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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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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7) 댓글:  조회:154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7)           여섯번째 노래(2)       5       팔레루아얄의 왼편, 연못에서 멀지 않은 곳의 한 벤치로, 리볼리가에서 빠져나온 한 작자가 와서 앉았다. 그의 머리카락은 형클어졌고, 그의 옷차림은 길고 긴 궁핍의 부식작용을 드러냈다. 그는 뾰족한 나뭇조각으로 땅에 구멍을 파고는, 장심 오목한 곳을 흙으로 채웠다. 그는 이 식량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가, 황급히 내던졌다. 그는 다시 일어나서, 벤치에 머리를 박고는, 두 다리가 허공을 걷게 했다. 그런데, 이 곡예 장면은, 무게중심을 지배하는 중력의 법칙을 벗어나기에, 몸이 벤치 위로 육중하게 떨어지면서, 두 팔은 늘어지고, 얼굴 반쪽이 챙모자에 가려졌으며, 두 다리는 균형을 잡지 못해 점점 불안정해지는 상태에서 자갈밭을 때렸다. 그는 오랫동안 이 자세 그대로 있다. 북쪽 중앙 입구 가까이, 카페가 있는 원형 건물 앞에서, 우리의 주인공이 철책에 팔을 괴고 있다. 그의 시선은, 그 어떤 광경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정방형 표면을 훑고 달린다. 탐사를 마친 후, 두 눈이 그들 자신들을 향해 되돌아오는데, 그는 정원 한가운데에서, 벤치를 붙들고 비틀비틀 체조를 하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남자는 힘과 재주의 기적을 발휘하여, 그 벤취 위에서 제 자세를 고정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정의로운 이유에 복무케 하려고 가져온 최상의 의도라 한들 정신착란이라는 고장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그는 광인을 향하여 다가가, 친절하게 그를 도와 그의 품위를 정상적인 자세로 되돌려 놓고, 그에게 손을 내밀고, 그 옆에 앉았다. 그는 광기가 간헐적일 뿐이라는 것을 유념한다. 발작은 사라지자. 대화상대자는 모든 질문에 조리 있게 대답한다. 그 말들의 의미를 전할 필요가 있을까? 왜 인간들의 비참함을 담은 이절판을 어느 페이지가 되었건 신성모독적으로 열심히 다시 열어야 할까? 어느 것이든 더 풍부한 가르침을 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들에 들려줄 실제 사건이 하나도 없을 때라도, 나는 여러분들의 뇌에 옮겨 부을 만한 상상의 일화를 지어낼 것이다. 그런데 환자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환자가 된 것이 아니며, 그가 보고하는 것들의 성실성은 독자의 우직함과 기적에 가깝도록 일치한다. 이야기를 듣는 자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혐오스러운 이론에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 새로운 예에 지지를 보낸다. 마치 오래전에 술에 취했던 한 남자를 빌미로, 인류 전체를 비난할 권리가 있다는 듯이, 적어도 그가 자기 정신 속에 끌어들이려는 역설적인 고찰이 바로 이것이지만, 이 고찰이 심각한 경험에서 나오는 중요한 교훈을 정신에서 몰아낼 수는 없다. 그는 가장된 동정으로 광인을 위로하고 자신의 손수건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는 광인을 식당으로 데려가서, 둘이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 그들은 고급 양복점으로 가서, 피보호자는 왕족같이 옷을 입는다. 그들은 생토노래가에 있는 대저택 수위실 문을 두드리고, 광인은 부유한 사층 아파트에 입주한다. 악당은 자기 지갑을 강제로 떠맡기고, 침대 밑의 요강을 들어 아곤의 머리에 올려놓는다. "나는 그대를 지성의 왕으로 대관(戴冠)하노라." 그는 미리 계획된 강세를 넣어 외쳤다. "작은 부름만 있어도 나는 달려갈 것이니, 내 금고에서 두 손 가득 꺼내어 쓰라. 육체도 혼도, 나는 너의 것이다. 밤이면 너는 석고관을 평소의 자리에 되돌려놓고, 허락을 받아서만 사용할 것이나, 낮에는, 여명이 도시를 비추자마자, 그 관을 권력의 상징으로 네 머리에 올려놓아라. 세 마르그리크가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니, 내가 너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자 광인은 모욕적인 악몽의 희생이라도 된 듯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슬픔으로 주름진 그의 얼굴에 행복의 선이 그어졌다. 그는 복종심으로 가득차서 보호자의 발끝에 무릎을 꿇었다. 관을 쓴 광인의 마음속에 감사하는 마음이 독처럼 스며들었도다! 그는 말하고자 하였으며 그의 혀는 멈췄다. 그는 몸을 앞으로 굽히다가, 타일 바닥에 넘어졌다. 청동 입술을 가진 자는 물러난다. 그의 목표는 무엇이었던가? 가장 하찮은 명령에도 복종할 만큼 순진한, 어떤 시련도 견디어낼 친구를 하나 얻는 것이다. 그 이상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없었으니, 우연이 그를 도운 것이다. 그가 찾아낸 자, 벤치에 누워 있던 자는 젊은 시절에 겪은 사건 이후, 선악을 더는 구분하지 못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아곤, 바로 그 사람이다.
10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6) 댓글:  조회:155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6)       여섯번째 노래(2)       4       알고보니 나는 이마 한가운데에 달랑 눈 하나가 박혀 있을 뿐이구나! 오, 현관의 장식판자에 박혀 있는 은거울이여, 너는 네 반사의 힘으로 내게 그리도 많은 봉사를 해주지 않았던가! 알코올 가득한 탱크에 내가 제 새끼들을 넣고 끓였다고, 앙고라 고양이가 갑자기 내 등에 뛰어올라와 두개골을 뜷는 천공기처럼 내 정수리 마루뼈를 한 시간 동안이나 갉아댄 그날 이후, 나는 끊임없이 고통의 화살을 나 자신에게 쏘아왔다. 오늘날, 때로는 내 탄생의 숙명 탓에, 때로는 나 자신의 잘못으로, 여러 가지 정황에서 내 몸이 입게 된 상처들의 영향 아래, 내 도덕적 추락의 결과들에 짓눌리며(어떤 결과들은 실현되었지만, 다른 결과들은 누가 예견할 것인가?), 지금 말하고 있는 자의 건막(腱膜)과 지성을 장식하는 후천적이거나 선천적인 괴물성의 냉정한 관찰자로서 나는 나를 구성하는 이중성에 오래오래 흡족한 시선을 던지며--- 내가 아름다운 것을 알겠다! 아름답다, 요도관의 상대적 짧음과 내벽의 분열이나 부재로 이루어진, 그래서 그 요도관이 귀두로부터 일정치 않은 거리에, 음경 밑으로 노출되는, 인간의 성적 기관의 선천적 기형처럼 아름답고, 또는 칠면조의 윗부리 기저에 돋아난, 자못 깊은 가로주름살로 고랑이 진 고깔형 군살 벼슬처럼 아름답고, 또는 차라리 "음계와 선법, 그리고 그 화음연속 체계는 불변의 자연법칙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인류의 단계적 진보와 함께 변하는, 그리고 또다시 변하게 될 미학적 원리의 결과이다"라는 진리처럼 아름답고, 그리고 특히 포탑이설치된 장갑코르벳함처럼 아름답다! 그렇다, 나는 내 단언의 정확함을 주장한다. 나는 오만한 환상이 없으며, 나는 자부한다. 거짓말에서 어떤 이득도 찾지 않을 것이니,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다. 그대는 내 말을 믿는데 어떤 망설임도 없어야 한다. 왜 내가 나의 양심에서 우러나온 천사 가득한 증언 앞에서 나 자신에게 스스로 두려움을 불어넣을 것인가? 나는 창조주에게 부러워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나, 그는 내게 점점 증가하는 일련의 영예로운 범죄를 통해서 운명의 강을 따라 내려가게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온갖 장애로 화난 시선을 그의 이마 높이로 치켜세우고, 나는 그가 우주의 유일한 주인은 아니며, 사물의 본성에 대한 한결 깊은 지식에 직접 근거하는 여러 현상이 반대의견에 유리한 증언을 하고 있으며, 단일 권력의 생존자능성에 맞서 단호한 반박을 내세우고 있음을 납득시킬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눈꺼풀의 속눈썹을 들여다보는 두 존재이기 때문이며, 너도 보다시피---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내 입술 없는 입에서 승리의 나팔소리가 울려퍼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잘 가라, 이름 높은 전사여, 불행 속에서도 너의 용기는 가장 악착스러운 너의 적에게 존경심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말도로르는 머지않아 너를 다시 만나 머빈이라 불리는 희생물을 두고 너와 다투리라. 따라서 그가 샹들리에 깊은 바닥에서 미래를 엿보았을 때, 수탉의 예언은 실현되리라. 하늘의 뜻이 다르지 않아 대게가 늦지 않게 순레자들의 카라반을 쫓악, 클리낭쿠르 넝마주이의 구슬을 몇 마디 말로 그들에게 알려주기를!
101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5) 댓글:  조회:155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5)           여섯번째 노래(2)       3       머빈이 자기 방에 있다. 그는 편지 한 장을 받았다. 도대체 누가 그에게 편지를 썼단 말인가? 그는 혼란스러워 배달부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봉투에는 검정 테가 둘러져 있고, 전언은 서둘러 쓴 글씨체였다. 그는 이 편지를 자기 아버지에게 들고 갈 것인가? 그런데 서명자가 일부러 그러지 말라고 금한 것이라면? 불안으로 가득차서, 그는 창을 열어 바깥 공기 냄새를 들이마시고, 햇살이 프리즘으로 분광된 듯 아롱진 빛을 베네치아산 유리와 다마스산 커튼 위로 반사한다. 그는 한옆으로, 학습용 책상의 표면을 덮고 있는 돋을무늬 압착세공 가죽 위로 흩어져 있는, 책머리를 금박한 책들과 자개 표지를 입힌 앨범들 사이로 편지를 내팽개친다. 그는 피아노를 열고, 날씬한 손가락을 상아 건반 위로 달리게 한다. 황동 현이 전혀 울리지 않는다. 이 간접 경고가 그에게 독피지 편지를 다시 집어들게 했으나, 독피지는 수신인의 망설임에 감정이 상하기나 한 듯 뒤로 물러났다. 이 덫에, 머빈의 궁금증이 더 커져서, 그는 벌써 읽으려고 했던 종잇장을 펴들었다. 그는 이제껏 저 자신의 필적밖에은 본 적이 없었다. "젊은이, 나는 그대에게 관심이 많소. 그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소. 그대를 길동무로 삼아서, 우리는 오세아니아의 섬에서 긴 편력을 하게 될 것이오. 머빈, 자네도 내가 자네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내가 그걸 자네에게 증명할 필요는 없네. 자네는 내게 우정을 바칠 것이고, 나는 그것을 믿네. 자네가 나를 더 많이 알게 될 때, 자네는 자네가 내게 보여주게 될 그 신뢰감을 후회할 일은 없을 걸세. 나는 자네의 형제가 될 것이고, 좋은 충고를 아끼지 않겠네. 좀더 긴 설명을 들으려면, 모레 아침 다섯시에, 카루젤 다리 위로 나오게. 만약 내가 도착하지 않았다면, 기다리게. 그러나 나도 정시에 당도하기를 바라네만, 자네도 그래야지. 영국인이라면 자신의 문제를 분명하게 볼 기회를 허투로 놓치지는 않을 것이네. 젊은이, 그럼 안녕, 곧 만나세. 아무에게도 이 편지를 보이지 말게." - "서명을 대신해서 별 세 개". 머빈은 외친다. "편지 말미에 핏자국이라니!" 그의 두 눈이 집어삼킨, 그러자 그의 정신에 불확실하고도 새로운 지평의 무한한 영역을 열어주는 기이한 문장들 위로, 푸짐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에게 (편지 읽기를 막 끝내고 나서부터의 일이긴 하지만) 아버지는 조금 엄격하고, 어머니는 너무 기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는 제 아우들이 이제는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길 만한 이유, 내 앎에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따라서 내가 여러분들에게 전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는 이 편지를 제 가슴에 숨긴다. 그의 선생들은 이날 그가 달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의 눈이 굉장히 흐려졌고, 과도한 생각의 베일이 안과 주변부에 내려앉았다. 선생들은 저마다 제 학생의 지적 수준에 이르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얼굴을 붉혀왔지만, 학생은 처음으로 숙제를 소홀리 했고,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저녁, 가족들은 옛날의 초상화들로 장식된 식당에 모였다. 머빈은 살과 즙이 많은 고기와 향기로운 과일을 가득 담은 접시에 감탄하면서도 먹지 않는다. 라인란트 포도주와 다색 광채와 샴페인의 거품 이는 루비빛이 좁고 높은 보헤미아 수정잔에 담겨 있으나, 그의 시선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는 식탁에 제 팔꿈치를 괴고, 몽유병자처럼 제 생각에 빠져 있다. 바다의 포말에 얼굴이 탄 함대사령관이 제 아내의 귀에 몸을 기울린다. "큰 아이가 발작이 일어난 날 이후로 성격이 변했소. 전에도 벌써 터무니없는 생각에 너무 기울어져 있었소만, 오늘은 여느 때보다도 훨씬 더 몽상에 빠져 있소.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소. 내가 그 나이였을 때는 말이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시오. 물질적인건 정신적이건, 효과적인 처방이 바로 여기서 어렵잖게 제 용처를 찾을 것이오. 머빈아, 여행과 박물학 서적들의 독서에 취미가 있는 너이지만, 네 마음에 들지 않을 이야기 하나를 읽어주겠다. 모두들 주의깊게 듣기를 바란다. 내가 가장 먼저 그럴 것이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아. 너희들이 내 말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면, 너희 문체의 틀을 세련시키고, 한 작가의 가장 사소한 의도까지 이해하는 법을 배우도록 해라." 한 배에서 난 이 사랑스런 아이들이 그게 바로 수사학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기나 한 것처럼! 그가 말을 하고, 그의 손짓에 따라, 형제들 중 하나가 아버지의 서재로 걸어가서 팔 밑에 책 한 권을 끼고 돌아온다. 그동안에, 식기와 은그릇은 치워졌고, 아버지는 책을 집어든다. 여행이라는 전기를 띤 명사에서, 머빈은 고개를 들고, 시기적절치 않은 명상을 끝내려고 애썼다. 책은 가운데 부분이 펼쳐졌고, 함대사령관의 금속성 목소리는 그가 아직도 저 영광스러운 젊은 날과 마찬가지로 사나이들과 폭풍우의 광란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고 증명한다. 이 낭독이 끝나기 훨씬 전에, 머빈은 단계적으로 지나가는 문장들의 논리적 전개와 으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은유의 비누화1)를 더는 따라갈 수 없어서, 다시 팔꿈치 위로 늘어졌다. 아버지가 외친다: "이건 아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구나, 다른 것을 읽자, 읽으시오, 부인 우리 아들의 나날에서 비애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나보다 당신이 더 적절할 것이오." 어머니는 더이상 희망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책을 집어들었고, 그녀의 소프라노 목소리가 그 회임의 산물인 자식의 귀에 낭랑하게 울린다. 그러나 몇 마디 후에, 실망이 그녀를 엄습하고, 그녀은 문학작품의 연주를 스스로 멈춘다. 첫째 아이가 외친다. "저는 자러 가겠습니다." 그는 차갑게 고정된 시선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고 자리를 뜬다. 개가 불길하게 짖기 시작하는데, 이 행위가 자연스럽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며, 바깥의 바람은 창문에 세로로 난 작은 틈으로 고르지 않게 들이치면서, 장미색 크리스털 원형 갓 두 개가 씌워진 청동 램프의 불꽃을 흔든다. 어머니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아버지는 하늘을 향해 눈을 들어올린다. 아이들은 늙은 해군에게 놀란 시선을 던진다. 머빈은 방문을 이중으로 잠그고, 그의 손은 종이 위에서 재빠르게 달린다: "저는 정오에 귀하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답장을 기다리시게 하였다면 용서하십시오. 저는 귀하를 개인적으로 알게 될 영예를 누리지 못해서, 귀하의 편지를 써야 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 집안에 무례가 몸 붙일 수는 없기 때문에, 저는 펜을 잡고, 귀하가 낯모르는 사람에게 보여주신 관심에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귀하가 저에게 넘치게 베풀어주신 호의에 대해 사의를 표하지 않는다면 신이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제 미숙함을 알고 있기에, 더는 오만하게 굴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연장자의 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한 일이라면, 우리의 성격이 같지 않다는 것도 그분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온당합니다. 사실, 귀하가 저를 젊은이라고 불렀으니 저보다 나이가 더 많다고 보지만, 저는 귀하의 실제 나이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귀하의 삼단논법의 냉정함과 거기에서 발산되는 열정을 어떻게 일치시킬 수 있겠습니까? 저는 제가 태어난 장소를 버리고 귀하를 따라 먼 나라로 가지는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저의 생애를 만드신 분들께 미리 허락을 구하고 애타게 그 대답을 기다려야 한다는 조건으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귀하가 제게 정신적으로 난해한 이 일에 대해 비밀을 (이 단어의 입체적인 의미에서) 지키라고 엄명하셨으니, 귀하의 명백한 지혜에 열심히 따를 것입니다. 아무래도, 그 지혜는 빛의 밝음에 기꺼이 맞서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귀하의 인간됨 자체를 신뢰하는 것이 귀하의 바람이라고 생각되니(과람한 것이 아닌 이 희망을, 저는 고백하는 것이 기쁩니다). 부디 호의를 베풀어 저에게도 동일한 신뢰를 보여주시고, 귀하와 의견의 차이가 큰 탓에, 모레 아침, 지정된 시각에, 제가 약속 장소에 어김없이 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말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정원의 철문이 닫혀 있을 터이니, 저는 담벼락을뛰어넘을 것이고, 아무도 제가 떠나는 것을 목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귀하를 위해 제가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귀하가 보여주신 설명할 수 없는 애착이 능히 신속하게 드러나 저의 두 눈은 부시고, 특히 제가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이 확실한, 그런 선의의 증거에 특히 휘둥그레졌습니다. 저는 귀하를 알지못했으니까요. 이제 귀하를 압니다. 카루젤 다리 위에서 거닐고 있겠다고 제게 해주신 약속을 잊지 마십시오. 제가 그곳을 지나 갈 경우, 귀하를 만나 그 손을 만질 것이라는 확신을, 어디에도 비할 데 없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어제까지만 해도, 정숙(貞淑)의 제단 앞에 조아리고 있던 한 소년의 이 순정한 의사표현이 존경 어린 무람없음으로 귀하에게 무례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조건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무람없음도, 타락이 심각하고 확실할 때에, 어떤 강력하고 뜨거운 친밀성이 있는 경우라면, 고백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바로 귀하께 묻자 하니, 모레, 비가 오건 아니건, 다섯시가 쳤을 때, 제가 지나가면서 귀하에게 작별을 고한다고 해서, 어떤 경우라도, 나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귀하께서도, 신사님, 제가 이 편지를 구상한 솜씨를 높게 보실 터인데, 잃어버리기 십상인 낱장 종이에, 더 많은 말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니까요. 종이 하단에 있는 귀하의 주소는 일종의 수수께끼입니다. 그것을 판독하는 데 거의 사반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귀하가 거기에 현미경적인 방식으로 단어들을 적어둔 것이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에게 스스로 서명을 면제해주기로 하며, 그로써 당신을 본받으려 합니다. 우리가 너무나 상궤를 벗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건 일순간도 놀랍지 않습니다. 나는 내 얼음 같은 부동성이, 내 권태로운 시간의 더러운 납골당인, 긴 칸막이처럼 늘어선 공허한 방들에 둘러싸여, 거주하는 이 장소를 귀하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걸 어떻게 말할까요? 귀하를 생각할 때, 내 가슴은 요동치며, 퇴폐기 제국의 붕괴처럼 울리니, 귀하의 사랑의 그림자가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는 미소를 드러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자는 그리도 어렴풋하고, 그리도 구불거리며 비늘을 꿈틀대지요! 내 맹렬한 감정을, 완전히 새롭고, 치명적 접촉으로부터 아직 오염되지 않은 이 대리석 판을, 귀하의 두 손에 맡깁니다. 아침 어스름의 첫 미광까지, 인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귀하의 역병 들린 두 팔의 흉측한 교착(交錯)에 나를 던질 순간을 기다리는 가운데, 나는 겸허히 몸을 숙여 그 무릎을 끌어안습니다." 이 죄 많은 편지를 쓰고 나서, 머빈은 그것을 우체통에 던지고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었다. 거기서 수호천사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마시라. 물고기 꼬리가 사흘 동안만 날아다닐 것이며,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슬프다! 대들보는 그럼에도 불타버릴 것이고, 첨단원통형 탄환이, 백설처녀와 거지의 뜻도 아랑곳없이, 코뿔소의 가족을 뚫으리라! 왕관 쓴 광인이 열네 자루 단검의 충성스러움에 대해 진실을 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 화학에서 지방질을 비누로 만드는 과정. 여기서는 억지로 쓴 비츄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상태를 비판하는 표현이다.
1017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4) 댓글:  조회:158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4)           여섯번째 노래(2)       2        그가 구리 손잡이를 당기자, 현대식 저택의 정문이 돌쩌귀를 타고 돌아간다. 그는 가는 모래가 뿌려진 안마당을 성큼성큼 걸어가 층계의 여덟 계단을 뛰어오른다. 귀족 빌라의 수위처럼 오른쪽과 왼쪽에 놓여 있는 두 개의 조각상이 그의 통행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아버지, 어머니, 섭리, 사랑, 이상, 모든 것을 부정하고 오직 자기만을 생각했던 남자는 앞서가는 발걸음을 따라가지 않으려고 자못 조심하였다. 그는 소년이 홍옥수 판석을 두른 넓은 일층 거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가족의 아들은 소파에 몸을 던지고, 감정이 그의 말을 막는다. 바닥에 끌리는 긴 드레스를 입은 그의 어머니가 그를 달래며 팔로 끌어안는다. 그보다 나이가 어린 그의 아우들은 그의 몸이 실린 소파 주위에 모여 있다. 아우들은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장면에 대해 명백한 개념을 가질 만큼 삶을 충분하게 알지 못한다. 마침내 아버지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권위 가득한 시선을 낮추어 참석자들을 내려다본다. 그는 안락의자의 팔걸이를 손목으로 짚고 일어나, 제 평상시의 좌석에서 멀어져, 첫 자식의 움직이지 않는 몸을 향해, 비록 늙어 힘이 빠졌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나아간다. 그는 외국어로 말하고 저마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집중하여 듣는다. "누가 아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안개 낀 템스강은 내 힘이 완전히 소진되기 전에 괄목할 만한 양의 진흙을 여전히 실어 나르리라. 외국인에게 불친절한 이 나라에는 범죄예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범인을 안다면, 놈이 내 완력을 알게 되련만, 내 비록 은퇴하여 해전(海戰)에서 멀리 떨어졌지만, 벽에 걸려 있는 내 함대사령관의 칼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게다가 날을 갈아 다시 세우기는 어렵지 않다. 머빈아, 마음을 놓아라. 내 하인들에게 명령을 내려, 이제부터 내가 찾고 있는 그놈의 족적을 발견할 것이고, 내 손으로 놈을 죽일 것이다. 부인, 거기서 떨어져 구석에 웅크리시오. 당신의 눈이 나를 나약하게 하니, 그 눈물샘의 누도를 닫는 게 나을 것이오. 아들아, 제발 부탁이니, 정신을 차리고 가족들을 알아보거라, 네 아버지가 네게 말한다--- " 어머니는 한옆으로 비켜나, 제 주인의 명령에 순종하려고,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제 자궁으로 낳은 아이에게 닥친 위험을 앞에 두고, 태연하려고 애쓴다. "얘들아, 공원에 가서 놀아라, 그런데 백조의 헤엄에 감탄하다가, 물웅덩이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아우들은 두 손을 늘어뜨리고 말없이 서 있다. 하나같이, 카롤린산 쏙독새의 날개에서 뽑은 깃털 하나를 올린 기수 모자를 쓰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벨벳 바지에 빨간색 명주 양말을 신은 아우들은, 서로 손을 잡고, 흑단 마루판을 발끝으로 밟으려고 애쓰면서 거실에서 물러난다. 나는 그들이 즐겁게 뛰노는 게 아니라, 플라타너스 오솔길에서 심각한 얼굴로 산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들의 지성은 조숙하다. 그들에게는 잘된 일이다." --- 쓸데 없는 보살핌인가, 너를 팔에 안고 달래는데, 너는 내 애원에 무감각하구나. 고개를 들어보지 않겠느냐? 내 무릎을 안아야 한다면 안을 텐데, 아니다---- 머리가 무기력하게 떨어지는구나." --- "내 친절하신 주인, 당신이 이 노예에게 허락하신다면, 내 방에 올라가 테레빈유 에센스 약병을 찾아보겠어요. 그 약병은 극장에서 돌아온 뒤나, 우리 조상들의 기사도 이야기를 적은 브리태니카 연감에 기고된 감동적인 서술의 독서가 꿈결 같은 생각을 졸음의 이탄(泥炭) 지대에 던질 때, 습관적으로 사용해왔지요." --- "부인, 내가 당신에게 발언권을 준 적이 없으니, 당신은 발언할 권리가 없었소. 우리의 합법적인 결합 이래로, 구름 한 점도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온 적이 없소. 나는 당신에게 만족하고, 당신을 비난해야 할 일이 한 번도 없었으며, 이 점은 상호 동일하오. 당신의 방으로 테레빈유 에센스 약병을 찾아 오시오. 그게 당신 서랍장의 한 서랍 속에 들어 있는것을 나도 알고 있으니, 그것을 나한테 알려줄 필요는 없소. 어서 나선형 층계의 계단을 뛰어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와 만족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나를 보시오." 그러나 민감한 런던 여인은 층계의 첫 계단 몇 개를 오르자마자(그녀는 하층계급 사람만큼 빠르게 달리지 않는다), 벌써 화장 담당 하녀 하나가 두 빰이 땀에 붉게 물들어서, 아마도 수정벽 안에 생명수을 담고 있는 약병을 들고 이층에서 내려온다. 하녀는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며 가져온 것을 내밀고, 어머니는 왕녀와 같은 걸음걸이로, 자신의 애정을 사로잡는 유일한 대상, 소파의 가를 두른 술을  향해 나아간다. 함대사령관은 거만하지만 반가워하는 동작으로 아내의 손에 든 약병을 받는다. 인도산 스카프가 그것에 적셔지고, 머빈의 머리가 비단의 환상(環狀) 굴곡에 둘려싸인다. 그가 각성제를 흡입한다   . 한쪽 팔을 움직인다. 순환이 되살아나고, 창틀에 앉아 있던 필리핀산 앵무새의 기쁨에 찬 울음소리가 들린다. "거기 누구요?--- 나를 붙잡지 마세요--- 여기가 어딘가? 무덤이 내 무거운 사지를 받치고 있는 것인가? 널판이 푹신한 것 같다.--- 어머니의 초상화를 넣어둔 로켓이 아직도 내 목에 걸려 있는가?--- 물러서라, 머리칼이 헝크러진 악당아. 놈은 너를 붙잡을 수 없었고, 나는 그의 손가락에 내 윗저고리 한 자락을 남겨 두었다. 블도그의 사슬을 푸세요. 오늘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도둑이 불법으로 침입할 수 있는데, 그동안에 우리는 잠에 빠져 있을 것이오. 아버지와 어머니, 이제 알아볼 수 있겠어요. 베풀어주신 보살핌에 감사드립니다. 내 동생들을 불러주세요, 아우들을 위해 제가 프랄린 과자를 사왔어요. 아우들을 안아보고 싶어요." 여기까지 말을 하고, 그는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화급하게 불러들인 의사는, 두 손을 비비며 외친다: "위기는 넘겼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내일 당신네 아들은 거뜬하게 일어날 것이오. 모두들, 각자의 잠자리로 가시오. 명령입니다. 여명이 돋고 밤 꾀꼬리의 노래가 들릴 때까지 환자의 곁에 저 혼자 남을 수 있도록. "말도로르는, 문 뒤에 숨어서, 한마디도 놓치지 않았다. 이제는 저택에 사는 사람들의 성격을 알고,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는 머빈이 어디 사는지 알았고, 더이상의 것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수첩에 길의 이름과 건물의 번지수를 적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그것들을 잊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는 하이에나처럼 눈에 띄지 않고 나아가, 안마당의 측면을 따라간다. 그는 철책을 민첩하게 타고 오르다가, 쇠살 끝에서 잠시 어려움을 겪는다. 한 번의 도약에, 그는 도로 위에 있다. 그는 늑대 걸음으로 멀어지면 외친다: "놈이 나를 악당으로 여겼지. 멍청한 놈이야. 그 병자가 내게 던진 비난에서 면제된 사람이 있으면 만나보고 싶구나. 나는 놈이 말한 것처럼, 윗저고리 한 자락을 찢어낸 적이 없다. 두려움 때문에 생겨난 반수면상태의 단순한 환각이야. 내 의도는 오늘 놈을 납치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게는 이 겁 많은 소년에게 후일의 다른 계획이 있으니까." 백조들의 호수가 있는 쪽으로 가시라. 그러면 조금 후에, 왜 무리 중에 완전히 까만 한 마리가, 갈색 대게의 부패중인 시체를 싣고 있는 모두를 떠받치고 서서, 다른 수생(水生) 동지들에게 정당하게 불신을 부추기는지 알려 주겠다.  
101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3) 댓글:  조회:143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3)           여섯번째 노래(2)       1       비비엔가의 상점들이 그 재물들을 경탄하는 눈들 앞에 펼쳐놓는다. 수많은 가스가로등으로 밝혀진. 마오가니 상자들과 금시계들의 진열장 너머로 눈부신 빛다발을 퍼뜨린다. 증권거래소의 시계가 여덟시를 쳤다. 늦지 않았다! 종을 치는 마지막 망치질이 들려오자마자, 이미 이름이 언급된 그 거리가 술렁이기 시작하며, 제 지반을 루아얄 광장으로부터 몽마르트 대로까지 뒤흔든다. 산책자들은 걸음을 재촉하고, 생각에 잠겨 제 집으로 피신한다. 한 여인이 기절해 아스팔트 위에 쓰러진다. 아무도 그녀를 일으켜 세워 주지 않는다. 저마다 어서 그 근처에서 벗어나려고 서두른다 덧창들이 맹렬히 닫히고, 주민들은 자기네 지붕 아래에 처박힌다. 아시아 흑사병이 그 출현을 알린 것만 같다. 이렇게, 도시의 대부분이 밤의 제전의 환희 속에서 헤엄칠 준비를 하는 동안, 비비엔가는 갑자기 일종의 석화(石化)작용으로 얼어붙는다. 사랑하기를 그친 마음처럼, 거리는 자신의 생명이 꺼진 것을 보았다. 그러나, 이윽고, 이 기이한 사건을 전하는 소식이 여러 다른 계층의 주민들에게 퍼지고, 침울한 침묵이 이 엄숙한 수도 위로 떠오른다. 가스등의 화구는 어디로 가버렸는가? 사랑을 파는 여자들은 무엇이 되었나? 아무것도 --- 고독과 어둠! 직선 방향으로 날아가는, 한쪽 다리가 부러진 올빼미 하나가, 마들렌 성당 위를 지나, 트론 성문을 향해 비상하면서, 외친다. "불행이 준비되었다." 나의 펜이(나의 공범자 노릇을 하는 이 진정한 친구가) 방금 신비롭게 그려낸 이 장소에서, 만약 그대가 콜베르가가 비비엔가로 이어지는 쪽을 바라본다면, 이 두 길의 교차로 생겨난 모퉁이에서 한 인물이 그 실루엣을 드러내고, 가벼운 발걸음을 대로 쪽으로 옮기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더 가까이, 이 행인의 주의를 끌지 않으면서 다가가면, 우리는 유쾌한 놀라움을 느끼며 알아차리게 된다. 그는 어리다! 멀리서는 사실 그를 성인(成人)으로 여겼을 테니까. 진지한 인물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일이라면, 살아온 날수의 총합은 더 이상 고려대상이 아니다. 내가 능히 이마의 관상학적 주름에서 나이를 읽어낼 줄 아는바, 그늘 열여섯하고도 사 개월이다! 그는 아름답다. 맹금들의 발톱이 지닌 수축성처럼, 혹은 더 나아가서, 후두부터 연한 부분에 난 상처 속 근육운동의 불확실함처럼, 혹은 차라리, 저 영원한 쥐덪, 동물이 잡힐 때마다 언제나 다시 놓여지고, 그것 하나만으로 설치류들을 수없이 잡을 수 있으며, 지푸라기 밑에 숨겨놓아도 제 기능을 다하는 저 뒤덪처럼. 그리고 특히 해부대 위에서의 재봉틀과 우산의 우연한 만남처럼 아름답다! 머빈1), 이 금발의 영국의 아들이 선생의 집에서 검술 교습을 이제 마치고, 스콜틀랜드산 타탄체크 옷을 두르고는, 부모의 집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여덟시 반이며, 그는 자기 집에 아홉시에 도착하리라 생각한다. 미래를 안다고 확신하는 척하는 것은 그의 편의 크나큰 오만이다. 어떤 예기치 못한 장애물이 그의 길을 방해할 수는 없을까? 또 그런 상황은 지극히 빈도가 낮아서, 예외로 여겨야 마땅할까? 왜 그는 지금까지 누렸던 아무 걱정이 없다고 느낄, 다시 말해서 행복하다고 느낄 가능성을 오히려 비정상적 사태로 여기지 않는가? 대체 무슨 권리로 자신이 무사히 거처까지 다다르기를 바라는가. 누군가를 몰래 그를 제 미래의 먹잇감 삼아 노리고 뒤따라가고 있는데도?( 내가 이제 막 끝마치려는 문장이 곧바로 따라붙게 되는 이 한정의문문들이라도 최소한 앞세우진 않는다면, 그것은 선정적인 작가라는 자기 직업에 대해 별로 아는바가 없다는 것이리라.) 그대라 알아본 인물은 오래전부터 그 개성의 압력으로 내 불행한 지성을 깨부순 상상의 주인공! 어떤 때는 말도로르는 머빈에게 다가가 그 소년의 모습을 제 기억에 새기는가 하면, 어떤 때는 몸을 뒤로 젖히고, 그 궤적의 제2기에 들어선 오스트레이리아 부메랑처럼, 또는 폭탄처럼 제가 왔던 길을 따라 물러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주저하며, 그러나 그의 양심은 그대가 잘못 추측한 것처럼 가장 배발생적(胚發生的) 감정의 징후조차 느끼지 않는다. 나는 그가 일순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회한에 짓눌렸던 것인가? 그러나 그는 새로운 집념으로 발걸음을 되짚어 돌아왔다. 머빈은 관자놀이의 동맥이 왜 힘차게 뛰는지 알지 못한 채, 그와 그대가 이유를 찾으려 하나 헛일인 공포에 사로잡혀 걸음을 재촉한다. 수수께끼를 풀려는 그의 열의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는 왜 뒤돌아보지 않는가?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될 텐데. 불안한 상황을 중지시킬 가장 간단한 방법을 인간들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는가? 성문밖길을 배회하는 자가 샐러드 대접 하나 분량의 백포도주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누더기가 된 작업복을 입고, 교외의 변두리를 가로지르다가, 경계석 구석에서, 우리 아버지들이 목도했던 여러 혁명들과 시대를 같이했던 근육질의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잠든 들판 위로 쏟아지는 달빛을 우울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띄면, 그는 굽어진 길로 꼬불꼬불 나아가며, 한 마리 안짱다리 개에게 신호를 보내고, 개는 서두른다. 고양잇과의 고결한 동물은 용감하게 적을 기다리며, 목숨을 비싸게 걸고 싸운다. 내일, 어느 넝마주이가 전기를 띤 가죽 한 장을 살 것이다. 녀석은 왜 달아나지 않았을까? 그리고 쉬운 일이었는데. 그러나 지금 우리를 걱정하게 만드는 이 사간에서, 머빈은 그 무지 탓에 위험에 더욱 깊이 얽힌다. 그에게는 정말이지 극도로 드물긴 하지만 얼마큼의 빛 같은 것이 있는데, 나는 그 빛을 가리는 모호함을 멈추지 않고 밝힐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현실을 내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예언자가 아니며, 나는 반대로 말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예언자의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대동맥 도로에 이르러, 그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푸아소니에르 대로와 본누벨 대로를 횡단한다. 그 지점에서, 포부르생드니가로 들어서서 스트라스부르 철도역을 뒤에 두고, 높은 정문 앞에 멈추었다가, 라파예트가의 중첩수직교차로에 도착한다. 이 대목에서 제1절을 마무리하라고 그대가 권유를 하니, 이번은 그대의 희망에 흔쾌히 따르겠다. 그대는 아시는가, 어느 편집증 환자2)의 손이 바위 밑에 숨겨둔 강철 고리를 생각할 때면, 물리칠 수 없는 선율이 내 머리카락을 타고 지나간다는 것을?       1) '머빈'의 로마자 철자 Mervyn을 프랑스식으로 읽으면 '메리뱅'이 된다. 머빈은 역사 소설가 월터 스콧의 소설 (1815)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다.     2) 이 편집증 환자는 다른 쪽에서는 '아곤'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1015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2) 댓글:  조회:151  추천:0  2019-09-19
  여섯번째 노래(2)       (2)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내 옆에 열린 잉크병 하나와 풀기가 적은 종이 몇 장을 반드시 놓아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본다.(내가 틀렸다면, 저마다 내 말에 동의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투로, 어서 생산하고 싶은 일련의 교훈적인 시편들을 이 여섯번째 노래로부터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가차없는 유용성의 극적인 에피소드들이여!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이 동굴을 드나들고 접근할 수 없는 장소를 피난처로 삼는 가운데, 논리의 법칙을 위반하고 순환논법에 빠진 것을 알아차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렇게 고독과 유리의 보상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키우며, 좁아든 시야를 왜소한 관목과 가시덤불과 머루덩쿨 사이에 수동적으로 제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활동이 그 사악한 본능이라는 미노타우로스를 부양할 만한 어떤 양식도 찾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완전히 준비된 수많은 희생자들 중에서, 자신의 갖가지 정념이 만족할 만한 대상을 넉넉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인간들의 주거단지에 접근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경찰, 이 문명의 방패가 여러 해 전부터 끈질기게 자기를 찾고 있으며, 일개 사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경찰과 밀정이 지속적으로 자기를 쫓고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만나기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만큼 놀라자빠지게 하는 그의 재주가 성공의 관점에서 한 점 이론의 여지도 없는 계략과 가장 교묘한 궁리에서 나온 명령을 최고로 멋지게 따돌렸던 것이다. 그는 숙련된 눈으로도 알아보기 어렵게 형태를 바꾸는 특수능력이 있었다. 예술가로서 말을 한다면, 뛰어난 변장! 내가 도덕을 염두에 두고 볼 때는, 진짜로 허름한 인상의 차림새. 이 점에서 그는 거의 천재에 버금갔다. 그대는 파리의 하수구에서, 움직임이 기민한 한 마리 예쁜 귀뚜라미의 섬세함을 눈여겨본 적이 없는가? 그 사람밖에 없다. 말도로르였다! 꽃 피는 여러 수도들에 유독성 유체로 동물자기최면술을 걸어서, 적절한 자기감시가 불가능한 일종의 마비상태에 그 도시들을 몰아 넣는다. 그가 의심을 받지 않기에 그만큼 더 위험한 상태, 오늘은 마드리드에 있는대, 내일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을 것이며, 어제는 베이징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 시적인 로캉볼1)의 활약이 지금 공포로 가득 채우고 있는 그 장소를 정확하게 단정한다는 것은 내 둔한 추론능력을 넘어서는 작업이다. 이 강도는 어쩌면 이 나라에서 칠백 리 밖에 있으며, 어쩌면 그대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다. 인간을 모두 전멸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엄연히 법이 있다. 그러나 인간 개미들은 끈질기게 하나씩 하나씩 처치할 수는 있다. 그런데, 내 탄생일 이후로, 우리 종족의 첫 조상들과 함께, 내 매복의 긴장 속에서 여전히 미숙한 상태로 살면서, 역사 저편에 자리잡은 태고의 시대 이후로, 정교한 변신을 통해서, 다양한 시대에, 정복과 살육으로 지구의 여러 나라를 휩쓸고, 시민들 한가운데 내전을 퍼뜨리면서, 나는 벌써 그 무수한 숫자를 떠올리기도 어려울 만치 모든 세대를 한 명씩 한 명씩 혹은 집단적으로 내 발꿈치로 밟아 짓이기지 않았던가? 빛나는 과거는 미래에 눈부신 약속을 했다. 그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내 문장을 그러모으기 위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러운 방법을 사용할 것이며, 야만인들에게까지 거슬러올라가 그들에게서 교훈을 얻을 것이다. 소박하고 위엄 있는 신사들, 그들의 우아한 입은 문신을 한 그들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을 고결하게 한다. 나는 이 별에 있는 어느 것도 가소롭지 않다는 것을 방금 입증했다. 웃기는, 그러나 아름다운 별, 어떤 사람들은 순진하다고 여길 (그토록 심오할 때도) 문제를 움켜잡아, 나는 어쩌면 불행하게도 거창하게 보이지는 않을 생각들을 해설하는 데 사용하리라! 바로 그것으로, 일상 대화의 경박하고 회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또한 거들먹거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진지하게--- 내가 말하려고 의도했던 것이 무엇인지 더는 알지 못하겠는데, 문장의 시작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시는 오리의 얼굴을 지닌 인간의 미소, 어리석게도 빈정대며 짓는 미소가 없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발견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우선 코를 풀고 싶기 때문에 코를 풀겠으며, 그 다음에는 내 손의 강력한 도움을 받아, 손가락이 떨어뜨린 펜대를 다시 잡을 것이다. 파리의 카루젤 다리는 자루가 내지르는 것만 같은 가슴 찢는 비명을 들었을 때, 어떻게 의연히 그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1) 피에르 퐁송 뒤 테라유(1829~1871)의 신문연재소설 의 주인공. 이름 난 악당이었으나 개과천선하고 변두리 사회에서 정의의 수호자로 활약하는 인물.
1014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1) 댓글:  조회:149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1)           여섯번째 노래(1)       (1) 부럽기도 한 그 침착함이 얼굴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나 쓰일 그대여, 아직까지도 14행이나 15행 장절에서 제4학급1) 학생처럼, 적절치 못하다고 여겨질 감탄사들과, 조금만 수고를 해도 괴상하다고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괴상한 코친친2) 암탉의 우렁찬 꾸룩꾸룩 소리를 내질러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그러나 명제들을 제시하기보다는 사실을 통해 증명하는 편이 더 낫다. 그대는 내가 설명 가능한 과장법으로 인간과 창조주와 나 자신을 장난치듯이 모욕했다고 해서, 내 임무가 완수되었다고 주장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내 직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행해야 할 과제처럼,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부터 내 소설의 끈은 앞에서 이름을 말했던 세 등장인물을 조종할 것이다. 덜 추상적인 힘이 저들에게 전달되리라. 저들의 생명력은 그 순환기의 급류에 장엄하게 퍼질 것이며, 그대는 이제까지 순수 사변의 영역에 속하는 막연한 물질관념밖에 보지 못했다고 믿었던 곳, 그 한쪽에서 신경의 잔가지들과 그 점막이 있는 신체조직을, 다른 한쪽에서 육체의 심리적 기능이 자리잡은 정신적 원리를 만나고 얼마나 놀랄지 알게 될 것이다. 저들은 활기찬 생명을 타고난 존재들로, 팔짱을 끼고 가슴을 멈추고, 그대의 얼굴 앞에, 그대에게 단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산문적으로 (그러나 효과는 매우 시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세를 취함으로써, 태양 광선이 우선 지붕의 기와들과 굴뚝 덮개를 때리고, 이윽고 저들의 지상적이고 질료적인 모발에 내려와 눈에 띄게 반사될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이제 웃음을 유발하는 특기의 소유자들, 저주받은 자들이 아닐 것이다. 저자의 두뇌 속에 남아 있도록 만들어졌을 가공의 인물들이거나 일반적인 삶의 너무 위에 자리잡음 악몽들. 바로 그 때문에, 내 시가 더욱 아름다우리라는 점에 주목하시라. 그대는 두 손으로 오름대 동맥과 부신 피막을, 그러고는 감정을 만지리라! 처음 다섯 개의 이야기는 무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내 작품의 현관이요, 건축의 기초요, 내 미래 시학의 예비 설명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가방을 잠그고 상상의 나라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문학의 진지한 애호자들에게, 분명하고도 정확한 개괄의 간략한 초안으로, 내가 추구하기로 결심한 목적을 알려야 할 의무를 스스로 짊어졌다. 결과적으로, 이제 내 작품의 종합적인 부분이 완전하며, 충분하게 설명되었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바로 그 종합 부분을 통해 그대는 내가 인간과 인간을 창조한 그자를 공격하자고 제안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으로서는, 그리고 향후로도, 그대가 더 많이 알 필요는 없다! 새로운 고찰은 쓸데없는 일로 보이는데, 그런 고찰이, 정말이지, 더욱 광범하다곤 해도 결국 동일한 또하나의 형식 아래, 오늘의 끝이 그 첫번째 전개를 보게 될 명제의 진술을 되풀이하게 할 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소견으로부터, 내 의도는 이제부터 분석적 부분에 착수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점은 매우 진실이어서, 단지 몇 분 전에 나는 그대가 내 피부의 땀샘에 갇혀서, 사정을 숙지하는 가운데, 내가 주장하는 바의 성실성을 확인하라고 열렬한 소망을 표명하였다. 내 정리(定理)에 포함되어 있는 입론을 떠받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 증거는 존재하며, 중대한 이유가 없이는 내가 아무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도 알지 않은가! 나 자신이 그 일원이기도 한 (이 점만 지적해도 내 말의 정당성이 확보되리라!) 인류와 섭리에 대향해서 내가 가혹한 비난을 퍼뜨리고 있다고 그대가 나를 비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면, 나는 목구멍을 크게 열고 웃는다. 나는 내 말을 거두어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았던 것을 이야기함으로써, 내 말을 정당화하는 것은, 진실 이외의 다른 야심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 나는 삼십 쪽짜리 짧은 소설을 지으려 한다. 이 분량은 이후에도 거의 그대로 늘지도 줄지도 않을 것이다. 내 여러 이론이 공인되어 어느 날이나 다른 날에 이런저런 문학형식이 받아들이는 것을 조속하게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나는 얼마큼 모색을 한 뒤 결정적인 표현형식을 발견하였다고 믿는다. 최고의 형식이다.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혼종성 서문은 우선 자기를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는지 별로 잘 알지 못하는 독자를, 말하자면, 놀라게 한다는 점에서, 별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제시되었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런 주목할 만한 당혹감은 책이나 소책자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느끼지 않게 해주려고 애쓰는 것이 마땅한테. 나는 그것을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사실 내 선의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덜한 것을 만들기는 불가능했다. 나중에, 몇몇 소설이 출판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대는 매연빛 얼굴을 지닌 배교자의 서문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1) 한국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리세는 제6학급에서 시작하여 수사학급으로 끝나는 6년제 학교로, 제4학급은 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한다.       2) 현재 베트남 남부의 델타와 메콩 지역에 해당하는 지방을 부르던 지명으로, 19세기에는 관용적으로 프랑스령 베트남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다.  
1013    睡不着 文/顾红干 댓글:  조회:146  추천:0  2019-09-19
睡不着 文/顾红干     夏天的夜晚 花儿热闹了一天累了 扭着小腰打起哈欠 香喷喷的多诱人呀 风忍不住过来拥抱 亲亲花的小脸蛋说: 宝贝 晚安 花儿便害羞地侧过脸看着我 低声说: 可是可是没人陪我睡不着     夏天的夜晚 小星星调皮得很 笑眯眯地摆着手朝我喊: 我要抱抱 我要抱抱 今晚你还没和我说晚安     云朵听到了连忙给她拉好被子 揪着星星的小耳朵说: 小孩子家别闹 赶快睡觉去再踢被子打屁股 小星星噘着嘴嘀咕道: 可是可是没说晚安我睡不着     夏天的夜晚 我屏住呼吸蹑手蹑脚地 躲进小草垛听蟋蟀们说悄悄话 “咿咿呀 ”“叽叽吧 ”“ 爱我吧” 我忍不住笑出声来 这时 萤火虫一个个在圆屁股后 点亮小灯笼出来值班 领头的大声叫:快来呀 我逮到了那只偷吃果实的大青虫 “唉吆喂”耳朵揪疼了 你们找错人啦 “唉”这一痛我也一夜没睡着  
1012    其实我是一条鱼 / 金波 댓글:  조회:158  추천:0  2019-09-19
其实我是一条鱼 金波     其实,我是一条鱼, 当我跃入水里, 自由地畅游时, 我想这样告诉你。     其实,我是一只鸟。 当我攀上山顶, 有云从耳边拂过, 我想这样告诉你。     其实,我是一棵树。 当我走进大森林, 享受着自由的呼吸, 我想这样告诉你。 在心海游荡  
1011    书 文/苟念成 댓글:  조회:169  추천:0  2019-09-19
书 文/苟念成     书是一栋窗 打开窗扇 飘动着墨香     书是一扇门 轻轻拉开 照进束束光     书是一只鸟 扇动翅膀 在心空飞翔     书是一条鱼 吐出泡泡  
1010    一片阳光躺在草叶上 / 丁云 댓글:  조회:166  추천:0  2019-09-19
一片阳光躺在草叶上 丁云     一片阳光躺在草叶上 轻轻摇 轻轻晃 让蟋蟀好一阵紧张       一片阳光躺在草叶上 慢慢移 慢慢荡 让夏天的眼睛闪闪发亮  
100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0) 댓글:  조회:363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0)           다섯번째 노래(끝)       (7) "밤마다, 잠이 가장 높은 강도에 도달하는 시간에, 대형종 늙은 거미 한 마리가, 방의 세 귀퉁이가 만나는 한 교차점에 흙바닥에 파인 구덩이에서 천천히 머리를 내밀지요. 그 간나는 무슨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공기 속에서 주둥이를 놀리지나 않는지 알려고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는 겁니다. 곤충의 형태를 둘러쓰고 있는 걸 볼 때, 만일 그 간나가 여러 차례의 빛나는 의인화로 문학의 보고를 넓혀주고 있다고 우기면, 그런 간나라도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주둥이를 붙여주는 일 정도야 할 수 있지요. 간나는 정적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자기 소굴에서, 심사숙고의 도움도 없이, 제 신체의 여러 부분을 차례차례 끄집어내어, 신중한 발걸음으로 나의 침대를 향해 전진합니다. 놀랄 일이지요! 잠과 악몽을 물리치는 나는 그게 내 비단 침대의 흑단 다리를 따라 기어올을 때. 내 몸 전체가 마비되는 느낌이지요. 그게 여러 개의 다리로 내 목을 끌어안고 그 배로 내 피를 빤다고요. 아주 단순해요! 그 간나가 가장 훌륭한 원인이라는 말에 걸맞는 끈질김으로 똑같은 일을 수행한 이후로, 여러분들이 이름도 모르는 주홍빛 액체를 몇 리터나 마시지 않았던가! 내가 그 간나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그것이 내게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부주의하여 그 간나의 다리 하나를 부러뜨렸나? 그 새끼들을 빼앗았던가? 이 두 가정은 믿을 만한 것이 아니어서 진지한 검토을 감당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라도 조롱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깨를 으쓱하고 입술에 미소를 떠올릴 가치조차 없습니다. 조심해라. 타란토의 검은 독거미야, 너희 행태가 반박할 수 없는 삼단노법을 핑계로 삼지 못하면, 어느 날 밤 나는 빈사의 의지로 안간힘을 다하여 소스라쳐 깨어 일어나, 내 사지를 부동의 속박 속에 묶어놓은 네 마력을 깨뜨리고, 너를 내 손가락뼈 사이에 집어넣어 한 덩어리 물렁한 물건처럼 짓이겨버릴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네 발이 꽃피는 내 가슴 위로, 그리고 거기서부터 내 얼굴을 덮고 있는 피부까지 기어오르도록 내게 허락해주었고, 그래서 결국 너를 구속할 수 있는 권리가 내게 없다는 생각이 막연히 떠오른다. 오! 누가 내 헝클어진 기억을 풀어줄 것인가! 나는 내 남은 피를 그에게 주어 보상하겠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포함해서 계산하면, 광란의 잔치에서 적어도 술잔 하나의 절반을 채울 만큼은 있다." 그는 말하며, 내리 옷을 벗는다. 그는 한 다리를 매트리스에 걸치고 다른 다리로는 사파이어 마루를 누르며 일어서려 하면서도, 수평자세로 길게 늘어져 있다. 그는 자기 적을 당당하게 맞이하기 위해 눈을 감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매순긴 그는 똑같은 결심을 하지 않을 것이며, 그 결심은 줄곧 제 숙명적인 약속의 설명할 수 없는 이미지에 의해 무산되지 않을 것인가? 그는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체념한다. 그에게 맹세는 신성한 것이 아닌가. 그는 비단의 주름 속에 장엄하게 감싸여, 자기 방 커튼의 금색 매듭장식을 얽어 묶는 일조차 없이, 제 긴 흑발의 물결치는 컬을 비로드 방석의 술장식에 올려놓고, 독거미가 제 두번째 보금자리 삼아 깃드는 게 습관이 된, 목의 널따란 상처를 손으로 더듬는데, 얼굴에는 만족한 빛이 여실하다. 그가 기대하는 것은 (그와 함께 기대하시라!) 이날 밤 저 무한한 흡혈의 마지막 상연을 보리라는 것이나. 그의 유일한 소원은 형리가 그의 존재를 결단내주는 것, 곧 죽음이기 때문이며, 그는 만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 대형종 늙은 거미를 보시라. 그 간나는 방의 세 귀퉁이가 만나는 한 교차점의 흙바닥에 파인 구덩이에서 천천히 머리를 내민다. 우리는 이제 이야기 속에 있지 않다. 그 간나는 무슨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공기 속에서 주둥이를 놀리지 않는지 알려고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인다. 아아! 타란토의 독거미를 바라보는 자에 관해 말한다면, 우리는 이제 현실에 도달했으며, 문장마다 그 끝에느낌표를 찍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현실이 면제되는 것은 필경 아니다! 간나는 정적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바야흐로 자기 소굴에서, 심사숙고의 도움도 없이, 제 신체의 여러 부분을 차례차례 끄집어내어, 신중한 발걸음으로 고독한 인간의 침대를 향해 전진한다. 잠시 간나가 멈춰 선다. 그러나 이 망설임의 순간은 짧다. 거미는 아직 고문을 멈출 시간이 아니며, 먼저 죄인에게 형벌이 종신형으로 결정된 그럴 듯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혼자 생각한다. 간나는 잠든 자의 귓등으로 기어올랐다. 만일 거미가 하게 될 말을 단 한 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여러분들은 저마다 정신의 주랑을 막고 있는 무관계한 잡일들을 치워버리고, 최소한 내가 여러분들에게 보여주는 관심을 감사하게 여기고, 여러분들의 진정한 주목을 자극하기게 손색이 없다고 생각되는 극적인 장면에 온몸으로 임석하시라. 내가 이야기하려는 사건들을 나 혼자만을 위해 간직하겠다고 고집하면 누가 막겠는가? "다시 일어나라, 지나간 날들의 사랑스러운 불꽃이여, 육탈한 해골이여, 정의의 손을 멈출 시간이 왔다. 우리는 너에게 네가 희망하는 설명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우리의 말을 듣고 있다. 그러나 사지를 움직이진 말아라, 너는 오늘도 우리의 동물자기최면술 아래 놓여 있고, 뇌의 무기력상태는 계속된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엘스뇌르1)의 얼굴이 네 상상력에 어떤 인상을 심었는가? 너는 그를 잊었구나! 그리고 저 레지날은 그 열띤 거동으로 네 충실한 뇌에 어떤 흔적을 새겼는가? 커튼의 주름 속에 감춰진 그를 보라. 그의 입은 네 이마을 향해 기울었으나, 감히 너에게 말하지 못하는데, 그가 나보다 더 겁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네 젊은 날의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하여, 너를 기억의 길로 다시 데려가려 한다---" 오래전에 거미가 배를 여니, 거기서 두 소년이 푸른 옷을 입고, 저마다 손에 불타는 칼을 쥐고 튀어나와, 그때부터 잠의 성소를 지키려는 듯 침대 양쪽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자기에게 명령이라도 떨어진 듯이 깨어 일어나, 두 천사의 자태가 팔을 얽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그는 다시 잠들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잠자리 밖으로 팔다리를 천천히 차례차례 끌어낸다. 얼어붙은 피부를 덥히려고 고딕 벽난로에서 다시 타오로는 잔불로 간다. 속옷 한 장이 그의 몸을 가리고 있다. 그는 마른 입천장을 축이려고 눈으로 크리스털 물병을 찾는다. 차의 덧문을 연다. 창틀에 몸을 기댄다. 그는 황홀한 원추형 빛다발을 제 가슴에 퍼붓는 달을 오래 바라본다. 그 빛다발에서는 어떤 지울 수 없는 고통의 은빛 원자들이 자벌레나방들처럼 파닥거린다. 그는 아침의 여명이 찾아와, 무대배경을 바꿈으로써, 뒤집힌 제 가슴에 하잘것없는 위로라도 안겨주기를 기다린다.       1) '엘스뇌르'는 비극 의 무대인 엘시노어 성을, 뒤에 나오는 '레지날'은 햄릿의 어머니인 왕비 거트루드를 연상하게 한다.   다섯번째 노래 끝  
100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9) 댓글:  조회:367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9)           다섯번째 노래(6)       (6) 조용히 그대 엎으로 장례 행렬이 지나간다. 그대의 슬개골 한 쌍을 땅을 향해 구부리고 무덤 저편의 노래를 부르시라. (그대가 내 말을 제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엄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다순한 명령법으로 여긴다면 그대는 재기(才氣)를, 그것도 최상의 재기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대는 이런 식으로 삶의 피곤을 풀려고 무덤구덩이로 가는 망자의 혼백을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해줄 수 있다. 그 점은 나에게 확실하기까지 하다. 그대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까지는 내 의견과 정반대일 수 없다고는 내가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유의하시라.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중요한 것은 도덕의 기초에 관한 올바른 개념을 가져, 저마다 자신이 받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해주도록 명령하는 원칙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의 사제가 선두에서 행렬의 앞자리를 열며, 손에 평화의 상징인 백기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남녀의 성기를 나타내는 황금 표장을 드는데, 이 육체적 기관이 대부분의 경우 그 사용자들에게서 우리의 거의 모든 악을 야기하는 알려진 정열에 맞서 적절한 반응을 낳기는커녕, 서로 경쟁하는 다양한 목적을 위해 그걸 맹목적으로 조작할 때, 그들의 손에서 매우 위험한 도구가 된다는 점을, 순전히 은유로 이루어진 추상으로, 지적하려는 것 같다. 그의 등 아랫부분에 말총이 무성한 말의 꼬리가 하나 붙어 있어서(물론 인공적으로), 흙먼지를 뚫고 간다. 고리는 우리의 악행에 의해 동물의 반열에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의미다. 관은 제가 갈 길을 알고 있어서, 위로자의 나풀거리는 사제복을 뒤따라서 행진한다. 망자의 친척들과 친구들은 자기들의 위치를 뽐내며, 행렬의 뒷자락을 닫기로 결심했다. 행렬은 난바다를 가르는 선박처럼 위풍당당하게 나아가며, 침몰 현상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시간에 태풍과 암초는 그것들의 설명할 수 없는 부재보다 더 미미한 어떤 것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귀뚜라미들과 두꺼비들이 몇 걸음 떨어져서 죽음의 잔치를 뒤따른다. 저들도 역시 누구의 장례건 자기들의 겸손한 참례가 어느 날인가는 보답을 받게 될 것을 모르지 않는다. 저들은 낮은 목소리로 자기들의 생생한 언어를 통해 (이 사심 없는 조언을 여러분들에게 건넬 수 있도록 허락해주기 바라며, 여러분들은 너무 잘난 체하며 자신들만이 마음속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귀중한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지 마시라) 그 사람이 초록 들판을 달리며 모래 깔린 만의 푸른 파도에 팔다리의 땀을 적시는 것을 자기들의 눈으로 여러 번 목격했던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에 삶은 그에게 아무런 속셈도 없이 미소를 짓는 것 같았으며, 멋지게도 꽃으로 관을 씌어주었다. 그러나 여러분들의 지성 그 자체가 어린 시절의 문턱에 그가 멈춰 있음을 알아차린다기보다 짐작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필연적 전언철회가 발생할때까지는, 내 엄밀한 증명의 서론을 계속 써나갈 필요가 없다. 열살, 손가락 숫자를, 어디가 다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본뜬 숫자, 적기도 하고, 많기도 하다. 우리가 문제로 삼고 있는 이런 경우에, 나는 진리에 대한 여러분들의 사랑에 기대어, 여러분들이 나와 함께 단 일초도 더 지체하지 않고 그것은 적다고 말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한 인간 존재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희망도 품지 않고, 이 지상에서 파리나 잠자리만큼 속절없이 사라지게 하는 저 암울한 신비를 간략하게 성찰할 때, 아마도 나 자신이 이해했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을 여러분들에게 잘 설명해줄 수 있을 만큼 내가 충분히 오래 살지 못한다는 통렬한 한을 품고 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그러나, 내가 공포에 가득차서 앞 문장을 시작한 저 먼 시간 이래로, 어떤 비상한 우연에 의해 아직도 생명을 잃지 않은 것이 증명된 이상, 특히 지금처럼 이런 위압적이고 접근할 수 없는 질문을 다루어야 할 때, 나의 근본적인 무기력에 대해 완전한 고백을 조립하는 것이 여기서 불필요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지극히 상반되고, 때로는 호의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종류의 조합에 겉보기에 지극히 어울리지 않는, 그리고 맹세코, 이런 개인적 만족을 누리는 작가의 문체에 영원에 이르기까지 진지한 부엉이의 불가능하고 잊을 수 없는 모습을 무상으로 부여하는 사물들이 그것들 본래의 속성 속에 감추고 있는 닮음과 상이함을 탐구하려는(그러고는 뒤이어 발표하려는) 우리의 매력적인 경향은, 일반적으로 말해서, 기이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를 이끄는 흐름을 따르자. 붉은솔개는 말똥가리보다 비례적으로 더 긴 날개를 가졌으며, 비상이 훨씬 용이하다. 그래서 평생을 공중에서 보내는 것이다. 그는 거의 한 번도 쉬지 않고, 매일 광막한 공간을 누빈다. 그런데 이 거대 운동은 사냥 연습도, 먹이 쫓기도 전혀 아니며, 심지어 정찰조차도 아니다. 놈은 사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행은 놈의 자연상태이며, 놈이 좋아하는 상황이다. 그가 수행하는 방식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 길고 좁은 날개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방향 전환을 지시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꼬리이며, 꼬리는 틀리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는 애쓰지 않고 비상하고, 사면으로 미끄러지듯 하강한다. 난다기보다 차라리 춤추는 것 같다. 비행속도를 높이고, 줄이고, 멈추고, 몇 시간 동안 내내 같은 자리에 매달린 듯이 혹은 고정된 듯이 쉰다. 그의 날개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감지할 수 없다. 여러분들의 눈을 화덕의 문처럼 연다고 해도 소용없는 것이다. 붉은솔개가 보여주는 비행의 아름다움과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수련처럼, 뚜껑이 열린 관 위로 천천히 솟아오르는 어린아이 모습의 아름다움 간에 내가 말하는 관계를, 그게 비록 멀긴 하지만, 대번에 알아차릴 수 없다고 어렵잖게 (약간은 마지 못해서라도) 고백할 수 있는 양식(良識)이야 저마다 지니고 있다. 그런데 저마다 웅크리고 있는 고의적 무지와 관련해서, 뉘우침의 결여라고 하는 고정된 상황이 초래하는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 바로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 빈정거리는 비유에서 서로 비교되는 두 항목간의 관계, 차분한 위엄을 지닌 이 관계는 이미 너무나 일반적일 뿐더러 충분히 이해될 만한 상징이어서, 변명라고는 거기 걸려든 모든 대상이나 풍역에 불공정한 무관심의 깊은 감정을 초래하는 저 동일한 통속성밖에 가질 수 없음에 나는 더욱더 경악한다.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감탄을 깨워내어 그 주목을 받게 되어 있다는 듯이! 묘지의 입구에 도착해 행렬이 급히 걸음을 멈추니, 그 의도는 더 멀리 가지않으려는 것이다. 묘지기가 묘혈 파기를 끝내고, 사람들이 이런 경우에 바치게 되는 온갖 조심성을 다 바쳐 관을 내려놓는다. 몇 삽의 흙이 뜻하지 않게 날아와 아이의 몸을 덮는다. 어느 종교건 종교의 사제가 감동받은 참석자들 한가운데서 죽은 자를 참례자들의 상상력 속에 더 잘 매장할 수 있도록 몇 마디 말을 한다. "그가 말하기를 이런 쓸데없는 행위에 이렇게 눈물을 많이들 흘리는 것을 보고 놀랐단다. 말한 그대로다. 그러나 그는 바로 자기가 의론의 여지가 없는 행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정의할 수 없어서 겁이 난단다. 그는 죽음이 그 본바탕에서 볼 때 호의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망자의 수많은 친척들과 친구들의 정당한 고통을 더욱 덧나게 하지 않기 위해 자기 임무를 거부하였을 터이지만, 어떤 은밀한 목소리가 그들에게 몇 가지 위로를 주라면서, 머지않아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들이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을 열핏 보게 하는 데 불과할지라도 그 위로란 것이 쓸데없는 짓은 아닐 것이라고 알려주었단다"1) 말도로르는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 달아나고 있었는데, 묘지의 담을 향해 그 주행 방향을 잡는 것 같았다. 그가 탄 준마의 발굽은 제 주인의 주변에 두터운 먼지로 가짜 왕관을 일으켰다. 여러분들, 여러분들은 그 기사의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가 점점 더 가까워지자, 그의 백금 얼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비록 그 얼굴 밑에야 독자가 제 기억에서 제거하지 않으려고 주의하는 예의 망토에 완전히 둘러싸여 두 눈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지만, 연설의 한 중간에서, 종교의 사제가 갑자기 창백해지는 것은, 자기 주인을 결코 떠나지 않은 저 유명한 백마의 고르지 않은 질주 소리를 그의 귀가 알아듣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머지않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내 믿음은 큽니다. 그때 우리들은 영혼과 육체의 잠정적인 분리에 어떤 의미를 결부해야할지 예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 지상에서 삶을 얻는 자는 환상의 품에 안겨 흔들리고 있는 것이니, 그 환상의 증발을 가속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질주 소리가 점점 더 커졌으며, 기사가 지평선을 옥죄며, 회오리바람처럼 재빠르게 시선 속에, 묘지의 출입구로 둘러싸인 시야에, 들어오자, 종교의 사제는 더욱 장중하게 말을 잇는다. "여러분들은 질병에 의해 삶의 첫 단계밖에는 알지 못하도록 강요을 받은, 묘혈이 방금 그가슴에 받아들인 이 아이가 의심의 여지 없이 살아 있는 자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씩씩한 말에 실린 모호한 실루엣으로 여러분들의 눈에 들어오는 저 사내, 하나의 점에 불과하고 이윽고 히스 덤불 속으로 사라질 것이기에, 여러분들의 눈으로 가능한 한 재빨리 똑바로 보아두라고 내가 권하는 저 사내는, 아무리 많이 살았더라도, 진정으로 죽은 유일한 자라는 점만은 알아두십시오."       1) 사제의 말은 간접화법으로 인용되었으며 문장 사이에 지문도 섞여 있지만 로트레아몽은 앞뒤에 따음표를 붙이고 있다.
1007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8) 댓글:  조회:361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8)           다섯번째 노래(5)       (5) 오, 이해할 수 없는 남색자들아, 너희들의 큰 타락에 욕설을 던질 자는 내가 아니다. 너희들의 깔대기형 항문에 모멸을 던지게 될 자는 내가 아니다. 너희들을 공격하는, 수치스러운, 거의 치유할 수 없는 이런저런 병이 피할 수 없는 징벌을 짊어지고 너희에게 덤벼드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바보 같은 제도의 입법자들, 편협한 도덕의 발명자들, 그자들을 내게서 멀리 치워라. 나는 불편부당한 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희들, 청소년들, 아니 차라리 젊은 처녀들아, 어떻게 그리고 왜(그러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라. 나도 역시 내 열정에 저항할 수 없으니까) 복수가 너희들의 마음에 싹터올라 인류의 옆구리에 그와 같은 상처의 관을 씌우게 되었는지 나에게 설명해다오. 너희들은 그 행동거지로(나야, 존경하지!) 인류에게 제 자식들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게 한다. 너희들의 매음은, 아무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몸을 바쳐, 가장 심오한 사상가들의 논리를 실행하며, 한편으로 너희의 과도한 감수성은 여자들까지 한도를 넘어 아연실색케 한다. 너희들의 본성은 너희 동유들의 본성보다 덜 지상적인가 아니면 더 지상적인가? 너희는 우리에게 없는 제육감(第六感)을 지녔는가? 거짓말하지 말고 너희가 생각하는 것을 말하라. 내가 너희들을 심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관찰자로서 너희들의 창대한 지성과 사귀어온 이래로, 무엇을 어찌 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내 왼손으로 축복을 받고, 내 오른손으로 성화될지어다. 내 보편적인 사랑의 보호를 받는 천사들아. 나는 너희 얼굴에 입맞춘다. 너희 가슴에 입맞춘다. 내 달콤한 입술로 조화롭고 향기로운 너희 육체의 가지가지 부분에 입맞춘다. 어찌하여 너희들은 너희들이 무엇인지 나에게 곧바로 말하지 않았는가. 드높은 정신적 아름다움의 결정들아. 너희들의 억눌린 심장의 고동이 감추고 있는 다정과 청순의 헤아릴 수 없는 보물을 내 스스로 알아차렸어야 했다. 장미와 쇠풀 화환으로 장식된 가슴이여, 너희들의 두 다리를 반쯤 벌려 너희들을 알아보고 내 입술을 너희 부끄러움의 휘장에 걸어두어야 했다. 그러나 (중대한 충고사항) 너희 음부의 피부를 매일 깨끗한 물로 씻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내 감질내는 입술의 위아래로 갈라진 접합부에 성병 궤양이 어김없이 돋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오! 우주가 하나의 지옥은 아니라도, 하늘의 광대한 항문일 뿐이라면, 내가 하복부 쪽을 놀려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라. 그렇다. 나는 그 피투성이 괄약근을 뚫고 내음경을 쑤셔박아 사나운 동작으로 그 골반 내벽을 깨뜨렸으리라! 불행이 그때 앞 못 보는 내 두 눈 위에 유사(流沙) 둔덕을 모조리 날려보냈다. 나는 진실이 잠들어 누워 있는 지하의 장소를 발견했어야 하고, 끈적거리는 내 정액의 강물도 그처럼 대양을 찾아내어 뛰어들었어야 했는데! 그러나 왜 나는 상상적인 상황을, 게다가 나중에라도 실현의 도장이 결코 찍히지 않을 상황을 아쉬워하고 자빠졌는가? 덧없는 가설을 쌓아올리려고 무심하지 말라. 그동안에 나와 침대를 같이 쓰겠다는 열정에 불타오르는 자가 나를 찾아오기 바라지만, 나는 내 환대에 엄격한 조건을 단다. 열다섯 살 이상이어서는 안 된다. 그쪽에서도 내가 서른 살이라고 생각하지 말기를,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가? 나이 감정의 강도를 줄이지는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내 머리가 눈처럼 하얗게 된다하더라도, 그것은 노쇠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너희들이 알고 있는 이유 탓이다. 나로 말하면,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웅동체(雌雄同體)들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나를 닮은 존재들이 필요하며, 그 이마 위에 인간의 고결함이 더욱 또렷하고 지울 수 없는 글자로 새겨져 있어야 하리라! 긴 머리칼을 지닌 여자들이 나와 본성이 같다고 확신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내 의견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짭짤한 침이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누가 그걸 빨아서 내게서 없애주려 하겠는가> 그게 올라온다. 그게 그치지 않고 올라온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안다. 나는 옆에서 자고 있는 자들의 피를 목구멍 가득 마시고 났을 때(나를 흡혈귀라고 가정한다면 옳지 않은 것이 무덤에서 나오는 죽은 자들이나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살아 있다). 이튿날 그 일부를 입으로 토해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게 바로 악취나는 침에 대한 설명이다.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악덕으로 약해진 신체기관이 영양섭취의 완수를 거부하는 판에? 그러나 내 속내의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폭로하지 말라. 너희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들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말인데, 비밀의 위엄이 미지의 전자기(電磁氣) 끌려 나를 모방하려고 시도하게 될 사람들은 의무와 미덕의 한계 안에 붙잡아 두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들이 내 입을 바라보겠다는 친절한 마음을 꼽는다면(지금으로서는 이보다 더 긴 예절의 정식 표현을 사용할 시간이 없다). 내 입이 그 구조의 외양으로 대번에 너희들에게 충격을 출 터이니, 너희의 비유에 뱀을 집어넣을 것까지도 없다. 그것은 내가 입의 근육조직을 최소축척까지 압축하여 내가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임을 믿게 하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그 성격이 정반대임을 모르지 않는다. 내가 이 천사 같은 페이지를 통하여, 내 글을 읽고 있는 자의 얼굴을 어찌 바라볼 수 없겠는가. 그가 사춘기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가까이 올지어다. 나를 꼭 끌어안고 나를 아프게 하지 않을까 겁먹지 말라. 우리 근육의 유대를 차츰차츰 긴밀하게 조이자. 좀더. 이런 요구를 하는 것조차 쓸데없는 짓 같다. 여러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이 종잇장의 불투명함은 우리의 완전한 결합작업을 방해하는 가장 현저한 장애다. 나로서는 중학교의 가장 창백한 소년들과 공장의 허약한 아이들에게 파렴치하게도 늘 변덕스러운 사랑을 느껴왔다! 내 말은 어떤 꿈의 어렴풋한 기억이 아닌바, 만일 내 고뇌에 찬 주자의 진실성을 확증할 수 있을 사건들을 너희들의 눈앞에 내보여야 할 의무가 내게 부과된다면, 내게는 몰아내야 할 추억들이 너무나 많으리라. 인간세상의 사범은 그 요원들의 의론의 여지 없는 능란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는 않았다. 나는 심지어 내 정열에 충분하게 몸을 바치지 않았던 한 남색자를 살해하기까지하여(오래전의 일도 아니다!) 그 시체를 버려진 우물에 던졌으나, 나를 압박할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왜 공포에 떨고 있느냐, 내 글을 읽는 소년아! 내가 그대에게도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싶어하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더할 나위 없이 부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대는 옳다. 나를 믿지 말라, 특히 그대가 아름답다면, 내 국부는 영원토록 발기의 음울한 광경을 보여준다. 어느 누구도(게다가 그리도 많은 사람이 거기에 접근하지 않았던가!) 내 국부가 평시와 평온한 상태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착란의 순간에 내 물건에 칼질을 했던 구두닦이까지도, 배은망덕한 놈! 나는 일주일에 두 번씩 옷을 갈아입는데, 청결이 그런 결정의 중요한 동기는 아니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구성원들이 며칠 후에는 길어지는 전투중에 소멸할 것이다. 실제로, 어느 지역이건 내가 몸을 담으면, 그들은 끊임없이 모습을 내보여 나를 괴롭히고 내 발거죽을 핥겠다고 찾아 온다. 그러나 도대체 내 정액은 한 방울 한 방울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녔기에 후각신경으로 숨을 쉬는 것 일체를 자기에게 끌어 모으는가! 그들은 아마존 강가에서 오고, 갠지스 강물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고, 극지의 지의(地衣)를 버리고 나를 찾아 기나긴 여행을 완수하며, 움직일 줄 모르는 도시들에게 묻는다. 잠시라도 그 성벽을 따라, 산맥의, 호수의, 희스의, 숲의, 곶벼랑의, 광막한 바다 냄새를 풍기는 그 성스러운 정액을 지닌 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냐고! 나를 만날 수 없다는 절망감이 (나는 그들의 열기를 붇돋우기 위해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장소에 비밀리에 몸을 숨긴다) 그들을 지극히 유감스러운 행동으로 몰고 간다. 그들은 양 진영에 삼십만 명씩 갈라서고, 대포들의 울부짖음이 전쟁의 서곡 노릇을 한다. 전투대형의 양 날개가 동시에 요란을 떠는 모양이 마치 한 사람의 전사와 같다. 방진(方陣)이 짜였다가 무너지면 다시는 일어서지 않는다. 놀란 말들이 사방으로 달아난다. 포탄이 가차없는 유성처럼 땅을 갈아엎는다. 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조용한 달이 구름의 찢어진 틈 사이로 나타날 때, 전투 현장은 살육의 광막한 들판에 지나지 않는다. 몇십 리에 걸쳐 시체로 덮인 공간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여주며, 이 별 위에 뜬 안개 같은 초승달은 섭리가 내게 점지한 설명할 수 없는 마법의 부적 탓에 초래된 참담한 결과들을 잠시 심오한 성찰의 주제로 삼으라고 나에게 명령한다. 불행하게도 내 음험한 함정이 인류을 전멸시키기까지는 아직도 몇 세기가 더 필요할 것이다! 날렵하나 허풍을 떨 줄 모르는 한 정신이 자기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맨 먼저 물리칠 수 없는 장해를 지닌 것 같은 그런 수단을 하용하는 방법이 이와 같다. 날마다 내 지성은 이 압도적인 문제를 향해 상승하고, 너희들은 스스로 증인이 되어 내가 최초에 다루려고 의도했던 하찮은 주제에 더는 내 지성이 머무를 수 없음을 목도한다. 마지막 말--- 겨울밤이었다. 전나무숲에서 삭풍이 휘파람 불 때, 창조주는 어둠 한 가운데에 문을 열어 한 남색자를 들어오게 했다.  
100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7) 댓글:  조회:337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7)           다섯번째 노래(4)       (4) - 아니, 도대체 누가!---- 아니 도대체 누가 감히 여기서 내 검은 가슴께로 제 몸마디(體節)를 음모자처럼 끌고 오는가? 자네가 누구건, 이 별쭝맞은 피톤1), 어떤 핑계로 자네의 우스꽝스러운 출현을 변명하려는가? 자네를 괴롭히는 것은 막막한 회한인가? 이보게, 보아뱀, 자네의 야성적 위엄은 추측건대, 내가 그걸 범죄자들의 생김새와 견주더라도 그 비교에서 벗어나려는 터무니없는 희망을 품을 수는 없기에 하는 말일세. 그 거품이 이는 희멀건 침은 내가 보기에 격노의 표지일쎄. 내 말을 듣게: 자네의 눈이 하늘의 광선을 빨아들이기는 요원하다는 것을 아는가? 내가 무언가 위로의 말을 베풀 수 있다고 자네의 시건방진 두뇌가 믿었다면, 그것은 관상학적 지식이 완전히 결여된 무지의 소치로만 가능한 일인 것을 잊지 말게. 잠시 동안, 물론 마음껏, 내가, 다른 사람도 그러듯이, 내 얼굴이라고 부를 권리가 있는 것 쪽으로 자네의 두 눈빛을 움직여보게나! 그게 얼마나 눈물에 젖어 있는지 보이지 않는가? 자네가 오해한 것이지. 이 바질릭2) 자네는 저 가련한 분량의 위안을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네. 내 근본적인 무력함이, 내 선의의 수많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그것마저 자네한테서 거두어버렸으니. 오! 어떤 힘이 표현 가능한 문장을 빌려 숙명적으로 자네를 패망으로 몰아갔는가? 내 한번 발꿈치를 찍어 자네 삼각형 머리의 뒤로 젖혀지는 곡선을 붉게 물드는 잔디에 처박아, 사바나의 풀과 짓이겨진 자의 살덩이로 이름 모를 반죽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을 그대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런 추론에 내가 익숙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네.   - 내게서 멀리 어서 빨리 사라지게. 창백한 얼굴을 가진 이 죄덩어리야! 공포 유발의 아슬아슬한 신기루가 바로 자네의 유형을 보여주지 않았나! 그 무례한 의혹을 쓸어버리게, 이번에는 내가 자네를 고발하여, 파충류잡이 사식조(蛇食鳥)의 판단에 따라 반드시 증명될 항의를 자네에게 던지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야. 상상력의 어떤 괴이한 착오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가! 도대체 자네는 내가 카오스로부터 삶 하나를 떠오르게 하는 은사(恩賜)로 자네에게 베풀어주었던 막중한 봉사들이며, 자네 쪽에서도, 죽을 때까지 내 깃발을 떠나지 않고 내게 충성하겠다던 영원히 잊지 못할 그 맹세를 상기하지 않는 것인가? 자네가 아이였을 때(자네의 지성은 그때가 전성기였지), 자네는 맨 먼저 피레네산의 영양과도 같은 속력으로 언덕에 기어올라 그 작은 손을 흔들어 태어나는 새벽의 영롱한 빛살에 인사를 했지. 자네 목소리의 음조는 다이아몬든 빛을 뿜는 진주들처럼 자네의 낭랑한 후두에서 솟아올라서 그 집단적 개성을 긴 예배 찬송가의 비브라토 집합체로 녹여내곤 했지. 이제 자네는 내가 너무 오랫동안 보여주었던 인내심을 진창에 더럽혀진 누더기처럼, 발밑에 내던지는구먼. 감사하는 마음은 제 뿌리가 늪의 밑바닥처럼 메말라가는 것을 보았건만, 그 대신에 야망이 형언하기도 괴로운 비율로 성장하는군. 내 말에 귀를 기울리는 녀석은 어떤 녀석인가. 자기 자신의 허약함을 남용하면서 이리도 자신만만하다니?   - 그리고 자네는 누구지. 이 뻔뻔한 실체 자네는? 아니지!--- 아니지!--- 나는 틀리지 않아. 자네가 다양한 변신의 힘을 빌리더라도 항상 자네의 뱀 대가리가 내 눈 앞에서 영원한 불의와 잔인한 지배의 등대처럼 번쩍거릴 거야! 그는 명령의 고삐를 쥐고 싶어했으나 그는 지배할 줄을 몰라! 그는 창조계의 모든 존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싶어했으며, 성공했다. 그는 저 혼자 우주의 군주임을 증명하고 싶어했는데, 그가 틀린 것이바로 그 점이지. 오, 가련한 존재야! 자네는 저 불평과 음모에 귀기울리려고 지금 이 시간까지 기다렸는가? 지구의 표면에서 동시에 올라와 그 사나운 날개로 자네의 찢어지기 쉬운 고막의 나비 모양 테두리를 싹둑 잘라갈 저 소리들에, 이제 그날이 멀지 않았네. 내 팔이, 자네의 숨결 때문에 독기 뿜는 먼지 속에 자네를 자빠뜨린 다음 자네의 내장에서 그 해로운 생명을 뽑아버리고, 뒤틀리지 않은 곳 없는 시야를 경악으로 습격하고, 말도 못하는 그 혀를 그의 입천장에 못박아놓는 이 퍼덕거리는 살덩이와 비교되어야 할 것은, 누구라도 내정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오직 노화로 쓰러진 떡갈나무의 썩은 둥치밖에는 없다는 것을 가르쳐줄, 그날이! 어떤 연민의 생각이 자네 모습 앞에 나를 붙잡아놓는가! 내 자네에게 말하거니와, 자네가 차라리 내 앞에서 물러나서, 헤아릴 수도 없는 그 치욕을 갓 태어난 아이의 핏속에 씻으러 가게. 자네의 습성이 어떤 것인지 보라고. 그게 자네한테 어울리는 거지. 가게--- 줄곧 앞으로 걸어가게. 자네한테 방랑의 형을 선고하네. 자네한테 홀로 가족도 없이 살 것을 선고하네. 끊임없이 길을 가게. 자네의 두다리가 자네를 지탱해주길 마침내 거부하도록. 사막의 모래벌판을 가로지르게. 세계의 종말이 허무 속에 별들을 삼킬 때까지. 자네가 호랑이 소굴 근처라도 지나가게 되면, 놈은 서둘러 달아날 걸세. 이상적인 패덕의 좌대 위에 높이 올라앉은 저 자신이 성격을, 마치 거울에 비춰보듯, 보지 않으려고. 그러나 강압적인 피로가 가시덤불과 엉겅퀴로 덮여 있는 내 궁전의 포석 앞에어 자네 발걸음을 멈추라고 명령할 때는 누더기가 된 자네의 샌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현관의 우아함을 차례차례 발끝으로 넘게. 이건 쓸데없는 충고가 아니냐. 자네는 옛 성채의 토대를 따라 뻗은 납빛 지하묘지에 잠든 내 젊은 아내와 어린 나이의 내 아들을 자칫 깨울 수도 있으니까. 자네가 미리 조심하지 않으면, 그들이 지하에서 소리를 내질러 자네를 하얗게 질리게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자네의 완고한 의자가 그들의 생명을 빼앗았을 때, 그들은 권력이라는 게 무섭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며, 그 점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작별인사는 나에게 그들의 믿음을 확인시켜주었지). 자네의 섭리가 그 정도로 냉혹하게 나타나리라고는! 그거야 어떻든, 에메랄드 장식판이 둘린, 그러나 문장(紋章)들의 빛이 바랜, 내 선조들의 영예로운 조상(彫像)들이 쉬고 있는, 이 버려지고 적막한 홀을 재빨리 건너가게. 그 대리석 상들은 자네에게 화가 나 있지. 그들의 흐릿한 시선을 피하게. 이게 바로 그들의 유일하고 마지막인 후손의 혀가 자네에게 베푸는 충고일세. 그들의 팔이 어떻게 도발적인 방어자세로 들어올려 있는지. 그들의 머리가 얼마나 뜨겁게 뒤로 젖혀져 있는지 살펴보게. 분명코 그들은 자네가 네게 저지른 악행을 눈치챗으니, 이 조각된 돌덩이들을 지탱하고 있는 얼어붙은 좌대의 손닿는 곳을 지나간다면, 복수가 자네를 기다리지.자네의 방어가 내게 무언가 반박하라고 요구한다면, 말하게. 지금 울기에는 너무 늦었네. 호기가 왔을 때, 더 적절한 순간에 울었어야지. 마침내 자네의 눈이 뜨였다면, 자네가 저지른 행위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스스로 판단을 하게. 잘 가게! 나는 절벽의 미풍을 들이마시러 가겠네. 내 허파들이 반쯤 숨이 막혀 자네보다 더 침착하고 더 고결한 광경을 보고 싶다고 거대한 목소리로 욕하지 않는가!       1) 피톤은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의 출생을 저지하려다 실패하고, 그의 손에 살해된 뱀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왕뱀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뱀을 이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2) 그리스 신화에서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괴물 뱀.  
1005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6) 댓글:  조회:241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6)           다섯번째 노래(3)       (3) 인간 능력의 단속적 소멸: 당신의 사고가 무엇을 상정하려들었건 간에, 이것은 적절한 말이 아니다. 적어도, 다른 말처럼 적절한 말이 아니다. 산 채로 제 껍질을 벗겨달라고 형리에게 탄원하면서, 정당한 행위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 손 들어보라. 자진하여 죽음의 총탄에 가슴을 바치는 자, 쾌락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보라. 내 눈은 상처의 흔적을 찾으리라. 내 열 손가락은 그 주의력 전체를 집중하여 이 별난 자의 육체를 조심스럽게 만지리라. 나는 뇌수가 흩어져 내 이마의 비단 위에 튀어 박힌 것을 학인하리라. 이런 순교를 사랑하는 한 인간은 전 세계를 다 털어 단 한 명도 발견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나는 웃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데, 정말이지 나 자신이 그것을 경험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엔가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려는 사람을 볼 일이 생겼는데, 그때도 내 두 입술이 넓게 벌어지지 않으려고 장담한다면 얼마나 경솔한 짓이겠는가? 자기 생존을 위해서는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 고르지 못한 운수 탓에 내 앞에 떨어졌다. 내 육체가 고통의 호수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그거야 괜찮다. 그러나 응축되고 지속적으로 긴장된 성찰 탓에 내 정신이 잦아들어간다. 그 울부짖는 꼴이 마치 육식 홍학과 굶주린 왜가리떼가 물가의 골풀 군락을 습격했을 때의 늪 속 개구리떼나 다름없다. 털오리의 가슴에서 뽑아낸 깃털 침대에서 편안하게, 제 속마음이 드러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잠든 자에게 복이 있도다. 내가 아직도 잠들지 못한 지 삼십 년이 넘었구나. 발설할 수 없는 내 탄생일 이후로, 나는 저 잠을 싣고 있는 널빤지에 화해할 수 없는 증오를 서약했다. 그것을 원했던 것은 바로 나,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서둘러라, 유산된 의혹을 버려라. 내 이마에서, 이 창백한 화관을 알아보겠는가? 야윈 손가락으로 이 관을 짠 것은 완강함이었다. 타오르는 수액의 잔재가 녹은 쇳물의 분류처럼 내 뼛속으로 흐르는 동안은, 나는 한숨도 자지 않으리라. 밤마다, 나는 창유리 너머로 내 창백한 눈을 별에 강제로 붙박는다. 마음을 놓을 수 있도록, 나뭇조각 하나가 부어 오른 내 눈 눈까풀을 벌려놓는다. 새벽이 다시 오면, 새벽은 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차가운 석고 벽에 몸을 수직으로 기대고 서 있는 나를 다시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때때로 꿈을 꾸는 일이 일어나지만, 단 한 순간이라도 내 인격에 대한 생생한 느낌과 자유로운 운동능력은 잃지 않는다. 인광이 일어나는 어둠의 모퉁이에 숨어 있는 악몽, 곰배팔로 내 얼굴을 더듬는 열병, 피 흐르는 발톱을 곧추세우는 한 마리 한 마리 더러운 짐승, 그러니까, 저 자신의 영원한 행위에 안정된 먹이를 주기 위해 저것들을 빙빙 돌게 하는 것은 바로 나의 의지임을 아시라. 실제로 극단적으로 허약한 상태에서도 원기를 되찾는 원자, 자유의지는 자기 자식의 수에 우둔을 꼽지는 않는다는 것을 어떤 막강한 권위로 단언하기를 겁내지 않는다. 잠자는 자는 지난밤에 거세를 당한 동물보다도 못하다는 말이다. 불면증이 사이프러스나무 냄새를 풍기는 이 근육들을 깊은 구덩이 밑바닥으로 끌고 간다 해도, 내 지성의 하얀 납골당의 창조주의 눈에 그 성역을 열어 보이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어떤 비밀스럽고 고결한 정의, 팔을 벌리면 내가 본능적으로 뛰어드는 그 정의가 이 더러운 징벌을 간단없이 추격하라고 내게 명령한다. 내 경솔한 영혼의 무서운 적이여, 해안에서 등대에 불을 켜는 시간에, 나는 내 불운한 등허리에 잔디밭의 이슬 위에 드러눕는 것을 금한다. 승리자여, 나는 위선적인 양귀비의 온갖 책략을 물리친다. 결과적으로, 확실한 것은 이 식상한 싸움에서 나의 마음은 벽을 둘러쳐 제 의도를 감추었다는 것이며, 굶주리며 저 자신을 뜯어 먹는다는 것이다. 거인들처럼 침투할 수 없는 자, 나는 끊임없이 두 눈을 활짝 뜨고 살았다. 적어도 주간에는 누구라도 외적 거대객체(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 누구인가>)에 효과적인 저항으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낮에는 의지가 눈에 띄게 용심을 부려 자기방어에 주의를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안개의 베일이 이제 곧 목을 매달려는 사형수 위에까지 필쳐지자마자, 오! 자신의 지성아 낮선 자의 신성모독적인 두 손에 붙잡혀 있는 것을 보리라. 가차없는 메스가 그 무성한 가시덤불을 파헤친다. 의식은 긴 저주의 헐떡임을 토해낸다. 수치로다! 우리의 문은 저 하늘나라 길강도의 맹렬한 호기심 앞에 열려 있다. 나는 이 시치스러운 형벌을 받을 이유가 없다. 너, 내 인과율의 추악한 스파이 녀석! 내가 존재한다면, 나는 타자가 아니다. 나는 내 안에 이 애매한 복수성(複數性)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내 내밀한 논리성 속에서 홀로 거주하고 싶다. 자율성을---- 아니면 나를 하마로 변하게 하라. 땅 밑으로라도 꺼져라. 오, 이름 없는 상흔이여, 그리고 다시는 내 험악한 분노 앞에 나타나지 마라. 내 주체성과 창조주, 그건 뇌 하나에 담기에 너무 많다. 밤이 시간의 흐름을 어둡게 할 때, 얼음 같은 식은땀에 젖은 제 잠자리에서 잠의 지배력에 맞서 싸우지 않았던 자 누구인가? 사그라지는 능력들을 가슴께에 끌어 모으는 이 침대는 네모반듯하게 잘린 전나무 널판으로 짠 무덤일 뿐이다. 의지는 보이지 않는 힘 앞에 서기라도 한 듯, 서서히 물러난다. 끈적끈적한 나뭇진이 눈의 수정체를 두껍게 덮는다. 두 눈꺼풀이 두 친구처럼 서로 찾는다. 몸뚱이는 숨쉬는 시체에 불과하다. 결국, 큰 말뚝에 네 개의 매트리스 위에 팔다리 전체를 못박는다. 그리고 제발 주목하시라. 결국 시트는 수의일 뿐이다. 여기 온갖 종교의 향이 타오르는 향로를 보라. 영원이 먼 바다처럼 울부짖으며 성큼성큼 다가온다. 아파트는 사라졌다. 인간들이여, 촛불을 켠 빈소에 엎드리라! 때로는 가장 무거운 잠의 한가운데서, 신체 조직의 이런저런 결함을 극복하려고 쓸데없이 애쓰면서, 동물자기최면술에 걸린 감각은 이제 자신이 무덤의 묘석에 지나지 않음을 놀라 깨달으며, 비할 데 없는 정교함에 기대어 훌륭하게 논리를 편다. "그 잠자리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생각한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지. 죄수 호송마차에 올라타면, 기요틴의 두 기둥을 향해 나를 끌고 가겠지. 이상한 일이다. 무기력한 내 팔이 나뭇등걸의 뻣뻣함을 교묘하게 얻어내다니 사형대를 향해 걸어가는 꿈을 꾼다는 건 몹시도 기분 나쁜 일이야. 피가 얼굴을 덮고 큰 줄기를 이루어 흐른다. 가슴은 반복경련을 일으키다가 쌕쌕거리며 부풀어오른다. 오벨리스크의 무게가 격정의 용솟음을 억누른다. 현실이 반수사태의 꿈을 파괴하였구나! 자만심에 가득찬 자아와 강경중의 무시무시한 진행 사이에 싸움이 깊어질 때, 환각에 빠진 정신이 판단력을 상실한다는 것이야 누군들 알지 못할까? 절망에 파먹히면서도, 정신은 제 타고난 성질을 끝내 쳐부술 때까지 고통 속에서 즐거워하니, 마침내 수면은 제 먹이가 자기한테서 빠져 달아나는 것을 보고, 수치스러운 날개을 짜증으로 퍼덕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적수의 마음에서 멀리 도망친다. 결코 감기지 않는 내 눈을 응시하지 말라. 내가 견뎌내는 이 고뇌를 이해하겠는가? (아무튼 자존심은 충족된다) 밤이 인류에게 휴식을 권유하기 시작하면, 내가 아는 한 남자는 성큼성큼 들판으로 걸어나간다. 내 결심이 노쇠에 감염되어 굴복할까봐 겁이 난다. 어서 오라, 내가 잠들 저 운명의 날이여! 깨어나면 내 면도칼이 내 목을 통과하여 길을 내며, 사실상 이보다 더 현실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증명하리라.  
1004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5) 댓글:  조회:226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5)           다섯번째 노래(2)       (2) 나는 내 앞의 작은 언덕 위에 물체가 하나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머리를 명확하게 분간할 수 없었으나, 벌써 나는 그 윤곽의 정확한 비율을 특정하지 않고도, 그 머리가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 부동의 기둥에 감히 접근하지 않았는데, 내가 삼천마리가 넘는 게들의 보각(步脚) (나는 먹이의 포착과 저작에 소용되는 다리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해도, 그 자체로는 매우 하찮은 한 사건이 내 호기심에 무거운 조세를 징수하여 그 제방을 무너뜨리게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한 마리 쇠똥구리가 아래턱과 더듬이로 주성분이 분변으로이루어진 공 하나를 땅 위에 굴리며, 이미 말했던 언덕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며, 오직 그 방향으로 가겠다는 제 의지를 자못 돋보이게 하느라고 열심이었다. 이 절족동물이 암소보다 월등하게 큰 것은 아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의심스럽다면, 내게로 오거라. 그럼 올곧은 증인들의 증언으로 가장 의심 많은 사람들이라도 흡족하게 해줄 것이다. 나는 멀리서, 노골적으로 호기심을 내보이며, 그 뒤를 따랐다. 이 거대하고 시커먼 공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오, 독자야, 끊임없이 통찰력을 자랑하는 너(그렇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고), 너는 그걸 나에게 말해줄 수 있으려나? 그러나 수수께끼에 대한 널리 알려진 네 정열을 거친 시련에 부딛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이 신비가 나중에야, 네가 네 삶의 끝에 이르러 너의 침대 곁으로 찾아온 단말마와 더불어 철학적 토론을 시작할 때야--- 어쩌면 이 절의 끝에 이르러서야, 너에게 밝혀지리라는 점을 (그건 너에게 밝혀질 것이다) 너에게 다시금 지적하는 것이 내가 너에게 가할 가장 부드러운 책벌임을 네가 알기만 하면 하면 그만이다. 쇠똥구리는 그 작은 언덕 기슭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녀석의 자취를 그대로 따라갔는데, 여전히 그 현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왜냐하면 도둑갈매기들이, 항상 굶주리기라도 한 것처럼 불안해하는 이 새들이 지구의 양극을 적시고 있는 바다에 살기를 좋아해서 온대에는 우연한 사고로만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마음이 편치 못해 아주 느리게 두 다리를 앞으로 옮겼다. 그러나 내가 보러 가고 있던 그 육체를 닮은 물질은 무엇이었던가? 나는 펠리컨과에 네 가지 상이한 종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사다새, 펠리컨, 가마우지, 군함조, 내 앞에 나타난 그 회색빛 형체는 사다새가 아니었다. 내가 염탐한 그 유연한 덩어리는 군함조가 아니었다. 내가 염탐한 그 결정(結晶)상태의 육질은 가마우지가 아니었다. 나는 마침내 보았다. 뇌에서 환상융기가 제거된 인간을! 나는 내 기억의 주름을 막연히 더듬어보았으니, 내가 벌써 지난날에 저 기다랗고 넓적하고 볼록한 궁륭형 부리를 눈여겨보았던 것이 어느 혹서의 땅에서였던가, 아니면 어느 동토에서였던가, 그 모서리가 눈에 밟히고, 발톱 모양새로, 가운데가 솟아올랐다가 끝이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저 부리를, 저 톱니형의 곧은 테두리를, 꼭지 끝부분까지 가지가 갈라진 저 아래턱을, 막질(膜質)의 피부로 빈틈없이 덮여 있는 저 벌어진 간격을, 목덜미를 온통 차지하고 엄청나게 팽창할 수 있는 저 노란 낭상(囊狀)의 넓은 포대를, 그리고 기저의 홈에 매우 좁다랗게 가로로 파여 거의 감지 불가능한 저 두 콧구멍을! 단순 허파호흡을 하고, 털로 덮여 있는 이 생물이 어깨까지만이 아니라 발바닥까지 온전한 한 마리 새였더라면, 그것을 알아보는 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으리라. 여러분들이 이제 직접 보게 될 것처럼, 아주 쉬운 일이었으리라. 다만, 이번에는 그럴 일이 없다. 내 증명의 명확성을 기하기 위하여, 내 작업대 위에 그런 새 한마리가, 비록 박제에 불과할지라도, 놓여 있을 필요가 있으리라. 그런데, 나는 그 새를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부자가 아니다. 이전의 가설을 한 걸음 한 걸음 짚어간다면, 나도 그 뒤를 이어, 병약한 자세로 고결함을 지켜내는 것이 가상한 그자에게 정체를 부여하고 박물지의 틀 안에서 자리 하나를 찾아주게 될 것이다. 그 이중 신체조직의 비밀을 완전히 모르지는 않는다고 얼마나 흐뭇해하며, 더 많이 알려고 얼마나 갈망하며, 나는 지속적 변신상태에 있는 그자를 관찰하였던가! 그가 비록 인간의 얼굴을 소유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아름답게 보이기가 곤충의 한 쌍 긴더듬이형 섬유조직 같고, 아니 차라리 서둘러 치르는 매장(埋葬) 같고, 아니 그보다는 훼손된 신체기관의 재생법칙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달리 부패하기 쉬운 액체와도 같고! 그러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그 이방인은 자기 앞을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 그 펠리컨의 머리로! 어느 날인가는 이 이야기의 끝부분을 나는 다시 이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활기 없이 재빠르게 나의 서술을 계속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들의 편에서, 내 상상력이 어디에 가닿기를 바라는 지 알기를 지체한다면(하늘의 뜻이 다르지 않아 실제로 거기에 오직 상상력이 있을 뿐이기를!) 내 편에서는, 내가 그대들에게 말해야 했던 것을 단 한 번에 (두 번으로 나누지 않고!) 끝내버리기로 결심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용기가 없다고 나를 비난할 권리가 누구에게도 없긴 하지만, 그러나 이런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심장의 맥박이 손바닥에 고동치고 있음을 느낄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얼마전에, 브르타뉴의 작은 항구에서, 연안항해선 선장인 늙은 뱃사람 하나가 거의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죽었는데, 그는 끔찍한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당시 원양항해의 선장으로 생말로의 한 선주에게 고용되어 항해를 했다. 그런데, 열세 달을 떠나 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는 그의 후계자를 낳아놓고 아직 침상에 누워 있었는데, 그는 자신에게 아이를 인지할 어떤 권리도 없음을 알았다. 선장은 자신의 놀라움과 분노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자기 아내에게 옷을 입고 자기를 따라 도시의 성벽 위로 산보를 나가자고 냉정하게 요구했다. 때는 1월이었다. 생말로의 성벽은 높아, 북풍이 불어올 때는 가장 악착스러운 사람들도 뒷걸음질을 친다. 불행한 여자는 차분한 마음으로 체념하고 순순히 따랐으며, 돌아오는 길에 착란을 일으켰다. 그날 밤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녀는 단지 한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 한 사람의 남자인 나도 작지 않은 드라마와 맞닥뜨리면, 나 자신을 충분히 장악하여 얼굴 근육을 미동 없이 유지할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는 판에! 쇠똥구리가 언덕 기슭에 도착하자마자, 예의 사내는 팔을 서쪽으로 (정확하게 그 방향에서, 콘도르 한 마리와 버지니아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공중에 싸움에 돌입했다) 들어올리고, 다이아몬드의 색조 체계를 나타내는 기름한 눈물 한 방울을 부리에서 닦아내며 쇠똥구리에게 말했다. "불행한 공이로다! 너는 그것을 충분히 오래 굴려왔지 않으냐? 너의 복수는 아직도 충족되지 않았구나. 벌써, 네가 무정형의 다면체를 빚는 식으로 다리와 팔을 진주 목걸이로 묶어, 골짜기와 길을 헤치고, 가시덤불과 돌밭을 넘어, 네 발목관절로 끌고 다녔던 그 여자는(그게 아직도 그여자인지 좀 다가가서 보게 해달라!) 뼈가 상처로 파이고, 사지가 회전 마찰의 물리법칙에 의해 반들반들 닦여, 단일 응고체로 혼합되고, 육체가 최초의 윤곽과 타고난 곡선 대신 전일 균질체의 단조로운 외관을 드러내어, 짓찧어진 다양한 요소들의 뒤죽박죽으로 한 덩어리 구체(球體)와 너무 닮아 있을 뿐이구나! 그 여자는 죽은 지 오래되었다. 그 잔해들을 땅에 버리고, 너를 소진케 하는 그 격분을 돌이킬 수 없는 비율로 증대시키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게 더는 정의가 아니다. 네 이마의 외피 속에 감춰진 에고티즘이 저를 싸고 있는 홑이불을 천천히 유령처럼 들어올리지 않느냐?" 콘도르와 버지니아수리부엉이는 싸움이 급하게 전개되는 바람에 어느덧 우리들과 가까운 자리에 와 있었다. 쇠똥구리는 이 예기치못한 말 앞에 몸을 떨었으며, 다른 기회였더라면, 별 의미 없는 행동이었을 것이 이번에는 한계를 모르는 어떤 분노의 명백한 표지가 되었다. 그는 뒷다리 허벅지로 앞날개전을 무섭게 긁어 날카로운 소리를 냈던 것이다. "누구시더라, 도대체, 당신은, 이 겁쟁이 양반? 지난날의 기막힌 사연들을 잊으신 모양이네. 그게 기억 속에 담겨 있지 않다니요, 형님. 이 여자는 우리를 차례차례 배반했다고요. 첫번째로 형을 두번째로 나를, 이런 모욕은 그렇게도 쉽게 기억에서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안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도 쉽게! 형 말이야, 형의 고결한 본성이 용서하기를 허락하겠지. 그러나 빵 반죽통 속의 반죽이 되어버린 이 여자의 원자가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첫번째 검사에서 이 몸뚱이가 내 맹렬한 열정의 효과보다는 오히려 두 개의 강력한 톱니바퀴에 의해 밀도의 현저한 증가가 있었음을 믿어야 할지 여부는 이제 문제가 되지 않지). 이 여자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이 아닌지 형이 알고 있다는 말이야? 입을 다물고,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놔둬." 그는 굴리기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 공을 앞으로 밀며 멀어졌다. 그가 멀어지자, 펠리컨은 소리질렀다. "저 여자는 그 마법의 힘으로 나에게 물갈퀴 새의 머리를 씌우고, 내 동생을 쇠똥구리로 변하게 했지. 필경, 그 여자는 내가 방금 열거한 대접보다 더 험한 대접을 받아도 싸지."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한 채, 내가 들은 것으로, 내 머리 위에서 콘도르와 버지니아수리부엉이를 피튀기는 싸움 속에 한 덩어리로 엮어놓은 적대관계의 성질을 짐작하면서, 나는 머리를 망토 후드를 젖히듯 뒤로 젖혀 허파 운동에 가능한 한 편안함과 탄력성을 주고, 두 눈을 하늘로 가져가며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은 불화를 그쳐라. 너희 양쪽이 모두 옳다. 여자는 너희 두 사람에게 각기 사랑을 약속해서, 결과적으로 너희를 함께 속였다. 그러나 너희는 혼자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여자는 너희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박탈함으로써 너희의 가장 성스러운 고통을 잔인한 놀이로 삼았다. 그런데 너희는 내 말을 믿기를 주저하는구나! 더구나 그 여자는 죽었으며, 쇠똥구리는 처음 배반당한 자를 동정하면서도,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어 여자에게 벌을 주었다." 이 말에 새들은 싸움을 끝내고, 더는 서로에게 깃털을 뽑지도 살점을 발라내지도 않았다. 그들이 이렇게 행동한 것은 옳은 일이었다. 한 마리 개가 제 주인의 뒤를 따라 달려가며 그리는 곡선에 관한 논문처럼 아름다운 버지니아수리부엉이는 무너진 수도원의 벌어진 틈새로 잠겨들었다.성장 추세가 인체에 동화되는 분자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 성인의 가슴발육 정지의 법칙처럼 아름다운 콘도르는 대기의 상층부로 잦아들었다. 펠리컨은, 그의 관대한 용서가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나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는데, 인간 항해자들에게 자신의 예를 주목하고 음울한 마녀들의 사랑으로부터 저마다 제 운명을 지켜내라고 경고하려는 듯이 그 작은 언덕 위에서 등대와도 같은 위엄 어린 냉정을 되칮고, 자기 앞을 줄곧 바라보았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손의 떨림처럼 아름다운 쇠똥구리는 지평선으로 사라졌다. 생명의 책에서 말소되었을 수도 있는 네 가지 여분의 삶. 나는 왼팔에서 근육 하나를 고스란히 뜯어내면서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 알지 못했는데, 그만큼 나는 이 네 겹의 불운 앞에서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배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나라고 하는 바보 중에 상 바보는, 간다.  
1003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4) 댓글:  조회:246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4)           다섯번째 노래(1)       (1) 내 산문이 즐거움을 안겨주는 행운을 누리지 못하더라도, 독자는 내게 화를 내지 말지어다. 적어도 내 착상은 기발하다고 그대는 주장한다. 그대가 말하는 것은, 존경스러운 사람이며, 진실이다. 그러나 부분적인 진실이다. 그런데, 착오나 모멸이 넘치는 샘이라 한들, 어느 샘이 부분적으로는 진실이 아니겠는가! 찌르레기 군단은 그들 나름의 비행 방식이 있어서, 일사분란하고 규칙적인 어떤 전술을 따르기라도 하는 것 같은데, 오직 대장 한 사람의 목소리에 정확하게 복종하는 훈련된 군대의 전술이 그럴 터이다. 찌르레기들이 복종하는 것은 본능이 줄곧 새들을 무리의 중심으로 다가서도록 떠밀고, 비행 속도는 끊임없이 새들을 바깥쪽으로 끌어가는 나머지, 자성(磁性)을 띤 동일한 한 점을 향하려는 공통된 경향으로 결속된 이 새들의 집단은 쉴새없이 오고가고 온갖 방향으로 순환하고 교차하는 가운데, 일종의 매우 격렬한 소용돌이를 형성하니, 그 덩어리의 총체는 명확한 방향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그 자리를 돌며 자전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그 각 부분이 저마다 순환운동을 하는 결과인지라. 그 중심은 끝없이 확산되려는 경향을 지니면서도, 그 주변을 둘러싸고 옥죄는 대열의 반동에 의해 끊임없이 압박하고 제한되어, 이들 대열 가운데 어떤 대열보다 밀도가 높으며, 주변 대열들도 중심에 가까울수록 그만큼 더 밀도가 높다. 이런 소용돌이치기의 기이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찌르레기들은 보기 드문 속력으로 주변 공기를 찢고, 그들 피로의 종점과 그들 순례의 목적지를 향해 매초마다 한 뼘씩 소중한 비행공간을 뚜렷하게 정복한다. 그대도, 마친가지로, 이 장절들 하나하나를 노래하는 나의 기이한 방법에 마음쓰지 말라. 그러나 시의 기본적인 어조는 그럼에도 여전히 내 지성에 대한 본래의 권리를 고스란히 지탱하고 있다고 믿으라. 그렇다고 해서 내 성격이 있을 수 있는 것들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당신이 이해하는 바와 같은 당신의 문학과 나의 문학이라는 극단적인 이항 사이에 무수한 중간 항들이 있으며, 항목을 늘이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봐야 아무 소용이 없으려니와, 상상했던 그대로 이해되지 않으면, 다시 말해 확대 해석되지 않으면, 합리적이기를 그치는 이 탁월하게 철학적인 개념에 협소하고 거짓된 어떤 것을 낳을 위험도 있을 터이다. 너는 열정과 내적 냉정을 결합할 줄 안다. 내향성의 관찰자야, 아무튼 나로서는 네가 완벽하다고 본다--- 그런데 너는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구나! 네 건강이 양호하지 않다면, 내 충고를 따라(내가 너에게 내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충고다), 들판에 나가 산보를 하라. 초라한 보상이라고, 그렇게 말하겠는가? 공기를 마시고 나서 나를 다시 찾아오라. 네 감각은 한결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더는 울지 말라. 나는 너를 아프게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까지는, 친구야, 내 노래가 너의 공감을 얻었다는 게 사실 아닌가? 그런데, 또다른 단계를 뛰어넘지 못하도록 너를 막는 자 누구인가? 너의 기호와 나의 기호 사이의 경계선은 보이지 않는다. 너는 결코 그 선을 붙잡을 수 없으리라. 이 경계선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라. 따라서 이런 경우 (여기서는 문제를 가볍게 건드리기만 하겠다) 네가 저 수컷 노새의 상냥한 딸이자 불관용의 그리도 풍요로운 원천인 이 동맹조약에 완강하게 서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임을 유념하라. 네가 바보가 아니란 것을 알지 못했다면, 너에게 이런 비난을 퍼붓지도 않았으리라. 네 딴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믿는 공리의 연골 등껍질 속에 움츠러들어봐야 네게 이로울 것이 없다. 흔들림이 없을뿐더러, 네 공리와 평행할 다른 공리들도 있다. 네가 캐러멜을 별나게 좋아하더라도(자연의 기막힌 농담이로다), 그것을 범죄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한결 활력 있는 지성, 더 위대한 일이 가능한 지성을 지녔기에 우주나 비소를 더 좋아할 사람들은 그렇게 여길 충분한 이유가 있으나, 그렇다고 그들이 뾰족뒤쥐 앞에서 입방체의 표면을 말하는 표현 앞에서 무서워 떠는 자들에게 안온한 지배를 밀어붙이려는 의도를 지닌 것은 아니다. 나는 경험으로 말을 하는 것이지, 여기서 도발자의 역할을 맡으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윤충동물(輪蟲動物)과 완보동물(緩步動物)이 반드시 그 생명을 잃지 않고도 비등점 가까운 온도로 덮혀질 수 있는 것처럼, 내 흥미로운 노작이 야기하는 짜증으로부터 천천히 흘러나오는 가혹한 화농성 장액(漿液)을 네가 조심스럽게 흡수할 수만 있다면, 너도 마찬가지일 테다. 아니, 뭐라고, 산쥐의 등에 다른 쥐의 시체에서 잘라낸 꼬리를 이식하는 데에 성공한 적이 없다고? 그렇다면 똑같이, 내 시체가 된 이성의 다양한 변형들을 내 상상력 속에 옮겨보아라. 그러나 신중하라. 내가 글을 쓰는 시간에, 새로운 전율들이 지성의 대기를 내닫는다. 중요한 것은 오직 그 전율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왜 그렇게 찡그리느냐? 그뿐만이 아니라 너는 긴 수습을 거쳐야만 흉내라도 낼 수 있는 동작을 거기에 덧붙이기까지 하는구나. 매사에 습관이 필요하다는 걸 믿어라. 처음 몇 페이지에서부터 드러났던 그 본능적인 반발이, 독서에 열중할수록 그와 반비례하여, 마치 절개되는 정저(疔疽)처럼, 현저히 깊이를 잃었으니, 네 머리가 여전히 병든 상태라 하더라도, 너의 치유가 분명 멀지 않아 그 마지막 단계로 곧장 접어들 것이라고 기대해야 한다. 나로서는 네가 벌써 회복기의 바다 한가운데로 항해하고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너의 얼굴은 여전히 핼쓱하구나. 슬프다! 그러나--- 용기를 내라! 네 안에는 범상치 않은 정신이 있으니, 나는 너를 사랑하며, 네가 약효가 있는 어떤 물질, 병고의 마지막 증상을 소멸하는 일이라도 촉진시켜줄 물질을 마시기만 한다면, 너의 완전한 해방이 절망적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수렴제와 강장제로, 너는 우선 네 어머니의 팔을 뽑아(어머니가 아직도 건재하다면), 그것을 잘게 썬 다음에, 어떤 얼굴 표정으로 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단 하루 만에 그걸 먹어야 한다. 네 어머니가 너무 늙었다면, 더 젊고 더 싱싱한, 골막박리수술기구가 감당해야 할, 걸어갈 때 그 발목뼈가 어렵잖게 상하운동의 받침점이 될 만한 또하나의 수술 대상을 골라라. 예를 들어 네 누이를, 그녀의 운명에 동정하는 마음을 막을 길이 없거니와, 나는 아주 식어버린 열정으로 선량함을 흉내나 내는 그런 인간들에 속하지 않는다. 너와 나, 우리는 그녀를 위해, 이 사랑하는 처녀를 위해 (그러나 내게 그녀가 처녀임을 확증할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억제할 수 없는 두 줄기 눈물을, 두 줄기 납 눈물을 퍼붓자. 그러면 끝날 것이다. 너에게 추천하는 가장 훌륭한 진정제는 핵 임균성 고름이 가득한 대야이니, 그 안에 미리 난소의 털투성이 낭종 하나와 포상 암종 하나, 감돈포경(嵌頓包莖)으로 곪아터지고 귀두가 뒤로 젖혀진 음경의 표피 하나와 붉은 괄태충 세 마리를 녹여넣을 것이다. 네가 나의 명령을 따른다면, 내 시는 두 팔을 벌려 너를 맞이할 것이다. 이가 그 입맞춤으로 모근을 절제(切除)하듯이.  
1002    나를 감동시킨 오늘의 시 100편 <34>/심 상 운 댓글:  조회:220  추천:0  2019-07-26
  *월간 2008년 3월호 발표*  유승우/고종목/박대영의 시       유승우 시인의 시-「강물이 바다로」「달빛의 혼」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갈 때 그 가슴속에 키우던 민물고기들은 다 두고 간다. 바다의 가슴속 어디에서도 강물의 추억이나 기억을 찾을 수 없다. 송사리 새끼 한 마리도 그 품속에 숨겨두지 않는다. 이토록 깨끗한 몸바꿈을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지만, 나는 송사리나 미꾸라지처럼, 아니면 산골의 가재처럼 민물을 벗어나지 못한다. -----「강물이 바다로」전문   빛의 혼은 달빛처럼 은은하고 푸르고 깊다. 물을 많이 마신 날이면 내 정신도 푸르고 깊다. 한강 상류의 여울목에서 물살에 찬란히 빠져 죽은 달빛은 밤중의 강물처럼 푸르고 깊게 흘러온 달빛의 혼은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오고 물을 많이 마신 날이면 달빛의 혼에 취해, 술처럼 취해 달빛이 그리워 달밤이 그리워 파리한 내 정신은 달 밝은 들판에서 머리를 푼다. -------「달빛의 혼」전문   시에 대한 관점은 시대마다 시인마다 다르다. 그 ‘다른 것’이 시의 생명을 영원히 유지하게 하는 시의 에너지가 된다. 만약 시에 대한 정의와 표현기법이 같아야 한다면 시인은 그만큼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될 것이고, 시를 읽는 맛이나 시를 짓는 흥미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유승우 시인은 자신의 시관詩觀을 (시문학 2007년 2월호)에서 ‘신과의 대화’라는 관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의 표현방법은 이미지의 기법을 따른다고 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시는 우주의 구현 즉 ‘사람의 몸’이라는 독특한 발상을 내세우고 있다. 그의 이런 시관은 동양의 시관보다는 정통적인 서양의 시관에 맥이 닿는다. 기독교의 사유와 관념을 중시하는 서양의 시관은 현대시에서도 형이상의 관념을 추구하는 철학적 시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현대시에서는 김현승의 주지적 관념시를 예로 들 수 있다.) 시의 내용을 ‘신과의 교감交感‘이라는 정신세계에 두는 형이상의 시는 기독교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 날 때, ’나‘를 버리면 해탈의 자유를 얻는다는 동양의 정신세계와도 교류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이런 정신세계에 대한 천착보다 그것을 어떻게 시로 표현하고 이미지화 하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미지는 감각의 산물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시의 물리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대시에서는 ‘사물성의 이미지’ 그 자체를 시로 인정하기도 한다. 「강물이 바다로」는 시인의 관념을 하나의 비유적 이미지로 형상화하려는 것 같다. 에서, 바다는 분별과 차별이 사라진 우주적인 세계를, 강물은 분별과 차별의식으로 가득한 인간 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바다나 강은 본래는 같은 세계지만 인간의 지식과 분별에 의해서 차별화된 세계이다. 강에서 바다로 간다는 것은 차별의 세계(비본질적인 세계)에서 무차별의 세계(본질적인 세계)로 떠나는 정신적인 여행을 의미한다. 이 죽음의 관문을 통과하는 여행은 사물이 원소로 환원되는 물질의 세계에서는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과학적인 사실이다. 시인은 바다로 가는 여행을 위해서 기도를 한다. 그 기도는 신과의 만남이고 대화다. 이 보이지 않는 대화의 내용을 비유적 언어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 이 시의 표상이다. 그러면 이 시는 이미지의 형상화에 성공한 것일까? 관념의 힘에 의해서 시인의 상상력이 너무 단순화된 것은 아닐까? 그리고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의 전달을 목표로 함으로써 시의 감각적 기능이 위축되고 설득적인 기능이 우세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점에서 그의 초기 시「달빛의 혼」과 비교가 된다.「달빛의 혼」에는 시인의 관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관념보다는 시인의 감각이 더 진하게 묻어난다. 시인은 어느 날 푸르고 은은한 달빛에 취해서 라고,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한강 상류에서 찬란하게 빠져 죽은 달빛이 수도꼭지를 통해서 나온다는 발상은 매우 독특하고 기발하다. 그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상상이 아니다. 비록 그것이 과학적 사실과는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상상이고 허상이라고 할지라도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상상의 기능을 통해서 관념적인 시보다 시적 즐거움을 더 향유하게 된다. 이것을 러스킨(John Ruskin 영국 1819. 2. 8~1900.1. 20)은 “시에 있어서 표상이 진실치 않으면서도 우리에게 쾌락을 주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면서 이를 “감상적 허위(Pathetic Fallacy)”라고 하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현대시에서 시인들의 시적 방법론과 시관은 매우 다양하다. 이 다양한 시관에서 하나의 차이점을 집어낸다면 시는 ‘진리발견의 도구’가 아니라는 견해와 시는 진리를 표상해야 한다는 견해다. 따라서 전자의 시인들은 자신의 의식과 심리적인 이미지에 더 몰두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무한한 이미지의 세계를 구현하는 데서 시적 성과를 얻는 반면 후자의 시인들은 형이상학적 사유의 표상에 시의 가치를 두고자 한다. 시의 이런 형이상학적인 진리표상의 문제는 그리스시대의 시와 철학과의 갈등관계에서도 발견된다. 플라톤은 정서와 비논리를 존재의 바탕으로 삼는 시는 공리의 법칙과 엄정한 논리를 근본 바탕으로 하는 과학이나 철학에 비해 절대적인 진리를 찾는 도구로서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그의 공화국에서 시인을 추방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시인들 중 형이상학적 시를 추구하는 시인들은 주지적 관념을 통해서 시 속에 우주적 진리를 담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감성적인 시의 ‘시적 진실’과 형이상학적 사유시의 ‘진리’는 서로 공생하면서도 충돌하게 된다. 유승우 시인의 시「강물이 바다로」와「달빛의 혼」은 그런 관점에서도 흥미롭게 읽힌다. *유승우(柳承佑): 1969년 추천 등단. 시집: 등   고종목 시인의 시- 「APT가 아프다」「멀티카드섹션」   아파트창이 환히 조각보를 펼친다. 창 하나, 빨간 가구 빨간 옷 빨간 몸이 창 하나, 파란 수족관속에 파란지느러미의 물고기들이 창 하나, 주말 부부 뽀글뽀글 노랑머리 여자와 뽀메리온이 흔들의자에 앉은 흔들 입맞춤이 창 하나, 설날 저녁 삼대가 앉아 보는 축구경기 슛-초록축구공의 포물선 TV화면을 출렁 흔들고 창 하나, 낡은 차 안 불이 꺼졌다가 깜박 껴진다. 10년 무주택인 K씨가 타고 있다. 2월 밤 불을 켠다. 소장 〮〮〮․ 대장 ․ 십이지장 ․ 신장 ․ 비장 ․ 췌장 ․ 맹장 ․ 애간장 아파트 내장이 부글거린다. -------------「APT가 아프다」전문 * 뽀메리온: 애완용 강아지 종   바늘구멍 속에다 한 남자가 비릿한 살비늘 떨구었다 한 여자가 벽자壁紫색 도라지꽃 한 송이 놓고 갔다 한 노인이 소태 씹은 혀를 한 젊은이가 푸르게 발기한 꿈 한 페이지를 한 어린이가 구슬을 떨구었다 고운 색실로 한 땀 한 땀 그리고 또 한 망자가 삼베로 싸맨 빈 손 낙관을 한 신부가 주문하지 않은 성경책 한 권을 한 부처가 목탁소리 내려 놓았다 바늘 ‘구멍’ 속에 쫙 펼친다 멀티 카드섹션 ----------「멀티카드섹션」전문   시는 체험이라는 말이 있다. 시인의 상상이나 사유도 체험의 파생적 산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종목 시인은 실과 바늘을 삶의 도구로 삼아 평생을 살아왔다. 그래서 “조각보는 내 시의 과거, 현재, 미래의 입체적 공간이다. 또한 종교와도 같은 정신적 주체이다. 그래서 바느질로 점철된 시를 쓴다. 그 공간은 시를 통해서만 왕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 둘 수가 없다. 작업을 통해서 시간적 공간을 넘나들며 나의 내면 깊숙이 잠재된 무의식의 세계를 바늘땀 한 땀씩 뜨듯, 받아쓰기 한 것이 내 시의 기본이 된다.”라는 그의 말에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삶의 진실과 체험이 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언어로 된 시만이 아니라, 회화繪畵의 세계에서도 독창적인 이미지로 ‘조각보’의 예술적 공간을 열어 보임으로써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시편 중 조각보의 연결과 유사한 시들은 독특한 감각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시에는 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의식이 불연속적인 집합적 결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APT가아프다」에서는 불빛이 환한 아파트 창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그의 상상을 모아놓음으로써 인과적 연결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새로움을 준다. 그는 자신의 관념으로 독자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보여주기를 통해서 ‘공감 나누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상상은 현실과 연결되지만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다. 그 세계는 어떤 의미나 관념에서 해방된 제2의 공간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형성하고 존재한다. 그것은 또 ‘독자들의 공간 넓히기’의 방법이 된다.「APT가 아프다」를 형성하는 4개의 화상畵像은 하이퍼텍스트(hypertext)적인 상상의 그림을 펼치고 있다.가 그것이다. 이 시에서 ‘빨간 가구 빨간 옷 빨간 몸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래서 독자들은 빨간〓욕망으로, 또는 빨간〓생명으로, 또는 빨간〓성性으로 각각 다르게 환원하여 이 시를 감상하게 된다. 그리고 4번째 화상 속에 들어 있는 무주택자 k씨의 모습은 이 시가 현실의 문제도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개의 화상에 담겨 있는 동적인 영상은 디지털의 생동하는 화면이 되고 있다. 그 영상은 언제나 입체적이고 현재형이다. 그리고 가변적이다. 그 변화는 작은 단위들의 집합적인 결합으로 형성된다. 그러나 이런 하이퍼텍스트 적인 화상에도 시인의 내적 의식의 그림자가 진하게 깔려 있다는 것을 「멀티카드섹션」은 보여주고 있다. 의 구절들이 시인의 잠재의식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중심 키워드는 바늘구멍이다. 그 바늘구멍은 시인이 지나온 삶의 현장을 찍어서 보관한 카메라의 렌즈다. 평생을 바느질을 하며 살아온 그에게 바늘구멍은 세상을 보는 창이 되고 세상을 표현하는 기호가 된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논리다. 그것은 이 시가 그가 경험한 생의 풍경을 멀티 화면으로 펼쳐놓았다는 근거가 된다. 그래서 이 시에서 도라지꽃 한 송이를 놓고 간 여자, 푸르게 발기한 꿈 한 페이지를 놓고 간 한 젊은이는 그의 잠재의식 속에 존재하는 젊은 날의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린이, 망자, 신부, 부처 등은 그의 삶을 풍성하게 해준 인연들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가벼운 터치로 언어의 화면에 그려 놓은 멀티 카드 섹션의 그림들이지만 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의 인생을 형성시켜준 인연들이라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는 사실적인 기법으로 그 대상들과 만날 수도 있지만 현실을 초월한 환상적인 그림으로 만나고 있다. 그것은 그에게 삶을 관조하는 눈이 환하게 떠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그가 보여주는 화상의 세계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 원망, 저주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도 환희,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정서도 다 잦아든 담담함과 맑고 투명한 의식만 남아있다. 이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의 하이퍼(hyper)에 ‘건너편의’ 또는 ‘초월’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과도 상통한다. 그림(사진)은 언제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사실(fact)일 뿐이다. 그 속에는 감정이 들어있지 않다. 그런 심적 상태는 선禪의 세계와 같다. 선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법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고종목 시인의 시편 중 사회봉사의 체험을 표출한 작품들도 그것이 독립적인 영상이라는 점에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종목: 1996년 시집 로 시작활동. 시집:   박대영 시인의 시- 「깨밭」「김화백이 보낸 그림」   깨 심어 놓고 그날부터 깨밭에 앉은 할머니 종일 산비둘기와 다툽니다 금줄을 쳐놓고 허수아비를 세웠지만 만만찮은 놈들 할머니의 걸음으로 알아챘나 봅니다 생전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영감은 비탈밭에 누워 자꾸만 말을 거는데 돌아앉은 할머니는 막대기를 두드리며 훠이 훠이 누굴 쫓는지 모르겠습니다 속없는 자식들 이제 비탈밭은 포기하라고 올 때마다 노래를 불러대지만 알았다며 그 냥 웃지요 너희들은 모른다며 돌아서 울지요 산비둘기들이 고맙답니다 종일을 앉아있어도 무슨 할 얘기가 그리 많은지 오늘도 지팡이 같은 막대기 들고 비둘기 쫓으러 비탈길을 오릅니다 -----「깨밭」전문   나에게는 늘 따로 셈하고 갈무리해야 하는 밑천 같은 화가 친구가 있다 무슨 한이 그리 많아 아름다운 것들은 죄다 가두어 버리고 싶어하는 욕심 많은 그림쟁이 그가 보낸 풍경화를 오늘 새벽에야 보았다 내가 살았던 어린 시절 고향집 같은 아니면 지난 밤 기억 없는 꿈속에서 한참 살았을 것 같은 나지막한 산 아래 흙담의 작은 집이 있고 꿈길 같은 황톳길을 돌아들면 고즈넉이 저녁연기 깔린 마당이 보인다 지나는 길에 한 번 들렀노라면 쇠죽 쑤던 김화백이 반갑게 뛰어 나오며 빨리 술상부터 보라고 고함지를 것 같은 꼭 들러보고 싶은 저 집 그림아래 찍힌 자그마한 문패를 들어서면 늘 배경으로 남아 있는 그 친구가 살고 있겠다 --------「김화백이 보낸 그림」전문   현대의 보편적인 도시인들에게 ‘고향故鄕’은 어떤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낱말일까? 추석이나 설이 오면 고속도로에 늘어선 귀향차량들의 행렬이 고향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한다. 고향에는 부모님이 계시고, 기억 속의 시골마을과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의 모습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 곳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안정감과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근래에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45억2000만원)를 기록하여 화재가 되고 있는 박수근의 그림 ‘빨래터’는 그림의 기법이 탁월한 점이 그림 값의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끄는 것은 그림 속에 묻어 있는 1950년대의 삶의 추억과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향수다. 그 속에는 빠른 변화 속에서 도시인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삶의 향기와 정서가 들어 있다. 이런 과거회귀의 정서는 빠르게 변하는 현대 도시생활 속에서 벗어나서 느리게 사는 법을 추구하는 이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들은 ‘느림’을 21세기의 삶의 방법으로 내세우고 의식주에서 옛날의 생활양식을 재현하고자 한다. 시인들 중에도 그런 사고방식에 동조하여 ‘느림의 미학’을 현대시의 시적 방법으로 구조화하려는 이들이 있다. 이는 문명에 대한 반동이며 비인간적 삶에 대한 향기로운 반항反抗이라는 점에서 시대정신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이슈가 된다. 박대영 시인의 시편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그의 시편에는 단순한 향토의 풍물을 넘어서는 시인의 의식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의 기법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삶의 한 쪽을 ‘향토鄕土’라는 배경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깨밭」에 등장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다 빠져나간 현대농촌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할머니는 깨 밭에서 하루 종일 산비둘기와 다투며 산다. 산비둘기들이 깨의 씨앗을 파먹기 때문만이 아니다. 일찍 세상을 떠나간 남편은 산언덕에 묘지가 되어 누워 있고, 홀로 된 할머니는 남편 무덤과 무언無言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식들은 할머니에게 비탈밭을 팔아버리라고 하지만 그런 말에는 아랑곳 않는 할머니는 남편이 있는 그곳에서 하루를 보낸다. 이런 현실의 장면을 그는 라고, 사실적인 묘사描寫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정서나 관념을 최소화하고 할머니를 하나의 이미지로 부각시킨 언어의 그림이다. 그래서 그 할머니의 이미지는 고향을 지키는 상징적인 캐릭터가 되어서 독자들에게 고향의 원형原形을 느끼게 한다. 이런 원형의 이미지는 는「김화백이 보낸 그림」에서는 더 생동하는 이미지가 되어서 고향의 정취를 풍긴다. 김화백의 그림 속에 들어있는 흙담의 작은 집이나 저녁연기 깔린 마당이나 지나는 길에 한 번 들렀노라는 친구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빨리 술상부터 보라고 고함지르는 쇠죽 쑤던 김화백의 모습은 그가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싶어 하는 낭만적인 고향의 이미지다. 그는 그것을 환상 속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 그림은 환상의 액자 속에서 뛰어나와 살아 있는 현실 속의 그림이 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생동하는 심리적인 이미지는 독자들을 시의 현장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한다. 이 환상과 현실의 조화는 박대영 시인의 시를 ‘독자적인 존재성이 있는 향토의 시’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박대영: 1998년 월간 등단 시집: 「봄을 찾아 남으로 달리지 마라」
1001    나를 감동시킨 오늘의 시 100편 <33>//심 상 운 댓글:  조회:213  추천:0  2019-07-26
*2008년 2월호 발표* 김시철/위상진/이솔의 시   김시철 시인의 시-「강원도 ․ 100-고라니의 죽음」「강원도 ․ 118-수목장樹木葬」   눈 내리는 아침 현관을 나서려니 현관마루로 올라서던 녀석 후닥닥 도망을 친다. 놀라서 심장이 멎을 뻔 한건 나다. 도망가는 놈의 꽁무니를 바라보며 이 아침 놈이 웬일로 우리 집엘 온 것일까 나에게 무슨 용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눈 쌓인 산속엔 먹을 것이 없어서 혹여 내 집엘 동냥 온 건 아닐까. 그날 이후 내내 도망치던 놈의 뒷모습이 선해 먹을 것을 내다놓고 닷새를 기다렸지만 종무소식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닌 걸 안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 덫에 걸린 고라니가 마을 사람들 술안주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강원도 ․ 100-고라니의 죽음」전문   요 며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만큼을 살았으니 이제는 비켜서야 할 때다. 혼(魂) 다 빠진 육신(肉身) 굳이 무덤 만들어 썩힐 것이 아니라 뒷동산 어느 소나무 밑에 다가 한 줌 수목장(樹木葬) 을 하면 어떨까. 요 며칠 그 생각에 깊이 들다보니 뒷산이 모두 내 집이요 소나무가 모두 내 몸만 같네. -「강원도 ․ 118-수목장樹木葬」전문   시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시인 자신의 체험이다. 그 체험은 시를 의미의 세계보다 한 단계 높은 존재의 세계로 끌어 올리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T.S.엘리엇의 “시란「무엇은 사실이다」하고 단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실을 우리로 하여금 좀더 리얼하게 느끼도록 해 주는 것”이란 말도 시의 창작과정創作過程에서 체험을 중요시한 시론으로 해석된다. 이 시론은 “시에서 모든 관념은 어떤 형태든 물리적 존재에 실려 운반되어야 한다"는 문덕수의 수퍼비니언스(supervenience)의 원리도와 맥을 같이 한다. 김시철 시인의 연작시「강원도」에는 그가 서울을 떠나서 강원도 평창 산골에 터를 잡고 산 몇 년간의 생생한 생활체험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시가 현대시의 기법과는 거리가 먼 순수한 자연발생적인 정서의 표현에 머물고 있지만, 사실(fact)이 주는 시적 감동 속으로 독자들을 들어가게 하고 시를 읽는 맛을 진하게 한다. 특히 그의 사상이나 견해가 직설적으로 들어있지 않고, 그것이 사실적 체험 속에 융합되어서 표현된 (물리적 존재에 실려 운반된) 시편들은 독자들에게 공감의 깊은 울림을 준다.「강원도 ․ 100-고라니의 죽음」은 그런 면에서 주목되는 작품이다. 이 시에는 시인의 특별한 언어적 수사가 없어서 언어와 사실이 등가관계等價關係를 이루고 있지만 독자들을 뜨거운 피가 흐르는 감성과 사유의 공간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는 어느 눈 내린 겨울 날 아침, 현관에서 고라니와의 예상치 않은 마주침에 놀란다. 그때 그는 도망가는 고라니의 뒤꽁무니를 보면서 라고 고라니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서술하고 있다. 그 심경 속에는 인간과 동물이라는 경계선을 넘어선 따뜻한 마음이 들어 있다. 그 마음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삶을 누리는 순수한 동화同化의 마음이다. 추운 겨울철을 견디는 산속의 동물들에게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운 것이 굶주림이다. 몇 년 동안 산골 생활을 한 시인은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잘 알고 있으며 그들과 공생共生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터득하고 있다. 그 방법에는 관념적인 사상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자연과의 화합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삶의 원리가 들어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겨울철 산짐승들이 다니는 산길에 덫을 놓고, 그 덫에 걸린 짐승들을 술안주 감으로 삼고 즐기는 것을 농한기 놀이의 방법으로 당연시한다. 그는 이 시의 끝 연에서 그 인습적因襲的(원시적)이고 무지無知한 삶의 현장을 라고 담담한 어조로 드러내고 있다. 그의 어조는 담담하지만 그 어조 속에 담긴 그의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은 시의 여운으로 남아서 독자들의 마음을 휘어 감는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이런 현실을 인정해야 하느냐고, 독자들에게 인간의 잔혹한 행위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자연관(자연친화 사상)은「강원도 ․ 118-수목장樹木葬」에서 더 개성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면서라고 죽음을 맞이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라고, 한없이 넓은 또 하나의 세상을 만나는 상상에 젖어들고 있다. 그의 상상은 관념의 문을 열고 나온 사실적인 이미지가 되어서 이 세상의 생명의 뿌리와 만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불변하는 자연의 원리 속으로 벌거벗은 시인의 정신이 들어가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저 뒷동산의 나무와 내가 한 몸이 된다는 상상은 인간의 우월성을 모두 벗어버린 인간존재에 대한 인식의 변화, 인간이라는 굴레에서 자신을 해방시키는 큰 깨달음의 세계를 열어준다. 그것은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이 시의 향기를 즐기면서 철학적 사유의 공간 속으로 잠시 들어가게 되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 김시철(金時哲): 1956년 김광섭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시집: 등 다수   위상진 시인의 시-「한강」(각색 시)   나는 흐르는 동안에만 물의 씨앗을 낳는다 태백에서 흘러오다 두물머리 어디쯤에서 천 년을 잘라내고 어둠이 치마폭을 들추며 달을 내려놓는다 (무대 위에서 푸른 천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굽이굽이 휘어지며 맨발로 숨차게 흘러온다 (흰옷)과 땅(검정옷)이 뒤섞인다) 오래 전 끊어졌다 이어진 다리 아래 물그림자를 밀고 가는 무늬 흐르듯 멈추듯 달이 사리를 품는 중이다 (물그림자가 부드럽게 허리를 휘감고 손가락 끝에서 CD가 물비늘처럼 반짝거린다 푸른 강이 천천히 색소폰 소리를 타고 흐른다) 김창렬이 그린 흐르지 못한 물방울이 바다로 가는 생각을 하는 사이 양수가 싹을 틔우며 내 품으로 떨어진 꽃잎 같은 이름 하나 둘 불러낸다 (원을 그리며 도는 빨간색 체조 리본 꽃잎처럼 바닥으로 떨어진다 다리 아래로 떨어진 생명들) 나는 흐르며 단단한 심이 박힌 물의 자식을 세상으로 내보낸다 (푸른 천을 뒤집어 쓴 비밀스런 강의 뿌리에서 물의 자식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린다) --------------------「한강」(각색 시) 전문   21세기 한국 현대시는 잃어버렸던 음악성과 공연성을 다시 찾기 위한 시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인들은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에 시의 영상을 비추고, 조명과 배경음악과 연기, 시의 낭송과 노래 등을 통해서 자신이 꿈꾸는 시의 이미지를 관객(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형태의 시를 라고 명명命名한다. (2007년 11월 17 한국 현대시인협회 주최 제1회 전국 공연시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공식적으로 의 장르 선언을 함) 현대시의 이런 변화의 움직임은 언어(문자)를 유일한 표현매체로 삼는 모더니즘 시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창조적인 변화의 양상으로서 그 속에는 현대의 특성인 ‘경계 허물기’ 와 ‘통합하기(퓨전)’가 들어있다. 따라서 시의 공연화公演化는 시와 무용, 시와 회화, 시와 음악, 시와 연극 등이 융합하는 현대시의 혁신적 변화로서 ‘열린 시’의 의미를 갖는다. 위상진 시인의「한강」(각색 시)은 이런 관점에서 관심을 끌고 흥미롭게 읽힌다. 그는 자신이 창작한「한강」을 무대에서 공연하기 위해서 연출의 과정을 거치고, 자신의 연기를 통해 관객(독자)들에게 ‘보여주기(showing)’를 한다. 그리고 그 연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각색시脚色詩「한강」을 새로운 창작시와 같이 발표하고 있다. 이런 그의 각색시는 일반적인 서정시를 공연시로 만드는 ‘연출 노트’를 시의 행간에 넣은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그 자체가 창조적인 시적 행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의 각색시「한강」은 원시와는 다른 독특한 시의 맛과 향기를 독자들에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한강」의 원시는 시인의 사유와 개성적인 이미지로 구성된 평면적인 서정시다. 는 첫 구절에서 알 수 있듯 이 시의 ‘나’(주체)는 한강이고, 한강의 독백으로 시가 전개된다. 따라서 시인의 관념이 시의 독백을 지배하고 한강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푸른 천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굽이굽이 휘어지며 맨발로 숨차게 흘러온다/(흰옷)과 땅(검정옷)이 뒤섞인다) 라는 ( )속의 지문은 가상현실의 한강을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시에 생동감과 예술적인 환상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그것은 독자들의 상상력에 자극을 가하고 환상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리고 평면적인 시의 공간을 입체적인 공간으로 바꾸어 놓고 시의 감각을 오감五感으로 확대한다. 이것은 연극이 가지고 있는 표현의 효과를 일반적인 서정시에 도입하는 예例로 ‘시+연극’의 긍정적인 면을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한 편의 시를 읽으면서 한 장면의 연극을 감상하는 이중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물그림자가 부드럽게 허리를 휘감고/손가락 끝에서 CD가 물비늘처럼 반짝거린다/ 푸른 강이 천천히 색소폰 소리를 타고 흐른다)에서는 연기자의 연기와 그가 사용하는 소도구에서 독자들은 독창적인 감각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그 환상의 공간속으로 자신들의 상상을 넣어보는 재미와도 만나게 된다. 특히 CD를 사용하여 반짝이는 한강의 물빛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현대적인 감수성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는 초현실주의의 오브제(objet)와도 관련되는 시적 소재의 확대라고 생각된다. 이런 생동하는 감성은 (원을 그리며 도는 빨간색 체조 리본/ 꽃잎처럼 바닥으로 떨어진다 다리 아래로 떨어진 생명들)에서는 어떤 논리적 흐름에서 벗어난 상상의 세계로 비약하는데, 이는 시의 공간을 구체화시키고 난해성을 풀어주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것은 상상의 집합적 구조가 원을 그리며 돌다가 연기자의 다리 아래로 떨어진 빨간 체조 리본의 꽃으로 초점을 맞추면서 시의 상징이 극의 상징으로 전이轉移되기 때문이다. 이때, 연기자가 여자일 경우 시 속의 ‘양수’와 어울려서 생명의 원천을 더 본질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그리고 시의 끝부분 라는 평범한 구절이 (푸른 천을 뒤집어 쓴 비밀스런 강의 뿌리에서/ 물의 자식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린다)로 인해 성스러운 제의적祭儀的 장면으로 승화되고, 이때 연기자(시인)는 물에서 생명을 받아내는 존재자로 부각된다. 이런 극적 전환의 장면에서 나는 원시보다 각색된 시의 매력에 더 끌리게 되고 각색시의 독립적인 완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것은 위상진 시인의「한강」(각색시)이 아직 미완성의 실험적 작품이지만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공연성이 시사적詩史的 가치와 중요성만 내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위상진 : 1993년 월간 등단. 시집:「햇살로 실뜨기」   이 솔 시인의 시-「곰팡이가 암각화를 그린다」「칼끝이 깊으니 향이 깊다」   균근菌根곰팡이는 암벽 위 소나무를 특히 좋아하여 그 뿌리를 붙안고 산다 균근곰팡이는 안개처럼 뿌리의 앞을 짓궂게 막아서고 실뿌리는 이리저리 길을 찾아 암석을 파고들고 가는〔細〕실뿌리의 절규가 오래도록 암석을 흔든다 시나브로 암석에 금이 가고 조금씩 부서지고 떨어져나간 틈새로 빗물이 스며든다 곰팡이는 틈새의 물기를 먹고 실뿌리의 왕성한 힘을 양분으로 큰다 실뿌리는 암석을 부수며 곰팡이와 하나가 된다 은밀한 이야기 나누며 가느랗고 끊기지 않는 그림을 그린다 암석이 갈라지고 드러난 솔뿌리의 자태 꿈같이 뽀얀 실뿌리덩이로 피어난 한줌 흙 없이도 버텨낸 거센 바람에도 암석을 붙안고 서게 한, 나는 내밀한 암각화를 그리는 곰팡이다 ----「곰팡이가 암각화를 그린다」전문   코끼리 장식이 붙어 있는 향나무 도장을 판다 삼각칼 끝으로 코끼리의 발바닥을 파고든다 삼각칼 끝 칼날을 세우고 파고든다 장지의 굳은살에 칼을 기대고 신중하게 한 점, 한 획을 새긴다 천천히 획을 그려나가면서 깊게 파고들고 부드럽게 깎아낸다 살짝 점을 찍고 가볍게 날리듯 삐치면서 이 아무개를 새긴다 향나무의 속살은 둥근 얼굴로 나타난다 칼끝에서 찌꺼기를 털어낸다 둥근 얼굴에 살이 붙고 여린 미소 드러나면 이제 향이 우러나올 차례다 한 점, 한 획에서 둥근 얼굴에서 깊은 향이 피어난다 ------「칼끝이 깊으니 향이 깊다」전문   시를 건축물에 비유하면서 정서와 사상은 시라는 건축물의 중심이 되는 설계도나 기둥과 같다고 하는 이론은 쉽게 변하지 않는 보편성을 갖는다. 그 이론은 보통의 글쓰기 이론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언어의 기능이나 구조, 시의 겉모습이 되는 사물(사건)은 시의 중심이 아닌 부수적인 것 즉 건축물의 미적 표현도구나 소재로 평가될 뿐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정서와 고정관념(이념)에 식상食傷한 현대 시인들은 시의 중심을 시인의 정서와 사상만이 아닌 언어의 기능이나 구조, 사물자체(사건)에 두려고 한다. 그들은 언어의 기능을 의미의 전달에서 언어의 순수한 예술적 기능으로 전위轉位하려 하고, 사물(사건)을 비유比喩나 상징(의미)의 도구에서 해방시켜 독립적인 ‘사물성의 세계’ 그 자체를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그 이유는 정서나 사상은 대부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가변적인 인식인데 반해서 사물(사건)과 언어는 객관적이고 비교적 가변성이 적은 독자적인 존재의 세계(fact)이기 때문이다. 이솔 시인의 시편에는 이런 ‘사물인식의 세계’가 선명하게 들어 있어서, 일반적 정서의 과장된 노출이나 고정관념의 인과적 논리성에 식상한 독자들에게 신선한 사물성의 언어를 맛보게 한다. 그는 독자들을 자신의 행위나 사물 속으로 안내하면서 사물성의 세계가 펼쳐 보이는 물질의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곰팡이가 암각화를 그린다」의 앞부분은 미세한 사물의 세계를 관찰하는 시인의 눈을, 끝부분은 사물세계 속으로 들어간 자신의 모습 즉 사물과 합일合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라는, 이 시 속에는 사물세계에 대한 시인의 몰입과 세밀한 관찰만 있을 뿐, 어떤 정서나 사상의 개입이 없다. 그의 사물인식은 대상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중립적인 위치에서 직관적이고 단도직입적 單刀直入的으로 사물과 만나는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시인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관찰의 눈은 암석에서 번식하는 균근菌根곰팡이의 활동을 고성능 카메라로 찍어서 보여주는 과학자의 눈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독자들의 시선은 암석에서 번식하는 균근菌根곰팡이의 생태에 집중되고 인간의 세계에서 벗어나서 사물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끝부분 에서는 곰팡이와 한 몸이 된 시인의 정신세계와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고, 그에 대한 해석은 어떤 관념이 아닌 독자의 상상과 감성에 맡기고 있다. 따라서 이 시의 중심은 사물세계에 대한 감지와 인식이고, 그 인식이 ‘사물성의 세계에 대한 환기喚起’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칼끝이 깊으니 향이 깊다」는 사물에 대한 관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사물을 만지고 또 다른 사물을 창조해내고 즐기는 행위를 보여준다. 이런 행위는 사물인식의 시원始原이 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것은 아이들이 흙이 무엇인지 개념을 알기 이전에 흙을 만지고 흙으로 무엇을 만들고 하는 놀이를 통해서 흙과 친해지고 흙을 인식하게 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시는 보는 것보다는 만지고 즐기는 것이 더 사물의 근원에 접근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그는 어느 날 삼각칼로 나무에 도장을 새기던 자신의 체험을, 라고, 극히 사실적인 시의 언어로 재현再現하면서 독자들을 사물의 내면으로 몰입시킨다. 이런 그의 사실적 진술陳述의 언어 속에는 어떤 관념도 사상도 침투할 수 없다. 그 속에는 오로지 언어이전의 ‘물질과 행위行爲의 세계’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시는 언어(관념)의 시달림에 지친 독자들에게 맑은 물과 같은 투명한 사물성의 감성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의미생성 이전의 사물성의 세계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세계를 일깨우고, 세상의 풍화작용에 닳아버린 감성을 회복시키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그리고 언어이전의 세계로 떠나가는 상상에 젖게 한다. 이런 시를 시의 방법적인 면에서 ‘사물시事物詩’라고 명명命名하기도 하는데, 이솔 시인의 독특한(unique) 감성의 언어가 경이롭게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이솔 : 2001년 월간 등단. 시집: 「수자직으로 짜기」「신갈 氏의 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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