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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기인 정치가 리항복 36) 소박당한 한음의 소실
2015년 12월 24일 16시 01분  조회:1248  추천:1  작성자: 옛날옛적
  36.소박당한 한음의 소실
명나라에서 다시 왜적을 정벌하러 나왔는데 경리군무 어사 양호(经理军务 御史 杨镐)가 격문을 써서 조선의 호조,병조,공조판서 등이 국경에 나와 그들을 영접할것을 요구하였다
리항복은 리덕형과 함께 압록강을 건너 구련성(九连城)까지 가서 양호 일행을 맞이하였다. 명나라에서 사신이 오거나 대신들이 오면 조선의 접반사들의 능력을 저울질하는게 정하지 않은 법이였다.접반사를 맡은 리항복은 양호가 내놓은 여러가지 까다로운 질문을 일일이 재치있게 대답하여 그의 찬탄을 자아냈다. 
리항복과 리덕형은 양호를 설득하여 서울의 방어를 가강하여 서울이 적에게 점령되는것을 막아냈다. 리덕형이 명나라 군사를 따라 울산까지 내려가서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게 되였다.
“이번에 남하한 김에 리순신장군을 꼭 만나보고오게. 우리수군과 명나라의 수군의 잘 합작하여 바다를 물샐틈없이 방비하면 왜놈들의 수군은 우리나라의 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할것이네.”
리덕형은 울산에 갔다가 다시 리순신장군이 있는 수영을 찾아가서 리순신장군을 만나  그의 로고를 치하하고나서 리항복대감의 뜻을 전하였다.
    선조 31년(1598년) 6월,리덕형은 38세의 젊은 나이에 우의정에 올랐다가 좌의정으로 승진했는데 조선력사상 가장 젊은 재상이였다.국사와 군사의 중임을 한몸에 지닌 리덕형은 찌는듯한 삼복더위에도 대궐안에서 먹고 자면서 국사를 처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선조왕은 한음이 비지땀을 흘리며 수두룩이 쌓인 문건을 일일이 심열하는것을 보고 가슴이 쓰라렸다.그는 리덕형이 과로로 쓰러질까봐 두려웠다.그는 리덕형을 보고  며칠동안 집에 돌아가서 휴양하고 돌아오라고 말미를 주었다.
    한음 리덕형은 17세때 결혼하였다. 그가 어릴적에 길에서 애들과 놀고있는데 길을 가던 토정 리지함(土亭 李之菡:1517-1578)선생이 우연히 이 애를 보고 그가 장래에 큰 인물이 되리라는것을 보아내였다. 리지함은 당시 령의정에 있는 조카 리산해에게 딸을 리덕형이에게 시집보낼것을 권하였다. 숙부 리지함이 세상에 둘도없는 이인(异人)임을 잘 아는 리산해는 숙부의 조언을 받아들여 둘째딸을 네살우인 리덕형과 혼약을 맺게 하였고  딸애가 열세살이 되자 리씨댁으로 시집을 보내였다.
     한음의 부인 한산리씨는 시집온 뒤 아들 셋을 보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남편은 어가를 호위하러 집을 나갔는데 왜군이 서울을 쳐들어오자 그녀는 여덟살난 둘째아들 여벽(如璧)과 세살난 작은 아들 여황(如黄)이를 데리고 시아버지의 고향인 강원도 안협으로 들어가서 어려운 피난살이를 하였다.
그해 9월에 왜적들이 안변으로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나자 한산리씨는 안변에서 멀지 않은 백암산속에 들어가서 몸을 피했다. 그런데 왜놈들이 백암산으로 쳐들어오자 정조를 생명보다 중히 여기는 그녀는 왜놈들에게 몸을 더럽힐까봐 높은 바위에 올라가서 남편이 있을 북쪽하늘을 향해 고별인사를 하고나서 치미로 낯을 가리우고 절벽에서 떨어져 스물여덟살의 꽃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한음의  어린 두 아들은 절벽아래에 달려와서 어머니의 시신을 안고 구슬프게 울부짖으며 어쩔바를 몰라했다.이 처참한 광경을 하인들이 보고 부랴부랴 달려왔다.그들은 한음부인의 시신을 수습하여 산기슭에 림시 매장했다가 란이 끝나자 양평군 양서면 목왕리의 유택에 장사지냈다.
선조왕은 그 소문을 듣고 크게 감동되여 그녀의 절개를  칭송하고 동네 입구에 정려문(旌闾门)을 세워주도록 명하였다.
   리덕형이 궁을 떠나던 날은 찌는듯한 무더위가 지속되여 일사병에 걸려 쓰러지는 사람까지 있었다. 
가혹한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안해를 잃은 리덕형은 부득불 소실과 살림을 꾸리였다. 그러나 명색이 살림살이지 공직에 몸매인 그가 소실이 사는 집에 가는 차수는 가물에 콩나듯 드물였다.  
한음이 경운궁(庆云宫)이라는 시어소(时御所)로부터 안국방에 사는 소실의 집까지 말을 타고 오는데 땀이 비오듯 내리고 현기증까지 나서 하마트면 졸도할뻔 하였다.
    한음의 소실은 고향이 안동인 녀자로서 총명령리하고 성품이 현숙한데다가 한음을 지극히 사랑하였다. 그녀는 한음이 집에 온다는 기별을 받자 너무도 기뻐서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나가 땀투성이로 된 한음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계집종을 시켜서 한음을 부축하여 사랑에 모시게 한 뒤 땀에 젖은 옷을 벗겨주고  몸에 가득한  땀을 닦아주고나서 부채질까지 해주었다.그녀는 우물에 가서 찬물을 길어와서 한음에게 갈증을 풀게 하고나서 볶은 찹쌀가루와 강릉 석청을 타서 제호탕을 급히 만들어서 한음더러 마시게 하였다. 한음이 제호탕을 다 마시고나니 그녀는 한음이 세수하고  발까지 씻으라고 대야에 더운 물까지 떠다주었다.
   마음씨가 비단결같은 리덕형은 사랑스러운 소실이 자기때문에 잠시도 쉬지 못하고 찌는듯한 무더위에 진땀을 흘리며 고생하는것을 보니 가슴이 쓰라리였다. 참으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입으로 핥으면 꿀같이 달것같은 소실이였다.그는 자기의 소실에 대한 뜨거운 사랑때문에 함께 있게 되면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정사를 다스리는데 도리여 영향을 끼칠까봐 두려워졌다.
소실의 댁에서 하루밤을 자고난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 생각이 깊어졌다.  나라의 중책을 짊어진 내가 이러고있을수가 있나? 아침밥상을 물린 그는 꿈에서 깨여난듯 벌떡 일어났다.
   “이보게,우리 오늘부터 헤여지세. 하인이고 재산이고 모두 자네 주겠네. 왜 헤여지는가 하는 원인은 묻지 말게.”
    한음은 앞도 뒤도 없는 말 한마디를 던지고나더니 소실의 고운 얼굴을 더  돌아보지 않고 뜰에 나와 말에 오르더니  채찍질하여  조정으로 떠나버렸다.
    사랑하는 남편을 영문도 모르게 잃어버린 한음의 소실은 너무도 기가막혀 방안에 들어가 쓰러져서 오래동안 대성통곡을 하였다.
   그뒤 리항복은 한동안 병사(兵使)를 맡고 남방의 전선으로 내려가게 되였다. 리항복이 바야흐로 임지로 떠나려고하는데 리덕형의 소실이  찾아왔다.그녀는 리항복과 상의하여 리덕형에게 남자종을 보내여 남편이 자기를 버린 연유를 알아보려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음은 명나라의 사신을 맞는 접반사를 맡고  경상도지방으로 떠났었다. 한음의 소실은 그 소식을 듣고나서 크게 실망하여 한동안 식음을 전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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