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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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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의 이미지
2017년 07월 07일 13시 56분  조회:1312  추천:0  작성자: 최장춘
일상 남자의 매력을 나타낼 때 ‘멋지다’라는 표현을 쓴다. 오관이 단정하고 키기 훤칠한데다 성격까지 시원시원하고 듬직한 스타일이면 좀 좋아 찬사를 아끼랴. 옛날 위나라 미자하가 용모 삐여나 임금의 총애를 받던 중 언젠가 그가 먹은 복숭아 절반을 임금이 먹었다는 일화가 있다. 출중한 남아가 빚어낸 믿기 어려운 에피소드일 뿐이다. 보통 사회교제에서 첫 인상이 주는 느낌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친구사이 같은 공부를 했어도 얼짱 몸짱인 측이 취직에 유리하고 진급에 도움이 클 뿐더러 경쟁시 항상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여 자칫하면 주변의 질투의 과녘이 되기 십상이다. ‘멋지다’는 인간의 성숙미에서 흘러나올 때 가장 매력적이다. 필자는 퇴직전에 사업상 관계로 리혼부부들을 많이 상대한 적이 있다. 함께 살던 부부가 돌아누우면 마치 원쑤를 상대한 것처럼 서로 만나기를 거부하고 재산분할시 서류에 싸인하러 왔어도 소 닭보듯 멀리 피해버린다.
 
그런 와중에 어느 리혼한 부부가 집거래하러 왔었다. 처음부터 두사람은 서먹서먹한 기분과는 달리 만나서 줄곧 안부를 물으며 건강을 챙기라고 신신당부하는 말투나 행동이 진짜 리혼한 부부가 맞을까 하는 의혹이 들 정도여서 수속을 마치고 멀리 사라지는 뒤모습을 보다 저도 몰래 “참, 멋지다 ! ”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용모보다 마음가짐이 어여뻐 흠모와 찬사를 쏟아낸 경우라겠다. 요즘 세상은 사람을 바라보는 심미관이 미묘한 변화가 생겨 옛날 잘난 사람 잘난대로 못난 사람 못난대로 살던 기틀이 깨여져 출중한 외모와 못난 용모가 서로 엇박자를 칠 경우가 많다.
 
아무리 일월이 환하고 명문대 졸업생이라도 온정한 직장이 없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품팔이족이면 멋지다는 찬사를 듣기 아주 어렵다. 오히려 언틀먼틀 생겨도 쪽걸상이 아닌 회전의자에 비스틈이 앉아 빙글빙글 돌아가면 “참, 잘났어, 제격이야!”하며 엄지손을 내민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내는 법이다. 작은 그릇이 큰 그릇으로 변하여 호칭이 따르고 영향력을 행사하면 자연 ‘멋지다’에 감탄부호를 달게 된다. 로타리에서 고급승용차 모는 아저씨가 부럽지, 불더위 속에서 지휘봉을 잡은 교통안전원은 보이지 않는 비슷한 심리라고 할가, 머리우로 윙ㅡ소리내며 떠오르는 비행기를 쳐다보며 흔히 어떤 멋쟁이들이 앉았을가 올인하지만 눈덮인 활주로를 간밤에 쓸어낸 아저씨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엔 초라한 차림새는 면구스럽고 얼굴에 기름기 번지르르한 정장차림새가 한층 멋져보여서일 것이다. 어느 집안에 멋진 사내가 있었다. 하지만 손에 쥔것이 부족해 나이 마흔을 훌쩍 넘겼어도 잘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쩌다 친척끼리 모여앉아도 원두쟁이 쓴외 보듯 씁쓸히 비웃던 사람들이 그가 후날 외국에 나가 돈 벌어 장가 들고 회사까지 척 차리니까 그제야 아주 생김새가 탤렌트 같다는지 화가의 붓끝에서 탄생한 명작이라는지 미사려구를 아끼지 않으며 엎어 끓었다.
 
애초에 모든 남자들 미남으로 태여날 수는 없겠지만 괴춤의 넉넉함과 부족함에 따라 천평에 실린 무게가 달라진다. 마치 같은 탄소라지만 연필심과 다이아몬드가 외관상, 가치상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붕 뜨면 하늘가의 칠색무지개요 뚝 떨어지면 돌틈사이에 스며든 물방울과 같은 존재이다. 해놓은 일이 없이 왈가불가하며 잘난 체하는 사람보다 어리숙해서 때론 바보같이 보여도 아늑한 보금자리는 남한테 성큼 양보하고 자신은 어설픈 끝자락을 택하는 진국에 뭇시선에 찐한 감동을 준다.
 
간혹 그 이미지가 굴절되고 변형되여 일시 곤혹스러울지 몰라도 눈부신 형상은 심금에 자리잡은 대나무처럼 예나지금이나 울울창창, 기상천외하다. 시시콜콜한 일에 얽매이지 않고 리익보다 의리를 지키는 사람의 인기가 짱이다. 성숙한 인간이 되려거든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물러서지 말라. 한번 욱ㅡ하고 배짱을 앞세워 본때있게 해보는 과정에 미릅이 터서 경력자가 되고 달인이 되여 매스컴의 렌즈가 줄곧 따라다니는 훤한 인물로 뜬다.
 
인생행로에서 지름길을 버리고 험한 벼랑길을 톱아오르던 사람이 갑자기 몸을 돌려 자신있게 손을 흔들며 히죽이 웃어보이는 구리빛 얼굴과 근육질 몸매를 두고 누구나 현혹된다. 이때 튕겨나오는 “멋지다!”의 표현이야말로 가식없이 미남아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될 것이다.  

길림신문 20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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