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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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문) 작가정신을 기리다
2018년 09월 20일 11시 24분  조회:4168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작가정신을 기리다
 
                                                   최 균 선
 
    작가정신이란 총체적으로 말하면 자기 작품에서 체현된 사상이고 개체적으로 말하면 한 작가의 특유한 주의, 주장이다. 한 사람의 도덕관, 가치관, 사회관, 세계관 등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것이 아니고 개개인의 삶과 생애 전체와 련결되여 형성되듯 작가의식ㅡ정신도 그 형성과정이 있다. 작가의식은 작가의 생애 전체에 걸쳐서 그가 인식하고 느끼고, 깨닫고, 사색하고 행동하는 그 모든것들이 모여 형성되는것이므로 그 자신의 우주적 총체라고 해야 할것이다. 
    공익을 위한 정의를 신장시킴에서 작가는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의 양상을 여실히 보여주기 위해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현실감이 있고 생명력이 있는 글을 지어내고 생동한 인물형상을 부각해 낼수 있다. 사람은 각자 리해득실로 하여 색안경을 쓸수 있지만 작가의 시각은 편협하지도 않고 편향되지도 않은 광명정대한 시각이여야 한다. 우리 조선문학에서 이런 작가를 꼽으라면 우선 최서해를 추천하고싶다.
    최서해는 일본의 식민지 수탈이 극대화해 가는 시기의 작가로서 비교적 성실하게 시대의 의미를 모색하였다. 그의 삶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행하였으며 그의 작가적 책임은 식민지적 현실―즉 궁핍한 현실에 대한 문제로 집약된다. 그가 다룬 이야기의 대부분이 가난, 기아였던것처럼 그의 소설세계는 모두 하층민, 소작민, 류랑민, 로동자의것이였다. 그의 작품은 모두가 절대 대부분의 조선사람들의 삶의 참상과 체험을 토대로 재현된것이여서 그 간결하고 직선적인 문체에 힘입어 한층 더 호소 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예술적인 형상화가 미흡하다는 탓으로 초기의 인기를 지속하지 못하고 불우한 작가의 길을 헤쳐가다가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가 신경향파의 대표적 작가이면서도 25년의 카프발족에 가담하지 않은것은 그의 “빈궁문학”이 어디까지나 목적의식적인것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과 생리에서 우러나온 자연발생적인것이였음을 말해준다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각편차이다. 괴테는 “눈물과 더불어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는 인생의 참다운 맛을 모른다”고 했다, 배부른 자가 어찌 배고픈자의 고통을 알며 납함하는 리유를 설명할수 있으랴,
    작가 서해는 웨치고있다. “나는 이 세상 사람과 같이 그렇게 미적지근한 자극속에서 살고싶지 않다. 쓰라리면 오장이 찢기도록 기꺼우면 3백 64절골이 막 녹듯이 강렬한 자극속에서 살고싶다. 시퍼런 칼을 이 심장에 콱 박고 시뻘건 피를 확확 뿜으면서 종로 네거리를 이이저리 뛰고 뛰여서 온 거리를 이 피로 물들였으면 나는 퍽 통쾌하겠다. 나는 미친듯이 통쾌하겠다. ” 이런 처절한 고백은 그의 인간적인 개성, 심리적특질이 아니라 바로 그렇게 되고저하는 작가적 정신의 납합이라 하겠다.
    눈물에 젖지 않은 눈으로는 인간삶의 밑바닥을 들여다 볼수 없으며 아픔을 겪어보지 못한 가슴으로는 정으로 보듬어주어야 할 사람들의 고충을 알수도 없다. 작가 최서해의 정신세계에 일관하고 있는것은 빈궁과 박해속에서 무한한 고통을 겪는 근로인민들에 대한 동정과 지지,불합리한 사회제도에서의 분노와 규탄, 계급적원쑤들에 대한 증오와 투쟁정신, 인간에 대한 사랑과 빼앗긴 생활의 권리를 찾아내려는 높은 인도주의정신이다. 이로써 최서해의 작가적정신의 핵은 저항적, 민족주의적, 사실적, 현실고발이다.
    문학은 시대가 나아가는 앞길을 비춰주는 홰불이고 그 시대 삶의 현장과 인간상, 정서의 뉴앙스를 비추는 거울로서 인간의 정신세계의 구축을 도모한다. 저 낮고 낮아 보이는 일상의 삶을 문학사랑을 지닌 가슴으로 체험하고 그래서 세상에 알리고 사람들에게 나갈 길을 잡아주는게 문학이다. 문학사랑이 아니고는 폭넓은 삶의 현장 을 체험할 길이 없다. 우리는 찰스 디킨스의《올리버 트위스트》를 읽고 19세기 영국의 빈민가의 그 험악한 삶의 양상을 알수 있었고 현진건의 “빈처”를 읽고 지금은 흘러가버린 시대의 지식인의 삶이며 그리고 지금도 도처에서 재연되는 부부생활의 한 바람직한 단면을 련상할수 있다.
    중외고금의 대문호들은 시대의 선지선각자들이였으며 그들이 쓴 글은 나라의 운명까지 바꾸어 놓았다. 괴테는 유럽변방의 언어였던 독일어를 세계어로 진입시켰으며 볼테르나 루소는 프랑스에 민주화를 이루었다. 레브 똘스또이와 뚜르게네브는 로씨아의 농노들이 자유를 찾게 했다. 그리고 미국의 스토우 부인은 엉클 톰스 캐빈을 통해 노예해방의 위업을 이루어냈으며 존스타인백은 분노의 포도를 통해 19세기초 미국에서 불황을 벗어날수 있게 했다.
    작가의 눈길은 그냥 서리발치는 칼날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무심하게 스쳐 지난 꽃을 보고 감동는것, 그 자체가 작가적인 가슴에 새겨진 작가정신이다. 눈을 들어 광막하고 고요하고 신비한 우주를 보고 허리굽혀 땅위에 무성한 수림과 풀숲을 본다. 그렇게 아름답고 온전한것을, 언젠가 거미줄에 얽힐 나비한마리에도 정을 가지고 보고 곧 시들어갈 꽃잎에도 무심하지 않다. 이처럼 아주 미미한것에까지 감동어린 눈길로 보는것이 작가의 시각이자 마음이다. 이렇게 작은것에서도 감동되는 마음이란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문학정신이다.
    작가의 마음은 고요한 련못이거나 목가적인 초원에 호수만은 아니다. 때로는 그 속에 살고있는 무서운 괴물도 보아내고 비리한 바람에 엄청난 격랑을 일굴수도 있다. 당대 시대의 다종다양한 삶의 양태를 문학이라는 화폭에 담으려면 객관현실과 시공을 넘어서서 새로운 의미를 지니는  예술품을 만들어내야 문학예술을 흔상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진리를 알려주고 감동을 줄수 있다
    식물학자는 가시밭 엉겅퀴이거나 이름모를 들풀이거나를 막론하고 장미꽃처럼 소중하게 다룬다. 그 가시나무에 찔려서 피가 나도 나무라지 않는다. 오직 그 식물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분명하게 분석하여 철저하게 파악하려는 일념이 앞설뿐이다. 그러기에 문학에서도 삼라만상의 모든 줄기와 뿌리를 인간과 아름답게 련관시켜야 철학과 력사가 깃든 깊이 있고 차원 높고 생명력이 있는 아름다운 작품을 창조해낼수 있다. 그것이 곧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까지 충실히 감당해 가는것이다. 거기에 저자의 인품과 인격과 능력이 반영되여 작품으로서 생명의 빛을 발산한다.
    병든 꿀벌은 좋은 꿀을 만들수 없다. 문학도 작가의 인격이 훌륭할수록 진실한 예술경지를 펼쳐보일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글을 쓰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해서 “나라를 걱정하지 않은 글은 글이 아니다.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지 않는 글은 글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아름답다. 하고 미운것을 밉다하며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뜻이 담겨 있지 않는 시는 시라고 할수 없다고 말했다. (不愛君憂國非詩也,不傷時憤俗非詩也,非有美刺勤徵之羲非詩也). 낡은 레코드에서 나오는 소 리로 여기고 우습게 흘려버릴수 있을것인가? 아니라면 설득력있는 답을 내놓으라.
    좋은 작품은 시공을 뛰여넘어 인간의 본질적인 터전이 얼마나 소중하고 영원한가를 보여준다. 천년이 지나도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사랑문학으로 기록될 리도령과 춘향의 사랑이야기는 쉐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쥴리에트”이나 “햄리트”, “오셀로” 등 처럼 영원히 살아남을것이다. 한때 잘 팔리다가 시간과 함께 잊혀진 작품들은 문학사랑, 인간사랑으로가 아니라 자기 감각의 충족을 앞세우고 쓴 오락품들이다. 영원히 살아남을수 있는 예술성이 깃든 본격 문학만이 진정 세월과 더불어 사람들의 사랑속에서 영생할것이다.                          
                                              2018.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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