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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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노래는
2015년 05월 21일 12시 09분  조회:499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나의 산노래는
 
   산이여, 우뚝 치솟아 면면한 련봉이여, 너는 조화옹의 가장 위대한 걸작!게으른 안개, 구름을 털어버리고 웅자를 드러내면 네 기상에 절로 허리굽혀지는구나.
   철철철 흐르는듯 짙푸른 숲에 꽃사슴은 아니보이고 남의 둥우리에 알을 낳아버리고 온 뻐꾸기만 구슬피 우는데 네가슴에 아이처럼 안기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산곡간에 흐르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사라져버린 풍경선과 아지랑이같이 사라진 보고싶은 얼굴들이 혼자 그리워져라. 가슴으로 그리워져라.
   날리는 세상, 벌레같은 내 인생이여서 잡다한 소음, 혼탁한 사람냄새, 흐린 물결같은 인파속이 싫어 네가 부르는듯 혼자 찾아왔구나. 푸른산속에 팔베개하고 누우니 사무한신(事无闲身)인데 한나절 구름이 가고 해가지고 바람도 자고 눈물이 말라도 다시 밝을 빛나는 아침이면 싱싱한 이슬을 사뿐 즈려밟으며 시골 큰애기님네 버섯따러 총총 달려올가?
   현대물질문명에 체증이 생긴 도회지의 유한선생이 되여서가 아니다. 메말랐던 내가슴 너와 마주서면 가슴이 흐느끼고 너의 눈높이만큼, 무게만큼 무엇이 마음속에 뿌리내리는 그 뿌듯함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네 억센 어깨를 딛고 오르면 나는 더 왜소해지건만 정은 오히려 만산에 이어진다. 산아!너를 찬미하려면 세상을 겉으로만 보던 그런 스치는 눈길로가 아니라 안을 꿰뚫어보는 속깊은 마음을 가져야 함을 나는 썩 후에야 알았다. 벽계수는 움직이며 정을 흘려도 조용히 마음을 키우는 산아, 나더러 말없이 살라하는 그뜻 고맙다.
   자기품에서 나무들이 더디게 움트거나 풀벌레들이 눈을 늦게 떠도 조바심치지 않는 그 참을성에, 얄궂은 안개비가 네 아름다움을 흐리워도 묵연한 그 아량에, 눈보라치는 겨울 긴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려 봄을 불러오는 그 사색적인 자태에 감격스럽다. 높아도 으시대지 않고 낮아도 기가죽지 않고 어깨에 어깨겯고 의좋게 살아온 그 정조에 탄복한다. 그렇게 천년을 산, 만년을 산 너는 이 지구우에 유일하게 오염되 지 않는 영원의 청탑이다.
   네품에 아이처럼 엎드리면 미움도 욕망도 명예도 허위도 다 털어버리고 순수의 사랑을 하며 누구누구와 더불어 진솔하게 살고싶어진다. 아마도 나무들이 내쉬는 푸 른 숨결에 먼지낀 내 마음 려과되고 아침 맑은이슬이 눈동자처럼 빛나서 어둡던 가슴구석이 밝아지는가보다.
   허나 산에 태줄을 묻고 산에서 잔뼈를 굳혀 반평생을 살때는 어이하여 그런 서정과 랑만은 다 도망가버리고 기겨웁기만 했던지…한생을 이 산과 저 골령에 묻혀사는 산사람들과 묻지는 말아야지. 그네들은 썩전에 랑만따위에는 무감각해졌고 진저리치고 있는줄 알고있다. 좋은 음식도 늘 먹으면 보통음식ㅇ이 되고 나중에 싫증나듯이 그 네들도 산에 진절머리나있을테니까,
    패기기 넘치던 그때 절당같은 시골학교에서 종을 쳐 에들을 불러들이고 글을 가 르치고 좁은 운동장에서 술래잡기도 하면서 살겠노라고 트렁크 하나 댕그랗게 들고 찾아들었던 마래골이였는데 토배기《훈장님》들은 그게 다 뜬 구름같은 풋생각이라고 비웃었다. 그 말이 들어맞았다. 3년이 못되여 내눈길은 구름이 건너간 오랑캐령을 자 주 더듬었다. 마침내 사은 무게만큼 나를 짓누르것 같았고 산의 뿌리만큼 내 가슴에 적막이 뿌리내렸다.
    나는 끝내 산을 등졌다. 가지말라고 진달래, 나리꽃 꺽으며 함께 산의 작문, 물의 작문을 짓자던 소년소녀들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오랑캐령을 넘었다. 그러고서도 10년 후 산뜻한 시내애들을 데리고 다시 한왕산에 올라서 산의 매력이니 하면서 낯간지러 워하지 않고 지껄였다. 하지만 산은 이 불청객을 기억하는지 마는지 바람만 몰아다 로송의 더위를 말려주고 백바위는 씁쓸히 침묵을 지켰다.
    그래도 옛노래가락은 잘도 떠올랐다.《서울이 좋다지만 나는야 싫어/ 흐르는 시내가에 다리를 놓고/ 길잃은 길손 건네게 하며/ 봄이면 버들피리 꺾어불면서/ 물방아 도는 래력 알아보련다.》하고 해탈이니 빈 마음이니 하는 류행어에 곧잘 동조하는 심정에 따라 명가사를 흥얼거리니 우습지 않으랴., 황차 산을 즐겨도 기화요초 란만 하고 십이곡방에 풍류가 번화한 봄산이나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의 산만을 찾아 소풍 하는 자세로서 어찌 가사에 담긴 그 깊은 함의를 몸으로 옮기랴, 결국 나는 산을 겉으로만 안고 돌면서 흰소리나 친데 지나지 않은것이다.
   옛날 로승들이나 도사들이 이른바 속세를 피하여 심산의 큰 절에 들어가 종을 치고 념주를 세며 도를 닦은 그 한생이야말로 진정한 자연에로의 회귀라 할수 있고《청산에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라고 부끄럼없이 읊을수 있으리라. 왜냐하면 그들이 추구하는 자연은 심령의 결백을 얻기 위한 자연이요, 사치한 랑만이 없는 자연속에로의 회귀이기때문이다.
   도회의 혼탁해진 문명가 청산속의 결백함, 이 두가지 가운데서 한가지를 선택하라면 나자신은 전자를 택할것이다. 무덥고 목이 마를 때 제격인 시원한 얼음과자이지만 주식이 될수 없다는 가치관념처럼 대자연이 아무리 아름답고 매혹적이라도 구경에 그치는것이요, 더 현실적이고 실혜적인 흡인력은 그래도 공장연기가 자욱한 도시에 있다는 가치추구가 나를 굳혀놓는것이다. 모르긴해도《정든 땅 언덕우에 초가집 짓고/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꼬면서/ 새들이 우는 래력 알아 보련다》하고 노래 지은이도 그때에도 시골보다 좋았던 도회지사람이였을것이다. 《산이 좋아 산에 사는 산사람》이라고 읊었던 시인도 시골농민은 아니였던듯이 말 이다.
   여북하면 소새끼를 살찌우겠거든 산골로 들어가고 사람을 만들겠거든 버덕으로 나가라는 말이 지금도 항간에 떠돌고있겠는가, 아닌게아니라 산사람들은 천방백계로 산골을 빠져나오려고 한다. 살기가 힘겨워, 자식들을《사람》을 만들어보려니까, 반대 로 도시사람들은 한가함을 달래고 정서와 정감을 윤색하고저 산을 찾되 명산, 승경만 을 골라잡는다. 이 얼마나 대조적인 삶의 풍경선인가, 산에 오르는것은 결코 가로수 휘늘어진 아스팔트 유보도를 산보하는것처럼 개운한것은 아니다. 허지만 행복해서 찾아하는 고생은 아름다운것이다.
    경치좋고 아늑한 산골의 풍치에 취할 때면 나도 곧잘《초가삼간 집을 짓고/ 정든 님고 둘이 살짝 살아가는》목가적인 생활을 동경하지만 정작 다시 호구서껀 떼가지고 솔가하여《입산》하라면 정배살이로 락담실망할것임에 틀림없다.
   도시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것도 사실이고 또 나쁠게 없다. 그런데 명산대천도《정복》하여 개발해버리고 호텔같은것을 통채로 옮겨놓고 편안히 자면서 만포식한후 현대교통도구로 산을 만유한다. 20여년전 백두산천지에 오를 때 그 아슬아슬하던 감각과 스스로의 장함에 가슴 울렁이던 환희를 지금 다시 찾을수 없다. 잘 포장된 도 로에 승용차까지 타고 산정에 오르니《험한봉이여 네 아슬함도 등산자의 발밑에 있노라》하고《장부의 호연지기》를 크게 읊조리기에 앞서 어린애와 달리기를 하고 이기기나 한것같은 싱거움만 그들먹해졌다.
    밤, 산아래 고급호텔의 창가에 명멸하는 불빛이 원시림의 천년어둠을 찢고 꽝꽝 울려나오는 쟈즈곡에 밤새 울던 옛풍경선도 색바래지였다. 저절로 솟아 반가웁던 온천도 돈때국에 식어버린듯 서글프다. 하긴 의식주가 걱정없고 로고도 없으니 시의 (诗意)가 현대파적이긴 해도 심령해방이란 말은 어째 격에 맞지 않았다.
   원래 고독한 산은 고독하기에 고독한 사람들이 그 깊은 속을 알아주려 하지만 가벼운 소풍식 산구경은 시내변두리의 야산이나 찾으면 제격일것이다.
   산행은 도회지사람들에게는 언제라도 의의있고 흥겨운 일이다. 그러나 산에 살던 사람들이 도회지문명의 물결속에 합류하려면 어렵고 어렵다. 지금 나자시는 산을 등 져버린 유복한 사람들에 속한다. 하지만 진정한 산노래는 영영 부를수 없게 되였다.
   사람들이 어찌 행하고 어찌 생각하든지 산은 제 성미대로 계절마다의 멋을 가꾸면서 산행자를 반기고있다.
   산아, 내 마음의 요람아, 다시 보자!
 
                             2004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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