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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문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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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철: 아버지의 고향은 감옥이였다(단편소설)
2019년 07월 08일 14시 24분  조회:395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아버지의 고향은 감옥이였다
 
조정철
 
 
 
 
 
아버지한테는 고향이란 건 도주하기 위하여 생긴 감옥 같은 것이였슴다.
 
자아감각이 마구 팽배해서 정치착오를 범하고 장사하신다고 마구 쌀개다가 인명사고가 나서 저레 갚을 저에조차 안 나는 막대한 빚을 지시고 아버지는 태여난 지 한달도 안되는 나를 안고 폴싹 맥을 놓아버린 어머니를 데리고 한보따리 밖에 안되는 이사짐을 소수레에 싣고 그 해살 찬연한 태양촌으로 이사를 갑니다. 가져갈 건 빚군들이 다 가져가서 정말 말 그대로 숟가락 두개, 저가락 두개, 사발 두개, 세수소래 하나, 너덜옷 몇견지 가지고 이사를 했담다.
 
태양촌에 가서는 술은 날마다 이 집 저 집 찾아다니메 질탕 마시고 사흘이 멀다 하게 동네 나그네들과 뚜들래기를 하고 밭 매기가 싫다고 대대에서 발급한 호미를 홱홱 돌구어서 멀리 내팽개쳐서 도랑에 처넣고… 남들이 일하는데 혼자 밭두렁에 척 누워서 남이 일하는 거 지휘만 함다.
 
입에 달고 다니는 소리가 “못 배우고 덜 깬 애들과 같이 놀 사람이야?”임다.
 
12년이란 장장 긴 시간 어머니가 아득바득해서 빚을 다 물고 또 농촌 치구는 출세를 해서 둘 다 학교 선생님이 되고 아버지는 교장이 됨다. 뭐 선생님이 딱 세분임다. 
 
어느 날, 아버지는 술 마시고 또 동네 나그네와 뚜들래기를 해서 어머니가 “이래자무 뭘 하러 날 찾아와 못살게 굴메 결혼을 했슴까… 우리 애들은 그래 이렇게 평생 촌놈으로 살고 촌놈으로 죽슴까?” 했더니…
 
문 박차고 나가더니 며칠 동안 집에 안 들어옴다. 불쑥 들어와서 하는 말이 “우리 향진마을 복흥으로 이사가자. 내 거기 중학교 교도주임으로 가기로 했다.” 정말 사흘 후에 짐을 싸서 아버지가 외상으로 사놓은 복흥 집에 이사를 갔슴다.
 
그럼 고향 복흥은 정다운 고향일가요? 아임다. 거기도 아버지한테는 감옥임다. 가자마자 거기 한족 교장을 뚜들겨패고 이젠 주임이란 명의로 공공연하게 식당에 다니메 술을 마셔댐다. 보는 사람마다 다 무식하다고 삐뚤써 보구 술상에서 남은 말 못하게 하고 자기만 장편대론을 하면서 남을 훈계함다. 또 관리범위가 엄마 출근하고 내 다니는 복흥소학교까지 되여서 소학교 교장도 뚜들겨팸다. 은화 아버지도 뚜들겨패서 은화 하마트면 나하고 절교할 번도 했슴다.
 
력사를 가르친다고 뭐 또 막 쇼를 하시다가 내 니 같은 이런 것들 놓구 무슨 력사를 가르친다구 난시를 하니 하면서 책도 막 찢었슴다. 확실히 또 그 반 애가 무식하기도 함다.
 
복흥에서 날마다 술 마시고는 이튿날에 하시는 말이 “너무 갑갑해서 술 마신다… 이 감옥 같은 데서 요까짓 노릇 하는 게 정말 사람 말려죽인다…” 그러더니 또 술 마시고 출근 안하더니 하루는 저레 가서 학교선생 노릇을 사직해버렸슴다. 그것도 회의실에 온 학교 선생 다 모아놓구 내 이제 정치하러 갈 테니깐 니네나 이런 짓거리 하고 있어라 했담다. 엄마가 지내 와늘 막 펄펄 뛰고 집에서 밥사발 물고뿌 다 깨버리고 야단을 하셨는데 태연하게 담배 피우시더니… “내 흑룡강 갔다 올게. 그리고 이사하자.” 이러곤 또 행방이 묘연해졌슴다. 며칠 후에 나타나서 “우리 조양천 이사가자. 집 다 봐뒀다. 거기 선전부장으로 가기로 했다.” 내 심장이 덜컹했슴다. 은화와 생리사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깐 까무러칠 번했슴다.
 
끝내는 숫말이 새끼 낳는 맨 매짠 녀자들 설화랑 김연이랑 세화랑 치마자락 휘날리는 조양천에 입성했슴다. 촌놈이 이쯤이면 출세를 했지요. 엄마가 막 친척 다 모아놓고 그 사이 눈물 겨운 분투사를 이야기하고 술도 제일 비싼 생맥주를 열개 단위로 막 정시나게 올리며 칭커를 했지요.
 
그런데 조양천은 좀 큰 감옥일 뿐이지 그래도 감옥이였슴다…
 
이사 가서는 진장을 이층 식당에서 발로 차서 떨어뜨리고 또 막 그 집에 가서 발로 목대티를 밟고 서서 집을 내놓으라고 야단쳤슴다. 그래서 집을 가지고 남자는 정치를 해야 해 하며 또 매짠 공무원 녀자들과 같이 틀거지를 내면서 며칠 출근하더니만… “내 이 더러운 촌구석 간부 노릇 못해먹겠다. 무식한 것들과 말이 안 통한다.” 이러더니 또 어머니가 말릴 새도 없이 정부에서 내부퇴직内退해버렸슴다.
 
정말 이번 감옥탈출 시도 때문에 어머니 저레 앓아누웠슴다. 아버지가 난데없이 창업을 한다고 승용차를 판다고 집에 돈 다 끌어가서는 어느새 또 새파란 비서까지 데리고 장춘에 가버렸슴다. “이사할 준비 하고 기다리오… 어지간히 일이 되면 장춘에서 살아야지…” 질겁한 나와 동생이 다 장춘 안 간다고 막 발버둥질 치고 어머니는 거의 실성상태에 빠졌슴다.
 
 
 
장춘에서는 일이 어지간하게만 됐겠슴까. 뭐 석달도 못 뻐치고 가져간 돈 몽땅 사기당해서 떼우고 어벌때기 크게 꾼 돈을 착 빚으로 만들어서 수염이 텁수룩해서 돌아왔슴다. 어머니가 살살 얼리메 빚은 같이 갚으면 되고 제발 정부 돌아가서 일 다시 해라 하니까 아버지가 비장한 표정을 하더니만 “내 생각해봤는데 요번은 운이 나빴소. 집 이미 저당잡혀서 돈 꺼냈으니 생활비로 좀 남길게…” 요러곤 잔돈 당그라니 남겨놓고 또 목재장사를 한다고 떠나버렸슴다. 새로운 감옥탈출 작전이였죠.
 
목재장사를 한다고 항주, 녕파 막 돌아다니던 게 전화 와서 하는 말이 “좀만 기다리오. 내 와보니 항주 정말 살기 좋은 곳이요. 어지간히 되면 항주 이사오기오…” 항주 이사가자던 어지간히가 또 은을 내서 이번에는 가져간 돈 몽땅 날리고 집까지 날려버리고 또 척 배짱 좋게 돌아왔슴다. 뭐 말이 청산류수인 그 입으로 어머니를 마구 위로하고 그러는데 주제가 촌놈들과 오래 놀았던 게 좀 둔해져서 남방애들한테 얼리웠다 이것임다. 엄마가 막 죽는다 산다 하면서 야단치고 그러니깐 이젠 밖에 안 돌아다니시고 집에서 애들 모아놓구 올림픽수학 강의를 시작했슴다.
 
엄마가 처음에는 신경질 쓰시다가 좀 지나 발견한 게 올림픽수학 강의해서 버는 돈이 학교 출근하는 돈의 세배가 되니깐 잔소리 안하게 되였지요. 그러고 다니며 말하시는 게 “그 나그네 밖에만 안 돌아댕기면 사고를 안 쳐서 내 영 속이 든든하다.” 하셨슴다…
 
그런데 하루는 집에 돌아오니깐 아버지가 무려 학생이 스무명이나 되던 보도반을 해산해버렸슴다. 대사가 또 “내 촌놈 촌구석 애들과 같이 놀 사람이야?”
 
그러고 수학보도책 딱 두권과 갈아입을 옷 한벌 가지구는 혼자 연길 갔슴다. 어떻게 찾으셨는지 윤련순 아나운서네 아들 올림픽수학 가정교사 노릇을 하게 되였슴다. 그 집 아들이 그 해 희망컵 수학경기希望杯数学竞赛에서 전국 일등을 한 게 아버지가 저레 또 어머니 보구 “연길 이사오라. 집 이미 맡아놓았다.” 라는 것임다.
 
드디여 조양천 감옥탈출 성공.
 
연길에 와서 애들 대여섯 올림픽수학奥数 가르치면서 막 어머니와 말씀하시는 게 “내 개인 학교 세울 타산이다. 애들 한 몇백명 모아서 수준 따라 반을 나누고 과기대 선생 초빙해서 영어 가르치게 하고 연대 애들 데려다가 선생질 시키겠다.” 엄마가 또 쓰겁드레해서 “제발 일 크게 만들지 마쇼. 지금 애들 대학 붙었는데 이제 사고 치면 정말 못삼다…”
 
그래서 뭐 학교 세우는 거창한 일은 안 실행했는데 일년이 지나니깐 학생 륙십명으로 늘었슴다. 집 세개 세맡아서 애들 교실로 사용하고 과기대에서 영어선생 모셔다가 애들 영어도 가르치고 아버지가 수학 물리를, 그 영어선생과 시간 딱딱 맞추메 강의를 반을 나누어서 했슴다.
 
입말이 또 “내 이런 촌구석에서 촌놈들과 같이 놀며 썪는다는 게 답답하다.” 이러셨지만… 나와 동생 본과 졸업할 때까지는 오솝스레 과외보도를 하시면서 그 돈으로 년년생 두 대학생 공부시켰슴다. 동생이 북경에 과학원 석사 추천받았다니깐 아버지 막 저레 “북경 이사가자. 북경에는 무슨 애들 공부를 안 시킨다니.” 이러면서 또 연길 감옥탈출 작전을 개시할 작정이였는데…
 
동생이 “내 과학원에서 일하는 게 아니고 공부를 함다. 여기서 공부하고 일본 가겠슴다. 그 때 일본에 따라와도 늦지 않슴다.” 그래서 예상 밖에 순순히 탈출 작전 시도를 포기했슴다. 동생이 석사 졸업하기 전 집에 전화 와서 “아버지, 내 동경 감다. 이미 추천서 확보했고 거기 교수님까지 학생으로 받을 걸 허락했슴다.” 하셨더니 막 뛸 것처럼 기뻐하실 거로 예상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응… 가서 잘 공부해라. 오늘은 좀 복잡하니 래일 길게 말하자…” 이러는  것임다.
 
어머니가 저레 집에다 한상 푸짐히 차리고 아버지와 거의 막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내 딸 출세하는 것 보니깐 왜 그렇게 돌아보기도 싫던 태양촌이 막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이랬더니 아버지가 술 쭉 완샷하시고는 “내 이젠 정실이 따라 동경 못 갈 것 같다. 가고 싶어도 맘대로 갈 수 없는 곳도 있구나.” 하셨슴다.
 
술 좀 과해서 물 마시러 새벽에 일어나니깐 아버지가 술 꺼내서 혼자 마시는데 울고 있습디다… 울고 있는 아버지를 처음 보아서 내가 또 효녀 심청처럼 술 부어주니깐… “니는 외국 안 나가겠니? 내 태양촌 살 때 한번은 북경대학 붙은 정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 걔가 막 자부심에 들떠서 나 보고 ‘삼추이는 뭐 자기 앞 이름자나 쓰오… 이런 구석에 박혀살며 뭐 할 말이 그리 많소…’ 하더라. 내 그래서 속으로 결심했다. 우리 자식은 꼭 공부 제대로 시켜 정희보다는 더욱 출세하게 하겠다. 정희가 미국 갔으면 정실이도 미국 갈 거다…”
 
정말 그 말이 적중해서 지금 동생이 그 사촌누나 정희와 같은 뉴욕에 살고 한 아빠트에 살고 있슴다. 동생이 가니 막 안고 울더람다. “니네 아빠 엄마 그렇게 딸 공부시킨다고 노력하더니…  니가 뉴욕까지 오게 될 줄은 생각 못했다…”
 
작년에 동생이 전화 와서 “아버지 뉴욕 와보겠슴까? 여기도 감옥임다. 그런데 여기서 또 탈출하면 정말 달나라 가게 됨다.”라고 했슴다. 뉴욕 간다고 아버지 두날에 한번씩 모아산 등산해서 체력 올리고 미국 소개하는 비디오를 엄청 많이 사들이고 또 그 나이에 중풍 맞은 몸으로 당최 배워본 적이 없는 영어를 가정교사 모셔서 막 배우고 했슴다.
 
수속도 별 애로 없이 진행되였는데 예전 주치의사가 “조형, 미쳤소? 그 몸으로 어찌 10시간 비행기 타오?” 해서 미국행 포기했슴다. 전화 와서 태연한네 하시면서 “내 거기 뭐 별로 가보기도 싶지 않았다. 내 북경이나 가야겠다. 뭐 양키놈들이 사는 동네 거기가 거기지무…” 집에 가보니깐 그 많던 비디오 몽땅 불태워버려서 하나도 안 남았습디다. 
 
초췌해진 모습으로 우두커니 서있으며 고향 감옥탈출 시도를 포기한 아버지를 보는 게 가슴이 찢어졌슴다…

출처:<장백산>2019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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