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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에 생각이 따라 (56-60)흙의 노래 외 4수
2015년 02월 22일 19시 16분
조회:5772
추천:0
작성자: 최균선
(56) 마음의 송림속
야 조
어스름깃든 숲속이 더 좋아서
마음은 늘 송림속을 헤매인다
마음에 먼저 어둠이 들어앉아
생각은 별을 찾아 서성대노니
엉키고 서린 풀덩쿨이 말한다
세상은 하늘만 보기가 아닌것
먼저 땅보며 나가야 할것임을
꼬부랑 숲길은 거칠것도 많고
울창한 숲을 나서면 개활지라
잡념을 털고 모아산 쳐다본다
산은 천생 올려다보게 생긴것
산위에 산있고 산밖에 산있고
산아래 서면 왜소해지는 자신
그러나 막막해진 마음이 먼저
비탈길 따라 오른다 세상에는
아무도 걷지않은 길이란 없다
1974년 7월 20일
(57 ) 흙의 노래
야 조
땅이야 누군들 떠나서 살랴만
흙은 누구나 다안다고 못하리
발바닥 티눈생겨도 밟아야 할
땅이라도 구두발 발로는 몰라
땅, 흙과 씨름하며 사는 농부
맨발로 더기밭 매고 무릎치는
수렁논에서 피부로 느끼는 흙
흙에서 오는 촉감은 별로여라
흙에 찌들어 흙냄새에 절어든
한뉘 농부만 체감하는 일이다
슬픔도 기쁨도 흙으로 버무려
땅으로 웃고 흙으로 울며사는
흙냄새 구수하니 어쩌니 마라
흰손에 쥔붓대 무언들 못쓰랴
흙의 숨결과 흑토혼이 부르는
그소리 논과 밭길에 있더니라
(58) 그때 나는 정말
야 조
그때 나는 참으로
아무것도 아니였다
눈뜨면 호미쥐고
김매러 나가야 하고
돌아오면 토장국에
묵은밥 목이 메고
새벽닭 모가지 비틀며
콩걷이에 나가고
아무도 내 마음을
알은체하지 않았다
유령처럼, 쥐구멍에
볕들날을 꿈꾸며
차차차 청춘을 죽여
죽이면서 살아간
그때는 참말 나는
아무것도 아니였다
얽혀 살아도 부딪칠듯
총총한 별들을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은 너를 안다고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고 말할수도
없는 나는 참으로
아무것도 아니였다
그러나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자체가
보잘것없지만 세월의 함정
잡초나 늪속에 흙꿈을
꾸는 미꾸라지
그 이상은 아니고 그
그 이하였을 나였더니라
(59) 요지경속같은
야 조
세상은 만화경인가 요지경인가
세모꼴 유리쪼각속 천태만상은
찬란하고 선명하고 사이비하고
굴리면 변하고 번지면 또 변해
실체도 없고 뭘 취할것도 없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요술부리며
거짓같고 진실같이 존재하는것
사람을 현혹시키는 만화경인가
투명한것은 내비치고 들이비쳐
속속이 진실로 드러나는 투명체
요지경은 문명자랑은 물론이요
문화-찌꺼기도 변태로 내보인다
눈에 보이는 현란함에 취해살며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걸작들을
사회란 요지경속에 보이고 있느니
현대문명의 구석-구석 쓰레기랑
그 모든것 현대인의 자기과시다
요지경속 인생현장 우리 현주소
시궁창도 해가 비치면 번쩍거려
먼지도 반짝이는 풍경 멋스럽다
(60 ) 갈대의 순정
야 조
빈들녘 갈숲에 새떼가 날아오른다
부러진 화살같고 던져진 돌멩이같은
갈꽃이 내뱉아버린 통증의 덩인가
바람에 가벼운 존재를 알리는건가
동풍이랴 서풍이랴 남풍이랴 불어라
실바람에도 신이나서 나붓기는 갈대들
바람먼저 허리를 굽히고 바람이 잠들면
속상해 처량한 갈대의 순정이 얄밉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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