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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기인 정치가 리앙복 29) 리여송의 점심밥과 룡의 울음소리
2015년 12월 24일 14시 19분  조회:960  추천:0  작성자: 옛날옛적
 29.리여송의 점심상과 룡의 울음소리
이해 7월에 명나라의 료동부총병으로 있던 조승훈(祖承訓)이 조선을 지원하는 선발대로 사유(史儒) 등과 함께 5천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압록강을 건너왔고 8월에는 심유경(沈惟敬)이 유격장군으로 임명되여 조선으로 왔다.
명나라 장군들을 영접하러 갔던 리항복은 조승훈과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크게 실망하였다.조승훈이란 사람은 리항복이 바라던 바와는 너무 달리 위인이 교만방자하고 경솔한데다가  지략이 너무없었다.리항복은 이런 사람이 지휘하는 군사는 백번 싸워서 구십아홉번 패배할것이라 생각하고 크게 실망하였다.
리항복의 짐작은 과연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다. 조승훈은 평양성을 당장에 탈환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나서 군사를 이끌고 평양성을 향해 진격했다. 그런데 적정을 잘 살피지 않고 급행군을 하던 그들은 중도에서 왜적의 기습을 당해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하고 크게 패하였다.동행했던 사유가 적의 조총에 맞아 맥없이 죽자 질겁을 한 조승훈은 겨우겨우 목숨을 건져 패잔병들과 함께 압록강을 건너 료동으로 도망쳤다.그는 료동으로 도망간 뒤 자신의 체면을 내세우기 위해 조선국이 암암리에 왜놈들을 돕고있다는 요언을 퍼뜨리면서 조선국의 조정을 무함하였다.
명나라에서 조선에 대한 태도가 변할것을 우려한 리항복은 다시 임금에게 주청하여 사신을 북경에 보내 명나라에서 대군을 파견할것을 재촉하도록 하였다.
이해 12월에 제독 리여송(李如松)이 명나라 황제의 명을 받고 4만 3천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압록강을 건너왔다. 토번과의 전쟁에서 여러차례 공을 세운 리여송은 토번을 멸하지 않고 조선으로 나오는것이 마음에 그리 내키지 않는지라 압록강을 건넌 뒤 바로 조선왕이 거처하고있는 의주로 떠나지 않고 강변에 류진하고있었다.
접반사를 맡은 리항복은 리덕형, 류성룡과 함께  강변에 마중을 나갔었다.그들은 리여송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나서 “도독께서 우리 조선을 구하려고 만리원정을 하셨으니 감격무려로소이다.”하고 거듭거듭 치하하였다.
점심때가 되여오자 리여송이 접반사를 맡은 리항복을 불러서 점심상을 차릴것을 분부했다.
“오늘은 대군이 귀국땅에 들어온 첫날이니 점심상을 각별히 마련해야되겠소이다. 반드시 황하의 물로 밥을 짓고 룡의 간으로 회를 치고 돌미간적으로 안주하도록 해야겠소이다.”
리항복이 그 말을 들어보니 리여송이 분명히 무슨 트집을 잡으려는것이였다. 그렇다고 그와 맞서 시비를 가릴 처지도 못되였다. 그는 류성룡과 리덕형을 불러놓고 함께  대책을 의논했다.
“황하수가 여기서 수천리 떨어져있는데 어떻게 구해다 오늘 점심밥을 지으란 말이오?”
리덕형이 너무도 기가차서 말하자 서애대감 류성룡이 대답했다.
“황하수를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네. 고서에 압록강의 원류가 황하수와 통했다 적혀있으니 저 압록강의 물을 길어다가 밥을 지으면 리여송도 할말이 없지 않겠소?그런데 미륵간적(弥勒肝炙)을 가져오라니 인간세상에 그게 어디 있나 말일세.”
“미륵간적을 구하는건 어렵잖소. 석불적(石佛炙)이 바로 조포일세.두부지짐을 상에 올려놓으면 리도독이 딴말은 하지 못하겠지만 룡의 간을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리니  참으로 황당하구려.”
리항복의 푸념에 리덕형이 대답했다.
“룡의 간은 내가 구해오리다.”
“자네가 룡의 간을 구해오겠다구?”
리항복은 친구의 말에 둔이 휘둥구레졌다.
리덕형은 그길로 급히 강변에 나가더니 백사장에 꿇어앉아서 하늘을 향해 세번 절을 하고 경문을 읽고나서 빌었다.
“소소(炤炤)하신 명천은 굽어살피소서. 조선국의 위태함이 조석에 달려있고 억조창생의 목숨이 시각을 다투오니 명명하신 명천은 이 사정을 하감하시고 룡국에 분부하여 룡 한마리를 불러주옵소서.룡의 간을 명나라의 제독 리여송의 식상에 올려놓아 칠성판에 놓인 우리 조선국을 구해볼가 하나이다. 룡의 간을 얻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국파군망하올지니 이 아니 원통하리오.”
 말을 마치고 앙천통곡을 하니 그 정상이 하늘에 사무쳐서 룡왕을 감동시켰는지 갑자기 룡 한마리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강변에 내려 백사장에 누웠다.
 리항복이 급히 달려가서 룡에게 경서를 읽어주니 룡이 고개를 끄덕이기에 즉시 룡의  배를 갈라 간을 내여 회를 쳐서 리여송의 식상에 올려놓았다.
리여송은 식상에 놓인 룡의 간을 보고 짐짓 놀랐으나 내색을 하지 않고 다시 트집을 부렸다.
“룡의 간을 먹으려면 소상반죽(潇湘斑竹:호남성 소수, 반수에서 나는 무늬있는 대나무)으로 만든 젓가락으로 집는것이 제법인데 그걸 장만했소이까?” 
이럴줄을 알고 옆에 서서 기다리던 서애대감 류성룡이 행건속에 간직한 무늬있는 참대젓가락을 꺼내 리여송에게 공손히 올렸다.
“ 참으로 대단하오. 룡의 간은 어떻게 구했으며 소상반죽은 어이 알았는고? 조선 대신들의 충성은 하늘에 사무치고 지혜 또한 천하에 으뜸이오.”
조선 신하들의 재주와 충성에 놀란 리여송은 세사람과 주안상을 같이하고 맛나게 점심을 들었다.
식사를 마친 리여송은 대오를 정돈한 뒤 위무당당하게 의주로 향하였다.
의주에 당도한 리여송은 자신이 조선의 국왕을 배알하려 가지 않고 리항복더러 조선왕을 막사에 모셔오라고 분부하였다.
리항복은 리여송이 조선왕을 릉멸하는 태도를 보니 울화가 치밀어올랐지만 칼날을 잡은 사람이 칼자루를 쥔 사람에게 이길수 없는 법이라 억울함을 간신히 참고 선조왕을 막사로 모셔왔다.
선조왕은 모욕을 당한감이 들어 무척 괘씸했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장막으로 와서 리여송의 손을 잡고 원로의 로고를 위로하고 적잖은 치하의 말을  해주고 돌아갔다.
조선국의 임금이 리여송을 찾아와 만나줬으니 모든 일이 다 순리롭게 해결되였는가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선조왕이 궁으로 돌아간 뒤 리여송은 리항복을 보고 새로운 트집을 잡았다.
“내가 귀국 국왕의 용모를 잠간 보니 대왕의 기상이 없더이다. 내가 목숨을 걸고 구원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겠소이다. 래일 나는 본국으로 돌아가려 하오. 당신네 국왕에게 알려주시오.”
참으로 마늘 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친것이나 다름없었다.리항복은 리여송에게 좋은 말로  달래여도 아무런 소용이 없자  선조왕을 찾아가지 않을수 없었다.그는 리여송이 한 말을 차마 입밖에 내놓을수 없어서 오래동안 망설이다가 부득불 임금한테 입을 열었다. 
선조왕은 리항복의 말을 듣고나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고나서  말했다.
“천성으로 생긴 얼굴인데 이제 과인이 어떻게 고친단 말이요?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로 되였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겠나?”
“전하, 과히 상심하지 마십시오.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길이 있다지 않습니까? 소신에게 한가지 작은 계교가 있나이다. 전하께서 한번 이리이리 해보시면 리여송은 결코 반사하지 않을것입니다.”
리항복이 리여송의 막사로 돌아가자 선조왕은 즉시 대궐문을 열어놓고 큰 독안에 들어간 뒤 하늘이 조선국을 구해달라며 목청껏 울었다. 독에 울려 나오는 울음소리는  얼마나 우렁찬지 주위의 산천까지 진동하였다.
막사에 있던 리여송은 갑자기 대궐에서 울려나오는 우렁찬 곡성을 듣고 크게 놀라 리항복에게 물었다.
“이건 어디서 누가 우는 소리요?”
“도독께서 반사하신다는 말씀을 들으신 우리국왕께서 국사를 생각하고 너무 상심하신 끝에 저렇게 통곡을 하고계십니다.”
“그렇소? 내가 잠간 국왕의 안면을 보니 왕자의 기상이 아니였는데 국왕의 울음소리는 실로 동해 철룡의 목소리구려.내가 귀국 국왕의 외모만 얼핏 보았지 깊은 속을 볼줄 몰라서 하마트면 큰 실수를 저지를뻔 했소이다. 내가 반사하지 않는다는것을 귀국의 국왕에게 알려주시오.”
리여송은 조선국에 남아서 왜적을 칠 뜻을 밝히자 리항복도 한시름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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