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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시간
2015년 12월 18일 10시 23분  조회:3080  추천:6  작성자: 行者金文日
  새벽 한시반즈음 괴이한 꿈에 놀라 깨여났다. 뒤치락거리다가 아예 자리를 차고 일어나 명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쉽게 명상삼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자꾸 잡생각이 머리속을 가득채웠다. 이럴땐 잠시 쉬는것도 좋을듯 싶어서 홍차 한잔을 달여서 마셨다. 따스한 차가 가슴을 타고 흐르면서 서서히 마음이 가라앉는걸 느꼈다.
다시 명상에 들어가서 오전 6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아이들이 깨여나서 떠드는 소리때문이다.
  어제는 회사에서 회식을 하고 핸드폰 밧데리가 없는걸 모르고 들어왔었는데 핸드폰마저 꺼져있었다. 오늘 일찍 직원면접이 있다는것이 생각나서 부랴부랴 회사에 나왔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됐다.
  오전에는 직원면접으로 시간을 다 보내고 점심을 대충 때운후 오후에는 은행에 다녀오고 손님 몇명을 만났다. 다 비즈니스에 관련된 사람들이였다. 그러고나니 또 하루가 다 지났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 한편 무섭고 걱정이 간다. 그제야 문뜩 새벽에 꾼 그 괴이한 꿈이 생각났다. 어떤 곳에 갇혀서 빠져나가려고 애쓰다가 깬꿈이였다. 해몽을 해보면 내가 요즘 어떤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거다. 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꿈인것이다. 그래서 좁은 공간을 탈출하려고 애쓰는 꿈이 나타난것이였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안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이 우리 11주년 결혼 기념일이란다. 그것마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안해는 몹시 실망한 눈치였다. 그런데도 어떻게 잘해보려는 마음마저 없이 내 몸과 마음은 후줄근해 있었다. 안해한테는 미안했지만 내일 꼭 보충하마하고 약속했다. 그러구보니 나는 요새 뒤 돌아볼새도없이 일에만 매달렸나본다. 어떻게 회사를 잘 해갈까? 어떻게 직원들에게 큰 보상을 해줄가에대한 생각만으로 달려왔던것이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고 스트레스에 시달렸나본다. 어릴때부터 써오던 일기마저 벌써 몇일째 손을 놓고 있었다.
  오늘저녁을 계기로 내 마음의 평형을 다시 잡아봐야겠다. 너무 일에 마음을 빼앗기다보니 오히려 평형된 마음을 찾지 못하는듯 싶다. 그래서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가정도, 우애도 멀어지는것이다.
  중국말속담에 “近墨者黑近朱者赤“(먹과 가까이한사람은 검어지고 주사와 가까와진사람은 붉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사업을 한답시고 장사하는 사람들과 그리고 현실적인 리익만을 따지는 사람들과 너무 가까히 하다보니 내 마음을 다스릴 시간이 전혀 없다.
  불경에도 心为法本 心尊心使 中心念恶 即言即行 罪苦直追 车轹于撤 心为发心 心尊心使 中心念善 即言即行 福乐自追 如影随形 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풀어서 계시를 적어놓은걸 보면 이러하다.
 
마음은 모든 일의 근본이 된다.
 마음이 주인이 되여 모든일을 시키나니
 마음속에 악한 일 생각하면
 그 말과 행동도 또한 그러하리라
그때문에 괴로움은 그를 따르리
 마치 수레를 따른 수레바퀴처럼
 
마음은 모든일의 근본이 된다
마음이 주가되어 모든 일을 시키나니
마음속에 착한 일 생각하면
그 말과 행동도 또한 그러하리라.
그 때문에 즐거움은 그를 따르리
마치 형체를 따르는 그림자처럼
 
  불경이야기가 나오니 따라서 이런 이야기가 한편 떠오른다. 한때 부처님이 “기사굴”산에서 정사(精舍)로 돌아 오시다가 길에 떨어져있는 낡은 종이를 보시고, 비구를 시켜 그것을 줍게 하시고 그것이 어떤 종이냐고 물으셨다. 그 비구가 여쭈었다.
“이것은 향을 쌋던 종이입니다. 향기가 아직 남아 잇는것으로 보아 알수있습니다.”
부처님이 다시 나아가시다가 길에 떨어져 있는 새끼를 보시고 그것을 줏게 하여 그것은 어떤 새끼냐고 물으셨다. 그 제자가 다시 여쭈었다.
“그것은 생선을 꿰였던 것입니다. 비린내가 아직 남아 있는것으로 보아 알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에 말씀하셨다.
“사람은 본래 깨끗한 것이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부르는것이다. 어진이를 가까이 하면 곧 도덕과 의리가 높아가고 어리석은 이를 친구로 하면 곧 재앙과 죄에 이르는것이다. 저 종이는 향을 가까이 해서 향기가 나고 저 새끼는 생선을 꿰어 비린내가 나는것과 같은것이다. 사람은 다 조금씩 물들어 그것을 익히지마는 스스로 그렇게 되는줄을 모를 뿐이니라.” 라고 하셨다고 한다.
  나도 부처님의 그런 말씀은 들어서 알지만 마음은 참 요상하다. 가끔씩 생계를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고 사업을 한답시고 장사를 한답시고 뛰여다니다보니 어느새 사업과도 멀고 가족과도 멀어진 사람이 되여버린듯 싶다. 당장 눈앞의 일이 급하고 또 그것을 하다보니 시간은 가버리고 오히려 소중한 많은것을 잃고 있는줄도 모르고 지나온것이다.
  오늘 아침의 꿈때문에 참 많은것을 되찾은 하루가 된듯 싶다. 내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았고 내 마음의 평형의 추를 찾았다. 하루하루를 엉뚱한곳에 너무 빼앗긴듯 싶다. 사람이 고통스러운것도 진실한것을 찾지못하고 엉뚱한데서 찾으려는데 있다고 했다.
일기를 쓰다말고 답답함을 해소하려고 창문을 열어졋혔다. 시원한 겨울바람이 밀려들어왔다. 한가득 들이켜본다. 이제 몇일만 지나면 양력으로 새해이다. 시간은 빨리도 간다. 매번 새해가 올때면 다짐도 크지만 정작 한해를 돌이켜 보면 해놓은것이 없어서 답답할때가 많다.
  새해를 맞아서 길가의 상가들에서 벌써 울긋불긋 단장하기 시작한다. 나도 이제는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봐야 겠다. 물론 이젠 때가묻은 내 마음의 옷도 갈아입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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