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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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공작대
2018년 12월 02일 09시 28분  조회:1407  추천:0  작성자: 한영철

사상 공작대



      89년도 여름 대학을 나와서 한창 출근의 희열에 들떠있던 어느날이였다.과장어른이 나를찿아이야기 한다.

      금년도 학교졸업생들은 농촌교육을 받으라는 문건이 있어.화룡팔가자라는 동네에가서 몇달교육받고 오라구.뭐야.왜 나만가야는데.다른 친구들은 아무 별고없이 출근하는데 말이다.조직의 결정이라 나는 별소리없이 공작대에 참가하였다.한과실에 있던 박씨성을가진 40대후반의 남자분이 나를 데리고 촌공작대조장을 맡았다.첫날 단위에서는 우리를 차로 팔가자진 하남촌까지 실어다주었다.촌부에서는 하숙할 집이라며 천씨성을가진 할아버지 할머니량주가 사는집을 안내하였다.집에 들어서니 로인량주가 우리를 반겨준다.우리는 이불이며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방에다 내려놓았다. 여느 농촌마을이 다 그렇다싶이 천로인네집도 세칸짜리 집이였는데 정주에는 노인량주가 방에는 우리주사람이 들고 아래칸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다.우리가 팔가자로 내려갈 때가 11월말이였다.날씨가 추웠다.

 

      주숙은 해결된셈이다.사회주의 사상공작대 규정에 의하면 밥은 촌민들의 집을 돌아가면서 먹어야 된다고 했다.첫날은 천로인네 집에서 먹었는데 명태국이 너무맛있었다.할머니께서 집적담근 염채김치 갗김치 파김치가 밥맛을돋구었다.결정이 결정인지라 돌림밥(派饭)이라니 규정대로 이튿날부터는 한집에서 하루씩 얻어 먹어야할 판이였다.물론 식사비용은 본인이 감당하여야했다.이튼날에는 생산대장네 집에서 밥을 하였는데 별다른 음식은 아니라도 따뜻한 입밥에 시원한 된장국이 우리입맛에 맞있다.촌민들은 우리를 집에온 손님처럼 극진히 대접하였다. 내가 어릴때 우리 마을에도 선전공작대가 왔는데 우리 어머님은 집에있는 제일좋은 식재료로 공작대분들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였다.나의 누님도1976년도에 연길시 민흥촌에 공작대로 일년 넘게가있었다.물론 돌림밥을 먹었는데 그때만 해도 촌의 사정이 여의치않아 많은 고생을 하였다.한번 집에와서 이야기하는데 촌에서 명절이라 소를잡았는데 쌀이 부족하여 강냉이죽에 소탕을 드시였다고 했다.나는 누님보다 13년을 늦게 공작대에 나왔으니 촌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변화가 이었다.조건이 좋아졌다는 말이다.
 


     다시 우리 이야기로 돌아가자.며칠뒤 우리는 한 한족로인네집에 분배되여 밥을 먹게되였다.그집은 마을과 한참 떨어진 곳에 단독으로 거주하고있었다.집은 낮고 지붕은 조이짚을  올리였고 구새는 통나무로 되여있었다.집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멍해지고 말았다.뜬김이 뽀얗게낀 부억에서는 돼지새끼들이 달아다니고 있었다.땔것으로는 옥수수대였는데 원래 크지않은 부엌에 돼지새끼며 옥수수대며 갖가지 잡동사니며 참으로 사람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나는 박조장의 뒤를따라 부억에서 방으로 들어갔다.집구조는 전형적인 세칸짜리 집으로서 방은 한족식 온돌이였다.밥은 이미 상에 차려놓았는데 어두운 전등빛 때문에 뭐가무엇인지 잘보이지 않았다. 바깥로인은 전형적인산동사람이였는데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허우대가 큰 분이였다.우리를 보고 많이먹으라며 연신 권한다.산동말씨라서 대부분 이야기는 알아듯기 힘들었다.
 
       숙소로 돌아온후 나는 본 이야기를 천로인양주에게 들려주었다.담배를 힘있게 빨아들이던 할아버지는 후하고 연기를 뿜어내시더니 박조장과 나를 번갈아보며 토론하시는 어조로 말했다."두분이 우리집음식을 탓하지 않는다면 여기저기 이집저집 떠돌이 식사하지말고 우리와같이 먹기오.별것없어도 따뜻한 밥을 같이먹는것이 어떻소?"참으로 고마운 분이였다.남들은 하루하는밥도 애난다고 하는데 로인양주가 우리를 도맡아 식사를 공급하겠다니 얼마나 고마운 분들인가.


 


      낮이면 우리는 생산대분들과 같이 회의도하고 밭일도 하였다. 동삼이라 큰일은 없었지만 시간나는대로 촌의 일손을 도왔다.박조장은 팔가자진으로 회의하려 자주 다니였다.그럴때면 나는 종일 혼자있었는데 시간이 아까워 글씨연습을 하곤 하였다.그때 전국적으로 방중화(庞中华)의 만년필글씨를 배울때였다.하지만 나는 별도로"黄若舟怎样快写钢笔字"라는 책자로 글씨연습을 하였다.지금 어느정도 글씨를 쓰는것도 그때 연습한덕분이다.

       우리 공작대가 내려가있는 팔가자진 하남촌은 과거에 교통이불편했다.하남촌은 팔가자진 동쪽방향으로5_6리 떨어져있는데 팔가자로 가려면 걸어가야한다.당시에는 뻐스도 통하지않았다.자전거를 빌려야는데 별로 빌릴만한 곳도 없다.한주일 한번정도 연길에 있는 집에 다녀오는데 뻐스를 타려면 팔가자로 가야한다.다시 서성까지는 도보로가던 뻐스로가던 이동해야하고 서성에서 연길가는 차를 바꾸어 타야한다.연길에서 하남촌으로 올때는 뻐스를타고 오다가 아예 서성에들어서기전 마을에서 내려 논밭을 꿰뚫고 얼어붙은강을 두개 건너서 10리길을 걸어다니였다.기차를 타려면 그것도 쉽지않다.하남촌에서 동남방햐으로 한참가면 홍기승강소(乘降所)라는데가 있다.기차역전은 아니나 오르고 내리고하는 곳이다.헌데 문제는 멀지않은곳을  연길__조양천___홍기승강소로 이어져 기차를 타야한다는것이다.나는 공작대로 내려간 4달동안 이런저런 교통수단을 다리용해보았다.벼라별계산도 다해보았는데 어떻게하면 시간도 절약하고 걸음도 줄이겠는가하는것이였다.그때 너무힘들게 다녀서인지 후일 꿈에서도 하남촌을 자주보았다.
 

       이듬해 3월말 사회주의사상공작대는 제반 사업임무를 완수하고 본단위로 돌아왔다.전주총화모임을 연길예술극장에서 가지였는데 박조장은 모범상을 받았다.한집에서 한가마밥을 넉달간먹던 우리는 천로인과 작별해야했다.천로인량주는 우리의손을잡고 놓을줄몰랐다."시간 나면 놀려오라"고.우리도 섭섭한 마음을 금치못하며 하남촌을   떠났다.

      
하남촌을 떠나 10여년만에 나는  천로인을 만나뵈우려  마을을 찿았다.헌데 로인네는 이사가고 없었다.촌서기 일보던 렴서기는 돌아가시였다고 한다.마을은 큰변화를 가져왔는데 지금은 양파농사를 주로한다고 한다.큰 공장건물도 보였다.갖대학을나와 4달간을 보낸 하룡마을에서 나는 아는사람한분 못만났다.소박하면서도 친절하고 가식을 모르고 진심으로 공작대를 대해주던 하남촌 촌민들을 회억하면서 나는 한참동안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다.

 


       하남촌을 떠나 20여년만에 나는 다시 마을을 찿았다.마을의 이곳 저곳을 거니노라니 머리에 떠오르는것은 오직 천로인양주와 마을 여러분들이였다.마을큰길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뛰놀고있었고 면목모를 농부들이 뜨거운 해볓을 피하여 그늘밑에서 땀을들이고 있었다.아세월은 많이 변했다. 이때 나는 당(唐)나라 하지장 ( 贺知章)의 시구가 떠올랐다.어려서 집떠나 나이들어 돌아올제 고향말씨변하지않았는데 귀밑이 희석하구나.어린아이 나를보고손님은 어디서오냐고 묻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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