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향은 소설가이자 산문가이기도 하다. 1921년 《백조(白潮)》의 동인 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하여 <젊은이의 時節>,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 <옛날 꿈은 蒼白하더이다>등을 육속 발표하다가《동아일보(东亚日报)》에 장편소설 《환멸》을 발표하여 일거에 이름을 날렸다.
그의 전기 작품, 예하면 《젊은이의 时节》、《행랑자식(佣人之子)》등은 감상주의 색채와 자연주의 경향이 짙다. 1924년《자기를 찾기 전까지 (找到自己之前》를 발표한 후 백조파 문학의 영향에서 벗어나 진보적 문학의 길로 나가기 시작했다.
낭만주의 문학에서 사실주의 문학으로 도약해서 비범한 문학적 역량을 과시했던 나도향은 그의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수작들을 남겼다. 도향의 짧은 생애가 남긴 작품 중에는 극히 미숙한 것도 많고 명작으로 지금까지 성가를 더해 가는 작품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가 남달리 천재적 작가였던 것은 그의 작품 활동을 한 6년 동안의 작품 세계에서 역력히 살펴볼 수 있다.
키워드 나도향 비판적사실주의 사회죄악 조선인민 자연주의
차 례
1. 1연구목적과 의의
1.2 기존 연구사 검토
1.3 연구범위와 방법
2. 본론
2.1 어휘적 특성
2.2 수사적 특성
2.3 서술방법적 특성
2.4 사조적 특징
3 결론
참고문헌
Ⅰ. 서론
1. 1 연구목적 및 의의
나도향은 소설가이자 산문가이기도 하다. 한 작가에 대한 연구는 작품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나도향이 1922년 백조 (白潮)에 발표했던 초기 작품들은 치밀하지 못한 구성이나 서술형식의 결함으로 인해 단편소설의 양식을 충족 시키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학자들이 이들 초기작품을 연구대상에서 제외시켜오곤 했다. 이런 시점에서 필자는 도향이의 구체 작품분석을 통하여 그의 작가적 위치를 확인하려 한다.
1.2 기존 연구사 검토
나도향에 대한 연구는 그가 근대단편소설의 형성에 끼친 문학사적 업적 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여느 작가들에 비해 그리 깊이 진행 되지는 못하였다. 이를테면 작가의 성장과정이나 사회 배경에 지나치게 집착하였 거나 사조적(思潮的)인 부분에 치중한 나머지 작품 자체보다는 작품외적인 면에 치우친 편향성을 보여 왔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도향이 쌓아올린 작가적 위치와 작품세계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에 명쾌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3 연구범위와 방법
본고에서는 역사주의 비평의 방법과 예증법으로 기존의 도향문학 연구 에서 무시했거나 소홀히 한 초기 작품을 중심으로 그의 독특한 어휘 및 수사적 구조를 재고찰하고 서술적 특성과 사조적 변화 양상을 살펴봄으 로써 그의 문학적 성숙 과정을 재확인하여 그의 작품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를 마련 한다는데 연구의 의의를 두고자 한다.
2. 본론
1. 나도향의 작품세계와 생애
1.1 나도향의 생애
1902년 3월30일 아버지 성연(聖淵)과 어머니 김성녀(金姓女)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도향, 나경손(羅경손) 이고 호는 도향․소정지옹 (笑亭 之翁)․은하(隱荷), 필명은 빈(彬)이다.
나도향은 당시 기독교 청년회관 안에 설치되었던 공옥 보통학교를 거쳐 배재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경성의전에 입학할 때까지 표면상으로는 평탄한 과정을 밟는다. 그러나1919년 3월1,도향은 조부의 장롱에서 노자돈을 훔쳐 일본으로 도망을 하였는데 일본에서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위해 와세다대학 영문과에 진학할 뜻을 가졌으나 결국 몇 달만에 귀국하여 그해 8월 26일 급성 폐렴으로 24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1.2 문학창작활동
1921년 4월 모교인 배재고등보통학교에서 펴내는〈배재학보〉 2호 에〈출학 黜學〉을 발표한 이후, 죽을 때까지 6년 동안 30여 편의 소설을 남겼다. 그의 문학 세계는 제3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제1기는 1921~22년 〈백조〉 동인으로 활동 하던 때로 감상적 낭만주의 계열에 속하는 작품을 발표했다.〈젊은이의 시절〉 (백조)․〈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백조)․〈환희 幻戱〉(동아일보)〈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개벽) 등이 이에 속한다.
제2기는 1923~24년으로, 현실비판을 내용으로 한 비판적 사실주의 계열에 속하는 소설을 발표했다. 행랑 자식이지만 인간의 존엄과 자부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고결한 정신을 보여준 〈행랑자식〉(개벽), 주인공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위선과 비인간성을 비판한 〈자기를 찾기 전〉(개벽)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제3기는 1925~26년으로, 전기의 경향을 한층 발전시켜 사회문제와 관련된 현실비판의 정도가 더 예리화된 소설을 발표했다. 대표작〈벙어리 삼룡이〉(여명)를 비롯해〈물레방아〉(조선문단)․〈지형근 池亨根〉(조선문단) 등이 이에 속한다. 〈물레방아〉는 구성이 잘 되어 있고 인물의 성격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며,〈벙어리 삼룡이〉는 초기의 감상적 낭만주 의를 극복하고, 인간의 진실한 애정과 그것이 주는 인간구원의 의미를 보여준 작품이다. 그밖에 〈추억〉(신민공론)․〈은화․백동화〉 (동명)․ 〈여이 발사〉 (백조),〈꿈〉 (조선문단)〈뽕〉(개벽) 등을 발표했다.
1.3 나도향 작품의 예술적 특성
1.3.1 어휘적 특성(語彙的 特性)
그의 초기작품은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고 표현 기교가 미숙하였다 할지 라도 문체상 동시대의 주요 작가들과 비교해 볼 때 어휘적, 수사적, 서술적, 사조적 측면에서 특기할 만한 점이 적지 않다. 즉 도향의 초기작품에 쓰인 문장의 구조분석이야말로 그의 문학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가. 의성어와 의태어
도향의 초기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어휘적 특성으로는 역시 의성어와 의태어가 매우 빈번하게 사용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것은 도향 개인의 감성적 기질에서 연유되기도 하지만 백조동인들의 일반적인 경향이기도 하였다. 실제로 도향의 초기작품 문장을 살펴보면 그가 의성 어와 의태어를 얼마나 즐겨 사용했 는가를 알 수 있다.
‘하느님은 나에게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말 할 수 없이 갑갑하게 하며 아침 날에 광채 나는 처녀의 살빛 같은 햇볕을 대할 때나 종알거리며 경쾌하고 활발하게 흐르는 시내를 만날 때나 너울너울 춤추는 나비를 볼 때나 웃는 꽃이나 깜박이는 별이나 하늘을 흐르는 은하를 볼 때, 아하! 나의 사지를 흐르는 끓는 핏속에 오뇌의 요정을 던지셨나이까?’
<젊은이의 時節>에서
도향의 위와 같은 의성어와 의태어의 빈번한 사용은 비록 습작기의 기교적 미숙 에서 연유되었다 할지라도 문장을 매우 생생하게 만들어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을 더욱 현장감 있게 만들고 작가의 감정에 쉽게 동감하게 만드는 효과를 갖는다. <젊은이의 時節>에서 웃음을 묘사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향이 의성어와 의태어를 얼마나 다양하게 구사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시인은 눈물이 많도다.....’하고 ‘하하’하고 웃는데 누님하고 온 영빈이란 청년은 껄껄하고 어디인지 아주 불유쾌한 표정을 나타내며 눈물은 위안의 할아버지요. ‘허허허’철하는 눈물을 씻고 아주 어린아이같이 한번 빙긋 웃고......’
<젊은이의 時節> 에서
상기한 바와 같이 도향의 초기작품에서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지나치게 많이 사용 되었으며 또한 내용에 걸맞지 않은 어색한 표현이 적잖이 눈에 띈다. 하지만 1932년 이후에 발표한 작품에서는 의성어와 의태어의 사용 이 크게 줄어들 뿐더러 점차 세련되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의 <물레방아>에서 소설의 도입부분 첫머리와 방원의 처를 묘사한 부분을 보면 도향이 의성어와 의태어를 얼마나 적절하고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새침한 얼굴이 파르족족하고 길다란 눈썹과 검푸른 두 눈 가장자리에 예쁜 입, 뽀로통한 빰이며 콧날이 오똑한 데다가 후리후리한 키에 떡 벌어진 엉덩이가 아무리 보더라도 무섭게 이지적인 동시에 또는 창부형 으로 생긴 것이다.’ <물레방아>
즉 도향의 중기 이후 작품에서는 의성어와 의태어의 사용이 양과 질에서 동시대 여타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할 때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도향이 그의 초기작품에서 의성어와 의태어를 지나치게 사용했음은 표현기교의 미숙에서 기인했음이 확실해진다.
나. 색채수식어
나도향만큼 언어미학적 의식이 강한 작가는 그리 흔치 않은 편이다. 도향은 색채 수식어를 적절히 구사함으로써 부분적으로는 문장을 시적 차원 에까지 승화시켰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초기작품들에 거의 모든 문장에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색채 수식어를 많이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나의 온 감정을 몽롱한 안개 속에서 헤매이는 듯이 누런 감정을 나에게 주더니 오늘에는 불그레하게 황금색이 나는 빛을 나에게 던져 주더이다. 그리고 황금색이 농후한 액체가 평평한 곳으로 퍼지는 듯이 점점점점 보이지 않게 변하여 동색 (銅色)의 붉은 빛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어여쁜 처녀의 분홍저고리 빛으로 변하기까지 하였나이다.’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
이상에서 알 수 있는 바 도향은 거의 매 문장마다 색체 수식어를 사용 하고 있으며 수식 대상도 일반 사물이나 현상뿐만이 아니라 색감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행위나 감정에까지 폭 넓게 쓰고 있음이 확인된다. <젊은이의 時節>에서 색채수식어를 발췌하여 분류해 보면 크게 세 가지 색채가 많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 푸른색 계통
푸른 하늘, 푸른 풀, 파란 물, 푸른 사막, 파란 액체, 푸른 웃음, 푸른 눈썹, 푸른 달빛, 파르스름한 하늘, 푸른 물결, 파란 얼굴, 파리한 얼굴 등
○ 붉은색 계통
붉은 월계, 붉은 석양, 빨간 키스, 붉은 입술, 붉은 별, 붉은 해, 붉은 피, 빨간 사랑, 붉은 심장, 빨간 얼굴, 혈색의 옷, 다홍치마, 홍등촌 등
○ 하얀색 계통
흰 구름, 흰 나비, 회색 풀, 흰 아지랑이, 하얀 뺨, 흰 옷자락, 하얀 구름, 하얀 모래, 은빛 달빛, 은빛 물결 등
특히 주목할 것은 나도향이 그의 초기작품에 사용한 색채수식어 중 푸른 비애, 누 런 감정, 불그레한 미소, 회색 실망, 빨간 키스, 푸른 웃음, 빨간 사랑, 회색 침묵, 푸른 감상, 회색 파문 등의 묘사는 색감으로 인하여 부분적으로는 문장이 아름답거나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주관적인 묘사에 흘러 오히려 부적절한 수식으로 보이게 한다.
이런 감각적인 언어의 남발로 인하여 어느 면에서는 운문에 가까운 문장 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도향의 색체수식어는 중기 이후 작품부터는 점차 줄어 들기는 하지만 그의 문체적 특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다. 외래어
도향의 초기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어휘적 특성으로는 외래어의 남발을 들 수 있다. 특히 도향의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에서 사용된 외래어를 내용별로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사람 이름 : R, DH, MP, L, W, S, Y, H, P, 동생L 등
○ 인용 이름 : 비니큐스, 리지아, 에레나, 인사로프, 크르나도오스키 등
○ 고유명사 : C동, KC, SC강, SP강, ,C예배당, HC강, PC 등
○ 인용 작품 : , 등
○ 기타 외래어 : 센티멘탈, 플렛폼, 에에테르, 등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중기작품의 그리 길지 않은 문장 속에서 브러시, 팔레트, 캔버스, 모토 등의 외래어가 발견된다. 이 같은 도향의 외래어 중독현상은 1924년에 발표한 <전차 차장의 일기 몇 절> 이후 작품에 이르러서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 다만 그의 수필에서는 여전히 외래어를 즐겨 쓰고 있음이 확인된다.
2. 수사적 특성
가. 열거
그의 초기작품의 문체는 동사, 형용사, 부사가 많은 만연체로 되어 있다. 그리고 수사법상 문장이 대등적연결어미로 이어진 열거법을 많이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머리가 아프고 신흥이 나지 않아서 펴놓은 종이를 척척 접어 내던져 버리고 기지개를 한번 켜고 대님을 한번 갈아매고 모자를 집어쓰고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에서
열거된 내용이 모두 마지막 서술어를 수식하고 있음은 여느 문장과 별반 다를 바가 없으나 도향의 경우 열거가 지나치게 길기 때문에 문장 상호간에 연결 관계가 뚜렷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장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잃고 있다.
나. 비유
도향은 그 어느 작가보다도 비유와 상징을 많이 쓴 작가에 해당한다. 도향의 초기 작품에는 직유가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후기작품에서는 이러한 직유가 은유로 대체 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비유법이 도향 작품의 문체적 기조를 이루고 있으며 후기로 갈수록 비유가 점차 세련되 면서 사실주의 작가로 성장하게 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도향의 초기작품에 나오는 직유의 특징은 비유가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젊은이의 時節>에 나오는 직유의 예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 작은 여신의 젖가슴 같은 풀포기 / ○ 처녀의 살빛 같은 햇빛
○ 새색시 얼굴 같은 달/ ○ 아지랑이 같은 부드러운 마음
○ 바람결 같이 가벼운 음조 / ○ 햇솜 같이 부드러운 여성
이 뿐만이 아니라 도향은 하나의 원관념에 다양한 보조관념을 비교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젊은이의 時節>에서 음악소리를 비유한 부분을 발췌하면 도향이 수사에 있어 비유를 얼마나 선호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 흰 구름 같이 흰 음악소리 / ○ 아지랑이 같이 흰 음악소리
○ 흰 구름 같은 음악소리 / ○ 아지랑이 같이 희미한 음악소리
이처럼 초기작품에서의 거칠고 유치하게 보이는 비유가 후기작품으로 갈수록 점차 세련되어 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함께 처음에는 주로 대화나 독백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은유가 여러 편의 작품을 발표하게 되면서 일반적인 묘사에도 흔히 쓰이고 있음이 확인된다.
다. 대조
도향 작품의 수사적 기교들 가운데 또 하나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은 대조법이다. 그의 대조는 서술에서 뿐만이 아니라 대화에도 나타나고 있으며 소설의 전체 분위기 마저 대조의 구도로 이끌어가는 복합성을 보이고 있다.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의 일부 구절에 보이는 대조를 보면 도향 이 다른 수사기교에 비해 대조법을 능란하게 구사하였는가를 알 수 있다.
‘날이 매우 따뜻해졌습니다. 내일 쯤 한 번 가서 뵈오려 하나이다. 하오에 기다려 주십시오. 그리고 W군은 어저께 동경으로 떠나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만나보지 못한 것이 매우 섭섭하외다. 그리고 S군 Y군도 그리로 향하여 수일 후에 떠나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 아, 저는 외로운 몸이 홀로이 서울에 남아 있게 되겠지요. 정다운 친구들은 모두다 저 갈 곳으로 가버리고......’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
○ MP가 나를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
○ 누님의 도적질한 것은 그것을 죄를 정할까요, 상을 주어야 할까요?
○ 내가 행복한 자냐, 불행한 자냐?
○ 호의의 비평을 하였을는지, 악의의 비평을 하였을는지?
○ 아 누님, 그 소리가 진정이거나 거짓이거나 관성으로 인하여 우연히 나온 말이거나 아무 것이거나.
위에서 보여주듯 설의문의 경우 강한 긍정과 강한 부정이 함께 짝을 이루어 대조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도향의 초기작품에 보이는 대조는 단조롭지 않고 서술에 커다란 변화를 줌으로써 내용을 강조하는데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라. 반복
도향은 초기작품의 문장에서 단어를 반복하여 쓴 경우가 적지 않다. 도향의 초기 단편소설에서는 의성어와 의태어의 반복뿐 아니라 구(句) 와 절(節)의 반복까지 적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연체문장이 주는 지루함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반복의 경우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 에레나는 신앙 있는 사람을 사랑하였습니다. 그리고 신앙 없는 사람을 사랑치 않았습니다. 그러면 MP도 언제든지 신앙 있는 사람을 사랑할 터이지요. 그러면 그 MP가 저에게 신앙이 없다고 한 말은......
○ 자기의 생명까지 희생하는 것은 사랑이 있을 뿐이지요. 사람이 사랑으로 나고 사랑으로 죽고 사랑으로 살기만 하면 그 사람의 생은 참 생이 되겠지요.
○ 경애는 영빈을 사랑한다. 영빈도 경애를 사랑한다고 한다. 경애는 사랑이요, 사랑은 경애요, 영빈은 사랑이요, 사랑은 영빈이다. 사랑과 영빈과 경애는 한 몸이다.
위에서 보여 주듯 도향의 초기작품에 보이는 단어와 구와 절의 반복은 단편소설의 문장으로서는 전반적으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3. 서술방법적 특성
나도향의 초기작품은 대부분 소설의 전통적인 서술형식을 외면하고 고백적, 자서전 적인 서술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1922년과 1923년에 발표한 작품들은 거개가 자신의 과거체험에 초점을 맞춘 서간체적시점으로 서술하였다.
“초기작품에서는 내용의 대부분을 직접화법으로 일관하고 있어 독자 들에게 지루한 감을 주지만 중, 후기작품에서는 상당부분을 간접화법으로 처리함으로써 이야기의 보폭이 빨라졌을 뿐 아니라 사건이 보다 생동감 있게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향의 초기작품에서는 서술자가 항상 소설 속의 참여자로 나온다. 또한 서술자와 작중 인물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적당한 거리감에서 생기는 객관적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즉 서술자가 직접 독자들 앞에 나서서 읍소(泣訴)하듯 서술하고 있으므로 독자는 소설을 읽는 내내 이야기의 서술자를 의식하게 된다.
도향의 초기작품에서는 생을 열정적이며 주관적으로 본데 비해 중기 이후 작품 에서는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시야를 갖게 된다. 그리고 서술자는 소설 내용의 중심 에서 서서히 밖으로 이동을 하게 되고 독자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또 한 객관적인 자세를 회복하면서 초기작품에 비해 훨씬 안정된 소설구조를 갖추게 된다.
도향의 작품세계는 <전차 차장의 일기 몇 절>을 기점으로 하여 다분히 열정적 이고도 내면적인 1인칭 서술에서 벗어나 3인칭의 객관적 서술로 옮겨간다. 이상에서 알아본 바와 마찬가지로 도향의 초기작품은 서술기교 의 미숙에도 불구하고 서간체에 직접화법을 사용하여 시제의 현재법을 이루고 있는 점이라든가 작품의 화제 첫머리에 결과를 짐작하게 하는 예시를 한 점 등은 관심을 가질만한 기법이다.
4. 사조적 특성(思潮的 特性)
문학사적으로 볼 때 한국에 있어서 19세기 초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다양한 사조 적 조류에 휩쓸린 시기였다. 도향의 소설 역시 19세기 초 한국 문단의 분위기가 그러했듯이 문학사조의 격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백조파 동인 이었던 약관(弱冠)의 도향에게 서구적 낭만주의 는 매력이 있는 사조로 인식되었으며 이의 서툰 흉내는 그의 초기작품을 감상적 낭만주의에 흐르게 만든다.
도향의 초기작품은 구성과 문체를 보건데 신소설의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의 감상주의적 기질은 그의 문체가 영탄에 흐를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된다. 특히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과 <젊은이의 時節>, 그리고 <옛날 꿈은 蒼白 하더이다> 등 세 작품은 작품 전체가 영탄으로 되어있고 <행랑자식>이나 <十七圓 五十錢> 등 사실주의의 작품을 발표할 때까지 자기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내뱉는 감탄사가 작품 자체를 지극히 염세주의적이며 탐미주의적 분위기로 몰아간다.
‘아아, 누님은 생의 모든 것을 욕보였습니다. 누님은 누님 자기를 욕하고 가장 사랑하는 아우를 욕하고 .......아아, 나는 참으로 그 말을 그대로 듣고 있을 수 없어요. 나의 목을 누르는 듯한 누님의 말을 그대로 듣고 있을 수는 없어요. 아아, 내가 독사, 악마라면 누님은 나보다 무엇이라 할 수 없는 요녀입니다. 사랑의 육계를 앙상한 이빨로 뜯어 먹는 요녀예요. 무덤 위로 방황하는 야차입니다. 아아, 나의 가슴은 터지는 듯해요. 아아, 어찌하면 좋을까요. 누님 ...네......’ <젊은이의 時節>
도향의 초기작품은 지나치게 영탄조로 흐름으로써 오히려 수사에 실패하였으며 작가 스스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감탄사를 연발함으로써 산문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였다.
3. 결론
도향은 지극히 짧은 창작기간 동안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데 있어 사조적인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어휘, 수사 서술방법에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과정의 분석을 위해서 그의 초기작품에 대한 문장 해부는 도향의 문학 세계를 총체적으로 확인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도향의 초기작품은 어휘나 수사, 서술방법 및 사조적 측면에서 독특한 일면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도향의 초기작품에 대하여 산문에 어울리지 않는 언어습관이나 수사적 기교의 미숙, 서술방법에 있어서의 객관성 결여 등을 이유로 치기어린 작품 이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작품에서 지적해야 할 점은 초기작품의 표현 기교와 서술방법이 그의 성공적인 작품의 기초가 되고 있으며 창작의 발전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반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고에서는 도향의 초기작품을 통해 그의 문학세계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 보았다. 그러나 그의 전체 작품을 더 깊이 연구하지 못함으로써 한계가 있다. 그리고 후기작품의 계속적인 연구와 재평가의 필요성을 요청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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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구인환,『한국근대소설연구』,삼영사, 1977, p.161
10. 정한숙,『한국문학의 주변』, 고려대학교 출판부, 1975, p.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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