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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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지각한 사랑
2016년 05월 03일 09시 55분  조회:3945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지각한 사랑
 
     갈길 바쁜 나그네의 길에 어느덧 날은 저물어 고달픈 인생마차에 락조만 차고넘 치는데 버들숲을 지나 한굽이 돌아들면 또 꽃피는 새마을이 나타날가? 예술은 길고 생명은 짧다. 지각한 사랑을 안고 허위단심 문학도의 긴 려정을 달려왔지만 어디까지 왔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궁색한 내 문학의 현주소이다.
    그런데 희출망외로 “연변일보”사 문예편집인 김철호선생께서 나의 졸작 “석양에 태운 상념”이 “해란강문학상”에 입선되였다고 전화를 해주어서 나이에 맞지 않게 부푸는 가슴을 한껏 높이며 그 영예감과 기쁨을 고맙게 받아않았다. 영예 자체는 곧 번져질 과거의 한페지에 남을 순간적인것이지만 인간의 영예욕은 늙을줄 모르고 퇴직할줄 모른다고 해야 하리라.
   사실 말이지 나의 설익은 글을 번마다 잘 익은것으로 보아주고 문예란에 실어주어 못내 고맙게 생각하고있던차 이번에 문학상까지 받게 되니 더욱 감격하게 되고 나의 현주소를 조금 더 뚜렷이 적을수 있게 되였다고 느끼면서 나의 졸작을 추천해주신 여러 평심위원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를 드린다.
    문학이 숙명이였다고 생각하기는 스스로 무엇한 일이나 혹시 왜 고독한 삶의 광야에서 우왕좌왕해야 하는 문학의 길에 들어섰느냐고 굳이 묻는이가 있다면 내 대답은 역시 애매할수밖에 없다.
   사람은 그저 빵으로만 살수 없다. 글쓰는 사람들 모두가 그렇기도 하겠지만 나에게는 문학이 워낙 척박한 정신가원을 가꾸어가는 가장 좋은 수단이였고 얼추 잡은 붓대는 내 삶의 터밭에 생의 보람을 이랑지어가는 녹쓸지 않는 보습이였다.
    누구에겐들 영욕이 없으며 누군들 명예를 등한시하랴만 나는 내식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흉중에 넘치는 정한과 사연을 독자들과 나누고싶고 크든 작 든 공명대를 이루어가면서 기구하기만했던 이 한 목숨이 존재하는 리유와 인격가치를 확인하고싶어 신들린것처럼 되는 글, 안되는 글들을 열심히도 써왔다.
    고요속에서 천기의 묘함을 보고 한가한속에서 인생길의 어려움을 돌이켜보라는 선인들의 말씀이 있지만 바람새 세찬데 고요히 서있을 나무가 있을가? 그만큼 세상은 시끌벅적하고 인생은 부대끼기 마련이다. 련습없이 뛰여들어 부대끼면서 아프면 아프다하고 비좁으면 비좁다하고 어두우면 어둡다고 소리소리 생명혼을 웨치고실은 나이다.
    수필은 아기자기하게 다루는 그런 자상한 성품이 내게는 없다. 화조월석에 그윽한 정서를 좋아는 하지만 제멋에 겨운 감탄에 자족하고싶지는 않다. 화창한 봄날을 우는 꾀꼴생의 간드러진 소리도 좋지만 밤계곡을 빠져나가느라 몸부림치는 청계천의 소란스러운 흐름소리가 내게는 확실해서 더 좋다.
    인간은 너무 많은 진실성을 지닐수 없다. 그래서 인생이 괴로우냐, 사람이 고달프냐 하는 회의속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들이다. 슬픔도 넉두리로 표현되면 가벼워지는 슬픔일것이요 슬픔이 침묵속에 싸이면 뼈저리게 새겨지는 슬픔이 될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겐 생명운동의 하나인 신음소리나 찬탄소리나 납합이 필요하게 되는것이고 문학이 수요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은 늘 글에 적힌것처럼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는것을 누구나 절감할것이다. 인새마당은 알락달락도 하겠지만 또한 얼룩덜룩하기도 한것이다. 그런데도 보라빛 안 경을 쓰고 황홀경에 잠긴듯 가장한다면 좀 야살스러운 짓거리가 아닐가싶다. 그래도 모두 감동에 박수를 보낼 때 그저 덤덤히 앉아있다면 괜히 멋적은 사람이 된다. 하지만 바람따라 제 기분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시간은 언제나 정확하고 경험은 언제나 신빙성이 적고 판단은 착오를 잉태하고 다가선다. 생각하는 령혼의 사상, 어떤 알찬 의미로 채워지는 문학은 힘겨우면서도 즐거운 인생작업으로서 그 모든것을 포섭할수 있다. 옛글을 본따서 말한다면 해와 달과 별은 하늘의 글이요 산천과 초목과 새울음소리는 땅의 글이요 시와 수필은 글쓰는 이의 심장의 메아리이다. 그것이 시내물소리처럼 간간히 메아리치는가 폭포처럼 쾅쾅 울리며 메아리치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시가 이른바 시로서만 자조해서 안되듯이 수필은 수필에 그치지 말고 인간감정의 음영과 변화다단함을 있는 그대로 비춰보이는 거울이 되여야 바람직하다고 믿는터이 다. 그저 단정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반듯한 거울만으로가 아니라 우습게도 보이고 비뚤어도 보이고 난쟁이가 되여보이기도 하는 웃음거울로도 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문체보다 주관성을 마음껏 담을수 있는 자유수필이라지만 독자들이 애독하는 문체로 존재하는 단 하나의 리유는 그것이 인생과 인간의 내심심처의 밝고 어두움 을 나의 눈과 가슴을 통해서 굴절반사시키려고 시도한다는것이 아닐가싶다.
    수필이 자아표현이라지만 그저 신변잡기도 아니고 자기 감정에 대한 재치있는 수식도 아니다. 그리고 있을수 있는 꿈얘기는 더구나 아니다. 누군가 “시는 가장 좋은 단어들이 가장 좋은 순서로 라렬된것”이고 수필은 “단어들이 가장 좋은 순서로 라렬된것”이라는 절창을 내놓았다. 수필이 그저 행복하기만 하고 그저 선량하기만한 마음이 내키는대로 흐르는 기록이 되는것만으로는 자족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사상에서 속박받고 내심상에서 주저하기만 한다면 그 수필은 자기를 자기의 상아 탑속에 가두는것이 된다. “어느 민족이든 자기들의 시와 미술과 음악과 문학이 쇠퇴 혹은 륭성하는데 비례하여 쇠퇴 혹은 륭성하는 법”이라고 말하면 너무 주제넘은 론리 일가?
    아무튼 내 인생은 속절없이 저물어 석양은 혼자 얼굴을 붉히고있지만 문학에로의 내 지향과 뜻만은 아직 저물지 않았다. 나는 내 동년배들에 비해 꼭 10년이 뒤처진 글쟁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절박하게 시간의 촉박함과 생명의 유한을 느낀다.
    숨가쁜 내 문학의 막차가 이제 몇번이나 더 힘찬 고동을 울릴수 있을가? 다만 이제 남은 길이라도 더 열심히 달리라는 고마운 편달로 생각하며 모든 고마운 사람들에 게 경의를 드린다.
 
                                                         
 
                                       2006년 2월 10일 “해란강문학상” 시상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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