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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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절 독후감
2012년 06월 15일 22시 48분  조회:1025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3절 독후감

    1. 독후감의 함의
    독후감이란 책이나 한편의 글을 읽고 나서의 느낌을 적는 글이다. 말 그대로 독서한 후의 감상을 쓴 글이 독서감상문(독후감)인 것이다. 책(글)을 읽은 뒤의 감상, 의견, 비평, 인상 등을 자신의 생활 및 사고와 결부시켜 글로 표현하는 것은 비판적인 독서 태도를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사고 능력을 키워주는 도경이다.
    주인공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쓸 수도 있고 주인공의 생활, 조우를  자신의 생활과 연결시키면서 생각한 대로 쓸 수 있다. 줄거리보다는 감상 중심의 기록이 위주이므로 감상 내용을 자세히 쓴다.
    친구에게 한 번 읽어보도록 권고하는 각도에서 자세한 책소개를 할 수도 있고 작가와 의견을 나누는 형식으로 쓸 수도 있고 등장인물과 직접 대화 한다고 생각하며 쓸 수도 있다. 새 책 소개를 쓰거나 도서 안내 기사를 쓴다고 생각하며 쓸 수도 있다.
  독서감상문 쓰는 순서를 다음 같이 잡을 수 있다
  1) 제목 붙이기
    ×××의  “××××”를 '읽고' 또는 '읽고 나서'라고 제목을 단다.
   예>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예>  고전명작'심청전'을 읽고나서
   예>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
   주제를 한눈에 나타내거나 글에 대한 생각을 요약하거나 줄거리를 압축하여 제목을 따로 붙일 수 있다.
   예> 바보스런 천재 - '에디슨'을 읽고
   예> 나도 효녀가 되어야지 - '심청전'을 읽고
   예> 표류 45일의 모험 - '15소년의 표류기'를 읽고
2) 처음 부분(머릿글) 쓰기
  1)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쓸 수 있지만. 특별한 경우에만 쓰며 책의 제목에서 오는 느낌과 책의 내용에 대해 미리 상상한 내용, 책의 제목과 자신과의 연관성으로 시작하거나 책 전체의 내용이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해서 소개하거나 작가나 주인공에 대한 소개로 시작하기도 한다.
    예> 지난 번 생일에 친구에게 선물받은 책인지라 한번 읽어 본다고 첫 페지를 펼쳤는데 자기도 모르게 점점 책의 내용에 도취되어 버렸다.
  예> 아버지께서 내 생일 선물로 책을 한 권 사오셨다. 그 책은 바로 내가 꼭 읽고 싶어하던 책이라 얼마나 기뻤는지....
 (2) 자신의 생활 경험을 쓴다.
   예> 저녁 자습시간에 한 친구가 금방 다 읽었다는 책의 이야기를 어찌나 진지하게 하는지 '도대체 무슨 책이지?'하는 호기심에서 빌려 보았다.
  3) 제일 감동 받은 부분을 의론을 곁들어 가면서 쓴다.
    예> 미운 오리 새끼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잘 참고 살아 갔기 때문에 훌륭한 백조가 되었다. ('미운 오리새끼'를 읽고)
3) 본문 쓰기
    본문에서는 이야기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중심 내용을 서술하는 것이 보통이다. 별도의 요약문을 쓴 후에 느낌이나 생각을 서술하면서 필요한 장면과 삽입 서술한다. 그러나 자신의 느낌을 위주로 한다.
감동을 받은 장면이나 놀라운 장면, 정채로운 구절들을 인용하면서 자기만의 느낌이나 교훈을 적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1) 자기의 경험과 생활을 작품의 내용과 견주어 가며 쓴다.
   예> ×××의 소설 “××××”의 주인공 ×××의 운명과 조우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21세기를 살아가는 나의 인생행로에 대해 사색하게 된다.
   2) 주인공의 행동과 나의 행동을 비교해서 쓴다. 책의 내용이 무조 건 옳다고 쓰기 보다는 주인공과 함께 생각하고 옳고 그름을 가르는 비판적 시각으로 읽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써야 한다.         
    예> “흥부전”에서 흥부는 선량의 전형이지만 흥부가 너무 극단 적으로 묘사한것 같다는 등등. 이야기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부분을 인용하면서 자기 감수를 강조한다.
   예: [황진선칼럼]  “하늘을 보자”에서 ‘용서는 자신을 치유하고 정화하는 과정이다. 미움과 분노의 뿌리는 대부분 이기심 이다. 용서하지 않으면, 미움을 버리지 않으면 자신이 불행해진다.’라는 말에 제일 공감하였다.
4) 결말 쓰기
1) 느낌이나 감동을 정리하여 읽은 문장의 주제를 심화시킨다.
 예> '집 없는 아이'를 읽고 인간의 운명의 막무가내함을 다시 한번 절감하였고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자식된 도리 를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2) 자신에 대한 성찰을 쓴다.
   예> 어릴 때 곤충 채집을 한다고 매미를 많이 잡았는데 착하고 불쌍 한 매미를 그렇게 학대하지 말아야 했다고 후회했다. 매미에 대해 자세히 알게 해준 곤충학자 파브르가 참으로 위대하다
3) 이야기를 자기 나름대로 다시 쓸 수도 있고 주인공들의 행동이나 성격과 운명에 대한 평가를 내려본다. 즉 작가가 왜 이런 글을 썼는 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 보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
2. 독후감의 종류
   (1) 동화, 소설류: 책속의 등장 인물을 잘 분별하여 주인공을 옳게 파악하여야 하며 주인공의 성격은 어떠한가? 이야기 흐름은 어떠한가? 주인공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가 를 잘 파악하여야 한다.
  동화나 소설이 나에게 준 감동은 무엇인가? 나의 생활에서 무엇을 깨우쳐 주었는가를 쓴다. 책 속에 주인공의 형상이 잘 부각되었다고 느껴지는 이유, 그 형상을 가슴에 새기게 된 원인, 혹은 감동받게 된 원인, 나에게 어떤 본보기로 되는가 하는 것을 쓴다.
   (2) 전기(위인전): 인물의 생애에 대해 간단히 개괄해 쓰면 서 그 인물의 인생 경력과 업적을 독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주인공을 존경하게 되는 점과 그의 성공한 점과 실패한 점에 대해 자기 견해를 쓰면서 자신의 행동 방향, 인격 수양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을 써야 한다.
   (3) 역사책, 과학성글:새로 알게 된 사실을 서술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깨달은 점을 새로 얻은 지식을 서술하면서 자기 느낌을 쓰고 견해나 태도를 쓸 수 있다.
   (4) 시작품류: 짧은 시이면 전문을 인용할 수 있고 비교적 긴 시라면 가장 마음에 들고 감동을 준 시구를 인용할 수 있다. 먼저 그 시의 사회배경, 혹은 시인이 그 시를 쓰게 된 역사적, 시대나 구체 환경을 서술한다. 그리고 자기, 사상 감정이나 생활에 연계시켜 느낌을 서술한다. 인용은 서술 가운데서 여러 번 할 수 있다.
    3) 독후감의 형식: 제목은 읽은 책이나 글의 제목이 아닌 창조성적인 것, 독후감의 내용을 제시할수 있는 것을 제목으 로 다는 것이 좋다. 비교적 긴 이야기의 내용은 단독으로 쓰지 말고 인용과 느낌을 쓰는 가운데서 나누어 서술한다. 특히 가장 감동받은 부분을 중점적으로 쓴다. 그러되 나의 경험과 생활 체험을 책의 내용과 연계시키면서 쓰도록 한다.
   독후감은 자신의 자기 감상을 남에게 전달하고 또 나중에 자신이 다시 읽게 되었을 때 과거 독서 감상을 다시 접할 수 있도록 하는게 목적이으므로 자신의 필요에 맞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떤 학생은 작품의 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하 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일기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3. 독후감의 결구
   1) 서두:
   책을 쓴 저자에 대한 소개나 책 내용이나 특징을 요약해서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의 역사적 의의, 주위의 평판 등 객관적인 사실을 소개하거나 인상 깊은 장면이나 말 등을 소개하면서 전개해나가도 좋다. 자신의 의견을 먼저 내세우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본문:
    본문에는 이야기 전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줄거리가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느낌이나 감동이 없이 서술 에 그치면 좋은 독후감이라고 할 수 없다.
  ① 주인공의 입장에서, 주인공과 나를 비교해 볼 수 있다.
  ② 가장 감동을 받은 장면을 강하게 나타내야 한다.
  ③ 자기만의 느낌이나 교훈을 발견하기에 애써야 한다.
3) 결말:
  ① 전체적인 느낌을 적는다.
  ②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한 느낌을 적는다.
  ③ 깨달은 점, 본받을 점을 진실하게 쓴다.
  ④ 주인공과 관계된 느낌과 자신의 다짐을 쓴다.

  예 1;                 책임감과 의지의 힘
                    ㅡ “연어”를 읽고 ㅡ
 
    나는 책을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본다. 그러던 어느 날,연어라는 책을 보았는데 제목부터 단순하게 연어여서와, 이거 왠지 재미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지만 궁금한데? 라고 생각하였다.
    그 책을 빌린 후 집에 돌아와 얼른연어를 대충 훑어 보았다. 책 뒤에는 다른 책을 쓴 작가들의 평이 있었는데 감동적이었는지 좋은 평이 가득하였다. 그리고 첫 장에 작가 가 연어라는 말 속에서 강물 냄새가 난다라는 말이 있어호기심을 더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나는 얼른 책장을 넘겼다.
    이 책에는 온통 은빛비늘을 덮고 있는 한 연어가 있었는데 은빛 연어라 불리었다. 하지만 혼자 은빛이였기 때문에 다른 연어들에게로 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따돌리지 않는 연어는 오직 누나연어밖에 없었다. 그런 누나연어는 세상에서 은빛연어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데 물수리의 공격으로 누나연어가 잡혀 먹고 말았다.
    은빛연어는 혼자 은빛이었으므로 연어떼 가운데에서 다른 연어들이 보호해주고 있었지만 은빛연어는 자유를 가질 수 없다 생각했다. 은빛 연어의 생각처럼 나도 자유를 갖고 싶다. 학원도 가지 않고,학교도 가지말고 집에서 친구와 실컷 놀고 싶다. 하지만 이게 바로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의 삶이 망가지게 되지 않는 그런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빛연어는 밤 하늘을 구경하다 불곰의 공격으로부터 위기를 맞을 뻔하는데 눈 맑은 연어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이 일로 인해 은빛연어와 눈 맑은 연어는 서로를 좋아하게 되어 몸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 맑은 연어에게서 연어들의 희망은 알을 낳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혼란스러워 했다.
    나도 이 부분을 읽고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 먼 여행을 하는 이유가 고작 알을 낳는 것이라니 하지만 고작 그런 희망일지라도 그 희망을 가졌기에 연어들이 그 먼 여행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은빛연어는 초록강에 도착해 초록강에게서 아버지의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그는 연어떼의 대장이었는데 쉬운 길이 있어도 어려운 길로 가는 미래를 멀리 내다볼 줄 아는 훌륭한 지도자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은빛연어는 배경에 관한 이야기도 듣게 된다. 그 얘기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되어준다는 거였다.
    은빛연어는 배경은 늘 무섭고 어두운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자신이 보호 받았던 것이 아니고 서로가 서로의 배경 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도 이 내용을 읽고 공감했다. 산은 나무의 배경이 되어 주고, 물은 징검다리의 배경이 되고, 우리 집은 나의 배경이 되어준 것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연어들은 고향으로 가는 길을 찾았지만 폭포 때문에 더 이상 가지 못하게 되었다. 연어들은 폭포를 건너기 위해 회의를 하지만 좋은 방안을 내놓지 못하였다.
    이때 은빛연어가 "연어들이 알을 낳는 것이 중요하지만 알을 낳고 못 낳고 보다는 얼마나 건강하고 좋은 알을 낳는 것도 중요해. 하지만 우리들이 쉬운 길을 택한다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갈 것이고 거기에 익숙해지고 말거야. 그러나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화 환희를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 주지 않을 까?  고통의 한 순간이 먼 훗날 새끼들의 뼈와 살이 되어 옹골진 삶이 되는 건 아닐까?" 라고 말했다.
    나는 이 은빛연어의 의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았다. 자기만 생각한 게 아니라 미래의 후손들까지 생각해 주는 은빛연어는 생각이 깊은 것 같다. 연어들은 폭포를 통과하고 계속 올라가 고향인 초록강 상류에 도착한다. 눈 맑은 연어가 산란터를 다 만들고 나서 알을 낳고, 은빛연어의 배에서 하얀액체가 흘러나와 앵둣 빛 알들을 적시었다.
    그리고 둘은 강 밑바닥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다. 연어들이 여행 길에서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들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는 책임감이나 의지 들을 보고 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힘들면 그냥 포기해 버리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 떠올 려서이다. 이 책속의 연어의 삶은 우리의 삶과 다른 것 같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긴 하지만 은빛연어처럼 자신들 의 일을 끝까지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다가 포기하고 더 이상은 못하겠다 핑계만 대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많이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책임감이 없이 살았는지,의지가 없이,목표의식이 얼마나 없으며 살아왔는지 말이다. 이런 생활 습관을 고쳐 우리 모두가 연어처럼 책임감과 의지를 길러 살아야겠다.

   예문 2.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선택한 책인데 서평을 쓰려니.. 어렵다. 예전에 봤을 때는 상징에 대한 해석과 정치에 대한 표현에 대해 저으기 흥분했었는데, 다시 보니 느낌이 많이 다르다.
    1954년에 씌여진 이 소설은 내가 거리낌없이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는 작품이다. 인간 본성에 내재한 야만성의 문제를 주제로 다룬 이 소설은 시대가 바뀌거나 환경이 달라져도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인간의 동물적 본성, 집단적 본성에 촛점을 맞춘다. 동물적 성질은 정직하지만 착하지는 않다던가…본성에 내재된 악(惡)을 극명하게 보여주려한 작가의 의도는 훌륭하지만, 그대로라면 인간 세상은 희망이 보이지 않고 어두침침할 수밖에 없다.
    소설의 경개는 대략 이러하다.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은 처음엔 서로 돕고 협조하면서 구조를 받기 위한 행동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 원시 적인 야만성을 드러내고 두 세력으로 나뉘어 충돌하게 된다.두 명의 정치적 카리스마. 구조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합리적이고 신중한 랠프와 사냥을 강조하는 정열적이고 충동적인 잭이 등장한다. 경험과 감정, 성향이 다른 둘은 서로 각자의 세력을 구축 하는데 고립된 상황에서의 '생존'의 문제는 대부분의 소년들을 잭의 둘레에 사냥을 위해 모이게 만든다.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라했다. 단순하지만 사실이다. 지금 이 섬엔 아이들이 하나의 사회를 이룬다. 당연히 리더가 필요하다. 조직과 신분의 차이도 필요하다. 그것이 사회가 가진 속성이다. 이것을 어기면 고립된다. 방출된다. 무인도에서 그것은 곧 '죽음'이다…아이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랠프가 '대장'이 된다. 랠프는 회합을 가지기위해 항상 소라를 이용한다. 그것은 권위와 권력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랠프는 그것을 가장 소중히여긴다.
    랠프의 참모격인 '돼지'는 사리와 분별력을 겸비한 '지각 있는' 인간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좀 우둔해 보이고 겁이 많긴 하지만 언제나 옳은 소리만 하는사람.. 그는 절대 틀리거나, 이치에 어긋나는 언급을 하지않는다. 하지만 융통성은 없어 보인다. 완벽할 순 없는 인간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조직은 언제나 갈등을 내포한다. '세계'라는 조직의 갈등을 전쟁이라부르고 '국가' 라는 조직의 갈등을 내전, 혁명따위로 부르는 것처럼 이 곳 무인도에서도 랠프와 잭의 갈등이 불거진다. 피할 수 없다. 피하면 자멸한다. 서로 양보하지 않은채 드리 워진 팽팽한 긴장감으로 보이지 않는 분계선이 좁은 무인도에 그려지게 된다. 사실 잭이 좀 더 유리하다. 그에겐 '무력'이있다. 논리와 이치에만 기대어 맞서기엔 랠프 쪽엔 현실적인 무기가 너무 빈약하다. 랠프에겐 고기도 없고, 병력도 부족하고, 무기도 없다. 랠프에겐 오직 봉화와 소라, 그리고 돼지 뿐이었다.
    두차례의 살인이 일어나고 소설은 절정에 이른다. 랠프는 섬에 고립되어 살길을 모색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아니 가망이 없다. 절망과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채 랠프는 잭이 이끄는 오랑캐(야만인)에 맞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이 소설에선 '어른'이 보이질 않는다. 두 페이지를 남기고 나타나는 장교가 유일한 어른이다. 즉 '파리대왕'은 어린이들로 구성된 사회가 내포한 갈등구조를 통해서 인간이 가진 어둡고 추악한 본성과 권력에 대한 부질없는 집착등을 드러내면서 '어른'이 가진 가식적인 거죽대기를 통쾌하게 찢어발기는 것이다.
   랠프를 죽음의 벼랑까지 몰고갔던 그 집요한 추적이 장교에겐 한낱 '재밌는 놀이'로 치부되는 마지막 장면... 이성으로 본성을 가린체 평화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어른과 이성보단 본성을 먼저 배우고 실천한 어린아이들의 뚜렷한 대립구도를 보면서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우린 너무 어려서도, 너무 늙어서도 안되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한편의 소설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대단하다. 소설이 곧 생활자체는 아니지만 생 활보다 더 심오하고 구체적이고 생동하게 인간의 모습을 그려보이기 때문일가…책을 덮고도 정서는 끓고 사색은 앞으로만 달린다.

   예문 3:                                       
  
                        《메밀꽃 필 무렵》의 예술매력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 현대 단편소설의 대표작이다. 〈메밀꽃 필 무렵〉(조광, 1936. 10)은 그의 산문적 서정성이 가장 빼어난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인 메밀꽃 핀 개울가는 단순히 정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체와 객체를 하나로 포함하며, 인연의 매체로 나타나 있다.소설은 우선 소설적인 취미성보다 시적 정서가 다분하여 이색적이다. 소설은 언제 읽어보아도 매번 애틋한 감상에 잠기게 한다. 그만큼 소설은 분위기와 서정성을 중시한 시적 수필의 소설로서 평가받고있다.
   소설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한 장돌뱅이의 떠돌이 인생의 비애를 그려 내였다. 하면서도 소설은 현실조명에 초점을 두지 않았고 장돌뱅이라는 특정한 계층 의 현실적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기에 전형형상부각은 의식적으로 소외되여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장돌뱅이 허생원이 동이라는 청년이 자기 아들임을 알게 되는 암시 적인 과정을 통하여 애욕과 혈육의 정에 가슴태우는 인간의 자연스러 운 감정을 짙은 향토색을 바탕으로 메밀꽃 피는 달밤의 정경을 풍경화 처럼 그려보이면서 19세기 30년대 조선사회에서 밑바닥인생을 사는 약세군체들의 눈물겨운 삶을 관조하고있다.
   하얀 달빛아래 메밀꽃 핀 산기슭을 굽이도는 기구한 밤길, 그런 밤길을 걷는 남다른 정취가 있기에 허생원은 그날 밤의 인연을 평생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이 소설에서 길은 지리적 공간 만이 아니라 소설의 플롯을 한줄에 꿰여가는 기 본선으로 장치되여 있는바 허생원의 떠돌이 삶의 현장은 그야말로 구배많은 산길처럼 굴곡적이고 말하기조차 숨가쁜 가파로운 언덕길처럼 힘겨운 인생길 이다.  
    이 길을 따라 허생원의 인생마당에 만남과 리별이 있게 되고 이 길에서 자기의 아들 동이와의 우연한 만남이 주어지게 된다. 이처럼 소설에서 길은 만남과 헤여짐, 그리고 또 다른 만남이라는 작품 전체의 구조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소설적 배경이자 기본장치이기도 하다. 귀속을 모르는 떠돌이 삶을 운명처럼 수용하는 허생원의 삶의 방식을 조명하는 길은 허생원의 숙명적인 삶을 표상하는 자연적 배경 이고 달은 성 서방네 처녀와의 아름다운 인연을 이끌어내는 매체가 된다. 그만큼 메밀꽃 필 무렵의 달밤은 이 소설에서 전형환경으로 펼쳐지고있다.
   메밀꽃이 피였던 달밤. 한 녀인과 맺은 단 한번의 인연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는, 그러나 다시 만날수 없는 아픔을 안고 여기 저기 떠도는 한 장돌뱅이 애환을 통해 삶의 한 단면을 시사하면서 만남과 헤여짐의 구도를 갖춘 이 소설은 류랑인의 정처없 는 길이 곧 삶의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물의 미묘한 운명을 드러내며 랑만적 정취를 안겨주는 달밤의 산길은 허생원 일행에게는 생업의 길이자 곧 고달픈 인생길이지만 소설에서는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세계로 펼쳐진다. 시끌벅 적한 현실과는 격세적인《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듯이 들리는》 몽환세계이다. 여기에 한 늙은 장돌뱅이의 사랑의 추억과 인연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애환이 얼기설기 얽히고 거기에다가 운명적으로 결합된 나귀를 등장시킴으로서 인간과 동물의 본능적 애욕 을 교묘하게 병행시키고 있다. 이런 구성방식은 여느 소설과 달리 이채로운 소설적 묘미를 안겨주고있다.
   소설을 언어예술의 가장 다채로운 화랑이라 할수 있는바 이효석 소설의 또 다른 예술매력은 언어예술의 특색이다. 특히 여느 소설보다 세련된 고유언어구사로서 심목 속에 깊이 새겨진다. 례하여 궁싯거 리다', '칩칩스럽다', '농탕치다' 등, 허생원 일행이 달밤에 걸어가는 장면은 묘사를 위한 묘사가 아닌 진실한 생활정경을 그리고있다.   
    작가는 허생원이나 동이의 인생의 실상보다 숨막힐듯한 메밀꽃이 피는 달밤의 정경을 나타내려는데 력점을 찍고있다. 조선달, 허생원, 동이 등은 인격체로서의 소설적 인물이 아니라 나귀와 같은 자연속의 일부로서의 사물의 차원에 해당되는 눈물겨운 존재들로서 인생현장의 하바닥을 헤매이는 민초들이다.
    소설은 주로 세 사람의 인물로 스토리(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지만 허생원의 생애나 동이의 기구한 운명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있다. 그러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등장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남는다. 중심인물인 허생원은 숫기가 없이 외곬으로 살아 온 소박한 자연인이란 점에서 전통적 토속적인 한국사회의 인물이라고 자리매김 한 평론가도 있는데 세 사람 모두 하나같이 세상에서 소외된 가난하고 고독한 떠돌이 약자들이고 생활의 소용돌이속에서 밀려나있는 변연인들이다.
    어찌보면 소설의 모티브(중심사상)는 작품의 배경속에 녹아있는바 궁극적으로는  “혈육찾기”에 귀결된다. 봉평장터와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길에 달빛과 메밀꽃 그리고 개울은 하나의 산수화를 련상시킨다. 따라서 이런 자연환경은 자연과 인간의 친화 또는 조화를 의미하는 랑만적공간이다. 이런 랑만적이면서도 가슴이 쓰리게 하는 배경은 작품의 정서를 애수에 찬 그리움으로 이끌어 간다.
    소설에 나귀가 가지는 상징성의 부여도 특색있다. 나귀에 대한 외모묘사와 행동 묘사에서 나귀는 허생원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 존재로서 본질적인 허생원의 형상 이라고 볼수 있다. 허생원과 함께 운명적으로, 정감적으로 융합된 나귀가 가지는  상징성은 소설의 예술성을  특이하게 살리는 구실을 하고있다. 즉 주인공 허생원의 성격창조나 예술상의 효과를 위해서 나귀의 래력이나 인간적인 운명과 함께 그 외모나 행동의 양상까지도 류사하게 묘사된것이 바로 목적 의도적임을 시사한다.
    허생원과 나귀의 관계가 단순한 소설장치에 머물지 않고 대등관계로 주제와 결합시킨것은 확실히 이효석작가만의 창작기교이다. 즉 원초적인 삶과 본능의 세계를 추구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노린듯한 작가의 주제의식에서 인간의 참된 모습을 찾으려는 작가의 기본관념이 이 이채로운 소설을 낳은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소설 의 알심들인 정서적분위기의 조성과 더불러 이점이 소설의 가장 주요한 성공점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사실 소설은 이야기로서는 별로 정채롭지 않고 구두로 전달하려면 줄거리가 굵직 하지도 않다. 비록 얘기거리가 있지만 특별히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도 긴장감도 없다. 개연성은 있지만 막연하고 오히려 수필같은 서정의 흐름이 독자를 더 매료시킬뿐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 갈수 있는것은 작품속에 숨어 있는 성서방네 처녀의 구체적인 생활상과 운명이 떨어버릴수 없는 관심때문이다. 동이의 어머니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만 넌지시 암시할뿐이지만 관심이 쏠리고 하회를 기다리게 하는 인물이다.
   소설은 예술수법상 대화에 의한 서사의 진행, 궁금증을 꼬드기는 은근한 암시, 봉평과 제천 등의 지명의 반복, 의식과 감정을 고조 시키는 기법 등으로 소설의 형식적 아름다움을 남다르게 안겨준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엄밀한 의미에서 분명한 스토리를 가진 소설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메밀꽃 필 무렵의 달밤의 산길을 허위허위 걸으며 감동할줄도 아는 허생원의 자연에 자기 인생을 기탁한 원시적인 인간으로서의 그 막연한 인생자세가 더 감상적이다.
    소설에서 유명한 메밀꽃 핀 달밤의 꿈속같이 몽롱한 환상적 세계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주인공과 그들 일행의 일상과 투박한 어투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시적인 묘사부분이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바 그속에 주제가 융화되여 있다고 생각할 만도 하다. 어찌보면 소설가로서의 이효석의 순수 인간적인 지향이 작품에 침투되여 다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함으로써 명소설로 거듭나게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2008년 6 월 1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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