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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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뒤골목의 녀인들
2013년 03월 31일 18시 16분  조회:11027  추천:1  작성자: 최균선

                                       뒤골목의 녀인들
 
                                              최 균 선
 
    1998년도 5월 중순, 실습생들의 지도교원으로 도문에 갔다. 떠난지 근 10년 사이에 두어번 다녀왔지만 붙박이로 가게 된것은 처음이여서 마음이 그쪽으로 쏠리였던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있었던 고장에 정이 들기마련이다. 도문교원연수학교에 몇해간 있으면서 사연도 많았고 가지가지 수난도 겪었던 변강도시여서 그런지 모른다.
    간소한 행장을 들고 출찰구를 나오니 그전에 보이지 않던 경상에 조금 놀랐다. 무슨무슨 려관이라는 패쪾을 들고 손님들을 끄느라 친절을 다하는 녀자들의 모습이 그리 반갑게 여겨지지 않았다. 이미 도덕의 마지막 방선인 녀성궁마저 개방된 세월이 니 무슨 행각인들 없으랴만 일종 선입견이 앞서기만 했다.
    그전해에 매하구에 가서 대학시험지를 내고 돌아올 때 길림역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붐비는 대합실이 싫어서 광장의 구석똑에서 기차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는데 한 녀자애가 다가와 려관에 가서 휴식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담방 기차 시간이 되기에 생각이 없다고 하니 무어라 쫑알쫑알 욕하며 저쪽으로 갔다. 뒤미처 또 다른 처녀애가 다가와 려관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자기와 놀지 않겠느냐고 로골적으로 나왔다. 나는 어쩌는가고 보려고 내얼굴을 보고 말하라고 했다. 그랬더 니 한족녀자애의 대답이 걸작이였다.
    ㅡ아이요, 따거, 닌 타이 쏴이나, 워칸중니야, 쟈걸 부꾸이마…껀워쩌우바.
    한달이나 꼼짝없이 갇히워서 받은 돈이 거금은 아니라도 어느 병신이 산설고 물설은 타고장에서 멋대가리 없이 놀다가 게잃고 구럭잃을것인가? 나는 팔에 칭칭 감겨드는 처녀애를 뿌리치고 대합실로 돌아왔던 일이 생각나서 회심의 미소를 머금지 않을수 없었다.
    여기, 도문이라면 누구의 안내를 받을것도 없이 거리거리, 골목들에 싸구려려관을 찾을수 있는 나였다. 실습지도경비로 웬간한 초대소쯤은 들수 있으나 역시 “구두 쇠” 의 본성대로 눅거리려관에 들려고작심했다. “拉客”녀자들의 감언리설을 그럴쯤 들으며 광장을 가로질러 나오는데 아주 깔끔하게 생기고 몸매도 세련된 한 30대 녀인이 내앞을 막아섰다.
    ㅡ손님, 저 패말을 들고있는 녀자들에게 속지 말고 저희 려관에 드세요. 제가 려관주인인데 식사랑 단촐하게 잘 제공해 드릴게요.
    나는 짐짓 정색을 해서 그녀의 내속을 떠보았다.
    ㅡ 주인마님이 직접 접대한다면 몰라도…
    ㅡ 글쎄요, 정 요구한다면 그럴수 있지요, 호호호…
    내가 려관주인이란 녀자의 외모에 호감을 가졌던지 아니면 어떨꿍이가 앞섰는지 그 녀자의 유혹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나는더 긴말을 하지 않고 그녀자를 따라갔다. 길가에 자리잡은 허수룩한 련관이였는데 간판은 “행복려관”이였다. 제일 깨끗하고 조용한곳을 우대한다며 복도 문간쪽 첫칸에 들게 하였다.
    려관비, 식사비를 좋도록 협상하고 난후 녀자가 “쑈제”가 몇이 있다면서 보겠는가고 하였다. 이런 려관의 취지를 왕청, 룡정 등지에서 실습지도를 하면서 대강 체득하고있었기에 생뚱같은 말은 아니였지만 고리삭은 골샌님인 나로서는 억색하기도 하였다. 나는 실습지도를 왔으니 함부로 놀아서는 안되는 처지라고 사절해버렸다.
    점심식사를 할 때, 젊은 녀자 둘, 나이가 지숙한 녀자가 밥상에 둘러앉았다. 나는 녀주인이 말하는 “쑈제”들이겠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 그러면서 내가 더러비를 쓰고 이런 려관에 들었다는 자체가 스스로도 자아풍자가 아니겠는가고 생각하였다. 오후에 각 학교들을 돌면서 실습생들을 안배하고 함께 저녁을 먹다보니 밤이 이슥해 서야 려관에 돌아왔다. 손님을 받았는지 분위기가 별스러웠다.
    도문에 눅거리려관이 어디면 다르랴싶었지만 조금 후회되는 마음으로 하루의 소감을 적느라 일기책을 펼쳤는데 노크도 없이 한 녀자가 불쑥 들어왔다.
    ㅡ무슨 볼일이…
    ㅡ아임다. 너무 심심해서 얘기나 하자고 들어왔는데 내쫓지는 않겠지요?
    나는 어안이벙벙했다. 녀자를 얼핏 쳐다보았다. 왜소하고 깡마른 몸매에 40 대를 바라보는 까마잡잡한 녀자였다. 그녀에게서 정히 취할점이 있다면 정기가 채사그라지지 않은 크고 까만 눈이였다. 내가 무어라 대답하기전에 그녀가 얌치는 구워먹고말았 는지 구들에 척 들어앉는데는 더구나 억이막혔다.
     ㅡ선생님이라면서요? 난 이런 점잖은 분들이면 마음이 편안해짐다. 아이, 그 옆에 놓인것이 술병이 아닌가요? 고급술이겠구만, 참 깜찍하게 만든 술병이네. 좀 냄새 맡아보아도 됨까? 아이ㅡ정말 향기로운 냄새가 나네. 좀 맛보아도 됨까?
    녀자는 내가 반응을 보이기도전에 마개를 열고 입에 가져다대고 몇모금 꼴깍꼴깍 하는것이 아닌가? 웬간한 마당에 빗질이라고 이렇게 마구나오는 녀자와 처음 무릎을 맞대고 앉는지라 그저 괘씸하다고 해야 할지? 짐짓 성내야 할지 몰랐다.
    ㅡ선생님은 술에 아주 찹찹한 모양임다 예? 출장을 다니면서도 술병을 가지고 다니니 말임다. 근데 무슨 술이 독하지도 않고 이리 쌩합니까? 한모금 더 마셔볼가?
    ㅡ그게 약술인데요
    마뜩치않게 여기는 마음이였지만 입에서는 챙김이 없던 대답이 튕겨나갔다. 역시 응대였으니까 축객령을 내리지 않고 응대하겠다고 절로 선포한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내심으로 일문일답을 하였다. 매음하는 녀자들은 부끄러움이나 체면과 아예 등지고 말았는가? 상품경제시대라도 해도 녀자들이 이렇게도 타락할수 있단말인가?
    뒤미처 기녀들을 욕하는 단어들이 련달아 떠올랐다. “구미여우”, “낯짝이 없는 년”, “창부년”, “몸파는 년”,“똥구덩이”,“하수구”,“공공뻐스”,“공동변소”, “령혼을 파는 녀자”,“하수도”,“천인마”,“만인앞(万人压)”…그러나 이런 단어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다 남자들로서 한번도 매음녀와 섞이지 않은 군자들이라고 할수 있을가?
    이런저런 사연이 있거나 먹고 살기위해 그짓을 하는 녀자들이라도 우선은 사람이고 동족인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 녀자의 인격마저 멸시한단말인가? 이런 녀자들에게도 부모형제가 있을것이고 나름대로 행복한 인생을 추구할것은 당연한데 그녀들에게 진실한 감정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수 있단말인가?비록 돌이킬수 없는 길에 들어섰지만 사회상에서 일종 직업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거대한 도덕적압력을 받으며 낯선 남자들에게 릉멸당하면서 자기 육체를 파는것이 아니랴,
    나는 붓쟁이의 통병이 도져서 이 녀자에게서 도문시내 뒤골목녀자들의 진실한 삶의 양상을 조금 알수 있을것같아 응대하기로 마음먹고 말을 주고받았다. 나는 그녀가 일정한 문화소양도 있고 내심심처에 진정한 사랑과 꿈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알았 을 때 저으기 놀랐다. 온사회적으로 매음하는 녀자들에게는 진실한 감정을 운운하는 그 자체가 넌센스라는 관념이 얼마나 편파적인가를 생각하게 되였다.
    ㅡ 그래 어디서 무얼하다가 이 길에 들어섰소? 묻기는 안되였지만…
    ㅡ 괜찮습니다. 선생님이여서 저같은 녀자를 사람취급해주는데 뭐, 저도 연길 사람이임다. 첫패로 택시운전수질 했습니다. 가정도 있고 아이도 있었지요. 그런데 한번은 얼대기를 모르고 청년 셋을 태우고 밤에 먼곳을 뛰였는데…말하기도 창피하지만 잘못걸렸슴다. 사람이 없는 교외에서 그놈들에게 륜간당하고 돈털리고…그 바람에 남편에게서 리혼맞고…부모들은 다 돌아간 처지여서 생활해나가기 어려웠슴다…
    ㅡ그럼 알맞는 남자를 만나 다시 가정을 이룰것이지 어찌 이렇게 산단말이요. 아직은 좀 젊어서 괜찮지만 이제 나이를 더먹으면 어쩔려고?…
    이 녀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역시 피치못할 사정이 있다고 해야 할지? 이 녀자가 겪은 이외의 불행은 충분히 동정을 살수 있다. 그 뒤의 선택은 잘못되였더라도 연약한 녀자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인생고였고 이 녀자의 개인적인 불행과 치욕이였지만  문명시대의 치욕이라 말하는것이 더 나을것이다. 나는 그녀를 인간적으로 리해해주고 멸시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은 흔히 매춘부들은 스스로 자기네 직업을 추악한것으로 생각하며 렬등감을 가질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실정은 정반대이다. 운명의 희롱으로, 혹은 자기의 죄과로 인하여 비참한 처지에 굴러떨어진 경우라도 그 처지가 아무리 부정당한것이라고 하여도 자기네의 처지가 사람이 못살 처경은 아니고 역반심리로 정당하다고 자위할수도 있을지 모른다.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그런 오입쟁이들이 없다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것이기도 하리라.
    며칠후 나는 그녀의 동의하에 옛날 내가 농촌에 있을 때 알게 된 한 사람을 그녀와 마주세워주었다. 그러나 나의 싱거운 중매는 우습게 끝나고말았다. 후에 녀자가 나에게 힐난삼아 토설했다. 나이가 많은것은 둘째치고 농촌사람으로서 시내에 들어와 삼륜차를 몰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처지에 무도장에나 드나들며 산다는것을 알고 나를 원망했다는것이였다. 아무리 막노는 녀자라도 그런 사람과 살게면 그냥 제몸팔아서 구속이 없이 살기만 못하다는것이였다.
    나는 그녀를 인격적으로 모욕한셈이 되여 내심 미안했다. 그녀의 인생관이나 애정관은 형편없이 이그러진것은 아니여서 내마음이 안쓰러웠던지…내가 행복려관에 있었던 열며칠 동안은 그녀가 허물없는 말동무로 되였다. 때떄로 적적하면 무상으로 복무하겠다는 암시하기도 했지만 거짓말같이 나는 그럴 생각이 꼬물도 없었다.
    어느날 밤, 친구들에게도 옛말삼아 꺼내기도 머석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날 집에 왔다가 가지고 간 새 술병을 헤쳐놓고 마른 명태를 안주로 그 녀자와 권커니 작커니 하는데 복도에서 왁짝 고아대는 소리가 들리였다.
     ㅡ 야, 이 빌어먹을 간나새끼, 아직두 안나오고 뭘 하는게야? 다른 손님이 기다 린단 말이야, 냉큼 나오지 못해?
    문소리가 나는듯 싶더니 뒤미처 녀자가 얻어맞아 울고불고하며 악바리를 쓰는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ㅡ왜 때려? 내가 나오고싶지 않아서 그랬어? 저새끼 물고늘어져서 놓아주지 않 는걸 낸들 어쩌란 말이야,
     ㅡ받은 돈이나 내놔? 빌어먹을년…
     해밝게 생긴 려관집녀주인이 남자를 욕하고 녀자를 얼리는 소리가 들리였다. 내가 궁금해 몸을 움찔거리니 삐치지 말라고 눌러앉혔다.
    ㅡ저 개새끼, 또 불쌍한 애를 두들겨패는군, 나쁜놈의 새끼, 이 려관의 남자로 로반임다. 아새끼 젊은놈이 어디서 할일이 없어 이상녀자에게 붙어먹으면서…
    나는 할말을 잃었다. 불쌍하다고 해야 하는가? 편을 들어주어야 하는가? 참으로 더러운 세상에서도 더러운 려관에 들었다싶으며 스스로 창피하고 너절한 존재로 전락 된듯싶어져서 날이 밝으면 결산하고 떠나리라 작정하였다. 내속궁리를 알아챘는지 녀자가 집체초대소에 가면 이런 꼴을 보지 않겠지만 개인려관은 다 한가지란다. 자기도 여기서는 그러기 어떠해서 요즘은 다른 려관에 가서 한다고 했다.
    저 애가 참 불쌍합니다. 원래 로투구에서 이 일을 하다가 로반새끼가 몸을 판 돈을 자꾸 떼먹으며 주지 않는데다가 쩍하면 제가 달려들고 말을 듣지 않으면 사정없 이 두들겨팼답니다. 그래서 배기지 못하고 무작정 도문에 도망쳐온것을 내가 여기에 소개해주었는데 저 로반새끼가 마음이 어진줄 알고 맨날 저렇게 마구 행패를 함다
    선생님은 뒤골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있다는 사실을 처음 암까? 미안합니다. 저애가 여기서 잠시 피신하게 합시다. 저새끼 아무리 마구재비라도 선생님같은 점잖 은 손님들앞에서는 막나오지 못함다. 혹시 파출소에 알리기라도 할가봐 겁내지요.
녀자는 말을 마치고 나가더니 호되게 얻어맞아서 볼이 시뻘겋게 부은 녀자를 데 리고 들어왔다. 내방이 이런 허접스러운 녀자들이 피신처라도 된듯싶어 기분이 불쾌 했지만 내색을 내지 않았다.
    젊은 녀자는 이 며칠새 가까이 굴지는 않았지만 생면부지는 아니였다. 이런 직업을 하기엔 너무 어리숙히게 생긴 녀자라고 단정한터여서 더 깊이 알고싶지도 않았을뿐이다. 내가 농민출신여서일가? 분명 농촌에서 왔을 그녀에게 자기도 모를 한가닥 동정심이 건너갔다. 역시 싱거운 대화를 시작했다.
    ㅡ 아직 젊디젊은 나이에 남편이랑 어쩌고 이렇게 굴러다니오?
    ㅡ 선생님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미안함니다.
    ㅡ 사정이 이렇게 된이상 미안할것은 없소만 그래 고향은 어디오?
    ㅡ 동성태평이였는데 시집은 룡산에 갔습니다.
    ㅡ 룡산? 나도 룡산에서 산 사람인데…남편이 누구요? 혹시 내가…
    ㅡ 우리 시아버지가 허××입니다. 정말 룡산에서 살았다면 선생님 나이면 우리 시아버지나 남편을 잘 알겜니다.
    ㅡ허××라구?
    나의 뇌리속에는 룡산3대의 허씨의 얼굴이 인차 떠올랐다. 촌에서 함께 보막이랑 하면서 꽤나 친숙하게 지대던 사람이다. 그의 며느리가 이렇게 되였다는 사실에 나는 일종 허탈감을 느끼였다. 나는 속으로 “제길헐놈의 세상”하고 뇌까렸다.
    ㅡ 농촌치고 참 좋은 곳인데 농사지으면서도 살수 있는걸 어찌…
    ㅡ 시집가서 3년만에 본가집이 있는 태평촌에 이사가서 살다가 개혁개방이 되니 룡정시내에 들어갔습니다. 남편은 삼륜차를 몰았는데 처음엔 부지런하게 일해서 쌀값이나 벌었고 나도 김치장사랑 해서 아이를 유치원에랑 보낼수 있었슴다. 그런데 남편이란자가 차차 노라리를 피우며 일은 잘하지 않고 맨날 술주정을 패고 도박도 놀고하면서 못사는게 내탓인것처럼 매일 장작패듯이 두들겨패는 바람에 밸이나서 집을 뛰쳐나왔는데…결국 이렇게 되였슴다. 훗날 혹시 우리 시아버지를 만나면 내 애기를 하지 맙소, 우리 시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였는데…
    역시 사정이 있어서 매음녀로 전락되였다고 리해하여 주어야 하는가? 아무튼 유부녀로 매음하는 녀자치고 한남자에게서 생리수요를 만족시킬수 없어서 많은 남자를 향수하기 위해 매음의 길에 들어선 녀자는 별로 없으리라 본다. 그후 가만히 살펴 보느라니 생생한 처녀애들도 두세넷이 행복려관에 들락거리며 “사업”하는듯싶었다. 려관집주인은 나와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랬는지 그 녀자들을 “천거”하느라 징 징거리지 않아서 다행이였다.
    나는 철저히 생활체험을 하기로 마음다잡고 며칠 더 눌러앉았다. 려관집녀주인은 해반주그레 생긴것처럼 작식도 입맛이 나게 잘하였다. 나는 주동적으로 그 데퉁스럽고 몰인정한 남자주인에게 접근하면서 또 다른 인간상을 그려보았다. 젊은사람이 멀끔하게 생기고 체대도 훤칠하였는데 겉보기엔 녀주인과 걸맞아보였다. 내가 궁금 해서 말친구인 그 녀자에게 물었더니 녀자주인도 처지가 딱하였다.
    남자는 워낙 도문바닥에서 이름난 깡패로서 녀주인이 잘못걸려 “압채부인”이 되였단다. 등기도 내지 않고 살지만 도망치지 못하는것은 남자의 주먹이 무서워서 란다. 지금 남편모르게 가만히 로씨야려권수속을 하는데 기회를 엿보아서 내뺄 타산 을 하고있다고 알려주었다. 녀주인은 고중을 졸업하였고 마음씨도 착하다고 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생김새나 말하는 품을 보아서 인격이 망가진 녀자가 아니였고 매음굴을  경영할 그런 독한 마음을 가진 녀자가 아닌듯싶었다.
    어느 하루, 점심때 려관에 돌아오니 원래있던 두녀자와 낯모를 한 젊은녀자가 화식칸쪽에 둘러앉아 채소를 다듬고있었다. 다른 녀자들은 빙긋 웃으며 알은체하는데 새로온 녀자는 곁눈질만 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못본체하고 내방에 들어와 잠시 누웠는데 로반냥이 살며시 들어왔다.
    ㅡ 선생님, 미안해요, 오늘은 낮에 일이 생겨서 점심이 좀 늦어졌어요. 좀 기다리면 곧 됨다. 참, 들어오면서 한 녀자를 보았지요? 곱게 생긴 녀잔데 한번 친해보지 않겠습니까? 사정이 딱해서 나를 찾아왔는데 도와주는셈 치고 한번 만나보세요…
내가 아무대답이 없자 녀자는 다시 구구히 해석하였다.
    ㅡ 저 녀자는 원래 이런 일을 하는 녀자가 아닙니다. 사정이 딱해서 처음 나온 녀자인데 안쪽에서 온 따궁새끼들은 아예 상대하지 않는다고 딱 짭아뗌니다. 점잖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하라고 조르네요. 선생님을 말하니 좋아하는 기색입디다…
점심을 먹고 잠시 잠을 청하는데 문이 열리며 로반냥이 아까 말하던 녀자를 데리 고 들어섰다. 나는 마뜩치 않게 생각되였지만 로반냥의 낯을 봐서라도 문전박대는 할수 없어 일어나 앉았다. 로반냥이 녀자를 주저앉히며 말했다.
    ㅡ 그럼 좋게들 토론해 보십시오,
    녀자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앉았다. 사랑도 도덕도 리기적향락의 저울판에 오르고 성실한 인격이 메말라가고 있는 현실속에서 자기를 잃어가려는 녀인들, 이런저런 사정으로 혼탁한 생활의 소용돌이속에 자기를 밀어넣으려 작심하고 나왔다는 녀자를 눈빗질하는 나도 이상한 심사였다. 그녀는 마치 어서 팔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녀자로서의 수치감을 억누르며 얼핏 얼굴을 들었다 숙이였다.
   그녀는 삼십대 초반인듯 하였지만 아름다움은 얼굴과 곡선이 뚜렷한 몸매에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자기의 매력과 순정을 팽겨치려는 녀자의 아름다움이란 너무나 애처로운것이다. 그녀의 담담한 표정에는 맑은물속에서 옥돌을 발견한 그런 느낌을 줄만큼 담담하고 어엿한 무엇이 비껴있었다.
    류행되는 인조금발도 아니고 귀거리도 달랑거리지 않는 그에게서 성감적이 유혹도 고전적인 은근한 미도 찾아볼수 없었지만 무르익은 복숭아처럼 탐스러우면서도 조화되고 아련하였다. 잠간 마주쳤지만 지나치게 성실한듯한 눈에서 요사스러운 매음 녀의 단순한 욕망같은것을 찾아볼수 없었다.
    한창 성숙기를 맞은 그녀의 풍만한 육체는 너무나 싱싱하고 내성적이고 랭담하기까지 한것이여서 얼뜨기 매음녀들은 죽었다 살아나도 미치지 못할 순수한 미를 은근히 과시하고있다. 행복한 처경이였다면 분명 정이 넘치는 현모량처로 살아갈 그련 녀자라는것이 깊게 각인되였다. 곱살스럽게 생긴 하얀 얼굴에 얼핏 스쳐간 미소였지만 가을날 오후의 해볕처럼 따스한 느낌을 주었다.
    산사람을, 어떤 바램을 가지고 낯선 남자앞에서 무슨 처분을 기다리는 하녀처럼 얌전하게 앉아있는 녀자를 끝까지 무시할수는 없었다. 내가 군자인가? 스스로 허구픈 웃음이 나왔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녀자는 어느새 꽃무늬 적삼의 웃단추를 땃는지 브래지어도 입지않은 가슴을 내비치고 앉아있지 않은가?
    그러나 경박한 여느 녀인들처럼 눈길로 추파를 던지지는 않고있었다. 깊이 패인 젖무덤사이에 이성의 유혹이 철철 넘쳐흐르고있었다. 그것은 무언의 충동질이기도 한 것이다.그러한 은밀한 곳을 딱 한번만 곁눈질해도 남자로서는 가슴에서 폭풍이 일기 가 충분하다. 가령 낮이 아니고 밤이였다면 좁다란 방안에 지진이 일고 폭풍우가 몰 아치며 혼돈세계가 펼쳐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으랴!
    남자앞에서 의도적으로 젖가슴을 헤치는것은 입으로 말하는것이 아니라 한껏 부푼 자기의 유방으로, 미끈하고 풍만한 허벅다리와 그 사이에 교묘하게 숨긴 은밀한 삼각지대로 말하고저하는것이다. 려염집의 단정한 젊은아낙네가 저렇게 나오는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딱히 무어라 이름할수 없이 마음이 얼크러졌다. 나는 스스로 자기를 잃어버리고 방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듯 싶었다.
    가령 이 녀자가 바라는대로 육체와 육체의 대화를 나누며 감각과 감각의 융합을 갈구하며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욕망과 그 욕망의 끝을 함께 치달아올라 숨가쁜 전률과 몽환경속에서 생명의 향수를 느낀다고 할제 나는 과연 즐거울것인가? 나는 분명 저 녀자를 릉욕하는것밖에 다른 무엇이 없으며 나는 한낱 수컷으로 될것이다. 사람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마음대로 할수 있는 행위라도 시작해야 할것과 멈춰야 할것을 확실하게 분별할줄 알아야 한다던가…나의 리지의 방파제가 무너질듯하였다…
    겉보기에도 정많고 눈물이 헤프고 가진것이란 순결한 녀성의 본분뿐일 녀자, 그녀는 분명 신을 신고 시내물을 건너려는 사녀자이다. 그녀는 한차례 육체교역을 하더라도 순정을 팽겨치지 않을것이기에 일이 끝나면 마음에 상처는 깊이깊이 패일것이다. 나는 그시각 엉뚱하게 왜지밭을 헤매고있었다. 그러나 격정의 정수리에 리성이라는 랭수를 끼얹어야 할만큼 방종의 자세를 가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분명 점점 더 무참한 기색으로 안절부절하고있다. 낯모를 남자에게 몸을 바치려고 자청하고있는 자신에게 불만하고있음이 력연하였다. 저 녀자도 나무는 껍질로 살고 사람은 얼굴로 산다는 속담쯤은 알고있을것이다. 자기 안해가 눅거리려관방 을 찾아다니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어놓은 그 남편이란자는 참으로 딱한 인간이렸다. 무참함을 참을수 없다는듯 녀자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ㅡ 미안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제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으나 해살처럼 따스하게 내마음을 비춰왔다. 녀자는 말을 하면서 비웃는듯한 눈길로 나를 직시했다. 눈꼬리부터 웃음이 시작되는 눈매와 겁먹 은듯한 기색을 가진 그런 타잎의 청순하면서도 앳된감을 주는 귀여운 얼굴이였다. 그런데 그 웃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새초롬해지였다. 이런 처지로, 그런 마음으로 낯선남자와 마주앉지 않고 일상의 기분대로라면 아지랑이같이 아물아물한 신비감과 미풍처럼 부드럽고 다정함이 어릴 얼굴일것이라고 생각되면서 마음이 아릿해났다.
    ㅡ미안하오, 그쪽을 무시하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소. 내느낌이 틀리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까 로반냥이 나에게 소개한데 의하면…
    ㅡ 순임이라고 불러요. 원래 이런 일을 시작하면 제 이름을 밝히는 법이 아니지만 선생님이 좋은 분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알려주는거예요.
    ㅡ 감사하오, 그럼 우리 아무 구김없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수 있겠구먼…
    나의 말에 녀자는 마침내 고운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참고참다가 흘러나온 눈물은 볼을 타고 내려서 도토름한 입술아래 하얀 턱에서 맴을 돌다가 한방울 두방울 장판지에 떨어졌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자기는 고무공장에 림시공이였는데 공장이 마사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무직업자가 되였고 남편은 철로에 공로단에 있었는데 원래 일하기 좋아하지 않아 말썽을 부리던차 쌰강하고 말았다고 한다.
    울며겨자먹기로 삼륜차를 몰았는데 조그마한 거리에 삼륜차부들은 많고 손님은 적고해서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다고했다. 수입은 없지, 자존심 하나만은 돈독해서 아는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창피하고 열통이 번져져서 못해먹겠다고 투정질하더니 마 침내 집어치우고 빈둥거리며 놀고있다보니 살아갈일이 정말 막막하다고 하였다.
    ㅡ제가 오죽하면 낯이 뜨거운것도 이 길에 나서기로 맘먹었겠슴까?《6.1절》은 담방인데 학교서는 이것저것 내라는게 많고 검은색 바지와 대복에다 흰운동화까지 갖추어야 한다며 래일까지 돈을 내라는데 어디 돈을 얻을수 있어야지요. 쌀주머니도 거꾸로 털어야 할 지경이 되였는데도 아애비는 어찔궁리는 하지 않고 나더러 어쩌라하고… 아이는 징징거리고…내가 남편이 있어가지고 이렇게 하면 나쁜녀자이지만 인제 너무 악이나서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ㅡ 아이가 몇학년이고 어느 학교에 다니오?
    ㅡ 철로자제소학교에 다니는데 새학기면 3학에 올라갈 판입니다.
    ㅡ 엄마를 닮았으면 아이가 무척 귀엽겠구만
    ㅡ 귀엽기야 뭘요, 공부는 잘하고 정말 착하게 굴어서 볼때만다 눈물이 남다.
    ㅡ 오후에 내가 철로소학교에서 실습생들의 교학을 지도하기로 했는데 만약 아이를 데리러 온다면 교문밖에서 기다릴수 있겠소?
    ㅡ 집이 오공촌에 있다보니 아이가 철길을 넘을 때 걱정이 돼서 날마다 데려가고 데려오고 하지만 어쩌려구요?
    ㅡ 아무튼 미안하오. 나 순임의 수요가 무엇인지 모르는바가 아니지만 그렇게는 할 생각이 없어요. 내가 점잖아서가 아니라 순임이가 너무 안되여서…
    오후에 지도를 마치고 학교를 나오니 교문밖에 순임이가 와있었다. 90년대30대 녀인으로는 옷차림이 너무 초라했다. 어깨에 멘 가방도 구식이였고 무엇이 들어있을 수도 없는듯 훌쭉하였다. 남의 눈길이 무서워서 순임이는 나와 저만치 떨어져섰다. 이윽고 곱상스러운 남자애가 어머니를 부르며 달려오더니 와락 안기였다.
    ㅡ엄마, 선생님이 통일복값을 래일까지 다내야 한대요. 준비했슴까?
    ㅡ응, 그래, 잔소리 말고 얼른 집에 가자.
    나는 아이에게 어떤 인상을 줄지 조금 걱정하면서 다가가 알은체했다.
    ㅡ 꼬마친구, 참 똑똑하게 잘생겼구나. 이름이 뭐지?
    ㅡ 엄마, 이분이 누구신가요?
    ㅡ 응, 엄마가 중학교다닐 때 선생님이였단다. 인사해라.
    ㅡ 안녕하십니까? 전영철이라고 합니다. 선…생님.
   나는 모자의 뒤를 따라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큰길옆에 있는 “양고기뀀점”을 지날 때 아이가 코를 벌름거리다가 앞서가는 엄마를 잡아끌었다.
    ㅡ엄마, 오래잖으면 “6.1절”인데 양로쵈먹자 응?
   순임이는 난처한 기색으로 나를 힐끔 보고는 아이의 손을 세괃게 잡아끌었다.
    ㅡ 양로쵈을 못먹어봤다구 그러니? 오늘은 그냥 집에가서 밥먹자.
   나는 다가가서 아이의 손을 잡았다.
    ㅡ영철아, 그래 오늘 이 아바이선생님이 칭커하마, 좋지?
아이는 좋아서 뛸듯한 기색이였지만 제에미의 눈치를 보았다.
    ㅡ 선생니임, 어찌 그런 페까지 끼침까, 아이말은 관계하지 말고 어서 가보세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아이의 손목을 끌고 뀀점으로 들어갔다. 어른들에게는 가난이 수치이고 고통으로 다가서지만 어린심령에는 너무나 깊은 인상으로 새겨지는법이다. 내새끼들이 어릴때 너무 못입고 못먹고 자란 생각을 하면 가슴이 뭉클해났다. 아무 인연도 없는 한 녀자, 그리고 처음보는 애일지라도 련민의 정이 울컥했던것이다.
    래일은 삼수갑산 가더라도 이 한번만은 모자에게 섭섭함이 없도록 뀀을 넉넉하게 청했다. 아이는 저도 굽어본다고 덤벼치다가 에미에게 죽박받기도 했지만 천진란만 하기만 하였다. 정말 먹고싶었던 모양, 어린놈이 많이도 제끼였다. 순임이는 그냥 미안한 기색을 지으며 구워서는 내쪽에 넘겨놓고 있었다.
    ㅡ 너무 그럴것은 없소, 오다가다 만난 사람이지만 이미 알게 되였으니 인연이 아니겠소? 순임이도 사양말고 실컷 먹어보오. 별로 대단한것도 아닌데 뭐…
    ㅡ 고맙긴 하지만 처음 만나서 너무 신세를 지는것이 아임까
    ㅡ 엄마, 선생님라면서? 엄마선생님이 산건데 많이 먹기시오.
    ㅡ 그래, 영철아. 많이 많이 먹어라. 모자라면 더 사줄께.
    ㅡ 엄마, 남으면 아부지를 갖다주자, 응?
    ㅡ 그건 안돼, 돈이 어디서 났냐고 하면 어쩔래? 혼자 사먹는다고 욕할건데…
    ㅡ 아, 맞다, 그럼 여기서 배터지게 먹어야지, 아, 맛있다. 헤헤헤…
    게걸이 감식으로 뀀을 우겨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더욱 생각이 착잡해졌다. 인간의 마음이란 자기보다 행복한 사람의 위치에서 보는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더 불행한 사람의 위치에서만 보게 되여있다. 나는 구지레한 뒤골목려관을 찾아든 이 순임이라는 젊은 녀자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털어버렸다.
    운명적인 만남은 아니여도 그 무엇을 바라지 않는 정애가 생겨나는것을 가슴으로 절감했다. 인간의 온갖 감정에는 결론이란 없지만 리성에는 뚜렷한 결론이 있다는것을 깨달았다고나 할가? 내가 억지로 권한 맥주한고뿌를 마시고난 순임이의 얼굴은 붉 어있었고 난감한 표정을 털어버리지 못한채 조마조마해 하였다. 모르긴해도 남편이 불쑥 뛰여들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고 속을 배탈고있을지도 모른다.
    한사람은 층집 베란다에서 풍경을 내다보고 한사람은 그의 눈길아래서 힘겹게 밀차를 밀고있다. 이것이 인생마당이다. 그러나 나는 정신없이 뀀을 먹는 아이나. 얌전하게, 그러나 맛있게 뀀을 먹는 녀자의 모습을 무슨 풍경처럼 볼 마음은 없었다. 기름이 번지르르한 입으로 헤벌쭉해서 “오늘 정말 잘먹었슴다. 고맙슴다”하고 제법 인사를 차릴줄 아는 아이가 제새끼는 아니여도 그렇게 탐탁할수 없었다.
    밖에 나오니 해가 저물고있었다. 서쪽하늘에는 한숨같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여오르고있었다. 말없이 수굿하고 걷는 순임이의 말쑥한 옆얼굴에는 애수가 짙게 비껴있었다. 녀자들의 불행이란 대체로 남자때문에 생기는것이고 녀자가 정조를 잃으면 그것은 녀자의 패덕이 된다. 배부른 아이는 저만치 앞서가며 껑충거린다. 우리는 저마다 제생각을 하며 동안을 띄우고 상관없는 사람들처럼 걸었다.
   생명은 목적성과 적응성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인간의 생존조건이란 본질적으로 어쩔수 없이 부조리하고 잔혹하다. 바로 내옆에서 모른체 하고 걷는 이 녀자도는 지금 가장 최저의 생활수요로 해서 속을 끙끙 앓고있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가? 혹시 내가 이 녀자앞에서 값싼 동정심을 베풀면서 잘난체한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인간을 마지막으로 완성시키는것도 돈이요 철저히 파멸시키는것도 돈이다. 이 녀자는 돈으로 자기의 절박한 수요를 조금이라도 만족시키려고 파멸을 자청해 나선 것이다. 인간은 해석과 설명을 좋아하는 동물이다. 하기에 대방이 침묵하고 있으면 그 침묵하는 내용을 알고싶어진다. 나는 순임이의 마음을 알고싶었다.
    나는 또 몹쓸 습관으로 생각을 엉뚱한 방향에로 깊이 끌어간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도와주었다면 그것은 당신의 분복이고 아무도 당신을 도와주지 않은다면 그것은 운명일뿐이다. 당신을 위해 아무도 일해주지 않을것이다. 생명은 당신 자신의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우선 자구(自求)해야 한다. 그런데 뒤골목에서 몸을 파는것으로 자구한다는것은 너무나 비참한 자구이다. 순임이라는 이 녀자도 자구하고 있는가?
    인제 갈라져서 걸을때가 되였다. 나는 주저주저하며 백원짜리 두장을 넣은 봉투를 꺼내여들고 순임이를 불러세웠다.
    ㅡ 순임이, 오해하지 말고 이걸 받소, 많지 않으니 우선 아이의 통일복값이나 내오
    ㅡ 아이, 선생님 이러면 안됨다. 아이가 쵈을 먹은것만도 미안한데…
    ㅡ 그게 무슨 말이요, 인정이란 주고받는것이지만 꼭 무슨 대가식으로 주고받는게 아니오. 내게 지금 남은게 이뿐이니 사양마시오.
    ㅡ 저 이 돈을 공짜로 못받슴다. 처음만난 녀자에게 이렇게 하는 사람 첨 봤슴다.
    ㅡ 순임이는 내보건대 참한 녀자이고 좋은 어머니인것같소. 아이가 보기전에 밀고당기고 할것없이 얼른 넣으란데.
    ㅡ 그럼 받겠습니다. 하지만 언제 기회를 봐서 꼭 은혜를 갚게 해주세요,
    ㅡ 무슨 말을…나 딴 목적이 없소. 정말,
    ㅡ 어머나, 이백원이나? 이러면 너무한데요, 선생님도 경비가 모자라겠는데…
    ㅡ 괜찮소, 학교에 돌아가서 더 타내오면되니 걱정하지 마오. 자, 그럼…
    ㅡ 고맙습니다. 정말, 존경합니다. 선생님!
    ㅡ 자꾸 그러지 말란데두나 그러오. 얼른 가보오. 참. 만약 영철이가 “6.1절”날 명절을 쇠달라고할테니 다시 만납시다.
    ㅡ 선생님이 그냥 도문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그냥 짜내려는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진심입니다…
    말을 마친 순임이는 눈물을 머금은듯한 눈길로 나를 찍어보다가 머리를 홱 돌리더니 잰걸음새로 아이를 쫓아갔다. 때론 녀자의 한방울의 눈물이 깊은 동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어떤 녀자에게는 눈물이 줄줄 흘러도 동정심이 생기지 않기 도 한다. 내가 순임이의 눈물에 감동받은것은 무슨 심사에서일가? 아무튼 아름다운 꽃이 뿌리를 제자리에 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며칠후 “6.1절”이 지나자 다시 순임이와 영철이를 만났다. 새바지에 하얀 운동화를 신고 채양이 긴 모자까지 눌러쓴 자식의 모습이 제법 의젓해 보였다. 그런 아들을 보는 순임이의 눈길도 한없는 사랑으로 그윽해 있었다. 아이는 이번에는 식당에서 볶은요리를 먹으며 환성을 올렸다.
    ㅡ영철아, 오늘도 식당에서 맛있는것을 먹었단 말을 하면 안돼, 그러면 이 선생님이 다신 안사준다. 알았지?
아이는 내가 얼음과자를 사먹으라고 잔돈을 주니까 밖으로 내뺐다.
    ㅡ 부끄러운 말이지만 아이를 데리고 식당놀이를 해본것이 옛날이예요. 그래서…
    ㅡ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잘살게 되였지만 연길에 내가 사는 마을에도 맨밥에 간장을 먹고 겨울에 석탄을 때지못해 랭돌에서 자는 집이 있소. 아이는 학교도 못다 니고…너무 락심하지 말고 어떻게든 남편을 설득해서 살림이 펴이게 해야지.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조용한 골목길을 에돌아 걸어갔다. 아이는 저만치 앞에서 깡충거리며 걸어갔다.
   ㅡ선생님, 난 남편에게 완전히 실망하였습니다. 저새끼가 아니면 콱 죽어버리고 싶습니다. 선생님을 알게 되고나서 려관을 찾아갈 생각을 버렸습니다.
   ㅡ 그래 잘 생각했소, 역시 장구지책은 못되니까
   ㅡ 선생님, 부끄러운 말이지만 선생님을 믿고 따르고싶슴다. 돈때문이 아님다. 연길에 가신후에라도 드문드문 도문에 저를 보러오면 안되겠습니까? 저 진심으로…
   ㅡ 순임이, 나도 군자는 아니요, 나도 마음으로 순임이를 좋아하오, 그러나…
   ㅡ 저도 암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는게 렴치없다는것을…하지만 난 어떤 남자의 정부로 되여 돈을 얻어가지고싶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돈을 안주어도 좋슴다.
   ㅡ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정말 기쁜 일이요. 나도 박봉으로 사는 사람이지만 조금씪 도와줄게, 저 영철이란놈 참 총명하게 생겼으니 꼭…
    ㅡ 고맙습니다. 선생님. 부르면 제가 연길로 갈게요…
    ㅡ 그래, 고운 녀자는 마음도 곱게 가지고 살아지, 안그렇소?
순임이의 뒤모습을 보며 허구퍼졌다. 이 작은 도시에서도 가난과 고통과 절망과 슬픔, 착각과 오해와 비리와 범죄가 범람하고 가진자의 오만한 자태와 못가진자의 한이 서려있다. 불공평한 삶의 진실은 이 도시의 뒤골목에서 절실히 체험할줄 몰랐다. 그런들 내가 저 녀자에게 구세주라도 될수 있단말인가? 조금씩 도와줄수는 있을진대 무엇을 책임질수 있는가? 나는 잡념을 털어버리려고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1998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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