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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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작 벌고 느긋하게 살자!
2013년 08월 19일 15시 14분  조회:2263  추천:0  작성자: 홍천룡
작작 벌고 느긋하게 살자!

홍천룡

휴식일에 등산하는것이 직장인들의 좋은 레저운동이라 생각된다. 전번날 등산한다고 몇몇 산악동아리끼리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떠났다. 한시간쯤은 걸을수록 힘도 나고 기분도 상쾌해졌다. 두시간쯤 걸으니 전신이 해나른해나고 두 다리가 시큰거렸다. 더 걷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도 더 참기 어려운것은 허기가 들며 배가 고파나는것이였다. 인젠 자리나 정하고 “휘발유”를 넣자고 건의하니 선배멤버님이 나무도 없고 물도 없는 이런 산등성이에서 무슨 기분에 밥이 넘어가겠느냐며 저 산자락 언저리에 내물도 촐랑거리고 나무숲도 우거졌으니 거기 가서 기분좋게 먹자며 좀 더 걷자고 주장했다. 그렇게 좀 더 걸은것이 근 한시간 거리였다.

그 한시간거리는 정말 이를 악물고 걸었다. 맹렬하게 일어나는 시장기를 억누르고 걸음을 재우치자니 땀만 바질바질 났다. 그 한시간 거리가 두시간 걸은 거리보다 더 멀어보였다. 내가 흐르는 땀을 빈번히 훔치며 게두덜거리자 그 선배님이 배가 고플수록 먹는 음식이 더 맛있다고 이제 즐거운 오찬을 위해 배를 더 굶겼다가 배를 두드리며 먹자고 했다. 나는 이제 그 “배를 두드리며 먹을 장면”을 그려보며 허리띠를 더 졸라맸다. 산기슭을 에도는 내가에 이르니 다시금 기분이 돌아섰다. 내물도 시원하게 출렁거렸고 나무숲도 서늘한 그늘을 마련해 놓고있었다. 거기에다 면목이 있는 다른 등산그룹에서 한창 물고기탕을 벌렁벌렁 끓이고있었다. 그걸 맛을 보라며 한 냄비나 되게 우리한테로 보내왔다. 정말 배 고플 때 먹는 음식이 천하별미였다. 볼이 미여지게 먹어대는 그 감미로운 포식감, 인젠 정말이지 먹다가 죽어도 원이 없을것만 같았다. 배가 고파서 참기 어려웠던 그 한시간, 그 고통스러웠던 한시간과 바꿔온 즐거움이 이렇게 사람을 죽여줄 줄이야!

만포식하고 나니 전신이 편안해졌고 시야에 안겨드는 만물이 그렇게 정다워보일 수가 없었다. 참, 음식이란 묘한 물건이다. 먹기전과 먹은 후가 이처럼 다를 수가 있을가! 세상이 콩알만해지는 만족감에 취해 돌아와서 침대에다 벌렁 몸을 던지니 그다음부터 배안에서 합창이 시작되였다. 꾸르륵거리던 배안이 뒤탈리기 시작하면서 복통이 일어났고 급기야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뛰여갔다… 그날 밤, 아래로 쏘고 우로 겨우고 야단법석을 떨다가 병원급진실에 실려가 점적주사를 꽂아서야 좀 잠잠해졌다… 후, 그 천하별미로 먹는 재미를 보던 즐거움과 바꿔온 복통이 이렇게 사람을 녹여줄 줄이야!

요즘 이런 사람들도 있다. 집을 두세채씩 가지고 있으면서도 “벽수화원”에다 별장식 아파트 한채쯤은 더 갖춰야겠다는 타산을 해보고 자가용을 굴리면서도 낚시질 하러 갈 때면 “도요다”찦차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굴려본다. 아들딸의 결혼식을 시내에서 제일 호화스러운 호텔에다 굉장하게 치러주었지만 무언가 남보다 못해주었다는 죄책감으로 슬그머니 가슴을 허빈다. 돈만 좀 더 있었으면 얼마든지… 하고 벼른다. 이미 들어간 돈이 얼만데?

그렇다. 오늘날 물질이 고도로 문명화되면서 상품이 수도물처럼 쏟아지고 있을 때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다 살수 있다. 그래서 돈이 자꾸만 모자란다. 그런데 돈을 벌기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귀신짝 같은 돈이란 벌 때에는 꽤나 두꺼워 보이지만 쓰면 쓸수록 얇아진다. 10년전에 10원을 슈퍼에다 던지면 꽤나 많은 먹거리가 나왔는데 지금은 100원을 던져봐야 10년전의 10원어치보다 섧게 나온다. 그러니 벌어야 한다. 벌어도 웬간히 벌면 오히려 버나마나 하다. 한달에 몇백원, 몇천원씩 번다고 해도 자식들에게 아파트나 자가용을 갖춰주자면 몇십년을 더 벌어야 할가? 아무리 배를 졸라매고 아껴 쓴다고 해도! 그래서 모두들 죽기내기로 돈을 번다. 헌데 문제는 자꾸만 벌어도 남는게 없이 모자란다는게다. 백원을 벌어서 천원어치 사고싶은것이 정상 사람의 심리라고 할가! 왜서 집이 있는데도 별장을 사고 싶어질가? 왜서 자가용이 있는데도 찦차가 욕심날가?

우리는 선조로부터 무엇이나 모자라는 삶을 기나긴 세월에 거쳐 지겹게 영위해왔었다. 그러다가 좀 늦었지만 행운스럽게도 우리 세대에 와서 경제부흥을 맞이하게 되였다. 그러니 배가 고픈 사람앞에 푸짐한 음식상이 차려졌다고 할가! 즐거운 만찬이 아닐수 없다. 아까 등산할 때 배고픔을 기다렸다가 즐거운 오찬을 만끽할수 있었던 정경과 흡사하다고나 할가! 아무튼 벌면 버는만큼 돈이 호주머니로 들어올수 있어서 흥분의 도가니속에 빠져 몸을 달달 볶아낼수가 있었다. 헌데 도가니속에서 놀자면 온도를 잘 공제해야 하는데 웬간한 사람은 그것이 잘 안된다. 도가니속에서는 온도에 따라 액체가 고체로 될수도 있고 고체가 액체로도 될수가 있다. 이 온도조절이 잘 안되여 일이 삐뚤게 나가는 페단이 많다. 개혁개방초기에 연변에는 숱한 조선족기업과 상가들이 우후죽순마냥 일떠섰다.

연길시의 네모번듯한 중심가에 서서 동서남북거리를 올리 훑고 내리 훑어보면 무슨 “조선족국수집”, “조선족개장집”, “조선족복장점”, “조선족약방”, “조선족철물상점” 등 민족색채를 띤 상가들이 즐비하게 들어앉은 풍경을 감상할수 있었다. 헌데 지금은? 지금은 대부분 한국에 나가 벌고있다. 벌면 벌수록 더 벌게 되는 한국에로의 로무송출이다. 한국벌이가 적당하게 벌면 탈도 안나고 결과도 좋았겠는데 온도가 너무 높아가는 바람에 “폭식”하게 되고 “폭식”하니 자연 “배탈”이 생기게 되였다. 생활이란 느긋해야 할 일을 다 할수 있는것이다. 어느 한방면으로 긴장하게 돌아치면 다른 방면을 돌볼 사이가 없어진다. 낳을 아이도 낳을 사이가 없어지고 아이들 교육도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자식을 잃으면 모든것을 다 잃는 셈이 아닌가! 대가 끊어지면 한 집안도 좋고 한 민족도 좋고 끝을 보게 되는것이다. 또한 너무 긴장하게 돌아치면 건강도 지키기 곤난해진다. 느긋함이 사람의 건강을 제일 잘 지켜준다. 돈을 벌자면 긴장해지지 않을수가 없고 큰돈을 벌자면 더 긴장해진다. 또 번돈을 쓰자고 해도 긴장해지지 않을수 없다. 돈은 많이 쓸수록 더 긴장해진다. 돈많은 집안에 말썽이 그치지 않는 법이다. 때문에 지금 돈많은 사람에게 병이 차려지고 돈없는 사람에게 건강이 차려진다는 설법도 있다. 물론 과학적인 결론은 아니겠지만 일종 사회적페단을 조롱하고 있지 않는가!

인제는 배를 곯았던 세월도 지난지 옛날이 되였고 벌지 않아도 살만한 세월이니 좀 작작 벌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비법을 모색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느긋한 생활속에서 갈것은 가고 돌아올것은 돌아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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