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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의 명신 학봉 김성일 10. 황해의 우수
2015년 08월 17일 05시 17분  조회:1395  추천:0  작성자: 옛날옛적
   10. 황해의 우수
    고향에서 부친의 3년상을 마치고 조정의 명을 받아 선조 15(1582)년 8월,45세의 나이에 다시  서울로 올라온 학봉 김성일은 반년동안 의정부의 사간(종3품의 관직)직을 맡았다가 이듬해 3월에는 또 황해도 순무어사직을 맡고 서울을 떠나  북으로 올라오게 되였다.
    학봉선생의 행차가 의정부를 떠날 때 3사의 다수관원들과 친구들은 의정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와서 열정적으로 바래주었다.
    <<학봉선생 이번에도 함경도에 갔을 때처럼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오십시오.>>
    <<학봉선생 지난번에 선생한테 정말 큰 신세를 졌소. 조정을 떠나 황해도에 가서도 조정의 일을 많이 도와주오.>>
    학봉선생을 바래주는 사람들은 부탁하는 말들도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정언직에 있는 송응형(宋应炯1539--1592)의 말이 심금을 울렸다.
김성일이 부친상을 마치고 조정에 돌아왔을 때 조정안의 파벌싸움은 예나 다름이 없었다. 당시 리조판서에 올랐던 률곡 리이선생은 파벌싸움의 폐단을 해결할 목적에서 조정에 <<시무 6조(时务六条)〉〉를 내놓고 동인파와 서인파중에서 과격분자들을 모두 외직으로 내몰았다. 그런데 이 정당한 조치가  큰 풍파를 일으킬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률곡선생도 파벌싸움에 말려든줄로 오해하고 그의 처사에 대해서 흠집을 찾지 못해 안달복달하던 사람들은  률곡선생이 평소에 자기와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은 서울에서 좀 가까운 곳에  보내고 자신과 그리 친근하게 지내지 않던 사람들은 서울에서 좀 먼 곳으로  보낸것으로 오해하고 의론이 분분하였다. 
사람들속에서 떠도는 말을 들은 정언 송응형은 률곡선생이 편견을 가지고 일부러 그렇게 처사한걸로 알고 몹시 격분하였다. 그는 률곡선생을 소인으로 몰고 그를 또 오국지신(误国之臣)이라고 규탄하였다. 이 때 3사(三司)의 관원들도 송응형의 행동을 지지하여 함께 률곡선생을 규탄하였다. 자기의 정당한 처사를 두고 조정에서 론난이 벌어지자 률곡선생은 분김에 관직을 내놓고 석담(石潭)으로 내려가고말았다. 조정의 주석지신인 률곡선생이 조정을 떠나자 조정에서는 송응형을 문죄하였다.
    (송응형과 3사에서 률곡같은 대현을 배격한것은 큰 잘못이다. 그러나 그 일을 가지고 송응형과 3사에 죄를 씌우는것은 부당한 일이다. 지금 조정에서 바른 말을 감히 하는 사람이 아주 적은 형편에서 언관이 말을 조금 잘못했다고 죄를 덮어씌운다면 앞으로 어느 언관이 감히 바른 말을 하겠는가? 송응형이 열번 잘못했다 치더라도 언관(言官)의 권익(权益)만은 보호해야겠다.)
    학봉선생은 자기와 생각을 같이한 우계(牛溪) 성혼(成浑1535--1598)을 비롯한 학자들과 상의한 뒤 조정에 탑자를 올려 정언 송응형을 위험에서 구해주었다.
번화한 서울을 떠난 학봉선생의 행차는 경기도 지경을 벗어나 황해도 경내에 이르렀다. 산이 적고 너른 평야가 펼쳐져있는 황해도는 호남지방 다음으로 가는 나라의 곡창지대라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의례 풍족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탐관오리들이 세도를 부려 엉망진창이 된 이곳 황해도의 사정도 북쪽변강의 두메산골보다 별로 나은데가 없었다. 병역과 부역에 끌려가고 병역과 부역을 모면하려고 도망간 사람이 많아 마을에는 장정이란 눈에 불을 켜도 찾아볼수 없었고 백발이 성성한 늙은이나 지팽이에 의해 문밖출입을 겨우 하는  절름발이와 아낙네들만이 처량한 마을을 지키고있을뿐이였다. 
아지랑이 아물거리고 강가에 버드나무 신록을 자랑하는 봄이 왔건만 들에서 일군들을 찾아보기란 정말 쌀의 뉘를 찾기마냥 어려웠다. 큰길을 지나면서 둘러보면 간혹 보짐을 이고지고 아이들을 거느리고 부지거처 타향살이를 떠나는 사람들이 보일뿐이였다. 
(일년지계는 봄이라는데 봄에 땅을 갈지 않고 씨붙임을 하지 않고 가을에 무엇을 거둔단말인가? 정든 고향을 버리고 산설고 물선 먼먼 타관으로 가면 거긴들 무엇이 있겠는가? 평야가 넓고 바다와 접한 황해도보다 나은 곳이 이 나라에 구경 몇곳이나 있을것인가? )
학봉선생은 고을수령들을 찾아다니며 부역을 경감시켜 농민들이 농사일에 힘쓰도록 돌봐주라고 신신당부하고는 또 농민들의 집을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살아갈 대책들을 의논하였다.
농촌에서 영농준비를 다그치기 시작하자 학봉선생은 황해연안에 있는 수군병영들을 돌아보았다. 그 어디의 병영이나 다 텅 빈 이름뿐이지 싸움에 나설만한 병졸은 몇이 되지 않았다. 늦은 봄이 되였건만 겨울에 입던 누데기옷을 걸친 병졸들은 음식마저 제대로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하였으니 회오리바람만 불어도 넘어질것만 같았다. 병영마다 쓰러져 신음하는 병졸들이 부지기수였으나 의원은 있는지 없는지 그림자조차 찾아볼수 없었다. 
(나라에서 해마다 춘추로 포목이며 군량을 보내주었는데 그것은 다 어느 구멍안에 들어가고 이 지경이 되였을가? ) 
학봉선생은 연덩이같이 무거운 심정으로 해변가를 돌아보았다. 바다가에 옹송거리고 앉아있는 다 찌그러진 목선은 자그마한 풍랑만 일어도 가라앉을 판이였지만 수군장령들은 그것을 수리할 생각도 하지 않고있었다. 해적들이 쳐들어오거나 외국의 군함이 들이닥치면 맞받아 싸울 아무런 장비도 해놓지 않았다. 변장(边将)들과 군관들은 날마다 진수성찬으로 살을 올리고 풍악으로 세월을 보내고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변장들과 군관들의 비행에 격분한 학봉선생은 즉시 변장들과 불법군관들의 태만정서를 적발하고 그들의 관직을 떼여버릴것을 요구하는 장계를 써서 조정에 올렸다.
몇달동안 황해도내의 고을을 시찰하고 병영을 돌아보면서 민폐와 군폐를 수두룩이 목격하고 나라의 부패한 정치를 개혁할 방안을 구상한 학봉선생은 조정에 장편으로 된 상소문을 써서 올려보내였다. 그 상소문의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가족의 침정지패(侵征之霸)가 폐단이 올시다. 병역에 나갔던 한사람이 도망쳤으면 그 가족에서 딴 사람이 대신해서 병역에 나가야 하고 그 가족에 대역으로 갈 사람이 없을 때는 이웃집에서 대신해야 되겠기에 한사람이 도망가면 한 가족이 달아나게 되고 뒤이어 그 마을사람들이 타지방으로 도망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황해도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라 온 나라에 넘치는 큰 폐단이옵니다.
    늙은이와 불구자도 면역을 시키지 않는것은 두번째 폐단이옵니다. 백성들은 성년이 되면 60세가 될 때까지 다 군역에 참가할 의무가 있는데 나이 60세가 넘었거나 병으로 앓거나  불구자인데도 면역을 시켜주지 않는것에서 큰 폐단이 생기는것입니다. 동방례의지국에서 늙은이를 존경하고 환자나 불구자를 보호하지 않아서야 어찌 되겠습니까...
    수군과 륙군의 류방(留防)과 부방(赴防)제도에 세번째 폐단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부방은 군역도 군역이지만 공급하는 포목과 식량부족때문에 큰 폐단이 있습니다.
    군사장비가 흐트러진것이 네번째 페단입니다. 황해도는 남쪽으로는 왜구의 침입이 있고 북쪽으로는 발해로 쳐들어올 수적(水贼)이 노리고있는 지역인만큼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예로부터 군사장비가 날카롭지 못하면 그 군사를 적에게 넘겨주는 격이고  군사가 훈련을  하지 않으면 장수를 적에게 넘겨주는  격이고 장수가 싸움을 할줄 모르면  그 나라를 남에게 넘겨주는 격입니다. 신은 일찍 해변사람들한테서 <중국사람인지 왜놈인지 정체를 알수 없는 도적들이 날마다 바다를 나돌면서 로략질을 일삼고있다.>는 말을 듣고 직접 조사해보았는데 풍천(丰川 )의 초도( 椒岛)와 장연( 长渊)의 백령도(白翎岛 ), 대청도(大青岛 ), 소청도와 해주의 연평도(延平岛 )는 이미 해적들의 소굴로 되였습니다. 그러나 변방을 지킨다는 장령들은 자기들이 지은 죄가 두려워서 이런 엄중한 사실을 조정에 반영하지 않고있다는것입니다...
    려외병( 旅外兵 :도주병) 수를 정리하지 않고 군적에 그대로 등록한것이 다섯번째 페단입니다.  명종 5년에 군적을 만들 때 지방수령들은 조정의 표양을 받으려고 억지로 머슴살이하는 사람과 거지까지 합쳐서 병졸의 수에 충당하여 조정에 거짓보고를 했었습니다. 당시 병조판서는 그런 실제정황을 료해해 보지지 않고 서뿔리 군적에 올려놓았는데 곳곳에서 도망가는 병졸이 수두룩이 나타나게 되여 병졸의 인수보충에 큰 문제점이 생겼습니다. 그뒤 병졸의 인수를 채우지 못하다보니 군적의 적힌 인수와 실제 수자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생겼습니다. 이 려외병들이 날마다 늘어나고있는데도  조정에서는 군인의 실제수를 알지 못하고있으며 군관들은 또 기회를 타서 군량과 포목을 탐오하는것을 일삼고있으니 군적을 시급히 정리하고 국방을 가강해야 되겠습니다.
공부(贡赋)의 표준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고 부역을 함부로 시키는것이 여섯번째 페단입니다. 공물을 토지에 따라 받는다든가 또는 다른 어떤 기준을 세워서 받아야 하겠는데  일정한 기준과 액수가 없이 맹목적으로 많이 거두어들이니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수 없고  또 지방수령들의 수탈도 점점 심해지고있습니다.>>
 
예리한 정치적 안광으로 여섯가지 페단과 시정대책을 내놓고난 학봉선생은 상소문의 뒤에 이렇게 썼다.
 
<<조상들이 살던 흥성한 시대에는 백성들이 홀아비홀어미의 신세가 되여 류랑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군사들은 건장하였고 방비도 견고하였습니다. 이것은 다만 조상들의 인자한 은혜와 덕택이 백성들의 마음속에 가득 찼을뿐만아니라 조정은 기강이 서고 상벌(赏罚)은 그 타당함을 얻었고 수령(守领)과 변장(边将)은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를 다하였기때문입니다. 이제 밝으신 임금이 우에 계셔서 백성들의 일을  걱정하시며 변경을 살피셔서 훌륭한 교지(教旨)가 내리리라 믿습니다.>>
 
    오로지 백성들이 받는 극심한 고통을 덜어버리는데만 일심정력을 다한 학봉선생의 이 상소문은 국왕과 현명한 신하들에게 큰 자극을 주었으나 당시의 국정에서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란 실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학봉선생은 황해도 순무어사로있는 짧디짧은 5개월동안에 신바닥이 다 닳도록 도내의 고을과 병영을 돌면서 병졸들과 백성들의 눈물겨운 생활상을 무수히 목격하였고 또 관리배들의 야수같은 탐욕성을 보아왔다. 그는 이 기간에도 인간세태를 반영한 수많은 시편을 창작했는데 그 시편은 후에 그가 쓴 상소문과 함께 <<해서록(海西录)>>이란 책에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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