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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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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2014년 06월 06일 08시 16분  조회:3410  추천:2  작성자: 넉두리


엄마야 누나야 

김희수

 

엄마가 간지도 10년, 누나가 간지도 5년이 된다. 달이 가고 해가 가고… 그 10년을, 그 5년을 형국이는 밤마다 눈물로 베개잇을 적시며 견뎌왔다.

 

《엄마, 어서 돌아와 응? 누나, 어서 돌아와 응?》

엄마에게서 전화가 올 때마다 형국이는 그렇게 간절히 애걸했다. 그러나 엄마는 그냥 그 대답뿐이였다.

《좀만 더 있다가 응? 1년만 더 기다려 응?》

그런데 그 1년이 어느새 5년이 되고… 5년후에는 또 누나까지 데려갔다.

《엄마, 가지 마. 응? 누나, 가지 마. 응?》

형국이는 엄마가 갈 때도 그렇게 울면서 빌었고 누나가 갈 때도 그렇게 울면서 빌었다. 그러나 엄마도 누나도 손수건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훌쩍 떠나버렸다. 형국이는 엄마를 그리며 10년, 누나를 그리며 5년을 살았다.

그런데 아직도 엄마와 누나는 돌아오지 않는다. 어제도 할머니가 많이 앓는다고 전화했다. 그랬건만 엄마와 누나는 입원비를 부쳐보내겠다면서 돌아오겠다는 말은 아예 하지 않았다. 7년전, 아버지가 앓을 때도 그랬다. 치료비만 부치고 안부를 묻고는 끝이였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병세가 위급하다고 했을 때에야 아차! 했다.

엄마가 돌아왔을 때는 아버지가 벌써 운명하신후였다. 아버지의 후사를 치르고 엄마는 또다시 떠나갔다. 왜서 그렇게 가야만 했는지 형국이는 리해가 되지 않는다. 말로는 널 대학까지 공부시켜야지, 그리고 남부럽잖게 잘살아야지 하는것이 리유였다. 엄마가 널 공부시키기 위해 애면글면하는데 공부를 잘해야지. 아버지도 생전에 그렇게 말했지만 형국이는 웬 일인지 공부가 잘되지 않는다. 잘해야지, 잘해야지 하고 아무리 애써도 공부가 잘되지 않는다.

형국이의 학급에는 형국이처럼 부모가 출국한 애들이 많았다. 서로의 고민을 알아주는 그 애들과는 못하는 말이 없었다.

《임마, 넌 그래도 괜찮아! 엄마가 늘 전화도 해주고 돈도 부쳐보내지 않니? 그리고 너의 아버지와 리혼도 하지 않고…》

형국이가 엄마에 대한 불평만 하면 엄마에게 버림 받은 그 애들이 그랬다. 형국이는 그런 애들의 엄마에 비하면 자기 엄마는 그래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가 그렇게 애쓰시는데 공부를 잘하려고 마음먹어도 웬 일인지 공부가 잘되지 않는다.

엄마가 떠난후에는 그래도 8년 년상인 누나가 있어서 괜찮았다. 외롭고 쓸쓸할 때면 누나가 엄마도 돼주고 아빠도 돼주고 하며 자상한 사랑을 베풀어주었다. 누나가 있을 때까지는 공부도 학급에서 앞자리였다. 그래서 대학에 붙는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빠가 세상 뜬후 누나도 훌쩍 떠나버렸다. 웬 일인지 누나까지 떠나간후 형국이의 학습성적은 점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신심 없이 시험장으로 들어갔던 형국이는 고개를 푹 숙인채 맥없이 걸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가 그때부터 몸져눕기 시작했다. 과연 시험성적도 대학입학점수선 미달이였다.

엄마와 누나가 자꾸 전화로 점수를 얼마나 땄느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형국이는 엄마와 누나가 시험점수를 알면 속상해할가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려버렸다. 그러면 엄마와 누나는 돈은 얼마든지 대줄수 있으니 올해 붙지 못하면 명년에 다시 치라고 고무하지만 형국이는 공부를 다시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엄마와 누나가 어서 돌아오기만 기대했다.

형국이는 속상하거나 외로울 때마다 강변으로 나온다. 강가를 거니노라면 빨래하던 엄마의 모습과 미역 감던 누나의 모습이 삼삼히 떠오른다. 엄마는 세탁기를 두고도 늘 빨래하러 강변으로 나오군 했다. 그때마다 누나도 따라나와 미역 감고 형국이도 팬티바람으로 미꾸라지를 잡는다고 설쳐댔다. 까르르 깔깔… 그가 맨손으로 미꾸라지를 잡으면 엄마도 웃고 누나도 웃었다. 생각하면 그때가 제일 좋았다.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강변에 빨래하던 엄마도 없고 미역 감던 누나도 없다.

《왜 누나까지 가야 해? 가지 않으면 안되나?》

형국이는 누나가 떠날 때 눈물이 글썽하여 물었다.

《얘야, 남들처럼 잘살아야지. 널 대학공부시키고 장가보낼 돈까지 벌어가지고 올게.》

누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떠나버렸다.

외할머니께서는 엄마 어릴 때에는 오막살이 초가집에서 강냉이떡을 먹고 해진 옷을 다닥다닥 기워 입으면서도 온 집식구가 아기자기 웃으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늘 이야기했다. 그때는 아무리 가난해도 가족이 서로 떨어져사는 집이 없었단다. 엄마 학교 다닐 때에는 부모들과 떨어져사는 애들이 거의 없었단다. 그런데 지금은 호화로운 아빠트(형국이는 아빠트를 비워두고 옛 동네 할머니의 집에서 살았다)에서 현대화가전제품을 구전하게 갖추고 살면서도 엄마와 누나는 만족을 모른다.

날마다 엄마와 누나를 그리던 어느날, 형국이는 갑자기 몸이 아파 병원으로 갔다. 의사가 상세하게 검사하더니 련계전화를 남겨놓고 가라고 했다. 형국이는 할머니가 근심할가봐 이모네 집전화번호를 남겨놓았다. 그런데 이튿날에 이모가 찾아와서 입원하라고 했다.

《약을 먹었더니 다 나았어요. 이제 아프지 않아요.》

형국이가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지만 이모는 무작정 병원으로 끌고갔고 할머니도 따라오면서 자꾸 눈물만 훔쳤다.

《할머니, 내가 뭐 큰병에 걸린것도 아닌데 울지 마.》

《응, 할머닌 울지 않는다. 울긴 왜 울어.》

그런데 할머니는 눈물을 끊임없이 흘렸다. 형국이가 입원한 날,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가 아프다면서… 엄마가 갈게.》

《아니, 괜찮아.》

그렇게 돌아오라고 애원해도 들은척도 하지 않던 엄마가 누나까지 데리고 형국이의 곁으로 날아왔다. 이모에게서 형국이가 불치의 병에 걸려 이제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불행한 소식을 전해듣고 울면서 달려왔다. 그러나 형국이는 그때까지도 그런줄을 모르고있었다.

《또 출국하는가요?》

형국이는 엄마와 누나의 손을 잡고 물었다.

《10년이야. 인생이 얼마라고 혈육끼리 서로 헤여져 살아야 해? 이젠 안 가, 이젠 안 가!》

엄마와 누나는 눈물이 글썽해서 대답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죽는다던 형국의 병은 잘못 알려진것이였다. 형국이와 동성동명인 다른 사람의 병일줄을…

형국이는 인츰 퇴원했고 온 집안에 기쁨이 넘쳐났다. 형국이는 엄마랑 누나랑 함께 살게 된것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그러나 그런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달후, 엄마와 누나는 또 외국으로 떠났다. 가지 말라고 그렇게 애원하는 형국이를 무정하게 남겨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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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정말
날자:2014-06-29 09:07:25
비참해지는 형국이를 위해, 오늘의 현실을 보게 되여 마음 아푼니다.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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