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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신이 오시는 날에는
2021년 02월 16일 12시 09분  조회:2901  추천:9  작성자: 行者金文日
   나는 베푼다는 말보다는 나눈다는 말을 더 좋아한다. 어쩐지 베푼다는 말속에는 위에서 아래로 던져주는 듯한 오만함의 의미가 깃든 듯해서,  좀 더 평등한듯, 부드러운듯한 나눔이라는 말뜻이 한층 더 좋아져서이다.
금년 춘절에는 여느때보다도 폭죽소리가 요란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다 같이 피해를 입는 이때 다들 폭죽을 터뜨려서 그 역병을 물리치려는 심리가 작용한 모양이다. 중국에서는 나쁜 귀신을 쫒거나 액운같은것을 쫒을 때도 폭죽이요, 결혼이나 좋은 모임에 혹은 누군가를 영접하는 훌륭한 날에도 폭축을 터치는것이 상례다.
  오늘은 선방에서 조용히 명상을 하다가 멀리 시내쪽에서 울리는 폭죽소리에 깨어났다.  매년 이맘때면 떠들썩한 술자리보다는 참선방에서 명상을 하며 , 가끔씩 글도 쓰고 차도 마시면서 조용히 지내는것이 관례가 되였다.
  위챗을 들여다보니 오늘은 마침 정월 초닷새다. 민간에서 재물신을 맞이하는 날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시 요란하게 폭축을 터뜨리나부다. 어디서나 재물을 좋아하기는 사람이라면 마찬가지인가 본다.
 민간에서뿐 아니라 불교에도 황재신이라고 해서 어려운자들에게 재물을 주는 신이있다. 정월 초닷새에 재물을 관장하는 신이 내려와서 사람들에게 재물을 점지하나 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재물신을 청한다.
  중국 명나라때까지만 해도 민간에서는 대부분 백성들이 재물신이라기 보다는 灶神이라고 해서 부뚜막신을 모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살기가 궁핍한 상황에서 재물보다도 부뚜막에 불을 지펴 밥을 먹을수 있게 해달고 기도하는것이 그 유래였던것이다. 청나라 후기에 들어와서야 점차 재물신을 모시는 민간신앙이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할수 있다. 정월 초나흘에서 초닷새 자정에 들어서기 전까지  사람들은 잠을 자지 않고 있다가  자정이 들어설때 폭축을 터뜨리며 재물신을 청한다. 집안의 가장과 남자 가족들이 함께 폭죽을 터치고 나서 큰소리로  <재물신을 청합니다.> (迎财神了! )라고 외친다. 그리고 집으로 걸어 들어오면서 대문까지 왔을때 다시  <재물신을 들입니다.>(财神进门了!)라고 한마디 한다. 이때 집안에 있던 가족들이 다 같이  <재물신을 모십니다.>(迎接财神爷)라고 큰 소리로 화답한다.  이어서 그런식으로 재물신을 집안의 정문까지 들여서 비로서 가족의 가장이 대표로 집안에 모시고 있는 재물신의 상이나 족자에 향을 사르고 초불을 밝힌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절을 하면서 새해에 많은 재물을 모을수 있기를 기원한다.
  재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수단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서 어떻게 쓰느냐가 인간에게 있어서는 더 큰 숙제이다.
언젠가 아들놈하고 미래 비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는 항상 남의 걸 받아쓰는 사람이 되고 싶으냐 아니면 항상 남한테 주면서 사는 삶을 살고 싶으냐?> 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과연 당연한 대답이 왔는데 <남한테 주면서 사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였다.  그게 나누는 즐거움일 것이다. 우리는 뭔가를 나눌때의 즐거움을 알고 있다. 재물뿐이 아니다. 미소를 나누어도, 좋은 말을 나누어도,  격려의 포옹을 나누어도 좋다. 우리는 뭔가를 먹고나면 필요한 만큼 남기고 소화기관을 통해서 다시 자연에 돌린다.  만약 먹기만 하고 변비가 심하다면 큰일이다. 그게 힘든 줄 모르고 요즘 사람들은 재물을 모으기만 하고 쓸줄을 모른다. 변비에 걸려도 크게 걸렸다. 그러나 진정 큰일을 하는 사람들은 나눔의 의미를 안다. 그래서 재물을 가치있게 쓸수 있기를 기도한다. 가치있게 쓸수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부와 재물이 차례지는것 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재물신은 참으로 복 받은 신이시다. 언제나 주실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시랴.
여기에 일화가 하나 더 있다. 재물신을 청하면서 하는 기도문이다. 재물신에게 기도할때 그냥 <우리집 돈많이 벌게 해주세요. >하거나 <우리집에 재물이 가득 들어오게 해주세요.> 하면 아니된다.
 먼저 동서남북과 중앙을 합해서 다섯방향의 재물신 모두의 명호를 차례로 부르면서 각 방향의 재물이 모여들기를 기원한다.
이어서 <제자 모모는 어디에 살고 있는 누구입니다. 저한테 재물을 주신다면 꼭 선을 행하고 덕을 쌓는데 쓸것이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것을 즐거움으로 삶으며 선한 일에 쓰겠습니다. > 라고 기도해야 한다.
재물신도 재물을 바르게 쓰는 자에게 더 많은 재물을 준다는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재물신에게 재물을 빌기전에 우선 재물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쓰겠다는 준비가 되여 있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기 때문이다. 준비된 자야만 재물은 가장 유용하게 쓰임을 재물신께서 가장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말에 <쉽게 벌어진 돈 쉽게 쓰인다.>는 말이 있다. 바로 재물이 모이지 못함은 그것의 쓰임을 몰라서임을 알려주는 명구이다.
몇해전에 공부하다가 재물에대해 닿는 생각이 있어서 써놓은 우리 말 시조 한편을 여기에 옮겨 적어본다. 제목은 그냥 <재물>이라고 달았다.
 
쓰고나면 없어진듯 아니써도 거기있는
있지도 아니하고 없지도 아니한데
잠간만 빌려쓰고 떠나면서 돌려가오.
 
  이렇게 글을 적다가 보니 벌써 섣달 초닷새의 자정이 지나간다. 문뜩 유대인들의 속담이 떠올랐다. <신은 더 많은 신들을 인간세상에 보낼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다.>는 말이다. 정말 멋진 말이 아닌가?! 이 세상의 어머니들은 신들이 다하지 못하는 영역에 서서 우리를 보살피는 신의 역할을 하신단다. 그와 마찬가지로 재물신이 오시는 날 재물을 나누면 나도 재물신과 다름이 없다. 언제 어디서나 재물을 나누는 자는 받는 자에게는 재물신이다.
나도 위챗으로 먼저 내가 존경하는 몇몇 스님들께 작은 돈을 보내 드렸다. 수행하시다 요긴하실때 쓰시라는 용돈의 의미의 공양이다. 이어서 주변에서 장학재단과 같은 좋은 일들을 하고 계시는 분들의 위챗에도 좋은 일에 써달라는 문구와 함께 작은 돈이지만 성의껏 보내 드렸다.
재물도 재물이지만 우리는 가지고 있는 많은것을 나눌줄 알아야 한다. 바로 나눔을 행하는 자가 재물신이며, 재물신께서 우리곁에 오시는 날의 바른 의미도 나눔임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재물신이 오시는날 폭죽보다도 나눔을 실천한다면 그게 재물신과 복신을 청해들이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2021년 음력 정월 초닷새 축시 도문 일광산 수월선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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