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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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비애
2013년 10월 02일 19시 15분  조회:771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문인의 비애
 
                                               최 균 선
 
    철없는 시절의 야망은 이름짜한 작가 아니면 무슨 학자나 되는것이였는데 워낙 그렇게 생겨먹은 놈이여서인지 아무것도 성사하지 못하고 조촐하게《서당훈장》으로 주저앉고말았다. 그래서 느껴지는 실망감에서일가? 아니면 해놓은 일은 없이 나이테만 자꾸 둘러지는 허무함에서일가? 오락가락하는 비애의 낭떠러지에 해답이 묘연한 의문의 갈구리들만 잔뜩 걸려서 절그럭거린다.
    글이란 뭐냐? 글을 써서 무엇해? 하다가도 여우가 포도를 먹을수 없으니깐 포도는 시다고 하는 말같아서 얼굴이 간지러운데 환상의 다락방에서 낮꿈을 꾸면서 지구를 달속으로 쏘아올리면 시라는것이 튀여나올가? 큰길을 어정어정 걷다가 누구에게 밀리워 하수도구멍에 빠지듯 아슬아슬하고 기이한 우연을 잡아쥐면 소설이 이루어질가? 하는 생각이 지꿎기만 하다.
    아무튼 자고로 어떤 형태의 글이든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로 선(善)을 권도함으로써 인간을 향상시키는것이 목적이였지만 맑스님이 말한《비판의 무기》도《무기의 비판》이 되여진적은 없으니 이 아니 비애냐? !
    옛날옛적에 공자님이《춘추》를 지으시자 란신적자(乱臣贼子)들이 모두 두려워했다하고 근대에 누군가《문자성공(文字成功)》이자 자발적인 세계혁명의 고조의 날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문인의 아름다운 념원에 불과한것이 아니였던가? 그래서 조선 조시기의 백호 림제가《말하면 미치광이라고 하는 세상/ 입다물고있으면 어리석다하는 세상/ 절레절레 머리젓고 가는 까닭/ 아는이 어이없으랴 》라고 읊었는지도 모른다.
    로신선생의 동생이자 문호였던 주작인도 붓을 희롱하던 끝에《문자는 민속상에서는 아주 신비한 위력이 있지만 실제상에서는 교훈적인 효력이 조금도 없다. 비록 력대의 많은 문인들이 문장을 지어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바로잡으려고 희망해왔 지만 종당에는 자기위안에 그치고말았다.》고 개탄했다.
    그럼 오늘을 살펴보자.《탐관오리》들이나 부정부패를 탄핵하는 도덕성토의 글들 이 여러 신문들에 심심찮게 실리지만《춘추》를 두려워한 《란신적자》들을 당신은 보았는가? 예로부터 문인정신의 핵은 우국우민정신이였던것만은 사실이다. 사회정수 로서 이런저런 나라일을 관심하고 이끌려는것이 나쁜일은 아니였것만 그들이 아무 실권이 없는데다 사대부들이 심히 아니꼽게 보아왔으니 딱지투성이머리가 빗을 꺼려하는것과 같은 도리이다. 그러니 옛성현들의 기개를 본받아 격앙문장이나 써내여  선비의 오기를 뽐낼수밖에 없었다.
    구사회에서 문인이란 정권이라는 가죽우에 난 털에 지나지 않았으니 무엇을 어쩐단말인가?《죽림칠현》도 좋고 당조《4걸》도 좋고 청조의《무술6군자》도 좋고 모두 어쩌지 못했으니 아마도 이것이 문인의 비애이리라.옛날은 옛날이려니와 지금도 만약 현대 중국문인들이 로신선생처럼 담량이 있어서 날이 선 문장들을 쓰려고 마음먹는다면 소재의 결핍은 느끼지 않을것이다. 선지선각자가 아니래도 말이다.
    하긴 시대적추이에서 감안한다면 로신선생의《비수》도 시대성의 제약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할수도 있겠다. 한때 얼마나 많은 문인들이 배부른후 식은 차물을 마실 때의 그런 싱거운 심정으로《제비가 춤추고 꾀꼴새 노래하는》아주 좋은 형세에 감탄부호를 찍기에 열중했던가? 지금도 신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식의 글들을 드믄히 볼때면 문인의 행렬에 들어서지 못한 내 주제에도 비애에 빠져들지 않을수 없다.
    하기사 어떤 권세가들에게는 당규률과 국법마저 보통 문건에 지나지 않는데 문인들이 시야비야하는 글들이 다 무엇이랴싶어지면서 더구나 막무가내한 허탈감에 빠져 들기 일쑤이다. 수천년의 문화사에서《문자옥》은 수많은 문인들을 압살하였으니 릉 연각상(凌烟阁上)에 뉘 얼골 그렸던고? 문인은 종래로 세상을 놀래울 일을 한적이 없었고 또 해낼수도 없었다는것을 뒤늦게야 깨달았을 때 실로 굳잠에 빠졌다가 귀찮게 깨여난 때처럼 짜증이 나고 재수없음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그런데 어찌보면 좋은 글을 써내지 못하면서도 여윈 코등에 250도짜리 돋보기를 연신 추슬러가며 문인말석에라도 앉아볼가 하여 모지름을 쓰는 나자신도 되게 딱한 놈이다. 그도 그럴것이, 《지호자야》하고 뇌까리던 저 공을기처럼《회자도 쓰는 법이 네가지인데 너 아니?》하는식으로 자신도 잘알지 못하는 무슨 창작지식 같은것을 청년학생들에게 되풀이하느라 머리가 다 세였으니 실로 가련도 하다.
    자신이 문인으로 거의 숙성되였다고 착각될 때는 열정의 밤을 달구다가도 밝는 날에는 풀이죽어버린다. 별로 먹물이 들지 못한 사람들도《바다》에 뛰여들어 고래서껀 잘만 건져내여 벼락부자가 되는판에 차라리 남는 정력이면 조류에 따라 미역을 건져내든 새끼조개를 줏든지 하는게 명지했을거라고 생각이 들때면 무슨 조처를 낼듯이 서둘다가도《군자는 리익을 말하지 않고 선비는 가난을 꺼리지 않거니…》하는 곰팽이낀 옛계률에 주저앉아 청고함이나 론하면서 안빈락도(安贫乐道)에 만족해야 하니 한심하지 않으랴!
    분노가 시인을 낳고 불행이 작가를 낳는다고 누가 말했던지. 아무튼 문인들은 진리에 매달려 자기생명의 가치를 확신해보려 한다. 인간이 하느님앞에서 진리를 말하면 씩 웃어버리고 너무 진리에 가까운 질문을 들이대면 그만 노여워하는데도 말이 다. 이래저래 고통과 유감은 문인의 숙명이라 하겠다. 그런대로 고통을 짓씹어삼키고 한과 울분을 토해낼 용기라도 있으면 대문인이 되는것이고 내심상 고통스럽지 않거나 덜 고통스럽다면 평범한 문인으로 만족해야 할것이다. 그래서 문학은 더구나 고민의 상징체요, 문학은 생명력의 직접적인 웨침이 되는것이다. 진실한 인생에 유감이 있기마련일 때 문학도 유감의 문학이 되여질수밖에 없다.
    허나 문인의 고통은 지혜로운 고통이다. 헤겔도 하나의 심각한 령혼속에서의 고통은 어디까지나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고통이라 말했거늘 문인은 비판적생명체일 수밖에 없는것이다. 자결로 자기생명에 종지부를 찍은 모파쌍이나 헤밍웨이, 쟈크 론돈  또는 마야꼽쓰기 등 문호들도 고통과 비애속에서 해탈하기 위한 다른 길이 없었던 모양이다.
    거짓이 판을치며 돌아다니는 비정한 현실속에서 찬가만을 엮기에는 벌써전에 목이 쉬여버린 문인들이고 너무 지쳐버린 문인들이다. 물론 생활은 거짓때문에 훼멸 되지않을것이며 문인의 량지는 진리와 함께 영생할것이다. 문인의 감정표달에 예술 화의 기교가 수요되는것은 사실이지만 자기의 정감, 사상을 위장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나 아직 넘지 못한 높은 문턱앞에서《들깨!문열어》하고 가냘프게 웨쳐볼수밖에 없는 나ㅡ되다가만 문인의 비애는 더구나 처절할수밖에 없다.
 
 
                                        1999년 3 월 9 일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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