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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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시]무제(외4수) 댓글:  조회:110  추천:0  2019-07-12
무제(외4수) 김학송   어둠 속으로 길을 더듬어 나아가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걸려, 나그네의 몸이 허우적이다 밤이 가슴을 열어 지친 꿈 안아주다 나그네는 구부정한 허리에 조각달을 짊어지고 까울령 높은 고개  넘어가다 쓰러지다 고향도 어머니도… 바람 속에 묻히우고 철야보다 깊은 고독이 나그네의 하루를 집어삼키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걸려 나그네의 령혼이 걸레처럼  찢어지며 울다     시간절벽 마지막 가랑잎은 늦은 계절을 붙잡고  우두커니 서있다 황소 잔등 긁적이며 문드러진 손가락으로 일년의 풋값을 셈해보는 아날로그 세대의 계산법에 찔려 서천이 불그레 부끄러움을 흘리고 누군가에 휘둘려 방황하던 바람은 농가의 돌각담에 부닥쳐 뒤로 벌렁 넘어진다 스스로 만든 절벽에 부닥쳐 가을은 울긋불긋 피멍이 들었다 수석에 미쳐 돌이 되여버린 나그네도 단풍보다 붉은 울음으로  시간의 절벽을 물들인다     그냥 그 자리에 있어야 고향이다 고향에게는 발이 없다 고향에게는 날개가 없다   고향은  도망치지 않는다 고향은 류행을 따르지 않는다   고향은 그냥 그 자리에서 고향은 그냥 그 모습으로   우리가 섰던 유년시절의 그 자리에서 우리가 뛰놀던 유년의 그 내가에서 떠나간 이들을 기다리며 서있다   변하지 말아야 고향이다 원 모습을 지켜야 고향이다 고향은 그냥 그 자리에 있어야 고향이다   별, 시 그리고 나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어느 날, 먼 별자리에서 온 밤별 하나가 내 꿈속에 날아들었다 그 별은 나를 향해 야릇한 언어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 별이 들려준 이야기는 내 생명의 강 속에 시가 되여 흘러들었다 드디여 나의 시도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어느 것이  별의 말이고 어느 것이 시의 말인지? 분간조차 하기 어렵게 되였다 지금도 별은 밤마다 나를 찾아온다 빛을 잃은 시에게 광명을 주려고…   새가 하늘을 나는 리유 막혔다가 뚫린 거리에서 바쁜 걸음 재우치다가 흑색 벤츠가 치익-하고 내 발치에 멈춰서자 어제밤 꿈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술집, 노래방, 카페… 이곳 저곳 전전하며 놓아보낸 시간들이 모두 떨쳐나와 경적소리로 나를 깨운 게 분명하다 쾌락을 너무 과식했었나봐 소화 안된 욕망을 꾸역꾸역 열물로 토해내고 칼바람이 옐로카드를 내들 무렵에야 온전한 나로 돌아와 멀거니 하늘을 바라본다 누더기 같은 구름층을 간신히 벗어난 어린 새가 하얀 분변으로 내 가슴팍에 ‘바보’라는 두 글자를 새기고 지나간다 행여 몸이 무거울세라 똥마저 덜어낸 새들이 뼈의 무게마저 비워낸 새들이 저렇게 흥그럽게 나는 리유를  더러는 알 것 같은 이 아침 안개처럼 피여나는 부끄러움 딛고  하루의 어깨 우에 올라서니 깨잎 만큼한 행복이 내 겨드랑이에  파아란 날개를 달아준다 출처:2018 제3호
49    [두만강칼럼]돌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댓글:  조회:200  추천:0  2019-07-04
돌은 돌만이 아니다. 따져보면 우주 물질의 본원은 암석의 무한한 화분과 화합의 결과물이다. 최초의 생명도 돌에서 발원하였다. 원시인류도 돌과 ‘친구’하며 돌을 징검다리 삼아 한걸음씩 문명에 다가섰다. 한점 돌 앞에서 나는 늘 무한한 경이와 감동을 느낀다. 수억년 세월의 신비를 소장한 활화석이 아니던가. 수석(夀石)취미도 돌에 대한 경이에서 출발한다. 자고로 문인아사(文人雅士)들이 그토록 경배한 수석은 자연사랑과 선비정신에 바탕을 둔 동양문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대저 수석이란 자연 속의 흔하고 흔한 돌중에서 엄격히 선발된 예술적 기품을 갖춘 자연석을 지칭한다. 수석이 되자면 우선 석질이 좋아야 하고 형태가 빼여나야 하고 색상이 아름다와야 한다. 이 세가지를 모두 겸비한 수석은 귀품(贵品)이 되여 아주 비싼 값에 거래되거나 수석박물관에 모셔져 후손만대에 기쁨을 선물한다. 석질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는 두가지인데 우선 모오스경도(莫氏硬度) 5도 이상의 단단한 돌이여야 한다. 다음으로 수마가 잘되여 돌갗이 윤택이 나고 부드러워야 한다. 돌갗이 거칠면 좋은 접대를 받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이다. 날카롭거나 날 선 석피(石皮)는 시각적으로도 불편하고 촉감도 좋지 않고 자칫 손이 상할 념려가 있어 누구든 거부감을 느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명품인간’이 되자면 우선 마음수마가 잘되여 모 나고 거친 데가 없어야 한다. 마음결이 비단처럼 함함하고 포근하면 가까이 다가가도 찔리거나 상할 념려가 없으니 누군들 싫어하겠는가. 마음결이 부드럽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승화되고 문화적으로 진화가 잘되였다는 것을 반증한다. 성격이 모 나고 거친 사람은 아무리 벼슬이 높고 돈이 수없이 많아도 우수한 인간의 반렬에 서지 못한다. 마음결이 부드러운 사람은 타인을 존중한다. 불리익을 당해도 쉽사리 화를 내지 않고 모든 것을 평화로 감싼다. 아무리 열 받아도 머리뚜껑이 도무지 열리지 않는 건 분노를 억제하는 브레이크가 작동이 잘되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 가서도 행여 타인에게 방해가 될세라 목소리의 톤을 낮출 줄 안다. 이런 사람은 동물적인 야성보다는 인간적인 기질이 훨씬 강하다. 마음결이 부드러운 사람은 모든 것에 감사한다. 작은 수입, 소소한 일상, 하찮은 사물한테도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풀 한포기, 해빛 한줄기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머리 숙인다. 마음결이 부드러운 사람은 소박하고 겸손하다. 양보할 줄 알고 한걸음 물러설 줄 알며 허세나 사치와는 멀리하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몸을 낮출 줄 안다. 마음결이 부드러운 사람의 령혼은 웃는다. 가슴 속에 늘 온화한 바람이 불기에 그의 눈과 입과 얼굴에는 항상 꽃이 핀다. 이런 사람은 그 존재만으로도 눈부신 풍경이 되여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방출한다. 마음결이 부드러운 사람은 이웃을 사랑한다. 부질없는 욕심이나 욕망에서 해탈되였기에 그의 가슴은 언제나 외부를 향해 정답게 열려있다. 리타적인 삶을 갈망하며 타인을 위한 행실에서 생명의 보람과 의미를 찾는다. 심성이 부드러운 사람은 인격적으로 완성된 가장 아름다운 인류의 꽃이다. 심성의 부드러움은 인간의 품질과 무게를 가늠하는 가장 명확한 저울이다. 마음이 부드럽게 수마되자면 문화의 ‘물씻김’을 자주 받아야 한다. 자기를 낮추는 훈련, 오기나 독기를 버리는 연습, 타인을 배려하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점차 거칠고 모가 난데가 사라지게 된다. 저 수석을 보라, 얼마나 조용하고 겸손한가? 우주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성자(圣者)이지만 늘 침묵하며 자신의 몸을 그늘 속에 숨긴다. 소리 높은 물결에게 자리를 양도하고 제 무게 하나로 억년을 버틴다. 그러다가 그 누군가와 인연이 닿으면 어줍게 웃으며 흔연히 그의 ‘친구’가 되여준다. 그래서 나는 석광(石狂)이가 되였다. 돌은 나의 영원한 스승인 까닭이다. 때론 석질 좋고 수마가 잘된 수석들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그대의 령혼은 안녕하신가” 라고. 길림신문
48    행복을 ‘과식’하다 댓글:  조회:269  추천:0  2019-04-08
[두만강칼럼] 얼마전 평소에 좋아하던 개고기를 잔뜩 포식한 데다가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급성위장 장애가 생겨 며칠간 병원신세를 톡톡히 진 교훈이 있다. 과식이 나쁘다는 것은 평소에 잘 알고 있었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정작 끝없이 먹고 픈 개고기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한 게 탈이였다. 과식하는 작은 습관이 자칫 큰 병을 불러오게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절감하였다. 단지 음식 뿐이 아닌 것 같다. 욕심을 ‘과식’하면 욕심쟁이가 되여 타인의 질타의 대상이 되고 만다. 명예를 ‘과식’하면 명예중독에 걸려 그 후유증으로 마음의 뜰이 황페해지기 십상이다. 권력을 ‘과식’하면 또 어떨가? 능력 이상의 권력을 ‘포식’하면 허영심에 불이 붙어 결국은 육체와 정신이 함께 무너지게 된다. 행복을 ‘과식’하면 행복불감증에 걸리기 쉽다. 어릴 적부터 행복을 ‘과식’한 아이들일수록 정신적 체질이 허약해지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보고 있다. 자가용을 ‘과식’하면 과시욕의 팽창으로 오만방자해지기 쉽고 너무 크고 호화로운 자택에서 살면 가족 사이의 마음의 거리가 멀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이렇게 보면 물질을 과식해선 별로 좋을 게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과식은 불식’,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가난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당한 모자람이 오히려 심신의 건강에 유조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데 있다. 누구나 물질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 로출되였기에 욕심의 파도에 휘말려들어 허우적거리다가 결국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에 그에 대한 경각심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물질적 풍요가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겨냥하는 과녁이 될 수는 없다. 삶을 밀어주는 근원적 에너지는 오히려 내가 선택한 가난과 소식에 있다. 배속에 음식이 적을수록 정신이 맑아지는 법이다. 사람은 탐욕이나 야망에서 해방될 때 비로소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참인간으로 돌아온다. 음식을 과식하면 거기에서 생겨나는 독소가 피를 혼탁해지게 하고 건강 이상을 초래한다. 우월감을 ‘과식’하면 허파에 바람이 들어차 과대망상증을 불러오게 되고 명예, 권세, 황금을 ‘과식’하면 거기에서 파생하는 무형의 독소의 작간으로 오기나 ‘풋기’ 따위 불순물이 자라나기에 마음은 길을 잃고 허무의 광야에서 헤매돌게 된다. 인간의 령역을 올곧게 지키기 위하여 인류의 선각자들은 무소유의 삶을 살면서 자원하여 가난을 선택하였다. 텅 빈 충만을 즐기였다. 이것이 바로 어른다운 품위이고 경지가 아니겠는가?! 과식해도 좋은 게 더러 있기는 하다. 그것이 바로 책이고 지식이고 문화이다. 물질이 외부적인 포장이라면 문화는 포장 속에 숨겨진 내용물에 해당한다. “좋은 술은 뚝배기에 담긴다”는 말이 있다. 형식보다는 내용의 중요성을 설파한 고담이다. 물질적인 것, 외향적인 것에 치중하다 보면 자칫 그보다 훨씬 중요한 내적인 것을 상실하는 착오를 범하게 된다. 아무리 호화차량, 호화저택을 소유하고 최고급 브랜드에 진주보석을 휘감고 다녀도 인격적으로나 지적으로 빈약한 사람은 타인의 존경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작 물질적인 식욕은 분에 넘치게 팽창하지만 정신적인 식욕은 형편없이 위축되여가는 게 현대인들의 ‘통병’이라면 이를 지양하고 치유하는 처방으로 독서와 명상을 권장하고 싶다. 물욕이나 명예욕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것이 령적인 존재를 완성에 이르게 한다. 은퇴한 후로 나의 삶은 팽팽하던 긴장감을 상실하고 안일과 포만감에 휩싸여 게을러질 때가 많다. 걸음걸이도 느려지고 샘 솟 듯하던 시상도 가끔 흐름을 멈추군 한다. 이것은 정신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적신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마 나도 행복을 ‘과식’했나봐. 길림신문
시 해란강은 말한다 -어머니 생일에 드리는 시의 꽃다발 김학송 2백년 ‘봉금’으로 붕긋한 숲 속에 액체의 동화가 굽이굽이 숨어있으니   아련히 피여나는 얼의 아지랑이 그 너머   하얗게 하얗게 태동치는 조선족의 젖줄기여 해란강이여!   2   숲의 정령이 잉태한 생명이 소망으로 기다랗게 외태머리 늘이고 순정으로 곱다라니 흰 옷고름 드리우고 긴 설음 매듭 뽑아 장타령 부르며   하얀 운명의 손으로 거룩한 우로(雨露)를 모아 오호, 마침내 너는 우리 조선족의 생명수 되였니라.   3   태초의 이슬 털고 깨여나 발걸음도 가벼웁게 진달래 웃음 속에 수십리 민들레 발자취 따라 수백리   와룡, 팔도, 고성촌에 잠깐 들려 안부를 묻고 베개봉, 룡산을 스치며 옛 노래 부르다가 천평벌 세전벌에 젖줄기로 스며들어   천년의 풍운 휘휘감아 올릴 때 해란강이여, 너는 조선족의 토템이 되였니라!   4   내 안에서 길이 되여 일어서는 강 내 밖에서 길을 찾아 굽이도는 강   강물은 흘러 백옥미가 되고 강물은 흘러 세월이 되고 강물은 흘러 옛말이 되고 강물은 흘러 추억이 되고   강물은 흐르고 흘러 너와 나의 운명을 하나로 묶어주는 동아줄이 되였니라.   5   해와 란의 아름다운 전설이 뿌리로 드리워 향긋한 버드나무 그 숲 속에는 해종일 이야기도 무성했고 짝 짓는 종달이의 불타는 날개짓에   처녀 총각 가슴에도 봄이 출렁이던 사연 많은 물결은 흘러 흘러 3백리, 이 고장 사람들의 혈맥인양 푸르러 생기롭고 강마을 스쳐지난 세월을 감돌아 피고 진 석양노을 얼마였던가!   6   천근 사색을 등에 지고 만근 번뇌를 가슴으로 삭이고   천가닥 해살에 벼꽃 피우며 만가닥 달빛에 사과배 익히며   하나의 민족이 흐른다 한줄기 신화가 흐른다.   7   물의 들창가에 두툼한 카텐이 드리워졌다 파도는 구름을 뒤집어 쓴 채 해를 안고 잠을 잔다   지금은 물이 논밭으로 가야 하는 시간인데 절뚝거리는 물결은 낚시터에서 서성이다가   모래채취장 구덩이에 빠져 목 마른 비명소리 지르다가 어디론가 도망쳐버렸다.   8   초하(初夏)의 뜰에 무더기로 꽃이 피였다 패랭이꽃, 나리꽃 대신 얼굴 없는 안개꽃만 가득 피였다 그 꽃의 틈새를 비집고 한줄기 오래된 강이 흐른다   고성(古城)의 옛이야기를 지팽이 삼아 밤별과 더불어 길 떠난 강물은 오늘도 꿈 푸른 소리표 되여 우주의 한복판을 향해 달려간다 벼꽃 속에 잠 자는 흰 옷 입은 사람들의 체취를 싣고…   9   비가 내린다 해란강에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9월의 명절을 부르며   시원한 축복인양 비가 내린다 비에 젖어 아롱진 계절   먼 곳에서 떨어지는 비소리 마시며 1억년 전의 공룡이 어슬렁 어슬렁   시간의 껍질 터치고 알뜰한 기별처럼 달려온다.   10   샘이 깊은 물줄기가 뿌리 깊은 나무와 손 잡고 교향곡을 연주한다   때론 눈물이였다가 때론 웃음이였다가 때론 구름이 부른 가장 슬픈 노래였다가 때론 바람이 지은 가장 아름다운 시였다가   마르지 않는 추억이 되여 늙을 줄 모르는 신념이 되여 마시지 않아도 취하는 신비한 술이 되여   백자에 음각된 우리의 넋을 숭고한 곳으로 인도하는 성수(圣水)가 되여   내 사랑의 강, 내 령혼의 강,   해란강은 흐른다 흐르며 말한다. 연변일보 2017-8-17
46    [시] 꽃이 핀다 (외 4수) (김학송) 댓글:  조회:304  추천:0  2017-07-26
시 꽃이 핀다 (외 4수) 김학송   4월이다 꽃이 핀다 봄비가 언덕을 만지니 꽃이 핀다 바람이 마음을 흔들고 지나니 그 자리에 꽃이 핀다 꽃이 핀다 너와 나의 아픔만큼 꽃이 핀다 님을 잃은 시골의 산과 들에 피처럼 붉은 꽃이 핀다 꽃이 핀다 꽃이 핀다 잔인한 4월, 슬픈, 4월의 가슴에 꽃이 핀다.   비속에서 웃던 하늘이 홀연 큰 울음 터뜨리네 길가의 백양 아래엔 낯선 처녀 나무의 우산을 나와 함께 썼네 얼음 섞인 비바람 차갑게 달려드네 나무는 작아지고 사람은 커지고 해는 멀어가고 몸을 가까와지고 물에 젖은 분내음 바람속에 스민 따스한 체취 아 나는 느꼈네 울던 하늘이 파랗게 웃네 웃던 마음이 까맣게 흐려지네 처녀는 해를 따라 후울쩍 떠나갔네 기억속에 남은것은 하나의 영원한 세계를 펼친 고마운 소낙비 그리고 길가의 백양나무…   숲속의 오솔길 일어서지 못한 누우런 생각이 길게 누워 신음한다 어제 밤 누군가와 나누던 이야기가 연한 잎새로 촘촘 돋아올라 조용히 내 마음 간지럽힌다 꽃의 눈물 새의 한숨 나무의 흐느낌이 안개속에 이슬 맺혀 깜빡이는데 비밀이 걸린 길의 한끝 정녕 이 길이 풀다가 만 그녀의 옷고름은 아닌지?   동그라미 생각이 겹치고 겹치면 동그라미가 된다 동그라미속에 들어간 내가 너를 만나면 꽃이 된다 나는 언제나 동그라미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두루미 청청한 거울속 흰 구름 한점 꽃바람 황홀히 펼치는 꿈이여 노을이여. 연변일보 2017-5-18
45    [조시] 내 사랑 연변 (김학송) 댓글:  조회:466  추천:0  2017-07-24
시 내 사랑 연변 김학송   입쌀의 고향   피땀으로 논을 풀어 배미마다 넋을 고여   하얀 벼꽃 방실방실 황금 파도 넘실넘실   집집마다 식탁마다 하얀 꿈이 모락모락.   항일의 고향   ‘산마다 진달래 마을마다 렬사비’ 하경지 시인이 그려낸   연변의 얼굴은 눈물겨워 사랑스럽다 벗들이여, 그대는 아는가?   천지(天池)가의 봄밤은 피로 물든 꿈나라…   축구의 고향   동북호랑이 따웅— 푸른 잔디밭 주름잡아   둥그런 꿈 하아얀 얼을 둥실둥실 구름 우에 띄워 띄워 가면서   얼씨구 절씨구 승리 향해 나아간다!   춤노래 고향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 이 한수의 노래가 연변이라는 이름에   아름다운 날개를 달아주었다 남녀로소 ‘흥’을 먹고 살아가거늘 춤 노래 고향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과배 고향   처녀들의 얼굴인가 하아얀 사과배꽃 총각들의 기상인가 꿈 푸른 너른 잎새   꽃이 피는 계절이면 사랑꽃도 벙긋벙긋 열매 익는 계절이면 사랑열매 주렁주렁   ‘아리아리 스리스리 사과배는요 연변의 자랑이라 소문도 높네’   교육의 고향   소 팔아 자식 공부 시키고 피 팔아 후손 앞길 열어주었네   아, 그 정성 그 열망 가없이 뻗어올라 우리네 하늘이 저리도 푸른 것을   례절의 고향   경로애유(敬老爱幼)는 깨끗한 심령에 피여난 생활의 꽃이라네   전통의 물결 우에 하얀 맘 띄워놓고   아름다운 미풍양속 얼싸- 절싸- 노 저어가네.   민족단결의 고향   해란강 두만강 손 잡고 흐르 듯이 장백산 모아산 어깨 겯고 섰듯이   형제민족 하나되어 행복의 꽃 피워가니 천국이 따로 있나 우리 연변 천국일세   초가집   우리 할배 순정으로 불 지펴 온돌 가득 온기를 불어넣었고   우리 할매 사랑으로 창호지 발라 고운 해달 살살 불러들였지   아, 그 뜨락에 흐른다네 내 령혼의 강물이…   연변일보  2017-7-21
44    원경지 (외 4수) 댓글:  조회:509  추천:1  2015-01-16
  메돼지가 산그림자 데리고 어슬렁 어슬렁 산막에 놀러오다 풀잎에 물려 거칠어진 손들이 노을을 비틀어 구름노전 엮다 배고픈 옥수수와 알감자들이 농부의 꽁무니 따라 령을 내리다 지친 태양이 호박잎 그늘에 숨어 땀을 훔치다 별들이 코고는 소리에 한여름밤의 꿈이 노릿노릿 익어가다   황혼  산책 주머니처럼 칙칙한 숲속에서 구겨진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청춘은 한갓 류행가가 되여 외진 골목 쏘다니고 그리움은 비 되어 쇼윈도를 적신다 하늘조차 자신이 부끄러운지 무지개를 불러 속내를 드러낸다 숭고하고 품격 있는 경지는 너와 나의 저물수록 눈이 부신 황혼길에 있다 눈 먼 장마의 흔적을 지우며 헐벗은 사랑이 가을을 앞세우고 걸어온다   겨울산행 함박눈에 묻힌 짐승의 길우에 사람의 발자국이 포개졌네요 재빛 다람쥐가 팔랑귀를 쫑긋 벌려 겨울의 온기를 마시네요 걷는만큼 길이 열린다고 착한 바람이 나그네의 옷자락 흔드네요 추운 길의 한끝에 어두웠던 시절이 불꽃처럼 서성이네요 풀리는 길, 그 길을 따라 먼 후날의 내가 달려오네요 나의 하루가 눈포래에 묻히어 아득한 풍경속으로 미끄러져가네요   가을소망 잔잔히 물결치는 발걸음이 돌부리에 영글어 시간의 흐름을 멈춰세운 날 그대는 온다 한떨기 들국화의 모습으로 내게로 온다 더러는 해살의 무게에 떠밀려 비련을 펄떡이는 연어처럼 최후의 강변으로 달려가지만 그런것들 대체 무슨 상관이랴 침묵으로 깊어가는 터널을 지나 생의 막고개, 가을절벽에 슬픈 의미로 불타는 그 꽃 너라면 좋겠구나!   낚 시 참아야지 참아야지 옹근 삶을 걸고 늘여온 긴-긴 인내의 끝자락에 풀떡이는 꿈이 기다리고있네 당겨야지 당겨야지 주춤거리면 놓치고 만다는걸 계절 잃고 돌아서는 목 쉰 바람이 말해주네 그래 그렇게 떠나가야지 마음의 잡동사니 슬픈 파도위에 활-활 던져야지 도망치는 세월을 못 건질바엔 고독이라도 낚아 내 친구 삼아야지 연변일보
43    [조시] 나의 살던 고향은 댓글:  조회:507  추천:0  2014-07-17
사과배꽃   꽃신(花神)이 가르치네 아리숭한 꿈길   춘풍(春風)에 젖어드네 파르르 요내 가슴   아, 아름답게 울려가라 령혼의 종소리, 사과배꽃 그 향기!     상모춤   모자가 돈다 세월이 돈다 꿈이 돈다   드디여 하나의 민족이 우주를 향해 휘몰아친다     퉁소   노래의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 향토의 서정이 피여나는 소리 추억이란 이름의 파랑새가 그 옛날의 보리밭으로 삘리리― 삘리리― 너와 나를 다정히 불러주는 그 소리     쪽지게   한많은 등허리에 청산을 짊어지고 해달을 짊어지고 버릴수록 솟구치는 거친 운명 짊어지고 걸어온 천년 고개 지는 노을 서럽구나!     대장간   잠을 자던 쇠덩이들이 땀을 먹고 일어서면   쉬익― 쉬익― 초혼(招魂)의 풀무질에   꺼질줄 모르는 천고의 노래가 령혼의 하늘가에 불을 지핀다     질화로   옹노에 걸린 무훈담은 지는 해 붙잡고 허둥거리고   새색시 호린 여우 얘기가 보글보글 끓어오를 무렵이면   꿈향기 솔솔, 잉걸불에 둘러앉아 산골의 겨울밤은 토실토실 익어갔다     다듬이소리   꽃분이 시집 간다고 호독호독 뛰는 어머니의 마음이였다   달향기 따다가 모시 원삼(圓衫)에 두르고 토란잎에 쌓이는 슬픈 가락으로 마음을 다스려 수천년   겨레의 심장이 뛰는 정다운 소리였다     한복   반만년 휘여잡아 웃음 두른 무지개   열두폭 긴 치마 설음 솟는 잔물결   하얀 동정 고이 살짝 외짝 마음 덮었으매   아련할손 푸진 해발 꿈의 꽃밭 물들인다     랭면   인생은 짧아도 너의 노래는 길다   세상은 흐물거려도 너의 생은 질기다   언제나 맑게 시원하게 살려는 백의겨레 그 꿈이 더운 여름 녹이며 웃는구나!     된장국   정한(情恨)의 강을 건너 미명(未明)의 숲을 지나   부글부글 수천년 끓고 끓은 하얀 족속   화랑(花郞)의 넋을 재워 옛 선비의 꿈을 풀어   추억도 뜨끈따끈 우리 사랑 된장국   /김학송 [출처] 길림신문 2014-07-17
42    그림자 댓글:  조회:976  추천:3  2013-11-28
1 해빛을 훔쳐 먹고 세월조차 훔쳐 먹고 흘끔할끔 슬그머니 키를 세운다 갈데말데 슬그머니 따라 나선다 2 강물이 가면 그도 간다 구름이 서면 그도 선다 가다가 지치면 자기를 벗고 맨 물에 몸을 씻고 바람의 흉내를 낸다 사람의 흉내를 낸다 3 투자가 들지 않는다 땀도 흘리지 않는다 주인의 꼴을 흉내내며 주인보다 더 주인인척 한다 적자는 없고 늘 흑자이다 손해 볼리 없어 가벼운 모습을 하고 그게 좋다고 그렇게 산다 4 어찌 보면 위대한 은자이기도 하다 소리없는 침묵이 호사롭기도 하다 메달을 주어도 목에 걸지 않고 박수만 짊어진 채 바람의 길을 따라 어두운 골목으로 도망친다 5 허영으로 공해를 부르지 않는다 목에 힘을 주고 무게를 잡으며 잘 난척 하지도 않는다 집도 없이 자연에 몸을 맡긴다 아무런 걸림이 없이 아무곳이나 간다 로자도 필요 없다 그래서 너의 발걸음은 가볍다 6 때론 주인이 그림자가 된다 마음이 마음을 벗어나면 때론 그 사람이 그 사람의 그림자가 된다 7 언덕이 옷을 벗었다 내물이 옷을 벗었다 옷을 벗지 않은 나무들만이 제 손으로 낯을 가리고 자기의 슬픔을 덮어 감춘다 올망졸망한 절망의 항아리에 어둠이 발효되어 행복의 술이 되어 가고 있다 8 여러 가지 색갈의 얼굴들이 그림자와 손 잡고 삼바 탱고 왈쯔에 열을 올린다 시대의 오락장은 언제나 만원이다 위스키 모태주 칭키스칸 눈부신 타락이 누군가의 뒤란에 꽃을 피운다 벤츠, 오우디, 비엠 떠블류에 높이 앉은 도시가 어디로 질주하는지 누구도 모른다 부유와 가난을 함께 파는 시대의 레스토랑은 지금 한창 성업중이다 9 세로 가든 모로 가든 내 갈 길은 내가 간다 내가 심은 인생 내가 거둔다 만취한 바람의 손을 잡고 설면한 꿈속으로 걸어가는 저 그림자는 누구인가?
41    가을앨범(외 1수) 댓글:  조회:797  추천:1  2013-09-05
가을이 락엽처럼 운다 가을이 장마처럼 운다 가을이 광풍처럼 운다 가을이, 잎이 누우런 가을이 메뚜기등에 앉아 펄쩍 뛴다 농부의 낫자락에 달라붙어 뚝뚝 뛴다 익은 해살 듬뿍 풀어 가을이 한폭의 수채화를 가지와 가지사이에 그리다가 이랑과 이랑사이에 그리다가 놓쳐버린 그 계절이 아쉬워 돌배나무우에 턱을 고인채 빨갛게 얼굴 붉힌다   가을약속 나무잎은 그 사람의 야윈 생각우에 흔들립니다 나무잎은 그 사람의 쏟아버린 세월처럼 처량합니다 이제 가을입니다 모든것들은 절정을 향하여 마지막 도약을 준비합니다 어차피 맞이할 슬픈 리별로 이제 우리의 시간은 익어가고 우리가 지상에서 불러야 할 마지막 가장 찬란한 음악을 위해 세월의 생명들은 부서지고있습니다 신이 내린 그 하나의 아름다운 권리는 우리가 끝까지, 푸름을 간직한채로 살아보려는 눈부신 고투(苦闘)입니다 이 가을의 의미는 우리가 가을을 느끼는 그속에 있습니다 막을수 없은 리별이 숙명처럼 찾아올지라도 우리만의 비밀로 이 슬픈 가을을 불태웁시다 자, 이제 길을 떠납시다 우리는―
40    김학송 략력 댓글:  조회:541  추천:0  2013-08-29
김학송 략력 1952년 중국길림성 도문시 곡수촌에서 출생. 연변대학 문학반졸업. 동시집 ,서정시집외 다수. 련재 월간편집
39    청개구리 댓글:  조회:568  추천:0  2013-08-29
청개구리 수풀 속에서 노래 하다가 햇볕 덮고 잠을 자다가 논두렁 위에 옷 벗어 놓고 물속에 첨벙 물장구 친다
38    구름의 집 댓글:  조회:613  추천:0  2013-08-29
구름의 집 구름의 집은 할머니가 사는 집 구름밭에 씨 뿌리고 구름밭에 나물 캐고 구름강에 빨래하며 부지런한 울 할머니 살아가는 집 구름의 집은 옛말이 사는 집 나래가 돋친 장수랑 담배 피우는 호랑이랑 모두 모두 그 속에 살아 가면서 꿈 많은 아이들 고운 귓가에 날마다 새 이야기 들려 주는 집
37    봄을 부르니 댓글:  조회:546  추천:0  2013-08-29
봄을 부르니 들판을 향해 봄을 부르니 눈이불 걷어 차며 누군가 대답해요 -나 여기서 파랗게 눈 뜨고 있어요! 산을 향해 봄을 부르니 꽃망울 터치며 누군가 대답해요 -나 여기서 빨갛게 웃고 있어요! 하늘을 향해 봄을 부르니 고운햇살 튕기며 누군가 대답해요 -나 여기서 푸릉푸릉 날고있어요!
36    원두막 댓글:  조회:589  추천:0  2013-08-29
원두막 할아버지 옛말이 콜콜 잠 자고 할머니 땀방울이 퐁퐁 뛰여 다니는 시골의 원두막은 노오란 동년의 정거장
35    봄비 댓글:  조회:621  추천:1  2013-08-29
봄비 1 봄비가 내린다 어떻게 내리나 봄바람 타고서 보슬보슬 내리지 보슬보슬 내려선 어디로 가나야 꽃망울 가슴에 살살 안기지 2 봄비가 내린다 어떻게 내리나 안개를 타고서 살금살금 내리지 내려선 내려선 무엇을 하나야 아기 싹 입술에 젖방울 물리지
34    겨울동화 댓글:  조회:573  추천:1  2013-08-29
겨울동화 털옷 입은 새들이 재잘거려요 -눈밭에서 밥 먹자니 발이 시리다 꽁꽁 머리 보리가 말을 해요 -눈이불 덮으니 참 포근해! 꽁꽁 숨은 내물이 종알거려요 -해님 엄마 못 보니 참 그립다!
33    황소 댓글:  조회:549  추천:0  2013-08-29
황소 음-머 울음이 노랗다 뚜벅뿌벅 발걸음이 둥글다 챡-챡 꼬리로 웃는다
32    봄바람편지 댓글:  조회:550  추천:1  2013-08-29
봄바람편지 아기 싹은 파란 글 봄바람이 썼대요 하늘이 살살 대지에 전하는 문안 편지 꽃송이는 빨간 글 봄바람이 썼대요 (아, 아름다워!....) 하늘이 솔솔 대지에 부치는 감탄편지
31    옥수수 댓글:  조회:567  추천:1  2013-08-29
옥수수 바롯- 쉬엿- 바람선생 호각 부니 챡챡챡... 줄지어 선다 우유는 아니 먹어도 우썩우썩 발도 자라더니 이제는 엄마 되어 포동진 가을 업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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