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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개
2013년 07월 03일 14시 48분  조회:632  추천:0  작성자: 해주
안 개

해주


6월의 이른아침. 하늘이 서서히 서서히 내려와 산을 안았다. 봉우리들은 걸음발타는 아이들이 되여 자박자박 하늘속을 걷는다.

나무들은 안개샤와를 한다. 아아히 솟구친 미인송도 언덕의 떡갈나무도 바위에 뿌리를 박고 자란 느릅나무도 터슬터슬한 줄기도 일매지게 빠진 가지들도 여러가지 풀들도 벼랑이나 돌들도 안개샤와속에서 어제의 먼지때, 묵은 해살때를 벗기느라 여념이 없다. 나무잎들은 세포의 입을 다물고 겉의 때도 안의 때도 닦아내느라고 종알거릴 사이도 없다. 샤와를 하고나면 한결 정신이 드는가보다. 색갈들은 반짝이고 모양들은 신선하다. 그것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청청한 하늘아래 자기의 모든것을 청신하게 드러낸다. 안개샤와를 하는것은 식물들만이 아니다. 바위들도 돌들도 하고 산토끼나 노루나 메돼지들 같은 짐승들도 샤와를 한다.

귀 기울이면 쫍쫍쫍 입질하는 소리가 고요를 물들인다. 나무의 줄기들이랑 가지들이랑 잎들이랑, 풀들의 줄기들이랑 가지들이랑 이파리들이랑, 꽃들의 꽃잎들이랑 꽃살들이랑, 바위들이랑, 돌들이랑 그 모든것들의 입들이 겨끔내기로 안개를 빨아먹는다. 그때 안개의 하나하나의 방울은 뽀오얀 젖방울이지 수중기방울이 아니다.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살고 그것들은 안개를 먹어야 사는가보다. 그 달콤한 젖을 먹고 나무들은 한결 살이 찌고 꽃들은 한결 향긋한 향기를 풍기고 바위들은 한결 깨끗한 몸들을 자랑스럽게 드러낸다. 실로 자연의 섭리, 우주의 섭리를 터득한 짬짜미들이 아니랴.

안개는 산에다 티끌이 한알도 없는 그 순한 옥비단으로 지은 옷을 입힌다. 해살은 그 옷들을 한벌한벌 벗겨낸다. 두루마기도 적삼도 런닝그도 팬티도 한견지 두견지 다 벗겨낸다. 산의 알몸은 그렇듯 부드럽고 그렇듯 푸르르고 그렇듯 다부지여 얼마나 순박하고 대견한지 모른다. 하지만 때론 안개는 산사이의 골연에 자기의 하얀 살점을 남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안개의 조화에 찬탄을 금치 못한다. 푸른 수림과 안개가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놓았다고 할가, 학무리가 내려앉았다고 할가, 목화무지가 하늘에서 내렸다고나 할가, 하얀 돛을 단 배들이 푸른 바다에 무리로 떠있다고나 할가, 푸른 가슴을 드러낸 파도가 물보라를 부셔낸다고나 할가. 아무리 해도 여실하게 그려낼수 없는 언어의 빈곤을 사무치게 느끼지 않을수 없고 자연의 미묘한 조화앞에서 인간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수 없게 된다.

만물의 어머니이신 물의 몸에서 태여나고 하늘이 내리시는 사신의 아름다운 몸짓의 기기묘묘한 신비를 바라보면서 나도 그 일속으로 살아있다는것으로 하여 다함없는 행복을 만끽하게 되는것은 또 무엇때문이라고 말해야 하는가!

옷깃을 여미고 6월의 안개에 시조 한수를 올린다.


대지와 하늘을 이어놓은 안개여

그대는 하얀 날개 그대는 하얀 다리

그 날개를 달고 하늘을 훨훨 날아올라

별들의 세계를 유유히 유람하다가

그 다리를 리용하여 한발작 두발작 하늘

을 밟으면서

땅에 내리는 날들이 올수는 없을가

신비를 그리여주는 오색안개 안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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