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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기인 정치가 리항복3) 맘이몹시 헤푼 아이
2015년 12월 20일 13시 32분  조회:1569  추천:0  작성자: 옛날옛적
3.맘이 몹시 헤푼 아이
 
최씨부인은 작은 아들 교양에 전력을 몰부었다.항복이가 재잘재잘 말을 하기 시작하자 최씨부인은 아들의 첫스승이 되여 배우기 쉬운 조선글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어려운 한문을 배우려면 조선글부터 익히는것이 훨씬 유리하단것을 생각했던것이였다. 최씨부인은 먼저 받침이 없는 글자인 <가갸거겨…아야어여…>를 종이장에 적어놓고 아들한테 배워줬는데 워낙 영특하여 하나를 배워주면 열을 통하는  자상이는 어머니가  배워주는것이면 무엇이든 모조리  익히였다. 
한달이 지나자 최부인은 아들애에게 받침이 달린 글자를 배워줬는데 그것도 요령을 알려주니 총명한 항복이는 아무 어려움없이 배워냈다.
최부인은 애에게 학습의 취미를 심어주기위해 재미있는 동화를 종이에 써놓고 아들더러 읽게 하였다. 자상이는 처음에는 조금 더듬거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줄줄 읽어내려갔다.책읽기에 재미를 붙인 자상이는 어머니더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자꾸 적어달라고 졸랐다.그리하여 최씨부인은 아들애가 잠든 시간이면 매일 이야기 한가지씩을 종이장에 써놓느라 서둘러야 했다.
이젠 어린 아들에게 글을 쓰는 방법을 배워줘야했다. 최부인은 벼루에 먹을 가는것부터 시작하여 붓을 잡는 법이며 글을 쓰는 요령을 자세히 말하고나서 손수 시범을 해가며 글쓰는 요령을 배워주었다. 자상이가 붓글씨를 쓸줄 알게 되자 최부인은 또 아들에게  글쓰는데 재미를 붙여주려고 편지쓰는 방법까지 배워주었다.
 
자상이는 아침에 두시간가량 글을 배우고선 밖에 나가서 저희또래의 친구들과 놀았다. 남들보다 조선글을 먼저 익힌 그는 다른 애들보다 아는것이 많았고 총명하여 놀이를 할때는 언제나 대장이 되군했다. 그는 나무를 깎아 큰 칼을 만들어서 애들과 검놀이도 하고 진법놀이도 하고 “원님”이 되어 재판놀이도 했으며 강에 나가 미역을 감기도 했다. 매일 아침 깨끗이 씻은 옷을 입고 놀러 나가지만 집에 돌아올때는 진흙투성이가 되군하였다.
인왕산에 오얏꽃이 하얗게 핀 어느날, 자상이는 애들과 <원님놀이>를 하려고 집을 나왔다. 이날 어머니는 그에게 새로 지은 고운 옷을 한벌 입혀주었다. 자상이가 고운 옷을 입고 애들앞에 나타나자 애들은 눈이 둥그래지면서 무척 부러워했다.
“그옷 내 한번 입어보자.” 한 애가 그가 입은 옷이 얼마나 부러운지 자꾸 옷소매를 만지다가 큰 마음을 먹고 말했다.
“입어보려무나.” 자상이는 옷을 벗어서 그 애에게 건네주었다. 다 헤진 옷을 벗고 새옷을 입은 애는 너무도 좋아서 퐁퐁 뛰였다.
“새옷을 입어보니 그렇게 좋니?”
“좋구말구. 금세 날아갈것만 같구나.” 
“그옷이 정 입고싶으면 네가 입으려무나.” 
“정말이야?” 소년은 항복이의 말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 봤다.
“사내대장부 말 한마디가 천금보다 무겁다는데 내가 한 말을 거둬들이겠냐? 네가 아주 입어라. 나는 어머니보고 새로 한벌 만들어달라하면 되잖니.” 리항복은 마음놓으라는 뜻에서 빙그레 웃었다.
”고마워. 내 너 은혜 한평생 잊지 않을게.” 새옷을 얻어입은 소년은 산토끼같이 깡충깡충 뛰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네 새옷은 어쩌고 그꼴로 왔느냐?” 아침에 새옷을 입고나간 아들애가 웃도리를 벗은채 대문안으로 들어오는것을 본 어머니가 물었다.
“옷 없이 헐벗은 애가 너무 불쌍해서 줘버렸어요.”자상이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어머니를 쳐다보며 싱글싱글 웃었다.
“네가 입던 옷이 많은데 낡은 옷을 주지 않고 하필 새로 지어 하루도 입지 않은 옷을 남에게 주다니? 너는 속이 너무 헤프구나.이 어미가 새옷을 짓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너는 아느냐?” 어머니는 자상이가 한 일이 아주 대견스러웠지만 아들의 마음을 떠보느라 일부러 성이 난듯 아들을 꾸짓었다.
“어머니,옷이 없는 애한테 옷을 주려면 새것을 줘야 성심이지 헌옷을 준는건 가난한 사람들을  못산다고 깔보는게 아니예요?”
“오냐. 네 말에 일리가 있구나.그럼 집안에 들어가서 다른 옷을 찾아입거라.”
“예” 자상이는 방에 들어가서 다른 옷을 갈아입고나서 다시 애들을 찾아 깡충깡충 뛰여갔다. 그는 애들이 부자집애든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든 가리지 않고 허물없이 친구로 사귀였다.
자상이가 일곱살이 되자 아버지인 리몽량은 저녁에 관청에서 돌아오면 자상이에게 천자문을 배워주었다.남의 집 애들은 일년을 배워줘도 다 익히지 못하는 천자문을 영특한 자상이는 반년이 못되여 다 읽고 쓸줄 알았다.
어느날 저녁식사를 마친 리몽량은 아들의 담력을 시험해보고싶어서 항복이를 보고 말했다.
“자상아, 너는 마을 서쪽에 백년 묵은 느릅나무가 있는것을 아느냐?”
“알구말구요. 소자는 날마다 그 나무근방에 가서 노는데요.”
“그러냐? 듣는 말에 밤중이면 백년묵은 요귀가 그 나무의 썩은 구멍안에 가 들어가서 웅크리고 잔다더라.”
“아버지,그럴 리가 없어요. “ 소년은 아버지의 말을 단호하게 반박했다.
“ 그럼 오늘밤에  네가 그 느릅나무앞에 가서 직접 알아고 올 용기가 있느냐?”
“있구말구요. 그까짓거 뭐 두려울게 있다구요..소자가 오늘밤에 직접 가서 알아보겠어요.”
아들은 대수롭잖게 대답했다.
“음, 그러거라.”
1경이 좀 지나니 밖은  캄캄해졌다. 항복이는 혼자 어슬렁 어슬렁 마을 서쪽으로 갔다. 고목나무앞에 이르자 그는 허리를 구부리고 썪은 나무통안을 들여다보았다. 이때 나무구새통안에서 큰 주먹하나가 불쑥 나왔다.소년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그 주먹을 불끈 쥐였다.체온이 감각되는 따스한 손이였다
(듣는 말에 요귀란 형체는 있어도 살이 없어서 잡으려고해도 잡혀지지 않고 체온도 없다지 않았던가? 이건 분명히 사람의 손이야. 그럼 누가 이 밤중에 나무구새통안에 들어가 잔단말인가?) 어린 항복이는 대뜸 아버지가 자기의 용기를 시험하려고 그랬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아버지, 어서 나오세요.소자는 아버지께서 소자의 담력을 시험하시는라 그러신걸 다 알고있어요.”
“허허, 그러냐?” 리참찬은 아들의 용기와 지혜에 다시 한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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