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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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녀들, 좀 더 뽐내봐
2009년 05월 08일 09시 48분  조회:849  추천:23  작성자: 홍천룡

무더운 여름날, 맥주점 북쪽 음달진 창턱밑 좌석은 언제나 꾀죄죄한 녀석들이 차지하고있다. 서늘한 곳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지나오고 지나가는 녀자들의 풍채를 마음껏 흠상할수 있고 이러쿵 저러쿵 제멋대로 평가도 할수 있는 자리였다. 한번은 점잖은 친구를 만나 맥주점으로 들어갔다. 면바로 그 창턱곁에 남은 좌석이 있었다. 서로 우아하게 사양하면서 앉은 다음 잔을 들기 시작했다. 천천히 잔을 비우며 조용하게 정세흐름이나 론하자고 했는데 뒤좌석에서 무슨 시비를 캐는 말소리가 번주그레하게 들려와서 우리를 소란스럽게 굴었다.

“야, 고년이 정말 여우야, 여우! 여우처럼 논다니까. 홀랑거릴 때는 정말 간이 다 녹아나, 녹아빠지지. 간이 녹아난 다음에는 제 안속만 홀랑 챙기는거야. 내 더러워서 콱 차버릴가 하다가도… 에익, 씨—”

“임마, 네게는 그년이 칼라카메라지. 계집은 그래도 여우같은 녀자가 좋네라. 너 그래 돼지같은 녀자를 끼고 살겠냐? 흐흐! ”

“응, 그래! 난 돼지같은 녀자가 좋겠어. 꿀꿀, 먹기두 잘먹구 말도 잘 듣구. 이거라구야 요래조래 다 빨아내구 말라빠져 시들면 홀랑 꼬리를 뺄게 아니겠어.”

“임마, 남자란 그 홀림에 빠지는 멋에 사는거야.”

“야, 그럼 너나 그 홀림에 빠져 살아봐.”

“임마, 그럼 너 돼지같은 녀자를…”

슬며시 돌아다보니 명태같이 길쭉한 녀석과 호박같이 둥근 녀석이 서로 삿대질해가며 벌거이르르하게 열을 올리고있었다. 웃기는 녀석들! 곁사람들까지 걸쭉하게 웃기고있었다.

구경 여우같은 녀자가 좋으냐, 아니면 돼지같은 녀자가 좋으냐! 두 술군의 술상머리에서 벌어진 주정이나 다름없는 입씨름이라 용속된 비유로 찧고박고 했지만 무언가 깔려있는듯한 화제같기도 했다.

사람의 몸이 천근 간다면 눈이 팔백근 간다는 말이 있다. 참, 지당한 말씀이다. 눈이 귀신같다. 꽃과 풀이 동시에 눈에 안겨올 때면 풀보다 꽃이 깜찍하고 화려해보인다. 우선 꽃잎이 풀잎보다 앙증하게 펴지고 좁은데는 좁고 넓은데는 넓어지면서 곡선을 이룬다. 거기에 풀잎처럼 한층이나 한마디에 외잎으로 삐여지는것이 아니라 둘, 넷, 여섯, 여덟… 우수나 셋, 다섯, 일곫, 아홉… 기수로 동시에 삐여지면서 원형이나 각을 형성하면서 원활한 꽃부리조형을 이룬다. 또 거기에 어떤 꽃은 폭이나 길이가 좀 작은 속잎이 련이어 겹치면서 층차의 립체감도 이루어준다. 그리고 또 거기에 웅성, 자성을 띤 꽃술이 생겨나 화심을 만들며 절경을 이룬다. 또한 거기에 빨간색, 노란색, 자주색, 흰색 등 색치마를 주름잡으며 현란하고 화려함을 이룬다. 그것이 아양을 떨고 애교를 부리며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거기에 어떤것은 그윽한 향기까지 뿜어 사람의 심성도 희롱한다. 그래서 꽃은 녀자의 상징물로 되였다. 녀자가 있어야 눈이 즐겁고 녀자가 있어야 심성도 즐겁고 녀자가 있어야 웃음이 있고 녀자가 있어야 사랑이 있고 녀자가 있어야 행복이 있다. 눈을 가진 남자들이 고운 녀자를 보게 되면 눈부터 즐거워난다. 눈이 반짝반짝 광채를 띠며 가만 있지를 못한다. 보고 또 보고싶어진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도 두세번씩 고개를 돌리느라 애매한 길손들의 어깨를 쳐놓거나 발등을 디디여 정상적인 교통질서를 혼란시키는 페단도 생기게 된다. 정말 꽃처럼 고운 녀자는 집에 가져다가 화분처럼 가꾸고싶다. 그러면 보고싶을 때엔 보고 보고 또 볼수 있지 않겠는가! 얼마나 즐거운 일일가! 헌데 눈이 즐거우면 인차 피곤해진다. 세상이 돌아가는 도리가 다 그렇구 그렇다. 조물주가 얼마나 랭철한가! 고운 꽃도 시들 때가 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고왔던 꽃도 시들면 곱지 않다. 문제는 여기에서 터진다. 시들면 꽃 자신도 더 어여쁘게 뽐내 볼수가 없고 곁에서 그걸 보아주는 눈도 즐거워질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가꾸는 문제가 제기된다. 꽃을 가꾸자면 시간, 영양토, 물, 해빛, 공기, 시비, 살충, 전지 등 자연물질과 인공기술이 수요된다. 녀자도 꽃이인것만큼 가꿔야 시들지 않는다. 녀자란 꽃을 가꾸는데는 주요하게 세가지 방면이 있다. 첫째는 천성적인 유전요소인데 고운 얼굴, 날씬한 몸매, 총명한 두뇌는 부모에게서 따온다. 둘째는 환경요소인데 영양, 가정, 사회, 교육, 직업이다. 셋째는 인공기술인데 주요하게는 자기절로 자기를 가꾸는 기술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방면에 부동한 전업기술의 전수와 숙달이 수요된다. 례를 들면 건강해야 아름다워질수 있는데 그럼 건강을 어떻게 지켜야 하느냐, 정결한 위생습관을 키워야 맑아질수 있는데 그럼 위생습관을 어떻게 키워야 하느냐, 보건미용을 잘해야 생생한 피부를 보존할수 있는데 그럼 보건미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냐 등등, 이밖에도 음식, 의복, 화장, 심리, 혼인, 생육… 지어 손톱과 발톱을 어떻게 가꾸겠는가 하는데도 깊숙한 학문이 있다고 한다. 녀자들이 예뻐지지 않을래야 않을수 있겠는가!

지난세기 60-70년대에는 녀대학생이 극히 희소했다. 구경 어떤 녀자들이 대학생이 되였느냐고 궁금증이 심한 싱겁쟁이들이 대학가에 가서 힐끔힐끔 훔쳐보고는 무릎을 탁 쳤다. 대학가에는 미인이 없었구나! 그럼 그렇겠지! 그런데 삼사십년이 지난 오늘날 대학가에 가보면 말짱 미니미녀들이다. 크게 말하자면 사회가 발전한 결과라고 말할수 있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녀자들이 자기를 부단히 가꿔온 보람이 아니겠는가! 녀자는 우리 사회를 장식해주는 장식품이다. 녀자가 없는 사회가 아름다울수 있을가!

지금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리상적으로 아름다와지질 못하고 추악하고 더러운것이 지저분하게 널려있는데는 녀자들이 져야 할 책임도 크다. 이 사회가 백화만발한 화원이 되자면 천송이 만송이 갖가지 꽃들이 저마다 활짝활짝 피여나야 한다. 하지만 이 사회의 꽃으로 되고있는 많은 녀자들이(부동한 지역에 따라 그 비례수가 부동함) 아직까지 자기를 활짝 피우지 못하고있다. 꽃이 활짝 피지 못하는데는 가물거나 해빛을 보지 못하는 등 원인이 있다. 녀자들도 자기를 활짝 피우지 못하는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신체건강원인도 있을수 있고 사상, 신앙 원인도 있을수 있고 심리, 성격원인도 있을수 있고 가정, 사회적원인도 있을수 있다. 제일 주요한 원인은 자기가 자신의 이파리를 펴지 못하게 감고있는것이다. 그걸 펴야 한다. 자기를 나타낼줄 알아야 한다. 자아표현은 녀자의 천성이다. 녀자는 뽐내야 예뻐보인다. 뽐내는데는 여러 가지 류형이 있고 여러 가지 형태가 있고 여러 가지 예술적기교가 있다.

맥주점 그 창턱밑 좌석에 앉아 지나가고 지나오는 녀자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각양각색이다. 앙골라토끼털같은 머리로 굽실굽실 파도를 이루며 또각또각 절주있는 구두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녀자,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고 한쪽으로 스며들듯 잦아들듯 사뿐사뿐 걸어가는 녀자, 만져보고싶도록 앙증한 엉뎅이를 달싹달싹 추슬리며 걷는 녀자… 제가끔 제멋대로 걸음걸이를 뽐내고있는것이다.

녀자는 뽐내야 남자의 눈길을 끌수 있다. 세계를 정복하는 주력군은 남자다. 그 남자들을 정복하자면 우선 그 남자들의 눈길부터 끌어야 한다. 어떤 녀자는 고운 얼굴에 함박꽃 피우며 그 눈길을 끌고 어떤 녀자는 날씬한 몸매를 하느적거리며 그 눈길을 끈다.

녀자는 뽐내야 남자의 마음을 잡아끌수 있다. 남자의 마음에는 세계를 담고있다. 그 세계를 함께 가지려면 남자의 마음을 끌어당겨야 한다. 어떤 녀자는 깨끗한 순정을 바쳐 그 마음을 끌고 어떤 녀자는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며 그 마음을 끈다.

녀자는 뽐내야 들말같은 남자를 순양으로 만들수 있다. 남자는 천성적으로 충격적인 공격형동물이다. 그 야성으로 많은 비극이 빚어질수 있다. 그 야성을 길들일수 있는 순록사가 녀자들이고 제일 효과적인 비방은 녀자들의 부드러움이다. 어떤 녀자는 뽐내기도 하고 온순하기도 하며 남자를 길들인다. 녀자로서의 예술이다.

녀자는 뽐내야 사랑스럽고 귀엽다. 요염하게 뽐내든 수집게 뽐내든 다 아름답다. 아름다움에는 캐야 할 도리가 없다.

녀자는 뽐내야 젊어지고 싱싱해진다. 싱싱하지 않으면 남자들의 싫증을 사게 된다.

이밖에도 녀자들이 뽐내야 할 리유는  많고도 많다. 뽐낼수 있는 녀자는 그만큼 밑천이 있다는걸 말한다. 허지만 턱없이 뽐내면 싱거워보인다. “뽐내는 녀자를 보면 달라는것 없이 밉더라”란 말이 이런걸 두고 하는 소리일것이다. 싱겁긴 하지만 안 뽐내는 녀자보다는 낫겠다고 보아진다. 왜냐하면 아직도 수많은 녀자들이 뽐내지 않고있으며 지어 뽐낼줄 모르고있다. “녀성이 해방되는 날이면 세계가 해방되는 날이다.” 그어떤 사상, 신앙, 종교, 습관, 압박, 리념에 의해 많은 녀자들이 억눌려서 뽐내지 못하고있다. 아직도 남녀균형은 젖은 걸레처럼 한쪽으로 축 처지게 기울어지고있다. 그걸 쭉 짜서 말리우고 균형을 잡자면 녀자들이 한결 더 뽐낼수 있게 되여야 한다. 이 세상이 녀성이란 꽃으로 만발할 때 세상 불행한 남자들이 그 속에서 위안을 얻고 즐거움을 찾을수 있을것이다. 그날을 위해 숙녀들 좀 더 뽐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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