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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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보듬다
2015년 04월 19일 22시 10분  조회:526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거짓말을 보듬다
 
 
   가짜가 꽃너울을 쓰고 란무하는 시대,거짓이 진실의 외투를 걸치고 활보하는 이 시대의 경관에 찬탄해마지 않으면서 새삼스레 거짓말을 보듬으며 품평해본다.
    가짜와 진짜가 동전의 량면과 같다면 정말과 거짓말은 쌍둥이자매쯤 되여있으리라. 따라서 진실의 세계가 무궁하듯 거짓말도 그 유래가 깊고 사이비하고…
   태초에 인류가 동물권에서 벗어나던 그 분계선쯤에서부터 거짓은 그네들의 심령심처에서 심어졌을가? 그리고 사상의 옷인 유성어가 생성되면서 거짓말도 별도로 마련되였을가? 아닐게다. 잔혹한 자연력과 사활적인 투쟁을 벌려야 했던 인류의 유아시기, 오직 진실로 단합된 군체속에서만 개체생존이 가능함을 시시각각 절감했을 씨족 성원들중 누가 거짓말을 하였다면 그 후과는 상상할수 없었을테니까,
    이는 말이란 곧 문명의 산물로서 자초에 진실만의 의사를 보다 확실하게 교환하면서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치기 위해 만들어낸 부호라는 설명이 되지 않을가? 그만큼 말이란 군체를 긴밀히 단합시키는 뉴대였고 어둡고 긴 생존투쟁의 턴넬속을 비추어준 문명의 첫봉화였다. 이렇듯 인류가 말의 힘을 입어 현실을 인식하고 현실을 리드해왔다고 할 때 인류에 의해 창제된 말은 되돌아와 인간을 형성했다고 말할수 있다.
   인류가 드디어 만물의 령장으로 군림하고 어섯눈을 뜬 지혜가 제일 먼저 사심을 깨우쳐주었을 때 말은 본의 아니게 중성을 띠게 되여 속심을 드러내는데도 감추는데도 쓰이게 되였다. 어찌 생각하면 인간세상에서 제일 처음으로 거짓말을 한 사람은 지자(智者)라고 해야 할것이다. 그로부터 시작된 거짓말은 인간의 본성 내지는 본능으로 되였고 마침내 만세유전의 처세술로까지 되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도 거짓됨 이 인류의 원죄로 되고 기만, 반목, 불신, 사악의 씨가 되여 그렇지 않아도 힘겹고 고달픈 인생을 더더욱 황당무계한 활극으로 만들어버릴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것이 다.
   예수를 만들어낸것도 로마인이요,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것도 로마인이라던가? 인류는 자신이 만들어낸 거짓말이였지만 한편 한몽둥이에 때려눕혀 18층지옥 에 처넣고싶을만큼 강한 량지도 가지고있으니 인류야말로 모순의 복합체라 할수밖에 없다. 우습지 않은가!사람마다 제일 꺼리는것이 변소이지만 그러나 가지 않고는 못배기는곳도 변소이다. 이와같이 사람들은 거짓말을 제일 가증스러워 하면서도 자기를 위해서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이률배반적인 문화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는지? 아마도 영원한 인생숙제인것 같다.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기원된 원시적거짓말은 문명의 개화, 발전과 더불어 종류가 다양해지고 갈수록 고명해졌다. 이를테면 그 동기, 목적으로부터 크게 기획적거짓말과 림기응변성적인 거짓말로 나눌수 있고 성질상 선의적인거짓말과 악의적인 거짓말로 구분할수 있다. 그리고 더 세분하면 도피성거지짓말과 과시성거짓말, 오락성거 짓말과 모략성거짓말 등등으로 나누어 볼수 있다.
   도피성거짓말, 오락성거짓말은 비선의적인 기획성거짓말에 속한다. 모략성거짓말에는 정치적, 외교적, 군사적, 상업적 등 방면의 고차원저거짓말이 포함된다.
   인간세상에 비일비재하는 저차원의 거짓말은 도피성거짓말과 과시성거짓말이라 할수 있다. 누구나 다 어렸을 때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는 어른들의 꾸중이나 책벌이 두려워 거짓말을 했던 경력이 있을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약자의 피해의식속에서 속발된 도피성거짓말들이다. 좀 커서는 소비돈 같은것을 얻어내려고 거짓말을 꾸며내여 소기의 목적에 도달하려 한다. 이런 거짓말은 악의적이거나 모략적인것은 아니여서 그래도 리해와 용허가 들어갈 공간이 있다.
   어린이들은 원래 거짓말을 모른다. 그들이 거짓말을 배우게 된 근원은 어른들에게 있다.《만물은 조물주의 손에서 나왔을 때는 순결하지만 일단 인간의 손을 거치기만 하면 망태기가 된다.》고 한 루쏘의 말처럼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거짓말이 생성될 환경을 만들어주고 변상적으로 가르쳐준 셈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거짓말은 무엇을 하지 않고도 어떻게 잘했노라고 분식하는 어른들의 자아과시성거짓말보다 순진한데가 있어 량자는 미묘한 대조를 이룬다.
   물론 어른들의 거짓말에도 선의적인 거짓말이 있고 때론 아름다운 거짓말까지 있다. 례하면 불치증에 걸린 환자에게 하는 위안의 말이나 의사의 완곡한 설명 등은 있을법한《거짓말》들이다.
    이 지구촌에서 제일 거짓말을 잘하는 국민들로는 미국인들이 하고 그중에서 텍사스주 주민들의 거짓말이 수준급이란다. 그들은 친구끼리 만나도 한바탕 나발불어대고서야 껄껄 웃으며 헤여진다고 한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통계한데 의하면 미국성년들은 매일 인당평균 200마디의 거짓말을 하고있고 한주일내에 비교적 큰 거짓말을 열세번이나 한단다. 그들에게는 이미 거짓말하기가 그저 심리현상만이 아니라 일종 생리현상으로까지 되였다고 하니 재미있는 국민들이라 하겠다.
   그들은 주기적으로 거짓말대왕 선발대회까지 연다. 목적인즉 사람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고 긴장한 인생살이를 느슨하게 풀어준다는것이다. 하여 그들은 거짓말할줄 모르는 사람의 일생은 유감스러운 일생이고 거짓말 한번 하고는 곧 얼굴을 붉히는 사람의 일생은 더구나 유감많은 일생이라고 인정한다. 그래서인지 미국사람들은 이젠 국제요교에서도 기탄없이 거짓말을 해대는데 가히《거짓말 합중국》이라고 할만도 하 다.
    일상적거짓말이야 어느 민족인들 다를가만 서양식거짓말이 미칠수 없는 중국식 거짓말이 있다. 그것의 특징인즉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믿어야 하는것이다. 지난세기 50년대말깅 중국대지를 휩쓸었던 이른바《대약진》운동 때 전국민적과장푸은 기네스북에 오를만도 한것이다. 허풍을 치며 곡식을 무당 20만근도 낼수 있다고 했고 인중 승천(人众胜天)이라 위성이 하늘에 오른다고 허장성세하였다. 그때 류행된 민가들에서 그 시대의 풍조를 보아낼수 있다. 례하면《콩알이라 쥐였더니 벼알이라 놀랐노라/ 바위라고 앉았더니 호박이라 놀랐노라/ 천년수라 쳐다보니 수수대라 놀랐노라.》하는 따위의 호언장담은 단순히 예술적과장수법의 결과가 아니라 시대정신 그 자체였다. 그후 전례없는 대동란시기, 국민경제가 마비상태에 처했는데도 도처에《꾀꼴새 노래 하고 제비가 춤추는》아주 좋은 형세라고 선전했고 국민은 기꺼이 믿어마지 않았다. 정치적차원으로 승격한 거짓말은 거짓말의 력사로가 아니라 문화비극자체였다.
   더구나《영원히 건강》하라던 유명한 부통수께서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큰 일을 해낼수 없다는 금언을 내놓은후 거짓말은 처세술의 정수로, 법보로 되였다. 그 의발 을 계승한 사람들이 지금 너무 많다. 그래서《유감없는 인생》을 영위하느라고 자각적으로 열을 올리고있는데 미국 텍사스주의 주민들마저《OK!》할 지경이다. 자고로 중국식거짓말시장은 넓고 넓다. 한때 만병통치의 기공열이 신주대지에 궐기하더니 특 수기능자가 장강남북, 장성안팎에서 우후죽순마냥 용솟아서《기적》을 창조하였다. 해빛이 미치면 먼지도 빛난다던가? 한 작자는 물로 휘발유를 대신한다는 천방야담까지 불어댔다.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는 사교의《교리》마저 사람들을 미혹시키는판이니 거짓말에 대한 국민들의 신비정도를 가히 알수 있지 않는가?
      온 사회적으로 두통거리가 된 저질상품, 가짜약, 그것을 진짜처럼 불어대는 광고쟁이들의 거짓말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또 관리가 수잘을 낳고 수자가 관리를 낳는 정계현상은 중국특색이라고나 할가? 그들은 과시성거짓말이 자기력량에 대한 초객관적판단에서 기인된 일종 심리질환인줄 몰라서일가? 홍모보다 가벼운 자기 력사를 태산처럼 과장하고 일을 조금 하고는 도금칠하여 세상을 웃기고있다. 거짓말로 자아 형상을 내세우는 그런 저렬한 령혼들에게는 광명이 없어야 하련만 오히려 득세하였으니 인간사회야말로 기만과 음모의 시장이 아니겠는가?
   동서고금의 모든 거짓말은 순박한자들의 편견과 경신(轻信), 명철한자들의 묵인속에서 가꾸어지고 번성하였다. 아름다운 말에 믿음성이 없고 미더운 말이 아름답지 아니하다는 경세지언(警世之言)이 있건만 사람들은 흔히 진실에 잘 향응하지 않고 거짓된것에 더 잘 매료되니 거짓말이야말로 얼마나 크나큰 위력을 가지고있는가?
   로신선생은 일찍 과거의 중국은 거짓말나라, 요언련방국이라고 하였다. 일상의 거짓말은  더 시야비야 할것 없고 모략적이고 악의적인 거짓말로 살생지화까지 초래한자들이 얼마였던가? 고대로 말하면 굴원을 모함한 자란(子兰)이나 악비를 암해한 진회같은 패류들…현대로 말하면 문화대혁명시기 일세영달했던 강생, 진백달, 요무원, 척본우, 장춘교…등도 거짓말제조대왕들로서 그들의 더러운 세치혀바닥에 화를 입은 인의지사들이 얼마였는지 모른다.
   대저 권력자로서 자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량지와 용기가 있다는 표지이며 정말과 거짓말을 잘 식별할줄 안다면 덕망이 높다는 표징이다. 과거는 물론 오늘날에 도 이런 높은 경지에 이른자가 많지 않다.
   언행은 비록 개인의 반응이고 개체심리활동이지만 곧 량심과 사회도덕에 소급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말을 한다는것은 그저 낱말의 선택과 조합, 전달의 문제가 아니라 곧 마음의 문제이다. 글서 머리로 말하지 말고 인격으로 말하라고 하는것이다. 그러나 진실되고 훌륭한 말은 오직 진실되고 훌륭한 마음에서만 나올수 있다. 말은 마음의 메아리이다.
   밝은 민주사회건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참말을 하는것이며 악의적이고 모략적인 거짓말의 온상을 짓부셔버리는것이다. 허위를 비판하는것은 진리를 확실하게 하는만큼이나 중요하며 일체 가짜를 강타하는것은 그자체가 벌써 진짜를 선양하고 시장시키는것이다. 한 사회에 진실과 신뢰의 결석보다 더 두려운 일이 있을것인가? 거짓말의 범람은 곧 국민정신의 타락의 표징이고 량지와 책임감의 상실을 표징한다고 말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거짓은 진실의 외투속에 숨기 좋아한다. 그러나 사회는 하나의 밝고 큰 거울이며 민중의 마음속에는 진가를 판별하는 빛나는 천평이 있다. 종이로 불을 싸지 못한다. 거짓말로 일시 득의할수 있지만 흙보살은 강을 다 건너지 못하는 법이다. 책을 좀 읽은 사람들은 이소프으 우화를 알고있을것이다.《승냥이가 와요!》하고 세번이나 거짓말하여 마을사람들을 롱락한 소년은 종당에는 승냥이에게 진짜 먹히웠다. 물론 소년은 자기가 한 거짓말과 함께 승냥이 배속에서 귀속을 찾고…
본분에 어긋난 거짓말을 밥먹듯하고 있더라도 한번쯤은 얼굴을 붉혀보시라.
                       
                            2003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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