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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문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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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조선문 잡지 주문을 류보한다(칼럼)
2019년 07월 08일 14시 41분  조회:443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조선문 잡지 주문을 류보한다
 
미주
 
 
 
 
 
요즈음 위챗 모멘트에는 2019년도 조선문 잡지를 주문해볼 것을 독려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나의 위친(위챗친구) 중에는 남녀로소를 불문하고 조선족 문학에 애정을 갖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이들은 누군가의 독촉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심으로부터 우러나서 홍보에 열의를 다하는 것이다. 조선족 문학을 사랑하는 내 마음 또한 이들에 못지 않아 주문광고를 올리는 데는 동참하지만 정작 내 본인이 잡지를 주문할지를 두고서는 류보상태이다. 
 
돈이 아까와 주문을 망설이는 것은 절대 아니다. 1년치 잡지 가격이라고 해도 책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한국 학술도서 한권 가격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언젠가 조선문 잡지 만드는 일을 하는 동창에게 너희 잡지를 팔아 남는 돈이 있냐고 우스개 소리로 물어본 적이 있다.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지만 표정이 어두워진 그네의 얼굴빛에 그 답은 씌여져있었다. 쓰잘데기 없이 ‘오지랖 넓’은 걱정을 해주면서도 조선문 잡지를 사보지 않은 지 꽤 되였다. 
 
십여년 전 조문학과를 다니던 학부 시절에는 길거리에 있는 잡지가게에서 조선문 잡지들을 사보았는데 말이다. 그 시절에 겪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내가 내 자신을 잡지가게의 단골고객이라고 자부했던 것과 달리 그 잡지가게의 주인인 한족아주머니는 내가 주로 무슨 잡지를 사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한번은 《장백산》을 달라고 하니, ‘롼허软盒’를 달라는지 아니면 ‘잉허硬盒’를 달라는지 물어봤다. 순간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흡사 빨간 휴지를 줄가 파란 휴지를 줄가 하는 귀신이 등장하는 화장실 괴담 같은 이 시츄에이션을 어떻게 리해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혹시 잡지가 이제는 커버가 다른 두가지 버전으로 출판되는 건가? 머리 속에 커다란 의문부호를 걸고 그것이 무슨 얘기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장백산표 담배를 사려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흡연을 두고서 무조건 불량한 자의 이미지와 련결지어 생각하던 나인지라 내가 어딜 봐서 흡연자인 것 같냐는 항변을 하지 못하고는 담배 말고 잡지를 달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 일이 떠오를 때마다 내가 ‘담배 피는 녀자’로 보이나 하는 고민에 시달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깨우침이 찾아왔다. 아, 잡지에 대한 수요가 동명의 담배에 미치지 못하니 판매자 립장에서는 담배가 먼저 떠오를 수 있겠구나 하고. 
 
그렇게 존재감이 없는 조선문 잡지 구매자로 살아가다가 집을 이사하게 되였다. 이사를 한다는 것은 갖고 가지 않고 버려야 할 물건도 정해야 하는 일이였다. 무거운 책짐은 몇박스가 되였고 가족들은 ‘다 본 책’들은 버릴 것을 권했다. 결국 류비가 아두를 들어메치는 것과 같은 착잡한 심정으로 버린 것은 그동안 애지중지 사서 모은 조선문 잡지였다.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 지속되여왔다.
 
취사선택에 있어 단행본 도서들과 달리 잡지는 ‘함부로 던져도 될 책’으로 취급하게 된다. 이러한 ‘편애’의 발생은 잡지는 천성적으로 ‘한번 보며는 그만’인 ‘경전반렬’에 오르지 못하는 인쇄품이라는 편견을 갖게 하는 인쇄물이기 때문이다. ‘일반독자’에 상정하여 잡지의 지위는 대략 이러할 거다. 그러나 나는 명색이 문학연구자이고 조선문 문학작품들을 나의 잠정적 연구텍스트로 간주한다. 그러니 조선문 잡지는 나에게 한없이 소중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조선문 잡지를 주문함으로써 내 미래의 연구를 위한 재테크를 하지 않는 ‘변명’을 해본다면 보관하기가 불편해서이다. 타국에서 박사과정에 다니는 중인지라 중국에서 출판되는 잡지들을 국제택배로 받아본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택배비를 고려할 때 애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다. 주문해서 고향 집에 모아둘 생각도 해보았지만 내가 향후에 정착할 곳이 어디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잡지들을 다시 옮길 일도 고역일 것 같았다. ‘신중한’ 고민들 끝에 나는 ‘나쁜 실용주의자’로 전락되였고 조선문 잡지들을 주문하지 않았었다. 
 
한술 더 떠서 ‘궤변’을 늘여놓는다면 비록 잡지를 주문하지 않지만 위챗계정에 올라오는 조선문 잡지에 실렸던 글들은 빠짐없이 읽고 즐겨찾기에 추가해둔다. 사는 것보다 읽는 것이 더 유의미하다고 출판시장 발전에는 불리한 ‘어거지’를 도둑질해서라도 책소유에 집착을 보이는 공을기보다는 내가 좀 났네 하는 심정으로 부려보는 바이다. 위챗 인기가 시들해져 어느 날 갑자기 해당 콘텐츠가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가끔씩 든다. 
 
조선문 잡지를 주문하지 않은 탓에 연구텍스트로 보고저 하는 작품이 실린 잡지가 수중에 없어 애달플 때가 종종 있다. 다행히도 출판계통에 종사하는 지인들을 둔 덕분에 구해볼 수 있는 루트를 수시로 ‘개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선문 잡지를 구하는 그 길이 수월하지 않은 것이 설령 해당 잡지사라고 해도 출간되였던 모든 잡지들을 빠짐없이 보관할 정도로 보관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였다. 또 구하고저 하는 잡지의 관계자 분들 중에 지인이 없을 때에는 명망 없는 일개 박사생인 나로서 입을 떼기 여간만 힘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론문을 씀에 있어 가끔 연구자료로 활용하고저 하는 글들 대다수가 근년에 나온 작품이 아닌 2000년대 이전 혹은 초반에 나온 조선문 잡지에 실린 것이다. 해당 시기에 출판된 잡지들은 내가 다니는 한국 대학의 도서관에서 한호도 빠짐없이 서울출판사에 출판된 하드커버를 씌운 영인본으로 보관되여있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조선문 잡지를 구함에 있어 지인들의 신세를 조금이나마 적게 질 수 있으니 마음의 무거움을 덜 수 있었다. 커버에 금빛 글씨까지 박아넣은 도서관의 소장본 잡지들을 볼 때마다 내 미래의 책장에 년도별로 묶은 이러한 형태로 만들어진 조선문 잡지들이 진렬되였으면 하는 욕심을 내게 된다. 
 
‘신생사물’을 보고 기분이 들떠 조선문 잡지들을 묶음용으로는 출판하지 않냐는 문의를 하기에는 기한에 맞춰 얼마 안되는 인력으로 조선문 잡지를 발간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먼저 떠올려볼 때, 메아리처럼 회음을 기대할 수 없는 혼자말이 될 것 같아 내뱉기를 꺼리게 된다. 
 
잡지를 주문하지 않으면서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이 참으로 고약한 짓임을 나도 뻔히 잘 안다. 나쁜 사람을 자처한 바 하고는 몇마디 더하고 싶다. 조선족 인구 전체를 잠재적 독자군으로 상정하고 추측을 해보더라도 어마어마하게 큰 도서 소비시장이 형성되기는 어렵다. 
 
경제적 가치 생성 여부만을 따져볼 때 ‘돈값 못’하는 ‘존재’들은 아웃될 것을 권고받게 된다. 그러나 인문학이라고 하는 령역을 두고 경제적인 실용성만을 갖고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조선문 출판물들이 많이 출간되지 못하는 ‘난임’을 앓는 출판구조에서 조선문 잡지들은 그야말로 손이 귀한 집안의 귀하디 귀한 ‘자식’들이다. 미래적 가치를 따져볼 때 문학작품은 후세에 전해져야 할 한 시대의 실존에 대한 기록이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서 잡지들도 데이터 베이스화되고 있다. 책 한권 크기 만한 경량의 태블릿 pc에 어마어마한 량의 책들이 담겨져있고 독자들은 가뿐하게 이를 하나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독서를 즐긴다. 설령 구매기간을 놓친 오래전의 잡지라 하더라도 온라인으로 구매하여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조선문 잡지에는 전자책으로서의 소비구독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사를 할 때마다 페기대상 1호로 생각하면서 잡지들을 주문하고 품에 죄다 끌어안기에는 그 잡지들 미래의 거처를 두고 견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 자꾸만 이동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주형태에서는 종이로 된 잡지 보관이 용이하지 않다. 유목민처럼 사는 사람이 어디 나 뿐이랴. 어쩌다 보니 잡지와 나는 상부상조하면서 오손도손 살지 못하게 되였다.
 
‘우리’의 긴밀한 관계 구축을 다시 형성하기 위해서는 태블릿 pc에 전자화된 조선문 잡지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날이 빨리 옴으로써 더 이상 종이로 된 잡지를 놓고 보관이 불편하다는 리유로 주문할지 말지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아도 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곡하게 희망할 뿐이다. 
 
추억을 더듬어보니 조선문 잡지의 데이터 베이스화는 갑자기 떠오른 구상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바라오던 숙원이다.
 
출처:<장백산>2019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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