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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기인 정치가 리항복37) 변무사를 맡고
2015년 12월 25일 06시 27분  조회:1237  추천:0  작성자: 옛날옛적
   37.변무사를 맡고
   얼마뒤 리항복은 다시 병조판서로 임명되였는데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다섯번째로 맡은 군사직무였다.왜적이 전국각지에 웅거해있고 명나라의 군사들이 수륙(水陆)으로 모여드는 때를 만나서 모든 군려(軍旅)에 관계된 일은 병조에 귀속되지 않은것이 없었다.
리항복은 편의에 따라 조처하며 일처리에 언제나 여유를 두었다.그는 항상 여분으로 베 만필을 비축해놓아서 급한 일을 당할때 쓰도록 대비하였다.그리하여 양경략(杨经略)이 그의 재능에 감복하여 매양 어려운 일을 만날때마다 “리판서,리판서를 기다려서 해야겠다”하고 입버릇처럼 말하였다.
    무술(1598)년 가을에 명나라에서 정응태(郑应泰)라는 자가 감찰사를 맡고 조선에 내려왔었다. 그는 중국에서 자기의 경쟁자인 양경략이 조선에 와서 많은 전공을 세우는것을 보니 시기심이 굴뚝같이 솟아났다.그는 본국으로 돌아가자 황제에게 양경략이 야심을 품고 황제의 명을 잘따르지 않는다고 무함하면서 양경략을  탄핵하였다.
   조선을 돕기위해 이역만리에 와서 생사를 가리지 않고 적과 싸워 많은 전공을 세운 사람에게 상은 후하게 주지 못하더라도 무함을 당하고 탄핵당하게 하는것은 결코 수수방관할수 없는 일이였다.리항복은 국왕에게 상주하여 명나라황제에게 양경략이 조선에 와서 세운 공을 상세히 알리는 동시에 그의 직무를 보류해줄것을 제의하도록 하였다.
조선 조정에서 양경략을 비호한다는것을 알게 된 정응태는 조선국에 앙심을 품고 이를 갈았다. 그는 황제에게 주문을 올려 조선국의 임금과 신하들을 미친듯이 무함하였는데 언사가 잔혹하기 비할데 없었다.
     선조왕은 대단히 놀라 당장 사신을 명나라에 보내 진상을 해명하려고 하였다. 선조왕은 사신으로 령의정 류성룡을 맘속으로 점찍어놓고 그의 뜻을 물었다. 
당시 류성룡은 신병이 있어서 약을 쓰는 중이여서 선조왕물음에 대뜸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성질이 불같은 선조왕은 류성룡이 명나라로 떠나가기 꺼려하는 기색을 보이자 노염을 품고 류성룡을 파직시켰다.
선조왕은 리항복을 의정부의 우의정에 임명하고 오성부원군에 책봉한 동시에 명나라로 갈 진주사(陳奏使)로 삼았다.그러자 리항복은 두차례나 공문을 써올려 강력히 사양하였다.
“전하,신이 명나라에 진주사로는 갈수 있지만 우의정만은 맡을수 없습니다.”
“명나라에 진주사로 가는 대신이 정승도 아니면 명나라에서 중시해줄수 없어서 그러네.”
“진정 그러하오면  잠시 우의정이란 이름을 빌려서  출국하겠나이다.”
   “명국에 가서 변무(辩诬)를 하려는 사신의 신분으로서 먼저 황제를 속여서야 되겠는가? 거짓이 아니라 당당한 우의정의 신분으로 출국하시오.”
   선조왕이 무함을 바로잡기 위해 출국하는 사신이 거짓 정승질은 할수 없다고  강조하자 리항복은 마지못해 우의정의 관직을 맡고 명나라로 떠나게 되였다.
    리항복이 출국을 하려고 한창 행장을 수습하는데 리덕형의 소실이 또 찾아왔다.
“네가 어인 일로 찾아왔나?”
리항복이 의아해하며 이렇게 묻자 한음의 소실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소첩은 허물투성이라 우리 대감의 버림을 받을 운명이지만 대감께서 소첩을 갑자기 버린 리유나 알고저 찾아왔나이다.” 한음의 소실은 오열을 터뜨렸다. 하염없는 눈물이 고운 얼굴을 타고내렸다.
“래일 내 한음을 만나 물어보고 알려주겠으니 너무 상심해 하지 말고 집에 돌아가거라.”
이튿날 리항복은 한음을 만나 그가 사랑하는 소실을 버린 리유를 물었다.
“기실 그애에겐 티끌만한 허물도 없네.그애가 너무 귀여워서 버리고말았네.”
“아니, 그것도 말이라고 하는가?”
“나라의 형편이 이같이 어려운 상황인데 내가 색에 깊이 빠져서 정사를 옳게 처리하지 못하여 나라에 죄를 질까봐 두려워서 버렸다네.”
“자네 그 뜻이 참 장하고 거룩하네.” 리항복은 그 말에 감동되여 미더운 친구의 손을 굳게 잡고 흔들다가  작별하였다.
리항복은 부인에게 도봉산에 있는 절에 들어가서 수녀로 있으려고하는 한음 리덕형의 소실을 극력 만류하라고 분부하였다. 리항복의 부인은  한음 리덕형의 장인인 리산해댁을 찾아가서 두 늙은이를 설복하여 한음의 소실을 리산해대감의 댁에 데려가서 한동안 함께 살도록 하였다. 이 일은 물론 한음 리덕형에게는 절대적인 비밀에 붙이였다.
리항복은 부사(副使) 리정구(李廷龟) 및 수종들과 통역을 데리고 하루에 이틀길씩 달려서 명나라의 수도에 이르렀다.그는 명나라 황궁에 주문을 올리고나서 여러 각부(阁部)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정문(呈文)을 올려 사실의 진상을 밝히였다.리항복을 만나보고 그의 풍모를 존경하게 된 명나라의 대신들은 리항복이 쓴 정문을 읽고나서 깊이 감동되였다.그들은 황제에게 주청하여 오해를 풀고 일을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말하면서 서로 다투어가며 리항복에게 주안상을 차려 극진히 대접하였다.
“국가의 수치는 이제 곧 씻어질것이니 과히 걱정할것이 없습니다.”
여러 대신들의 말을 듣고 사건의 진상을 알게된 명나라 황제는 대노하여 즉시  정응태를 파직시키고 다시 조선국에 칙서를 보내 조선국의 왕과 대신들을 위로하였다.
이듬해 봄에 리항복은 변무사의 사명을 완수하고 무사히 조선국에 돌아왔다. 선조왕은 크게 기뻐하며 리항복에게 령의정을 제수하고 호종(扈从)의 공 1등에 책록하였으며 전답과 동복(僮僕)을 특별히 하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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