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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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의 도의와 부패
2013년 10월 02일 18시 40분  조회:7959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도적의 도의와 부패
 
                                                 최 균 선
 
    예로부터 인간의 만가지 악행중에서 첫째로 치는것이 도적질과 강탈이였다. 살인 하고 훔치고 로략질하는자들이야 원체 인의와 량심하고는 인연이 없는 늑대들이니까 더 왈가왈부할것이 있으랴만 동서고금에는 또 소위 의로운 도적에 대한 미담도 전해 지고있으니 도적도 제나름인가 본다.
    이런 야담이 있다. 고려시대에 한 유생이 있었는데 재능과 도량으로 말하면 일국 동량지재이나 살림이 궁핍하기로 말이 아니였다. 글공부에만 전념하는 그 남편을 안해가 품팔이해서 공양하고있었다. 그러다가 그만 지친 안해는 절에 있는 남편에게 머리태를 베여팔아 마련한 쌀몇되박과 함께 절명서를 보내였다.
    청운에 뜻을 두고있던 유생은 더는 배겨내지 못하고 깊이 개탄하며 책을 덮어버 리고 도적의 무리에 가담하고 마침내 그 도적무리의 괴수로 되였다. 유생이 괴수로 받들리는 날 자기 부하들을 모아놓고 훈시했다.
    《다들 듣거라. 대저 도적들에게도 이른바 예로부터 내려오는 도의가 있느니라. 그것인즉 곧 지(智)》와 인(仁)과 용(勇)이다. 이 세가지 덕을 갖춘후에라야 명실공 히 대도라 할수 있느니라.“지”는 홍길동의 “활빈당”처럼 지혜롭게 거사하는것을 이름이요 “인”이란 사람의 목숨을 해하지 않고 차마 손을 대지 못할 재물은 범하지 않는것이다.
    이를테면 보통행상들의 본전인데 그것을 빼앗으면 남의 목줄기를 자르는 잔혹한 짓이므로 절대 행하지 말아야 한다. 더욱 삼가할것은 국고이다. 백성들의 피땀에 손 으 대면 결국 백성을 수탈하는것이니 량민이 아닌 도적이지만 역시 국민이니 국고를 털지 말아야 하느니라. “용”이란 대담하게 행하되 만용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것 이다. 이에 모두 명심하고 차실이 없도록 하라.
    이제 우리가 취할 재물은 나라의 후한 국록을 타먹으면서도 토색질에 눈이 빨개 져 음으로 양으로 뢰물을 받아삼키는것도 족하지 않아 나라의 재물까지 절취하여 기름배를 튕기는 탐관오리들의 불의지재이다. 그놈들의것은 모두 권세를 빙자하여 날치 기한것이니 그놈들의것을 도적질한다고 말할것이 아니라 취한다고 말해야 옳을것이다. 그것으로 다시 가난한 백성을 구체하면 곧 의로운 거사가 될지라 이에 명심하라!》
    이렇게“약법3장”을 세우고 도처에서 의적질하니 천하대도라도 백성들이 알아봐주었다. 그러다가 서울 만호후의 가택을 들이쳐서 루만금을 취한 유생은 다시 부하들을 모아놓고 분부를 내렸다.
    《제군들, 우리 하는짓이 죽지못해 하는일이니 탐욕이 무변이면 천벌이 내릴것이다. 이제 우리가 한밑천잡고 살만큼 되였으니 손을 싹씻고 정도로 사람다운 삶을 살도록 하라.》
    그말에 모두 순응하므로 마침내 소굴을 불사르고 헤여져갔다.
    이야기속에 담긴 민중의 념원만은 가히 흔상할만한것이다. 그때로부터 세월이 흘러 문명사회에 이른 지금 의적같은 애기는 당치않겠지만 물질문명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탐욕이 갈수록 심해지고 죄악이 더욱 창궐해지는 이 시대에 하나의 반디불같 은 반짝임으로 안겨오는 이야기가 아닌가? 버젓한 양복차림에 회전의자에 틀거지 차리고앉아 곧잘 렴결봉공을 뇌까리는 문명하고 합법적인《도적》을 두고 더욱 개탄 하는바이다. 이네들이 국고를 헐어 사욕을 채우는 수단은 이루 말할수 없고 그 수자 또한 놀랄만큼 많으니《시대영웅》이라 할가?
    옛날 봉건사회에도 청렴한 관리들이 많았다. 이런 고사가 있다. 송나라의 어떤 사람이 큰 옥을 주어서 제나라 대부인 자한에게 헌납하려 하였다. 그런데 자한이 옥을 탐내지 않고 결연히 사절하였다. 이에 송나라의 사람이 물었다.
    《소인이 용한 옥장에게 물어보니 진짜 “무가지보”라 하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마다하시나이까?》
    이에 자한이 한 대답이 천고절창이요 금언이였다.
    《나는 관리로서 재물을 탐냄이 없이 렴결하는것을 으뜸가는 보배로 여기고있는 데 네가 부득부득 내게 권하는것은 내 보배를 빼앗는것과 같을지어다. 가령 내가 네 옥을 취하면 너도 보배를 잃게 되는것이 아니겠느냐? 이는 오히려 제 보배를 남겨 두느니만 못하니라. 더 구시렁거리지 말고 물러가거라.》
    이렇게 자한은 끝내 자기를 의젓이 지켜냈다고 한다.
    목전 반부패의 투쟁열조가 우로부터 내려오게 되자 안달복달할것은 송나라사람과 같은자들일것이다. 민심에 호응하는 이런 국가대사에 누가 관심을 모으지 않으랴만 바라건대 구린똥을 싸놓은 큰놈은 아닌보살하고 우무룩해서 두눈만 디룩거리며 선 웃음을 치고 요란하게 방귀를 뀐 놈만 잡혀나와서 방패로 되지말기를…
    하긴 요즘 인기뉴스로 어느 성의 부성장같은 거물도 별수없이 뒤덜미를 잡혀나 오고있지만 말이다. 한차례의 회오리바람이 아니라 밑뿌리를 빼는 전 국민적인 폭풍이 되여서 나라의 담벽을 뚫고 국고에 손을 뻗쳐 살만지우는《인간쥐》들을 다시 일 어서지 못하도록 호되게 족쳐야 할것이다.
    전근시키고 제명하고 처분을 주는 등으로 무마하지말고 법률의 신성한 무쇠비로 구석구석을 모조리 쓸어내서 혼쭐이빠진 인간쥐들을 사회광장에 모아놓고 성토의 불길을 지펴 국민경제와 백성들의 생활에 끼친 그 죄를 단죄해야 할것이다.
 
 
                    1994년 1 월 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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