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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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시비
2012년 06월 15일 21시 08분  조회:8865  추천:4  작성자: 최균선
                                        세상시비
 
                                            최 균 선
 
                           是是非非 非是是 (시시비비 비시시)
                           옳은것을 옳다하고 그른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지는 않고
                           是非非是 非非是 (시비비시 비비시)
                           그른것을 옳다하고 옳은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은건 아닐세
                           是非非是 是非非 (시비비시 시비비)
                           그른것을 옳다하고 옳은것을 그르다하는것, 이것도 그른것이 아니고
                           是是非非 是是非 (시시비비 시시비)
                           옳은것을 옳다하고 그른것 그르다하는것, 이것이 시비일세    (김삿갓)
      
    이것은 불세출의 풍자시인으로 불우한 인생을 살면서 비리한 일에만 눈길을 박은 그만이 터득한 세상도리가 아닌가싶다. 돌고도는 세상이지만 먼 훗날에도 돌아가는 시시비비여하에 대해 절창을 내놓았으니 과시 천재라 할것이다.
    실학자였던 정약용도 모해당하여 귀양갔을 때 그의 아들이 힘있는 자들에게 조금만 고개를 숙이면 류배에서 풀려날수 있는데 고집하느냐고 하니 정약용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천하에는 두가지 큰 기준이 있는데 하나는 시비(是非)의 기준 이요, 또 하나는 리해(利害)의 기준이다. 이 두가지의 큰 기준에서 네개의 큰 등급이 생기는것이다.
    옳은것을 지켜서 리익을 얻는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요 다음은 옳은것을 지켜서 해(害)를 받는것이며 그 다음은 나쁜것을 좇아 리익을 얻는것이며 가장 낮은 등급은 나쁜것을 쫓아서 해를 받는것이다.》정약용에게 있어서 시비(是非)는 옳고 그름을 나누는것이고 리해는 리익과 손해가 구분되는것이다. 옳고 그름의 판단없이 오직 리익이냐, 손해냐만 따지며 문제를 본다면 사회와 인간은 병들수 밖에 없다.
    일찍 호적선생도 중국사람들은 “비슷하다‘差不多’”의 자손들로서 시비를 캘때 비슷하면 그만두는것이 일종 덕행으로 처세의 귀감으로 되였다고 개탄했다. 그래서 체면을 지키며 두루두루 만족해 할것이지 기어이 콩이야팥이야 하면서 목에 핏대를 세울것까지 없다는것이다. 공자시대로부터 시작하여 사람들은 위선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배워서 말은 그럴듯하고 뒤에서는 별짓을 다한다. 조고가 눈을 부라리면 지록위마(指鹿为马)라도 “옳소”를 외우는 중신들의 궁상이 가증하다.
    우리는 어릴때부터 시비관을 외웠지만 차차 세상의 많은 시비관들이 비틀려있음 을 발견하고 망연자실하게 된다. 책에서 설교한 시비관과 현실생활속에 시비관은 엄 청나다. 얼핏보면 시비가 분명한것 같고 표준답안이 있는것 같지만 누구나 표준답안대로 살지 않으며 세상도 표준답안에 따라 운행되는것이 아님을 절감하게 될때 시 비기준은 오리무중이 되여버린다.
    사노라면 누구나 이런저런 시비에 휘말려들어 옳고그름을 분별하지 않을수 없다. 그러나 거개 제리익에 부합되면 옳다하고 제비위에 거슬리면 그르다고 역설한다. 시비가 괴물로 변하고말았다. 시비가 전도된 사회에서는 인생이 근거를 잃게 된다. 주의니, 리념이니, 신앙이니 하는것들은 대시비이지만 리기가 공리로 된 사회에서는 그 어떠한 시비이든 불확정적이 된다. 그래서 인간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옳은것이 없거 니와 절대적으로 틀린것도 없다고 하는것인지 모른다. 시비의 좌표가 되여질 도덕도 기준이 없어진 마당에는 오직 리해득실만이 판단의 기준이다.
    인터넷에 들어가 눈동냥을 하노라면 벼라별 기괴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입문하게 되는데 중국에 적지 않은 친미사대주의 우파분자들은 미국이 중국을 가로탄 통지자가 되더라도 미국사람들처럼 잘 살수만 있다면 그에서 더 바랄게 무어냐고 말한다는가, 어처구니 없다고 해야 할가, 언어도단이라고 해야 할가, 분명한것은 이런 관념을 가진 자들은 그저 미련한 정도가 아니라 당나귀 발통에 대갈통을 채운게 아니면 탁수가 가득 들어찬 인간패류들임에 틀림없다. 
    불교의 고행자들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덕성은 무릇 어떠한 시비에 닥들렸을 때 언제나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것이다. 그러나 속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런 처세관념을 리해하지 못하거니와 접수하려 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렇게 하기란 심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언제나 자기에게 도리가 있고 자기는 절대 옳다는 고집 을 가 지고있다. 하여 백사에 자신으로부터 출발하기에 생뚱같이 랑패를 보게 되면 객관 환경을 나무리고 하늘을 원망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는 본능이 작동한다.
    인류가 비록 눈부신 물질문명을 창조하였지만 동물성은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고 잔류하고 있어 그것이 발작할 때에는 인성이 네미덜머리가 되고 만다. 이처럼 세상사 많고많은 일들에 명백한 시비표준이 없고 오직 생존기회만 있을뿐이다. 누가 강대하면 누가 독차지하려 든다. 개체든, 군체든, 국제상에서든 이 법칙이 운행된다.
    아닌가? 힘의 론리가 지배하는 국제유희규칙을 보라. 민주라는 외투를 걸치고 명분보다 실익을 앞세워 검은것도 흰것이 되고 흰것이 검은것이 되는 깡패국의 질서, 그것에 순응하게 되여먹은 추종국, 영원한 벗이 없고 영원한 원쑤가 없다는 말로 사악을 포장하고 악어의 눈물을 미화 분식하는 한심한 짓거리도 “국제법”이 된다.
   현시대, 동서방 각국들 지간에 의식형태로 대립되는것이 아니라 오직 민족, 국익의 대립이 있을뿐이다.그런데 득실을 챙겨도 힘이 있어야 된다. 말하자면 강권만이 장땅이다. 강자는 방귀를 팡팡 뀌여도 소화의 소식이요 노배 (사투리)먹은 트림질해도 향기난다고 해야 하는 론리에 원님은 불을 질러도 되지만 백성은 촛불을 켜도 안되고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묵어빠진 론리가 살판친다,
    누구의 손에서는 식칼이지만 누가 쥐면 흉기라는 궤변을 타자에게만 강요하며 눈감고 “야옹”하는 꼴이란 참 가관이다. 나를 따르면 흥하고 거역하면 없다는 괴리로 같은 일이라도 나와 친한 자면 “OK!” 이고 나와 적대적이면 무작정 “NO”이다. 그리고 불보듯 뻔한 시비를 두고 아무도 따질 엄두를 못낸다.
    일언이페지하고, 숭늉마시고 젓가락으로 이발을 쑤시든, 잣죽먹고 룡트림하든 다 제멋인데 왜들 사사건건 콩팔칠팔인가? 힘세니까 “개똥시비”도 잘만 받아줘서?? 아무튼 힘이 있으면 악마도 천사로 행세한다. 힘, 힘만이 군림하는 막가파 세상에서는 판단력이 있는 사람도 실어증이 생길수밖에 없는가?
    걔중에 호가호위하며 남의 잔치상에 손짓발짓하는 장거에는 대견스럽다는 단어가 떠오른다.《맹자》의 <양혜왕> 상편에《오십보 도망친 사람이 백보 도망친 사람을 보고 겁쟁이라고 비웃는다》는 말이 있는데 조금이나마 지각이 든 사람은 좌우명으로 삼고 자기가 선 위치를 뒤돌아보고 행동반경을 조절한다. 이것은 중용도 아니다.
    자신은 능력미달이여서 남의 신세에 하고도 두번씩이나 거듭한 실패는 개구리 올챙이때 일이고 남의 실패는 망신이요 기술이요 북치고 장구치니 민족의 렬근성이 다시 들여다보여 안쓰럽다. 시비가 없는 세상이라도 “발구도매시비(연변농촌말”는 하지 말아야 않겠는가? 여기 변강구석에 사는 사무한신으로서 언감생심 끼여들 사항이 아니고 강건너서 발구르는 식의 훈계라도 할 처지가 못되니 귀동냥한대로 “너나 잘하세요” 라는 류행어를 자꾸 복창하게 하고싶다.

                                                    2012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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