳았는가를 알아야겠어? 하긴 이 허길씨가 명성이 와자자하고 우에 어른들도 잘 봐주는 사람이니까 전도가 양양할수밖에 없는거야 》     사람들은 흔히 령험하다고 떠받들면 젠체하면서 자기 주제를 전혀 의심하지 않는게 관습이다. 애화는 사내손을 와락 뽑아버리고 저만치 물러앉아 제자랑에 침이 튕기는줄도 모르는 파렴치한을 다시 건너다 보았다. 지금은 무엇을 좀 하는 사람이 아니래도 배자랑을 하는게 류행인데 저 천만부자는 그냥 마른 미꾸라지다. 낯색은 천생 아프리카족속이고 턱은 족제비같은데 얼굴에서 희한한것은 칼로 대수 찢어놓은것같은 입술새로 보이는 하얀 쥐이발이다.그래서 얼굴전체에 녕악스러운 인상밖에 없다. 제말로는 시궁창에서 미꾸라지가 살이 찐다고 하지만 녀자에게 너무 빠져서 그런지도 그냥 마른 명태를 련상시킨다.     체구도 보잘것없이 왜소하지만 이 시내에서 토패왕인것은 사실이다. 애화는 오래동안 저울질하다가 마음에 감탄표를 찍는척했다. 례의 능갈친 웃음이 입가에 살며시 물리였다. 이 멍청한 남자의 어벌을 다 빼먹을때까지 놓고싶지 않았다. 《좋아요, 그러나 정부노릇은 신물나니까.우리 결…》 《좋았어, 그까짓것, 니 그 비루먹은 당나귀는 돈뭉치나 주어 내쫓으면 그만이지, 아니면 매타작을 해서 승인받으면 다니까, 자 이리와!》     허길이는 족제비가 물동이같은 씨암탉을 물고 늘어지듯이 애화를 안고 늘어졌다. 갑싹한 몸둥이가 들까불때마다 녀자는 웃었다. 도무지 어린애 말타기같았다. 그러나 곧 사준다는 고급승용차를 슬슬 몰고다는 감각에 취했고 어느 골안에 지었다는 별장을 자기 이름으로 해주겠다는데 취해서 웃었다. 그런것을 남자는 제가 잔뜩 만족시켜주어서 킬킬거리는거라고 생각하며 열이 머리끝까지 오른듯 꽥꽥 소리까지 지른다. 《아이, 어서요. 한번 붙으면 찰거마리라니까, 먼저 요기를 좀 하고…나를 준다는 별장을 내눈으로 보고 흐드러지게 만들어줄게요? 어때요?  》     고양이는 때리면 털을 곤두세우고 사람은 칭찬해주면 웃는다. 륙로가 통하지 않으면 수로로 가지. 배가 번져지더라도 구명대가 있기마련, 그런 자식을 찾아봐야지. 이럴땐 그도 쪽나무 널판장역할이야 하겠지. 애화는 이 판에서 악명이 자자한 놈팽 이라는데 치를 떪고있지만 세상의 어떠한 일에도 지망자는 있는법, 돈많은 사람에게 사람들이 잘 모여드는 세상이다. 어떠한 권위도 군자도 그것에 혹하지 않을수 없다. 그것에서 행운아들이 드문히 나오기도 하나 현재의 희극속에 비극이 잉태되여있지 않다고 누가 장담 할수 있는가?    허길이는 장소가 마뜩치 않아서 애화가 여느때같지 않게 달아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별장에 가서 밤새도록 죽탕쳐보리라 작심하고 애화를 싣고 소골령너머 별장으로 차를 몰게 했다. 산속의 밤은 정욕의 피리를 불기에 너무 안성맞춤이였다. 애화도 공연스레 열정을 내고있었다. 허길은 거마리같이 파고들기는 해도 줄기차게 들뛰는 준마의 체질은  아니였다. 이미 맥은 다빠지고 욕망만 꿈틀대며 애화를 뭉개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불길한 징조이니 급히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비서의 전갈이였다. 한창 몸이 달아 오를가 하는판에 호사다마라 아쉬웠지만 부랴부랴 별장을 나왔다.  운전수를 찾기도 성가시여 직접 핸들을 잡았다. 기분이 말이 아니였다, 그런데도 년은 또 돈을 내라고 쫑알거리며 귀찮게 굴었다. 《야, ×팔년아, 돈을 그만 가졌으면 되였지, 할때다 돈타령이야, 요즘 이 어른이 컨디션이 안좋으니까 그만 까불어, 알았지?》 이렇게 으름장을 놓았지만 잔뜩 버릇을 잘못 굳혀놓은지라 애화는 그런 으름장쯤은 개방귀만치 여기고있었다. 그래서 자꾸 쫑알거렸다. 듣다못해 오른손으로 탁 쥐여 박으려는 순간에 그만 관능적으로 핸들을 홱 돌리고말았다.《아차!》하는 찰나에 차는 이미 벼랑쪽으로 기울어졌다. 차는 보기좋게 곤두박질쳤다. 원래 명이 박복한 놈이 분에 넘치는 복을 누린다고 설쳐대더니 하늘이 굽어본것인지도 모른다. 하기사 좋은 때 그만두고 그만두는 때가 좋은 때이고 말지 않으면 좋지 않은 때가 아닌가.     이튿날 교통찰들이 달려왔을 때는 이미 황천객이 되여진 허길이였다. 죽으면서 혼자가기는 싫었던지 녀자를 어찌나 꽉 껴안았던지 원래는 살수도 있었을 애화도 질식해 죽고말았다. 허길이가 죄값을 치르러 지옥에 간지 며칠안되여 두세급 높은 데서 특별정찰조가 내려 왔다. 범죄자는 제갈길을 스스로 찾어갔지만 오랜 세월을 안하무인으로 한개 현성을 쥐락펴락하도록 내버려둔 유관부문의 인사들의 잔치상도 뒤엎어질수밖에 없었다.    해가 비치면 먼지도 번쩍거린다. 그러나 먼지는 어디까지나 먼지일뿐 금싸락은 아닌것이다. 먼지가 한때 번쩍거리게 한것이 누구들이였던가? 허도깨비는 저승사작에게 덜미를 잡혀갔지만 그 후유증은 누가 책임져야 할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게 마음가짐을 하는것을 반성이라할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것은 변화이지만 잘못된 환경에 적응하는것은 흐린물에서 미꾸라지가 룡트림하는격이다. 외곡된 사고와 행동과 인식이 바른 방향으로 전환되면 개과천선이다. 해당된 자들이 반성하는지 어쩌는지 알배없이 주민들은 거리에서 꽹과리를 울리며《해방》의 날을 경축하였다.     허길은 병든시대가 낳은 괴태이다. 인생의 갈림길어구에,이라고 쓴 두개의 패말을 박아놓고 길손들에게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것으로는 생활의 정도를 가리게 할수 없다. 생활을 흔히 교과서라고 하지만 교과서처럼 그렇게 명랑한 참고답안이 미리 짜여져있는것이 아니기때문이다.     사람은 욕망의 유혹으로 령혼에 상처를 입고나서 참회한다. 그러나 그 상처를 낫게 할 약초는 인생마당에서 자라지 않는다. 그리하여《너는 욕망의 골짜기에 굴러떨어진 인간이거늘 지옥으로 가거라.》하고 말한다면 억울하다고 하리라. 생활이 엄혹함을 어쩌리오. 오만가지 변괴가 마음에서 나오거늘 저승에만 귀신이 많은줄 알고 인간세상에 요괴가 많은줄은 모르더라. 기실 허길이의 인생궤적은 새옹지마도 아니고 사필귀정으로서 스스로 “도깨비의 향연”, 아니 악마의 최후의 만찬을 앞당겼을뿐 언녕 가야 할데로 간것이다. 그러한 악인들은 얼마나 될가? 아마도 해바라기 밭에  귀찮은 딱정벌레처럼 자꾸자꾸 까나고있을것이다.                                                  2008 년 6월 20일                                                                                                                        
191    (소설)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거라 댓글:  조회:9852  추천:1  2012-11-13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거라 !                                                   최 균 선   《엄마, 내 눈, 내 눈, 보이지 않아요》    그때까지 실실상태에 있던 리미가 정신을 차리고 하는 첫마디는 그처럼 공포에 절어있었고 처절했다. 이제 겨우 열여섯살, 아직 활짝 피려면 몇년이 지나야 한다. 그는 병상에서 몸부림치고있었다. 마치 인간의 냄새가 없는 어디에 숨어버리고 싶어 하는 모습이였다.     그러나 그의 동작이래야 손가락이나 움직일 정도였다. 겨우 뜨고있는 오른쪽 눈에서《공포》두글자만 흘러넘쳤다. 한쪽눈은 며칠전에 안구축출수술을 하여 붕대가 감겨있었다.     《얘야, 무서워 말아, 그놈은 다시 네앞에 나나타날수 없게 되였다. 경찰이 잡아갔어. 좀 진정해다오, 이것아, 응》     리미는 방대춘이라는 악마의 이름도 떠올리기를 꺼려했다.     궂은비가 내리리는 그날 밤은 리미의 인생에 악몽같은 불행을 덮씌운 날이였다. 중학교 3학년생인 리미가 자습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데 한마을에 사는 안면있는 방대춘이란 사나이가 마주쳐왔다.   《리미야, 너 아버지 부탁을 받고 널 데리러 왔다.》   《우리 아버지는요?》   《얘, 긴말할 시간이 없다. 늬들 아버지랑 엄마랑은 지금 마을뒤산에 숨어있단다. 집에가면 변을 당한다. 너 외삼촌이 일을 저질러서 지금 사람들이 너희들 식구들을 도륙낸다고 벼르고있다. 그래서 늬들…》     나이보다 숙성하고 령리한 리미는 반신반의하다가 아버지의 장기친구이기도 한 이웃아저씨인지라 방대춘의 모터찌클뒤좌석에 고분고분 올라탔다. 시내를 벗어난 모터찌클은 리미네 마을을 에돌아 곧추 뒤산으로 치달았다. 방태춘이는 수림이 우거진 숲속에서 모터찌클을 세우고 리미를 안아내렸다.     산속은 쥐죽은듯이 적막했다. 멀지 않은 곳에 파먹고 내버린 석탄굴이 악마의 아구리처럼 공포를 자아낼뿐이다.   《리미야, 얼른 들어가자, 저 굴안에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주밋주밋하며 굴어귀에 다가서는데 방태춘이가 갑자기 리미의 길다란 머리채를 휘여잡고 씨벌거렸다.《들어갓, 여기서 오늘 밤 나와 함께 노는거다.》    방금전까지 그렇게 온화하던 방태춘의 목소리는 몸서리치게 랭랭했다. 그제야 리미는 펄쩍 놀랐다. 이 무인산중에서 반항해봤대야 힘이 약한 그로서는 소용없음을 직감한 리미는 빌고들기로 작정했다.   《아저씨, 그게 무슨 말인가요, 울아버지, 엄마랑은요??》   《흐흐흐, 너 그렇게 손쉽게 얼리워 올줄은 몰랐는걸, 맹랑한 계집애라구야. 잔말 말고 시키는대로 하는거다. 알았지?》    리미는 그제야 사태의 엄중성을 깨달았다. 반항했대야 이 산중에서 구원을 받을수 없고 야수의 성깔만 건드릴것이니 책략을 바꾸기로 작심했다.   《방아저씨, 아저씨는 울아버지의 좋은 친구잖아요, 난 이제까지 아저씨로 대접했지요? 난 아저씨를 존경해요, 아저씨도 알다시피 난 이제 열여섯살밖에 안되고 아직 학생이예요, 이웃집 아저씨로서 어쩜 딸같은 저의 일생을 망칠수 있나요? 아저씨에게 이렇게 무릅꿇고 빌게요 네?》     그러나 진심으로 비는 그의 가련한 목소리가 야수의 심통을 찔렀는지 대답이 세괃은 주먹세례였다.  《아저씨, 성나면 마음대로 때리세요, 그러나…이제 이틀후이면 고중입학시험을 쳐요. 놓아줄거죠, 네? 아저씨,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절대 말하지 않을게요》   《다잡아 놓은 고기를 강물에 다시 넣는 바보인줄 아니? 헝, 그리고 날 속여넘기려구?》    방대춘은 징그럽게 웃으며 리미의 머리채를 홱 잡아채여 뒤로 번져놓았다. 리미는 이것이 근근히 악몽의 시작이라는것을 미처 몰랐다. 그는 이 악마가 자기를 살려두지 않을것이라고 직감했다. 더는 빌고싶지 않았지만 어머니만은 해치지 말아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역시 한바탕 두들겨맞고 말았다.     방대춘은 전지불로 리미의 얼굴을 찬찬히 비추어보았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놓고 양공질하다가 천천히 만찬을 시작하듯이 비둘기같은 소녀애를 오래 애먹이다고 윽개여놓을 심산이였다,   《오늘은 네가 내손에 죽고 래일은 이 자리에서 네에미를 죽일거다. 그리고 네애비도 역시 내손에 튀를 해치울거다. 무섭지? 히히히》     리미로서는 방대춘이가 왜 이렇게 악독한 마귀로 변했는지 알수 없었다.   《어쨌든 당신이 나를 죽일것은 알고있어요. 그러나 죽기전에 다시 한번 빌어요. 나를 마음대로 하고 죽이겠으면 죽여요. 그러나 우리 어머니만은 살려둬요. 네?!》    속담에 죽어가는 새의 울음소리 애처롭고 죽어가는 사람의 유언은 선량하다는데 이미 인성을 잃은 이 인간은 그런 속담의 의미도 모르고 있는것인가, 아니면 최저의 인간성마저 상실하고 광란하는것일가?  《이 계집애야, 죽는 목숨에 무슨 비는게 그리 많니? 손이 발이 되게 빌어봐라. 내가 이미 인육만찬을 계획한지 오래고 오래거든. 하하하…그러나 한가지만은 인도주의적으로 답복하지. 내가 너를 가지고 논다음 여러가지 방법으로 죽일수 있다. 돌로 짓찧어 죽일수도 있고 칼로 얼겅채를 만들수도 있지. 에ㅡ또 목을 졸라죽일수도 있고 목을 달아맬수도 있는데 어느 방법으로 죽고싶으냐? 네가 해달라는대로 하자꾸나, 응? 히히히》    한참 히히덕거리고난 방대춘은 허리춤에서 비닐바오래기를 꺼내더니 리미를 친친 동여매여놓고는 굴밖으로 나가버렸다. 온밤을 대성통곡하며《사람 살려요》를 수백번이나 부르는 사이에 날이 밝았고 어머니가 자기처럼 랍치되여 올가봐 근심하며 긴 하루해를 보냈다. 눈물도 이미 다 말라버렸고 소리칠맥도 없었다. 그는 땅바닥에 옆 구리가 터진 보리자루마냥 쓰러지고말았다.    인기척에 깨고보니 사위가 캄캄했다. 다시 무서움에 발발 떨고있는데 전지불빛이 번쩍이더니 방대춘이가 킬킬거리며 다시 나타났다.  《얘, 나 온 하루 너의 어머니랑, 아버지랑 함께 너를 찾아다녔다. 애두, 참 어째 도망가지 못하고 아직까지 여기있니? 그래 어떻게 죽을것인가 결정했니?》     리미는 그만 두눈을 꽉 감아버렸다. 숨도 쉴수 없었다. 그 흔한 소녀의 울음도 터지지 않았다. 방대춘이 라이타를 켜더니 얼구을 한번 비춰보고 머리칼에 갖다대였 다. 그리고 다시 킬킬거렸다.  《죽기전에 머리를 지져주는거다. 하, 나 기실 마음이 착한 사람이야, 일이 이 지경이 되였으니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감옥밥을 먹게 되지, 그러니 네 나이가 아깝지만 늬 그 잘난 에미대신 먼저 죽어야 하는거다.날 원망하지도 말고 원혼이 되여서 날 찾지도 말아라, 알았니? 그리고 내가 선택해 주지, 돌로 쳐죽여야 하겠다. 아프긴 하겠지만 억세게 참으면 될거다. 너 혁명가들의 견강한 의지를 좋아하지? 안그래? 응, 자꾸 몸을 떠는걸 보니 추운 모양이구나, 좀 있다가 널 잘 덥혀줄게 기다려라.》    리미는 죽음보다 더 몸서리치게 하는 방대춘의 악마상을 보며 가녀린 몸을 잔뜩 옹소그리며 사시나무 떨듯 부르르 떨었다. 방대춘은 얼마나 큰지 모를 땅땅한 물건으로 리미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리고 온 몸 아래위를 미친듯이 짓찧기시작했다. 리미는 빌엄두도 못내고 고스란히 돌다듬이질 당하며 매한번 내리칠때마다 이를 악물고 하나, 둘, 셋…하고 세기 시작했다.      다섯개를 넘으면 그만두고 딴짓을 하려니 하고 속으로 빌면서 비명을 지르는데 악마는 히덕거리며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열개를 넘으면 그만 두려니하고 요행을 바랐는데 스믈세번이나 내리치고서야 손을 멈추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내리친 돌은 이리저리 뒹구는 리미의 오른 눈을 사정없이 짓쫗아놓았다. 리미는 까무라치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먼 꿈속에서처럼 징그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해놓고 하니 정말 딴멋인데. 히히히, 먼저 산매장을 해주지. 래일까지 죽지 않으면 다시 놀아줄게,》    뒤이어 크고 리미는 작은 돌들이 몸우에 하나둘 놓이는 감을 느꼈다. 그러나 죽은체 하기로 작심하고 입을 악물었다. 정신이 점점 가물가물해졌다. (엄마는 왜 아직도 날 깨우지 않을가? 오늘 고중시험을 치는 날인데…아니야, 내가 어제밤에 산 매장을 당하였지 않았나…)    이윽고 리미가 정신을 차리고보니 꿈인지 생시인지 알수 없었다. 한눈은 죽어라 고 아파나는데 한눈에 희미한 광선이 비쳐들었던것이다. 그러나 한눈이 어찌나 아파나나는지 돌에 머리를 쳐박고 죽고싶었다. (엄마, 왜 날 부르지 않나요? 오늘 입학시 험을 치는줄 번연히 알면서두요, 엄마, 흑흑흑)…    참을수 없는 동통이 리미의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그는 집이 아니라 어둠컴컴한 굴안의 축축한 바닥에 누워있었고 아래도리가 허전해진 감이 들었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았다. 낮인가? 밤인가? 모진 아픔속에도 사유는 그냥 멋대로 달렸는지 생각이 났다. 자기가 크고 작은 돌무지속에 매장당하여있다는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방대춘 이라는 악마의 징그러운 웃음소리가 귀전을 때리는듯 하였다.     아무도 들어올리 없는 후미진 산속의 페갱된 탄굴에 묻혀버린것이다. 그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수 없었다. 갑자기 엄마가 악을 쓰며 끌려들어오는 환각에 다시 온몸을 떨며 《아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입속에 가득찼던 흙모래 확 뿜겨나 가는것 같았다. (그래, 그놈이 오기전에 어떻게든 살아서 도망치자. 엄마가 나처럼 되여서는 절대  안된다. 그 악마를 나 죽어도 용서하지 않을거다. 지옥에 가서라도 복수하고야 말테다.)    리미는 한동안 꼼짝않고 누워서 힘을 기르고나서 어떻게 움직여보려고 마음먹고 아픔을 씹어삼키며 마음을 걷잡았다. 한참후 리미는 두발을 움직여 보았다. 발목이 꽁꽁 묶여있는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그는 두다리를 있는 힘껏 버둥거려보았다. 맥이 진하면 좀 쉬고 쉬고나서 다시 용을 썼다. 그저 악마가 갑자기 들이닥치지 말기를 빌면서 젖먹던 힘까지 다 내여 몸을 비틀며 두다리를 버둑거렸다.    몸우에 돌들이 더러 굴러떨어지는것 같았으나 무거운 돌덩이들이 그냥 가슴과 배를 지지눌러서 숨이 가빴다. 당장 심장이 튀여나오고 곧 죽어버릴것같기도 하였다. 리미는 귀동냥으로 들은 말들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방대춘이란 놈은 무슨 죄를 범해서인지 감옥에 오래동안 있었고 자식도 없었다. 그러나 리미네는 그를 업신여기지 않았고 잘 대해주었다.     그자는 리미의 엄마가 꾸리는 상점에서 맥주도 마셨고 아버지와 함께 늘 장기도 두곤 하였다. 그가 세맡은 집은 3층이여서 아버지는 그의 모터찌클을 리미네 집앞에 세워두게 하였다. 잡혀온 그날 밤에도 이런 사연들을 그자에게 말한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한 리미는 절대 죽어서는 안된다고 이를 갈았다. 리미는 그자가 가느란 비닐오래기로 두팔을 묶었다는 기억이 났다. 그는 앞으로 묶인 두 손목을 놀려보았다. 두팔목은 이미 마비되여서 아무런 감각도 없는듯 싶었다. (이 악마같 은 놈아, 제발 다시 나타나지만 말아다오. 난 어떻게 하나 살아서 나가고 나가서 널 복수할테다.)     그는 갑자기 배가 몹시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맥을 버릴수는 없었다. 죽어도 엄마앞에서 죽으면서 그자의 악심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가 곰곰히 생각하며 살펴보니 돌들로 매장하다보니 숨쉴틈이 있었고 공간도 조금 있었다. 리미는 안 깐힘을 써서 두팔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한참 쉬고 나서 이발로 묶은 신끈의 매 듭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맥이 진했다. 다시 졸음이 오기시작했다.    얼마후 다시 깨여났다. 그는 자기가 자서는 안된다는것을 알았다. 두발을 다시 버둥거렸다. 그러나 몸우에 쌓인 돌들은 찰떡덩이기나 한것처럼 끄떡도 없었다. 그렇 게 자꾸 버둥거리다가 아픔과 기아와 기진맥진이 한꺼번에 몰려와 기혼하고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것은 몸우에서 무엇인지 작은 생명이 기어다니며 찍직거리는것 같았다. 그러다가 아래배 살가죽이 찢기는듯 하였다. 쥐다. 쥐가 그를 물어뜯고 있는것이다. 리미는 정신이 펄쩍 들었다. 리미가 평소에 제일 무서워하는것이 쥐였다. (아이, 엄마는 어디에 있을가? 내가 이렇게 죽게 된거도 모르고 있을거야, 아니 엄마 아버지는 지금 사처로 나를 찾아다닐거다.)    엄마생각이 나자 엄마까지 여기에 잡아다가 죽이겠다던 방대춘의 살기뜬 목소리가 방불히 귀전을 때리는것 같았다. (엄마야, 제발 그놈에게 얼리우지마. 나 죽는것 괜찮아. 엄마가 죽으면 아버지도 잇따라 죽을수도 있어, 제발 여기 오지마, 엄마야,) 리미는 목이터져라 단말마적으로 소리를 쳤다.  《엄마, 엄마, 어엄마아 ㅡ》    리미가 무시무시한 소리를 치자 배우에서 꾸물대던 쥐가 어데론가 내빼는것 같았다. 그러자 가버린 쥐가 아쉬웠다. 그래도 이 지옥같은 굴속에서 동무해주는것은 이 쥐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쥐야, 쥐야, 가지마, 어서 오렴, 나 물어뜯겨도 괜찮아 쥐야. 다시 올라와!》   리미는 마치 정다운 친구와 속삭이듯 몇번이고 쥐와 속삭였다. 그는 다시 생각을 달렸다. (며칠이나 지났을가? 고중시험은 언녕 끝났을거야,) 이렇게 생각이 엉뚱한데로 굴러가자 머리를 흔들었다. (시험은 명년에 다시 치면 되는거다, 어떻게든 살 아남으면 모든것이 잘 될거다. 엄마, 그 놈은 우리와 무슨 원쑤를 졌기에 나를 이렇게 못살게 구나요? 난 그놈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았고 머리도 숙이지도 않았어요.)     …그가 다시 깨여났을 때 진정 빛을 보았다. 리미는 환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빛은 하늘에서 해가 선물하는 그런 밝디 밝은 양광임에 틀림없었다. 그가 눈을 거의 뜨지 않고있었지만 광명은 그의 눈속으로, 마음속으로 비쳐들어왔던것이다. 리미는 두발을 움직여 보았다. 너무너무 가벼웠다.    눈을 떠보았다. 그러나 모든것이 희미할뿐이였다. ( 이 악마야, 난 네놈을 다시 보고싶지 않다. 물러가, 물러가란말이야, 아악, 이 악마야) 리미는 방대춘이라놈이 말처럼 다시 찾아와서 다시 돌로 짓찧어놓고 마구 뭉개놓으려 전지불을 비추는것으로 알았다. 그는 울지 않았다. (한쪽눈은 그놈이 망가놓았지. 인제 아프지도 않구나. 나 이번엔 어떻게든 그놈을 가만놔두지 않을거다. 그때 정신을 잃었으니 말이지 네놈을 마구 물어뜯어 죽이거다. 그래 덤벼봐라)    《리미야, 리미야, 무서워마, 여긴 병원이다. 나 엄마다, 엄마란 말이다.》     리미는 엄마의 따스한 손이 자기 두손을 꼭 쥐여잡아주며 자꾸 엄마라고 말하자 저으기 마음이 진정되였다.     《엄마야, 나 정말 살아난거야, 엄마, 이게 천당이여서 다시 엄말 보는거 아니야? 아버지는? 아버지는 왜 날 안아주지 않는거지,》    정말 아버지의 두툼한 손이 두볼을 쓰담는것을 느끼며 리미는 다시 생각은 더 듬어보았다.…며칠이나 흘렀는지 갑자기 웅성웅성하는 말소리가 들리고 한두개 아닌 전지불이 굴속을 환하게 비추면 돌틈사이에도 비쳐들었다. 엄마의 통곡소리가 터지고 여러 사람들이 몸우에 돌을 치우고있었다. 그리고 아버지 등같은데 업히워 오래오래 굴속을 나가고있었다. 그리고 자동차에 눕혀지고…그 다음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리미의 어머니는 이 작은 현성에서 이름짜한 미인이였다. 딸이 실종된후 친척친 우들을 다 동원하여 찾아다녔지만 며칠가도 찾지못하자 공안국에 제보하였다. 그동안 리미의 내외와 함께 안달이 난 모습으로 동분서주하던 방대춘이가 갑자기 들이 닥친 경찰들에게 덜미를 잡혀 끌려갔다.    방씨는 아닌보살하며 억울하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다가 이틀밤이나 잠을 자지 못해서 헛소리를 쳤는지 말문을 열기시작했다. 그리고 경찰에게 끌려서 자기가 리미를 생매장한 굴속을 가리키고는 땅에 풀썩 주저앉았다. 경찰이 아무리 목덜미를 잡아 추켜들었지만 소아마비환자처럼 다리를 펴지 못하였다. 그러나 얼마후 기적같이 살아있은 리미가 리청수의 등에 업혀나오자 벌떡 일어나서 달려나갈듯한 태세를 취하다가 경찰이 확 잡아채는 바람에 콩마대처럼 쿵하고 뒤로 자빠져버렸다.     그는 이런 인간망나니였다. 리미의 어머니는 딸이 실종되자 대뜸 방대춘이를 의심했다. 이웃집에 김연이가 그날 저녁 학교에서 같이 나오는데 방대춘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리미를 태우고 갔다고 말해주었던것이다. 리미어머니는 딸이 필경 인신 매매하는 놈팽이들에 잡혀 먼곳에 팔려갔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아하였다.    방대춘은 감옥에 갔다온 사람치고 무척 공순해 보였고 마음이 활달해 보였다. 다만 게으르고 거짓말을 곧잘하는 결점이 있다고만 생각하고 있던터였다. 더구나 리미가 없어졌다고 리미어머니가 울며불며 달아다니자 누구보다 안타까워  하면서 여기저기 뛰여다닌 사람도 방대춘이였던것이다.     리미아버지를 따라 이웃도시에까지 찾아갔고 리미의 부모가 통곡하면 같이 가슴을 치며 방성대곡하며 이를 뿌득뿌득 갈기까지 한 사람이였다. 그래서 의심이 바람에 실려간 구름처럼 가시였다.     그렇게 사흘이나 지나갔다. 리미를 구해냈을 때는 왼쪽 안구가 외상성파렬로 영못쓰게 되였다. 얼굴은 돌에 짓찟겨 엉망이 된데다가 일부 피부가 죽어서 썩어들기 시작했다. 회음부도 썩어들기 시작했고 온몸이 딩딩 붓겨있었다. 그야말로 무슨 힘이 그를 살아남게 했는데 의사들도 도리머리를 저었다.     의사들은 눈물을 머금고 리미의 왼쪾눈알을 축출해냈다. 그대로 두다간 생명도 구할수 없다는 확진이 나왔던것이다. 《엄마, 아빠, 울지마요, 죽었다 살아났는데 난 현실을 접수할 마음준비가 되여 있었어요. 금후 어떻게든 살아갈수 있겠지요. 흐흑!나 그놈이 총살당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지옥에 가서라도 복수할거예요. 두고보세요. 내가 살아남은 리유가 바로 그 한가지예요.》그는 말을 채맺지도 못하고 홱 돌아누워 눈물을 줄줄 흘렸다.…  《오냐,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거라,》                                                                       2007년 8월 7일
190    (소설) 6호병실 진찰일지 댓글:  조회:10027  추천:1  2012-11-02
                                          6호병실 진찰일지                                                                                           최 균 선    H시 정신병원의 신경과 주치의사인 복경준씨는 원장의 지시대로 6호병실의 환자들이 출원할수 있는가를 확진하려고 준비했다. 여러가지로 진찰하려고 하다가 먼저 대화형식으로 정신상태를 알아본후 결정하기로 작심했다.     점심에 한잔 하자는 친구의 초청도 사절하고 마음을 다잡고 조수를 데리고 6호병실로 들어갔다. 환자들에게 무서운 의사로 소문난 복의사가 들어서자 모두 부들부들 떨었다. 복의사는 우거지상을 하고선 환자들이 가련했지만 례의 그 미묘한 미소를 지어내며 대화진찰을 시작했다.  ㅡ 1호 (미용사), 당신의 직업은 무엇이였던가요?  ㅡ 예, 제말인가요, 예예, 저는 자연산을 인조상품으로 개조하는 일을 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말하자면 녀자들을 성형수술을 해주는 사람입니다. 예,  ㅡ 그러니까 가짜미인들을 제조한단말인가?     ㅡ 예, 녀자들의 얼굴에 바람벽을 바르듯 온갖 조합료을 발라서 주름살을 없애는듯 하고  필요한 곳을 째거나 여기것을 저기에 옮기거나 작은것을 크게 하거나 큰것을 알맞춤하게 하거나 납작하고 꺼진것은 불룩하게 돋구거나 처진것을 춰올리거나 등등 수정을 하여 본인도 몰라볼만큼의 미인을 제조해냅니다. 히히히…   ㅡ 그래, 전국적으로 가짜를 타격하는 운동을 벌리고 있다는것을 알면서도 그런 얄팍한 짓거리를 했단말인가? 아무리 본인들이 원했다기로, ㅡ 알지요, 알구말구요, 하지만 저의 상품은《인권백피서》의 보호를 받고있기에 법에 걸릴 념려는 없구먼요. 예  그렇습니다용. 저는 전문 녀자들의 가슴을 미용하다가 더 큰 돈을 벌려고 얼굴성형수술을 하기시작했는데 재수없이 첫사람으로… ㅡ 그래서 가슴성형술의 방법을 아는가? ㅡ 알다뿐이요, 최근에 류행된 선진적인 방법으로는  다음같은… ㅡ 그럼 어디 옳게 말하는지 소개해보시오 ㅡ 자체지방으로 풍만하게 하는법인데 자신의 조직을 취하여 흉부자체의 지방조직과 자동적으로 융합되게 하여 하나의 통일체를 형성하게 합니다요. 이 방법은 간단하고 유효한 방법인데 절대적으로 안전합니다.예 맞구요. 예예, 맞습니다용. ㅡ 다음 방법이 있소? ㅡ있습니더, 있구말구요 주사를 놓아 불구기도 하고 보충해서 메우는 방법, 물리적으로 확대하는 방법 등 실용적인 방법이 많습니다예. 그리고 수술한후 아주 질감이 나고 관상용이나 애무용으로도 그저 그만인데요 ㅡ보기보다는 올똘한데 정신이상이 생기게 된 원인은 무엇이요? ㅡ 글쎄 모르겠습니다. 다만 할빈에서 이마가 좁고 얼굴이 넓은 한 녀자의 관자노리에 머리칼을 넣어 보기좋게 만들려고 했는데 그만 사달이 생겼습니다. 그 녀자가 망태기된 얼굴을 들고 책임지라고 달려들 때 너무 놀라서 그랬던지… 복의사는 병력서를 다시 훓어보았다. 원적이 할빈이 옳았다. 환자가 자기 잘못을 잘 기억하고있는것을 보아서 출원시켜도 될것같았다. ㅡ 당신은 량심이 검어서 그렇지 정신상태는 정상적이요. 하긴 가짜천지가 된게 당신 한사람의 잘못은 아니니까. 래일 출원하시오. 다시 그런 가짜 상품을 제조하는가 마는가 하는것은 당신의 자유요. 그러나 인명사고를 내는 날엔 여기 정신병원이 아니라 선선한 구들에 들어가 앉아야 할것이요.     복경준의사는 지금 정신병주치의사이지만 성형수술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던차여서 외항은 아니였다. 그러나 미용이 시대조류로 되여진 이 시대, 그것에 돈벌이에서 한몫 잡을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르기에 생각을 접고있는터이다. 사실 한국연예 인들처럼 한사람건너 코마루를 높이고 지방을 빼고 얼굴모양을 바꾸는 등 “인조미녀”가 대량 생산되지만 사이비한 거짓말도 많고 사건도 많이 빚어졌다.     불완전한 통계에 근거하면 근10여년래 전국적으로 발생한 미용이 오히려 얼굴을 망태기로 만든 사건이 루계로 20여만건이 되며 상한사람이 30여만에 달한다. 광고에 턱없는 과대와 기편성이 없다고 누가 말할수 있는가? 그러나 “외모지상주의”열 풍은 갈수록 세차게 불어치고있다. 하긴 녀자들로 말하면 미모가 가장 믿음성있는 추천장이 되니까 그럴법도 하다. 외모가 일자리찾기와 수입과 전도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누가말려낸단 말인가? 한국에는 “귀가 잘생긴 거렁뱅이는 있어도 코가 아름다운 거렁뱅이는 찾을수 없다”는 말이 류행되는만큼 스스로 “성형왕국”라고 교오하고있는판이다. 복의사는 곁길로 빠지는 잡생각을 털어버리고 진찰에 몰두하기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진찰일지를 펼쳐들었다. ㅡ 그럼 2호 (경제연구원) ㅡ 예, 여기 있습니다. ㅡ 당신의 직업은 무엇이요? ㅡ 예 워낙은 학문을 연구했습니다. ㅡ 학문? 무슨 학문을 연구했는데? ㅡ 금전으로 더 합법적이고 더욱 잔혹하고 더욱 공개적이고 더욱 은페적으로 사람을 못살게 굴어서 나중에 귀신으로 변화게 하는 첨단적학문이지요, 예, 헤헤헤… 아쉽게도 정신이 오락가라하서면부터 연구가 중단됐습니다. 복의사는 웃음이 튀여나오는것을 참고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 보았다. 농촌에서는 엉터리리론을 풀거나 궤변을 늘여놓으면 개똥철학을 푼다고 비꼰다. 철학의 황혼기에 들어선 지금 개똥철학을 풀기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냥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신 개똥경제학을 역설하는 사람들이 많아진것만은 사실이다. ㅡ당신의 그 개똥경제학에 관한 실례를 들어보시오. ㅡ예, 많이 알지요, 그럼 서술의 편리를 위해 객관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아래《개똥경제학》의 사이비리론의 례를 들어본다. 자산위원회주임 ×××씨는 《석유, 전신, 전력 등 업종들에는 거의 롱단이 없다. 기업이 국가의것이고 또 인민들의것으로서 얻은 리익은 전부 인민을 위한것이다.》라고 하였다. 동성제약 집단총재 ×××는“중국의약풍운방” 장려대회에서《약품을 만두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약값은 비싼것이 아니다. 약값을 내리는것을 동의하지 않는다.》하고 유명짜한“만두론”을 제기하여 유명하게 된바있다. 북경화운방산동사장 임××은 “2005년 제1차 중국방산가격평가회”에서《상품 주택에서 마땅히 폭리를 얻어야 한다. 폭리획득은 끝까지 밀고나가야 한다.》고 헛소리를 줴치자 달리깨비 춤추면 베졸배도 춤춘다고 어떤《정영학자》들은 주택값이 비등하는것을 억제시킬 량책을 내놓을 대신《시장경제이므로 부동산거품현상이란 말을 믿지 말아야 한다.》《주택값이 폭등 하는것은 정상적현상이다. 시장경제가 아닌가?》,《주택값이 폭등하는것은 좋은 현상이다. 이는 주민들의 수입이 많아졌다는것 을 설명한다.》등 궤변으로 백성들을 우롱하였다. 《중국의 빈부차이는 아직도 크지 않다. 차이가 클수록 사회가 진보한다.》는 유론도 꺼리낌없이 내놓는가 하면  일컬어 려××라는《경제학자》는《8억 농민과 정리실업로동자들은 중국의 거대한 재부이다. 그들의 수고로움이 없다면 어찌 소수사람들의 향락이 있을수 있겠는가? 그들의 존재와 현상태를 유지하는것은 아주 필요하다.》는 고명한 론단을 내놓아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다. 《개혁리익에서 가장 손해를 본 사람들은 령도간부들이고 다음은 로동자들이고 세번째는 농민들이다》《현재 대학학비가 많은것이 아니라 적다.》고 한 자들도 있다. 전국인대 농업,농촌위원회위원 임××은 《기점이 너무 높으면 저수입자들이 납세 자로 되는 영예를 박탈하는것과 같다.》라고 하면서 고양이 쥐생각을 하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있다. 이런 언론들은 비록 탐관오리들과 부패분자들의 언론은 아니고 식후에 이발을 쑤시며 한담하듯 생각머리없이 줴치는 망언들이라 류의할 가치도 없지만 사회적으로는 아주 악렬한 영향을 조성하고있다. 이런《학자》들을 부패관원과 부패한 간상배들과 한바지가달안에서 춤추는 부패학자들이라 한다.《정영》들은“권위”라는 외투를 걸치고 사회진실을 외곡하고 민중을 오도하는 패류들이라고 질타하고있다. 웃물이 흐렸는데 아래물이 맑을소냐? 어데서였던지 코를 틀어쥐지 않고서는 끝까지 읽을수 없었던 문장을 연구한적이 있다. 이야기의 경개를 간추리면 다음같다.   해내외에 십분 명망있는 한 주류경제학자에게 출중한 두제자가 있었는데 비상히 총명하고 전도유망한 청년들이여서 교수는 은근히 양양자득하고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경제학관점을 자주 발표하였는데 례컨대《중국현대화의 표지는 북경대학교수들이 고급자가용과 별장을 가지는것》이라거나《수재(水災)는 중국의 경제를 1.35%증장시켰다.》거나《부패와 회뢰는 개혁진행에 윤활제이다.》라는 등등 불세출의 “리론”들이다. 이 글은 누군가의 회색유모아일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오도하는 상술한 경제론리야말로 더구나 검은유모아가 아닐수 없다. 이런 개똥경제학은 아니 배우기만 못하고 그렇게《학자》가 된자들은 학술에 먹칠하고있다. 그들이 영예의 후광을 쓰고 도처에서 일인자연하며 망발하고있는데 개똥경제학의 입문도 닦지 못한 자기로서는 이런 불세출의 위대한《학자님》들이라 해야 할지 어리둥절했다. ㅡ 음, 알겠소. 당신도 래일 출원해서 제갈대로 가시오. 나쁜 연구는 하지말고, 3호, (가짜약판매업자) ㅡ 당신은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이요? ㅡ 아!옛, 저는 전문“화학무기”를 팔았습니다요. 다른 사람의 생명을 걸고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다가 들통이 나서 잡히게 되였는데 그만 혼비백산하면서… ㅡ 주로 무슨 가짜약을 만들었소? ㅡ 예, 허리와 다리아픈데 붙이는 고약을 만들었습니다. 약명은 “풍습골자고(风湿骨刺膏)”라는겐데 잘 팔렸습니다요. ㅡ주로 무슨 약재를 썼소? 약재이름을 알기나 하는가? ㅡ예, 잘 알지유,시장에서 홍화(红花), 당귀(当归), 천궁(川穹), 익모초(益母草), 우석(牛夕)등 십여종의 중초약과 푸얼민(扑尔敏)등 몇가지 서약과 제남에서 구입한 화약품과 조합해서 만들었습니다. 일정기간 동통은 감소할수 있으나 병근은 근본 치료하지 못하기에 차차 장사가 잘안되여서…  ㅡ 아따, 닥치시오. 당신같은 어중이떠중이들이 있길래 우리 생명기사들의 진지인 의료계통의 형상이 망태기가 되였단 말이요. 당신 안되겠소. 저쪽에 물러서시오. 자, 다음은? 4호(류리걸식자), 당신은 무엇때문에 거렁뱅이질 한것이요?     ㅡ 예, 자선을 베풀아주십시오. 저는 빈궁해서 비럭질하였습지요.     ㅡ 모두가 잘 살려고 버둥거리는판에 빈궁이란게 무언데?     ㅡ 성실한 로동자가 응당한 보수를 받고 살자면 가정살림이 팍팍한데 항간에서는 빈궁하다고 말하지요.     ㅡ 그게 말이 되는가? 그래 어디서 아이를 납치해다 다리를 분질러 병신을 만들어놓고 돈을 벌었다는거요? 야차같은 놈팽이군.     ㅡ 아니, 아니요, 나 그런짓은 하지 않고 그저 일하기 싫어서…장애자로 가장하고 돈비럭질을 하다가 한번은…     복의사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끼가 비껴갔다. 일전에 보았던 일이 떠올랐기때문이다. 한번은 서시장을 지나가다가 발에 나무판대기를 쳐맨 한 중년남자가 돈을 구걸하고있는것을 보았는데 민망할정도로 불쌍해보였다. 그런데 의사의 본능으로 자세히 관찰해보니 불구자같지 않았다. 비록 발에 판대기를 댓지만 두발의 생긴 모양이 똑같은걸 보아서 아무래도 수상쩍었다.     때는 점심때가 훨씬 지난때였는데 푼더분하게 생긴 한 늙은녀인이 지나가다가 손에 든 계란빵을 주머니채로 내주며 먹으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점잖게 거절하는것이였다.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수 있는 노릇이였다. 배고파서 비럭질을 할수는 있는데 왜 기어이 돈만 받자고 하는가? 크고작은 도시마다, 거리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이 지천으로 널렸는데 그들중에는 정말 로동력을 상실한 자도 있고 궁지에 빠져 비렁뱅이의 행렬에 들어선 자들도 있지만 그만큼 적지 않은 자들이 장애자로 위장하고 가련상을 지으며 돈을 비럭질하다가도 “퇴근”할때는 어느 구석에서 옷을 갈아입고 펀펀히 걸어다니는 완인으로 둔갑하며 대도시의 어떤 자들은 신사로 변하여 유흥소에 들어가 아가씨와 흥탕거리기도 한다.     경우야 어찌되였든 참을수 없을정도로 굶주렸을때는 빌어먹을수도 있다. 그러나 위장한 거렁뱅이에게는 만두 한쪼각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들은 산다는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이 정말 손발을 놀리기 싫어서 비럭질하다가 진짜 굶어죽을 지경이 되였을 때 인생의 의미를 알게 될것이다. ㅡ제먹을 빵은 제손으로 벌어야 한다는 유명한 명언을 아는가? ㅡ명언같은것 네미덜머리고요...난 억지로 붙들려온것이지 정신병자가 아닙니다. 내보내주 십시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가 직접 나서서 벌어들이겠습니다.  ㅡ 그런가? 그럼 진실한 내막을 조사해본후 당신을 보낼데로 보내겠소. 자, 그럼 다음 사람 가까이 오시오. 5호(비서) ,당신은 여기로 들어오기전에 매일 무슨 일을 했소?  ㅡ 예, 령도의 사적보고를 썼습니다. 명백하게 말할수는 없고 진짜 무슨 일을  해내지 못했는데 개구리를 소만큼 불구듯이 찬란한 업적을 만들어내고 과장해서 쓰느라면 제정신이상이 아니였습니다. 압력은 점점 세지고 실면증이 오더니 그만 저도 모르게 헛소리가 나가고 헤식은 웃음이 피식피식 나가더니만 제안해가 이렇게 저를 여기에 집어넣고 한국에 나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진짜 정신분렬이 왔는지…  ㅡ 흥, 너무 좋아서 분렬증이 온단말이요? 곁에서들 보건대 비서들이란 아주 잘나가는 사람들로 여겨지는데, 령도자의 그림자처럼 붙어다니고 크고작은 회의에서 자기가 써준 발언고를 읽을 때 아마 자아감각이 좋았겠지? 그래서 령도의 몸에는 비서 의 그림자가 투영되여있고 비서의 몸에는 령도자의 그늘이 드리워져있겠지요?  ㅡ 모르면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의사선생이 본건 다 가상이요. 기실 령도로 말하면 가장 보잘것없고 가장 신임하지 않는게 비서란 말입니다. 우아하게 말하면 한 령도자의 조수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령도의 복무기계에 불과합니다. 예, 말하자면 말 입니다. 밤새워 써낸 발언고나 총화보고가 대번에 마음에 들때가 적거든요.    령도자분이 대략적인 사로를 잡아주거나 골자를 적어주면 그것을 전개해야 하는데 손오공처럼 령도의 배속에 들락거릴수 없는 이상 영원히 령도의 생각과 일치할수 없으며 영원히 불합격의 문장이 되는것입니다. 소설가보다 더 상상력이 수요됩니다. 거리미학이란 예술용어가 있지요. 내가 말하는 거리란 일정한 거리를 말합니다. 비유하여 말하자면 몬나리자의 그림을 볼때처럼 멀리서 보면 신비한 미소를 띠고 서있는 아름다운 녀인으로 안겨오지요. 에헴, 그리고…     ㅡ 말이 길어지는것을 보니 좀 어떤거 아니요? 짧게 말하시요     ㅡ 예예, 나도 그만 덞어간것같군요, 말만 시작하면 길어져서…어디까지 말했던가요? 옳지!  참, 그러나 가까이 다가서보면 본래 유화라서 얼룩덜룩 덧칠한게 알리고 아주 조잡한 감이 들지요. 즉 근거리에서 보는 사물은 추(丑)를 산생한다 이 말임다. 기실 비서와 령도는 늘 함께 있어 근거리 접촉을 하고있지만 개체인간으로서의 비서의 우점은 령도의 그늘에 가리워 보이지 않고 어두운 면만 잘 드러나지요. 안그래요?     비서란 한개 단위내에서는 그래도 지식인으로소 보통 수재라 불리지요. 지식분자들이 단위에서 왕왕 눈밖에 나기 쉽습니다요. 지식인이라는 칭호가 가져다 준 비서란 왕왕 경쟁의 우세가 아니고 경쟁의 렬세란 말임다. 비서란 단위에서 학습하기 좋아하고 배움에 게을러서는 안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붓쟁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벌레를 조각하는것같은 기량이라고 얕보기가 일쑤지요.     그게 가장 자극적이고 두려운게 아닙니다. 가장 두려운것은 예ㅡ비서들에게 책뒤주라는 모자를 씌우는거지요. 사회상에서는 책벌레, 책뒤주란 보통 고지식하고 무능력자란 말과 동의어로 되고있지 않나요?     당신이 비서라면 진종일 눈코뜰새 없어 이것저것 열람하고 부랴부랴 써내고 고심참담하게 경영하는것이 오히려 생활상에서는 약점이 되는겁니다. 속에 별로 든것도 없고 책보기도 싫어하고 무슨 재능이란것도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멋스럽게 살줄알며 늘 의기양양해 있는것입니더. 그래도 령도강위로 제발할 때 흔히 비서는 령도자의 안중에 없거든요. 간혹씩 금강산 그늘이 관동80리라는 말처럼 그 밑에서 평지돌출하는 사람도 있어 볼바에는 간부를 배양, 단련시키는 위치인것같지만 그와 정반대라는것입니다. 노래하는 수고로움이야 더 말할것도 없지만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노상 틀에 박힌 글만 써내다보니 자기 애호인 창작같은것을 엄두에도 못내고 귀중한 청춘을 랑비하면서도 결국은 당안재료에만 남은 글은 있지만 자기것으로는 아무것도 없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아희생을 가장 많이하는 사람들입니다.     때때로 령도의 칭찬을 받을때가 있지만 어쩐지 례의적이고 지어낸것같은 느낌을 떨어버릴수 없어요. 한번은 친구가 입원한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침대에 누워 꼼짝달 싹하지 않고있는 식물인을 일별하였는데 듣자니 그렇게 7년째나 누워있다더군요. 그의 안해가 내가 어느 사무실의 비서라고 하니까 이 사람도 원래 비서였는데 너무 지쳐서 저렇게 식물인이 되였다더군요. 그말을 듣는 순간 나도…    ㅡ  음, 흥미로운 일이군, 말하는 품을 보니 원래 지성인인데 참 안되였습니다. 그럼 진짜 무슨 일을 해냈지만 크게 자랑하고 싶지 않아한다면 어떻게 씁니까?     ㅡ 그래도 써야 하지요. 진주는 땅속에 있으면 빛을 발산하지 못하지요.     ㅡ 음 알겠소, 래일 출원하시오. 당신은 불쌍한 지식인이요. 예 그다음 사람… 6호(투기상) ㅡ 당신은 매일 하는 일이 뭐였소?     ㅡ 예, 용서하십시오. 이제부터 성실해지겠습니다. 지금 자아완성에 노력하고있습니다. 투기모리배의 주요한 적은 자기 내심에서 산생된다는것을 알았거든요. 투기와 인성의 희망과 공포심은 불가분리니까요. 교역할 때 시장형세가 불리하면 마지막날이 되기를 기원하지만 내가 잃은것이 내가 타산하는것보다 더 많은법이라는것을 알게 되지요. 시장형세가 내가 바라는대로 나가면 또 두려웠습니다. 왜서인가요? 장사를 해보지 못한 사람은 암만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합니다요.     투기매매에서 투기는 시기를 리용한다는것이고 또바(倒)란 낮은 가격으로 수매하여 높은 가격으로 팔아서 높은 리윤을 얻는것이지요. 나같은 사람이 사회에 부지기수라구요. 벼락부자가 뭐 순순히 돈을 버는줄 아십니까?  ㅡ 그만 짓걸이라구요. 어쨌건 돈으로 상실한 인성과 령혼을 도금하는것이요? 보아하니 당신 정신은 말짱하지만 한동안 더 정신치료를 받아야 하겠소. 지금 상태에서 사회에 내보내면 더구나 미친듯이 투기모리를 하겠으니까. 썩 물러가서 자아완성을 하시오. 조수, 벌써 여섯 번째인가? 허, 생각보다 문제가 복잡하구만, 7호, (××과장), ㅡ 스스로 당신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시오. ㅡ 미관말직에 있은 사람인데 무슨 큰 소감이 있겠소? 기어이 말해야 한다면 바로 엉덩이가 머리를 지휘한다는것이요. ㅡ 대뇌가 인간의 일체를 지휘하는 중추부인데 그게 무슨 궤변이요, 그럼 머리는 달고다녀서 무얼한단말이요? 공연히 건들거리기나 할걸. ㅡ모르는 소리, 벼슬마당에 잠규칙이나 알고 말하시요, 당신이 의사지만 승급하려면 잘 들어두시요. 첫째로 진리를 추구해서는 안되고 또한 사물의 본래의 진면목을 알려해서는 안되는것이요. 둘째로 마음에 챙김이 없는 말을 할줄 알아야 하고 특히 거짓을 말하면서도 얼굴을 붉히지 않은 기능을 닦은것입니다. 셋째로 설사 학력이 높다해도 진짜 지식자랑을 하지 말아야 하오, 흔히 지식이 있으면 독립적사고를 잘하는데 그게 관장(官场)에서는 금기이지요. 모난돌이 정을 맞으니까.아, 네, 관원들가운데 저저히 석사, 박사인데 진짜가 몇이나 되는줄 압니까? 진정한 학자들은 청운의 사다리를 쳐다보지도 않지요. 어쩌다 벼슬을 했다해도 영원히 합격된 관리가 될수 없습니다. 음, 넷째로는 벼슬이란게 뭐겠습니까? 한마디로 리익추구이지요. 백성들은 부정부패라고 하지만 당사자들가운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요. 다섯째로 무슨 벼슬을 하든 먼저 사람이 되여야 하는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 먼저 되여야 한다는것은 서책에서 말하는 덕재가 겸비하다는 뜻이 아니구요 관계학을 정통해야 한다는 뜻입니다요. 여섯째로 농민의 사상과 방식으로 일체사물과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것입니다. 왜 하필이면 농민식사상일가요? 지금 우리의 사회가 어떻게 알락달락하고 요란하든 기실 모두 농민사회에서 살고있는거예요. 외표야 어떠하든 조상삼대를 올리따지면 다 뼈속에는 다 농민기질이 박혀있는것입니다. 흔히 농민들의 가치관념의 특징이라면 시야가 좁아서 눈앞에 리익에 혹한다고 평가하지요. 맞아요. 그게 오히려 순박한 표현이지요. 사실 관장에서도 올리맞추고 내리깎아도 결국 농민의식을 벗어나지 못해요. 일곱째로는 예, 아첨하고 아부하는것을 보통 저질기질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천만에, 여간 총명하지 않고서는 장악할수 없는 처세술이고 삶의 현장에서 최고의 고급예술이랍니다. 납득이 안간다구요? 그러니 당신은 그저 우리같은 사람들앞에서 쎈체하고 병원밖에 나가면 어리둥절한 책뒤주들인걸요. 여덟번째인가? 아무튼 인생일사가 정말이란게 없으니까 벼슬마당에서는 정식이란게 없어야 합니다. 예 또…     ㅡ 그만하시요, 뭘 자꾸 시부렁거리는거요?     ㅡ 당신 의사질은 잘하는지 몰라도 지력이 차하구만, 나뽈레옹의 명언을 빈다면 사람은 어떤 제복을 입게 되면 그 제복에 맞게 사고하고 틀거지를 차린단말이요. 비유해 말하면 엉덩이가 대뇌를 지배한다 이말이요. 그러나 머리는 동급자들과의 암투에는 쓸모있단말이요. 의사선생이 보기보다 너무 아둔하군. ㅡ 뭐, 뭐라구? 당신 안되겠구먼, 어디라구 갖잖은 관료틀을 피우면서…흥!오래 묵어야겠소. 자, 여덟번째가 누구요? 얼른 나서시오. 8호(광고명인) ㅡ 당신은 어째서 정신에 모병이 생겼다구 생각하는가? ㅡ 무슨 약광고를 했는가? ㅡ 정신병치료광고입니다. ㅡ 어떻게 광고했기에? ㅡ 국민의 신임을 리용하여 거액의 광고비를 챙기다가 이번에 광고법에 걸리여 그만 정신이 아찔했는가 봅니다. ㅡ 당신은 “여기 은전 삼십냥이 없소.”하는 식으로 그럴듯하게 속임수를 쓸 때 얼굴이 뜨겁지도 않았단말이요? ㅡ 이 선생이 정말 백면서생이군, 돈이 말할 때 진리는 침묵하는것이요. 그리고 리익앞에서는 수치심도 물러선다는것도 모르오? 당신은 환자가족들에게 혹 붉은봉투를 받아챙기지 않소? 그때 그런 심리인것입니다. 잘해보시오. ㅡ 제길, 말문이 막히는군, 그래 정신이상이 오게된 경과를 말해보시오. ㅡ 사실 어느날 밤 꿈을 꾸고 정신이 흐리마리해지더니… ㅡ 응, 그래 그 얘기를 해보시오 ㅡ 그날밤 생뚱같이 꿈에 죽었는데 염라대왕앞에 끌려가게 되였습니다. 염왕이 나를 보자 대번에 천둥같이 호령하더군요. ㅡ 이놈의시키, 너 광고상이였다지? 그동안 이를 소만큼 과대포장하는 기술을 많이 익혔겠구나. 어허허, 그놈 근사한디, ㅡ 예? 대왕님? 그게 무슨 소리요? 아니올시다. 광고란 원래 상품경제시대의 산물로서 경제활성화와 경제효익을 도모하는 아주 고상한 사업입네다. ㅡ 그러냐? 더 들을것 없구, 어험, 네가 갈곳은 천당과 지옥중에 한곳이니 네눈으로 직접 잘보고 선택하도록 하라. ㅡ 염라왕이 저를 데리고 널다란 지하광실에 들어섰는데 열려진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녕악스럽고 징글맞은 상판대기의 악귀들이 득실거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몸서리치며 이게 무슨 곳이가 물었더니 염라왕이 천연덕스레 “보았지? 여기가 천당이니 라”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대왕님께 차라리 지옥에나 데려다달라고 사정했습니다요. 과연 다른 곳에 데리고 갔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릉라비단으로 온몸을 감은 신사숙녀들이 질탕먹고 마시고는 뒤엉켜서 희희락락하는데 저절로 감탄성이 터지는거 있지요? (저승에도 이런 극락세계가 있구나!!!)하고 좋아하는데 염라왕이 왕청벅박골같은 소릴하지 않겠습니까? “ 그래 여기가 좋으냐? 여기가 지옥이네라. 이제 거처를 정해라” “ 예, 더 여부가 있겠습니까? 소인은 지옥에 떨어지겠나이다. 헤헤헤…” ㅡ 제말에 염라대왕님이 징글맞게 웃더니 라졸들에게 명령하였습니다. ㅡ 여봐라. 이 광고상을 지옥에 데려다 주어라. ㅡ 라졸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아까 본 소위 천당이라는곳으로 끌고갔습니다. 제가 소리소리 질렀습니다. 틀렸나이다. 대왕님, 저는 분명히 지옥에 있겠다고 하였나이다. 제발 저의 말을 믿어주세요 ㅡ 오냐 분명 지옥에 보내는도다. 웬 잔소리인고? ㅡ 아니오이다. 방금 본 이 지옥에… ㅡ 에끼, 미욱한놈 네가 본것은 광고하기 위한것인줄 모르냐? 광고란 이런게다. ㅡ 그리하여 악귀들이 득실대는 천당에 밀려들어가고 뒤에서 커다란 철대문이 쾅하고 닫기는 소리에 와들짝 놀라서 꿈을 깨였는데 그날부터 머리가… ㅡ 당신, 정신상 아무 문제도 없지만 심보가 틀렸단말이요, 구새통같은 심통을 가지고 살다가 언젠가는 정신병이 올거고…좀 더 지켜봅시다. 에헤, 제9호! 9호.(모단위 공회주석) 자기정의를 내리시오. ㅡ 이전에는 공회란 로동자, 직원들의 믿음의 기구였는데 지금은 흔히 제2선에 물러나 가는곳이라는 인상이 보편화되였지요. 평시에 제가 한 일이란 특정된 날에 합창시합이나 조직하고 춤을 배워주고 명절이면 복리품을 나눠주거나 상급과 로임인상 문제를 토론하거나 직공교육을 하거나 하였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공회조직을 현시대에 걸맞게 개혁하지 않으면 있으나마나한 허상으로 될것입니다. ㅡ 그래서요? 당신은 로동자, 직공들이 믿고 따르는 사람이 되였습니까?   ㅡ 그런데 저는 마음과 달리 직원들의 켠에서 복리를 추진하기보다 령도를 위해서 명철보신한 사람이 되였습니다. ㅡ 그렇습니까? 정말 별 볼일이 없는 사람이군, 정신이상이란게 별건줄 압니까? 정상적인 사람이 정상적인 사업을 하지 않고 비리를 따르고 거기서 모종 리익을 보려하는 사람입니다. 래일 보따리를 싸시오. 자 마지막, 10호. (게으름뱅이) , ㅡ 당신은 무얼하던 사람이요? ㅡ 무직업자입니다. ㅡ 글쎄말입니다. 너무 먹고 자고해서 머리까 뗑하더니 그만 천벌을 받은것인지. 아마 게으름병이 극치에 달해서 정신에 이상이 온것같수다. 히히히… ㅡ 일반적으로 무위도식자는 뇌세포에 손상받을 일도 없었겠는데 이상하군그래, 어디 말해보시오, 어느정도로 게을렀기에? ㅡ쉽게 한두가지 례를 든다면 발가락에 무좀이 먹는 한여름에도 일주일건너 한번 발을 씻으나마나한데 그나마 마른수건으로 닦아낼 때가 푸술함다. 머리도 두달에 한번 감으면 고작이고 목욕은 더울 때 물한대야면 다하고도 남슴다. 드믈게 치솔질을 해도 좌우로 흔들기 귀찮아서 숫제 턱을 두어번 흔들고 등이 가려워도 벽에 고정해 놓은 등긁개에 등을 대고 앉았다섰다하는 수준이니 알만하지 않겠는가?    그 날도 역시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지요. 그런데 잠결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슴다. 거슴츠레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니, 어느 간 큰 도둑이 대낮에 담을 넘고있는것이 보였슴다. 하지만 나는 일어나기 싫어서 마음속으로만 '어, 도둑이네...저놈 담장을 넘어 마당에 들어오기만 해봐라'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잠이 들었지우.     이내, 다시 '쿵'소리가 들렸슴다. 내가 힘겹게 눈을 떠보니 도둑이 담에서 뛰여내려 마당을 살금살금 걸어오고 있었슴다. 그러나 이번에도 무겁게 내려오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속으로만 중얼거렸슴다. '집안에 들어오기만 해봐라... '내가 깊이 잠든줄로 안 도둑은 살금살금 집안으로 들어와 내옆을 지나 안방으로 들어갑디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잠에 취한채 중얼거렸슴다. '저놈이 안방으로 들어가네... 뭐든 가지고 나오기만 해봐라!' 얼마후, 도둑은 값이 나갈만한 물건들을 한보따리 짊어지고 나갔슴다. 그리고 대문쪽으로 걸어갔슴다. 나는 대문을 열고 나가는 도둑의 뒷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채 잠꼬대처럼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구제불능인 노무새끼, 다시 오기만 해봐라!) ㅡ 당신처럼 게으른 사람은 난생처음이요. 그래 정신이 좀 드는가? ㅡ 여기 들어와서 맨날 약을 먹으니까 어디가서 하수도를 치기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쯤하면 출원할수 있을가요? ㅡ 음. 알겠소,    복경준의사는 6호병실의 진단을 마치고나서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 보통병실에 환자들이 오가잡탕이라면 고급병실에 소위 한다하던 환자들은 어떨지? 정상인으로 말하면 이 사회전체가 하나의 크낙한 병원이라고 하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아닌게 아니라 우울한 심리는 왕왕 사회에 대한 절망과 인성에 대한 절망감에서 오는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먼저 사회의 병태들 꿰뚫어보지만 개변할수 없다는것을 알면서도 물결따라 되는대로 흐르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만큼 심리가 모순투성이고 자기도 모르게 우울증에 걸려들다가 심하면 분렬증이 오는것이다. 정신이 올똘할때까지는 심리적으로 사회상의 허위와 추악한 현상에 불만하여 자기식으로 반항하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오히려 그러는것 이 “병태적”인것으로 간주되는 현실이다. 이런 병태적사회에서 기인된 우울증에서 벗어날수 있는 사람은 두가지 부류인데 극단적으로 사회화된 사람과 극단적으로 자아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소신대로 살라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복의사는 진찰일지를 덮고 밖에 나와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찌보면 사회란 본래 하나의 크낙한 “정신병원”으로서 병증도 가지각색이고 특징도 제나름이다. “병자”들도 때론 모이고 때론 분산된다. 어떤 “병종”은 집중되고 어떤 병종은 잡거하고있다. 총체적으로 아주 떠들썩하다. 어느 학자가 중국사람들의 전형적인 정신특질의 하나가 매 사람들에게 통일된 가치관이 부재라고 하였다. 이 사회에 통일된 가치표준이 결핍하기에 사람들의 정신상태도 갈팡질팡할때가 많게 된다. 병태적사회에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수밖에 없는 법이다.    일찍 사회학가들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자연과학의 영향을 받아 류사한 자연과학방법으로 사회문제를 연구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들은 사회를 하나의 생물유기체에 비유할 때 사회문제의 발생은 사회속에 어떤 사람들의 질병으로부터 기인된다고 인정하였는바 이를테면 사회와 협조적인 관계를 맺을수 없다는것이다. 현시대 정황을 보아도 그렇다.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이 시대에 정신질환은 날이 갈수록 우심해지고있지 않은가? 높은 차원에서 말하면 사회적병태는 사회도덕문제인것이다.     20세기60년대 국제사회에 일종 새로운 사회병태론이 출현되였는데 그것은 전통적관념에 비하여 더욱 격진적이였는바 어떤 사람들이 병태적이 된것은 사회자체가 병태적이기때문이라고 간주하였다. 그들의 구호는 “부도덕적사회가 부도덕적인 사람을 제조해낸다”는것이다. 전통적관념은 개인의 도덕자률을 강조하였지만 새로운 병태론은 옹근사회도덕을 개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있다.    정신병환자들에 대한 치료목적도 중요하지만 치료결과가 더 중요한것이다. 개념의 전변은 근본적인 전변이라고들 말한다. 정신병에는 따로 예방이란게 거의 없다. 그것을 병이라 하지만 기실 심리질환일뿐이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심리장애가 오는 가? 생각이 생각을 부르고 잡념이 잡념을 마중하는 바람에 복의사는 머리를 세괃게 몇번 흔들고는 스스로 해답을 찾을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체념하기로 하였다. 그게 오히려 해탈이니까…                               2006 년 4 월 12 일          
189    (소설) 바르게 살려는 녀자 댓글:  조회:12947  추천:1  2012-10-23
                                   바르게 살려는 녀자                                             최 균 선                                                                                         1.       남행렬차, 경편렬차칸은 언녕 잠내가 짙어있다. 초영은 보던 잡지를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처녀의 몸으로 떠난 이번 길은 모험의 길이기도 했다. 그동안 공장에서 산품을 내보내고 받아들이지 못한 돈이 쌓이고 쌓여 운영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그래서 내놓은 책략이 통고를 내붙여 빚을 받아올 지원자를 공개초빙하게 되였다. 그맘때 엄마의 고질병을 치료해야 할 딱한 처지에 빠져있던 초영이는 받은 돈에 10%장려금을 준다는데 매료되여 칼물고 뜀뛰기에 나섰던것이다. 돈이면 귀신도 석마를 돌리는가? 초영이는 자기 수완을 믿기보다 그쪽에서 원공장장이고 오랜 관계호로 있던 백부의 인정을 봐서라도 꽉막히게 나오지는 않으리라는 요행심리였다. 하긴 공장에서도 초영이가 빚받이군으로 나설때 작고한 백창장의 덕을 볼수 있겠다고 타산하고 승낙했다.     그러나 초영이는 엄마의 병을 고쳐드려야겠다는 하나의 욕심에 일체를 걸고나섰지만 마치 불행의 나락으로 향해가는 느낌이였다. 끝없는 생각과 고민과 나름대로의 작전계획을 세우노라 뇌리를 짜는동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려로의 고달픔이 덮쳐와 그녀를 깊은 꿈나락으로 이끌어갔다…꿈인지 생시인지 누군가 지근지근 발을 밟는 느낌이 들어 억지로 천근같은 눈까풀을 쳐드느라 안깐힘을 썼다.   《왜 이래요? 지저분하게스리.》    어찌나 째지게 소리쳤던지 가슴이 쩌렁 울렸다. 그 서슬에 감겼던 눈까풀이 펄쩍 떠지였다. 깨고보니 꿈이였다. 아니, 꿈이 아니였다. 맞은켠에 앉은 멋지게 생긴 구레나룻의 남자가 또 한번 발끝으로 신호를 보내왔다. 야무지게 쏘아보던 눈길이 탁자에 놓아둔《청년생활》이 안겨왔다.    (조선족이구나. 비단보에 개똥…)   《오해하지 마시오. 아가씨, 이런 밤차를 타고 먼길 갈땐 꿈속에서라도 신경을 살려야 합니다. 낯선고장에선 인심도 인심나름이니까요.》    사내는 말하면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켰다. 그리고는 커다란 망치같은 주먹으로 시렁우에 트렁크를 탁탁 쳐댔다. 일종의 시위같았다. 그제야 돌아가는 분위기를 알아차린 초영은 옆을 보았다. 엉큼하게 생긴 남자가 일어나면서 구레나룻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구레나릇은 경멸의 눈길을 한번 돌릴뿐 굳어진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격투직전의 투사같이 감때사나운 눈에서 불꽃이 튕기고있었다.   《조선족이군요. 정말 고마워요.》   《아가씨곁에 의무보호병이 있다는걸 알려주려 했을뿐이지요.》   《좋은분 만나 다행이예요. 그렇지 않았더면 어쩔번했겠어요. 호—》    서른살쯤 되였을가? 아니야 기껏해 스물예닐곱살일거야. 저 구레나룻터가 아니라면…첫눈에는 조금 무서워보이던 사내의 준수한 얼굴에서 어떤 믿음을 읽으며 초영은 안도의 한숨을 호ㅡ내쉬였다. 떨리던 가슴이 차차 가라앉았다.   《멀리 가시나요. 실례지만요.》   《난 별로 목적한 곳이 없어서 멀다면 멀구. 가깝다면 가까울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바다에 뛰여들어 헤염쳐보려는 판이지요. 허허…》    가슴에 난류를 실어오는 그 소탈한 웃음이 초영이의 잠기를 말끔히 쫓아버렸다.  《이번엔 내가 좀 눈붙입시다. 짐 좀 살펴봐주시겠습니까?》  《네, 그러세요.》   사내는 등받이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 굵다란 누에눈섭이 한두번 꿈틀거렸고 그 사람을 끄는 형형한 불꽃도 사라졌다. (좋은 분같이 느껴져…)초영은 황보를 떠올리며 미안쩍은 생각이들어 얼굴을 붉혔다. 황보씨도 미남형이다. 헌데 어덴가 가벼워보이는 도련님타잎이였다. 아마 그의 멋스러운 체격과 잘생긴 얼굴에 마음끌려 백년약속을 주었는지도 모른다.(그인 좀 인정에 린색한 남자야. 이럴때 곁에서 지켜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가.)황보와 갈라진다는 생각을 꿈에도 가져보지 않았으나 어째 탐탁하지 못한감을 느끼지 않는것도 아니였다. 무슨 공사를 꾸린다고 덤벼치다가 쫄딱 녹아나고 지금은 고정직업도 없이 무위도식하는게 첫째로 안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친구들도 썩 내키지 않았다.     고요히 쪽잠에 든 맞은켠 구레나룻에 다시 눈길이 끌림은 어쩐일이지? 꿈속에 서마저 자기를 다스릴만큼 견정해보이는 사내의 모습을 뜯어보며 초영이는 기발한 착상이 떠올랐다.(그래, 저이의 도움을 청해보자. 보수를 톡톡히 주면…)그녀는 이제 곧 벌어질《격전》에 심장이 파르르 떨려옴을 느꼈다.     차창으로 붉은 해살이 비껴들때 구레나룻은 깨여났다. 해빛에 번쩍이는 그의 두눈에서 튕기던 불꽃은 사라지고 그대신 일종 따스한 정을 안겨주는 그윽한 빛이 굴절되여나왔다. 그는 사람좋게 웃어뵈였다. 혼자 먼길을 떠난 초영에게는 그것이 놓쳐버릴수 없는 정신기둥으로 우뚝 일어섰다. 망설이던 용기가 입술을 밀어제치고 불쑥 뛰여나왔다.  《돌봐주신 값으로 제가 한턱 내지요. 거절하지 않겠지요.》    역시 그동안 단련을 받아온 초영임에 틀림없다. 그녀는 더 동의를 구할것도 없다는듯 눈길로 사내를 얽어가지고 앞서 걸어나갔다. 사내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녀자의 뒤모습에 흘린듯 잠간 멈췄다가 코꿰운 송아지처럼 순순히 따라나갔다…                                                                       2.       A시에 도착한 초영은《원양무역수출입본공사》 왕경리를 만나는데 급급해하지 않았다. 그대신 은밀하게 왕경리의 인격, 기호, 성미서껀 일일히 료해하는데 신경을 쓰면서 행동반경을 세밀하게 그렸다.《적정》을 충분히 장악했다고 생각되여서야 왕경리의 사무실에 돌연히 나타났다. 왕경리는 초영이가 공손히 받쳐올리는 명함장을 자상히도 훑어보더니 초영이의 얼굴에 눈길을 박은채 놀라는듯한 시늉을 지어보이였다.    《연변한끝에서 오셨군요. 먼길을 또 걷게 해서 미안합니다. 어서 앉으시오. 》    《네. 고마워요.》    《허허, 그 친구들이 이번엔 장백산선녀까지 출동시켰구만. 하하…관음보살님 같이 신통력이 있는 녀사인가 봅니다그려…》     왕씨는 차물을 붓는다 과일을 내놓는다 하며 온갖 친절을 베풀었다.   《일백팔십번 변하는 손오공을 꼼짝못하게 하는 보살님이면야 얼마나 좋겠어요. 허지만 어려운 일도 왕왕 우둔한자의 단순함과 진솔함때문에 끌릴때가 있다지 않아요? 전 그런 우둔함과 진솔이 가져다줄 요행을 바라고 왔을뿐입니다.》   《말뜻을 알겠습니다. 한어가 류창하기를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그게 역시 신통력의 열쇠일수도 있지요…》   《높이 보아주셔셔 감사해요. 제가 우리 거기서 정말 신통력이 대단한 녀자로 이름짜하게 알려지도록 잘 합작해 주시겠어요?》  《백녀사 아주 재미있는 녀자군요. 급해마십시오. 먼곳에서 온 귀빈이자 채권자 인데 점심식사나 함께 하면서 천천히 상의해봅시다.》    술좌석에는 업무경리들과 재무부장이 참석했다. 초영이의 교제술이 왕경리를 탄복시켰다. 초영은 채무에 대한 말은 일절 꺼내지 않았다. 이튿날 답례연회석에서도 소위 감정교류에만 마음을 쓰는듯 대범하게 놀았다. 초대연이 끝나자 초영이는 왕경 리를 단독으로 다방에 청해놓고 정식담판을 벌렸다.   《백녀사,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요?》   《지금 전 어떻게 하면 손오공처럼 작은 파리로 변해서 왕경리의 배속에 들어가 심장을 움켜잡을가 궁리하고있어요. 호호…》   《말솜씨 한번 먹었군요. 그러지 않아도 내가슴속에서 7급지진이 일고있거든요. 하하…무슨 특별한 방안이라도 있는건가요?》   《방안이란건 없어요. 왕경리의 기업인다운 량심과 의무감을 믿을뿐입니다.》   《상업전선에서는 량심이라든가 어떤 군자의 협정같은것이 별로 소용없답니다.》   《정 떼질쓰면 저도 그만큼 질기게 나올거예요. 당신의 사무실에 매일 출근할것이고 저녁이면 왕경리의 객실에 매일 손님으로 갈겁니다. 숨어버리지야 않겠지요?》   《잠적할수도 있지요.》   《중도망은 있어도 절도망이야 있겠어요? 왕경리가 그까짓 돈때문에 인격마저 버리지 않으리라 믿는데요.》   《그래서 안되면요?》   《법률의 무기가 있지 않습니까?》   《여긴 우리 지반인걸요.》   《아무튼 이번에 돈을 받지 않으면 살아서 돌아가지 않겠어요. 수백명로동자들의 밥통이 깨질판인데 당신네 밥통이라도 흔들어놓을것이예요.》   《무섭군요. 허.그동안 백녀사네 공장에서 몇분이 빚받이를 왔다갔지만 이렇게 책임감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하긴 그때 우리도 성의가 전혀 없었지만 피차일반입니다. 우리도 많은 물건을 외상으로 주어 몇백만원이 깔려있습니다. 귀공장은 백창장이 있을때부터 우리의 련계호인데 어찌 끝까지 생떼질 쓰겠습니까?》   《백창장을 아시나요? 우리 큰아버지인데요, 그럼?》   《아참, 인연이란 별스럽기도 하네, 초영이가 백창장의 조카라? 좋습니다. 래일 재무부장 손동무가 해결할겁니다.…오늘저녁 비행기로 해남도에 가야하니 끝까지 배동할것같지 못하오.》  《네. 말씀한대로 하시면야…언제 또 만나게 되겠지요.》    이튿날 과연 재무부장 손씨가 찾아왔다.   《이렇게 너무 사무적으로 해서야 어디 재미있습니까! 오늘은 제가 공사를 대표해서 송별연을 차리지요.》   《절 숙맥으로 보지 마세요. 현금 얼마간과 지표를 봐야 송별주를 마실수 있습니다.》   《그럼요. 백녀사와 벗으로 사귀고싶으니까 믿어도 됩니다.》    그날 저녁, 초영은 자기가 든 호텔식당에 손씨를 불렀다. 단둘이 마주앉아 기울이는 술잔에 초영이도 웬간히 취했다. 그러나 손씨는 거의 곤죽이 되게 만들어 놓았다. 손씨를 부축해서 자기방에 올라간 초영이는 들어서자바람으로 재촉했다.  《그 지표 좀 봅시다. 진짜면 맘대로 하게 할게요.》  《어디 보라구. 몽땅 결산하지는 못했지만 100만원 행표지, 어때? 이 손모가 신용지키지? 자 어서요.》   이때 복도에서 구두발소리가 들려오더니《똑똑!》문을 노크했다.  《차예!》  《백아가씨, 니…니?》   초영이는 손씨의 손에서 지표를 살짝 빼내고는 문을 차고나갔다.   《제대로 되였소? 그럼 빨리, 복무대에 결산을 다 봐두었소. 밖에 택시도 대기했소. 갑시다》   《네. 수고했어요.》    …검은색 택시는 시위를 벗어난 화살같이 시외로 달렸다.…   …한달후, 초영이가 개선하여 돌아왔다. 한곳이 아니라 두곳에 빚을 받아가지고 왔다. 물론 구레나룻의 미더움이 컸다. 초영은 황보숭을 찾아 달려갔다.   《축복해주세요. 성공했단 말이예요. 어머니를 치료할수 있게 되였어요.》   《난 반갑지 않소. 남자들도 못받아온 돈을 녀자가 가서 받다왔다니, 흥 정말 막간극이 재미있겠는데.》   《무엇이 어째요? 녀자는 그래…》   《녀자는 돈이 생겼으면 이미 나빠졌다는걸 설명해야 하오? 미안하지만 썩 내 눈앞에서 사라지란 말이요. 그 더러운 돈을 가지고!》   《아니 왜 그러는거예요? 다정한 말한마디 해줄대신 어쩜 그럴수 있나요?》   《난 돈과 순결은 바꾸지 않소. 그러니 내눈앞에서 썩 꺼지란 말이요》   《황보씨가 말하는 뜻을 알겠어요. 좋아요. 부산과에 함께 가보자요.》   《필요없어. 지금 병원에서 무얼 못해넣는게 있다구.》   초영은 처음으로 생소한 사람을 보듯 황보숭을 매섭게 쏘아보고는 홱 돌아서 나와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결김에 한 행동일뿐이다. 초영은 천천히 해석하느라면 황보숭이도 자기를 믿어주리라 믿었다. 허지만 그것은 한낱 소박한 념원뿐이였다. 황보숭은 초영이의 행각에 철저히 의심을 품고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공장안에서도 복창이터질 뒤공론이 파죽가마 끓듯하고 있었다.   《마창장님, 이건 사람들이 너무 하잖아요? 사람을 이렇게까지 억울하게 굴다니요.》   《초영이, 이번에 공장을 위해 큰공을 세웠소. 하지만 지금 세상에서 어떤일은 해석할수록 더구나 우스워지지. 여기 은전 삼십냥이 없소 하는격이 랄가?》    초영은 억이 딱 막혔다.   《아니?! 마창장도 그렇게 말하나요? 어쩌면…어쩌면…으흑》    초영은 문을 쾅 닫고 나왔다. 마창장은 좀 안된듯한 표정이였지만 순간이였다.    초영은 숭허물없이 지내던 정실에게 자기 고충을 털어놓고 조언을 바랐다.  《언니, 언니의 청백을 누가 증명할수 있겠어요? 언닌 해석이 필요하다구 믿어요? 진짜는 가짜가 될수 없구 가짜는 진짜가 될수 없는 법이잖아요.》  《오—너두?! 그래 좋아,더 말하지 말자.》     차간에서 제일 믿어주던 박아주머니도 그저 듣고만 있을뿐 반응이 랭랭했다. 아무도 초영이를 알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그가 받게 된 10여만원의 장려금때문에 배를 앓는 판이였다.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다고 초영이의 일에 잘코사니를 부르는것은 정실이였다. 황보숭이를 은근히 따랐지만 인물고운 초영에게 빼앗긴지라 불난김에 훔치지 않을리 없었다. 정실이는 데쳐놓은 겨울시래기처럼 후줄근해 다니는 초영이의 몰골을 보며  (미안해. 이번에야 내가 당당히 황보숭의 보배가 될걸. 그래 안됐다. 미인아가씨…)    초영이가 상림아주머니처럼(제가 안가는걸 그랬어요. 제가…)하고 중얼거리기 시작해서 두주일만에 정신병원에 들어가고말았다. 신경문란이 왔던것이다. 초영이가 정신이 좀 안정될 무렵, 병실로 두리모를 쓴 사람이 찾아왔다.  《모두들 왜 절 잡아먹지 못해 앙탈인가요. 제가 무슨 죄를 범했기에…》  《랭정하시오. 우린 좋은 사람은 억울하게 굴지않소. 어떤 사람이 동무의 수입에 문제가 있다고 적발하였소. 그리구 이번 행각에두 더러운 교역이 있다구했소. 이제 조사해보면 알겠지만.》     마른하늘에 벼락이란 아마 이런 경우를 두고 한것이리라. 금방 미칠것 같았다.  《수입이라구요? 시작도 안되였는데 결과가 있어요. 맘대로 하세요》     초영은 더 말치않고 엉엉 울어버렸다. 삭막해진 인정의 사막에서 누가 초영이를 구해줄것인가. 며칠동안 벙어리 랭가슴앓듯 속을 태우던 초영이는 결김에 왕경리에게 편지를 써서 전번 그의 요청에 응할 뜻을 내비쳤다. 한달 지났을가 연변에 장사차로 나왔던 왕경리가 마공장장을 찾았다. 《당신네 조선족들은 우점도 많지만 흉금이 절반인게 탈이라니. 우리가 당신네 그 미인에게 홀딱 반한것만은 사실이요. 단순히 미녀라는 의미만이 아니요. 당신들은 지금 진짜 순금에 똥칠을 하고있단말이요. 초영인 탄복할만한 일군이요. 로동자들을 생각하며 눈물흘릴 때 우린 량심에 촉동을 받구 비리한 장사속이 해소되였던거요. 여기서 싫으면 내가 데려가겠소. 공소과 업무경리로말이요.》    마씨는 왕씨의 말에 불쾌해졌다.  《우리 공장로동자들이 어떻다는거요? 여보 왕선생, 당신이 뭐게 남의 산소쓰는데 와서 제돌삐뚫었소 천광이 얕소 하며 이 야단이요.》  《좋소, 좋소, 더 말하지 않겠소. 아무튼 우린 당신네같은 사람들과는 더 거래하고싶지 않다는것만 말해두지.》  《흥, 그러면 누가 겁날줄 아오? 중국에 당신네밖에 없다구?》    왕경리는 콩팥칠팥하는 마씨를 어이없이 건너다보며 전임 공장장이였던 백덕윤을 문득 떠올렸다. 그때는 손이 잘맞아 돌아갔던것이다. 초영이가 백덕윤의 조카딸이라는것을 알았을 때 더구나 그래서 그녀의 행차가 헛걸음이 되지 않게 어려운 여건임에도 큰 마음먹고 결산해주었다는것을 초영이도 미처 몰랐을것이다.     왕씨는 병원에까지 초영이를 찾아가서 위로도 해주고 돈도 내놓고갔다. 또 한번 소문의 폭죽이 터졌다.(흥, 웬간한 사정이 아니구야 몇천리밖에서 찾아왔겠소. 미진한 정을 풀자구 왔겠지. 돈두 숱해 주었다오. 그 왕씨가 비서로 데려간다더군…)공장안에서 류언비어가 제멋대로 딩굴고 날개돋고 했지만 초영이는 깜깜 몰랐다.    초영이는 편지에 그렇게 썼지만 왕씨가 정작 오라고하니 완곡하게 사절했다. 엎어진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고 진탕물을 끼얹은 사람들앞에서 그것을 깨끗이 씻어보여야 했다. 그러나 공장에서는 영향면을 고려한다면서 초영이를 다시 차간에 내려보냈다. 높이 띄웠던 배구공을 여지없이 깎아내리친격이였다. 하느님을 창조한것도 로마인이요,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것도 로마인이라더니 초영이야말로 그 격이다.                                                                   3.     운명이란 한번 어떤 인간을 희롱하기만 하면 그 못된장난질이 지꿎기마련이다. 이래저래 세상이 보기싫어진 초영이는 방구석에 들어박혀 눈물과 절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였다. 이왕지사를 생각할수록 부아통이터진 초영이는 어느날, 수면제 한줌을 삼키고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그러나 초영이는 죽지 못했다. 잔뜩 신경을 살리고있던 엄마에게 들키여 구급된것이다. 병원에서 나온 초영은 식음을 전페하였다. 그후 죽는다 산다하며 두어번 병원출입을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초영은 살기로 작정했다. 몸이 웬간히 좋아지자 건강미체조쎈터에 열성분자가 되였다.     어느날 최신류행의 모던껄처럼 차리고 영화관에 갔다. 영화에 흥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공중앞에서 자기는 건재하다는것을 과시하려는 녀자의 심리에서였다. 그가 표를 사고 돌아서려는데 귀에 익은듯한 목소리가 발목을 잡았다.   《초영이 아니요?》   《어머나, 어쩜—그동안 어디에 있었어요? 언제 돌아왔어요?》    어찌나 반가웠던지 처녀로서의 수집음도 잃고 와락 매달렸다. 그는 다른 누가 아니라 구레나룻이였다. 2년나마 남방의《바다》에서 헤매다가 별로 큰것도 건지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만것이다. 며칠전, 안해—미화가 쫑알거리는 잔소리가 싫어서 거리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저도 모르게 영화관앞에까지 왔다고 한다.    초영이는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아, 선우정씨, 얼마나 만나보고싶었던 사람인가.)초영은 자기가 제일 즐겨읽는 소설들의 작자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외롭고 쓸쓸한 녀자, 바른 인생길 걸으려고 모지름썼건만 모래바람 거친 이 길, 비틀어진 생활의 비탈길을 걷는 초영이는 인파속에 사라진 그 남자를 그리며 엉뚱한 동경에 몸을 파르르 떨었다.(아이, 내가 무슨 욕심을…그인 안해가 있다지 않는가)골목길 어둠을 즈려밟는 초영이의 어두운 마음의 하늘에 반짝 류성이 지나갔다…     어느 날, 친구들에게 이끌려 나이트클럽에 온 선우정은 무대에 눈길을 모았다. 소문의 녀가수가 등장했다. 빠리의 멋쟁이아가씨처럼 요란한 옷차림의 가수는 선우정의 가슴에 반가움보다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아니?! 그가 ?오리무중에 빠져있는 동안 그녀의 아릿다운 노래소리가 청중의 열광을 터뜨리였고 넓은 홀이 박수소리와 휘파람소리로 소란해졌다. 《한곡 더, 50원이다. 내가 지정한 곡을 부르오.》 《100원이요.<님과 함께라면>을 불러주오.》 《<바다가 륙지라면>이요, 자, 150원!》   여기저기서 제짝패끼리 호기를 불러댔다. 《여러분이 요청한대로 차례차례 불러드리겠어요.》 《안돼! 내가 청한 노래를 먼저 불러야 해!》   가운데를 차지하고앉아 제일 떠들어치던 짝패들속에서 코수염쟁이가 꽥꽥 게사니 울음을 울어대였다. 《저 껄렁한 새끼들이 누구와 맞서자구! 자, 200원이다!》 《미꾸라지들이 보채네. 자, 여기 천원이 있다. 저 가수의 노래 우리 다 샀어!》 그 번잡속에서 점잖게 맥주만 마시면서 노래를 론평하고있던 세청년들속에서 누군가 장훈을 불렀다. 《어이, 친구들, 여기가 무슨 경매장이요. 노래가 예술인데 예술적으로 즐기자구, 저 아가씨의 자유를 침범하지 말자구 하는 말이네.》 《이봐. 어이씨들, 뭐 들가방경리급이나 되는가본데 육신이 가렵지 않으면 얌전히들 있어봐.》   코수염쟁이가 어줍잖게 한국인말씨를 흉내내고있었다.    나이트클럽에 나와서 처음 당해보는 행패질인지라 겁이 더럭났지만 그속에 황보숭이 끼여있는것을 보자 마음속에 불기둥이 치솟았다. 황보숭은 초영이가 순결하다는것을 알자 다시 회복하자고 여러번 찾아왔지만 여지없이 내쳐버렸다. 그래서 오늘 황보숭이 잔뜩 비틀어진 심사로 사단을 일으키고있는것이다. 《여러분, 하찮은 제노래로 기분잡칠것 없어요. 가수가 많으니까요. 전 퇴장하겠습니다.》   초영이는 외투를 걸치고 출입구쪽으로 걸어나갔다. 《어, 아가씨. 그래서 되겠소? 아가씬 저기 우리 황보아우의 본처였다는데 남편 의 명령을 거역해서야 안되지. 으허허허…》 《저리 비켜요. 류망!》 《뭐라구. 입은 까졌는데. 그런데 그렇게 바락바락 악을 쓰는게 더 귀엽네.》   옆에 어중이떠중이들도 맞장구쳤다. 초영이가 안절부절하는데 귀익은 목소리가 귀전을 때렸다. 《여보게들. 무식한 사람들 같잖은데 이게 무슨 실례요. 모두 길을 비키시오.》 《여허—넌 어데서 삐여져나온 망아지냐? 오, 네가 서우인지 염소인지 하는 껄렁 이구나. 듣자니 우리 아우님의 미혼처를 넘본다며? 어디 좀 체조를 시켜볼가.》 《네 아우란게 어떻게 생겨먹은 물건이니?》 《여기 이 어른이다 짜식! 너 상급생이라구 그때 우쭐댔지? 저 녀잔 원래 내가 주무르던 녀자였어. 네가 무슨 상관이길래 ××에 보리알 삐치듯 하는거냐!》   황보숭이 가슴을 툭툭 치며 나섰다. 《그러냐! 이제보니 장미꽃이 썩은 소똥에 꽂힐번했구나. 그럼 오늘 나에게서 교육 좀 받아야겠다. 너절한 자식!》 구레나루터가 시퍼런 주먹을 언뜻하더니 황보가《아이쿠》하며 벽에 뒤통수를 박았다. 좀해서는 격동되지 않던 그는 수모받는 초영이앞에서 더는 자제할수 없었다. 《저새끼! 감히?! 얘들아, 저 털보새끼의 문지 좀 털어줘라.》 코수염쟁이가 선참 달려들자 선우정이 초영이를 밀어내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선우정의 친구들도 달려나왔다. 광증이 난 일곱마리 황소가 날뛰였다.…급해맞은 초영이가 《110》을 불렀다. 아츠러운 경적소리에 황보숭네패가 줄행랑을 놓았다. 《어이, 나 칼에 찔렸네.》   선우정이 쓰러질듯 땅에 주저앉았다. 《어디? 몹시 찔렸나, 동초, 택시불러!》 선우정이 친구의 부추김을 받아 택시에 오를때 초영이가 달려왔다. 《잠간요.》 《아가씨는?》 《저도 함께 가야해요.》   택시는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 선우정은 엉뎅이를 두곳이나 깊이 찔렸다. 그날밤, 초영이는 선우정의 곁에 지키고앉았다. 《미안해요. 저때문에…》 《집에 가야는걸 그랬소. 공연히》 《안요. 전 여기에 있어야 해요.》   이튿날 아침, 스물댓 되여보이는 깔끔하게 생긴 녀자가 병실에 뛰여들어오더니 독기어린 눈으로 초영이를 피나게 찍어보았다. 《거기는 누구죠. 남의 남편곁에》 《아—네. 사모님이시겠군요. 사실 그런게 아니라 저분이…》 《뭘 그런게 아니요. 썩 물러가요. 내가 모를줄알구! 흥》   초영이는《잘 치료하세요.》 한마디를 남기고 미화의 눈총에 가슴이 펑 뚫린채 빠져나왔다. 그날 이후 선우정은 더구나 안해의 닥달질을 받아야 했다.                                                                   4.       세월이 흘렀다.     움트는 4월, 하늘엔 커다란 구름송이가 멋진 돛을 달아올리고 바람결따라 푸른 바다를 누벼가고있었다. 구름너머 해는 쨍쨍한 빛바늘로 열심히 봄빛을 수놓고있다. 도시의 풍경선엔 봄냄새가 아직 짙지 않았건만 거리에 인파만은 벌써 아롱다롱했다. 계절을 당겨오는 류행녀인들은 벌써 여름단장을 다투듯 겨끔내기로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여름녀자들은 벗지 못해 입는다던가. 선우정은 그런 모습들에 한번쯤 회심의 미소를 날렸다할가.     선우정은 자전거핸들을 시초대소쪽으로 꺾고 슬슬 바퀴를 굴려갔다. 선진사적보고를 듣고오라는 명령을 받은것이다. 호텔의 너렁청한 마당에 녀자용자전거 한대가 외롭게 서있었다.(허, 나보다 더한 열성분자가 있군)혼자 중얼거리던 그는 낮꿈 한자락 펼쳐보고나 왔을걸 하는 후회를 늦게나마 굴리며 회의실에 구겨진 바지를 디밀었다. 어스레한 빛속에 과연 웬 녀자가 벽가까이에 앉아있었다.    어떤 강한 힘이 선우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혼자 앉았기가 싫었을수도 있다. 《초면이지만 함께 앉아 얘기를 나누어도 될가요.》   녀자는 송충에게 찔린듯 몹시 흠칫하다가 고개를 탈며 낮은 소리로 응했다. 《빙긍빙글 도는 의자는 아니여도 앉으면 임자인데요.》저절로 돌려지는 고개를 억지로 숙이는 그녀의 얼굴에 반가움과 놀라움, 당혹감같은것이 얼핏 스쳐가다가 슬며시 가라앉았다. 물론 그것은 초영이 자신의 느낌이였을뿐. 선우정은 몰라보았다.  《기자인가요? 이렇게 일찍 오셨으니. 오늘 회의는 우리가 주인공 같네요.》    녀자는 그래도 한사코 고개를 저쪽에 돌리고있었다.(역시 소탈한 그 웃음 그대로구나. 저인 지금?) 생각과 함께 본능적인 반응이 례절성을 대치해버렸다.    (어데서 듣던 목소린데…왜 고개는 그냥 돌리지 않는담!)  《전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잔뜩 주조되였다가 나중엔 자기풍자로 된 실례가 너무 많아서 하는 말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럴거예요.》  《어느 단위에서 왔나요.》  《제가요? 제가 어느 부류에 속하길 바라는가요? 선우정작가님.》  《아니, 초영이 아니요? 연극을 놀아도 원…》  《아이유, 귀인은 잊음이 헤프다더니 인제야 알아보시네요. 이름만은 기억해주 셔서 황송해요.》  《아니, 그렇게 변할줄이야. 그리고 또…》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는 선우정은 마음이 숭숭 구멍이 뚫려있었다.(그 녀자 정말 칠면조인걸.)그는 풍편에 초영이가 원래 다니던 그 공장의 공장장이 되였다는 소문을 들은것 같았으니말이다. 선우정은 그냥 가버릴가 하다가 다시 회의장에 들어 가 구석쪽에 자리잡았다. 초영이가 한창 연설하고있었다.  《전 무슨 전형이랄것도 없습니다. 자기의 생존권을 상실하지 않으려고 모지름 써왔을뿐입니다…제가 말하고싶은것은 정리실업당한 사람들 모두가 무능력자거나 라태자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장 믿음직한 지기는 마주보는 거울속에 있다지 않습 니까. 누구나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무너져버릴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정리실업자 들의 가슴속에서 무엇이 꿈틀거리고있는지 아십니까?…》    뒤에서 수군댔다.(저 아가씨…)선우정은 연설자의 말을 듣고있다기보다 그 본인을 뒤돌이켜보고있었다. 드디여 총화연설이 있었다. 《이자 방금 백초영동무가 정리실업후 어떻게 생활의 좌절속에서 굴하지 않고 자기 할일을 찾아했는가 하는 선진경험을 말했는데 심사숙고해야 할 일입니다. 이 생활의 격류속에서도 자기 할일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도 귀찮은 존재로 느껴 질것입니다. 모두 새생활을 개척해나가는 현대관념이 수립되여야 하겠습니다.…》     선우정은 별로 적은것 없는 수첩을 주머니에 꿍져박고 첫사람으로 회의실을 나섰다. 자전거를 밀고 큰길에 나섰는데 가로수뒤에서 초영이가 가로막아나섰다.  《절 피하셨죠. 나쁜녀자라구.》    변함없이 꼭꼭 박히는 흑진주 두알이 선우정의 동공에 폭 박혀왔다. 그 꿰뚫어 보는듯한 특유의 눈에 도전비슷한 익살이 비껴있었다.  《아니요. 찾음을 방불케 하는 피함이였다고 생각해두면 더 운치있지 않을가?》  《전 잊은적 없었어요.》  《그런데…한 시내에 살면서 이게 얼마만이요.》 《무서웠거든요. 작가부인님이. 그리구…》 《작가라니?!》 《제가 선생님의 애독자인줄 모르셨죠. 벌써 10년전부터인데요. 작가님인줄은 그날 알았지만도요…제가 이래뵈두…》 《고맙소. 하지만 난 되다가만 붓쟁이요. 그리고 난 초영이를 나쁜면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지. 세상에 나쁜녀자가 있다면 그게 다 남자들이 만들어놓은거야. 지금 세월에 똑바로 걷는 사람이 몇이나 있다구. 제인생은 제가 책임져야 하는 판이니 스스로 황제구 황후이지 안그래? 초영이.》 《소설가가 다르군요. 그 말씀 들을때마다 구겨졌던 마음이 펴지는것 같아요.》 《그렇다면 불행중다행이구만. 헌데 나에게 무슨 갓자를 붙이지 말아요. 돈을 내구 노래 몇번하면 가수요, 글 몇편 쓰면 작가요, 연극 좀 잘 놀면 스타니 뭐니 하는데 좀 싱거워요. 이 세상에 도적놈들이 너무 많은것처럼 무슨놈의 가가 그리도 많은지. 마치 명패옷을 사입혀주는듯이 말이요.》 《안요. 전 진심이예요. 제 마음속엔 선우님이 작가이고 소설가예요.》    선우정은 어깨를 으쓱했다.(허, 참, 남자앞에서 하는 녀자의 칭찬은 베일을 쓰고 하는 키스와 같다던데…)하고 생각하면서도 입은 다른 말을 내뱉았다. 《칭찬은 누구에게나 모르핀같은거 아니겠소. 허허…》 《우리 저 다방에 좀 앉았다가요. 녜?》 《것두 좋지. 오래간만에 녀동생을 만났는데…》   선우정의 입에서 녀동생이라는 말이 불쑥 튀여나오자 초영이의 눈이 쌜쭉해졌다. 그들의 이야기는 진한 커피처럼 풀어졌다. 《그래 부인님 잘 있어요? 아마 그때 저때문에 몹시 성나셨겠죠? 선생님두 애먹이구요.》 《뭐 별로…하지만 지금은 억울함을 당하지 않게 생겼으니 안심해요.》 《??!!》     선우정은 씁쓸하게 웃었다. 미화는 남편이 멋없이 떠돌아다니다가 돈만 축내구 돌아와서도 태평스럽게 소설을 쓴답시고 제정신이 아닌데다가 웬 고운녀자때문에 칼까지 맞고 돌아다니지 해서 여간 뒤틀려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국돈벌이 나간다 고 가더니 돈많은 사장령감에게 찰싹 들어붙고말았던것이다. 《그래서 가운데 방해될것두 없구하니 밀구 당기구 할것없이 제갈길 가기로 했소. 참, 그동안 초영이도 가정일구고 아기자기 살겠지? 초영이는 워낙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는 녀자니까.》 《저요? 호—참 저때문은 아니였던가요?》 《아니, 아니요, 참 소설감 제공한다지 않았어? 그간 경력을 상상할수도 있겠지 만 들으면 가슴을 칠것같아.》 《작가신분으로 들으시겠어요?》 《아니, 오빠로서.》 《오빠? 그만두자요.》 《아니? 왜 그래? 그럼 량심으로 듣지.》 《좋아요. 얘기하지요. 소설로 써요. 제목은 <바르게 살려는 녀자>예요.》    …선우가 칼에 찍힌 그날 이후 초영이는 가수노릇을 꿍져박았다. 이쯤하면 제모습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선우가 피로써 지켜주는 마음의 저변에 깔린 그 기대를 보아서라도 더는 자기를 학대할수 없었고 마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의 눈에 너절한 녀자로 남아있고싶지 않았던것이다.                                                                    5.       원래 초영이는 공장에 적은 두었으나 할일이 없었다. 공장일도 시원하게 풀리는것같지 않았다. 왕씨한테 날아가서 새롭게 시작할가 생각도 했지만 어머니가 시름시름 앓고있어서 종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마침내 공장이 거덜나고 파산이 선고되여 경매에 붙여졌다. 초영이는 밑져 본전이라고 왕경리에게 소식을 전했다. 왕경리가 경매에서 이기고 공장을 접관했다. 그는 초영에게 총경리를 맡기고 경제권, 인사권까지 도거리맡겼다. 그는 초영이의 재능을 믿어의심치 않았던것이다.    초영이는 텔레비대학을 다니며 배운 관리학지식을 한껏 발휘해볼 기회가 생기자 죽기내기로 접어들었다. 그는 일본중소기업가들의 경영관리모식을 모방했다. 우선 번다한 지도기구를 간소화해버렸다. 놀고먹는 수탉들은 제갈데로 가게 하고 로동자들도 자원원칙하에서 알쭌하게 묶어세웠다. 죽을고비에 살길이 나진다고 저저히 진정 한 주인공의 자세로 나왔다.     반년지나 로임을 착착 내주고 일년후에는 장금까지 쑥쑥 올라갔다. 물론 왕경리가 뒤를 받쳐주었고 그만큼 초영이도 실속있게 해제꼈다. 2년후, 전시 18개 국유 기업에서 세집이 겨우 밥벌이하고 나머지 열다섯집은 말이 아닌판에 유독 초영이네 공장만이 만가동을 걸고 들끓었다. 그해 년말, 기업개혁경험교류회의가 제정한 날자에 열렸다. 초영이는 선진기업가로서의 자호감에 가슴뿌듯했다. 드디여 자기의 가치를 찾았고 이제 녀성기업가로 더 높이 나래쳐볼 판이였다…     그러나 호경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자고로 돼지는 살찌면 운이 좋지않다는 말이 있다. 선진기업이 되였다하니 겉으로는 둥둥 띄우고 밑에서 벽을 구멍내고있었다. 닭을 잡아서 금달걀을 빼내려한 우직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차차 그렇게 번져갔다. 아 글타글 벌어서 여기저기 “부조금”으로, “공헌”을 흘러나가는데 막아낼수 없었다. 여기저기에 낯을 내야만 했다. 순진한 초영이는 기실 세상이 돌아가는 내막을 다 모르고 아롱다롱한 꿈을 꾸었던것이다. 초영이는 마침내 연약한 녀자의 몸으로 더는 공장을 운영할수 없다는것을 느끼고 사퇴하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후엔 환경처에 청소공으로 들어가 새롭게 시작하게 되였던것이다… 《장하오. 난 초영이의 능력을 믿고싶소. 그리구 생활속에서 시대소설을 읽게 해줘서 고맙구요.》 《처음 페부에 스미는 말 해주어서 제가 오히려…》 《자, 저녁식사나 하지. 소설소재값을 외상으로 해서는 안되겠으니까.》 《어머, 인정 한번 찐하시네요. 오늘은.》 《무슨 말이요. 바위는 겉으로만 보는거 아니요. 뿌리가 깊다구. 내가 딱 그런 바위라는 말은 아니지만.》     선우와 초영이가 저녁까지 걸치고 거리에 나서니 택시차도 뜸해진 밤중이였다. 《바래줘요. 택시를 말고요.》 《그래. 초영이와 함께 걸을수 있는 길이라면 만리길도 기꺼이 가고싶소.》     초영이가 선우의 팔을 살며시 꼈다. 어스름달빛속에 길게 늘여진 희끄무레한 두 그림자…아, 어려운 인생길에 백년을 기약한 인연이라면 얼마나 좋을가?)너무나 지쳐버린 자신에게 시름놓고 기댈수 있는 커다란 기둥처럼 가슴 깊이에서부터 솟아있은지 오랜 선우를 살며시 훔쳐보며 초영은 한숨을 호—내쉬였다. 전생의 연분까지는 몰라도 돌이켜보면 어려운때마다 운명적이였던 그 만남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로처녀의 가슴속에 보라빛 동경의 세계를 구축하게 하였던것이다.    이밤, 등을 꼬브린 하현달이 창안을 엿보다가 그만 지쳐서 서천에 기울고 밤은 새벽을 당겨왔는데도 초영은 두눈을 초롱초롱 뜨고 누웠다. 녀자는 단순히 추워서 이성의 따스한 품속을 그리는게 아니다. 서른살을 바라보는 녀자의 생리수요도 스스 로 속일수 없는것이였다.     그러나 감각만을 추구하기에는 너무나 자성적이였던 초영인만큼 황보숭에게서 실망한후 사랑의 쪽문에 아예 녹쓴 자물쇠를 잠그었었다.(그이는 자유의 몸이라 했었지? 그말에 어떤 암시는 없었을가?)물과 젖처럼 마음과 마음이 녹아들고 령혼과 령혼의 얽힘속에서만 맛볼수 있는 안전하면서도 보람차고 정서적인 그 모든 감각을 줄수 있는 남자는 선우밖에 더 없다고 생각하니 더구나 마음이 짜릿해났다. 자신은 사랑의 렬차를 놓쳐버린 지각생이지만 선우라는 사나이가 몰고가는 인생렬차에 올라타야만 살것같았다.     남들은 찢어지고 잊을수 없는것이기에 첫사랑이라지만 처음 만나고 그에게서 도움을 받을때 벌써 자기의 첫사랑은 아이들의 소꿉질같은 실패작이 아닐가 하는 위구심을 보듬은 그녀였다. 순정의 꽃대문을 꽁꽁 닫아두었지만 무시로 찾아돠 두드리는 선우정을 생각하면 화가 복이 되는듯 싶기도 하였다. 행복의 한쪽문이 닫기면 다른 한쪽문이 열릴수도 있는게 인생현장이 아닌가…     그날, 차안의 도적에게 려비를 털리우고말것을 그 고마운 사나이가 수호신처럼 지켜주었으니말이지 어쩔번했던가. 대번에 믿음이 확 실린 초영이는 식당에서 맥주를 나누며 도와달라고 실토정했고 제이름 밝히는것은 꺼려하면서도 사나이는 쾌히 응낙 해왔다. 하여 그 아슬아슬한 시각에 절주있는 구두발소리로 침착성을 다져주었고《차예!》하는 엄엄한 목소리로 결전의 신호를 보내주었던것이다. 그는 다른 도시에 가서도 초영이의 든든한 뒤심이 되여주었다.그가 아니였더면 초영이는 빚은 커녕 메돼지잡으러 갔다가 집돼지 잃은격이 되고말았을것이다.     물론 그때는 일종의 두려움같은 심정으로 존경했고 오빠에 대한 녀동생의 마음으로 고마워했을뿐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존경과 신뢰가 어떤 숙명적묵결을 지어주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에서 남자는 공격형이고 녀자는 방어형이라는 전통적인 애정 스케줄도 지금 초영이에겐 색바랜 계률이다. 그래. 래일 먼저 전화를 쳐야지…)    초영이는 터질듯 부푼 자기의 젖가슴에 다시다시 수집은 순정을 보듬어보며 선우를 찾아 에덴동산에 올랐다.…    그날, 세번째로 초영이를 만나게 된 선우도 사나이로서 응당 가져보게 되는 녀자의 매력에 깊은 한숨을 톱았던것은 사실이다.(서로 마주보는 청산이 되지 않기를 바래요)하며 눈가에 미풍을 싣던 초영이의 동탕한 얼굴을 사진찍으며 선우도 속말을 하였다.(그래. 우리의 사랑은 덜기가 아니라 더하기로만 돼야겠지. 사랑했었다구. 알겠니? 귀여운 녀자야!)    선우는 워낙 점액질이여서인지 불붙는 사춘기에도 이성에 대해서는 한심하게 보수적이였다. 아마 어려서 부모를 잃고 새끼 특무로 몰리며 조약돌처럼 값없이 자란탓일수도 있었다. 그러나 철들어 자기 생명창조에 들어가서는 패기가 넘쳤다. 고중 이나마 간신히 마치고 환경위생처에서 쓰레기차를 몰면서도 경리라는 별호를 가질 만큼 활약적이였고 궁량이 넓었다. 그는 주어진 운명에 고스란히 한목숨 내대고 싶지 않았던것이다. 어릴때 굳어진 렬등감에 비관적성격이 굳어졌지만 생활과는 열렬히 포옹하고있는터이다.     막로동자치구 책벌레라면 드물긴 했지만 확실히 그는 많이도 읽었고 아는것도 많았다. 그는 행정적으로는 최하층의 존재였지만 사회는 그를 유망한 문인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였다. 그는 쓰레기차운전수로부터 환경처선전간사로 소환되였고 자기 인생마당에 자신의 동상을 열심히 조각해왔었다.     썩 늦게 장가를 갔지만 그의 모든 열망은 녀자의 몸에가 아니라 독서, 창작이였다. 그래서 신혼의 나날, 착착 감겨드는 안해에게서 받는 자극도 오래가지 못했다. 련애할때는 다감하고 재미가 샘솟는 녀자라고 여겼는데 차차 지내보니 금시 자글자글 끓는듯 하다가도 어느새 앵돌아져 살얼음이 선뜩하고 또 그우를 걷게 하는 미화에게 진저리쳐질때면 더구나 책과 펜을 벗삼았다.     미화가 바닥까지 환히 꿰뚫어보이는 시내물같기도 하고 틀어놓아야 요란스레 흘러나오는 수도물같은 녀자였다면 초영이는 겉흐름은 유유하나 속깊은 곳에서 사람을 휘감아치는 소용돌이가 있어 영원히 자맥질하게 만들 호한한 강물같은 녀자라고 느껴졌다. 선우는 그 깊이를 알수 없는 사랑의 강물에서 익사하고싶었던것이다.     바람새 부드럽고 해볕 따스한 일요일날, 초영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록 로처녀이긴해도 동정을 지켜온 초영이와 늦은봄의 련가를 엮는다는것이 너무 로맨틱하지 않을가 저어되기도 했지만 초영이와 함께라면 점점 삭막해지는 이 인정세계에서 둘만의 오아시를 가꾸며 오래오래 즐겁게 살아갈것만 같았다.     초영이의 얼굴은 찬란한 광한에 싸여있었다. 그도그럴것이, 사랑에 취한 녀자의 얼굴은 어느때보다 아름다운 법이다. 정차게 깜박거리는 긴 속눈섭에 하많은 사연들이 맺혀있는듯 싶었다. 도안이 너무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무늬간 적삼에 받쳐입은 품위있어보이는 스커트와 잘도 어울리는 미끈한 몸매가 그렇게 매력적일수가 없었다. 그녀의 온몸에서 싱싱한 향기가 풍겼고 미모의 녀자들이 거개 그러하듯 대리석같이 싸늘한 느낌을 줄대신 우아하고 부드러운 모습이 더구나 이채로웠다.  《나오셨군요. 안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요. 경박하다고 숙보지는 않겠죠?》    예이제 눈으로 말하기 좋아하는 지성적타잎의 녀자가 걸어오는 눈전화이다.  《천사가 부르는데야 기쁘게 달려왔지. 초영이, 초영인 내 마음속에 뿌리내린지 오랜 사랑의 금자탑이였다구요. 사랑스러운 내 미인아!》    선우의 눈에서 발산하는 전파였다. 그들은 림간의 소로를 따라 가고 또 갔다. 낮다란 고개도 두개나 넘고 굽이도 몇개 돌았다. 선우가 조용히 웃고있는 함박꽃 한송이를 꺾어들었다. 《제가 곧 시들어버릴 함박꽃으로 보이지는 않나요?》 《너무 싱싱해서 독기가 풍기는것 같아. 가시속에 꽁꽁 숨어온 들장민가?!》 《아이 미워라, 그럼 왜 먼저 찾아주시지 않았나요?》 《난 이미 한고개 넘어온 지친 나그네처럼 벼랑우에 핀 꽃을 멀리서 보아야만 하는 그런 처지일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다가 누가 먼저 훌쩍 꺾어가면 어쩔려구요?.》 《하긴 지금도 꽃을 슬며시 바라보는 속절없는 잎일수도 있으니말이요.》 《싫어요. 꽃은 잎에 받들려있어야 시름놓고 꽃꿈을 꾼다나요. 호호…》 《어이구, 제법 상징사가 나오는군.》 《닮았어요. 선우씨를.》     아닌게 아니라 초영이는 선우와 만나면 자신이 그의 말투를 따르게 된다는것을 느끼고는 혼자 웃은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별로 생각하지도 않고 경구 비슷한 말로 운치있게 자기의사를 표달하는 선우에게 늘 탄복이 갔고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이 시각, 영원히 지지않을 사랑의 태양이 머리우에서 축복해주는듯 싶었고 미지의 그 세계속에서 선우와 함께 훨훨 나래치고싶었다.     그녀의 늦어진 사랑은 풋내기소녀들의 첫사랑과 달랐다. 소녀들의 첫사랑은 수집음과 망설임속에서 천천히 타오를수도 있고 천천히 열을 가할수도 있는것이다. 그러나 초영이의 사랑은 오래동안 잠자던 활화산이 폭발하듯 거대한 화염을 토하고 있다. 선우도 피부로 그것을 읽고있다. 조금은 철늦어진 꽃을 보는 느낌이였지만 초영이의 얼굴은 홍조로 물들어있었고 온몸이 그대로 불타오르고있었다. 《저 혼자 너무 힘들었어요. 저를 지켜주세요. 전 지쳤어요.》 《믿어주어 고맙소. 우리 함께 끝까지 걸어보자구. 전체가 울퉁불퉁한 길은 없을테니까. 내 사랑의 바위밑에서 용솟아 마를줄 모르는 옹달샘이 되여주오.》     어린애같이 차분하게 안겨드는 초영이의 날씬한 허리를 감싸안으며 선우는 눈으로 물었다.(난 나그네인데 후회하지는 않겠나?)   초영이는 대답대신 긴 속눈섭을 살며시 맞붙이며 꽃술같은 입술에 물기를 머금었다. 선우의 탄력있는 입술이 입술을 애무할때 초영이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6.       요즈음 초영이는 두가지 사랑의 선물을 열심히 준비하고있었다. 하나는 선우가 꿈꾸던 첫소설집을 펴내게 하는것이였고 다른 하나는 부끄러우면서도 몸을 달구게 하는 그 장엄한《례식》을 올리는 일이였다.     선우에겐 비밀로 붙이고 독단독행할 예정이였다. 그래도 선우님은 다 받아주리라 믿었던것이다. 그동안 알뜰히 모아두었던 소설들을 다시 정히 타자하고 표제도, 삽화 도 저혼자 해냈다. 제목은 선우의 대표작이라 할수 있는《미완성작》으로 선정했다. 서문도 직접 심장이 시키는대로 소박하게 진솔하게 썼다.     드디여 최신정장본으로 된 소설집이 나오고 서점매대에 진렬되였다. 련며칠 서점에 지켜서서 보니 책은 잘 팔리고있었다. 그는 선우를 위해 축원의 뜨거운 눈물을 머금었다. 초영이는 시집가는 첫날색시의 울렁이는 가슴으로 선우와 오래간만에 마주앉았다. 《참 세상에 희한한 일도 있지요. 서점에 선우정소설집이 나와있지 않겠어요. 제목은 <미완성작>이였는데 어찌나 잘 팔리는지 저도 한권 샀어요. 보실래요?》 《지금 무슨 생무우같은 롱담하는거야?》 《롱담이 아니라니까요. 자 보세요.》 《아니, 이게 무슨 감투끈이야. 누가 내 작품을…》 《범죄자는 눈앞에 있어요. 저작권침해죄로 기소하지는 않겠지요?》 《아니? 초영이가?!… 그런데…초영이! 고맙소. 내가 꿈꾸는거야 아니겠지.》 《당신의 실현된 꿈은 저의 사랑의 선물이예요. 필을 꺾지 말고 써내세요. 두번째, 세번째 소설집을 펴내자요. 제가 피를 팔아서라도…》 《고마워, 초영이. 그래 써야지…청산이 있는데 땔나무걱정은 없을레라…》    선우정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지금은 소설을 쓰기도 어렵다. 상품으로서의 소설은 다르지만도 인간희비극의 세부와 복잡다단한 인간의 감정을 피상적으로 그릴수 있겠으나 생활의 저변에서 흐르고있는 인간고와 비리와 사람들 가슴속에서 배회하는 볼수도 만질수도 없는 그 진실한 그림자를 굵은선으로 그려내고 생생하게 재현시키기란 정말 힘에 부치는 일이 아닐수 없다. 《그래도 쓰세요.》    그들은 교외쪽으로 택시를 몰게 하였다. 남산언덕에서 불야성의 거리를 내려다보며 초영이가 속삭였다. 《선우씨, 우리 결혼해요. 내 전반생은 회색구름속 오솔길이였지요. 당신이 곁에 있어주면 꽃구름만 필거에요.》 《나도 초영이를 사랑한지 오래였소. 그러나 바람새 세찬 세월에 뜬구름이 되지는 말아주오, 나도 녀자에게 지친 나그네라오》    초영이는 선우의 푸근한 가슴에 차붓이 기대였다. 그렇듯 고요한 이 밤의 정취속에서 그녀의 마음은 물먹은 해면처럼 나긋나긋해지고 뜨겁게 달아있었다. 그 모든 애달픈 사연은 사라져버리고 머리우엔 찬란한 별빛이 끝없이 흐르고있었다. 그녀는 한줄기 가벼운 바람결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풀밭에 무너져내렸다. 어금이 사이에서 사랑이 부서지는듯한 달콤한 신음이 새여나갔다……     밤안개같은 몽롱으로, 봄날언덕의 아지랑이의 가물거림으로, 세찬물결의 충격과 흔들림에 따라 여지없이 뭉개지는 꽃밭의 어지러움으로 엇갈리는 의식속에 두사람의 몸에서 불덩이들이 연신 빠져나가 풀들을 누렇게 태우고있었다.   …초영은 누구에게 빼앗길가 두려워하듯 선우의 근육질의 어깨에 바싹기대여 산을 내렸다. 발밑에 비탈길은 울퉁불퉁해도 걸음만은 가벼웠다. 선우와 함께라면 그 어떤 비탈길도 휘청거리지 않고 똑바로 걸을 자신에 넘쳐 가슴은 한껏 높아지는 그 만큼 둘이의 사랑은 2×2=5라고 생각하며 가마목에 엿가락처럼 흐믈흐믈해졌다…                                                1995년2월10일
188    (소설) 사랑의 의미 댓글:  조회:11484  추천:0  2012-10-18
                                                           사랑의 의미                                                                  최 균 선       생물종이 바뀌여져서 잠들줄 모르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창출해내는 소리와 큰 거리, 작은 골목들에 즐비한 식당들에서 풍겨나오는 느끼한 냄새, 길가의 집집들의 텔레비에서 울려나오는 련속극소리와 류행가소리…     어느 잡스러운 놈이 몰래 덮개를 들어가서 로출된 하수구에서 솟구쳐나오는 썩은 냄새와 무어라 꼭 짚어서 말할수 없는, 사람들이 발산하는 이런저런 이상야릇한 열기로 변경도시의 야경은 요기를 띠고 잔뜩 신들려있다. 낮은 땀흘리는 사람들것이고 밤은 향락할 여유가 있는 유한계층들의것이라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리라.      이튿날 필주가 정신을 차리고보니 병원이였다. 침대곁에 낯모를 미모의 아가씨가 그린듯서서 자기에게 조용히 미소를  쏟고있었다. 알맞춤한 키에 몸매는 물찬제비같았고 해당화처럼 탐스럽고 화사한 얼굴에 말아삼킬듯 서글서글한 그녀의 정깊은 눈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녹여주는 따스함과 부드러움이 흐르고있었다. 그속에 미묘한 전파가 흐르고있었다.      (아!? 당신이였군요? 언제 왔어요? 어쩌면?…)     필주의 눈이 그 눈전화를 받고있다. (당신이 유나이지? 아름다운 내추억속의 소녀야! 너였구나,) 필주는 잠시 눈을 살며시 감았다. 부끄럼을 잘 타서 늘 얼굴이 익을사해있던 어여쁜 소녀애의 모습이 세월을 거슬러 동년의 언덕에서 웃고있는듯 싶었다 “아이참 죄송해요. 나때문에 그만…” “아가씨는 …? ” “당신은 저의 생명의 은인이예요. 어제밤 제가 쓰러진것을 업어내온 사람이 당신이라고 하더군요. 난 먼저 깨여났지요. 고마워요.” “고맙긴, 그런 경우엔 겁쟁이도 한시간쯤은 영웅인체 할수 있답니다. 한시간은 너무 길고 적어도 3분쯤은 그렇게 할수 있을것입니다. 하하하…” “목숨을 건 일인데 무슨 장난처럼 말하네요. 전 정말 죽는가 했었는데…”     그린듯 고운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듯싶더니 어느새 똥랑똘랑 떨어지고있었다. “아, 그러니 전혀 낯선 얼굴이 아니구만. 우리 고모네 맞은켠집에 살던? 이름은 유나이고…역시 우린 어떤 인연이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어제 신이 아가씨를 구해주라고 나를 보낸것같습니다. 안그래요?”  “네, 당신은 필주라고 하지요? 전 이번에 정말 수호신을 만난것이야요. 우린 어릴 때 몇번 강변에랑 가서 놀았지요? 그때 방학이 되면 고모네집에 놀러온다고 하던 말이 기억에 남았어요. 고중을 다니면서부터 놀러오지 않는것같던데 이번엔 어쩐 일로…? 두분이 다 한국에 나가고 집이 빈지 몇달 된다고 하던데요?”  “네. 그래요. 고모네집이 내집과 같아서 열쇠도 그냥 가지고있지요. 어제 저녁에 기차에서 내리자바람으로 집에 안나가고 먼저 여기 들렸어요. 고모부의 서재에서 욕심나는 책이랑 가져가려구요. 그런데 이런 공교로운일이 있을줄이야, 어느 집에서 먼저 불이 난것같은데 아가씨는 어떻게 되여 그 위급한 관두에 혼자 쓰러지게 되였나요? 다른 식구들은?…”  “예,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있었는데 3년전에 엄마가 그만 저 사망……”  “아참, 홀어머니의 손에서 커가는 애라고 저의 고모가 말씀을 하던것을 깜박 잊고있었군요. 정말 훌륭한 아주머니이셨는데…미안합니다.” “아니요, 참 그런데 고모에게서 관내 어느 대학에 갔다는 말은 들었는데 지금은 어데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나 재작년에 졸업하고 서부지구지질탐사국에서 일합니다. 늘 배낭을 걸머지고 승냥이처럼 산발을 누비고다니지요.”     그저 우연한 상봉만이 아니였다. 서로가 어떤 기연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은 대번에 친숙해졌다. 유나로 말하면 방학마다 룡정에서 놀러오던 준수하게 생기고 마음도 계집애처럼 부드러웠던 필주란 사내애가 그냥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존재였는데  이번엔 생명의 은인으로 되였으니 정녕 운명적인 만남이라고도 할수 있었다.        아직은 서로간에 어떤 고백도 약속도 할수는 없지만 서로를 응시하는 시선속에는 그 이상의 절절함이 숨어있었고 이미 서로의 그 진한 무언의 고백을 감지하고있다는 신호가 깔려있었다.     희고 번듯한 이마, 숱많은 새까만 눈섭, 산줄기처럼 곧추 뻗어내린 코마루, 골깊은 인중아래 륜곽이 선명한 붉은입술…세월은 한 소년을 이렇듯 준수한 남자로 만들어주었다. 그 남자가 넓고 미더운 등으로 자기를 불속에서 업어내왔다는 사실이 유나를 다시 한번 목이메게 하였다. 이미 다 숙성한 처녀이고 여러 남자들의 추구를 받고있는 그녀였지만 가슴에 처음으로 끝도 한도없이 만들어지는 인연의 실이 청실홍실 늘여지고 있음을 느끼면서 몰래 얼굴을 붉히고있었다. 남자가 아무리 험한길로 멀리멀리 가도 끊어지지 않고 동이 나지 않을 그런 금실이라고 믿었다.     가슴이 설레이기는 필주도 마찬가지였다. 한창 나이에 일년치고 절반이상을 산속에서 천막을 치고 되는대로 자고 먹고하는 생활을 하여야 하는 그로 말하면 인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이루고 아기자기하게 살고싶기도 한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사랑할 사람이 없는 사람일것이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지금 바로 사랑을 하는 사람일것이다. 사랑, 이 얼마나 젊은 혼을 사로잡는 감미로운 말인가?     필주와 유나는 그렇게 알게되였고 드디어 첫사랑의 뜨거운 열풍에 혼신을 불태우게 되였다. 녀자애가 비록 대학도 졸업하지 못하고 백화상점에 영업원으로 박봉을  타고있는 흔하디 흔한 그런 도시아가씨였지만 필주에게는 둘도없는 백설공주였고 자신은 백마왕자이고싶었다. 유나는 당당한 대학졸업생이 평범한 녀자인 자기를 그렇게도 좋아하는지 야릇했지만 녀자로서는 그이상의 행복한 일이 있을수 없었다. 문벌도 없고 재산도 없다. 밑천이라면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미모뿐이다.     …사랑하는 녀자를 홀로 남겨두고 머나먼 곳으로 다시 떠나야 하는 필주의 마음은 더없이 아팠다. 떠나기 전날 유나가 필주를 찾아 룡정으로 달려왔다. 그들은 달빛을 밟으며 해란강둑길을 거닐었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백년후의 일을 생각하며 가슴을 달구었다. 필주가 식지를 내들었다. 유나도 촉기빠르게 길고 매끈한 자기 식지를 내들었다. “유나! 사랑해!!이밤 손가락을 걸고 한 우리의 사랑은 백년을 가도 변치않는거야, 자신있으면 걸어,” “필주씨도 마음이 변하면 안돼요. 알았지? 나 유나는 렬녀춘향처럼 일부종사를 맹세한다. 호호호…”     연두색 적삼에 받쳐입은 짧은치마는 그녀의 준치같이 미끈한 몸매를 더없이 우아하게 해주면서도 조금은 현대파적인 거리아가씨를 련상시켜주었다. 그림속에 선녀를 련상시키는 이쁘장한 얼굴은 달빛아래 빨갛게 홍조를 머금고 있었는데 온몸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음을 암시해주고있었다. 그토록 은근하게 달래오던 갈망이 그대로 불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몇번은 떨리는 혀가 엉켰고 다음은 본능적인 몸짓이 더욱 격렬해졌다. 미칠듯한 열정과 흥분에 휩싸여있을 때 누구에겐들 감정상에서의 은밀한 활동이 발로되지 않으랴!     유나는 소녀시절의 부끄러운 꿈을 회상했다. 그때의 몽롱하던 꿈이 오늘 필주라는 멋진 남자로 구체화되여서 지금 자기를 억세게 안아주고있다는 느낌이 황홀하기만 했다. 바야흐로 몸과 몸이 하나로 엉켜질것을 바라는 필주의 뜨거운 입김을 얼굴에 느끼며 남자와의 첫비밀을 가져얄 자신이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여서 숨이 막혀버릴것만 같은 감동으로 몸을 비틀었다. 이자리에 아예 누워버리고싶기도 하였다.  “필주씨. 나 다 내줄게 가져, 다가져, 아무때건 나는 당신거니까.”  “고마워, 유나! 그러나 지금은 아니야, 나 너를 곱게곱게 지켜주다가 화촉동방 에서 순결하고 향기로운 꽃을 마음껏 흔상할테야, 알았지? ”     필주는 더욱더 녀자의 몸을 밀착시키고 오래오래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을뿐 그 이상의것을 요구해오지 않았다. 그러나 유나는 녀자의 본능으로 남자가 무엇을 바라 고있다는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었기에 불덩이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필주의 몸을 받을 준비를 하고있었다.  “사랑해요, 필주씨!지금 내가 원하는거애요. 나도…”     필주는 처녀의 푹신한 육체를 부시고 파뭉개고 다시 조합하고싶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소중함을 이렇게 경솔하고 창졸하게 파괴하고싶지 않은 내심의 갈등때문에 몸서리쳤다. (아, 얼마나 아릿답고 사랑스럽고 순결하고 다정다감한가! 눈을 꼭감고 자기의 줄키스를 열렬하게 받아무는 이 녀자의 머리속엔 어떤 화면들이 떠오르고 있을것인가? 한창 흐드러지게 꽃피여있는 꽃이 한줄금 격정의 비를 바라는 심정일가? 그러나 나는 이 녀자에게 리성의 우산을 씌워주고있구나…) 유나는 그저 말없이 남자가 하는대로 자기를 맡겨두고 숨소리만 끓여올렸다…     필주가 떠나는 날 유나는 목에 매달리며 울먹거렸다.  “필주씨, 곧 일자리를 바꿀거죠? 난 당신없는 날을 상상할수 없어요. 그리구 나 원래 고독과 기다림에 견뎌내는 검질긴 체질이 아니애요. 어서 달려와 날 지켜야해요. 알았지? 응!”     필주는 말없이 녀자를 꼭 껴안아줄뿐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랑하는 남자는 훌쩍 가버렸다. 유나는 삽시에 모든 끈이 떨어져나가고 혼자 남겨진것같은 허탈감이 그녀의 가슴을 가득 채워주었다. 고독속에 누구를 그리워한다는 마음은 슬픔이면서도 절절한 희열이 숨겨진 기쁨이기도 하건만 저혼자 익어가는 가을이 쌀쌀한 바람과 함께 밀려들 때 그녀의 마음에도 붉게 타다못해 누렇게 황이든 락엽이 한잎 두잎 쌓여가기시작했다. 견우직녀처럼 그리운 님을 만날 그 일년이 그에게는 진짜 십년맞잡이로 느껴지였다. 유나는 자기의 일기장에 사랑시를 끄적이는것으로 필주에 대한 그리움을 보듬었다.                     첫사랑의 감회는                     몽롱한 초생달                     수집어 자꾸만                     엷은 구름속에 숨네요.                       첫사랑의 감회는                     피기를 기다리는 꽃망울                     조용히 조용히 봄비의                     애무를 기다리네요                    첫사랑의 감회는                    심령의 탐색인가요                    모지름쓰며 또 다른                    절반의 자기를 찾네요.        그런 지루한 나날속에 격정에 넘지치던 첫사랑의 서정시는 그리움에 애간장이 녹고 기다림에 지친 그녀의 마음속에서 차차 산문시로 번져가고있음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무서움에 몸을 바르르 떨었고 방울방울 눈물을 흘렸다.     필주는 다음해 음력설에야 날아왔다. 비행장에 달려나간 유나가 거칠어진 남자의 얼굴을 얼없이 쳐다보다가 불쑥 튀여나온 말이 걸작이였다.   “아이, 미워죽겠어!”  “보고싶어 미칠번했어.”  “거짓뿌리, 그렇게 나 보고싶으면 그동안 일터를 바꾸어버릴게지?”  “나 배운것이 지질탐사가 아니야? 그리구 사람은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할 때 가장 빛나는법이야, 좀 기다려줘, 실적을 쌓으면 연구원으로 들어앉게 될거야. 그땐 유나를 그냥 업고다닐테니까. 하하하…아니면 이번에 아예 결혼해버릴가? 응!” “싫어, 결혼하고나서 더구나 어떡해? 독수공방 생과부가 되라구? 혹시나 그새에 아이나 생기면 혼자 어떻게 키워요?” 유나는 잔뜩 성난 눈길로 필주를 쏘아보며 동가슴을 막 두드려댔다. 그리고 앵돌아져서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견우직녀의 상봉은 그렇게도 짧았고 그나마도 티각태각하다보니 나날은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폭포처럼 쏟아져내리는 정신없는 나 날이였다. 헤여지던 날. 유나는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응석부리듯 말했다.  “이번엔 직업을 바꿀거지? ”  “… …”     다시 시들해진 봄을 밀어내고 6월이 푸름을 자랑하며 폭염속의 계절에로 걸어가는듯싶더니 어느새 호화롭던 가을이 찬서리속에 스러져갔다. 유나는 필주를 다시 인식해야겠다는 두려운 생각에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러나 그런 두려운 생각은 그녀 자신이 지배할수 없을만큼 집요하게 갈마들었다. 만남이 없으면 리별이 없듯이 리별이 없으면 그리움도 없다. 필주는 먼곳에 있다. 그들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하지 편지들은 더구나 그리움만 덧쌓을뿐이였다.     이번에는 필주가 늦가을에 왔다. 차디찬 기류에 실린 가을바람이 각일각 락엽을 재촉한다. 푸른 여름옷을 떨쳐입었던 강둑의 백양나무는 어느새 여름옷을 다 벗기우고 누렇다못해 거밋하게 풀이죽은 잎들을 지난밤 도적비에 질척해진 강둑에 맥없이 던지고있었다. 한잎, 또 한잎…  “당신 직업을 바꿀거야? 안바꿀거야? 나 더는 고독과 기다림에 지치고싶지 않아! 나 벌써 스믈 일곱이야, 오래지 않으면 여덟, 할망구가 될날도 멀지 않았구,”    필주는 아무대답도 주지 않고 녀자를 더 살뜰하게 껴안아주었다.  “나 비둘기같이 구구하며 사는 잉꼬부부가 되고싶단말이여, 그러나 당신은 나에 게 그런 행복을 줄수 없어,”  “내가 목숨처럼 사랑하는데두? 사랑이면 다 아니야? 이 성급한 계집애야!”     필주는 길게 해석조로 말할수 없었다. 말은 비록 마음의 고백이라지만 내심의 충동을 형상적으로 표달하기에는 너무나 창백무력한것이다.  “남녀의 사랑은 함께 하면서 크는거야, 기억과 추억속에서 크는줄 알았나봐, 그리고 편지나 전화속에서 사랑의 불길이 타오를수 있어? 아무래두 우린 만나긴했지만 두갈래 철길같아, 영원히 평행선으로 달리는…”  “그러니까 갈라지자구? 무엇때문에? 시간은 사랑의 시금석이고 리별은 고험의 천평이라지 않아? 기다림은 사랑의 열화를 지펴올릴 도화선이구!”  “에이, 나몰라! 나 어떡해? 사랑의 별명이 단속이란 말두 몰라? 남자들이 자꾸 못살게 묻어다닌단 말이야! 나 자기를 지켜낼 힘이 없어…직업을 바꿔요. 네? 대학생들이 어디 철밥통에 매달려 살기좋아하나요. 하해하면 알락달락한 꽃밥통이 지천으로 널려있는데, 지금 그런 로임으로 현대적인 신혼살림을 꾸릴수 있어?”     비록 유나가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남자가 진정 목숨까지 내댈수 있을만큼 자기f를 사랑한다는걸 너무나 잘 알고있다. 그리고 영구하리라는것도 알고있었다. 그러나 자기 직업에 대한 남자의 집착이 무엇때문인지 읽을수 없었다. 남자의 툭한 손가락에 녀자의 가녀린 손가락을 걸고 심장속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쌓아올린 맹세의 금빛기둥에 어느새 녹이 잔뜩 낀때문일가? 마치도 뱀이  허물을 벗는것이 고통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마다 벗어야 하듯이 유나는 자기도 격에 맞지 않는 사랑의 갑을 벗고야말리라는것을 가슴으로 알고있었다.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놓아줘요. 이젠 남자가 없으면 못살것같아, 난 늘 나를 지켜봐줄 남자를 찾을거야,”     필주는 말할수 없는 비애와 분노를 느꼈다. 거센 숨소리를 삼키느라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둥근달은 손가락걸고 백년가연을 맹세하던 그밤의 달처럼 둥글었으나 그 달빛은 아니였다. 즐거울때는 달도 따라 웃어주는법이지만 괴로울 땐 달마저 함깨 차거워지는법인가? 달빛이 오늘처럼 싸늘하다는것을 처음으로 느끼는듯싶었다. 필주는 녀자아이를 죽이고싶었고 갈기갈기 찢어발기고싶었다.  “나 죽음으로 담보할만큼 널 사랑한단말이야!  나쁜 계집애같은게,”  “미안해요. 그러나 죽음으로 담보하는 사랑이라해서 다 숭고한 사랑이 아니고 더구나 행복한 사랑은 아닐수 있잖아요? ”    “좋다. 네입으로 처음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 정말 천사의 말처럼 들렸어, 그런데 지금 사랑한다는 말은 순전히 타협하기 위한 입발림이야, 흥, 그래, 가라구!너의 치마폭에 싸여도는 남자를 찾아가란말이여, 넌 행복이란 끈덕진 인내라는것을 영원히 알것같지 못하구나. 그리구 꼴뚜기는 생선이 아니란걸 알게될거야, 하지만 네가 엮으려는 그 사랑책에 부디 눈물자국이 없기를 바란다. 안녕히!”     필주는 그렇게 짜내듯 몇마디 뱉아놓고 홱 돌아섰다. 눈물이 나올것같았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에 실패하면 운명의 작간이라고 자기를 위안하지만 필주에게는 이 시각 자아위안 할 마음의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 괴로워할수록 순수하다는 증거이고 순수할수록 참사랑의 표지인것이다. 필주는 형언할길없이 괴로웠다. (에라, 갈테면 가라, 영원함과 완성이란걸 바란 내가 어리석지…)     그는 휴가기도 마치지 않고 앞당겨 이 괴로운 땅을 떠나버렸다. 세월이 흘러갔다. 그의 사랑은 승화되여 끝없는 배려로 두터워지고 증오란 그저 밑에 깔아앉은 찌꺼기였다. 사랑은 유나의 배반으로 철저히 깨졌지만 달빛아래 손가락걸고 자기 마음의 한복판에 단단히 박아세운 맹세의 기둥을 빼버릴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진실한 감정에는 결론이 없었지만 리성적으로는 차츰 매듭을 짓고 있었던것이다…     소년시절에 아리숭한 감정속에 은근히 좋아하였던 녀자애. 그 녀자애가 한껏 성숙한 미녀로 되여 자기품에 안기게 된것은 인생의 기적이라 할것이였다. 그렇게 완미한 녀자의 사랑을 받게 되였다는것은 기막힌 아름다움을 차지하였다는것, 그런 아름다움을 받아안은 자기야말로 음양으로 이루어진 이 인간세상에서 누구보다 부자라는것, 하기에 온 세상에서 행복을 혼자 껴안은듯한 느낌이 들때마다 날개라도 돋힌듯 용기백배하여 면면한 산발들을 훨훨 날아넘었고 우등불가에 지새는 심산의 밤에도 고독을 모르고 먼곳의 유나에게 심령의 전파를 보내고 또 보냈다.     필주와 결별한 첫며칠 유나도 애석함과 후회와 가책으로 모대기다가 마침내 필주에게 사죄하려고 모아산고개를 넘었다.그러나 필주는 이미 유감과 한을 안고 먼먼 천애이역으로 날아간지 며칠되였다. 유나는 그렇게 필주와 갈라졌지만 생각처럼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필경은 자기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였고 순정을 바쳐 사랑하기로 마음을 싹 내준 남자였던것이다. 생각할수록 필주에 대한 좋은 일면과 달콤했던 추억만 봄풀처럼 파랗게 되살아났다. 필주의 어머니가 차갑게 바라보던 눈길이 칼 처럼 심장을 푹 찌를줄은 몰랐다. (아, 녀자란 남자를 등을 밀어 문밖에 쫓아내고서도 문을 닫으며 눈물짓는 모순되고 연약한 동물인가?…… )     남자와 녀자의 마음은 바이얼린줄마냥 부동한 손가락으로 부드럽거나 힘있거나 아름답거나 귀에 거슬리는 등 같지 않은 선률을 탈수 있다. 같은 사람일지라도 누가 튕기겠는지는 아무도 알수 없다. 얼마후 그녀의 감정세계에 자상하고 부드럽고 친절한 남자가 뛰여들었다. 그는 유나를 다람쥐 채바퀴 돌리듯이 싸고돌았다. 일생을 기탁할만한 남자라고 믿고 백년을 허락했다. 필주에 대한 추억의 보따리을 안고 방황하던 그녀의 마음밭에 사랑의 태양이 웃고 정열의 불비가 쏟아져내렸다.     그들은 결혼했다. 신혼은 꿀처럼 달콤했고 생활은 차분한 려행산문처럼 한페지 한페지 엮어졌다. 아이가 생겨났다. 유나는 모든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주부들처럼 아이를 키우고 밥을 짓고 빨래하고 남편에게 몸을 바치며 평온한 생활의 호수에서 자맥질했다.     그러나 놓쳐버린 새가 귀중함을 느끼는게 인간심사의 약점이던가, 유나는 자기도 모르게 가끔씩 필주의 그 정열적이고 호협하던 모습을 그려보군했다. 지금의 남편도 별로 나무랄것없는 좋은 사람이였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해서 꼭 사랑스러운 사람 인것은 아니다. 련애와 결혼은 그렇게도 달랐다. 자기가 바라던것이 고요히 펼쳐진  호수와 같은 그런 애정생활이 아니였음을 유나는 날이 갈수록 절절하게 느꼈다. 소용돌이도 없고 파도도 없는 들판 한가운데를 유유히 흐르는 그런 강물도 아니였으니  더구나 물에 물탄것처럼 맥맥하였다.     어느 날, 한국에서 돌아온 필주의 고모가 유나에게 필주가 죽었다는 비보를 전해주었다. 운남의 어느 깊은 산속에서 탐사를   하다가 실족하는 바람에 벼랑에 떨어져 비명횡사했다는것이였다. 유나는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놓고 공원의 소나무숲에서  슬프게 슬프게 울었다. 그제야 그는 자기를 알았다. 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그래도 필주가 깊이깊이 숨어서 자기를 지켜보고 함께 숨쉬고있었다는것을, (필주씨, 구천에서라도 이 무정하고 자사자리한 저를 징벌해주세요…)     며칠후 단위에 나가니 수직실아바이가 등기편지 한통을 내주었다. 봉투안에 한장의 보험단이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가슴이 후두두했다. 그는 필주의 어머니가 쓴 짤막한 편지를 읽고서야 사연을 알게 되였다.   “유나아가씨, 이 보험단은 며칠전 아들의 유물을 정리하다가 발견했소. 이속에 있는 전부의 보험액은 아가씨의것으로 되여있소. 필주가 아가씨를 사랑해서부터 보험을 시작한것같소. 그애는 아가씨와 헤여진후에도 그냥 보험금을 낸것같소. 나는 그애 가 이 보험단이 나중에 아가씨의 손에 쥐여질것이라는것을 상상못했줄아오. 그애는 그렇게 만리이역에서 외롭게 떠돌면서도 아가씨에 대한 사랑을 안고 웃으면서 살았으리라 믿소. 그애는 다른 녀자를 얻으라고 권고할때마다 자기가 손가락을 걸고 한 사랑의 맹세는 백년을 두고 한것이라면서 종시 말을 듣지 않았소.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아가씨가 밉고 괘씸한 마음같아선 아예 불태워버리고싶지만 죽어가면서도 아가씨의 이름을 불렀을 아들애의 가긍한 마음을 저버릴수가 없어서 그냥 보내니 알아서 요량껏 처리하오…”     편지를 다 읽어내려갈수 없었다. 가슴이 미여지는것같았다. 얼굴을 하늘로 들고다닐수 없을것 같았다. 그는 화장실로 달려들어가서 수도물을 틀어놓고 얼굴을 씻고 또 씻었다. 그러나 샘처럼 솟는 눈물을 다 씻어낼길이 없었다.       누구에게서나 사랑은 영원히 미완성고로서 우리가 체득한것보다 언제나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법이다. 안온한 가정생활속에서 청춘은 차차 사라져가고 자기가 추구하던 사랑도 시들어가고 기이한 인연으로 맺었던 첫사랑의 마지막 잎사귀도 떨어졌 건만 유나의 가슴속에 새롭게 새겨진 필주에 대한 깊고깊은 사랑과 사랑한다는 말의 마지막 의미는 결코 세월과 더불어 늙지도 않을것이며 죽어가지도 않을것이였다.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한것이다. 그러나 유나는 너무 늦게 알았고 그리함으로써 평생의 후회막급으로 남았다. 그래서 그 의미가 유나에게는 더 각별하리라.                                            2004 년 11 월 20 일
187    (소설) 출세기 댓글:  조회:10541  추천:0  2012-10-13
                                                 출세의 길                                                    최 균 선                                                          1       대학을 졸업할때까지만도 꿈도 푸르렀고 패기도 넘치던 그였다. 다른 동학들은 일체 “련합군”을 출동시켜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뚫으려고 동분서주할 때 그는 배포유하게 도서실에 가서 싱갱이질했다.  《야, 이 연변시골내기야, 너에겐 노을길만 펼쳐질줄 아느냐? 어느때라구 죽치구 앉아서 백일몽을 꾸냐?》     한침실에 친구들이 답답해서 지청구를 대면 영균이는 사람좋게 히죽이 웃기만했다. 사실 친구들에게 내색을 내지 않아서 그렇지 그도 속에 이미 타산이 서있었던것이다. 이 몇년래 졸업생들은 저저히 정부기관이나 합자기업에 들어가려고 뛰여 나녔지 학교에 남아서 분필가루를 먹으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영균이는 어릴때부터 교원이 되는것이 최대의 리상이였는데 대학을 졸업하고나서도 자기의 개성으로 볼때 교원이 가장 합당하다고 여기고있었다. 그는 장차 대미술가가 되려고 윽벼르고 있었다.   《나 학교에 남아 석사공부할 작정이야, 늬들 먼저 나가 돈많이 벌어라. 나중에 웃는놈이 제일 통쾌하게 웃는다더라. 이제 두구보라구.》   《어랍쇼, 꿈만은 알락달락하군그래, 하하하…》     영균이의 대답에 모두 왼고개를 탈았다. 하긴 지금 세월에 학교에 남아서 교편을 잡는다는것은 미친놈으로 간주되였다. 그러나 영균이, 그 자신은 확실히 교단에 희망을 세워둔지 오래다. 그는 자기의 오래 묵은 리상의 나무가 허무하게 말라죽지는 않 을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시골의 코흘리개시절부터 그는 교원을 너무너무 숭상해왔다. 선생님은 지고무상의 사람이였고 선생님의 말이면 곧 성지였다.     소학교 다닐때 일이다. 한번은 선생님이 회충약을 나누어주면서 한번에 열알씩 먹으라고 지시했다. 그의 엄마는 외동아들에게 무슨 탈이라도 생길가봐 몇번에 나누어 먹으라고 얼리고 닥치고 했지만 선생님의 말인데 어떻게 어기는가고 고집을 부리 며 시킨대로 다먹어버렸다. 그처럼 선생님을 하늘같이 우러러 모시던 영균이였다.      그러나 친구들의 말처럼 세상은 그런게 아니였다. 친구들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뛰여보라고 권유했지만 그저 시무룩히 웃어넘겼다. 그러나 그 웃음이 똥집을 달게 하는 한숨으로 되여버렸다. 아닌게 아니라 친구들의 말이 적중했다. 그의 꿈이 잔 뜩 불구었던 고무풍선처럼 터질줄이야, 금테안경을 건 계주임이 말하기를 시교육 위원회에 올려보내기는 했지만 그만이 비준되지 않았다는것이였다. 원래 학교에서는 학생을 더많이 모집하기 위해 새로 숱한 전업을 설치하기로 하고 백여명의 우수생을 학교에 남기였는데 유독 영균이만 실망을 안았던것이다. 영균이는 그만 울상이 되였다. 계주임을 비롯하여 보도원, 학생처장 등이 영균에게 사상공작을 들이댔다.     아직 반에는 사범전과대학에 갈수 있는 명액이 하나 있다면서 무마하였다. 만약 영균이 자신이 그 학교에라도 가겠다면 얼마든지 추천할수 있다는것이였다. 영균이는 같은 도시이고 해서 장차 그곳을 발판으로 다시 모교에 와서 교편을 잡을 장원한 타산을 하고 동의하였다. 그러자 계주임은 립공속죄라도 하듯이 적극적으로 전화련계를 달아주며 활동하였다. 원래 대학에 남기려던 우수생이니 사전에 가면 중용할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며칠후 영균이는 사범전과대학으로 찾아갔다. 사전의 중문계주임이란 사람은 빙글의자에 앉은채 눈길도 돌리지 않고 쌀쌀한 말을 짜내듯 띄염띄염 내뱉았다.     ㅡ아, 전화는 받았는데 그 문젠 안될것 같소. 이미 편제가 다찼으니까말이요. 만약 정오겠다면 후근부문은 좀 고려할수 있지…     사범전과대학에서 그렇게 삐딱하게 나오자 학교에서도 어떻게 해볼수 없다면서 맥을 놓아버렸다. 결국 영균이는 제쪽지에 물러나서 시드는 애호박신세가 되였다. 평소에 영균이를 될성부른 젊은이라고 좋게 보아오던 한 교수가 가만히 알아보았는데 결코 편제문제가 아니였다. 배가 유난히 나온 사범전과대학의 그 중문계주임이란자가 사사로이 말했다는 내용을 전해 듣는 순간 영균이는 뒤잔등에 랭수를 뒤집어쓰는 것같았다. 그는 그의 말을 두고두고  되새겼다.     ㅡ흥, 그 자식도 계주임이고 나도 계주임인데 그가 무슨 직접상급이라구 누굴 보고 이래라저래라 하는거야,     ㅡ지금 세상이 이렇게 돼먹었다구, 알겠나? 달리 생각해보게…     영균이는 쓰디쓴 웃음을 짓씹어삼켰다. 결국 애매하게 뽈처럼 이리저리 채워다닌것이 분하고 절통하였다. 제2차분배로 지구에 내려갈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구에서도 빽이 없는 그는 현에 돌아올수밖에 없었다. 군이는 현정부선전부에나 들어갈가 하고 애를 쓰다가 역시 빽이 없는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몇번이나 체념을 불러보았다.     영균이는 배치를 기다리는 동안 고향마을 하마래에 돌아와 막연한 기다림에 시달리며 속절없는 나날을 보내였다. 밥술을 놓기 바쁘게 두만강가의 떨어져나간 벼랑턱에 걸터앉아 해를 동무하였다. 령혼의 크낙한 고통과 인격유린의 불만을 넘치게 안아 보고나서야 그는 자신의 어리숙함에 침을 뱉지 않을수 없었다. 시간은 그 어떤것도 색바래게 하는 법이다. 상당히 가라앉은 마음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졸업후의 그 나날에 있었던 희노애락을 여유롭게 돌이켜볼수 있었다.     오늘도 석양은 평두산으로 넘어가는 산마루에서 저혼자 얼굴을 붉히고있다. 영균이가 저혼자 망망한 세사와 불만가득한 자기 인생길에 속절없는 회한을 널고있 든말든 서쪽하늘을 곱게 물들이던 장미색 저녁노을이 비단필을 펼친듯 수림과 곡식밭 과 그리고 지붕위에 소리없이 흘러내리며 저녁연기 피여오르는 시골의 평화를 감싸안 고있었다. 한여름의 푸른산과 황혼녘의 시원한 골바람이 그의 긴머리카락을 보듬어주었다. 그는 버릇처럼 환상같은 자기 세계에 빠져들었다…     복지는 결코 대도시나 번거로운 벌방지역에만 아니라 인간의 진실한 마음이 서로 얽히는 이 시골에서도 찾을수 있을것이다. 탐욕과 암투와 음모와 교역이 아직 꿈틀대지 않는 이 한적한 마을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수는 없을가? 그런 케케묵은 생각속에서 이 저녁처럼 호젓하게 저므는 날이면 영균이는 소외와 슬픔과 고독이 무엇인가를 새삼스레 되씹지 않을수 없었다. 석양의 잔광이 피빛으로 타다가 바야흐로 암담한 색채의 너울을 뒤집어쓰고있는 어스름속에 침묵으로 밤을 맞는 백바위를 바라볼때면 인간의 끓는 정열과 욕망이 너무도 사소한 빛에 지나지 않음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천년고독에도 말이 없는 산은 그의 가가슴의 상처에 참고견디는 철학을 주었다.     이 마래곡에서 지금 유일하게 속심을 나눌수 있는 친구인 인표가 문득 생각났다. 대학입학통지서를 받아쥐고도 돈이 없어 못가고 심통만 부리는 인표가 말한적이 있 었다.  《형님, 나는 요즘 한가지 철학을 터득했어, 슬픔의 진의를 깨달으면 삶은 더소중해지는것이라구, 비록 어둡고 슬픈 자각이지만 말이야…》     그는 영균이를 자기보다 더불운한 처지라고 곧잘 위로했다. 인표는 영균형의 체념비슷한 자각이 어느 대학교단에서 손을 젓고있어야 할 모습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할 때 울분이 터지는것을 숨길수 없었다. 그것은 찢어진 기폭같은것이였 고 피가 퇴색한 청춘의 기발이기도 했다. 한많은 시름을 싣고 흘러내리는 두만강물결 에 흘려보낸 사연같이 다시 거슬러 올라올길 없는 자탄같기도 한것이였다.  《쓴맛에서 단맛을 그리는게 인생인지도 모르지》  《흥, 셈평좋은 소릴 하구있네. 속은 시래기가 되여가지고 공연히 단맛을 찾는체 하는게 아니요? 랭수먹고 된똥을 누려하듯이 말이요. 미각을 아예 상실했다는게 오려 솔직한 고백이잖아?》  《아니, 미각이 망각된 곳에서 새맛을 보게될지도 모르지 않니? 좀 막연하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기대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는 영균이를 알수 없다는듯 바라보다가 기어이 부르튼 소리를 한마디 한다.   《형님, 난 죽지부러진 기러기야, 모두가 날고있는데 젠장, 난 이 시골의 외로움에 참을수 없어, 아예 떠나버리고 말거야》 그리고는 다잡을길 없는 마음을 위로하기나 하듯이 품속에서 작은 피리를 꺼내여 애절한 가락을 뽑아낸다.  《야, 나도 그래. 외로움을 겪는다는것은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지. 쓸쓸히 지는 락엽을 보는때처럼 말이다. 가을마다 그렇게 떨어지고 다시 가지에 이파리가 돋고… 내생각의 나무에도 움이트고 그리곤 또 바람에 날려가고…내 인생이 그렇구 그런지도 몰라, 후유…너 참 피리를 귀신처럼 잘부는구나. 언제 배웠길래?》   《난 피리를 입으로 부는게 아니라 심장으로 부는거야, 마음이 찢기며 새여나오는 구슬픈 소리가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거든.》   《그래, 음악은 즐거워서 만든것이라기보다 비애를 쏟아내느라고 만들어졌을수도 있지. 난 외롭고 고달플 때에는 저 명동골에 깊이 들어가서 이 가슴이 터지도록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군했지. 지금은 그저 휘파람만 불어도 모든 잡념들이 비애를 얼싸안고 달려온단 말이야, 사람은 슬프면 눈물이 나온다지않아? 어찌생각하면 눈물이 나니까 슬프다고 하는것인지, 에익, 정말 개떡같은 내인생, 보잘것없고 하찮 은 인생살이야…》     단둘이 산마루에 앉아 한탄소리로 시간을 삶을때면 오랑캐령너머로 눈길을 돌리며 한숨을 토했다. 고개너머로 흰구름이 흘러가고 어느 수풀에서 해설피 게으른 울음을 우는 황소의 목멘 영각소리가 더욱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형님, 그 좋은 조각기술이랑 배웠다가 이 마래곡을 조각하겠소? 어디가서 그림이라도 그려서 팔구려. 나같으면 언녕…》 인표의 말이 맞을지 모른다. 언제까지나 땀에 젖어 밭에서 돌아오는 아버지의 등 허리를 훔쳐보며 안스러움을 삼키는것도 일은 아닌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좇아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 움직임은 결단내리면 어떤 테두리를 과감히 벗어나서 부정적적이거나 아니면 습관된 행위로 굳어져내려온 관념의 계률을 마사버리고 제한 몸을 내댈 결심이 앞서야 한다. 그런데 자신은 그저 서생으로 운치있는 미술가로 한생을 장식하려했던것이니 그 꿈이 부당하게 깨여져야 하는 아쉬움이니 아픔과 슬픔을 그리고 몸부림이 이제 평생의 한으로만 남아야 할지도 모른다. 《 형님, 우리 이렇게 썩지 말고 얼른 떠나버립시다. 하다못해 어느 건축장에서 모래치기를 하더라도 여기보다야 가슴이 열릴거 아니요?》     영균이는 고집을 쓰면 벽이라도 박차고 나갈 인표의 칼칼한 성미기 부러웠다. 그리고 그라면 어떤 곳에 가든지 기죽지 않고 뚫고나갈것이라는 믿음이 앞섰다. 그런데 자기는 고향집뜨락에 줄느런히 선 포풀라나무에 넓다란 잎사귀가 한여름 푸른 꿈을 키우다가 다시 황들어 지던 지난 가을, 영균이는 밀리고 밀리다가 마침내 본지방에 떨어져서 분배문제로 뛰여다녔다. 그런데 조락의 가을처럼 간곳마다 실망이 흩날리고 다시 산기슭에 희망의 봄꽃이 피였다. 포풀라가지마다에 푸른기운을 떨치건만 영균의 직업분배는 결국 환멸로 끝 나버리고 이렇게 시골바닥에 주저앉아 묵은 꿈을 찢어발기여 짓씹고있으니 한심하지 않으랴, 분노의 웨침같기도 하고 때로는 막무가내한 신음소리를 오랑캐령너머로 날려 보내는게 하는 일이였다. 두만강물결에 구름이 떠가듯이 세월은 흘러가건만 지나간 일들은 제자리에 굳어진채로 다가만 온다.     그의 일기장에는 일생을 두고 잊지 못할 기록이 담겨있었다.     92년 7월 3일:     나는 끝내 4년이란 짧고도 긴 대학생활을 마치고 졸업식이 끝나자 이튿날로 귀향의 려로에 올랐다…     7월 6일:     나는 한가슴 부푸는 희망을 안고 고향의 현성에 돌아왔다. 고향은 날따라 일신해가고있었다.…     7월 10일:     분배수속에 수요될 모든 증건을 챙겨가지고 교육국에 갔다. 부임증에 부임단위가 여기가 아니라며 인사국으로 가라고했다…    7월 14일:    현인사국에 갔다. 8월초에야 본인이 어디로 가게 될 지 알수 있으니 집에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8월 5일:     현인사국에 가서 문의하니 아직 결론을 짓지 못했다면서 더 기다리라고 했다. 9월초에 다시 와보라고 했다. 큰맘 먹고 조심스레 문의했다. 어느 단위와 협의가 잘 안되여서 이렇게 시일이 걸리는가고 했더니 전현내의 모든 대학, 중등전문학교. 전과대학생. 전업군인들이 모두 도착해야 통일적으로 규획할수 있다고 대답했다. 나는 인사방면의 사업실질에 대해 무지하다는것을 시인하면서도 시종 불길한 예감이 갈마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9월 9일:    고향마을 소학교의 전화를 빌어 현인사국에 문의하였더니 10월초에 다시 보자고 대답이 왔다. 속에서 열불이 터졌지만 내 손에 자루가 없으니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견지하는자가 승리한다니까 기다릴수밖에 없다.    10월 9일:     현인사국에 가니 등기표를 내주며 필요한 등기를 하라고 했다. 마음이 격동 되였던 탓인지 워낙 박필이 아닌 나였지만 글씨가 엉망이 되여진것 같았고 갑자기 사유가 막힌듯해서 잡다한 여러가지 등기란을 한참씩이나 연구해 보고서야 써넣을수 있었다.    10월 14일:     마침내 현문화국에 부임장을 가지고 들어섰다. 국에 인사과장이 웃음띤 얼굴로 열정적으로 맞아주었다. 그러면서 갓졸업한 대학생들은 반드시 기층에 내려가서 일년간 단련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감개무량한 어조로 이미 고향건설에 이바지하려고 돌아온 이상, 그리고 원래 농민의 아들이기에 어떤 단련도 겪어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비록 오른 손을 들고 당기앞에서 선서하는것처럼 숭엄한 분위기는 아니였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장엄한 맹세였다.인사고장은 뜻이 있는 젊은이라고 한바탕 추어올리더니 신덕진정부로 발령을 내렸다. 그러나 발령장은 93년 4월1일에야 직접 받을수 있다고 했다. 다음 구체 사업은 부임지에 가서 진정부의 지시에 따르라고 했다. 나는 실망했지만 금방 제입으 로 한 맹세가 있어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여 땀만 뻘뻘 흘렸다.                                                                     2       인표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 마래곡에는 더 이상 영균이를 잡아둘 리유가 없었다. 일찍 당당한 대학생이 될수도 있었으나 출신때문에 꿈이 깨여져버린 아버지는 한사코 시골선비냄새을 피우며 훈계한다. 등산은 꼭대기부터 내려오는것이 아니라 맨골짜기에서 한걸음씩 올라가는것이라고, 인생이 어찌 고봉에서부터 시작되겠느냐며 당이 시키는대로 복종하고 차차 노력하여 향상하라고, 그래도 지금 세월에는 철밥통을 차지하고있는것이 당상이란다.      93년 4월1일:영균이는 마침내 발령장을 받아쥐고 기쁜지 슬픈지 모를 범벅이 된 심정으로 고향에서 60여리나 떨어져있는 신덕진에 도착했는데 공교롭게도 일요일 이여서 려관방에 행장을 풀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영균이는 신덕진정부의 선전간사로 다사다난한 인생행로를 시작했다. 진정부의 선전간사란 심부름군으로서 삐치지 않는 일이란  없었다. 령도의 발언고도 작성해야 하고 흑판보, 선전란도 책임져야 하고 구호도 써야 했다. (자넨 이 향에서 제일 많이 먹물을 먹은 사람이니까 이 일이야 아무래도 자네가…)하는 식이였다. 그러나 영균이는 (못하겠소.)하는 소리 한마디 없었다.     그러다보니 영균이는 누구나 일을 부탁하기 쉬운 사람으로 알려져서 너나없이 벼라별 자질구레한 일까지 다시켰다. 정 일이 딸려서 좀 밀렸다가 하면 안되는가 사정하면 적반하장격으로 재세를 부린다니, 사람이 게으르다느니 하면서 오히려 뒤공론들이 분분했다.     그도 속밸이 없는것이 아니였다. 속으로 (자기들은 하지 않고 차물이나 마시며 신문이나 보고 할일이 있으나 없으나 트럼프를 치면서도 국록은 국록대로 타먹으면서…) 하고 듣지 못하는 욕질도 해댄다.     어느 날, 현에 회의를 갔다가 돌아온 향당위 곽서기의 얼굴에 언제 소나기가 울지모를 검은구름이 잔뜩 끼여있었다. 현위서기가 신덕진의 선전사업이 형세에 바짝 따라서지 못한다고 지명비판을 했던것이다. 하긴 신덕진이 어느 한번 유선방송에 방송된적도 없었고 신문에 난일도 없었으니 비판을 받아도 싼일이였다. 하지만 서울서 매맞고 송도서 주먹질이요 시에미 역증에 개배때기를 차는격이라 현에서 당한 수모를 영균에게 화풀이하는 그 자신도 속으로는 허구펐을테지만 서슬이 퍼랬다.     《동무, 선전간사란 무엇을 하고 밥을 먹는 사람이요? 초중학생들처럼 그저 선전란이나 꾸리고 바람벽에 구호나 써갈기는게 선전간사가 하는 일인가말이요? 비슷한 신문보도 한편 만들어 못낸단 말이여? 대학은 다닌거 사실인가?》     영균이로서는 처음 받아보는 인격모욕이였다. 억이막혀 말도 나가지 않았다. 취임한지 겨우 다섯달밖에 안되는데 신덕진이 이름이 못난게 내탓이란말인가? 그래 그 모든일이 당신들 령도들이 시켜서 한일이 아니고 내가 심심해서 한 일이란 말인가? 영균이가 입을벌려 발명이나 하려는데 서기는 아예 들을것도 없다는듯 손을 홱 저어버리고는 지시를 내렸다.     《지금 무엇을 해석할 때가 아니란말이요. 자기 위치를 얼마나 잘 지켰는가를 잘 검토해보고 우리 진의 선전사업을 어떻게 혁신할것인가를 생각하란말이요.》     진당위에서는 련며칠 연구하고 선전사업을 억세게 틀어쥘데 대한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면 우선 진정부임직원들 모두가 선전사업에 뛰여들도록 고무격려할수 있는 기제를 마련해야 했다. 만약 현급이상의 간물이나 방송에 채용되면 부동한 급별에 따라 현금으로 장려하기로 결정하고 즉시 선포했다.     영균이는 아주 영명한 결책이라고 생각했다. 중상금의 자극하에 잠자고있던 문필 가들이 용솟음쳐나올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한달, 두달이 지나도 향응하는자가 하나도 없었다. 알고보니 갑산에 개는 많아도 잡아먹을것이 없다더니 진정부내에 사람은 득실거려도 글을 좀 쓴다하는 사람이 없었던것이다. 원고비가 형편없는지라 누구도 흥미를 가지지 않은탓도 있겠다고 좋게 생각했지만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짐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끄는 소가 늘 채찍을 맞는법인가, 바빠맞은것은 영균이였다. 다른 사람들이 쓰지 않는다해서 자신도 쓰지 않는다면 실직행위가 될게 뻔했다. 그는 선전간사로서 솔선수범해야겠다고 작심했다. 그런데 실속있는 신문보도를 쓰려 면 군중속에 깊숙히 침투해야 했다.     그는 아예 사무책상을 내치고 각 향촌대대, 학교, 향진기업에 내려가 함께 먹고 함께 일하면서 수많은 감동적인 보도감들을 발굴해서는 밤도와 가며 원고를 정리해서 투고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가리지 않고 자전거 만리행을 하면서 줄기차게 페달을 밟은만큼 연줄연줄 써냈다.     그런데 처음에는 한강에 돌을 던진격이였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았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우에도 꽃이 피는 법이요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는법이라고 자신을 편달 하면서 끈덕지게 해냈다. 마침내 현유선방송에 신덕진의 사적들이 음파를 통해 전현 에 울려퍼졌고 신문에도 두부모만큼이라도 륙속 활자화되여 나갔다. 다른 사람들이 질투의 눈길로 보는것도 모르고 그 자신은 격동에 가슴을 들먹이였다.     곽서기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였다.   《젊은이 제격이라니, 이 곽모가 사람을 잘못 받지 않았군, 자, 힘을 더 내라구, 응? 이후부턴 다른 일은 관계하지 말고 전문 원고조직만 하라니, 뒤는 내가 드팀없이 받쳐 줌세나.》    서기가 친히 고무격려하고 뒤심이 되여주니 고생도 락이였다. 더분발했고 글이 나가는 차수에 따라 필력도 부쩍 늘어갔다.   신문원고는 현의 범위를 벗어나서 지구. 성급신문에도 꽝꽝 발표되였다.     영균이는 진에서 명인이 되였고 수재로, 보배로 떠받들리였다. 현선전부에서도 매우 중시하고있단다. 자칫하면 승진할지도 모른다고 수군수군했다. 자연히 눈들마다 에 피발이 서기시작했다. 시기와 질투와 암해의 화살들이 아무데서나 날아왔다. 얼토 당토하지 않는것이였지만 여론은 한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할수도 있었다.  《그게 뭔가말이여, 진정부의 돈을 타먹으면서 본진의 사무실이나 지키면서 간사질이나 잘 할일이지, 아무일도 관계하지 않고 그저 제글이나 쓰려고 눈이 빨개가지고 돌아다니니, 아까운 공가의 전기나 랑비하면서 밤을 새우고…》     그러나 이미 천리초원을 질주하기 시작한 준마를 아무도 말려낼수 없었다. 신문원고로부터 한차원 높여서 이젠 시도 한수 한수 발표하기시작했고 수필도 나갔다. 년말이 되였다. 군이는 문자로 나간 신문원고와 문학작품을 복사하여 책으로 묶고 목차까지 달았다. 그리고 별책으로 원고의 급별에 따라 명세서도 만들어서 서기에게 바쳤다.     실물앞에서 사람들의 심사는 더구나 비틀려졌다. (흥, 그자식 잘한다고 잔뜩 추어올리니 써갈기기도 써갈겼군, 도대체 장금이 얼마나 되는거야, 786원이나 되잖아? 년말 장금보다 더 많으니…원고비는 또 얼마겠냐? )     의견들과 불평들이 홍수처럼 쏟아져나왔다. (선전간사가 선전원고를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가? 로임에 원고비에 장려금에…이건 너무 공평하지 못해,) 아래우가 들끓는 바람에 난처해진것은 곽서기였다. 처음엔 아주 건설적인 동기로 통크게 제정한 일이고 당위성원들이 다수가결한 일이건만 원계획에 무슨 차실이 없나해서 다시 검토해보기도 했다.     년초에 제정한대로 그많은 장금을 내주자니 여론이 끓는 팥죽가마이고 안주자니 당위서기로서 말이 서지 않는것이 되고 별로 두려운것은 아니지만도 본인이 어떤 정서로 나올지 몰라서 고려되였다. 문필가가 일단 옥필을 꺾는날엔 신덕진의 선전 사업은 령으로 내려갈것이 불보듯했다. 신덕진이 또 다시 무명무실해진다는것은 안될 일이였다.     신덕진의 일호인물로서 실언하고 유예미결해서야 체통이 서겠는가고 마음이 바른 사람들이 암시할 때 저절로 얼굴이 붉어지면서 공연히 글을 너무 많이 써낸 영균이가 밉기까지 했다. 진당위확대회의에서 재삼 심중하게 연구토론한후 영균에게 진재정이 잠시 곤난하기에 장금은 후에 정황을 보아가며 체현시키겠다고 통지하였다.     영균이는 이미 짐작했던 일인듯이 아무 내색도 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후부터 영균이는 신문원고를 한편도 쓰지 않았을뿐만아니라 보기조차 싫어하였다. 그대신 문학작품을 쓰느라 밤을 새였다. 쓰기는 숙사에서 가만히 썼지만 발표는 세상에 하는 일이였다. 그래서 또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사람이 어떻게 돼먹은 사람인가? 선전 간사로서 신문원고도 쓰지 않고 제글만 써내갈기니? 명색에 맞게 처사해야지…     영균이의 소설이 나가면서부터 여기저기서 바지런히 3~4백원짜리 송금표가 올 때마다 배를 앓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영균이는 본직업에 충성하지 않고 군중 단결이 아주 차하므로 행정사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결을 받았다. 얼마후 그를 진에서도 제일 편벽한 소학교에 교원으로 내려보내고 말았다.     진정부를 떠나던 날, 누구도 내다보지 않았다. 마치 정배살이를 가는 죄인을 내다볼것 무어냐? 하는 심사들이였다. 다만 곽서기가 체신을 지키느라고 대문밖까지 나와서 례절성적으로 영균이의 손을 잠간 잡았다놓았을뿐이였다.   《태양아래 가장 신성한 천직을 맡게 되였으니 본직업에 충성하고 특장도 계속 발휘하기 바라오. 동문 전도가 양양하니까 앞으로 어찌될지 누가 알겠소?》     영균이는 서글프게 웃고말았다. 곽서기자신도 자기가 한말이 먼 후날 현실로 될번할줄은  몰랐을것이다.                                                                                   3       5년 세월이 흘러갔다. 그동안 최하층민중의 생활속에 자연히 파묻히게 된 그는 몸은 비록 시골소학교에 묻힌 로총각의 신세가 되였지만 성내외에 지명도가 있는 중견작가로 성장했다. 요즈음 성작가협회회원까지 된 당당한 명인이였다.     그동안 현성의 중심소학교에서는 물론 중학교들에서도 욕심을 냈지만 어찌된 감투끈인지 끝내 시골학교를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국국장도 그를 접견하였고 현위선전부장도 그를 표양하였고 현의 령도에서도 매우 중시한다고 했다. 처음에 난생 처음 모모한 사람들의 륭숭한 접대를 받고 떠받들리다보니 꿈속에서도 미소를 지었고 늘 마음이 둥둥 떠다녔다.     《젊은이, 훌륭하네. 젊은인 우리 현의 교원대오의 보배이고 자랑이란 말일세.》     교육국장이 영균이의 손을 굳게 잡아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젊은 작가동지, 대단하오. 우리현의 선진인물들을 모델로 소설을 많이 쓰오. 시대정신과 개혁개방의 아주 좋은 형세를 많이 반영하여 주오.》     선전부장이 영균이의 손을 굳게 잡고 친절하게 고무격려해주었다. 영균이는 늘 격동되여있었다. 현문련같은데서 전문 문예일군으로 활약하면 창작조건도 좋지 않을 가 하는 제좋은 궁리도 자주 하였다. 그래서 한번은 기회를 엿보다가 말김에 하는것 처럼 자기의 욕망을 선전부장에게 넌지시 여쭈어보았다.     《오! 그것참 생각을 잘했소. 내 연구해보지. 아까운 인재를 놓치기는 하지만 전반국세를 돌보아야지. 좋소. 별로 문제없을같구만.》     교육국 하국장이 통쾌하게 대답했다. 소뿔은 단김에 빼라고 이튿날 현위의 맹서기를 찾아가서 쭈밋거리며 자기의 포부와 리상을 삼가 아뢰였다.     《좋은 포부요. 그 뜻이 맘에 드는구만, 문제없소. 우리가 먼저 유망한 작가들의 고충을 헤아려서 해결해 주어야했었는데… 》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 그해 교육계통에서 직업을 바꿀수 있는 명액이 세개 내려왔다. 영균이가 뒤심이 단단하기에 가능성이 제일 많았다.     이 문제를 가지고 현위에서 전문 확대회의를 열었다. 맹서기가 현중학교의 한 사람과 영균이를 제기했다. 선전부장이 중심소학교 교장과 영균이를 추천했다. 교육 국하국장이 신덕진의 중심소학교의 한 녀교원을 제기했다. 세사람의 이름을 적고보니 한명이 초과되였다. 부득불 민주가결을 짓기로 했다. 한사람이 한사람씩 추천하기로 했다. 결국 영균이를 누구도 추천하지 않았다.     후에 영균이는 세분 령도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교육국 하국장이 영균이의 손을 으스러지게 잡고 미소를 머금었다.     《금년에 정말 가석하게 되였소. 명년에 우선 고려하겠소.》     영균이는 감격해마지않았다. 선전부장도 군이의 손을 잡아쥐고 친절하게 말했다.     《명액이 넷이였다면 되는건데…참 어쩌겠소. 일이란 순으로 해야 하는게 아니겠소? 명년엔 내가 책임지고 해결하지…》 영균이는 눈물이 글썽해서 감지덕지했다. 안된다고 하기보다 기다라는것은 얼마 나 신나는 일인가? 현의 맹서기도 자애롭게 손을 잡아주며 고무격려하였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오. 원칙과 민주를 체현하다보니 섭섭하게 되였구 만…락심하지는 마오. 교육일선에 더 적극적으로 투신하면서 누구에게 부끄럼없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좋은 작품도 많이 창작하기 바라오…》 영균이는 말없이 고개만 힘있게 조아렸다. 그러나 그 이듬해에 영균이는 다시 전근을 제기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장편소설이 나가면서 명성이 더구나 들썽해졌다. 그렇게 또 5년 세월이 흘렀다.     새로 임명된 현위선전부장은 작가 영균이를 알아보았다. 무척 반가와하였다. 그는 황망히 일어나 차물을 붓는다, 담배를 권한다 하며 부산을 떨었다. 양부장은 영균이가 온 뜻을 말하자 선선히 응낙했다. 영균이는 백락을 너무 늦게 만났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일년이 다지나도록 아무 소식도 없었다. 순진하기만했던 영균이는 그제야 세상이 돌아가는 내막을 깨닫고 출세의 길을 철저히 체념해버렸다.     영균이의 장편소설《인생은 비탈길》이 성의 우수도서상을 타게 되였을뿐만 아니라 영화로까지 개편되여 인기를 끌었다. 성작가협회에서는 작가의 고향에서 시상식을 개최하기로 하였다. 지금은 현위서기로 된 10년전의 선전부장였던 황도씨는 전화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10년전 자기가 한 낙언이 떠올랐고 그렇게 감지덕지해 하던 서생티가 넘치던 어줍은 얼굴이 방불히 눈앞에 서있듯싶었다. 그는 전화를 걸어 영균이를 찾았다. 그러나 영균이는 문예계통에서 사업하지 않는다는것이였다. 유관령도를 찾아 한바탕 훈계하였다.     《어찌된 일이요? 인재를 그렇게 중시하지 않다니? 성에서도 이름을 꼽는 인재를 그렇게 파묻어두어도 되는거요? 말짱 관료주의자들이구만. 당장 현문련에 와서 사업하도록 즉각 발령을 내리시오. 이게 무슨 망신이요? 표창대회가 열리기전에 일을 다 마무리해야지 큰 일 날줄아오.》     영균이는 정말 꿈에도 바라던 일이 갑작스레 해결되여 심장이 터져나갈듯이 부풀 어올랐지만 인차 마음의 평온을 찾고 례절스럽고 완곡하게 사절해버렸다.     표창대회에 참석한 황서기는 격앙된 목소리로 강화하였다.     《영균작가는 우리 상길현의 태생이고 고향에서 잔뼈가 굳어 지식의 날개를 키운 후에도 나서자란 고향을 잊지 않고 여기서 사업하고 고향의 물을 마시며 거작들을 륙속 펴냈습니다. 물론 본인의 재질도 우선이겠지만 우리 현에서 알심들여 배양하고 육성한 인재라고 부끄럼없이 말할수 있습니다. 그의 오늘의 성취는 력대의 현당위와 해당부문의 관심과 배려와 갈라놓고 생각할수 없습니다. 예,우리 현위에서는 시종 인재를 중히여겼지요…》     현임 양선전부장도 10년래 어떻게 생활상, 창작사업상 관심하고 배려를 돌렸 는가를 감개무량해서 역설했다. 영균이는 어이없어 재채기가 나왔지만 바보처럼 웃는체했고 본능적으로 박수를 쳤다. 아마 거울을 보았으면 그보다 더 멍청스러운 표정은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얼마후 성작가협회에서 전업작가로 초빙한다는 공문을 현위에 내려보냈다. 현위 황서기는 본때스럽게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였다. 전근수속을 밟으러 온 영균이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동무는 우리 현의 특수인재이기에 다른 보통교원과는 다르다는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에 청시하고 연구토론해야 결정을 지을수 있습니다. 》     결국 영균이의 대붕의 꿈은 깨여졌다. 그냥 소학교에 주저앉아야 할 운명이였다. 황서기가 각부문에 지시를 내린것이다.     《이 몇년래 교원대오내에서 인재류실이 엄중한데 더구나 영균이같은 대작가를 우리 현에서 떠나보낼수 있겠는가? 그것은 우리 현의 간판을 없애는것과 같은것 이다》라는 황씨의 어명이 영균에게 전해진것은 썩 후의 일이였다. 생각하던 끝에 어쩌는가 보느라고 양부장에게 이제라도 문련에 갈 의향이 있다고했더니 대답이 아주 맺고 끊는듯이 단마디 명창이였다.     《아! 그것말이요? 이미 편제가 다 차서 자리가 없소!》     영균이는 고향에 더는 미련이 없었다. 이튿날 그는 현교육국에 사직서를 바쳤다. 그리고 그 걸음으로 역전에 나갔다. 아무도 그가 어데로 갔는지 모른다.      그런데 석달후 그가 다시 나타났다. 사람들의 의론처럼 갈곳이 없거나 고향에 미련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래동안 끌어오던 결혼문제를 락착짓기 위해서였다. 그의 안해될 처녀는 황서기의 천금녀였다. 둘다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나이였다.     녀자의 집에서 견결히 결혼을 반대하자 둘이는 손에 손잡고 만리이역에로 날아가버렸다. 소문엔 군이를 현문련주석자리에 위임하겠으니 함께 돌아오라고 황도씨가 딸에게 수차 전화를 띄웠다는둥 현공안국에서 현위서기의 천금녀를 유괴해간 영균이 를 잡으려 갔다는둥 시골현성에 벼라별 소문으로 파죽가마끓듯 했다…                                 2008년 6 월 23 일  
186    황혼애가 (2000년대) 댓글:  조회:10660  추천:4  2012-10-07
                        황혼애가(2000년대)                                고향이여 세월의 묵은 언덕우에 선 내고향! 동구밖 굽이진 뚝길은 그대로인데 함께 뛰놀던 옛친구들은 가고없고 허물린 옛집터에 잡초만 엉성하네   천년을 씻어어내린 아란석 사이로 고패치던 맑은 강물도 메말랐구나 푸들치던 버들치들도 보이질 않고 물장구 신나던 개구쟁이도 없어라 일송정 정자가에 빈바람만 스치여 울바자 잠자리 날개들도 찢겼는가 부엉이 울던밤 반딧불 반갑더니만 비암산 비둘기야 너도 슬퍼우느냐   어서오라 맞아줄 피붙이들도 없고 은모래 반짝이던 강기슭 굽이굽이 버들숲 간데없고 뽕나무도 없건만 추억속에 고향이라 정겨워 서럽네   아, 가슴저리게 그리웁던 고향아! 동년을 키워준 칼바위도 낮아져서 세월의 비바람 무정한줄 알겠다만 색바랜 꿈결에 옛정만은 푸르구나                                            2005년 8월 20일 (일송정에서)                     바다의 숨결   갈매기 사랑에 가슴 부푸는가 파도는 바람을 안고 설레이며 대해의 은총을 읊조리누나   풍어기 펄펄 날리는 고기배 오늘도 어족들을 싹쓸이해 바다는 격파솟아 성토하네   해빛도 부서지는 만경창파 만천하의 강물을 받아주는 호한한 그 아량을 새기노라 하늘은 바다를 감싸안고 바다는 창천을 우러러 령장들을 성토하는데…   2009년, 6월    (황해가에서)              바다의 그리움                      어스름 바다가에 마주서면 빈바다 얼어붙은 백사장에 하늘이 부서진듯 눈내리고 어두운 그리움이 서성인다                           펄펄펄 흩날리는 눈꽃들은 소리도 못내보고 녹아내려 검푸른 물결우에 실리는데 파도는 장송곡을 부르는가   전할길 바이없는 내그리움 눈처럼 하이얗게 부서져서 흐느껴 쿨쩍이는 거품처럼 내마음 골방에서 부글댄다   슬픔을 쫓아내려 숨고르고 피더운 가슴으로 노래하며 후회를 내버리려 휘저으니 허허한 밤바다만 안기누나   어두운 저너머를 바라보며 어째서 왔는지도 다잊은듯 무거운 침묵으로 굳어진채 해풍에 덜덜떨며 내가섰다   혼자서 마주보는 밤바다에 목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을 끝내는 토해내지 못한설음 처절썩 바다기슭 적시누나                                    2009년 1월 30일 (청도에서)                                          어머니        열달을 잉태해          피흘리며 낳으신             소중한 새생명이                 자신의 살점임에         고생만 삼키시고           단즙만 짜내시여                   왕거미 되셨건만                    쓴줄도 모르셨소         평생을 내주시며           받을줄 모르시고               다함이 없으시던                   고마운 어머니여                          북망산 황천깊이            소원을 베고누운               당신의 그 사랑은                   불효도 보듬으리                                                              2010년   9월   12일                    금사탄시 햇살이 송송송 쪼아먹은 금사탄 은모래 금모래가 고요히 어둠을 재우는데 상념은 저만치 굼닐어라   하많은 기억이 달려와서 해묵은 야망을 보듬으면 동해의 아들이 되고프던 옛시절 청춘도 푸르러라   밀물은 격정을 몰아오며 어둠에 묻히여 갈앉는데 썰물은 그리움 실어가고 석별만 기슭에 젖는구나                         돌아서 가야지 하다가도 못떠나 바다물 움켜쥐면 파도가 솟구쳐 달려와서 내발목 적시며 말리누나   가노라 바다야 잘있거라 차분히 누웠던 모래밭도 말없이 바래듯 가슴열고 밤바다 바람도 옷깃잡네                            2011년 7월 16일                   (금사탄에 써본 시)   흘러간 고향마을   제비야, 잊지않고 이 봄도 너는야 왔구나 정든땅에   보은박씨 꼬옥 물고왔어도 옛고장 황페해져 놀랍지   구름헤쳐 몇만리 먼먼 길에 지쳐버린 날개를 접고보니   빨래줄에 걸렸던 묵은 노래도 새끼를 낳던 옛둥지도 없구나   이제 딴마을 어느집 헛간에나 새생명의 보금자리 틀어야겠지   제비야, 상전벽해가 아니란다 돈바람이 내가원을 쓸어갔니라.   2011년   8월   25일  (묻혀버린 고향의 논벌을 보며)        싸리나무 베듯하면   연집하 무성한 싸리나무 해마다 모조리 베내건만 보란듯 더구나 기승부려 길길이 무성해 야단이네 베내도 태워도 악착하니 비온뒤 죽순이 저같으랴 개천에 돌밭도 좋다하니 옥토면 더구나 우쭐하리   옳거니 뿌리가 살았거늘 왕성한 생명력 뉘당햐랴 부패도 싸리를 베듯하면 지천에 뻗어서 야단나리            2012년 8월 6 일                                        너 시혼아!                             시는 보슬비속에 젖어있냐?                           꽃지는 소리에 잠자고있냐?                           사랑의 입김속에 녹아있냐?                           돌돌돌 물소리에 흘러오냐?                                                      열여덟 청년은 저저시인이라                           시의없는 심령은 사막이던들                           란삽한 랑만의 횡설수설아녀                           진실한 령혼심처에 웨침이야                             시야, 너는 무엇을 먹고사냐?                           하고픈 말, 운률먹고 사노라                           상아탑속에 구겨진 잠꼬대도                           간드러진 삘리리도 아니노라                             네가슴속에 고패치는 메아리                           알쏭달쏭 잠언도 수수께끼도                           권태를 잠재우는 하품소리도                           병없는 신음소리도 아니여라                                                                               시는 정서의 파도 서정적호소                           정서의 반응에 론증은 몰라라                           시는 멋없이 증명하진 않지만                           가슴가슴에 정감을 확인시켜라                             슬퍼서 행복해서 감동의 순간                           최상의 언어를 최고로 엮으매                           언어의 모자이크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신묘 자체여라                                                     시는 차분히 격정을 갈앉혀주고                           눈물젖은 너의 비애를 보듬으리                           시를 쓰노라고 애간장을 태워도                           즐거움만 얻자고 쓰지는 마시라.                             시는 자득 (自得)이라 하더라만은                           싸구려감동, 미사려구가 아니여라                           너와나 서로의 가슴을 흔들어주는                           마술사의 신비한 힘이 시혼인것을,                             씨없는 해바라기도 보기는 좋다만                           네고백이 나의 고충이 되여질때에                           나의노래 네마음의 금선을 울릴때                           시는 숨쉬고 거기서 살고 나래치리                             붓을놓자 풍우가 놀라고                           시편이 완성되자 귀신이 우는구나…                           시성에야 어찌 미치랴만 시를 쓰되                           진실한 마음의 메아리-시를 쓰거라                                               2012년 9월 25일                             
185    (소설) 령혼의 저곡에서 댓글:  조회:9723  추천:1  2012-10-02
                                              령혼의 저곡에서                             사실은 허구보다 더 기이한 법이다. 그러나 비극을                           희극으로 오해하는 일처럼 세상에 두려운 일도 없다.                                                                    ㅡ작자ㅡ                                                                                                                                        최 균 선                                                                                   1.       영모는 벌써 열번도 넘게 놀러오라는 하나꼬의 전화를 받았다. 하도 열정적인 그녀자의 초청을 거절할수도 없었거니와 자기도 알수 없는 일종 호기심도 나서 방학을 한 이튿날로 오사까행 렬차에 몸을 실었다. 오사까에 도착하니 그녀는 언녕 자가용을 가지고 역에 마중나와 있었다. 하나꼬의 집은 오사까교구에 있었다. 집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더없이 유족한 생활을 하고있다는것을 대뜸 보아낼수 있었다.     아담하게 꾸며진 객실벽 한가운데 걸려있는 커다랗게 확대한 한 남자의 사진이 눈길을 확 끌었다. 안경을 걸었지만 눈빛이 기지에 넘치고 무척 온화해 보이는 얼굴에서 눈길을 뗄수 없었다.  어느새 실내옷으로 갈아입은 녀자가 진한 향수냄새 풍기며 나왔다. 영모는 눈길 로 사진을 가리키면서 넌짓이 물었다.    《당신의 남편되시는분입니까?》    《아니, 저의 정부예요. 몹시 사랑했어요. 저이때문에 리혼하구 아들의 부양권두 상실하고 말았지요.》    《아주 인정미가 넘쳐있군요. 참 좋은분 같아보입니다.》    《어쩜, 그렇게 사람을 잘 보아내는가요? 그래요, 열정적이구 랑만두 넘치는 분이였지요. 저이도 기실 조선사람이지요. 역시 긴상이구요. 저분의 아버지가 제국시대에 무슨 죄를 지어서 중국에서 잡혀와 여기 감옥에 있다가 대동아전쟁이 끝나자 풀려 난후 일본녀자와 결혼해서 저분을 낳았대요. 그래서 조선사람의 성미가 다분하지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아주 익숙한 얼굴이라고 했지요? 다 까닭이 있었던거예요. 자세히 보세요. 어쩜 남남끼리 이리도 비슷하게 생길수 있을가요? 》  《나의 얼굴이 저분과 비슷하다구요? 알수 없는 수수께끼군요.》  《저이가 다 말해주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아마도 력사가 복잡한것 같아요.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조선인이 기시를 받고있어서 모르는 사람들앞에서는 조선사람이라는것을 나타내려하지 않았을 뿐이였지요. 자기 자식들도 이 땅에서 태여나면 전도가 암담하다고 그때까지 결혼하지 않았대요. 그래서 날 어찌나 사랑해주었는지…그런데 불행하게도 몇년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난 고독한 녀자가 되였어요.》     영모는 하나꼬가 보통 일본녀자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솔직하고 예리한 눈길을 가지고있음을 발견했다. 녀자가 자기에서 눈길을 뗄줄 모르자 등허리가 스멀스멀해 났다. 40고개를 바라보는 하나꼬는 젊은녀자들을 찜쪄먹을만큼 멋을 내고있었다.     아까 역에서 만났을 때 영모는 웬간히 놀랐다. 무늬가 화려한 하오리를 입고 일본식으로 틀어올린 머리에 선글라스까지 낀 그의 모양은 똑 마치 뒤골목의 기생을 련상시켰다. 아무튼 하나꼬는 영모에게 있는정 없는정 다 쏟아주며 깍쟁이 나라의 주부답지 않게 극진히 대접했다.   《 긴상, 내가 야마구찌교수댁에서 낸 숙제는 답이 나왔나요?》     영모는 자기를 동생으로 삼으려는 이 일본녀자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아무리 궁리해도 알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확답을 줄수 없었다. 그가 쭈밋거리자 하나 꼬는 역시 그 유혹하는듯한 눈길로 영모를 어루더듬으며 아양떨었다.  《괜찮아요. 정 마음 없으면 그만두는거죠. 자, 이돈 받아요. 여기 일본에는 소비가 높아서 류학공부하기 힘들것이예요. 이 돈 다른 뜻이 없으니까 부담없이 받아요. 긴상의 얼굴을 보면 꼭 마치 그이의 젊었을 때 모습을 보는것같아서 애정이 왈칵 솟구치는걸 어쩔수 없어요.》     영모의 두손이 저도 모르게 두툼한 봉투를 받았다. 그것을 보는 하나꼬의 입에 미묘한 웃음이 비껴갔다. 그녀는 영모를 역까지 바래주면서 련련한 정을 금치못는 련인처럼 렬차가 떠날때까지 손을 저었다. 영모는 이 일본녀자가 정말 고독에 못이겨 친구라도 삼자는것이 아닐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 까닭없는 사랑이 없고 까닭없는 미움이 없다지 않는가? 녀자가 그렇게 진심으로 나온다면 친구질을 못할것도 없었다. 돈걱정없이 몇년 공부만한다는것은 아무에게나 차례지는 행운이 아니다. 도꾜에 돌아온 며칠후, 영모는 하나꼬가 보내온 최고급의 세비로 두벌을 받았다. 영모는 돈많은 녀자의 남다른 배려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왼고개를 비틀었다.     …영모가 일본에 오던날, 영모의 옆자리에 관광겸 회사일로 왔다는 나이 지긋한 일본녀인이 앉았다. 보기엔 찬바람이 쌩 돌것같던 녀자가 먼저 말을 걸어왔는데 말소리가 처녀애들처럼 어찌나 간드러진지 이 녀자가 도대체 몇살이나 될가하고가 의심이 날지경이였다. 아무 빽도없이 빚을 가득지고 일본류학을 떠난 영모로서는 제쪽에서 먼저 열정을 쏟아내는 녀자를 마다할 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좋은 일이 있을지 누가 알랴,     여러해를 국내일본회사들에서 굴러먹어서 말에 구애될것이 없는 영모는 대뜸 녀자의 호감을 샀다. 그녀는 그저 너무너무 익숙한 얼굴이라며 무척 친절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되여 익숙한 얼굴이 될수 있느냐고 물으니 차차 알려주겠다며 화사하게 웃기만 했다. 유별나게 반짝이는 눈이나 웃는 모습이 환각을 가져올만큼 어떤 매력을 남기고있어서 그다지 역겹지는 않았다.     하나꼬라고 하는 그녀자는 어렵게 류학을 온다는 영모의 가벼운 한숨에 동정어린 눈길을 주면서 정나미돌게 속삭였다. 《선생, 사람을 알아볼줄 아는 사람은 첫눈에 대방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빈구석을 짚어내지요. 마치 거울을 보면서 오점을 인차 발견해내듯이, 이 하나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녀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나 녀자의 환심을 살생각이 꼼지락거렸다. 석사과정을 거의 마치고있는 친구 최헌군도 운수좋게 일본양아버지를 삼아 별걱정없이 공부하고있지 않는가, 그러나 영모는 대번에 엎어질수는 없었다. 비록 도금하러 일본땅에 오긴하지만 워낙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있는 그였다. 아마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선입견에 거부감이 얹혀 진탓이리라.     영모의 할아버지는 통화에서 유격대의 지하련락원으로 활약하다가 40 년대초 그만 일본헌병대에 체포되여 도꾜감옥에 압송된후 소식이 끊기고말았다.그런데 초면강산인 이 일본녀자와 친해지고싶은 생각이 솟으니 별스러운 일이 아닌가? 그야말로 항일투사의 손자가 중일친선의 새편장을 쓰게될지 알수 없는 일이였다. 녀자는 의미있게 웃으면서 혹시 도움이 될수도 있을것이라며 은근하게 굴었다. 그렇게 친해진 하나꼬였다. 그의 주선으로 좋은 대학에 입학했고 야마구찌라는 교수도 소개받았다.     오사까에 다녀온지 두어달 지나서 하나꼬가 영모를 찾아왔다. 영모앞에 나타난 하나꼬는 혈색이 무척 좋아보였고 젊은색시들처럼 희한한 양장을 하고 굽높은 구두에 값이 막중할 보석가락지까지 끼고있었다. 역시 멋진 선글라스까지 척끼고 폼을 잡고 있는데 그야말로 섹시한 로처녀를 방불케했다.     하나꼬는 영모에게 비싼 일본료리를 사먹이고 다방에 끌고 들어갔다. 한 녀자가 자기의 진실을 말하려 할 때 흔히 자기의 혼인사에 대해 말하는게 보통이다.  《긴상, 내 얘기 좀 들어봐요. 애인이 사망된후 고통과 슬픔을 달래려고 여러 남자들을 사귀였어요. 하지만 내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나의 그이와 너무도 비슷한 긴상을 우연히 만나게 되였어요? 정말 꿈만같아요. 긴상, 나는 당신을 너무너무 사랑하는데 당신은 나를 사랑할수 있나요? 》     영모는 대낮에 괴물을 보는듯 하나꼬를 바라보았다. 처음엔 돌봐주고싶다더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녀자는 애교어린 목소리로 정담을 했지만 영모는 오히려 뱀을 만난듯 등곬이 써늘해났다. 놀라웠다. 아직 나이는 둘째치고 가다오다 만난 이국사람에게 어쩌면 그렇듯 쉽게 사랑이란 말을 꺼낼수 있단말인가? 영모는 그 말을 내뱉은 녀자를 얼없이 바라보며 바보처럼 웃었다.   《왜 그렇게 웃죠? 내가 무슨 못할 말이라도 했나요?》   《정말 제가 행복의 천사를 만난것같군요. 친구하자던 목적이 결국 이것이였군요. 어쩌면 그런 천방야담을 생각해내게 되였는지요? 밥알에서 싹이 나는 그런 기적입니 다. 미안합니다. 합당한 일본남자를 골라보시지요.》   《애인을 삼는데 국적이 다 뭐게요? 세상뜬 그이를 내놓고는 마음에 꼭 드는 남자를 나는 아직 못봤거든요. 오직 당신이야말로 나의…》    영모는 례절이고 개나발이고 훌쩍 일어나 나와버렸다. 하숙집에 돌아온 영모는 귀신에게 홀렸다가 깨여난듯 마음이 뒤숭숭했다. 세상일이 조화라더니 이런 제길할 조화가 있는가? 아버지가 아시면 하늘이 낮다고 길길이 뛸것이다. 이 땅에 원혼으로 떠돌아다닐 할아버지의 넋은 또 어떻게 나오실가? 아무리 영원한 친구가 없고 영원한 원쑤가 없다고 하지만 영모로서는 그게 아니였다.    헌데 하나꼬는 검질기게 나왔다. 며칠을 어둡고 침침하고 슬슬 불안해지는 마음 으로 학교에 나가며 말며하는데 하나꼬가 100만엔짜리 지표를 보냈다. 그리고 편지 에 또 그 빌어먹을 애인말을 꺼냈다.   《영모씨. 이렇게 불러도 좋아요? 당신은 나의 애인으로 될 마음이 전혀 없나요? 나이차가 우리의 사랑에 담벽이 되는가요? 난 아직도 탄력이 있는 피부와 정열을 가지고있어요. 당신은 중국식전통관념의 속박을 받고있지만 돈많고 열렬히 따르는 녀자를 애인으로 삼아 마음껏 사랑을 누리며 공부도 시름놓고 할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잡고싶지 않은가요? 난 누구에게나 매인 몸이 아니여서 마음껏 즐길수 있어요. 절로 굴러들어오는 호박을 발로 차내던지는것은 무모한 짓이지요.     나에게는 나의 그이가 남겨놓은 돈이 아주 많아요. 내가 한평생 쓸수 없이 많거든요. 나를 따르면 이 많은 돈이 다 당신의 소유로 될수 있어요. 나의  재산도 상속받을수도 있거든요. 이런 행운은 아무 남자에게나 차례지는것이 아니지요. 잘 고려해 보아요. 나 억지사랑은 싫어요. 이번에 보내는 돈은 나의 저그마한 성의얘요…》    영모는 녀자의 사랑타령이 역겨웠지만 돈냄새는 역겹지 않았다. 시궁창에 떨어진 호떡이라도 호떡이렸다. 범의 코등에 돈도 떼먹야 난놈이지, (헝, 그래 오냐, 이 바 람둥이 왜갈보야, 돈 자꾸자꾸 보내주면 이 어른이 잘 써줄테니까,) 영모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돈을 찾아내왔다.     절로 나오는 코노래속에 쎈티멘탈한 느낌이 불쑥불쑥 튀여나왔다.(하긴 늙은 할미꽃이지만 이국녀자맛이 있을지두 모르지…)일본녀자들이 침대우에서 남자를 특별히 잘해준다는 말을 자주 들어오던 그였다. 어릴때부터 돈고생을 모질게 해온 영모는 모든 감정에 대해 무게를 달아보며 금전의 딱지를 붙이는 그런 괴짜이다보니 여직 이렇다 할 녀자친구도 없었다.     그의 눈앞에는 진한 화장에 가리워진 하나꼬의 바탕좋은 얼굴과 열기띤 가느다란 눈과 아직 채꺼지지 않고 솟아있는 하얀 젖가슴이 보이는듯 싶었다. 저절로 얼굴이 화끈해났다. 아직 한번도 분출하지 못한 로총각의 불붙는 정염이 속에서 꿈틀거리는것도 숨길수 없었다. 몸의 어덴가 궁금중에 떨리는듯 하였다.     (지금 세월에 동정이 다 무어냐? 까지껏, 꿩먹고 알먹기가 아닌가, 먹지못하는 고기에 침만 흘리라고 해,) 며칠후 영모는 하나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기빵이면 그만이지 빚은 맵시를 두고 옴니암니 따질것없다고 결단을 내린것이다. 《아이구머니나, 끝내 당신의 목소리를 듣게 됐군요. 당신의 건장한 모습을 생각 하면 벌써 속살이 파르르 떨려요.호호호ㅡ그리고…난 당신이 수요돼, 당신의 사랑과 애무와 당신의 일체가!》  《동경으로 오시지요. 뜻대로 해드리지요. 》  《그ㅡ래요? 사실은 나 동경에 빌라가 있어요. 그럼 나 비행기로 곧 가요.》 하나꼬가 날아왔다. 그들은 긴자의《천국》에서 최고급의 일본료리로 배불리고 불빛이 명멸하는 번화가의 주록세계를 거닐었다. 하나꼬는 통천하를 얻은듯 가슴가득 넘치는 희열과 흥분을 안고 소녀처럼 영모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속닥거렸다. 《여긴 내가 님과 함께 늘 오던 곳이예요. 오늘밤 맘껏 즐기자요. 온천욕도 하고 미식도 맘대로예요. 오늘 밤만은 빌라에 가지 말고 련인려관에 가자요. 우리 거기서 신혼의 밤잔치를 베풀어요. 아! 벌써부터 살이 떨리네…》                                                                                  2.       하나꼬는 정말 통이 크게 놀았다. 최고급호텔방에 앉은 영모는 황홀하기만 해서 몸둘바를 몰랐다. 연길 백산호텔에도 총통방이라는게 있다고 하더라만 그저 심드렁하게 넘겼지만 자기가 여기 도꾜의 최고급방에 들줄은 몰랐다. 그는 오래동안 자기를 추스르고 했지만 자기가 이 시각부터 타락하게 된다는 허구픈 생각만 고패쳤다.     그는 잠자리날개같이 투명한 잠옷을 걸치고 한들거리며 걸어오는 하나꼬를 시들하게 바라보며 짜내듯 내뱉았다.    《당신은 동생같은 나를 정부로 삼자는것을 전혀 리해할수 없군요. 나중에 어쩌자는건가요?》    《긴상, 당신 아직 이 일본의 밤생활을 모르는군요. 여기 귀부인들은 젊고 잘난 총각들만 골라서 즐긴다구요. 기실 현대에는 남녀사이의 나차이가 큰 문제가 아니라요. 오히려 당신은 큰누님같은 녀자의 정욕이 얼마나 자극적이고 달착지근한지 몰라서 그래요. 그리고 그보다 더 큰복을 이 일본땅 어데서 찾는다구요. 흥.》     영모는 철두철미한 육체교역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젊은 웅성의 자극을 갈망하는 이 일본녀자를 바라보며 무료함과 비애를 느꼈다. 그랬다. 향락주의자로 되려면 우선 리지적인 추리과정을 거쳐 의식적으로 미리 향락의 대상을 골라잡고 예측할수 있는 악과를 피면할 궁냥도 있어야 하는것이다.     그러나 지금 자기로서는 외려 상반대로 향락의 대상이 되여 뛸데없는 금전의 포로로 되여지려 할뿐이다. 선택하는것도 자유이고 선택하지 않는것도 일종 자유이다. 하건만 영모ㅡ자기는 어떠한 자유도 없이 붙잡혀온 새끼사슴이 주인이 칼을 대기만 기다리는 그런 처경이랄가, 자기도 알수 없는 욕망이 괴상한 열대식 물처럼 꿈틀 거리며 뻗어와 꼼짝 못하게 칭칭 얽어 놓는것을 어쩔수 없다. 한편으로는 자기의 숫총각을 내대고 금전과 야망을 얻고싶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소중한 인격과 동정을 돈앞에 구겨박으려는 자신의 용속함에 몸서리치기도 했다.     점도록 목석처럼 앉아 심드렁한 눈길만 비틀거리고있는 남자의 랭담에 언녕 신경이 까칠해진 그녀였지만 일본녀자의 특유의 그것으로 남자를 유혹하기에 쉽게 지치지 않았다. 하나꼬, 그녀는 지금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너무나 잘알고있다. 본토 남자들중에서 젊고 건장한 남자를 돈으로 못살것은 없지만 홍콩의 어느 영화배우처럼 잘생기고 건장하고 정나미 넘치는 이 남자만큼 시들어버리려는 정염을 불사르는 남자는 없을듯 싶었다. 그래서 놓치고싶지 않았던것이다.     녀자는 그저 자기를 한껏 방임하고 남자가 녀자를 즐긴다는 성관념은 너무 진부한것이다. 녀자도 돈만 있으면 아무리 추녀라도 웅성을 마음껏 롱락하고 즐길수 있다는것이 하나꼬의 고집이였다. 죽은 오까무라도 자기보다 몇살이 아래인 남자였지만 밤마다 얼마나 정열에 불탔던가? 하긴 하나꼬는 영화배우를 내놓고 일본에서는 보기드믄 미녀였다. 그 자신은 자기의 미모에 대한 넘치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왔던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세월의 비바람이 그렇듯 안타까워하는 미인의 심정은 아랑곳 없이 미모를 서서히 거두어간다는 현실에 눈을 딱감고 버티려했다.     그러나 아무리 질좋은 기타도 쳐주는 사람이 있어야 소리나고 격조높은 노래에 반주될 때에라야만이 조화되는법이다. 하나꼬는 하나꼬대로 윽벼르고있었다. 애인이 죽은후 한번도 만족시켜보지 못한 욕정이 그대로 활활 타오르는 불뭉치가 되여 육신을 지지는것을 참을수 없었다.     시들어가는 꽃이 한줄금의 폭우를 기다리는 심정, 비는 바야흐로 내릴것같지만 아직도 우산을 씌워놓고있다. 하건만 아무리 혈기방장한 영모일지라도 잠풍한 날에 고요한 늪마냥 감정의 물결은커녕 육욕의 물보라같은것도 일지 않았다. 지금은 중국 에서도 돈많은 녀자가 젊은웅성을 살수 있는것이다. 영모는 자초에 돈과 육체교역을 단순히 남자대 녀자로만 생각했던 자신이 다시 한번 허무하게 무너지고있었다.     하나꼬는 알몸으로 죽은듯이 이불우에 누워있었다. 세월의 언덕에 서서히 무너져 내린 하얀 젖무덤만이 가느다란 지진을 일으키고있었다. 불을끄고 영모는 녀자의 곁에가 누웠다. 이상야릇한 전률이 육신에 쭉 건너갔다. 로총각의 본능적인 심리에서 오는 전류일가? 하나꼬는 개구리를 노리고있던 늘메기처럼 스르르 감겨들었다. 영모는 저도모르게 숨이 거칠어졌다.     《이 하나꼬도 인격이 있고 신분이 있는 녀자여요. 원래는 이러자는것이 아니였는데 참을수 없었요. 모두 가져요. 당신 할탓에 있어요. 괜찮아 처음이니까, 응, 그렇게 날 속으로부터 폭발시켜요.》     처음엔 삯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그저 인형을 만지듯이 했지만 영모의 손끝에서도 필경은 이성의 오묘한 감성이 전달되기시작했다. 하나꼬도 비록 서툴고 성의없는 남자의 손길이였지만 젊은이성에게서 전해지는 이상야릇한 쾌감이 푸떡푸떡 뛰면서 전신에 쫘악 퍼져나갔다. 온몸이 해면처럼 나른해지면서 방종한 웅성이 마구 짓쳐들어가건만 하나꼬는 연신 환성을 터뜨린다.  《당신 멋져! 기실은 말이야, 옛날에도 우리 일본녀자들은 키작고 암팡지게 생긴 일본남자들보다 늘씬하고 끼끗한 조선남자들을 좋아했다나. 우리 외할머니도 조선남자에게 시집을 갔어, 그러니까 내 혈관속에 반도인의 피가 흐르고 있거든요. 우린 그만큼 연분이 있는거잖아?》     그녀는 작고 보드라운 손으로 영모의 남기를 교묘한 솜씨로 자극하였다. 그 몸놀림이 마치 오랜 훈련을 받은 고급기생처럼 얼마나 익숙하고 자극적인지 영모는 한번 또 한번 무아몽중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3.       그렇게 첫날밤을 정욕으로 빨래질한 하나꼬는 주일마다 영모를 찾아와서 자기의 별장으로 데려갔다. 거기서 하나꼬는 더구나 기탄없이 육욕의 향연을 벌렸다. 그냥 수동적이고 교역적이던 영모도 차츰 생리감각에 적응되여 가긴했으나 뒤끝에 허무와 자비심, 굴욕감으로 차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이 갔다. 녀자나이40이면 승냥이가 다 된다던가, 그래 그런지 그녀는 버거울만치 찰거마리처럼 들어붙었다.     하나꼬는 스스로도 자기가 이 세상에서 괴이하게 생겨먹은 녀자라는것을 얼굴을 붉히며 생각할때가 많았다. 그는 결코 막굴러먹는 갈보의 기질은 아니였던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식을줄 모르는 정염의 불길이 미칠정도로 온몸을 휩싸는것을 어쩔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밤마다 여느 중년녀자들처럼 조용히 잠을 청하려하여도 자궁속의 어디선가 알수 없는 욕구가 꿈틀거리고 있어서 미칠듯히 초조한것을 참을수 없었다.     그것은 또 까닭없이 그녀의 심장을 마구 고동치게 하면서 잠이란놈을 멀리멀리 쫓아버리군했다. 그리하여 하나꼬는 자기를 억제하지 못하고 한주일이 멀다하고 영모에게 매달려 온힘을 다 빼버리며 만족했을 때에야 이상야릇한 자부심을 가지고 잠들수 있었다. 허무, 삶의 커다란 허무를 성으로 채우지 못하고 그냥 맨숭맨숭해서 받아들인다는것은 삶에 종지부를 찍는것과 같다. 돈많은 그녀로서 허무감을 채우데는 성유희만큼 현실적이고 감각적인것은 없었던것이다.     하나꼬도 배울만큼 배운 녀자요 사회명류는 아니지만 린근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녀사였던것이다. 그는 곧잘 인생에 대해 자기 나름으로 생각해보군 했다. 고도의 물질문명을 창조했다는 일본사회는 제정신이 아니다. 돈과 소위 사랑이란것, 이 두가 지의 광기가 란무하고있을뿐이다. 특히 돈의 광기는 날이 갈수록 심해간다. 일본인들은 돈과 애욕에 열중하고있다. 그래서 자기는 중뿔나게 애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녀자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가 낳은 기형녀일뿐이라고 자기를 변호할수 있었다. (인간이란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 모두 이런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기만하고 있었다. 악마가 자기의 음욕을 비틀고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천사처럼 영모에게 웃음을 던지고있다. 이 허위적인 교역이 언젠가는 악과를 낳을수도 있다는 공포심도 가지고 있기에 세월이 흘러가고 자기의 육체가 하루하루 시들어가는것을 애석하게 느끼면서 광기의 일종인 성적인 히스테리를 몰아오고있는 그녀였다.     하나꼬는 집에 혼자 있을때면 대낮에도 샤와를 하던 발가숭이 그대로 큰거울앞에 서서 자기 몸을 이리저리 비추어보며 한창시절 아름다왔던 자기 몸매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녀자의 육체란 얼마나 잘 만들어진것인가? 그러나 발가벗겨 놓으면  너무나 애처러울만큼 연약하고 어찌보면 미완성의 유화같았다.     탄성이 빠져나가는 몸에서 조금 위안을 가져볼수 있는것은 신경을 써서 잘 보양한 하얀 피부의 부드러움뿐이였다. 그녀의 탐스럽고 매끄럽게 흘러내린 그속에 풍만함이 은근히 자리잡았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간곳없다. 녀성의 풍요함을 영원히 잃어버린것이다. 원래 그리 크지 않던 유방은 지금 신선한 멋이 조금도 없다.  그러나 영모와 나란히 누우면 희열에 몸이 달며서 모래언덕같은 영모의 두둑한 가슴을 파고들며 처녀애처럼 애교를 부리고싶어진다.  《녀자란 태양과 대지의 딸이지요.그래서 녀자는 미묘한 동물로서 애무와 긴 키스를 각별히 수요하고 있는거래요. 흔히 녀자에게 매여노는 남자를 머리가 없다고 하고 정에 린색한 남자를 박정하다고 하고 야성적인 맛이 없는 남자는 불알이 없다고 한대요. 그러나 긴상. 당신은 어느것도 아닌 진짜 사나이예요.》     영모는 그러는 하나꼬가 어처구니없었다. 세상에 태여나서 처음 맛보는 녀자가 이런 구미여우일줄이야, 영모는 석사과정을 겨우 마쳤다. 하나꼬가 잘 알고있는 야마구찌선생이 그녀의 양동생이라고 눈감아주지 않았더면 아마 석사증도 받지 못했 을것이다. 그래서 영모는 그 한가지에만은 하나꼬에게 감사하지 않을수 없었다.    영모가 더구나 하나꼬에게 감지덕지할 일은 그후에 있었다. 귀국하려는 영모에게 대련에 부동산개발투자금으로5백만의 거금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하나꼬는 먼저 표현이 좋아야 돈을 가질수 있다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극단적인 요구를 내세웠다. 자기의 회사를 가지는것이 평생의 꿈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줄은 꿈밖이였다.     그는 돈앞에서 자기를 잃기로 작심했다. 갑부의 꿈이 이룩되려는 판에 이미 쓸대로 쓴 연장을 아낄필요도 없었다. 마침내 대련에 자리잡은 영모는 아직도 부동산개발의 황금시기가 지나지 않아서 한몫 단단히 잡을수 있었건만 하나꼬의 말대로 하지 않고 쾌속효률의 증권교역에 손을 댔다. 그런데 날고 뛰는 전문가들사이에서는 영모는 촌닭에 불과했다. 결국 5백만엔은 까마귀 밥이 되고말았다.     하나꼬는 기막혔지만 영모가 그동안 기특하게 굴던 로고를 생각하고 영모가 회사의 이름으로 재투자를 요구하자 또 5백만엔을 내놓았다. 그러나 조건부가 붙었다. 첫째 그 사이에 사귄 녀자친구와 갈라지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자기 사람이 되여야 한다는것이였다. 이것은 영모로 말하면 혹독한 조건이였다. 몇년 나먹은녀자와 놀아먹다가 이제야 마음에 드는 생화를 꺾어 청신한 감각적으로 생활하게 된 영모로는 다시 버러지로 되라는것과 같았다.   《뭐요? 내 사랑을 버리라구? 언제면 나를 놓아줄수 있습니까?》     영모는 펄쩍 뛰였다. 영모의 그런 모양에 하나꼬는 랭소했다. 간교한 하나꼬는 벌써 영모의 약혼녀와 만나서 그동안 둘사이에 있었던 로맨스를 털어놓아 처녀를 기절시켜버렸다.   《당신은 아직 어려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냥 내몸의 한개 부분이 되여 내 지배하에 있어야 해요. 당신이 젊은녀자와 가정을 이루면 내게 전심전의로 충성할수 없을것이 아닌가요? 난 그걸 그냥 참아낼 인내성도 관용도 없어요.》     영모는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그는 자기가 너무도 쉽게 리기적인 교역에 내바친 감정과  육체를 두고 사랑하는 미나와의 행복을 훼멸시킨 치사한 자기 행각에 몸부림쳤다. 그는 다시 미나의 앞에 나타날 용기가 없었다. 전화로 며칠간 도꾜로 일 보러간다고 했다. 미나는 아무 대답이 없이 전화를 끊었다.     다시 일본에 건너간 영모는 하나꼬의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나 하나꼬와 3년을 동거하면서 그녀의 손에 든 인형처럼 되였다. 하나꼬의 회사도 불경기상태여서 그녀를 떠날수 없었고 일본을 떠날수 없었다. 그러다가 회사의 파견을 받고 북경주재 총재로 부임하게 되여서야 잠시 하나꼬에게서 떨어질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영모에게 전용차를 내주었고 공비로 아빠트까지 세내주었다. 그러나 미나는 영모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포해왔다. 어떻게 그 소식을 알았는지 하나꼬가 결혼하자고 제기해왔다. 영모의 정식안해가 되는것이 그의 꿈이였다고 했다. 하지만 결혼은 차차 의논하고 먼저 대련에 본부를 옮기고 같이 생활해야 한다는것이였다.     영모는 얼마전에 술집에서 만난 연변처녀 영미와 죽자살자하는 판이였다. 하나꼬는 하루건너 전화질했다. 하루는 자기가 죽을병에 걸렸으니 한번 왔다가라고 명령조로 말했다. 그러나 영모는 구미여우가 자기를 꼬여가려고 여기고 들은체도 않했다. 성이 상투밑까지 오른 하나꼬는 병이 좀 호전되자 북경으로 날아왔다. 하나꼬는 언제건 영모가 마음이 변하여 자기를 내칠줄 알고 영모의 일본류학 동창이였던 철훈 이란 사람을 끄나불로 붙여두고 영모의 일거수 일투족을 수시로 자기에게 회보하도록 해놓았던것이다. 하나꼬는 영모에게 손가락질 하며 욕질했다.    《사람이 량심없어도 유분수지, 발발이를 기른것보다 못해,》     영모는 하나꼬가 악다구니질 하건말건 눈한번 치껴들지 않았다.    《좀 랭정하시지요. 마님, 그러다가 혈압이 터지겠네.》    《뭐, 랭정하라구? 내가 그동안 먹혀주고 입혀주고 쓰게 한 돈이 5천만엔이야, 인민페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아니? 한번 계산해봐, 눈이 꼭뒤에가 붙을걸, 이제라도 네가 돌아서면 용서해주고 같이 사는거야, 불원이면 다 게워내! 이 하나꼬가 돈이 썩어나서 그저 처넣을줄알아? 내돈으로 녀자에게 아빠트를 사주었다면서? 》     영모는 온몸이 떨렸지만 참고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내 청춘손해를 돈으로 계산할수 있어? 당신에게 쏟아넣은 청춘만 팔아도 5천만엔이 더 된다,》     영모가 갈범처럼 길길이 뛰자 하나꼬는 타협조로 나왔다.    《그래, 그렇다 치자요. 우리 서로 다투지 말고 다시 시작하자요.》    《썩 물러가지 못해! 그냥 당신에게 노리개로 될줄알아?! 넌덜머리가 난다. 넌덜머리가!》     하나꼬는 더 참을수 없다는듯이 영모의 귀썀을 철썩 갈겼다.    《바가야로! 니놈이 다 무엇이게 날 욕해? 돈에 꼬리저은 수캐같은놈, 어디 두고보자, 네놈을 18층지옥에 처넣지 않나?》     이튿날,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있는데 류학동창 철훈이가 요긴한 일이 있다고 불러냈다. 식당의 독방에 들어서니 억대우같은 세사나이가 살기등등해 일어서며 그를 욱 에워쌌다.   《우린 하나꼬녀사가 보낸 사람들이야, 그가 당신에게 선대한 5천만엔을 언제 돌릴수 있냐? 모가지가 성하려거든 그 돈을 네가 이미 썼다고 서명하시지?》  《뭐라구? 너희들이 무얼 안다구 그래! 그돈은 투자금이야. 이건 나와 하나꼬가  처리할 일인데 왜 네놈들이 참견이냐? 》  《시끄러웟, 너와 이렇쿵저렇쿵 입방아찧기도 싫으니까 서명하든지 공안국에 가서 해결하든지 마음대로 해!》    독불장군이였다. 말을 듣지 않으면 하나꼬가 고용한 이자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자기를 요정낼수도 있었다. 영모는 떨리는 손으로 서명했다. 그리고 아빠트 구매비, 회사건립비, 등으로 5천만엔을 받았다고 주명까지했다. 일주일후 법원에서 호출령이 내렸다. 하나꼬가 기소한것이다. 영모는 하늘이 핑그르르 돌아갔다…     그렇게 충성을 다지던 영미는 어느새 낌새를 채고 잠적해버렸다. 가고올데가 없게 된 영모는 행차뒤 나발격으로 하나꼬에게 타협하는 전화를 걸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만나자고 간청했다. 하나꼬는 좀 생각해 보고 오겠노라고 대답했다. 년이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게라고 생각하며 영모는 일루의 희망에 매달렸다. 하나꼬를 기다리며 그는 몸서리치는 참회에 빠져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정신기둥이 철저히 무너진것이다. 돌이키면 자신의 인생활극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머리칼을 와락와락 잡아뜯으며 오열을 토했다. 5천만엔, 5천만엔! 그 돈은 아가리를 짝 벌린 구렁이처럼 자기를 삼키려하고있다. 흔자만자 흘려버리고 려행에 날리고 장사에 떼우고 증권교역에 탕진되여버린 돈, 결국 남은것이 무엇이가?                                                                                  4.       영모는 이미 녹쓸어버린 빈가슴의 항아리에다 참회의 숯불을 담고있었다. 돌이켜 생각하기도 부끄러운 치정이였다. 그런 무거운 정신보따리를 걸머지고서도 그냥 하나꼬의 성노리개로 충당되였다는 무서운 과거가 이 시각 그를 미치도록 괴롭혔다. 늦게나마 영모의 가슴속에서 회한과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 검은 불길처럼 타래쳐 올랐다. 아니 올줄알았던 하나꼬가 이튿날 찾아왔다.   《이제야 이 하나꼬가 만만치 않다는걸 안모양이군요, 그래 참회하고 다시 나와 살자구 결심이나 했나요?》 이기죽거리는 하나꼬를 보는 영모의 눈에서 불이 일었다.  《하나꼬, 너, 너ㅡ 더러운년! 내청춘, 내정신, 내미래를 훼멸시킨 악독한 여우야, 나 법정에서 마귀같은 네년의 기소에 항소할테다. 여기는 일본이 아닌 중국이야, 법은 네년을 공정하게 징벌할거야!》    그러나 그말이 너무도 무력하다는걸 하나꼬도 그 자신도 잘 알고있었다. 하나꼬가 남자처럼 머리를 흔들며 앙천대소했다. 《하하하…뭐 공정한 법이 날 징벌한다구? 지금은 중일국교가 맺아졌구, 중국사람들은 아직도 우리 일본사람을 막대하지 못한단말이야, 대학을 다녔냐? 류학도 이 하나꼬가 아니였으면 네절로 마치기나 했을것같냐? 그러나 인젠 나도 싫어,》     하나꼬는 듣기에도 거북한 쌍욕을 한껏 퍼붓고는 한들거리며 돌아서서 문께로 걸어갔다. 깨진 방울이 소리가 날리있으랴, 모든것이 끝장났다는 무서운 상념이 영모의 뇌리를 쳤다.   《야, 이 갈보야, 나만 이렇게 망가질줄 아냐? 너희들은 나의 철천지 원쑤놈들 이야, 이 악마같은 년아, 오늘 너와 나 함께 죽자꾸나, 》     이렇게 모진 소리를 치며 영모는 하나꼬를 덮쳤다. 하나꼬가 미처 몸을 피할새도 없이 미처 구원을 청할새도 없이 미쳐버린 영모의 무지한 두손이 가냘픈 녀자의 목을 죽어라고 죄이였다. 하나꼬가 데리고 온 사나이들이 들이닥쳤을 때는 하나꼬가 이미  얼굴이 다 죽어있었다…    사건자체는 끝나지 않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어야 할것같다. 그러나 우리가 사색할 문제는 긴 여운으로 남을수 있다. 이 세상의 어떠한 일에도 지망자는 있는법, 돈많은 사람에게 사람들이 잘 모여드는 세상이다. 어떠한 권위도 군자도 그것에 혹하지 않을수 없다. 그것에서 행운아들이 드문히 나오기도하나 현재의 희극속에 비극이 잉태되여있지 않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는가?      사람은 욕망의 유혹으로 령혼과 육체에 상처를 입고나서 참회한다. 그러나 그 상처를 낫게 할 약초는 인생마당에서 자라지 않는다. 그리하여 《너는 욕망의 골짜기에 굴러떨어진 인간이거늘 지옥으로 가거라.》하고 말한다면 억울하다고 하리라.     생활이 엄혹함을 어쩌리오. 오만가지 변괴가 마음에서 나오거늘 저승에만 귀신이 많은줄 알고 인간세상에 요괴가 많은줄은 모르더라.                                                 2006년 9 월 20 일  수개               
184    언어의 빈곤증인가? 아니면... 댓글:  조회:8674  추천:1  2012-09-29
                              언어의 빈곤증인가? 아니면...                                                           최균선       근간 독도문제를 두고 한,일간에 갈등을 빚어오다가 “위안부”책임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시야비야가 격해지고 요즘 다시 독도문제로 소위 “동맹국”사이가 껄끄러워지고 있는것같다. 수많은 양을 잡아먹었고 지금도 잡아먹고싶어 혀를 나불거리는 승냥이와 양의 동맹이란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가? 이에 앞서 2009년에도 독도문제로 한국언론매체가 한동안 끓었다. 그때 이런 기사보도가 있었더랬다. 《 외교부 대변인 명의 논평 발표     정부는  25일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사실상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것과 관련,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어떤 주장을 하든지 관계 없이 한.일 간에 어떠한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번 일본 고교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은 일본의 미래세대에 그릇된 영토관념을 주입해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바, 이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외교대변인 명의의 론평은 그야말로 긁는것도 아니고 꼬집는것도 아닌 중용철학이였다. 이미 엄정한 령토소유문제가 물위에 떠올랐는데 “한일간에 어떠한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어떻게 리해해야 하는가? 감히 날이 선말은 못하고 국민의 눈길이 가려워서《우려》아니면《유감》,《실망》,  《적극 검토하는중》따위로 표현하는데는 정말 실망이다. 하긴 현대 세계적외교통용술어가 이러루하긴 하지만도 말이다.     일본서는 생떼질인데 마치 상론조로 나오는듯싶다. 아베 신조(安倍晉二)라는 전일본총리가 자민당이 다시 집권하고 자신이 총리에 오르면 “미야자와 담화”와 “고노 담화”,“무라야마 담화”등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은 그동안의 일본정부립 장을 모두 고치겠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의 당국자는"일본 극우 정치인의 상식 없는 발언"이 라고 일축하며 "과거사 문제 해결은 한·일 양국이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데 필수적인 부분인데 일본이 준비돼 있지 않은 듯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참으로 언어빈곤인지 민족정신의 부재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준비돼 있지”않은것이 아니라 근본 그 무슨 “준비”를 념두에도 두지 않은 족속들이 아닌가? 그 무슨 “준비”문제로  알고있으니 강력한 요구가 아니고 그저 속으로 바라던 바일때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뜻대로 되지 아니하여 마음이 몹시 상한데가 있다는 “실망스럽다”는 말을 선택하게 된다. 분개도 아니고 분노도 아닌 “실망”을 일본이 송구해 할가?     또 정부당국자는 일본각료들의 잇다른 “책임 회피’발언과 관련”우익인사들의 고도담화를 인정한다면서 강제적으로 했다는 구체적증거가 없다며 부분적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한심하고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고 쓰고있는데 “안타깝다고 비판했다”는 어떤 비판인지 모르겠다. “안타깝다”는 애가타고 답답한 느낌이 있다, 일이 뜻대로 안되여 애가타고 답답한 느낌이다. 안타까움이 비판이 된다면 감각이 가려울가? 아플가? 그야말로 알쏭달쏭이다. 누이좋고 매부좋자는식인가?    문턱이 다른 남의 집의 일이나 결국 단군민족의 정체성, 존엄에 소급되는 문제이므로 관심이 가는것은 민족인으로서의 본성이다. 일본서 수십년전부터 새삼스레 말썽을 일으킨 독도는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에는 한일중간수역에 있다는걸 강조하고있다. 그런데 어제 보도에 의하면 (김 장관은 그러면서 "일본은 센카쿠에 대해서는 ICJ 제소 움직임이 없다는 점에서 행동이 일관되지 않으며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또 "노다 총리 회견은 국내용이며 일본 전후세대 정치인은 (2차대전 피해국에) 미안해하는 마음이 없는데, 이는 역사를 제대로 안 가르쳐서 그런 것"이라면서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요구했다.)고 한다.    전문인원이 아니라도 일본이 독일처럼 침통한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는데다 한술 더뜨는격으로 독도에 대한 집착은 이른바의 력사교육의 부재, 력사인식의 부재에 있지 않음이 불보듯 뻔한데 배앓이를 하는데 머리를 짚어보는격이 아닌가? 그게 어찌 력사인식의 차원만이겠는가? 이른바 “이중잣대”란 말은 마치 “저애는 무서워 못때리고 왜 나만 때리니?”하는 약해빠진 아이의 하소연같이 들린다. 각설하고,     (그 연장에서 김 장관은 28일 유엔 기조연설에서 '위안부' 문제 등 역사문제를 포괄적으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comfort women)' 대신 '전시여성의 인권 문제(women's human rights in wartime)', '성노예(sex slave)' 등으로 표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물론 외교적언어는 선택되여야 하지만 력사적으로 “위안소” 로 새겨져있는데도 “성노예”가 아니면 “위안녀”인가? 언어의 빈곤증인가? 아니면 민족정신의 부재인가? 결코 언어의 빈곤증을 느낄 계제는 아닌것같다. 언어의 빈곤증은 사상의 빈곤증이다. 손바닥만한 독도 그 자체로는 일본이 그렇게 발톱을 걸일이 아니라 여러가지 숨은 야망이 있다는것은 지각이 있는 사람이면 다꿰뚫어보고있다.     (일본정부가 어떤 주장을 하든지 관계없이 한.일 간에 어떠한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는 대목은 웃기는 표현이다. “승냥이님,먹고싶어도 양은 잡아먹지 마쇼, 예”하는 말과 같게 들린다. 좋게 생각하면 근본적으로 자국 ‘입장’은 시종일관하다는 뜻인지? 아니면 일본이 말속에 말을 깔아두든, 자기네 령토라고 침탈하든 그들의 리익을 고려해서 문제시되지 않는다는 뜻인지? 하긴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에 부정적영향을 우려한다니까 나오는 말이 유감일수밖에 더 있겠는가고 생각하게 된다. 오독인가? 오독이라해도 한심하지 않을수 없다.     “정부는  (2013년-필자)28일 일본 외무상이 의회 외교연설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이날 조태영 외교통상부 검색하기">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일본 신정부의 외무대신이 독도에 관한 부당한 주장을 제기함으로써 독도에 대한 영유권 훼손을 기도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유감스럽게 생각하는게 어떤 비난인지 알수 없고 단호히 대응한다는게 비난하는것에 그치는것인지 알수 없으되 이와 대조적으로 조선은 겐바 고이치로 일본외상이 독도가 일본의 고유령토라고 발언한것은 “령토강탈에 환장한 히스테리적망동”이라고 질타했다. 통신은 "일본 외상의 발언은 조선민족의 자주권에 대한 란폭한 침해이며 령토에 대한 정치적침략행위로 독도는 력사적, 지리적, 법률적으로 명백한 조선의 령토"라고 못박았다.(중략)     통신은 또, "흑백을 전도하고 도적이 매를 드는것과 같은 일본당국자들의 독도 망언은 결코 력사인식의 무지나 법률적판단의 착오로부터 나온것이 아니라 대동아 공영권의 옛꿈을 꾸는 일본우익반동들의 군국주의사상에 철저히 기인된것"이라고했 다. 이런 말이야말로 당당한 주권국가로서 상대국에 향하는 선언인것이다.     말, 국익을 전제로한 대외발언은 이렇게 명명백백해야 하는것이 아닐가? 콩도 아니고 팥도아닌듯이 말하면 말을 아니함만 못하다. 국가로서의 대한(大韩) 에 분노를 불태우며 대방의 요해를 겨누어 치명의 직격탄을 날릴 대변인, 언론인은 태여나지 못했는가? 아니면 례의를 지키고있는가? 일제의 침략이 빌미되여 단군의 5천년 혈통이 두동강나서 반세기도 넘게 저마끔 력사의 수레바퀴를 제산으로 올리밀고있는 이 마당이지만 민족정신은 하나가 되여야 하지 않겠는가. 뭉쳐도 위태위태한 범세계 적인 민족주의, 국가주의적인 각투장에서 말이다.                                                                                                     2013년 2월 28일 수정보충
183    옥상수잡감 댓글:  조회:9091  추천:0  2012-09-26
                             옥상수(屋上树)잡감                                          최 균 선        연길시내 곳곳에 낡은 층집이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층집의 옥상에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되는데 수종도 백양나무, 버드나무, 비술나무 등 각가지다. 그런 나무들이 눈에 띄일때마다 갖잖은 사색이 옥상으로 날아오르군 한다. 산동지구 여러도시들의 낡은집에 옥상수들을 많이 보았는데 씁쓸한 찬탄에 싱거운 걱정이 얹혀졌다. 기특하게도 그중 많은것이 비술나무인데는 조금 경이롭게 느껴진다. 비술나무씨앗이 전파력이 독특해서인가, 특별히 강한 생명력때문인가?     비술나무는 느릅과에 속하며 이명으로 비슬나무라고도 한다. 비술나무는 내한성이 강해서 만주땅 어디서나 볼수 있으며 내조성은 약하나 내공해성이 강하기에 가로수나 공원수로 잘 심는다. 한약방에서는 비술나무가지를 약재로도 쓰는데 통증, 대소 변불통 등 치료제로 좋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잎은 국으로도 끓여먹을수 있고 봄철이면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한다고 한다. 그런줄 알고 먹은것은 아니지만 배고프던 어린시절, 나는 비술나무에 하얀 햇잎이 돋아날때면 좇아다니며 많이도 먹었다.      이 몇해 외지에 있다가 돌아와보니 지은지 20년된 아빠트여서인지 길건너 맞은켠7층집은 말이 아니게 불성모양이다. 어느 날 남쪽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맞은켠집 옥상에 어린나무 한그루가 자라고있음을 발견하였다. 우연히 날려와 씨를 묻은게 언제인지 어려운 처지에 놓인만큼 서두르지 않고 아주 천천히 자란모양이다. 바람의 방향조차 모르는 나무와 쑥대들의 보금자리가 되여진 옥상, 그런 환경에서 견디며 자랐다는것은 나무가 상처를 제속에 새기는것일가?     어느 틈사리에 실뿌리를 뻗치고 수액을 빨아올리며 바람이 불때마다 흔들리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면서 나무는 말라가는듯 했다. 그러다 봄볕이 호듯호듯 내리쬐니 저도 비술나무노라고 잎을 피우고 열심하더니 가지를 뻗는다. 제아무리 기를 쓰고 자란다해서 거목이 될 희망이 있는것도 아니여서 건물로 말하면 파괴성적인 귀찮은 존재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존재가 리유일진대 너무 미워할수도 없으리라     최근년간 한국에서랑 옥상터밭이니 옥상정원이니가 류행되면서 인공적으로 이루는 경관과는 왕창 다른 얘기이다. 지붕위를 현대방수설비로 가옥도 잘 보존할수 있는 전제하에서 놀음질처럼 무슨 남새랑 심는것은 날따라 비좁아지는 도시공간, 몰켜서 사는 생활공간을 충분히 리용하려는 발상에서 이채로운 록색공정을 벌이는것은 일거량득이지만 오랜 층집의 옥상에 절로 부착되여 생존공간을 차지하고있는 경우는 인간의 지혜의 산물도 아니고 종자의 힘을 과시하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제때에 베여버리지 않으면 뿌리가 굵어질게고 그러노라면 지붕이 틈새가 생길것이고 비가 새여 우대량이 방중(雨大量房中)이 될것은 시간문제이다. 나무는 누구라 상관하지 않으니 멋대로 자라지만 그렇게 무관심과 자기중심의 시대, 옹근 층집이 내 집이라면 그냥 저렇게 멋없이 자라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게라는 생각이 자리를 튼다.  나혼자의 층집이 아니고 모두의 아빠트이고 게다가 내가 맨꼭대기집에서 살지 않으니 비가 새여들 걱정도 없음에 내버려둔 살풍경이라고 할 때 여기서도 역시 인심의 한구석이 들여다 보이는듯싶었다.    궂은비 내리는 날이나 눈내리는 날이면 회색하늘을 배경으로 부조화를 이룬 옥상수가 비에 촉촉히 젖는 모습, 눈바람속에 오돌오돌 떠는 모습이 생명찬가를 엮는다고 해야 할지, 주인들의 무관심과 라태를 시사한다고 해야 할지…그 끈덕진 생명력 과 존재욕망 자체로는 기특하게 생각되면서도 그래서 상념이 엉뚱하게 굴러간다.     혹여나 억지춘향일수도 있지만 옥상의 비술나무의 생명력과 적응성을 우리 배달민족과 련계시켜본다. 옛그날, 나라잃고 고향을 빼앗기여 남부녀대하고 살길찾아 만주벌판 곳곳에 새삶의 첫괭이를 박았던 우리 선조님들의 생명력도 저 비술나무에  못지않으리라. 층집위에서도 살아남은 비술나무처럼 우리 조상들은 돌꼭대기에 놓여진 신세였지만 억세게도 살아남았고 피어린 100년민족사를 엮어오지 않았는가!     비술나무는 저렇게 지금 푸르러 있지만 래일을 기약한 존재물은 아니다. 그처럼 끈진 삶의 의욕을 가지고 살아온 우리 민족군체에 많은 사람들의 삶의 궤적도 지금은 바람에 실려 정처없이 날려가다가 락착하여 위태로운 삶터를 찾은 비술나무씨와 비슷한 생명운동을 벌이고있지 않는가? 외국으로, 연해지구로, 그리고 산지사방으로 헤여져 모여서 혹간씩 자그마한 동네숲을 만들어가기도 하고 여물속에 삶은 콩알처럼 드물게 섞여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외국에 국적을 올리고 정착했든, 대도시에 어느 한구석을 차지하고 조선족거리를 이루며 살든 결과적으로는 옥상의 비술나무로 되지 않기만 바라는 마음이다. 언제 베여질지도 모르고 언제 후딱 뽑혀버릴지도 모를 그런 불확실한 환경에서 살고있는 옥상의 비술나무의 운명과 닮지 않았으면 하고 기원한다. 우리 민족들의 전통관념속에는 뿌리박은터라는 낱말이 특별히 의미깊은바 땅에 뿌리박는 지혜를 의미한다.     조선민족, 조선족은 농경민족이라는 전통관념속에는 과거 4천년을 한해라도 농사짓지 않고 살아본적이 없는 민족으로 새겨져있다. 그러다가 돈바람에 돈을 좀 쥐게 되자 도시에서의 편안한 삶을 바라고 도시문화생활을 해보겠다고 저저히 진출하는 그날부터 옥상에 부착한 나무들처럼 현재의 삶의 위태로움을 감지하지 못하고 도시에 진출한 사람들의 그후의 가슴아픈 사연들이 많다.     나무의 생명의 뿌리는 저렇게 옥상에 간신히 뻗는게 아니라 마음껏 지심으로 뻗을수 있는 대지가 적격이다. 특히 생명과 행복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의 결과로 생활터전을 도시로 옮겨온 이들은 옥상수의 래일을 읽으려하지 않을것이다. 옥상의 재배수는 현대물질문명의 풍경선이라 할세 저렇게 스산한감을 주는 옥상의 나무들은 그냥 살풍경에 가까운 비정상의 기관일뿐이라는 느낌이다.                                            2011년 12월 24일  (2012.9. 26. 연변일보)                           
182    인생별곡( 1990년대) 댓글:  조회:9338  추천:2  2012-09-24
                           인생별곡  (1990년대)                               백두여, 동해여!                                                     하늘을 떠받치고 천년,                           만년을 웅위한 백두야                           올라도 딛고도 마음엔                           마냥 높아있는 성산아                             언제나 성스런 웅좌여!                           단군님 그정신 기리여                                                    경건히 옷깃을 여미면                           가슴도 뜨거워 끓누나                             동해여 너를 마주하면                           가슴도 푸르게 열리여                           격정의 파도 일렁이고                           희망의 돛배 둥실뜬다                             바다에 찬가를 띄우면                           내마음 풍선이 된다만                           여기 한그루 나무처럼                           백두에 뿌리박고 살리                                                                        1990년 7월 18일                                                       작은 언덕에서                           바람결 맑고 정다워라                             가을의 휘파람소리에                                 과원의 숲이 설레는데                                     사과는 얼굴만 붉구나                           혈기도 뜨겁던 내청춘은                              익기전의 저 풋사과처럼                                 새콤달콤 별맛이긴 했건만                                     지금은 익었는가 조으는가                           작은 언덕길 굽이굽이에                                          게으른 가을볕이 호듯호듯                                 길가던 나도 해나른 자고싶네                                     황혼의 상념을 높이 베고누워                                                                           1990년 10월 20일                                                                                             부슬비 내리여                          부슬부슬 실실이                            내리는 부슬비는                                이국땅에 당신의                                    애모쁜 눈물인가                          돈내에 천애일방                            헤매지는 말아주오                                한푼이라도 더번다고                                    부디 애간장 태우지마                                                      비난수하는 내마음에                           하염없는 눈물이 솟아                               떨어진다오 부슬부슬                                   부슬비처럼 줄줄이 내리여…                                                                                                                           1992년 7월 3일                                                                눈내리는 날은                         눈이 내리네. 모아산                          고개의 길 아스라하니                              눈내리여 하좋은 날은                                 젊어서 걷고싶은 날이요                                              은빛ㅡ백설세계속에서                            색바랜 계절을 읽으며                               하얗게 마음을 털어내고                                  감회가득 채우는 날이요                          송이송이 하늘의 축복인듯                              눈꽃이 내리여 하얀날에는                               숫눈길 나혼자 즈려밟으며                                  스스로를 찍고싶은 날이요                                      1992년 12월 3일                                          취중시                                               모두다 취하는데 나도 취해야지                           시대의 증인이 나서서 굽어보면                               더부살이 하는듯 불안을 안고                                   휘청거리는 내가 가소로우리                          진실한 말이 그리도 힘이드냐?                            작은눈을 똑바로 크게 뜨고서                                고개를 기웃기웃 바라보느라니                                    잡념이 네거리 좁다고 활개치네                          래일에나 모레에나 언젠가는                            심장을 저 한지에 걸어놓고                                진실한 소리를 토해내야겠지                                    나는 바보처럼 늘 솔직하노라!                          한겨울 차디찬 빙설천리에                            삭막한 인정의 골목골목들에                                밤바람 취기를 쫓아오며 분다                                   후욱-단김이 랭기를 녹여준다                                                                                         1992년 12월 29일                                          고향산별곡                           비암동 아침안개 실실이                             머리풀고 하늘에 오르는데                                 일송정 정자가에 홀로앉으니                                    흘러간 사향가 부른듯 달려와라                             산기슭 저 아래 짝짜그르르                               동심이 날아오르며 터치는                                   햇살같이 반가운 웃음소리                                      호을호을 아지랑이 같아라                             소나무숲 술렁이기 시작하고                               새아침을 물고 날아온 산새들                                   포르르, 포르릉 연록의 가지에                                       진주이슬 털어내고 날아오르네                             활짝 펼친 동심의 나래밑에는                              높은산 험한봉이 따로 없는듯                                  야호ㅡ고향산을 흔드는 메아리                                      칼바위의 천년고독을 쫓아내라                                                                                                                   1993년 5. 25                                             석별의 전야                                                  짧디짧은 여름밤에                               긴- 이야기 한마당                                  다한듯 끝나지 않고                                      끝남에 다시 이어지는…                                                   짧았던가? 길었던가?                             세개의 춘하추동에                                 문학도의 그 정성이                                    만리성을 쌓았더랬지                             별은별은 저하늘 수놓고                               침묵속에 묵결은 은하수마냥                                  석별의 전야를 적셔가는데                                      사제의 정은 찐더워 좋아라                             가슴불타던 너 문학도야                               네가는 걸음걸음 축복의 꽃                                   자국자국 글꽃으로 피여나서                                       세월과 더불어 네인생을 빛내라.                                                     1993년 6월 30일                                        인생삽곡                             인생의 그봄날에                           생명의 푸른잎이                           어느새 락엽지여                           석양에 불타는가                             갈길은 촉급해도                           마음엔 먼길이여                           삭풍에 시린가슴                           가을로 풍성하다                             봄날이 다시오고                           꽃피여 웃는듯이                           인생의 찐한향기                           황혼에 느끼노라                                            1994년 10월 12일                                                            친구야, 묻지마                       친구야 혹여 내집이 어디냐 묻지마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내집은 어디?                     뒤골목 골목골목에 세놓는 집이라면                     내가 들어사는 가택인지 아지트인지                                        세집살이 못해본 사람이야 어이알리                     배고픈 설음버금이 집없는 설음인줄,                     층집은 줄줄이 일어서고 빈집많아도                     내가들어 살집은 어디에도 없었노라                       산새도 황혼물고 제깃을 찾아날건만                     셋방에 신물나 뉘집헛간도 욕심내는                     도시의 떠돌이 나그네 하나둘셋이랴                     불공평 공평이라 말씀들은 있더라만…                                       1996년  10월 20일                                         인생의 오선보                                 비내려 울적한 날이거든                               구름뒤 벽공을 그려보라                               마음이 한결더 가벼워져                               열심히 살고픈 생각나리                                 눈보라 성내는 한겨울날                               맘속에 고드름 맺힐때면                               새봄의 언덕을 그려보라                               훈향에 새희망 움트리라                                 속상한 고달픈 인생이면                               미래의 오선보 그려보라                               허무한 맘속에 깃을트는                               행운이 미소를 보내리라                                                                                                    1996년 5월 20일                                                               시조 3수                             노마도 시운타면 준마인 세월인듸                           소등에 올라타고 준마는 짐을끄니                           두어라, 천리먼길을 언제가려 하느니                             돌이야 석수쟁이 정끝에 달렸지야                           썩박돌 맷돌된들 아쉬움 있으리만                           옥돌로 절구를 파면 싱겁쟁이 아니랴                             쓴약이 병약인줄 스스로 알면서도                           사람들 단술만을 즐기니 인습인가                           苦尽에 甘来라더만 나는몰라 하노라                                                                                                                 1996. 12.11                                                                          정한(情恨)                                 천년의 정인들                                         만년의 한인들                                                 무상한 목숨에                                                        영구히 새기랴                                   정이란 락화요                                        한이란 류수라                                                세월은 흐르고                                                        관용이 오리라                                                             1998년 5월 4일                                                그래도…                                   그한번 불귀객 될것인데                                 축재에 한목숨 걸었느냐                                 렴결은 돈으로 못사는데                                 우사모 지천에 널렸구나                                   썩어서 성한데 한곳없어                                 비정도 놀라서 개탄할제                                 법망을 새여나 산다만은                                그래도 自首律 좋으리라                                                                                 1998 년 12월 6일                                        
181    연집하 탁류소감 (수정보충본) 댓글:  조회:11249  추천:6  2012-09-20
                                 연집하탁류소감                                                        최 균 선        공자왈:지자요수(知者乐水),인자요산(仁者乐山)라 하였으되 나는 천생내 지자는 아니나 물을 좋아한다. 산기슭 바위틈에서 용용솟는 정갈한 샘물은 물론, 산곡간을 울며 가는 벽계수이든, 졸졸 흐르는 시내물이든, 굽이치는 강물이든, 고요한 호수이든, 바다 이든 황하처럼 탁류라도 오수만 아니라면 물은 어디서든 무작정 좋다.      주야장철 줄기차게 흘러내리고자 하는것이 물, 산바위 가로막으면 뚫거나 에둘러가며 홈타기, 웅덩이를 다채워주고 조금의 틈서리라도 있으면 새여나가며 흘러흘러서 바다로 줄달음치는 물의 속성이 좋아서만이 아니다. 로자의 말처럼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것이 없다. 그러나 그 크기는 이를데 없고 깊이는 측량할수 없으며 길이는 무궁에 이르고 먼것은 무애(無碍)에 들어가며 혹은 붇고 혹은 줄며 변화다단하다.     하늘로 올라가면 눈비되여 땅에 환원의 섭리를 하사하며 만물의 근원이 되기에 다할줄 모른다. 물을 대지의 온갖것을 포용하되 좋아하고 싫어함이 없고 미물에까지 혜택은 미치면서도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흘러가는 끝을 알수 없고 작아져도 움켜 쥘수 없다. 후려쳐도 다치지 않고 찔러도 상줄을 모른다. 청탁이 뒤섞여 흐르며 여울치고 소용돌이치면서도 흩어지지 않는다. 연약하지만 바위을 꿰뚫고 넉넉하면 큰배를 띄워 천하를 건넨다. 형태가 없는듯 천태만상인 물이란 그래서 좋은것이 아니랴,      진짜 좋은 담수는 냄새가 없다. 이것은 물의 기본품질이다. 물맛이 좋다는 말은 물의 무색무미한 본성과는 틀리는 말이다. 인정도 물처럼 차가워도지고 더워도지고 고요히 흐르다가도 폭포처럼 격정을 쏟아내기고 하고 스스로 가두어놓기도 하고 열려져기도 하며 타자에 의해 오염되기 하고 반대로 남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로자는 물의 네가지 덕성을 가르치고있다. 모든 생물을 씻기고 만물을 흐르게 함은 인(仁)이요 맑은것을 떠오르게 하고 탁한것을 갈앉혀 찌꺼기를 제거함은 의(义) 요 부드러워도 범하기 어렵고 나약하여도 이기기 어려움은 용(勇)이요 강을 인도하고 넓히면서 가득찬것을 미워하고 겸손하게 흐르는것은 지(知)라 여유있으면 천지에 돌려주되 사심이 없다. 이를 물의 지고무쌍한 덕이라 한다. 로자는 "천하에서 가장 부드러운것은 천하에서 가장 굳센것과 겨루는데, 허(虛)에서 나와 극미(極微)로 들어 간다. 나는 이로서 무위(無爲)의 유익함을 알았다" 고 하였다.     물의 이러한 덕성을 터득해서 지자를 표방하려는것이 아니지만 참으로 물은 좋다. 그래서 집옆에 연집하가 내게는 “명소”이다. 그런데 매번 물가에 나와앉으면 기대가 많이도 이그러진다. 몇해 외지에 있다가 돌아와보니 연집하가 많이 변해있었다. 좁고 구불구불하게 물곬을 빼고 가담가담 락차도 만들고 징검돌들도 놓아서 사람들이 건너오고 건너가게 하였다. 만약 채색설계도를 본다면 징검돌 사이로 맑은 시내물이 돌돌돌 흐르는 정경이 멋질것이나 실은 고인 탁수여서 실망감이 둥둥 떠다닌다.      물이 흐르지 못하면 썩기마련이다. 그런데다 여러곳에서 흘러든 오수가 아름다운 동경을 망가뜨리고있다.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강둑길에서 삼삼오오 산책의 미학을 쓴다. 여유작작 거니는 정취속에는 자연스러운 끌림에 나온 사람도 있고 부담스러운 살을 내리우려 여러가지 자태로 걷는 사람도 있고 한낮의 더위에 찌들렸던 몸을 식히려고 나온 사람들도 있고…흩어진 각자의 행각이 모여서 북적이는 강둑길을 무심코 살펴보게 된다. 저녁산책은 느림의 미학의 체현이건만 연집하반의 상쾌하지 못한 공기가 산책의 발걸음을 재우치게 하는지도 모른다.      탁류의 냄새에 코가 습관된듯, 무감각이 오는듯싶은데 생각은 그냥 곁길로 빠진다. 오염된 물을 보며 썩은 냄새를 맡다가 스적스적 상류를 올라가본다. 기슭의 한 두곳 에서 땅속깊이 짓눌려있다가 참지못하고 용솟은 가느다란 맑은 물줄기가 물곬을 바라 고 부지런히 흘러나온다. 그러나 오수에 섞이는 순간 청류는 간곳없다. 이 또한 물의 포용력인가, 큰 흐름에 합류하는 순응인가?!      연집하에 흘러드는 오수처리가 그렇게 힘들가? 오염된 물에서 풍기는 악취, 버드나무가 무성해지고 키넘는 일본싸리들이 공기를 청정하게 하느라고 해종일 푸름을 떨치고있지만 역부족이다. 사람들은 늘 현상에 눈길을 돌릴뿐 그 본질을 파헤치기를 시끄러워 하는것이 아닌가? 물을 다스리려면 물을 다스려야 하리라, 물론 다스리려고 로심초사하여 나아진듯 하지만 철저히 개변되지 못하고있다.    연집하에는 기실 탁류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탁류란 황토따위가 섞여 흘러 가는 흐린물, 또는 그 흐름을 말한다. 별로 어렵지도 않을 문제, 누구도 코를 찡그리 면서도 그런대로 지나는것은 인습의 관성인가? 서북쪽 아빠트단지에서흘리는 오수나 두세갈래 흘러드는 오수들을 처리하면 되련만…       허접스러운 생각을 접으려는데 문득 기억의 쪽문이 열리며 한 이태전 인민일보에 실려있던 한편의 글이 어른거린다. 라인강(하)을 잘 다스린다는 내용이다. 라인하는 유럽에서 이름이 뜨르르한 대하로서 아홉개 나라를 경유하고있다. 그런데 그 길고 긴 강을 겨우 열두사람이 관리하고 있단다. 그것도 일호차착이 없이 말이다. 몇개나라의 음료수원천으로 되여있기때문만은 아닐것이다.      라인강보호위원회는 민간조직으로서 12명의 관리인원이 있는데 법률을 제정할 권리도 없고 따라서 징벌기제도 없다. 그러나 강물오염이 류역의 생태환경과 직결된 일이라는것을 너무 잘 알고있기때문이다. 라인강관리위원회의 최고결책기구는 각국의 부장들이 참가하는 전체회의이다. 해마다 한차례 회의를 여는데 결책회의가 적은 대신 관리상황을 검토하는 집행성회의는 한해만도 70여차를 연다고 한다. 여기서 문제 는 관리문제가 아니라 라인강류역의 주민들의 문화관념, 문화자질, 자률정신이다. 그러지 않으면 열두사람이 어찌 그 큰강을 그렇게 잘 다스려낼수 있을것인가?      역시 보도에 의하면 700명의 직원을 둔 “심수수무국(深圳水务局)”에서 5억원을 들여 길지않은 복전하(福田河)를 다스렸는데 그 효과가 명랑하지 않다고 하였다. 중국에는 종래로 문건, 제도, 인력, 자금이 부족한적이 없다. 부족한것은 창의적이고 인성화된 치수설계만 아니라 국민의 생태환경의식과 자률정신이다. 라인강과 복전하, 여기 연집하를 비교하면서 느끼는 맛을 과연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할가?      90년대초 연길감옥부근에 수원지가 있었는데 비가 내려 강물이 흐리면 흐린대로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와더랬다. 그러다 지금은 연집하상류 뾰족산부근에 건설한 저수 지를 식수자원으로 하고있어 다행이다. 몇해전 자전거를 타고 팔도저수지에 가본적이 있었는데 기슭에 잡동사니들이 가득 떠있어서 기분이 찝찝했던 일이 생각난다. 전문가들은 20년 후에 중국에서는 음료수자원을 찾지 못할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착하디 착한 물을 학대한 인과보응이 시작되는것이다. 생명의 기원이 고갈되는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문우답을 접고 저편을 바라보니 낚시대를 드리우고 셈평좋게 앉은 사람들이 드문히 있고 곤충잡이 그물같은것으로 무엇인가 건져올리려는 희한한 풍경이 이채롭다. 혹여 잔고기가 있다면 그것을 잡아먹을 리유라도 있는것일가?     록음은 바야흐로 우거지여 자연의 친화력을 과시하는데 많지도 않은 연집하물이“정화”되여 개구리네도 뛰여들고 작은 고기라도 노닌다면 금상첨화이리라. 잡생각속에서 내가 뇌까릴수 있는 말은“바라노니 유서깊은 연집하 귀한 물을 더는 오염시 키지 마시옵소서!”이다.                                                                            2012년 7월 25일ㅡ  2013년 5월 7일 (수정보충)
180    진언련시조 (6) 금수 (20수) 댓글:  조회:7945  추천:0  2012-09-17
                       진언련시조 (6 )                              금수   1.  몹쓸놈 욕할진대 즘생같다 하지마라          본능에 살거니와 인간악과 별개여니              인성이 인간악되면 금수보다 못하리   2.  까마귀 검다하고 사람들 꺼리여도          겉인양 속내같은 군자님 몇몇일고              만고의 반포지효를 넨들낸들 미치랴   3.  견공들 눈높이엔 부귀가 없으매로          주인이 가난해도 꺼리지 않거니와             죽기로 충성다하니 미담들이 많더라   4.  달보고 짖는개를 청승맞다 하지마소          월색도 처량하니 미물인들 심상할고              황페한 시골마을에 사람냄새 풍기니   5.  거둔개 발뒤축을 문다는 속담있어          가증한 배은망덕 경계한 말이지만              인간은 개만탓할일 아니런가 하노라   6.  견공은 집주인을 가리지 않더라만          사람은 빈천으로 친인척 가르나니              미물도 인간심사를 웃지아니 하리오   7.  호랑이 죽으매로 여우가 슬퍼하고          사자가 쓰러지니 나귀도 걷어차네              두어라 개관정론도 저와같지 않을고   8.  늪가에 개구리들 장밤을 울어싸도          저마끔 고아대니 가락이 맞을소냐             우리도 동심동덕이 아니되면 저같제   9.  원숭이 조끼입고 나대니 가관일다          흉내는 신통하야 많이들 웃더라만              재능이 그뿐이라서 환골탈태 하리오   10. 이리는 본능으로 양무리 해치는데           동물왕국 결딴내는 인간성 어떠한가               인간촌 양육강식에 피비린내 나더라   11. 면양은 거듭나도 승냥이 못되니라           호랑이 키워내도 사냥개 안되리라               타고난 본성인것을 고칠줄이 있으랴   12. 철창속 갇힌사자 자유를 묶이워도           야성은 포효하며 초원을 달리는데              사람들 구경거리로 희희락락 하여라   13. 수탉이 홰를쳐서 동창이 밝아오냐           모가질 비틀어도 새벽은 오더니라               만사에 때가 있는데 조작하니 우습지   14. 雄狮도 여우처럼 교활하기 짝없다면          초원에 약소동물 살아남지 못했으리              인류는 사자들마저 절멸하니 고귀해라   15. 나귀도 아니요 말같지도 않노매라            불우한 출생을 한탄하는 저노새야                잡종은 너뿐아니라 버새네도 있니라   16. 락타가 유각자로 낳던들 어찌하랴           초식이 본능인걸 피의향연 즐길손가               육식을 하는 동물은 흉악하기 마련이   18. 양들이 채소밭을 지키라는 당부받고           승냥이 양우리를 지키는양 하더라네                 인재라 등용함에서 저같으면 어쩌지?   19. 고기는 물속이라 귀한줄 몰라하고            새들도 바람의 힘 모른다 탓하리오               사람도 복속에 살며 그런줄을 모르매   20. 나귀는 가고가고 석마는 돌고도네            두눈을 싸맸으니 답보인줄 어이알고                인생도 무목적이면 저같지를 않으랴
179    대화의 례의 댓글:  조회:9483  추천:0  2012-09-14
                                 대화의 례의                                     최 균 선        사람은 이 세상을 “나”라는 존재로 살아간다. “나” 라는 개념에는 “자아”즉 나의 존재감도 있거니와 남에게 보여지는 “나” 가 있다. 하여 지성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자각하고 미화하려는 본능적인 욕망으로 긍정적인 자아상(自我像)을 체현하고자 노력한다. 그것이 자아개념이다. 자아개념이란 개인적속성과 자질 및 전형적인 행동들을 비롯한 자신의 전반에 관한 믿음이다. 이는 사회생활을 통해 형성되는바 조화로운 인간관계가 추구의 출발점이자 종국적목적이다.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것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느끼는 존재감은 자존감을 형성하는데 군체속에서 다각적이고 다측면적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자아는 스스로 긍정적인 존재로 인식시키는것이 전제이지만 결국 타인의 수용과 인정으로부터 비롯되므로 절대적인 자아란 없다.    자신의 인간상을 부각하고자하는 욕구는 여러가지면에서 표출되며 긍정적인 점을 극대화한다.      그래서 좋은 인상을 주려는 심리는 의식적,무의식적인 노력으로 이어진다.  좋은 인상을 남긴다는것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게 하고자하는 욕구이다. 그런데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라는 존재는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포함한 하나의 인격체이기때문에 그 구성을 이루는 각각의 요소들을 립체적으로, 정체적으로 다듬어야만 자신의 훌륭한 “이미지”‘를 창출해낼수 있다. 즉 좋은 사람으로 락인찍힐수 있는 중요한 요소는 자신의 내심세계를 시사하는 언행을 통한 자아표현이다.     지속적인 좋은 인상을 남길수 있는 지속효과의 측면에서는 대화를 통한 인격력량의 체현이 타인의 호감도의 증진에 유효하다. 그릇은 소리로 알고 사람은 말로 그의 지식을 알수 있다는 서양격언처럼 대화는 인격의 척도일뿐만아니라 발전적인 인간관계 형성에 중요한 축을 이루고있다.     언행은 사람간의 사이를 돈독하게 할수 있고 실언, 혹은 망언으로하여 감정악화를 초래하며 관계를 파탄시키기도 한다. 실생활에서 대화의 철학과 예술의 부재로인한 랑패를 누구나 경험했을것이다. 작정하고 망언을 내뱉음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속속들이 드러난다는것을 모른다면 그를 위해서는 비애이고 불행이며 곁사람들에게는 막무가내한 유감이다. 자기언행을 책임져야 한다는 상식쯤은 다알고있다. 그러나 안다는것엔 실천성이 내포되여있지 않다. 그만큼 아는것은 확실히 힘이지만 아는것을 행하는것이야 말로 진실한 인격력량이다.     문필활동은 가장 고상하고 지적인 대화에 속한다. 글은 작자가 사회, 독자와 진지하게 나누려는 화제이며 그에 대한 평론은 작자와의 심각한 대화이며 나아가서 독자에 대한 자기대화내용의 해석이다. 고상한 인격자와 비속한자의 구별은 언행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지만 우리는 자기언행을 조정하지 못하는 약점으로 하여 실천이 바람직하게 되지 못한다.     누구를 물론하고 자기표현욕이 있으며 자신을 알아주기를 간절히 원하고있다. 그러나 그보다 못지 않게 수요되는것은 대화의장에서 대방을 존중하는 아량으로서 말의 제조공장인 두뇌의 운행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그것은 곧 원활한 대화능력만이 아니라 인격력량의 종합적인 체현이 된다. 일컬어 된사람은 생면부지의 사람이라도 례의바르게 대한다. 이는 자신의 인격존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대방이 어떻게 느낄것인가를 알면서도 작정하고 막말을 하는것은 대방을 상해하기전에 그 자신이 이미 정신적인 불구임을 드러낸것이다. 입으로 나오는 소리가 다 말인것이 아니거니와 언행은 최소한의 례의와 격식을 갖춰야 대화가 된다. 대화만이 아니라 언론장에서도 자기를 위해서 지켜야 할 례의를 지켜야 대화다운 대화가 진행될수 있다.     네트워크시대, 인간교제의 또 다른 령역(장)은 인터넷문화공간이다. 인터넷시대의 인간관계의 기본특징을 개방성과 다원성, 자주성과 수의성, 간접성과 광범성. 비현실성과 은닉성, 평등성, 규범실조, 감정상의 소원, 신임위기, 자기중심 등으로 귀납할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악플이라는 불협화음이 생길 공간이 많다. 얼굴 한번 본적이 없고 통성명 한번 한적이 없는 네티즌들이 절대대분인 사이버공간에서 허물없는 친구사이에도 삼가하는 표현들이 란무하는것도 이때문이다.     수의적인 “닉네임”으로 악플을 다는데 기실 닉네임이란 사람의 생김새나 버릇, 성격따위의 특징을 가지고 남들이 본명대신에 지어부르는 이름이라고 해석하고있다. 그러니 즉흥적으로 다는 “닉네임”은 익명이다. 익명을 다는데는 자기 목적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숨김”이 목적이다. 익명으로 문장자체와는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을 해놓고 감각이 좋아있다면 그것은 감정발로가 아니라 악취미이다. 암전은 광채롭지 못하다. “잘난” 내가 있다면 “못난” 남이 있다는 상대성원리와 변증관계를 차근차근 복습해볼 필요가 있겠다.     대방에게도 대등한 인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것은 례의부재가 아니라 몰인격이고 자폭이다. 리성을 잃고 총기를 란사하는것은 용사의 행동이 아니라 비겁, 그 자체이다. 벙어리가 말하는 사람을 웬말이 많으냐고 타매한다면 그건 질투이며 앉은 뱅이가 절름발이가 절뚝거리는것을 보고 그렇게 걸을게면 아예 걷지도 말라고 한다면 심리장애이다. 벙어리인것은 그의 문제이다. 악플은 쟁론분위기를 조성하는것도 아니고 반론도 아니다. “욕설과 공갈은 전투가 아니다” 글자체에 대한 혹평은 자유이고 좋은점도 있다. “무슨 이런 글을 다?” 하고 작자를 욕하지 말아야 한다. 식당밥을 먹기싫으면 안먹으면 될걸 밥을 타매할 리유가 있는가? 존재가 리유이다. 나만 유식하고 나만 명철한듯 생각하면 기실 자기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것이다. 자기를 알면 총명하다고 하고 남을 알면 현명하다고 한다. 남을 전혀 알려하지 않는것은 자기에 대해 몰자각이라는 반증이 된다.     인신공격은 변상적부정이나 대화는 아니다. 감수와 거부감은 감각의 자유이지만 내감수가 남의 감수일수 없다. 물각유주(物各有主) 라 나는 싫어도 다른 누군가 읽는다. 그게 독자세계이다. “나”는 “나”일뿐 “남”이 아니다. 내가 있기에 세계가 존재하지만 내가 곧 세계인가? 모든 글이 완미할수 없듯이 제나름대로 부족점을 보아낸 사람도 결코 완인은 못된다. 그만큼 공공의 대화에서는 타자에 대한 존중과 례의가 필수적이라는 상식적인 계률이 존재하게 된것이다.                                         2012년 9월 8일
178    이삭주은 시조 50수 댓글:  조회:10176  추천:1  2012-09-03
                               이삭주은 시조 (50수)                    1. 물맑은 해란강에 자맥질 신명나서                          아롱진 동년의꿈 모래에 다져놓고                              뱀장어 까만등허리 굽던때가 그립네                                     2. 구름도 실려가고 해란하 흘러버려                         꽃사슴 노루네들 뛰놀던 숲도 없고                            록장에 가두어버린 매화록만 울어라                    3. 봉선화 물들이던 내누나는 가고없어                          손칼에 상한 내손 실로 찬찬 동일때                             그 곱던 손톱 생각나 추억마저 울어라                    4. 눈감고 그려보면 굽이진 강둑길이                          해란강 촐랑촐랑 발밑에 흘러가고                              언덕에 오두막집도 내집이라 고마워                   5. 책가방 둘러메고 숨차게 돌아오면                                   일송정 칼바위에 저녁해 너울너울                            야조야, “호박죽했다”정다웁던 그소리                  6. 배고파 캐고캐던 메싹을 입에넣고                        싱싱한 봄내음도 삼키던 그 시절이                            고래희 오늘날에도 생각나니 슬퍼라                                7. 시골서 살던때는 귀뚤이 귀뚤귀뚤                        추색에 절은뜻을 밤새워 풀더니만                           지금은 층집에 살아 그리워진 소리라                 8. 옛날엔 지붕들에 하이얀 박꽃피여                       보은박 주렁주렁 둥글어 복주더니                           모두가 지난얘기라 문명시대 덕인가                 9. 지쳐도 책읽으며 고달픈 밤을 쫓고                       새벽달 쳐다보고 희망을 깜박이며                           손목이 시큰하도록 많은 글을 베꼈네               10. 시집을 간다하며 설치던 전날밤에                       억수로 비가내려 차길이 막힐듯이                           새도록 퍼부어다오 가는길 막히도록                                                       1. 부디나 비내리는 령길을 넘지마오                     밤새워 날밝도록 그냥을 내리는 비                         말리는 내마음이라 하늘님이 아시네                                  2. 간신히 잡은소매 내치고 가는님아                     시내면 들었던정 꿈결에 네뚜리냐                         내마음 홍수된줄을 너는알고 있으리             3. 처마끝 고추다래 어디나 고향집이                     정주문 활짝열고 내왔소 들어서면                          맨발에 개죽엎으며 내엄마가 반길듯               4. 우물안 개골이님 늪가에 가라사대                     세상이 넓은줄을 이제금 알것구나                         보아라 신개구리족 우리아니 장한고               5. 도둑아 밝은달이 성가셔 성화겠지                     칠칠야 어둠속에 어찌들 챙길손가                        창가에 명경 비추니 많이많이 훔쳐라             6. 우정은 진귀하고 애정은 찬란해라                     련정엔 감화되고 감정은 쉬이상해                         인생에 가장 소중한것 진정인가 하노라               7. 여름내 너무울어 허울만 남았느냐                     더위를 말리더니 찬바람 오는도다                         인간촌 매미님들도 널과같이 되리라             8. 구구구 닭모이를 골고루 뿌리건만                     다투는 저꼴통들 누구네 다툼같아                         그양자 니전투구라 이름하면 될라나             9.  드러낸 내자신과 숨겨둔 진짜모습                      끝없이 부대끼며 다툼질 하던끝에                          마침내 자성이 되여 아픔만을 낳아라            10. 움터서 자랄때는 꽃나무라 불러주고                      피여서 고울때는 꽃이라고 부르건만                          잎지는 설운 시각엔 못본체를 하더라               1. 수리개 구름뚫고 제비는 물을차네                     힘에는 둥글소요 천리행 준마로다                        본성도 능력도 각각 소신대로 살자네                2. 자식을 다키워서 중짐을 벗던차에                     손군을 보살피는 큰짐이 지워지니                         지금의 조부모들의 만복인가 하노라               3. 비교가 계률이며 뭇눈길 좌표인가                     명품에 신들려서 짝퉁도 명품자랑                         두어라 허영이 뜨면 자아마저 잃거늘               4. 농사군 쟁기갈아 밭갈고 씨뿌리듯                     글쟁이 쟁기라면 붓대뿐 더있으랴                         여생도 농사짓듯이 슬카장 즐기리라                5. 비개면 남산덕에 일곱빛 무지개라                      선녀가 내려올가 호기심 내달리던                          철없던 동년의 꿈이 할배되여 회귀라                6. 숙제산 다 허무니 题海가 망망하야                      날마다 허우대는 동심이 우는구나                          어쩌냐 피로전술이 법보인가 하노라                                      7. 비오면 우산씌워, 눈오면 털옷입혀                      하낡은 자전거로 학교에 모셔가고                          저무는 교문밖에서 기다림이 지쳐라                8. 더우면 더울세라 추우면 추울세라                       근심에 걱정얹어 애면글면 키웠더니                           자슥아 제멋에 커서 출세한줄 아느냐                9.  벙어리 말못하며 침묵을 표방하고                       앉은뱅이 절뚝이를 흉보며 自慰하니                          심사가 저같을진대 바른삶을 살것냐             10. 미움을 사더라도 바른말 하고살며                        진솔을 보이곺던 순수한 마음이라                           공대포 쏘았더라도 속이편해 좋더라               1. 시골의 빈마당에 복사꽃 절로폈네                    집들도 텅텅비고 골물도 빠져가고                       구름도 쪼각이나서 산지사방 흘러라           2.  구정이 여의하여 먼길을 왔건마는                   층집이 솟았으니 둥지는 어찌하노                      청제비, 구제비들아 오는동안 못봤냐          3.  돈바람 모질어서 향토애 날렸갔나                   이러다 골도 비고 마을도 텅비리라                      산촌에 묵은 적막이 가실날이 없으리            4.  인생길 릉선따라 걸어온 허위단심                  걸은길 굽이굽이 회한만 묘연하다                     불붙는 단풍잎들이 무상세월 태우네          5. 상강이 지나가니 추색이 완연하다                  단풍잎 바라보니 상념도 불타는다                      락하의 서러운 한이 가슴속에 시려라         6.  인생의 막바지에 세월의 락옆지고                 근심은 적설처럼 평생에 무거운데                    칠정은 여의하여서 최다정이 되느뇨           7.  눈뜨고 보는세상 처처에 황당무계                  눈감고 생각하니 곤혹만 설쳐댄다                     마음이 편코자하면 소경되여 지이다                                        9.  구중천 날린 연은 보기가 아슬한데                 풀어서 푸는대로 보란듯 펄럭이네                    승진도 저같을건가 띄워주다 거둘듯          10. 본래도 마음약해 할말도 못하면서                   꿀먹은 벙어리로 혼자를 살았거니                      청운은 인연이 없고 명예조차 몰라라             1. 저기가 3.8선이라 백두의 긴혈맥을                 철사로 동여놓고 으르렁 호시탐탐                    력사를 줄타기하는 저모습이 슬퍼라           2. 이으면 삼천리라 통일로 하나인데                 그냥을 이럴수가, 민족의 한인것을                     서로들 옷고름풀어 옹킨가슴 열어라            3. 삼천리 시작되는 두만강 압록인데                   가다가 분계선에 철조망 가시돋혀                      손수건 찾기도전에 눈물먼저 굴러라               4. 겨레들 부둥키는 통일의 그광장에                  천애의 겨례들이 뜨겁게 달려오리                      하늘도 환호소리에 푸르르게 열리고            5. 늘보는 정경이되 생소해서 낯설구나                  저마끔 사는대로 이어질듯 끊어질듯                      도시의 인정사정은 어름어름 하는듯            6. 지척이 천리던가 이웃도 서로몰라                  두문은 마주해도 인정은 등돌려라                         이웃이 사촌이던 때 옛말되니 섭하네            7. 사랑도 미운맘도 가슴이 낳지마는                  더불어 살면서도 찡내야 성차느냐                     손해는 좀 볼지라도 보듬으며 살잔다                       8. 육신에 병든자는 웃음을 잃어가고                 심혼에 병이들면 웃을수 없으리라                     늙은이 밝은 웃음은 건강의 상징요            9. 말하며 사는인생 말없이 어찌살랴                  벙어리 랭가슴은 터질듯 아프리라                      하여도 허튼소리는 말한다고 못하리           10. 짐승은 모르나니 그리움 무엇인지                    절절한 그리움은 산다는 보람이여                        진정을 불태움없이 그릴줄이 있으랴                                                                  2012년  8월 정리                                   
177    농촌 <공동화>와 지각한 자성 (드디어 환상이 깨지고있다) 댓글:  조회:9322  추천:1  2012-08-30
                             농촌《공심화(空洞化》와 지각한 자성                                          (드디어 환상이 깨지고있다)                                                                              최 균 선        중국사회과학원의《중국성시발전보고(2012)》에 따르면 2011년 중국의 도시인구가 6.91억명에 달하여 성시화비률이 처음으로 50%의 관문을 열어제끼고 51.27% 에 도달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작금의 농초인구류동의 영향과 후과가 십분 복잡하다고 우려를 표시하였다.     어떤 지방에서는 성향의 일체화발전을 추진하면서 대면적으로 천이시키고 농민들을 등을밀어 시내의 층집에 올라가게 하는 현상이 출현하였는데 층집에 오른후 농업과 농촌발전을 어떻게 할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고려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맹동인가? 형식주의인가? 이 문제는 바로 당전 중국의 공업화, 성시화와 농업현대화 “3화”의 동보발전에 가장 큰 연조직과 난제로 되고있다고 피력하였다.         기실 문제자체에 모순이 잉태되여 있었고 자가당착이 엮어져 있었다고 해야 할것이다. 이런 동보발전은 그 자체가 곤혹이다. 농민들 모두가 시내에서 생활하고 싶어하는데 붙는불에 키질하고 “핍박하여 량산에 오르게”까지 해놓으면서 농업은 그대로 발전시키려 한다면 비론리적이다. 분명한것은 농민들의 피상적인“성시화”이고 농민들이 성시에 입주했다해서 물이 거도에 이르면 절로 흐르는듯 “공업화”가 실현될수 없는것은 불보듯 빤하다.     화중사범대학중국농촌연구원의 서용(徐勇) 원장은 토지에 퇴적되여있던 많은 인구를 해방시킨것은 중요한 의의가 있으나 동시에 향촌발전의 공동화(空洞化)가 출현되였다고 지적하였다. 지적은 사실이고 말도 맞다. 농토에서 해방되였다 할세 다시 층집에 갇힌격이 아닌가? 비워놓은 농촌을 누가 알곡으로 가득채워놓을것인가? 역시 곤혹이며 해답불능인 문제이다.     국무원발전연구중심에서 전개한 대규모의 조사연구에서 표명된바 현재 농촌외출 인구에서 35세이하의 청년들이 외출총수에 86.3%를 차지하고있다. 이는 외지에  나가지 않은 사람들보다 문화층차가 높은 사람들로서 일컬어 당지 정영들이라는 설명이 된다. 그리고 농사짓는 사람들은 로인들과 부녀와 아동들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민족의 농촌사회와 비슷하다. 그런만큼 선진적인 현대농업기술로 농업생산을 추진한다는것을 공담이 될수밖에 없다.     서용은 농촌쇠퇴의 대가로 성시가 발전할수는 없는바 중국의 발전은 성시화의 돌파외에 또한 반드시 “록색굴기(绿色崛起)”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즉 향촌발전과 온정성에는 인구류동으로부터 토지의 류전에까지 체제의 창신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국가정책, 토지규모와 농업기술, 이 3대요소의 지지가 수요되는바 마땅히 토지는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들, 능히 농사지을수 있는 사람들에게 돌려져야 한다고 력설하였다. 역시 일호차착이 없이 맞는 말이다.      그런데 농사짓기를 소원하는 사람들이 누구누구들인가? 농사지을만한 사람들은 다 외지에 나가 돈을 벌려하는데 누구를 농토에 붙들어두어야 하는가? 농경지를 징수하여 층집을 짓는데 땅임자들은 어디에 씨를 뿌려야 하는가? 하는 일련의 문제 들은 리론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농민들의 도시진출, 인위적인 진출의 조류는 마침내 오늘 “공동화”를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공업화, 성시화가 욕심나도 천하지 대본인 농사는 버리지 못하며 또한 버릴수 없기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되는것이다. 화제를 우리 민족들의 생존권과 발전에로 돌려오자.          몇해전에 우리 말 지방신문에 실린《중국조선족의 유일한 출로는 도시로 진출하여 새로운 생존공간을 개척, 확보해 나가는것》이라는 글이 실린적이 있었는데 선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멀리 내다보지 못한것은 사실이다. 하기사 정치,경제학적인 연구 라기보다 주관적인 착상으로 전국농업 발전구도같은 거창한 문제에까지 사색할수는 없으니까 당연하다고 해야 하겠다. 이에 필자는 “우리는 어디로 갈것인가?”하는 제목으로 반론을 발표한바 있지만 근시안적인 론리라고 생각되였던것이다.      그리고 조선족농업이라 하면 언필칭“봉페식농경사회”라는 개념을 외우고들 있는데 그와 상반되는 농경사회는 어떤 농경사회인가? 한족들도 자의든 타의든 성시화바람에 도시진출을 하였지만 뿌리마저 뽑아 짊어진것은 아니다. 새삶의 터전을 개척 하지만 결코 우리처럼 떠돌이민족으로 전락되지 않을것이다. 죽이풀어져도 가마안에 있다는 속담처럼 한족들은 어디가나 자기네 문화권의 일원이 되여질수 있다. 그러나 이질적인 문화전통을 가진 조선민족의 경우는 특수하다는것을 알아야 했었다.     흔히 새로운 생존공간개척을 구상하고 있지만 기실 머리속에는 새로운 농경사회 구도를 그린것은 아니였다. 리농, 이것은 도피이지 개척이 아니다. 이것은 확실히 유모아이다. 봉페된 농경사회가 결코 부쳐먹을 땅이 없고 집도없는 도시무직자의 생활보다 나을수 없으니 말이다. 묻거니와 모든 발달국가의 농업생산을 개방되였는가? 봉페되고있는가? 농경사회의 파괴와 타도야말로 우리 민족생존개척의 법보인것처럼 역설하던 사람들의 안계가 여기서 금그어진다.     한심한것은“이제부터 농경사회에 머믈러있고 페쇄되고 보수적인 환경으로 돌아간다면 의심할바없이 조선민족은 경제사회에서 말로를 걸을수밖에 없다.”고 단언하는데 실로 절창이라 할가. 그런데 왜 국가적으로 농촌경제발전이 고양되고 있을가? 원래 봉페적이였던것이라도 그것을 버리는게 능사인가? 대답이 궁할것이다.     무작정 도시진출이 새생존공간의 개척인가? 리론에서 리론으로 그치는 구구한 장황설보다 가장 간단한 해답은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 한족들도 절반이상이 이미 도시농민이 되여서 농촌의“공동화”가 국가적난제로 우려되는 이 마당에서 탈 농리론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가? 대서특서할 일이 더 있을지 의심된다.     정부에서는 3농문제해결에 박차를 가하면서 보다 실제적으로 농경사회를 발전 시키려한다. 이 발전대상에서 조선족이 제외된것이 아니며 그럴수도 없다. 그만큼 이는 우리 민족농민들의 전도만이 아니라 전 중국농민들의 전도이며 아직은 농업국인 중국이 나아갈 길이기때문이다.      정보화시대. 고기술의 현대사회에서 살아도 밥술은 들어야 한다.“탈농리론”을 펼치려던 “선각자”들이 농업사회를“말로”라고 단정할 리론근거가 원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증이 된다.“다른 민족들이 힘들게 농사지어라, 그 쌀은 우리가 도시에서 편안히 먹어주마,”라고 한다면 비리한 착상이 아니겠는가?      《흑룡강신문》이 1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족의 80% 이상이 거주하는 동북 3성의 농촌 공동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조선족농촌인력이 한국과 대도시로 대거 떠나면서 농지가 방치되거나 조선족마을 자체가 없어지고있다. 흑룡강성에서는 주민이 감소된 마을들이 통합되면서 1990년대 말 491개였던 조선족촌이 2007년 에는 233개로 절반이상 줄었다. 흑룡강성에서 조선족이 가장 많이 사는 오상시에 있는 한 조선족촌의 경우 180가구였던 마을이 현재 4가구만 남아 더이상 명맥을 유지할수 없게 됐다. 랴오닝성도 비슷한 시기에 조선족 향,진이 13개 에서 2개로 감소되였다. 연변은 지난해 기준으로 조선족촌이 1천51개로서 5년전보다 25개가 줄었다.     신문은 한중수교이후 지난 20년간 조선족 사회에 몰아친 “한국행”'열풍이 조선족농촌의 공동화를 초래했으며 상당수 조선족이 한국에서 돈을 번뒤에도 귀향하지 않고 연해지역에 정착한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동북 3성의 조선족뿐만아니라 대다수 농촌지역의 농민들이 도시로 진출하면서 방치된 농지가 늘어남에 따라 도급지 유상회수 등 관련제도 정비를 추진중이란다.     이에 따라 조선족언론들은 도급지유상회수가 현실화하면 도시와 해외로 진출한 조선족농민의 땅도 이 범위에 포함되여 조선족사회에 한차례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칠것으로 우려하고있다. 한편 2010년 기준으로 조선족인구는 총 183만929명으로, 20년 전보다 8만9천668명(4.6%)이 줄었으며 지난해 말 현재 합법적으로 한국에 체류중인 조선족은 29만7천명이다.     이 시점에서 “탈농촌, 도시진출”론리를 펼친이들은 자기의 구상을 다시 씹어볼 필요가 있을것이다. 물론 탈농촌의 리론에 매료되여 우리 민족의 농촌들이 “공동화”되여진것은 아니지만 이제 더 떠날사람도 없는 마을, 마을의 밭과 빈집들에 한족들이 새삶의 울타리를 두르고 복된생활을 가꾸고있다. 한번 농촌에 가보시라. 황페화된 우리 농촌이 주는 감수는 탈농촌호소의 결과물에 대한 회심의 미소가 아니라 애석함과 씁쓸함 그 자체일것이다.                                                                                  2012년 8월 28일    9월 18일 보충수정
176    (1980년대 자작시) 새언덕에 인간수업 댓글:  조회:9883  추천:1  2012-08-28
                                       (1980년대자작시)                                                     새언덕에 인간수업                                                            내가는 대명동                             룡정서 뻐스타고 백칠십리                           삼합ㅡ명동, 대소가는 길은                           첩첩산발을 넘는 고개의길                           구름도 쉬여넘는 외진령길,                             오르며 아흔아홉굽이50리                           내리며 50리 아흔아홉굽이                           골깊고  산높아서 험난하고                           유서도 깊어 깊은 오랑캐령                                                 먼옛날 우리네 할배할매님들                           남부녀대로 휘여휘여 넘을제                           흰옷의 지친그림자 울었다는                           망향의고개, 설음의 령길이요                             조동령 내려 한왕산 쳐다보며                           전설의 下马来 지나 명동이라                           하루에 겨우 한번 차통한다는                           하늘아래 첫동네, 심심산골요                             남문열면 점심해 이마에 닿고                           북문열면 나무단이 굴러든다는                           도목나무에 이밥먹고 산다는곳                           무릉도원 이렇든가 경개도좋네                             로송아래 애솔도  청청한 언덕                           절당같이 덩실한 명동중학교요                           종을쳐서 아이들을 불러들이여                           랑랑한 글소리 시골을 풍미하오                                                    1980년 7월 26일                                          시골의 사계절                               시골엔 봄이 노량으로 찾아든다                             한왕산 벼랑굽 진달래 수줍더니                             산에산에 멋대로 자란 살구나무                             제멋에 겨워서 웃음꽃 화사하고                                                         겨우내 침묵한 대동골 몸푸는가                             고패치는 두만강가 늙은수양버들                             긴머리 실실이 풀고 그네를 뛸때                             종다리 지종, 뻐꾹이소리 싱겁다                               사월을 밀어내고 흐믈대던 오월도                             유월 록음방초에 슬며시 숨어들고                             지글거리는 여름, 매미네들 극성에                             개구쟁이들은 두만강뱀장어가 된다                               스쳐가는 산들바람을 가지에 걸어                             무더위가 흐믈흐믈 그네를 뛸때에                             개나리 참나리꽃 여름을 반겨웃고                             만록총중에 함박꽃님 흐드럽구나                               다락논에 벼이삭이 노란물감 들때                             더기의 조밭머리에 저 허수아비님                             헌삿가쓰고 두팔을 허우적거리며                             참새떼의 성화를 말리랴 분주하다.                                대동골 골골에 송이버섯 캐고나면                              가을은 쫓기듯 물러가고 하늘높아                             산을넘은 갈바람 산마다 불지르고                             청산은 백설속에 꿈꾸듯 말이없다                                화로불에 감자익는 냄새 구수한데                              까치도 얼어죽을 함박눈 쏟아지면                              겨울해는 중대가리에 원두알구을듯                              긴 삼동이 봄을 잉태하고 태질한다.                                              1981년 12월 20                                                  시골의 명상                                달빛머금어 청산은 말이 없는데                              벽계수는 무슨 사연을 주절대노                              가지말라 막아선 바위야 비켜라                              바다의 푸른꿈에 춤추며 가노라                                우등불에 어둠빛이 숨박곡질하고                              달이 하밝아 별도 새초롬해졌는데                              반딧불 꾀여드는 숲속 부엉바위에                              부엉이 부엉부엉 고독을 울어싼다                                내리라는 산천어는 어드메 잠들고                              고기발에 감개무량 월색을 베고잔다.                              외로운 밤구름 달희롱하며 떠도는데                              새벽빛이 어느새 저만치 달려오누나                                 산골길, 시골선비 조으는 발걸음에                               새벽달빛만 차디차게 휘감겨드는데                                재넘은 골바람이 밤끄트러기 쫓느라                                싸늘한 휘파람소리 나무가지에 건다.                                    두만강 흐린물 한에 목메여 갈린소리                                귀가에 서러워 더욱 이슬젖는 이 발길                                하염없는 생각이 생각이랑 즈려밟누나                                아, 못잊을 시골의 밤, 홀로 서정이여!                                                 1982년 8월 15일                                                  두부사시오                                                    두부사시오. 두부를 사가시오                              한모에 25전, 콩도 바꿈니다.                              어제는 하마래 오늘은 합전촌                              두부를 사시오. 햇두부입니다                                                        개혁이라 시골에도 도거리농사                              상품경제 돈바람 훈장도 꼬시여                              뚝딱뚝딱 두부방 나절로 지었소                              간판은 없어도 최선생네 두부집                                                           둥글이 사놓고 수레랑 갖춰놓고                              일요일 도목나무랑 실어들여서                              첫새벽에, 점심때, 나무를 패고                              콩을 갈아 아침두부 한판대기…                                마을사람들 선생이 할일이냐고                              손가락질에 뒤공론 구구하여도                              어쩌냐,시골훈장 반농사군이라                              내땀흘려 아글타글 잘사자는데                                                                            명동중학교 5년은 다사분주해                              또다시 마디진손에 장알박히고                              시골애들의 순박한 마음속에도                              아바이 어문선생님이 다되였소                                탈출기 박군의 등짐나무, 쉰두부물                              락심천만 시쿤 체험을 나도 겪었네                              남이야 뭐라하든 “두부를 사십시오”                              인생도 가지가지 이게 내인생이여,                                            1984년 10월 14일                                                             둥글이야, 너도 힘들지?                               골이 깊어서 50리 긴긴 대동골                             땔나무하러 가는길 하도나 멀어                             소방울 왈랑절랑 숫눈길 헤친다.                             이랴! 낄길, 어서가쟈, 둥글아!                               왈랑절랑 귀맛좋은 워낭소리에                             골골에 산새 언잠에서 깨여나고                             심산속 풍경은 눈속에 차디찬데                             나무군의 단김이 언몸을 녹인다                               둥글아, 얼러덩 발구채 메야지                             삭정이랑 토막문티 끌어내리자                             점심 네여물에 삶은콩 서리끼고                             허리에 찬 주먹밥도 동태되누나                               수레채 휘도록이 넘치게 싣고도                             욕심껏 몹쓸 욕심을 덧실었더니                             내리막엔 후거리 궁둥이 홈파고                             올리막길 미끄러 힝힝 숨차하네                               고맙다. 내 둥글소야, 너도 힘들제?                             너는 평생 부림당하여 고역치르고                             내사 찾아하는 고생은 인생고여서                             너와 나 사는 양상 피장파장이지?                               나를 위해 날과 함께 치러야 하는                             너의 로고를 낸들 어이 모를소냐?                             나도 너를 닮아서 인고의 정한을                             네 힘줄처럼 검질기게 참고살리라                               어허 저, 해가 저무는데 날래가쟈!                             왈랑절랑 방울소리 어둠을 헤쳐라                             한많은 인생길 열두나아리랑고개를                             내정든 둥글아, 이랴, 쩌쩌 힘내자!                                         1983년 1월 14일                                                                                                   떠나고도 그리워                             도시라 교수청사도 으리으리                           운동장은 학생들로 메워지고…                           멋쟁이 선생님들도 도고하야                           시골선상님은 촌계관청이런가                             긴장을 받들고 교단에 오르니                           턱밑까지 밀려드는 숨결들과                           수십쌍 눈빛들에 마음도 숨차                           생각났다, 시골학교 이왕지사…                             만출석,모두 와봤댔자 열네명에                           눈에 길이막혀 조동애들 못오면                           예닐곱 순박한 눈빛들도 엉성해                           강의도 서글퍼 시들해질듯 했지                             아침, 산에 소를 놓고 젖은대로                           점심, 나무를 패던 차림 그대로                           천방지축 교실에 들어서는 날도                           인정과 리해로 맞아주던 눈길들…                                              시골태생의 운명을 바꾸어보자고                            구지욕에 가슴불태우던 그들이라                           심혈을 쏟아붓고 정성을 다하며                           정들어버렸던 그들이라 생각는가                                                    가시려면 저들만이라도 졸업시켜                           중점고중 가는모습 지켜봐달라며                           팔소매를 눈물로 적시던 심애랑                           홍희랑 명철이랑 내가 미웠으리                                           구구구 말씀 많아도 비둘기패라                           병주고 약주고 눈감고 야옹하며                           그런듯, 그럴듯이 좋은말 하다가                           배반을 두고 떠나온 명동중학교                             어디면 눈빛이 별같지 않으랴만                           그 진실한 마음들을 저버렸거니                           이애들앞에서 내가 무슨말 하랴                           도시학교 첫수업은 엉터리였다.                                      1985년 4월 4일                              두만강아, 다시 네물결에                             두만강아, 시골에 두고온 네물결                           여기서 또다시 만나니 반갑구나                           님찾아 너를 건너서던 옛그날도                           네물결 내아래종아리를 휘감았지                                                     닭쫓던 개 울쳐다보듯이 하고서                           추격의 총소리 섬찍하게 남기며                           해동의 강판을 천방지축 넘어서                           요행이 쓰러지던 곳 어디쯤인가                             우리할배 아들업고 건넜다는 강                           나와도 운명처럼 여기 속삭이네                           해뜨는 어느 바다가에 내첫사랑                           너의 세찬물결을 기억하고 있나                                                      왔노라, 두만강아, 너를 찾아서                           아니, 도회지의 새 생활을 찾아                           인생의 세번째 굽이를 돌아드니                           어두운 강물만 처절썩 말이없네                                                                1985년 5월 21일                               비내리는 골목길                             봄비는 단비라해도                           도시에도 단비인가                           밤비내리는 골목길                           홀로걷는 마음이라                             괴로워 웃으며 살자                           날개면 해도 웃으리                           래일을 바라고 나는                           인생-고해도 들이켜                             고진감래 웃음되니                           궂은날의 비발처럼                           하염없이 울지마라                           고달파도 웃으시라                                        1985년 6월 23일                                  허울꽃은 피고지나                             춘풍세우 피는꽃 향기로운데                           자고깨면 새라새로운 간판꽃                           네거리에 보란듯이 피여나라                             쳐다보니 동방무역유한공사                           돌아서면 중화무역유한공사                           금강산, 태평양, 요란도해라                             얼떨떨 시골신사 들어갔다가                           락심천만 돌아서니 웬일이요                           탁상우에 빈말무역 공성났냐                             아참, 우서웁다. 좋은 세월에                           번영할사 흥성한 상업시대라                           허울공사 경리씨는 어이우노                                            1985년 7월 28                                   너, 나의 사랑아                             사랑해, 못잊어 생각나서                           나서면 저도몰래 가는곳                           고운님 내님의 웃음꽃이                           기다려 반겨주는 곳아뇨                             세상풍파, 인간군상들과                           희노애락 그품에 숨겨도                           만나면 변함없이 묵묵히                           맞아주는 내님 따로있네                             말없는 무한사랑에 취해                           바다밑 하늘끝 시공간에                           나를 이끌어 데려다주신                           내사랑의 영원한 품이여                             볶은콩 골라먹는 애같이                           미친년 달래캐러 나서듯                           찾아가고 들춰내서 안는                           내생활의 다시없는 반려                             보고  또 봐도 보고싶은                           내사랑 그이름 책이라오                           어제도 이밤도 래일밤도                           피여고운 만년화 좋아라                                                  1985년 10월 20                                     먼저 웃으시라                                                     잘났노라 으시대는 벗이여                           웃으시라 먼저 마음대로요                           허위로 가면에 웃음칠하며                           순박과 성실을 비웃으시라                             웃지않는 내가슴도 웃음샘                           분투가 골방에서 못질하며                           명동골 선생님 기다렸다가                           마감에 가슴치며 웃으리라                                     맨나중에 웃는이가 제일로                           통쾌하게 웃는다고 하거늘                                                    웃어도 진실이 눈물나도록                           웃으리라, 이 시골선상님도                                                           1986년 2월 16일                                       강건너를 바라보며                             두만강변 황혼빛이 서러운데                           강건너마을 밥짓는 저녁연기                           홀로선 내마음처럼 까라지네                             바라보니 눈덮힌 상봉우리도                           구슬픈 꿈에 잠긴듯 울울한데                           봄의 숨결은 예이제 생생하다                             두만강물은  다시 주절거리고                           묵은 덤불속 새싹은 웃으련만                           내마음의 고드름 언제 녹을가                             저기 강건너 눈물젖은 기슭에                           오롱이 조롱이 내조카들 선듯                           아아, 찢기여 아물지못할 상처                             아리고 쓰리여 가슴뭉클하구나                           주루룩 눈물이 소리없이 내리여                           혈육의 정에 불붙는 마음식히뇨                             언제나 오려나? 배고픔 모르는                           보통의 생활도 아득한 꿈이런가                           민이식위천이 용납못할 일이던가                             알수 없어라, 이 저녁, 웨이리도                           눈물겨운지, 어쩌다 이밥덩이에                           목이메여 김치물마시던 입들이여                             멀리 가까이 도깨비불같은 전등빛                           너는 이밤 고달픈 꿈을 잠재울가?                           아아, 나는 몰라라, 알수도 없구나                             공연히 울고싶어서 울음을 참으니                           더구나 눈물이 앞서 울음을 캐네                          그러나 오, 운단들 무슨 소용이랴!                                                                  1986년 3월 13일                                      락원은 아니였네그려                                동에서 서에까지 한참이면 닿고                           북에서 남에까지 한동안 걸리는                           여기 변강의 작은 도시 도문은                           시골살던 훈장님께는 천국이라                             한해도 몇번씩 세집을 옮기느라                           니야카에 이사짐싣고 다니여도                           아이들은 시내산다고 좋아라꿍                           도시부인 되신 당신은 어떠신지                             도시의 인정사정 환멸을 안기여                           나날이 날이 갈수록 나는 무섭네                           박봉에 학벌도 없는 시골선생님                           가시낀 업심을 밥먹듯 당하느니                             알겠소, 얼굴만있는 도시인줄을                           소가 살찌는 시골이 싫어오시니                           워낙 송충은 솔잎먹고 사는게라                           체험은 절실한데 경험은 늦구려                                            1986년 5월 14일                                         나의 가슴은                            서러움도 그 모진 괴로움도                          찍소리없이 깊숙이 묻어두고                          새희망을 싹틔우는 대지의                          너그러운 흉금 왜 못되는가?                            좌절, 자격지심, 배반…그 모든                          티끝과 묵은 덤불을 소리없이                          차분히 바닥깊이에 갈아앉히고                          해와 달을담는 호수가 못될가                            저 흰눈떠인 백두산 련봉처럼                          가슴깊은 곳에서 용암이 끓고                          천지의 폭포처럼 쏟아드리우며                          묵어빠진 정한 쏟아내지 못할가?                                          1986년 7월 21일                                        도시에는 얼굴만 있네                             향촌에는 풋풋한 서정이 있더만                           도시에는 저보아 얼굴만 있구나                           가면구에 덧칠까지한 저 양자에                           순박과 성실은 에라잇, 비켜섯!                             교수연구 나름대로 쌓은 경험인데                           론문평의는 얼굴이 제일 기준인가                           이 세상 제일 고명한것 관계학인줄                           도회에서 살면서 어섯눈을 떳노라                             직함평의도 졸업장이 절대치되고                           교수안을 써보지 못해도 고급교원                           웅장은 내가 먹고 생선은 네먹어라                           얼렁뚱땅 마대치기 교수님 많소이!                             지위도 명예도 내게는 인연없다만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서로들                           제잘난 멋에 사는 인생극장인데야                           안빈락도는 시골훈장님의 몫이겠지.                                                  1987년 1월 20일                                             사랑의 속삭임                               남몰래 입속으로 외워보아도                             큰애기 얼굴에 노을이 피고                             총각들 가슴에 파문이 이는                             내이름 예이제 사랑이란다                               불러서 한없이 정찬 이름                             들어서 언제나 고운 그부름                             다감한 마음들을 하나로 이어                             푸른꿈 안겨주는 신비로운것,                               어떤 이는 나를 두고                             활짝핀 인생의 꽃이라 한다지                             재빨리 남먼저 꺾지않으면                             청춘도 속절없이 스러진다지?                               그대여, 너무 서두르지 마시라                             일찍피는 앉은뱅이꽃 빨리 시드나니                             채피기도전에 아뿔싸 꺾어놓으면                             훈향도 썩어 독즙이 되리니                                                         나를 두고 어떤이는                             정각에 떠나는 급행렬차라 한다지                             때맞춰 급급히 타지 않으면                             애석의 눈물만 남겨준다는…                               그대들이여,부디 신중하시라.                             사랑의 선풍이 회오리친 자리는                             생을 허송한 로인의 골방같아                             서글픈 참회의 한숨 서리치리니                               그러면 나는 정녕 무엇인가?                             달빛아래 산보, 키스? 아니면                             오 다정다감한 나의 벗들아                             속일수 없는 내속삭임 들으렴아                                                                                             나는 하나의 손(ㅡ놀라지 말지어다)                             임자따라 길어도 짧아도지는                             때따라 뜨거워도 차가워도지는                             변화많은 신비로운 손이란다.                               그대를 다정하게 껴안아                             행복의 봄동산에 이끌어줄수도,                             그대를 무정하게 떠밀어                             고통의 심연속에 빠뜨릴수도,                               때로는 별같은 눈매,높은 젖가슴에                             이끌리는 탐욕의 손 될수도 있으리                             허나 생활의 고삐 단단히 잡는                             성실한 젊은이가 나는 더 좋더라                               파란많은 인생의 먼먼 바다에                             리상의 돛배 둥실 띄워놓고                             어엿차 힘차게 노저어가는                             억센 손이 되고프단다.                               때가 오면 청첩없이도                             내 그대들 마음의 들창 열리니                             참사랑의 노래 엮기까지는                             마음의 금선 쉬이 튕기지 마라                               하기에 벗들이여                             힘겨울 때 지팽이 되고                             어려울 때 희망의 손길 될 때                             굳게 잡으렴아 복된 노래 엮고저…                                        《청년생활》 1983년 1기                                                            사랑꽃도 피고 지는가?                              아니더라.                            사랑의 꽃은                            젊은 가슴밭에만 피는                            그 한철 꽃이 아니더라                              세월이 울리는                            퇴각의 북소리에                            끓던 정열도 식어                            심장은 만가를 엮는데                              애탄하는 나그네야                            해가졌느냐? 참인생은                            불혹부터라고 하거니                            이제 곧 진미를 맛보라                                                       참으로 참사랑이였음을, 너                            늦어서 뒤늦게 깨달았을 때                            아쉬워 돌이켜 되새겨보며                            가슴을 탕!친단들 무엇하리                                                       님이라 부르던 한창시절은                            농가의 꿈자리에 시들었고                            당신이라 부르던 님얼굴에                            밭고랑 줄줄이 그어지는데                              사랑꽃 풍기던 향기는 남아                            아쉬워 더욱 감회로우리라                            사랑이 참사랑 보듬거니와                            저보아, 석양도 멋들지않냐?                                              1987년 9월 9일                                        유감시                               이 한생에 그냥                             되새겨보는 단어는                             “유감” 그 하나여라                               유감의 에누리없는                             선물은 단지 그 하나                             막무가내한 후회여라                                               1987년 12월 26일                                  개방시대 점입가경                              농토에 청춘을 묻어버리고                            시골훈장님에 자족하던 나                            도시진출하니 촌계관청이라                            놀랍고 경이로운것 많소다                              개혁이라 개방에 좋은 세월                            팔고사지 아니하는것 없구나                            돈에 웃고 사랑에 울고지고                            순정도 개혁, 정조도 개방해…                              고리삭은 시골샌님 어서와요                            도처에서 유혹이 손짓하누나                            애인이 무엇이고 정부는 뭣?                            비너스의 미묘한 웃음 난당임,                              곤혹의 인생극에 방종이 주인공                            애정의 희비극이 고조에 달했나                            인간의 마음도 두만강처럼 흘러                            흐는것이 순리라고 나를 꼬시네                              사내의 심장은 속일줄 모르나니                            뛰는대로 고동치는대로 하라요                            남자여, 따라 오시라, 요리조리                            남몰래 감각만 찾아 가만히와요                                                     녀자여, 미안!나는 나는 못해!                            정염의 골방에 자극이 짜릿해도                            진흙탕에서 어떻게 솟은 나인데                            순간위해 앞날을 구겨박으리까?                              방황의 광야, 곤혹의 깊은 숲에                            반딧불 반짝반짝 내가 홀리울제                            가슴의 골짜기에서 메아리소리…                            배반당했던 고통을 벌써 잊었냐?                              량심을 찍는 두려운 쌍도끼로는                            미모의 녀자가 으뜸이라 했거늘                            개방에 랑만이 극치를 이룬단들                            도덕이 바닥을 핥으면 어쩔고?                              아리랑 인생길에 열두나고개를                            함께 울고웃으며 손잡고 넘어온                            조강지처의 눈치무서워 그러느냐?                            너를 다시 잃고싶지 않아서더냐?                              정감을 짜내면 곧 치약같은것이요                            솟아서 마를줄 몰라야 샘물인것을                            마셔도 마시여도 정갈한 나의 샘을                            구태의연 시리도록 마시며 살란다!                                                       1988년 4월 12일                                  산이여, 그래서                                산은 저리 높디높아서                              그래 너무 좋더라구요                              산우에서 구름을 잡는                              개꿈을 꾸던 철부지땐,                                산은 노 드팀이 없어서                              그래 모올래 좋더라구요                              뭇산의 봉우리 될랴하고                              야심차던 젊은 그시절엔,                                산마다 푸릇이 푸르러서                              그래서 하냥 좋더라구요                              급급히 가는 봄을 바래니                              이 시각은 더더욱 감회라…                                    1988년 5월 19일 (봉오동저수지에서)                                      님이여                                 님이여, 그대                               청청 하늘에 하얀                               구름한송이 떠가면                               내 그리움인줄 알아다오                                 저기 저구름이 가다가                               주루룩 한줄기 비내리면                               참다참다 끝내는 못참은                                                           이내 눈물인줄 알아다오                                                                                       1988년 6월 19일                                       떠나가는 지인에게                                       저 하늘엔 별들도 많고                                이땅엔 사람사람 많아                                붐비는 인생 장거리에                                아는이 많기도 하건만                                  솔직함을 비웃는 속세에                                밝은 마음의 거울속에서                                진솔하게 마주웃어주는                                지인지기 그 몇몇이던가                                  지기여, 그대 떠나가도                                걸음걸음 행운만 딛기를                                비는 내마음을 기꺼이                                디딤돌로 괴고저 하노라                                        1988년 7월 23일                                     오늘의 이 심사                                울적한 오늘의 내 심사                                  눌과 더불어 풀어갈고                                      사람들 단술만 즐기는것을                                         내사 오늘에야 알겠구나                                천하시비무소정인데 (天下是非無所                                 오히려 시끌대니 귀따갑다                                    내 차라리 벙어리 석삼년을                                       귀머거리 두석삼년을 살가봐                                       1989년 1월 13일                                                    시혼이여                            내 철모르던 그 시절부터                          멋모르고 시혼을 따랐건만                          얄미웁더라, 시혼은 종시                          나를 띄워주지 않았더라                            세월은 늙고 시혼도 시들해                          참다못해 한소리 웨쳐본다                          시혼이여, 괴까다로운 시여,                          너는 어이 지어지는것이냐?                          ㅡ분노가 시를 낳는다 하였거늘                          무병신음되고 수수께끼된다면                          시의 위기는 현대풍타고 오리                          차라리 내 무딘 붓을 접으리라                                      1989년 8월 14일                                                              생각의 여울목에서                             노을이 흐른다 두만강 물결따라                           석양은 강북,강남을 물들이누나                           황혼을 깔고 교두보에 멍청하니                           생각이 생각을 부르며 쫓아간다                             흘러와도 흘러가도 흐린물결은                           처절썩 호소하느냐 장단을 치냐                           이강산 락화류수에 세월은 가고                           하많은 사연들이 씻겨간줄 아냐                                                     인생길은 오불꼬불 오솔길이요                           이런저런 생각많은 동물인지라                           노상 생각의 여울목을 건너도다.                           오는 새아침에도 해지는 저녁도                             얻기위한 인생이라 잃어서 죽냐                           인정세계 풋풋한지 나는 몰라라                           소풍에 담소담략 인생을 즐기나                           리기와 허위와 진실이 함께걷네                             하염없는 생각을 쫓아가는 생각                           강건너 남양땅에도 해는 졌는지                           국경너머 내형님 내 어린조카들                           그냥 밥이나 잘먹고 있는것인가                             닳아버린 꽁다리분필처럼 오늘도                           모지라진 하루해가 피같이 타네                           생각하며 살면 얻는것이 있는가                           생각해봐도 그저 생각은 생각뿐…                                      1989년 10월 1일                                                    락조                             락조가 비꼈노라 불타는 물결이여                           물새가 울며나는 강변에 헤매노니                           동해의 흐름에 내마음을 실어다오.                             삭풍에 흩날리는 락여귀근 유정타                           청춘을 묻어버린 인생의 저언덕에                           내넋도 고이잠들면 얼마나 좋으랴                                                               1989년 10월 20일  
175    누가 물이고 누가 고기일가 댓글:  조회:9639  추천:1  2012-08-22
                   누가 물이고 누가 고기일가                                      최 균 선       독자란 작자가 전달하는 정보와 사상의 수신자이다. 어떠한 글이든 독자들에게 안겨주는 무엇이 있어야 함은 자명하다. 글이란 그 어떤 가치로운 사상을 전파하는 작업이 되여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작자가 어느 층차에서 글을 쓰느냐에 따라 토로 하는 리념과 주장이 달라지지만 각이한 독자들의 열독취미에 의해 글의 가치는 변수이다. 그래서 작자는 독자를 의식하고 글을 써야지만 눈치만 볼것도 아니다.     작자의 문필목적에서 자기의 정신수출이 독자의 인지세계를 많이 점유하는것이 으뜸일것이다. 무단적인 침점이 될지 반가운 문화전파자가 될것인지는 작자가 수출한 정신산품의 우렬과 흡인력유무, 유익점 및 그에 반해 독자가 원래 가지고있는 심리상태와 조건. 당시의 정신적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한편의 글은 독자의 열독을 통해서 완성된다. 그만큼 독자와의 대화는 진솔하고 진지해야 한다. 이 점은 작자의 사명감과 더불어 사회적책임성을 규정하게 된다. 광의적의미에서 독자는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을 가리킨다. 수림이 깊으면 벼라별 새가 다있듯이 망망한 열독세계는 예측불가이다. 열독심리에서 출발한다면 독자속에 능동형, 피동형, 참여형, 구지형, 소일형이 있고 열독능력차원에서 일반독자, 초일급독자, 창조형독자가 있다. 열독흥취로 말하면 정보섭취형, 실용형, 문학향수형, 비문학형. 예술지향형 등등으로 나뉠수 있다.       작자와 독자는 기하학상에서 직선으로 련계되는 두개점과 같고 사회학적으로는 서로 흡인하고 의뢰하는 두개의 심장이다. 글이란 무엇인가? 왜 쓰고 왜 발표하는가? “모든 작품은 일종의 부름”이라면 모든 문장은 토로이자 호소이고 인도(引导)이다. 작자라해서 독자의 머리위에 군림하는것이 아니다. 글을 쓰고 읽는 과정은 량자의 지력겨룸, 정감교합, 인식의 통일과정이기도 한것이다.    독자들중에는 일상을 통속적으로 쓴 글을 선호하는 사람, 작가와 함께 인생의 의미, 인간의 미묘한 내면세계의 실질을 투시하고 함께 체험하려는 사람, 그저 말타고 꽃구경하듯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인터넷망에서는 실용적인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듯싶다. 어떤 류형이든 공자의《아는것은 그것을 좋아하기만 못하고 좋아하는것은 그것을 즐기니만 못하니라.》는 인식규칙과 열독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일기를 내놓고 어떠한 글이든 독자와 만나야만 살아날수 있다. 제멋에 겨워 쓴 글이라도 독자제씨가 봐주지 않으면 맹물에 마른 명태가 둥둥 뜨다가 곧 가라앉듯이 싱거운 멋이 되고만다. “태공이 낚시질하니 원하는자는 물릴지어다”라는 식의 자태로 글을 내놓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향기로운 미끼가 없는 낚시를 고기가 물리없다. 물론 작자는 낚시군이 아니고 독자도 고기는 아니다. 미끼란 글에서 시사하는 흡인력이다. 자기 글에 독자가 없다면 그건 독자의 잘못이 아니다. 검투사가 검으로 말하듯이 작가는 문장으로 대화할뿐이다. 어떤 위치나 유명무실의 “권위”따위가 독자세계를 놀래울수는 있어도 설자리는 없다.     한 작가의 글을 살리고 죽이는 주재자는 바로 독자들이다. 문장속에 잠들어있는 사상이 공주라면 독자가 바로 그 행운의 왕자이다. 하지만 아무나 잠자는 “공주를 깨울수” 없다. 별처럼 반짝이는 눈을 뜨게 할수 있는것은 그처럼 아름다운 공주를 차지할수 있는 자격이 있는 “왕자”의 입맞춤뿐이다. 여기서 “왕자”는 지성적이고 진지하게 열독하는 고차원의 고마운 독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작가군과 독자군의 문화반응문제가 뒤따라선다. 첫째로 공명대이다. 공명은 작품에 대한 독자의 강렬한 심령의 반응이며 혹은 동일작품에서 산생된 부동한 독자들의 심령감응현상이다. 여기서 두가지 의미에서의 반응이 산생된다. 즉 동감 혹은 거부감이다. 반대의견을 가진다면 평론을 발표할수 있는데 가장 강렬한 반응이다.     무릇 글이란 작자가 자신의 전부의 능력을 동원한 정신산품이다. 아무리 데퉁한 작자라도 자기 글밭은 알심들여 가꾼다. 그러나 독자들은 보통 작자의 그런 로고를 알려하지 않고 과일로 흥량하며 감성적으로 가볍게, 주관의식대로 품평하기가 십상 이다. 일반글은 정보전달로 유익하기에 독자가 많을수 있고 문학예술은 독자의 령혼심처를 울림으로써 더욱 소중하게 되지만 독자가 구름처럼 몰려들던 문학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는 시대변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서 독자들의 탓이 아니다.     중국작가 류심무는 문필활동의 정황을 분석한바 있는데 이를테면 자기를 위해 쓰는 작가, 소수의 지음을 위해 쓰는 작가, 문학평론가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쓰는 작가, 독자를 위해 쓰는 작가들이 있다고 하였다. 문학작품이 아닌 일반글을 쓰는 작자라도 이러한 기본적인 문필현상속에 귀속될수 있다.     목전, 인터넷문학이 흥성하면서 인쇄문학은 “문학의 랭각시대”에 처해있지만 인터넷문학, 일반문필활동은 아주 활발하게 전개되고 바야흐로 대성황을 맞고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열독의식, 심리도 변동하는 “상수”로서 전면적이고 객관적일수도 있고 편파적이고 주관적일수도 있기에 작가의 주관관념이 독자들의 열독심리, 심미취미와 등호로 성립될수는 없다. 이것은 절대현상이다.     이 점을 작자들이 먼저 인지해야 하고 독자들은 자기 구미나 관점과 맞지않는다해서 등식이 아니면 부등식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 자기가 아는만큼 말할 권리가 있고 누구나 자기 심미가치대로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서로 부정하고 압살할 권리는 없다. 개체로 엮어진 언론사회는 한통안에 물이 될수 없기때문이다. 말하자면 각자 세상을 보는 눈이나 인식층차가 다르고 심도가 다르므로 작자이든, 독자이든 “나를 기준하라!”고 강요할수는 없다.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도.      비유하건대 작가와 독자는 물과 고기의 관계이다. 누가 물이고 누가 고기일가? 량자는 변수관계이다. 작가는 자신이 독자라는 대해속에 하나의 작은 고기라고 생각하면 창작에 근신할수 있고 독자는 자신이 일종 지혜의 집합속에서 정신서식한다고 생각하면 작자가 리해될것이다. 물떠나 고기 살수 없고 고기없는 물은 맹물이다.                             2012년 7월 14일
174    그때는 이런 시들이 발표되였다(1970년대 ) 댓글:  조회:10429  추천:0  2012-08-18
            (그때는 이런 시들이 발표되였다)                           (돌아보니 면괴해서)                호두산이 보인다 (데뷔작)      산마다 골마다 흰눈덮히고    삼동의 눈보라 기승부려도    여기 가없는 공사벌엔    벌써 새봄이 왔다.      불꽃튀는 괭이날에 겨울이 동강나고    흐르는 구슬땀에 언땅도 녹는    들끓는 농토건설공사장마다    붉은기, 붉은기 휘날린다!      무쇠처녀돌격대《호랑이패》와 비기고    늙은이도 젊은이들과 힘을 겨루네    혁명열의 충천하는 일터에 어찌    졸장부, 게으름뱅이 설자리 있으랴.      피끓는 가슴에 설계도품고    일편단심 혁명위해 농사짓는 우리    만족도, 안일도 인연이 없거니    우리에겐 겨울이란 따로 없노라      더기마다 층층 다락전이요    논벌마다 네모번듯 원전화라    좋구나, 해란강반 굽이굽이에    아득히 펼쳐질 황금의 물결!      물결타고 훨ㅡ훨 날으는 우리 마음    《황하》도《장강》도 단숨에 넘으리니    사시장철 대채의 꽃 붉게 피우며    북방의 대채를 이 고장에 세우리라      어서야 괭이를 휘둘러라    어서야 멜대메고 내달려라    새해 해살 눈부신 저산너머로    호두산! 호두산이 보인다!               1974년 1월 24일            연변일보 신춘문예란                                 우리는 혁명의 주력군                           피끓는 가슴에 웅심이 나래치고                             괭이든 팔뚝에 새힘이 솟구친다                         구슬땀 뿌리며 대채의꽃 피워가는                             우리는 어엿한 사회주의새농민!                           선렬들의 붉은피로 바꿔온 강산을                             영예로운 로동으로 빛내여가며                         공산주의 새아침을 맞이할 우리는                             력사의 창조자, 혁명의주력군!                          《공맹》의 케케묵은 유론을 들고나온                              너, 반역자며 야심가인 림표악당아                         로동인민을《우매한 소인》이라 모독하며                             력사의 수레바퀴 뒤로 돌리려 하지 않았더냐?                           위대한 모주석의 손길아래                             우린 강산을 다스리던 이 괭이로                         곰팡이내나는《공가점》을 짓부시고                             추악한 네놈의 령혼을 박멸하리라.                           일편단심 혁명위해 농사하며                             온갖 반동의 쓰레기를 휩쓸어버리는                         우리는 사회주의 신형농민                             혁명깃발 높이든 시대의 동력이다.                                      《연변문예》 1974년  1기                                               강철의 무한궤도                                   산기슭 진달래도 잠들고                                 골짜기에 흰눈은 녹을줄 모르건만                                 순희가 모는 뜨락또르 엔징소리                                 고산지표의 령마루 향해                                 아, 춘경의 첫포를 울렸다.                                   녀자를 쓸모없다 나발분                                 림표와 공구놈 호되게 족치며                                 혁명위해 억세게 싸우리라                                 벼리고 벼리던 그 투지                                                              《공가점》을 짓부시는                                 전투의 기세로 핸들을 잡고                                 공사벌에 만풍년을 키우는                                 순희의 마음 한없이 불타기만하여라                                   학창에서 갓돌아온 그 봄,                                 가슴속에 웅심을 품고                                 혁명위해 지탑을 배우더니                                 오늘은 저렇게 뜨락또르 모누나.                                   찬란한 아침노을속에                                 호두산을 가까이 바라보며                                 힘차게, 힘차게 핸들을 돌린다                                 《황하》를 뛰여넘어《장강》을 날아넘어                                   오, 장하구나                                 공사의 미더운 딸                                 새농촌의 붉은기수                                 변강에 나래치는 슬기로운 매여!                                   림가놈의 자본주의복벽의 꿈                                 번쩍이는 보습날로 푹푹 갈아엎으며                                 금빛 찬란한 사회주의 한길로                                 강철의 무한궤도 굴려가리라, 지축을 울리며…                                              《연변문예》 1974년 3기                         《4기인대》의 동풍타고                            밤하늘 뭇별은 반짝이고                              홰불은 세차게 타오른다                                  대회전의 렬화속에서 새날이 밝는                                     여기는 들끓는 농토건설장!                            《4기인대》정신에 고무되여                                 혁명의 만근짐떠멘 산촌의 건아들                                     강산에 주먹땀 휘뿌리고                                         봄우뢰인양 산을 뿌리채 흔드는 남포소리                                             변강땅을 축포로 울려준다!                            아, 천군만마 호용한다                            《4기인대》를 환호하여                                  사원들 산천을 다스린다.                            엄동설한 옷깃에 스며들어도                              땀에 절은 얼굴에 흰김이 서리여도                                  새우공들 나래돋힌듯 내달린다.                            자, 천근메 더 힘차게 휘둘러라                              목토채 휘도록 담아메고 씽씽 달려라                                  목청껏 환호하자《4기인대》를                                     약진의 발구름소리 지축울린다.                            주야분전하니 만년제방 뻗어가고                              아득한 제전 무연해 좋구나                                  아 층층제전 또 한폭의 그림 걸렸구나                                      동무여 천리변강에 약진의 전고                                          더 힘차게 우렁차게 울려가자!                                             《연변문학》1975년 2기                                                   미더운 후계자                  슈란아, 너는 매번 편지마다                우리 빈하중농에게 문안을 전하며                영희가 잘 자라느냐 물었지                아무렴,뜨거운 네정성 헛되겠느냐!                  오늘도 네가 배워주고 간               《동방홍》노래를 즐거이 부르며                유치원가는 그애를 바라보노라니                미더웁던 네모습 선히 떠오른다.                 ……뜻하지 않던 급성병으로                어린영희 생명이 위급할제                병균의 감염도 아랑곳않고                그애의 입에서 오물을 빨아내던 너                금시 소생하는 그애 심장의 고동에                눈물이 글썽해서 기뻐하며               《영희야!》목메여 부르던 너를 두고                어느 누가 감격하지 않았으랴!                  황포강반에서 중학교를 다니며                《1월혁명》의 폭풍을 겪은 홍위병                모주석의 손길따라 변강에 자리잡은                너는 광활한 천지에서 나래치는 매!                  빈하중농의 한결같은 믿음속에                룡담골 맨발의사로 된 보람찬 3년                마을에서 일밭에서 이르는 곳마다에서                네가 엮은 미담 어찌 이것뿐이랴!                  밤마다 혁명보서 펼쳐보고                대비판문장쓰며 새운밤은 얼마며                은침으로 시험하노라며 다리는 부었어도                약초캐며 넘은 령은 또 얼마더냐!                  자산계급의료권위들                못고칠 환자라던 우물집아바이도                중서의를 결합한 네 처방에 효험을 보았거니                너로 하여 다시 일하게 된 이는 또 얼마더냐!                  오, 대채꽃 피워가는 사원들마음에                무궁한 힘 안겨준 너의 그 정신!                모택동사상의 무육하에 자라                황포강반공인계급의전통 빛내였거니                     지금은 의학원에서 학습하는 너                어찌 이 고장을 영영 떠났다하랴,                우리 룡담골사원들이 늘쌍 그리는                너는 혁명의 미더운 후계자!                  떠날때 영희의 머리 쓰다듬어주고                베쮼식의무일군 되겠노라 맹세하던                슈란아, 바란다. 그 위대한 사랑                장백에 활짝 꽃피울것을……                              시집 《조국에 드리는 노래》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25주년 응모작품                                     연변인민출판사 1975년 제 1판                                      현위서기                     첩첩련봉은 흰눈을 떠이였고                   북방의 초봄은 아직도 차건만                   이 벌에 채찍을 울리며                   논갈이하는 저이는 누구?                     솔뿌리같이 터갈라진 두손에                   쟁기탑 억세게 부여잡고                   척척 논벌을 누벼가는 그 모습                   분명 일손걸싼 로빈농 틀림없구나                     허나 우리는 알고있다. 그이가 바로                   간밤도 밤늦게                   1만 대채전에 춘경포성 울리자                   총진군령 내리신 현위서기임을                     이불짐지고 달려오던 그 걸음으로                   첫보습을 힘차게 박았노니                   땅도 가슴헤쳐 반기는가,                   파도치는 흙발 장강의 물결로 뒤번져 눕는구나.                     번쩍이는 보습날로 푹푹                   낡은영농법 갈아엎고                   과학실험의 대문을 활짝열며                   계속혁명채찍 높이 울리노라                     불비쏟아지는 포연탄우뚫고                   남정북전하던 그런 결사적정신으로                   변강땅에 또 하나의 호두산을 세우고저                   결전의 앞장에서 싸우노라.                     항시 꺼질줄 모르는 형명의 불씨로                   이르는 곳마다 혁명의 불길 지펴주시며                   사원들과 더불어 농토건설에                   휘뿌린 구슬땀 얼마였던가.                     묻지 말자. 그 어느 산발 그 어느 논둑에                   그대의 발자국 찍히지 않았으며                   빈하중농 사원들 그 누구의 마음속에                   그대의 소탈한 웃음이 피여있지 않으랴.                     장백의 불로송마냥                   온갖 사악한《자산풍》맞받아                   푸르싱싱 혁명청춘 떨쳐가는                   초유록식 현위서기여                     이 아침도 밭머리에                   대비판의 불길지펴                   무산계급전정 다져가는                   그내는 정녕 계속혁명의 선봉전사여라.                     아, 모주석께 올릴 굳은 결의를                   전 현 농토에 구슬땀으로 적어가며                   《황하》《장강》의 푸른물결 에워오는                   우리의 현위서기 오늘도                    채찍을 울리며 논을 가네!                                시집 《우렁찬 전고소리》                                  연변인민출판사1976년 2월 제1판  ※※ 불필요하나 주해를…       소중한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졸작의 시대에도 졸작인 “시”를 읽어주셔서… 그리고 댓글을 다신 두분께도 감사합니다. 맞는말을 하였습니다.이글은 댓글에 대꾸가 아니라 화답으로 알아주세요.   여기에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듯, 묵은장독 열어놓고 볕쪼임을 시키듯 하게 된것은 별도의 용의가 있어서입니다. 아시겠지만…우선은 그 시기, 우리 문학의 소모적인 휘청걸음을 재상기시킴으로서 과거에 체험이 없을수 있는 젊은독자들앞에 우리 문학이 걸어온 갈지자 걸음을 보여주면(빙산일각이지만도) 유익한 사색의 계기가 될수 있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였습니다.     나도 과거에 시를 발표했노라는 “과시”도 자기문학치부를 새삼스레 끄집어내여 이런 시라도 써서 문단에 적을 올리고 “출세”의 문을 두드리는 벽돌로 삼았던 사실을(문인의 원초적비애일것입니다) 해석하는 용기만도 아닙니다. 절에간색시 중이 시키는대로 한다는 속담의 의미대로라면 서글픈 변병이 되는지 모르지만 요는 그 시대의 공동한 비애였음을, 그리고 “어용문인”으로 충당되여 덕은 보았으나 오늘 다시보니 역시 붓쟁이의 비애가 가슴에 다시 맞쳐온다는 솔직한 느낌을 공유하고싶어졌습니다. 이것이 옛“시”를 올린 저의라면 저의겠지요.    확실히 그때는 그러하였습니다.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시단의 인기자로 되던 때였지요. 지금은 모두 저마끔의 자성이 있겠지요. 다만 근신성으로 이렇게 공중에 내놓지 않을뿐 어젯날을 돌이키며 오늘의 시자세와 래일의 시가 걸어갈 길을 모색할것이라 생각됩니다. 긴말 이만 접어두고…     글쟁이가 보이자고 글쓰기를 작정했다면 다 벗어보여야겠죠, 우질근육이든, 정신질환이든,치부이든 독자들이 해부하고 공적인 처방을 내게 하는것도 작자에게는 다 소중한 교훈이라 독자님들이 더 고마운것입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8월 22일  
173    깨방정이 큰가? 토끼방정이 작은가? 댓글:  조회:9804  추천:0  2012-08-13
                     깨방정이 큰가? 토끼방정이 작은가?                                          진 언      우리 말에 “방정”이란 단어가 있는데 경박스러운 언행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방정에 비유되는 사물은 깨나 토끼같은 미미한 존재들로서 깨방정, 토끼방정이라 한다. 연변농촌에서는 고애(고양이)방정이란 말을 잘썼는데 오도(오두)방정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토끼나 깨가 아니다. 남자라는게 좀 듬직한 멋이 있고 근신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늘 오도깝스럽게 놀면 미움깨를 친다.     례컨대 내가 한창 새집을 짓느라고 신명이 나있는데 누가 오라고해서 온듯이 찾아와서 기초를 잘 다지고 주추돌을 놓아야지 몇해 안가서 집이 깔앉겠소, 기울겠소, 기둥이 좀 짧은같소, 대들보는 실해야 하는데…연목의 간격이 큰것 같은데…터밭에 채소랑 심는데 고랑이 너무 크오, 이 밭에는 가지가 잘 안되겠소, 도마도가 잘 익을 가능성이 희박하오 등등 입술이 벌어지는대로 실실댄다면 정말 준것없이 밉광으로 보이기마련이다. 그럴때면 “야잇, 좀 방정 떨지마!”하고 꽥 소리질러 제무안에 취해 물러가게 하고싶어질게다.    남의 젯상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싱겁쟁이처럼 되는 호박에 손가락질하듯이 남이 시작도하지 않은 일, 금방 시작된 일을 좀 지켜보든지 례의 주시든 하는게 아니라 실속없는 냅뜰성은 정말 들었던 저도 싹 떨어지게 한다. 되는 호박에 손가락질이면 호박이 슬픈것이 아니라 그 손가락질이 남을 웃길것이다. 게다가 갖잖게 예측인지 전망인지 앞세우고 입을 나불대는것이 곱게 보일리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사투리로 홀리떼기라 한다. 원래 홀리떼기란 힐난은 입이 가벼운 아낙네들에게 잘 붙이지만도…     굼벵이도 지붕에서 떨어질때는 생각이 있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벌인 사람도 심사숙고하고 되짜듯, 말짜듯해서 시작하는게라고 앞뒤를 가려서 생각하지 않고 제사 걱정도감 감투를 높이 쓰고 그일은 저럴것같소 저일은 이렇게 보이오…하는 심술이 태생병이면 할수 없지만 쓸데없는 삐치개질이면 시끄러운 존재로밖에 안된다. 연변에서 걱정도감이란 말은 행동으로 남의 크고 작은 애로나 걱정을 덜어주는 선의적인 사람을 치하하는 말이다.     남이 하는 일이 은근히 잘될가봐 왼새끼를 꼬며 못되는 쪾으로만 방정떨어대는 작자는 인간말째라 욕한다. 더구나 친한사이도 아니고 소닭보듯하며 내심 경계하는 사이인데도 점심밥 싸들고 나서서 이런 추측, 저런 억측을 해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런 심사가 절대 선의적일수 없거니와 고양이 쥐생각도 안된다. 이런 방정떨기는 남의 심기만 건드려서 연변말로 말쌔질이 되고 이라리쟁이가 된다.     방정떨기는 항간에서 개체사이에만 늘 보는 현상만이 아니라 국제급의 토끼방정도 심심찮게 보인다. 런던올림픽이 시작되여 조선은 잘해야 은메달1개를 챙길것이라는 미국 스포츠 전문잡지 의 전망을 재보도한 글을 보면 서 허구픈 웃음이 나왔다. 금메달 네개를 따내는 돌풍을 일으켜 종합4위로 한국을 앞섰을 때는 오도방정의 기색이 어떠했을가 조금 궁금했다. 역시 적대국이니까 선의적인 깨방정일리 없겠으나 방정떤 “전문가”님이 부끄럽게 되였을게다. 농촌에서는 오도방정을 떨면 “그 주둥이를 목침으로 쳐라”하고 된욕을 퍼풋기도 한다.     제무안에 취해 할말을 잃으면 두두벌거리기나 하라는 말은 있지만 조선의 이같은 괴력을 발휘할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미국언론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절박함때문이라고 분석했다고 한다. 분석은 자유로되 콩죽은 내가 먹었는데 왜 네가 배앓느냐? 하고 묻는다면 뭐라고 할가? 전문가답게 예견성은 바닥났으니 고애방정떤 저질적인 심리품질이 너무 비리다. “전문가”로서는 참 불쌍한 사유모식이 아닐수 없다.     《세계일보》의 글인데 조선에서8월 전면실시에 돌입한것으로 전해진( “우리식 새로운 경제관리체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북한 내부 경제의 모순 누적과 대외 조건의 악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경제 회생을 위한 조치로는 턱없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 (정부 고위관계자는 9일 문화 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배급제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장마당 등 시장의 확대 등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을 경제체계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취해진 고육 지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매번 위기 때마다 관리개선조치를 내놓 았지만 이번에도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 묻건대, 장담은 구경군이 하는건가? 남이야 보리방아찧든 호떡을 굽든 곁에서들 신경을 꼬며 안달인가…     또 (반면 김영수(정치외교학) 서강대 교수는 “6·28 조치의 전면시행은 그렇게 엄청난 의미로 볼 내용도 없고, 사회주의나 계획경제의 포기도 아니다”고 평가절하 했다. 정부 당국자는 “계획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부분적으로 보완했 을 뿐 계획경제 포기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평가를 요청받았던가? 그런데 미안해 어쩌지? 조선이 '새경제관리체계'를 도입하면서 사실상 계획경제와 배급제의 포기를 선언했다고 미국자유아시아방송(RFA)이 9일 북한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역시 특유의 능사인 전망이고 예측일뿐 예언차원도 아니다. 공개된 재료의 글줄사이에서 굉장한 발견이라도 하려고 애썼겠지만 남도 다 생각이 있어서 하는 일일테고 발표도 목적이 있어서 한것이련만 왜들 곁에서 기다렸다는듯이 호들갑부터 떨고 깨방정부터 떨가? 이웃이 잘되기를 축원해서 전망할 아량은 아닐테니 그 저의가 대체 뭐꼬? 되는 호박에 손구락질잉교? “예의주시”는 까먹고 방정이 버릇처럼 먼저 떨며 오는가? 매사 필요한 시간동안 일의 진행을 지켜보는게 판단착오를 예방하는 자세인듯싶은데 말이다. 매사에 입을 먼저 나불대는자가 선각자인것이 아니고 궁리가 앞선 자가 진정한 선각자이다. 홀리떼기는 죽었다 살아나도 후각자조차 못된다.    시간은 가장 현명한 재판관이므로 진행을 보고 무엇을 연구하든 연구하자. 아니면 조고의 지상담병이요 중구난방이지만 찻잔속에 폭풍이 되고마는 탁상공론뿐이다. 공리공담은 듣기에 유혹적이지만 빈방아를 찧는것이다. 듬직한때 없이 그냥 한본새로 분석이니 전망이니 평가하니를 깨방정에 내맡겼다가 닭쫓던 개 울쳐다보는격이 되면 어떻게 할것인가? 한 개체에게 있어서 기다림은 최선의 처세술이요 판단의 초점을 맞추는 과정이다. 까마귀날자 배가 떨어질수도 있지만 절대적인것은 아니다. 분석은 입을 나불대자 소기의 결과가 확정되는것이 아니니 더구나 그렇다.     개체뿐이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진득이 하회를 지켜보는 멋이 없이 불을 달자마자 쌩 하는 얍삭한 쟁개비같으면 세상을 웃긴다. 쟁개비끓듯 하든말든 천성에 달린문제니 냅두고 정확도가 미심쩍고 맞아떨어지도 않는 전망은 좀 삼가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그리고 긍정적인 면으로 전망하든지 해야지 그냥 작정하고 잘못되기만 바라듯 비식은 어투로 오도방정만 떨어대는것은 동기가 어떻든 싸가지 없다. 피는 영원히 물보다 진하다. 계제야 여하튼 같은 단군족ㅡ박달족인데, 역경을 헤치고 잘 살아보자고 나름대로의 모색을 하는데 사촌이 기와집 지을가봐 “즐거ㅡ함북사투리” 배앓인가? 정히 그렇다면 정말 되우 싸가지가 없을수밖에 없다. 해석한다면 될성부르지 못하다는 말이다. 노여워도 계제가 그래서 하는 관측이다.                                      2012년 8월 9일
‹처음  이전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