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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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미완성작
2016년 06월 02일 08시 26분  조회:3864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인생은 미완성작
 
 
      흔히들 인생을 길에 비기여 인생려정이니 인생행로이니 하지만 또 다른 시점에서는 한권의 책, 미완성일수밖에 없는 실화에 비길수 있지 않을가싶다.
    그러나 느낌과 생각대로 엮어지는 인생실록이 아니다. 각자가 써내려가는 인생실화에서 매 하루의 생활이 한단락으로 될것이다. 회억록이나 자서전은 기억의 지팽이를 짚고 추억의 비탈길을 오르면서 적어내려가지만 인생실화는 어디까지나 현재형으로만 오늘을 서술할수 있을뿐 복선을 깔고 허구할수도 없다.
    래일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모르고있다. 그 래일이란 수자가 없는 저축통장에 불과하고 날자가 없는 빈계약서에 불과하기때문이다. 오늘이 과거로 되고 래일이 오늘로 되여지는 나날, 하루라는 그 한단락, 그 한페지에 적혀지는 생명의 흔적만이 소중하다. 인생은 길지 않으므로 간략한 서술이란 있을수 없다. 인생실화는 무수한 수정을 념두에 두고 초고지에 쓸수도 없으며 한글자도 고칠수 없다. 인생은 연습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그대로 실전이며 그나마도 일차성이다.
    혹자는 인생실화란 한권의 쓸모없는 책이라고 말할수도 있다. 아무리 잘 쓴다해도 종당엔 한장한장씩 떨어져나가 바람처럼 사라져버릴것이기때문이다. 혹시 그 한장이나 일부분을 주은 사람이 있다해도 책을 쓴이의 마음을 알아낼수 없기때문이기도하다. 그 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것만이 아니라 책을 주어서 읽은 사람마저 종당엔 가버린다. 그러나 쓰기를 포기할수 없다. 포기한다는것은 곧 자기 생을 스스로 끊어버리는것과 같으니 말이다.
    인생의 한페지ㅡ하루의 생명운동을 잘 쓴다는것은 어렵다. 흔히 편안으로 자기 인생을 수식하려들지만 도를 넘은 편안은 무료함을 선물할뿐이며 그 무료함은 할일이 없다것만이 아닌 일종의 참을수 없는 시달림이라는것을 느낄 때 그의 인생실화에 공백이 생길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바로 할일없는 나날을 보내는것 이기때문이다.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도 그냥 불만하고 불평부리며 자포자기할수 없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사람을 경시하지 않는다. 절승경개의 산이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기에 우리들이 다가가는것이 아니겠는가? 현시대는 행동하는 인간, 분발하는 인간, 자기 관리에 근엄한 인간만이 살아남게 되여있다.
    인간은 복잡하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예술품이며 교묘하게 꾸며진 조물주의 걸작이다. 아무리 위대한 정신도 결국은 조물주의 손에서 녹아난다. 이 모든것이 생명은 근근히 한권의 아무 쓸데없는 책, 실패한 책이 될수밖에 없는 운명을 결정한다. 물론 당신은 이 사실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역시 속절없다.
    사람은 비극작가의 태도로 쓸모없는 책, 실패한 책을 쓰고있다. 하느님의 앞에서 천지와 무한대한 시공간을 종이로 삼아 끝없는 고난과 재난성적인 필묵으로 인간이 빚어내는 세계비극을 쓰고있다. 이 책은 제목이 없고 서명이 없다. 이 책의 독자는 오직 운명의 신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사라진다는것을 명백히 알고있다. 그러나 나는 의연히 날마다 아득바득하고 노래를 부른다. 이 세상에 온 이상 하루하루 존재하면서 생각대로 살아간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나의 존재를 과시할것이며 한마당의 생명에 미안하지 않게 할것인가?
    나는 알고있다. 언젠가는 무궁한 세월의 바다에서 버림을 받는다는것을, 그러나 나는 생각하며 분투하고 노래를 부른다. 그러지 않으면 나의 생명이 억울해 할것이고 나의 정신과 심령이 헛되이 소모될것이다. 한번가면 다시 돌아올길 없는 심연속에 묻혀버린다는것을 알고있기에 더구나 버둑거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나는 의연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분노하고 미워하며 생각의 준마를 달린다. 그러지 않으면 열정으로 충만된 넋이 안녕할수 있겠는가? 나는 알고있다. 생명은 쓸데없는 책이라는것을, 그러나 나는 고집스레 그냥 써내려간다. 나는 이 세계속에 한분자이고 세계는 곧 나이기때문이다.
    오늘은 어제의 래일이다. 오늘을 잃으면 곧 래일도 잃고 어제도  잃는다. 오늘이 기분나거나 의기저상하거나 더없이 쾌락하거나 슬프거나 다른 사람이 분담할수 없다. 그것은 오직 나만의 오늘이나 다른 사람도 가지고있기때문이다. 현재가 중요하다. 한사람에게 주어진 오늘은 많지 않다. 한사람의 수명을 여든살로 계산해도 3만개도 채안된다. 오늘은 술잔에 잠기고 래일은 목용탕에서 퍼지고 모레는 치마폭을 따라 돌고…그리하여 자기에게 주어진 마지막날이 다가설때에야 흘러간 하루하루를 되새기며 허무의 술잔에 후회를 넣어마실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흥분된 마음으로 자기의 재부를 계산하지만 자기의 오늘을 잘 계산하지 않는다. 하여 잃어버린 돈몇십원은 아쉬워 밤잠을 설치지만 스스로 멋없이 흘려버린 오늘에 대해서 진정 애석해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무도 당신의 오늘을 훔쳐가지 않고 아무도 당신의 오늘을 강탈해가지 않는다. 당신 스스로 기꺼이 오늘을 버릴수 있을뿐이다.
    매 하루는 지극히 평범할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열정의 벽돌로 잘 굽혀질 때 래일의 탑은 한층한층 높아질것이고 자기만의 생명탑으로 솟는다. 그러나 아무도 인생탑을 마무리짓지 못한다. 어제가 아무리 눈부시여도 이미 흘러가버린것으로서 이 하루가 세개의 어제를 담당한다고 하는것이다. 어제, 오늘, 래일을 하나의 천평우에 놓을 때 오늘이 가장 무게를 누를것이다. 오늘이란 두글자는 간단하지만 당신의 일생을 쓰기엔 족하다. 매 하루를 오늘로 여기면 그 한페지가 잘 씌여질것이다.
    무엇이나 가볍게 포기하지 말라. 태양은 매일 동녁하늘을 물들이며 솟아오른다. 추운 겨울에나 삼복염천에나 흐린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어김없이 이 지구촌에 온다. 당신이 아무리 상쾌하거나 아무리 슬프거나 매일 오는 오늘은 우주의 법칙이고 섭리의 발걸음이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이 하루로 압축된 인생행로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과이지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싫증내지 않고 충실하게 가꾼다면 비록 미완성작이나마 그 한페지에는 감탄표를 찍을수 있다. 
    인생로선은 포물선이다. 저곡으로부터 고조에 이르러 다시 천천히 저곡에 이른다. 그 사이에서 기회를 잡는것은 인생의 이채로운 경계이다. 기구한 인생길에 얼마나 많은 파란곡절이 있는지 모른다. 어떤 어려움은 당신이 피하여 갈수 있지만 반드시 마주향하여 갈수밖에 없다. 돌아갈 길은 없다. 그때 개변할수 없는 현실은 당신의 심리상태는 개변할수 있지만 분식해서 쓸수는 없다.
    두사람이 감옥의 철창밖을 내다보고있다 하자. 한사람은 하늘에 총총한 별들을 보고 한사람은 진흙탕을 내다볼것이다. 당신이 가히 개변할수 있는것과 당신이 접수하고싶지 않아도 접수하는것은 인생에서 일종 경계이다. 인생은 한잔의 술과도 같다. 술잔에 술이 찰찰 넘치면 흐르고 그것을 마셔버리여 빈잔이 되면 다시 가득 부어야 한다. 얻고 잃는 과정에서 평형을 잘 잡는것은 인생의 일종 심리상태이다. 인생일사에서 여의치 않은 일이 십중팔구라고 하는데 스스로 얼마만큼 여의치 않음을 안다면 어찌 그것을 마주하고 노래를 부르지 않는가?
     번다하고 잡다한 생활속에서 작디작은 일이 그냥 우리들의 신경을 긁어댈수 있다. 마음가짐에 따라 부동한 풍경을 볼수 있다. 가마를 가시고 사발을 씻는 소리의 연주속에 생활은 한권의 재미있는 책이 되는 감을 느낄수 있다. 시고 달고 쓰고 매운 맛은 영원한 선률이다. 눈물로 두눈을 깨끗이 씻어낸 사람만이 비로소 눈앞에 생활풍경을 똑똑히 볼수 있다. 아픔속에서 모대기다가 초탈하였을 때 마음의 평온을 가질수 있다. 놀라움에 소스라치지도 않고 담담한 심정으로 생활속에 희노애락을 대한다면 그것은 생활의 일종 승화이다.
실패로부터 성공에로 나가고 다시 실패을 나락에 떨어지는 선회속에서 흡취한 경험과 교훈을 일종 인생경력이라 한다. 매개인에게는 모두 자기만의 인생궤적이 있다. 실패와 성공은 일념차이다. 배부르게 먹고살기 위해 불볕아래 땀흘리는 건축장의 민공들을 바라보면 자기가 행복하다는것을 느낄수 있다.
    산다는것은 바로 희망을 의미한다. 그 희망이 실오리같아도 희망은 희망인것이다. 희망을 달콤한 기대라고 한다. 상념은 따스하고 향기로운 마음이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해보고서야 자기의 가치를 가늠하는것은 생활의 강자의 자세가 아니다. 인생은 자기것이고 꿈도 자기것이다. 자신심은 아무도 박탈할수 없는 권리이다. 총명은 당신의 선택이고 충실함은 당신의 간판이다.
    인생길에서 귀중한것은 이미 얻은것이나 잃은것이 아니라 지금 당신이 가지고있는것이다. 재물때문에 기뻐하지 말고 재물때문에 슬퍼하지도 말라. 가지고있던것도 종당엔 잃기마련이다. 잃은것을 두고 가슴을 앓기보다 그것을 아끼는것을 배우라.
    달은 둥글었다 이즈러지고 꽃은 만개하였다 잎이 진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일뿐 아무 리유도 없다. 완전완미함에 도달하려는 념원은 갸륵하지만 그것은 하늘의 척도로서 우리가 미칠바가 아니다. 완전완미한 인생이 없기에 인생은 미완성작이 되는것이요 전반생은 멋모르고 써내려간것이라면 후반생은 반성하며 써내려갈수 있다.
    별빛이 흐르고 어둠이 바뀌면 새날이다. 세월은 류수같고 인생은 막무가내하게 떠내리는 쪽배와 같다. 흐르는 순간마다의 풍경을 쓰자. 그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미완성작의 전부의 내용이 될것이다.
 
 
                      2007 년 8 월 1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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