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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기인 정치가 리항복 34) 너그러운 용서
2015년 12월 24일 15시 11분  조회:1142  추천:0  작성자: 옛날옛적
 34.너그러운 용서
어느날 사간원에 있는 젊은 관리가 김제군수와 초계군수를 탄핵하는 상소문을 임금에게 올렸다. 선조왕이 상소문을 읽어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였다.
김제군수는 부임하던 날,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왔는데 그는 자기의 출세를 어머니에게 자랑하고 또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리려고 련꽃구경을 한다는 소위 상련회(赏莲会)를 열었다. 그는 술과 안주를 푸짐히 장만하고 기생이며 광대까지 불러 질탕하게 논 일이 있었다. 그리고 초계군수는 난리후 상관이 초계읍을 돌아보려 내려왔을 때 상관에게 잘보이려고 했는데 관가에 기생이 없었다. 수청들 기생이 없으니까 민간의 술장수를 관가의 기생으로 가장시켜 상관의 수청을 들게 한 일이 있었다.이는 상관을 속이고 조정의 법도를 무시한 행위이므로 반드시 엄히 다스려야 한다는 내용이였다.
선조왕이 상소문을 읽어보니  이런 사실은 지방의 수령들치고 흔히 있는 일이였다.선조왕은 이것은 임금이 머리를 쓸 중대한 사건이 아니지만 사간원에서 올린 상소문인지라 깔아뭉갤수가 없어서  리항복에게 맡기면서 리조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분부하였다.
(지금 나라에서 시급히 처리해야할 일이 태산같이 많고 많은데 이따위 자질구레한 일까지 리조에 맡겨 처리하라고 하는것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구나.) 리항복은 그 두 군수가 평소에 군청에서 공무를 착실히 보고 백성들속에 위신이 비교적 높다는 말을 들어왔었다.  그들이 출세를 해보겠다고 십여년동안 집안에 박혀 두문불출하고 산데미같은 책을 읽고 머리카락이 희슥희슥한40대에 이르러서야 겨우 지방군수라는 깨알만한 벼슬자리를 얻었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다른 큰죄를 지은것도 아닌데 이 한가지 과실을 가지고 그들을 면직을 시킨다면 그들의 전도는 끝장나는게 아닌가?사람이 신선이 아닌데 누가 종신토록 과오를 범하지 않는단 말인가?그들을 한몽둥이로 쳐눕힐게 아니라 잘못을 고칠 기회를 주는게 도리가 아닌가?그는 무슨 방도를 써서라도 그들을 도와주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리조의 정식 회의에서  두 군수가 범한 과오를 선처하자고 제출하면 대간들이 또 들고일어나 조정안이 무척 시끄러울 판이니 이를 어찌한담?
어느날 리항복은 대신들과 이 일을 조정의 정식회의에 내놓지 않고 휴식시간에  밖에서 한담을 하는 기회를 빌어 자기의 뜻을 은근히 내비치면서 다른 관원들의 동의를 얻어보려고 하였다.
이때 조정의 소환을 받고 대궐에 와 있으면서 조정의 처분을 기다리는 초계군수가 비맞은 수탉같이 머리를 땅에 떨구고 뜰로 지나가고있었다.
“저사람이 김제군수 아무개가 아닌가?”
“그러하옵니다.대감.”
“여보게,이  사람, 여기로 좀 오게.” 
리항복대감의 부름에 김제군수는 몹시 불쾌하였으나 례절을 지키느라 걸어와서 공손히 절을 올리고나서 물었다.
“ 대감께서 하관을 부르셨습니까?”
“그렇다네. 지금 자네일을 가지고 상의하려는 중이네.한번 자그마한 벼슬아치의 위풍을 자랑하려다가 무슨 꼴이 되였나? 남들은 그보다 더한 짓을 하고도 걸리지 않았는데 자넨 참 재수가 되게 없구먼.내가 보기엔 자네가 저지른 일이 철직까지 받아야 할 큰죄는 아닐세만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 다를테니 모를 일일세. 나는 자네와 아무런 친인척관계도 없고 지어 안면조차 없는 사람이니 내가 자넬 두둔한다고 누가 날 바보라고 놀리지야 않겠지? 안그런가? 이번 한고비 넘겼다고 안심을랑 말고 매사에 각별히 신중하게.허허허.”
리항복이 히물히물 웃으며 이렇게 말하자 좌중에 있던 사람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음통을 터뜨렸다.그들은 오성대감이 김제군수를 훈계하는척 하면서 일부러 그들이 들으라고 연극을 꾸민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 
“대감의 해학에 등골을 뺐습니다.”
“하도 우스워서 배가 아파 물러나겠습니다.”
“대감께서 그만큼 교육했으면 됐습니다. 처벌은 무슨 처벌을 합니까?”
모였던 신하들이 두 군수를 파면시키지 말자는 리판서의 제의를 따르고 하나둘 물러나자 두 군수에 대한 처벌문제는 회의를 정식으로 열기전에 풀린 셈이였다.
한가지 골치아픈 일이 쉽사리 해결되자 리항복의 마음도 한결 후련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의 머리속에는 한수의 시조가 엮어졌다.그는 걸어가면서 소리높이 시조를 읊었다.
선(善)으로 패(败)한 일 보며 악(恶)으로 이룬 일 본다.
이 두 즈음에 취사(取舍) 아니 명백하냐
평생에 악된 일 아니하면 자연위선(自然为善)하리라. 
 이 소식을 들은 사간원의 그 젊은 선비도 자세히 생각해보니 자신의 처사가 너무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소문을 써보낸것을 후회하고 더는 이런 일을 들먹거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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