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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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소설] 호박골의 떡호박(상)
2009년 07월 27일 09시 35분  조회:1245  추천:48  작성자: 홍천룡
1

    호박골은 예나제나 경치 하나만은 사람들의 눈뿌리를 뽑아줄 지경이다. 랑떠러지기 절벽이 얼음층처럼 줄무늬졌는가 하면 늬연한 비탈은 주단처럼 한쪽으로 비스듬히 펼쳐져있다. 봄이면 붉은 진달래꽃과 하얀 살구꽃이 울긋불긋하고 여름이면 싱싱한 곡식자람새가 파랗게 물들고 가을이면 누런 황금으로 주름잡힌다. 날카로운 해빛과 부드러운 달빛에 변색하며 희롱하는 카멜레온이라 할가!
    그가운데로 내봉하가 산굽이를 따라 굽이쳐 흘러내린다. 남산꼭대기에 올라서서 멀찌감치 내려다 보면 뱀새끼가 꼬불딱거리는것 같고 산자락으로 내려서서 가까이에서 보면 미풍에 흐느적거리는 푸른 비단 같다. 고기새끼가 꼬리치는 고장이라 근간에 와서는 낚시군들 걸음이 잦아졌다. 신작로가 오불꼬불 늘어져 다니기 편리해졌고 그보다도 오염없는 물에 고기가 생신하다고 찾아든다.
    경치 좋고 공기 좋고 물이 좋아서인지 종덕이는 애비없이도 둥글둥글하게 잘 자랐다. 어릴 때에는 동네 개구쟁이들의 놀림감이 되였고 학교시절에는 남자애들이 걷어차는 “축구공”이요 녀자애들이 화풀이 할수 있는 “배구공”이였다. 학교문을 나와서 몇년간 농사를 지으면서 그는 다시 동네사람들의 말밥에 “밑반찬거리”가 되여버렸다.
    “너 이자식, 종덕이 사촌이 되고싶냐? 늘 머절스럽게만 노니?”
    “야, 뒤마을 ‘풍덩개과부’라도 좀 채라. 종덕이처럼 녀자맛도 못 보구 늙자구?”
    “이놈아, 좀 발라맞출줄도 알고 똑똑하게 놀아라. 한뉘 종덕이처럼 출세도 못해보자구 그러느냐?”

    지난 세기 약진년대에 호박골의 박씨네가 새 며느리를 맞았었다. 벌방 녀자로 호박골색시처럼 얼굴이 호박처럼 두리두리하고 엉뎅이가 펑퍼짐하여 마을아낙네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더구나 두눈섭사이에 미간을 돋보이게 하는 붉은 점이 딱 중심에 박혔다. 헌데 그 점때문에 녀인은 고생스러운 인생을 살게 되였다. 어느 점쟁이가 그 점이 악재를 가져다준다고 했고 시어머니는 그 점때문에 시아버지가 돌아갔다고 했으며 나중에 시어머니가 미쳐죽게 되고 남편까지 술중독으로 아들이 태여나는 날 죽어버렸다. 그 점때문에 귀신이 붙었다고 온 가정이 풍지박산이 났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박종덕, 돼지굴어귀에서 비오는 날 태여난 녀석이다. 태여난 그날부터 아버지 없이 자란 과부의 아들이다. 그 아들 하나만을 보고 살아온 과부 민옥이에게는 설음이 많았었다. 아무리 섧어도, 아무리 분해도, 아무리 억울해도, 아들이 기시를 받아도 그 아들 하나만을 위해서는 모든걸 다 참아왔었다. 아들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다. 앓지 않고 건실하게만 자라길 바랐다. 학교 다닐 때에는 아들이 락제점수를 맞고와도 좋아했고 다 큰 다음에는 동네에 나가 돈을 떼워도 뉘집 잔치부조를 해준것만큼이나 여겼다. 그 아들이 서른고개를 넘어서고 자기도 쭈글쭈글한 로파가 되여가면서 아들의 혼인대사와 손자를 안아보고싶은 념원이였다. 헌데, 귀신이 붙은 과부네 집 아들이라고 혼사말이 들어오지 않는다.
    세월이 개혁개방되면서 별스레 녀자들의 몸값도 올라가서 웬간한 촌구석 처녀애들도 종덕이쯤은 곁눈으로도 보지 않았었다.
    그렇게 자란 종덕이는 생김새와 같이 둥글둥글하게 굴러다니는 법을 배웠다. 누가 호박처럼 생겼다고 “호박새끼” 하고 놀려줘도 그저 헤벌쭉 웃고말고 누가 걸음걸이가 느리고 건방져보인다고 뒤에 와서 궁둥이를 걷어차도 돌아다보며 벌씬 웃고만다.
     어느 한시기에는 이상하게도 종덕이와 접촉한 사람들까지 다 탈이 생겨났다. 종덕이네 집에 가서 공짜술을 얻어마신 녀석들은 배탈이 났고 종덕이를 놀려준 녀석들은 입술이 부르텄고 종덕의 궁둥이를 실없이 걷어찼던 녀석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지고…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남녀로소를 불문하고 그를 외면했고 그를 따돌렸다. 누구도 그와 말을 걸지 않았고 누구도 그와 놀아주질 않았다. 그래도 종덕이는 늘 벌씬거리며 혼자 잘 놀았다. 산에 올라가 꿩둥우리를 털어 꿩알을 얻어오기도 하고 심심하면 강변에 나가 물고기잡이를 하기도 했다. 물고기를 한다래끼 잡으면 그걸로 생선장국을 끓여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지 않으면 외지 낚시군들을 불러들여 술잔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인품을 후하게 쓰니 개핀 땅에 물이 고인다고 점차 친구들이 생기게 되였다. 공짜를 좋아하는 동네친구들, 술을 좋아하는 아래마을 친구들, 신세를 지려는 외지의 낚시군들…
    종덕이네 돼지굴곁에는 오얏나무가 있는데 해마다 오얏이 잘 열렸다. 하루는 난데없이 찦차 두대가 달려오더니 그 오얏나무 그늘밑으로 빠진 달구지길어구에 와서 멈춰섰다. 신사 같은 남자 넷과 꽃같은 녀자 셋이 차에서 내렸다. 그때 마침 종덕이가 물고기를 한구럭 골똑 잡아가지고 왔다. 호기심에 찬 그 사람들이 우루루 모여들어 구럭을 헤쳐보았다. 펄떡펄떡 뛰는 물고기들이 생신해보였다. 그걸로 생선국을 끓이면 맛있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붕어새끼로 생회를 쳐서 술안주로 하면 그저 그만이겠다고 입을 다시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 들어가깁소. 제가 끓여드릴테니까.”
    “아니, 어찌 그런 페를 끼치게…”
    그 사람들은 은근히 좋아하면서도 미안함을 금치 못했었다. 종덕이는 아무 사람이건 자기 집에 와서 술을 마셔주면 좋아했었다. 종덕이는 그 사람들을 울안으로 청해들인 다음 무르익은 오얏을 한대야 가득 뜯어다놓고 맛을 보며 기다리라고 해놓고는 로모 민옥이와 함께 불을 지핀다, 밸을 딴다 하며 돌아쳤다. 그 꽃같이 고운 녀자들도 팔을 걷어부치고 그들 모자를 도와나섰다. 그바람에 종덕이는 더 신바람이 나서 엎딘김에 절이라고 암탉까지 한마리 잡고 처마밑에 말린 물고기도 풀어내렸다. 나중에 푸짐한 술상이 갖춰졌다. 종덕이가 근들이 술을 떠오려고 허연 비닐통을 들고 나서니 그 사람들이 말리면서 찦차에서 고급술 몇병을 꺼내오는것이였다.
    술이 서너순배 돌자 술상 분위기가 흥그러워졌고 종덕이도 연신 굽석거리며 잔을 비웠다. “야, 술이 정말 유하꼬마.”
    두리두리한 면상이 불그스레 퍼져 보기 좋았다. 모두들 중간에 앉은 통통한 사람을 “지부장”이라고 불렀는데 아마도 꽤나 급이 있는 사람 같았다. 지부장은 가마목에서 “궁둥이운전”을 하고있는 민옥이에게 손수 술을 부어올리는것이였다.
    “어마이, 이집 장맛이 정말 구수합니다. 옛날 우리 어마이가 끓여주시던 그 장국맛을 다시 맛보는것 같습니다.”
    지부장이 감개무량해하자 곁사람들도 덩달아 구수하다며 연신 후르륵거리며 국물을 마셔댔다.
    기분이 도도해지는데 촌장인 리종수가 촌의 모모한 량반들을 거느리고 들이닥쳤다.
    “지부장께서 진작 오신줄 모르고 우린 눈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저기 부녀주임네 집에다 하늘을 나는 놈, 땅에서 기여다니는 놈, 륙, 해, 공군을 몽땅 출동시켰으니 지부장께서 이런 루추한 곳에서 식사하시지…”
리촌장이 크게나 차리고 기다렸다는 자부심으로 불깃한 얼굴에 아첨발린 웃음을 담고 벌씬거리는데 지부장의 못마땅한 음성이 찬물에 불궜다가 꺼낸 가죽채찍처럼 꽛꽛하게 안겨왔다.
    “어허, 무슨 소릴!”
    지부장의 둥그레한 얼굴도 불깃해졌다. 면상이 일그러지며 량미간에 내천자가 그려졌다.
    “루추하다니? 나도 이런 루추한 집에서 자란 놈이요. 만약 루추하다고 께름직하면 돌아가서 당신에 그 륙, 해, 공군이나 거느리시구려.”
    천만 생각밖이였다. 가죽채찍에 한매 얻어맞은듯 종수의 얼굴이 삽시간에 변하여 볼편 근육이 푸들거렸다. 머리도 뗑― 해났다. 머리에 털이 나서부터 이런 축객령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돌아서야 할지 그냥 서있어야 할지 아니면 구들에 올라가 앉아야 할지…
    그때 가마목에서 뱅글뱅글 돌아치던 민옥이가 긍지에 빠진 종수를 끄잡아냈다.
    “생원이―” 민옥이는 종수에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있었다. 종수가 남편이 생전일 때 “형님”이라고 불렀고 자기를 “아주머니”라고 불러주었었다. 그보다도 돼지굴옆에서 소낙비를 맞으며 종덕이를 낳을 때 마침 종수가 찾아와서 다행히 모자 목숨을 구해준 일이 너무나 고마워서 평생 그 은혜를 잊지 말자고 속다짐했던것이다. 그래서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에도 종수라는 “종”자에 덕이라는 “덕”자를 골라잡았던것이다.
    “생원이, 날래 올라가 술잔이라도 드시우. 전번에두 암탉을 고아놓고 오시라고 해도 오시지 않더니만 마침 잘됐수. 날래!”
    민옥이가 종수의 팔소매를 잡아당겼다.
    기실 종수는 민옥이와 그의 아들 종덕이를 께름직하게 여기고있었다. 뭐 군생활도 해보고 당원에까지 든 그가 동네토배기들처럼 미신적관념에서 께름직한것은 아니지만… 뭐 구차하게 산다고, 뭐 루추한 집에서 산다고, 뭐 사람축에 못 간다고… 뭐 딱 찍어 무엇이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아무튼 전 촌 4백여명 되는 촌민들이 차례로 자리잡고있는 촌장의 심중에는 민옥이와 그의 아들 종덕이가 제일 마지막 꼴찌자리였다. 특히 앞뒤를 재일줄 모르고 굴러다니는 종덕이가 숱한 사람들앞에서 “삼촌! 삼촌” 하며 헤벌쭉거릴 때면 속이 부글부글해나면서 뒤틀린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철 모르는 녀석이 좋다고 부르는데다 랭수바가지를 퍼부을수는 없었다. 자기의 이미지를 자키기 위해서라도.
    한창 지부장에게 술을 부어올리던 종덕이는 종수네가 들어서는걸 보고 입이 헤벌쭉해졌다. 오늘은 녀석이 제세상이나 된듯 벌거이드르르해서 흐물넙적거린다.
    “아하, 삼촌, 삼촌이 어쩌다가 우리 집에 발을 들여놓았소? 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만. 반갑소, 어서!”
    에미 아들이 맞장구를 치며 지부장앞에서 자기의 이미지를 납작하게 만든다고 속이 꼬부장해났지만 어쩌는 수가 없었다. 괘씸한 종덕이 녀석이 손을 잡아끌 때에는 귀쌈이라도 한매 후려붙이고싶었지만 꾹 참았다.
억한 심정으로 끌리워 겨우 서먹서먹하게 술자리에 끼여앉았는데 현에서 내려온 간부들은 알은체도 안하고 완전히 그를 무시한채 지부장을 위시해서 자기네끼리만 자기네 말만 주고받았다.
    “이 집에 토장이 구수하면서도 시원해서 국물을 마시면 가슴이 활― 열리는것만 같습니다 그려. 허허!”
    퍼그나 격동되였는지 지부장이 술잔을 들고 일어서더니 민옥이 앞으로 나가섰다.
    “어마이, 오늘 우연하게 댁에 들어와 페를 끼치며 토장국맛을 보았습니다. 정말 구수합니다. 저의 이 술잔을 들어주십시오.”
    민옥이는 진작 얼굴이 시루떡이 되였다.
    “난 술이라고…”
    민옥이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으로는 술잔을 받는것이였다.
    “고맙소이. 시골노댁이 담군 장이 맛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소만 정 맛이 있다면 갈 때 가지고 가소. 많이 담궜으니 가져갈바엔 푹푹 떠갑소.”
지부장이 엄지손가락을 내든 오른팔을 힘있게 내저었다.
    “동무들, 들었습니까? 이것이 곧바로 우리 어머님들의 인품입니다.”
    또 박수갈채가 터졌다. 술상 분위기가 바야흐로 무르익어가고있었다. 민옥이가 겨우 술 한잔을 두번 꺾어 마시고는 둬어번 캑캑거렸다.
    “고맙습니다. 어마이, 전 오늘 이 집에 들어서면서 고향집에 들어선 감을 느꼈습니다. 저도 이런 루추한 초가집에서 자란 촌놈이였습니다. 특히 어마이를 보는 순간에 저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우리 어머님을 다시 뵙는것 같았습니다. 어머님은요 우리 칠남매를 키우시느라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자식들에게 효도할 기회조차 주시지 않고 말입니다. 지금 생전이시라면 정말 얼마나…”
    지부장의 목소리가 점차 떨렸고 눈에는 이슬이 반짝이였다.
    “어마이, 저는 경박한 사람이 아닙니다. 기관에서 어떤 사람들이 양딸을 삼는다, 양아버지를 모신다고 서로 치근덕거리는걸 보고는 싱거운 녀석들의 단정치 못한 작풍이라고 여겨왔댔습니다. 허지만 오늘 그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어마이는 겉으로 보는 외모도 우리 어머니와 같고 인품도 우리 어머니처럼 후하신것 같습니다. 어마이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시겠지만 저는 어마이를 어머니로 모시며 효도하고싶습니다.”
    술을 좀 마셔 얼굴이 불깃했지만 지부장의 태도는 아주 진지했다. 민옥이는 당황해났고 술상에 앉은 사람들도 저으기 놀라는 눈치였다.
    “아니꼬마. 촌구석에 일개 허줄한 노댁이 어찌 높이 계시는 량반의… 아슴채이소만 너무나도 황감해서…”
    민옥이가 입을 싸쥐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생각밖으로 지부장이 무릎을 꿇어앉더니만 그 육중한 몸을 꾸부리며 넙죽 절을 하는것이였다.
    “이 아들의 절을 받으십시오.”
    민옥이뿐만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아연해졌다.…
    그 이튿날부터 그 소문이 마을내에는 물론 린근 동네에까지 파다히 퍼져나갔다. 종덕이를 바보 취급해왔던 마을내 촌민들의 태도가 하루아침새에 급변했다. 골안바람이 아무리 회오리친다고 이처럼 돌개바람처럼 치지는 않았건만! 이 골안에서 제밖에 없노라고 턱을 잔뜩 쳐들고 다니던 촌간부들도 찌그러질듯한 종덕이네 집으로 발길이 잦아졌다.
    얼마후에는 종덕이의 어머니 민옥이의 이마에 난 기미에는 재앙을 부르는 귀신만 앉아있는것이 아니라 복덩이를 굴리는 신선도 앉아있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원래 귀신과 신선은 쌍둥이였다고 하며 재앙이 없으면 복이 없고 복이 없으면 재앙이 없다는 설이였다. 과연 그 설법에 일리가 있다고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 이듬해 이른봄 현 인민대표대회에서는 원 현위조직부 부장 지동구를 현장으로 임명할 결의안을 한결같이 채택하였다.
    양아들로서의 지현장은 양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다고는 할수 없겠지만 그래도 명절때면 잊지 않고 사람을 시켜서 먹을것이며 입을것이며 한구럭씩 보내오군 했다. 거기에 공무때문에 몸 뺄수가 없어 가뵙지 못해 죄송스럽다는 전갈까지 붙여보내 민옥이를 울리군 했다. 어마어마한 현장으로서 그쯤 해도 조련찮은 일이라고 이웃들에서 더 감동을 받았고 부러워도 했다.


2

    그해 촌장 기바꿈을 앞두고 금불촌아래우 몇개 동네에서는 몇개 파가 은근히 각축전을 벌리고있었다. 금불촌에는 종친적으로 세개 파가 세력이 컸는데 이 근년에 와서는 리종수가 촌장이 되면서 리씨네들이 우세를 차지했고 그다음 김씨였는데 대표인물로는 촌지서인 김봉철이였다. 옛날 김대장의 맏아들이다. 인구비례를 따지면 박씨네가 제일 많았지만 어쩐지 대중을 휘동할만한 인물이 못 나오고있었다. 리종수와 김봉철이는 나이도 비슷했고 경력도 비슷했다. 둘 다 군대에 가서 입당까지 하고 돌아온 제대군인이였다. 고향에 돌아와 고향건설에 공헌이 큰 사람들이였고 그만큼 조직능력이나 사회능력이 뛰여났었다. 그래서 봉철이가 촌장질 할 때에는 종수가 지부서기사업을 맡았었고 후에 종수가 촌장으로 되니 봉철이가 지부서기로 된것이였다. 촌급 간부보조로임때문에 대개 다른 촌에서는 한사람이 서기와 촌장을 겸임했지만 금불촌에서만은 이 두 사람때문에 좀 특수하게 되였다. 둘사이에는 늘 분쟁이 생겨 네탈내탈 했지만 일단 의견이 소통되면 손발이 잘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재작년부터 둘사이는 완전히 버성기여 고양이와 쥐가 되여버렸다. 이 호박골에서 네가 있으면 내가 꺼져버리고 내가 있으면 네가 굴러가야 한다고 촌민들앞에서 여러번 다투기도 했었다. 한 골짜기에 범이 둘이 있을수 없고 한 나라에 임금이 둘이 있을수 없다는것이다. 탈은 종수네 딸과 봉철네 아들 지간에서 생겨났던것이다. 마을에서 현소재지 고중에 붙어 공부하는 고중생은 대여섯명밖에 안되는데 그중 종수네 딸과 봉철네 아들이 눈이 맞아 좋아했었다. 방학이면 둘이 함께 돌아와서 같이 붙어다녀서 그또래 친구들의 질투를 자아내기도 했었다. 헌데 봉철네 아들이 대학에 붙은 다음 종수네 딸을 차버리고 같은 대학생처녀와 좋아했었다. 그 일로 종수네 안해와 봉철네 안해가 우사마당에서 서로 머리채를 끄잡아당기며 물고뜯고 허비면서 동네를 웃겼던것이다. 그것이 도화선이 되여 종수와 봉철이 사이도 마침내 크게 폭발되였던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바꿈에 어디 좀 보자고 서로들 벼르고있었던차 서로 내가 되지 못할지언정 너만은 되지 못하게 하겠다는 앙심을 품고있었다. 헌데 민심의 동향은 분명 종수쪽으로 더 기울고있었다. 우선 래일에 가서는 어떻게 되든지간에 현임 촌장의 덕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았다. 크나 작으나 시골사람들은 덕을 보면 배은망덕하지 않는다. 그다음 농촌사람들의 애정관은 시종일관할것을 주장한다. 좋아했던 녀자를 차버리고 대학생처녀의 치마꼬리를 잡았다는 봉철의 아들은 도덕상에서 벌써 모든 촌민들의 비난을 받게 되였다. 엎친데덮친다고 거기에 몇년전 봉철이가 촌장질 할 때 과수원을 한족집 왕가네한테 눅게 준것이 뒤로 돈을 챙겨받고 한 짓거리였던것이라는 뒤공론이 요즘 일고있다.
    앞뒤를 재여볼줄 아는 봉철이는 요즘 집에다 술상을 자주 차려놓고 이 구실 저 구실 대며 마을사람들을 청해들였고 또한 마을에 누구네 집에 일이 생기면 부조돈도 푹푹 쥐여주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오고가는 말끈을 뜯어다가 저울질해봤다. 확실히 균형을 잡기 곤난하게 저쪽으로 기울고있었다. 희망이 없게 되였음을 통감한 그는 자기가 되지 못할바에는 종수도  못하게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는 한편으로 종수의 이미지를 깨버릴수 있는 “죄장”을 수집해서 여론조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촌장이 될수 있는 인물을 골라잡아야 했다. 좋기는 자기 말을 잘 듣고 뒤에서 자기가 조종할수 있는 인물이였으면…
    요즘 종수는 자신심에 배포유해졌다.(봉철이 네깐 놈이 그따위 덕성으로 나와 겨뤄보라구. 어림도 없지.) 종수도 똑똑한 축이였다. 사람을 부려먹을줄도 알고 선심 쓸줄도 알았다. 그래서 그의 뒤꽁무니에 늘 졸졸 따라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그의 심중에 벌써 수자가 있었다. 누구 누구는 문제 없을거고 누구누구는 동요하겠지만 어찌어찌 해놓으면 저절로 벌벌 기여들것이고 누구누구는 얼리고 닥쳐도 왜지밭으로 달아날것이다. 그런 완고한 반대파들에 대해서는 헛돈을 팔 필요도 없고 풋정을 베풀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드세게 드잡아 깔아뭉개야 한다. 종수도 요즘 인심을 후하게 썼다. 하지만 봉철이처럼 모든 사람을 다 좋게 대하는척 한것이 아니라 자기의 안목에 따라 부동하게 대했다. 특히 자기의 반대편에 설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어 찾아오면 추호의 양보도 주지 않았다. 동네집 개도 궁둥이를 치면 돌아서 무는 법이다. 어느때부터인지는 몰라도 마을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수군덕거리더니 종수에 대한 험담이 새벽안개처럼 솔솔 퍼져나왔다. 무슨 수로 대학에 붙지 못한 딸을 미국에 보냈는가? 대서양 저쪽 부귀의 천당 아메리카 합중국으로 가자면 적어도 인민페 20만원 이상은 메쳐야 한다는데? 그 돈이 어디서 왔는가? 일년에 한번씩이나 가실가말가 하는 렬군속, 오보호 모임도 촌장부가 거꾸로 섰다고 이집 저집 잔돈을 끌어모아 하는판에? 외국으로 품팔이 나간 집들에서 내놓은 경작지를 왜서 무턱대고 한족집 왕가네 집에다만 주는가? 종수가 촌장질해서부터 지금까지 왕가네 줄을 놓아 이주해온 한족집이 벌써 열대여섯호가 늘어나고있다. 그래 그 사람들이 일전 한푼 팔지 않고 호박골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터전을 닦고 벽돌기와집을 짓고 산단 말인가? 호박골의 황금은 그들이 다 파간다. 왕가네가 지금 재산이 얼마나 되고 돈을 얼마나 저축했는지 그 누구도 짐작할수 없다. 촌에서 돈이 딸릴 때면 그 집 돈을 먼저 선대해서 쓴 일도 여러번 된다. 한번은 빚대신에 촌민들이 그 집 콩가을까지 해준 일이 있었다. 그때 성질이 괴벽한 사내 몇이 종수의 멱살을 거머쥐고 우리가 도대체 머슴이냐 소작농이냐며 조겨대기까지 했었다.
    지금 선거를 앞두고 이런 말들이 오고가니 자연 옛일들이 떠오르게 된다. 그것이 고요해졌던 사람들의 심중에 던져진 돌이 되여 파문을 일렁이게 했다. 그런 회상에 빠지니 자연 종수에 대한 믿음이 한쪽으로 무너져내리기도 했다.
    촌장질 하면서 조금씩 얻어먹는 일이 누구에겐들 없겠느냐!
    강가에 나서 누군들 바지가랭이를 젖히고싶어 젖히겠냐! 마을사람들을 잘 이끌수만 있다면 그런 일은 별문제라고 시시하게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런 의문이 자그만하게 파문을 일렁이더니 이번에는 큰 파도를 출렁이게 하는 험담이 나돌았다. 종수가 최학빈이네 셋째딸을 깔아뭉갠적이 있었다는 소문이다. 호박골에서는 금시초문이였다. 말도 안되는 헛소리! 종수는 오십을 바라보는 나그네고 최학빈이네 셋째딸 미려는 스무살 금방 벗어난 꽃송이다. 말하자면 애비와 딸 같은 년령차이다. 미려는 호박골에서 제일 곱게 생긴 처녀애다. 개천에서 룡이 난다더니만 시골에도 드문드문 간혹 봉이 깃드는 모양이다. 초롱초롱한 눈이라든가 앵두 같은 입이라든가 오뚝한 코날이라든가 조물주가 그걸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게 애호박 같은 얼굴에다 맞춤하게 그림 같이 붙여놓은것 같았다. 입을 벌리고 웃으면 요란한 목단이요, 입을 다물고 있으면 조용한 수련이였다. 미려는 학교시절부터 가수가 되겠다, 영화배우로 되고싶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떨었다. 헌데 옥에 티라고 할가. 보기에는 그 어느 녀자애보다 령리하고 총명해보이는 미려가 천성적으로 어딘가 아둔한데가 있었다. 녀자야 뭐 인물이 환하게 생기면 그만이지 머리가 좀 둔한게 무슨 탈이 되겠소만 예술학교에 해마다 시험친것이 해마다 떨어지는것이 문제로 되였다. 그래서 한때는 강물에 빠져 물귀신이 되겠다, 농약을 먹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하며 온 동네가 소란스러울 지경으로 야단법석을 피우기도 했었다. 죽어날게 부모들이였다. 그래서 종수가 나서 문예계통에서 한자리 하고있는 부대전우를 찾았고 최학빈이가 소를 판 돈을 밀어넣어서야 겨우 예술학교 예습반의 자비생으로 들어가게 되였던것이다. 그때 도와준 일이 고맙다고 미려의 어머니가 종수에게 고급양복 아래웃벌을 사주기도 했었다. 동네에서도 종수가 “뒤문”관계가 세다고 인정해주었을뿐 다른 뜬소문은 없었다. 헌데 지금 선거를 앞두고 말도 안되는 뜬소문이 돌고있다. 큰 시내 한복판에서 종수가 미려를 끼고 식당놀이를 하는걸 보았다느니 여름방학 기간에 중둥바위아래 옥수수밭으로 미려가 종수의 옷자락을 쥐고 기여들어가는걸 보았다느니 모기가 앵앵거리는 저녁무렵에 둘이 홀딱 벗고 내봉하에 뛰여들어 노는걸 보았다니 뭐니 하면 별소리가 다 떠돌았다. 지금 뭐 도시에서는 한자리 한다는 녀석들이 자기의 비서나 문서아가씨들을 놀이감처럼 데리고 놀아도 그저 덜된 인간이라고 손가락질 할뿐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는것 같다. 허지만 농촌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남녀작풍문제에서 잘못 걸리면 그의 정치생명은 칼도마우에 오르게 되는것이다. 종수는 아직 칼도마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그 소문이 준 타격은 엄청나게 컸다. 그도 벌써 동네사람들이 자기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졌음을 감촉했었다. 가슴 한쪽이 서늘해옴을 느꼈다. 헌데 더 큰 타격은 뒤에 있었다. 어느 녀석이 이 모든것을 서류로 작성해서 현위에다 익명신으로 보냈던것이다. 하여 현위에서 파견한 조사조가 마을로 내려와 그의 뒤조사를 하게 되였던것이다. 당금 무슨 일이 벌어질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3

    요즘 촌지서 김봉철에게는 새 습관이 하나 더 붙었다. 동네사람들이 나들이가 잦아질 쯤인 점심무렵이면 옷맵시 깨끗하게 차리고나서 어슬렁어슬렁 점잖게 지부서기답게 뒤짐을 지고 마을길을 한바퀴 빙 돈다. 젊은이건 낡은이건 아낙네건 나그네건 사람을 만나면 길쭉한 얼굴에 아래입이 쫙 째지게 환한 웃음을 짓고 허리를 살짝 굽혀보인다. 그러다가도 어떤 사람을 만나면 “별일이 없으면 한잔 좀 할가?” 하고 자기네 집으로 꼬신다. 김서기로서의 “인심끌기공정”이다.
    오늘은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내봉하기슭으로 통하는 달구지길에 들어섰다. 벌써 사흘째 다니지 않던 이 길에 들어서는 셈이다. 호젓한 이 길로는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다. 길 아래쪽 오얏나무밑에는 종석이네 집이 게딱지처럼 들어앉아있다. 봉철이는 좀 묘한 사람이다. 사람을 청해다 술을 먹여도 “자식, 곱다고 먹이겠나, 촌장선거가 있으니 먹이는거겠지.” 하는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 될수록이면 자연스럽게 장면을 만들기에 애를 쓴다. 분위기와 효과를 따진다.
    내봉하기슭에 거의 가닿는데 버들숲속으로부터 초모자를 쓴 녀석이 고기다래끼를 흔들며 올라오고있었다.
    “야, 이게 호박새끼 종덕이 아니냐? 호박골에서는 네가 제일 운이 트는구나. 쟈, 어디 보자구나. 고기를 얼마나 잡았냐?”
    봉철이는 두팔을 벌리고 너스레를 떨며 당금 끌어안기라도 할듯 반기였다.
    “허허, 김서김둥! 요즘 물이 쫄아 얼마 잡지 못했습꾸마.”
    종덕이는 어줍게 고기다래끼를 봉철이 앞으로 내밀었다. 그걸 봉철이가 헤쳐보며 다시 부산을 떨었다. “와야! 생칠하구나. 이 먹음직한것을 그저 둘수야 없지. 자자, 이걸 가지구 우리 집으로 가자. 우리 집에 좋은 술도 있거든.”
    봉철이는 종덕의 손에서 고기다래끼를 슬쩍 나꿔챘다.
    “아니 김서기네 집까지 가서 아주머니께 끼칠거야… 아예 우리 집에서 그저…”
    여직껏 마을사람들의 따돌림을 당해왔던 종덕이로서는 마을의 모모한 김서기가 집으로 청하니 좀 황송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다.
    “어허, 이놈이 셈이 드는가부다. 한동네끼리 페는 무슨 페야!”
    종덕이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며 어줍게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럼… 헌데 요까짓걸 가지구 어떻게… 내 집에 들어가 마른걸 더 거둬가지구…”
    “그래? 그럼 그래! 그럼 네 아주머니가 오죽 반기겠냐!”
    종덕이는 집쪽으로 털썩털썩 달아갔다. 타원형 호박이 삐그덕삐그덕 굴러가는것만 같았다.
    그 뒤모습을 바라보며 봉철이는 시무룩 혼자 웃었다. (그래, 내 생각이 맞아. 저런 놈을 앞세우는것이 옳아. 진심이구 고분고분하거든.) 기실 봉철이는 엉뚱한 궁리를 하며 종덕이를 찾아온것이다. 이번 선거에 박종덕이를 내세워보겠다는 기발한 착상이였다. 제딴에는 무슨 평형관전투작전이나 찜놓은듯해서 흥분했는데 녀편네는 너무나도 어이없다고 봉철의 이마전을 짚어보기까지 했다.
    “동무, 온기나 있는 소릴 합까? 어디 고장나도 든든히 고장났구만요. 숨구멍이나 좀 짚어보쇼. 제정신이 아닌것 같습다. 동네를 한번 웃겨보자고 그럼까?”
    봉철이는 자기 녀편네 하나도 설복시키지 못하면 다른 사람은 더구나 설득시킬수 없다는 도리쯤은 알고있었다. 그는 이틀저녁이나 이불밑에서 녀편네를 끌어안고 슬슬 녹여냈다. 녀자란 원래 열을 가하면 질질 녹아나는 법이거늘! 그가 박종덕이를 내세우자는 건덕지는 대개 이러했다.
종덕이가 마을사람들의 따돌림을 당하며 자라왔지만 마을사람들과 척을 진적이 없는지라 속으로 그를 미워하는 사람이 없다는것, 특히 박가네들이 다 밀어줄것이라는것, 군중기초는 없지만 동네에서 사회적위치가 완전히 달라졌다는것, 능력은 없지만 마음이 후해서 덕으로 민심을 끌수 있다는것 등등이고 자기의 타산으로서는 라이벌인 리종수를 재껴버릴수 있다는것, 그리고 중요한것은 종덕이를 내세우면 자기가 뒤에서 얼마든지 조종할수 있다는것, 즉 다시말해서 력사드라마에서 나오는 황태후처럼 “수렴청정(垂帘听政)”할수 있다는것이다. 그래서 녀편네도 해시시 해졌었다…
    봉철이가 종덕이를 꽁무늬에 달고 들어서니 해반주그레하게 생긴 봉철의 녀편네는 본가집 동생이나 맞아들이듯 아양을 떨며 부산을 피웠다. 여지껏 녀자들의 애교스러운 대접을 받아보지 못했던 종덕이는 송구스러우면서도 마음은 즐거워났다. 농촌집 같지 않게 모든게 다 알른거려 종덕이는 발을 어떻게 옮겨디딜줄 몰라 선자리에서 디디장 디디장거리며 헤벌쭉 헤벌쭉 웃기만 했다. 봉철의 녀편네가 끌어안다싶이 끌어다가 밥상곁에 앉혔다.
    술이 서너잔 들어가자 종덕의 얼굴이 불깃불깃해졌고 봉철이도 홍당무우가 되였다.
    “너 금년에 몇살이더라?”
    “서른셋이꾸마.”
    “벌써? 자, 그럼 장가부터 들어야겠구나. 그래 봐둔 색시라도 있냐? 자자, 이잔 들구.”
    “나 같은데로 누가 오겠습둥?”
    “아니아니, 너희 집엔 좋은 색시 들어와야 한다. 너네 어마이두 한뉘 고생했재. 자, 여보, 여보!”
    찰랑거리는 반잔 술을 찰랑! 상우에 놓고 봉철이는 부엌간으로 고개를 돌리며 안해를 불렀다.
    “예, 예, 올라감다. 자, 물고기튀김이예요!”
    봉철의 녀편네가 노랗게 튀긴 물고기를 알른거리는 유리접시에 담아들고 한들거리며 올라와서는 종덕의 곁에 납쭉 붙어앉는다. 싱긋한 녀자체취가 기분 좋게 종덕의 코를 간지럽힌다.
    “여보, 그 흥지촌에 일남이가 그렇게 좋은 색시를 얻었다메?”
    봉철이가 녀편네한테 한쪽 눈을 슬쩍 찔끔거려 보인다.
    “예. 동무 말두 맞습죠. 색시 영 좋슴다. 웬체 그 부엉이 같은 에미나와는 비기지도 못함다. 곱기루 어찌나 고운지 한입 꼭 물어주고싶습데다. 말두 잘하고 똑똑하구 맘씨두 곱구… 일남이두 흥지촌 촌장이 되면서 신세를 고치게 된게 아니구 뭡꺄! 전 현적으로 제일 젊은 총각 촌장이라구 소문이 나자 숱한 혼사말이 들어왔지 않구 뭡꺄! 촌장이 되더니만 일등 미인을 골라끼구 고래등 같은 기와집두 지어놓구. 우리 그 마다매가 입이 함박만해졌지 않구 뭡꺄!”
    봉철이는 연신 “그래, 그래.” 하고 맞장구를 쳐주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래 그렇지. 옛날 똥별을 달구 전방으로 나갈 때에는 늙은 엄마밖에 바래주는 사람이 없었다지만 장군이 되여 개선하자 숱한 서울 미녀들이 성밖에 나가 줄을 치며 영접했다 하지 않나. 사람이란 크나작으나 ‘자’자를 달아야 빛갈이 나는거지. 자, 우리 종덕이 한번 좀 촌장질 안해볼래? 그럼 색시두 생길거구. 그럼 때벗이를 쫠 할게구. 어때?”
    종덕이는 수집어서 몸을 비틀며 머리를 사타구니에 틀어박는다.
    “내 같은게 언제…”
    “야, 이놈아, 한뉘 호박새끼처럼 딩실 구을기만 하면 다겠냐! 정신 좀 차려. 이 못난 녀석아!”
    봉철이가 그의 뒤통수를 건너받아 툭 쳤다. 그제야 종덕이는 고개를 쳐들고 민망스레 헤벌쭉거렸다.
    “종덕아, 나는 너를 진심으로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누가 너를 관심해주겠냐! 아직 나이가 어리니 앞날을 생각해야지. 전도 말이다. 밤낮 령감두상들처럼 고기잡이나 하고 세월을 보내겠냐! 내 말을 듣거라. 내가 그래도 너 보다 소금알을 더 녹였고 건너온 다리가 네가 걸은 길보다 더 길면 길었지 짧지는 않았을거다. 무슨 일이나 내가 다 배치해놓고 밀어줄테니 너는 그저 자보만 하고 명확하게 하면 되는거다. 이 자식아!”
    그 말을 듣고나서야 종덕이는 그저 일이 아님을 감촉하고 저으기 긴장해났다.
    “그… 그런데 김서기, 저 같은 놈이…”
    “야, 근심 말어! 너 같은 놈이 어째? 너도 당당한 이 나라의 공민이구 금불촌 촌민이다. 안될게 뭐야? 더구나 이 당당한 공산당 김봉철서기가 밀어주는데야! 자신감을 가져! 사내놈이 그런 똥담도 없이 그걸 무겁게 달고 다닐게 있냐? 활 떼버리고말지.”
    “호호, 그래요. 종덕이가 될수 있구말구요. 지현장 같은 든든한 뒤심이 있겠다 박씨네 종친들이 많겠다 왜 안되겠어요? 기운 내요. 우리 김서기는 종덕이 같은 진투를 좋아하거든요.”
    봉철의 녀편네도 곁에서 돼지오줌깨 뿔구듯 입김을 불어넣는다.
    잔뜩 긴장해서 앉아듣던 종덕이가 점차 탕개를 느슨히 풀며 눈을 띠룩거렸다.
    “그럼… 야, 이거 정말… 그럼 밑져 본전이라구 한번…”
    “그래, 그래야지. 인제야 사내답구나. 너의 아버지 송식이 형님도 술좌석에서는 장군이였네라. 쟈, 우리 래일의 금불촌 촌장 박종덕의 휘황한 앞날을 위해서 한잔!”
    그 시각 금불촌 현임 촌장 리종수도 사처에 사람을 띄워 종덕이를 찾고있었다. 종수는 지금 단가마우에 오른 개미신세가 되여 안절부절이다. 현에서 내려온 조사조가 한단락의 뒤조사를 끝마치고 이제 돌아갔다. 그동안 생활하기 불편한 마을에 내려와서 고생이 많았다고 개를 한마리 잡아 부녀주임에 집에 삶아놓고 청했는데 한사람도 오지 않았을뿐만아니라 그동안 주숙비를 규정대로 일전 한푼 곯지 않게 물고 갔다. 그것이 더구나 속에 퀭기였다.
    무슨 단서를 쥐고 간것만 같았다. 그러찮으면 왜 개고기 한끼니도 먹지 않고 가겠는가? 도대체 어디까지 파고들었을가? 그것이 가슴에 찔렸다. 어제밤 느즈막이 그는 누구도 모르게 왕가네 둘째를 찾아갔다. 무명농장이나 다름없는 왕가네 가정군체에서 둘째가 모든것을 쥐고 흔들어대고있었다.     둘째가 가슴을 치며 담보했다. 자기의 입으로는 털끝만치도 토하지 않았다는것이다. 다만 자기의 소개로 이주해온 친척이 십여호에 수십명 되는데 그가운데는 입이 빠른 녀석도 있고 거짓말 못하는 고지식한 사람도 있고 앞뒤를 재일줄 모르고 나발불기를 좋아하는 인간도 있는데 조사조가 그들을 일일이 찾아본것이 속에 걸린다며 그들의 입에서 뱀이 나갔는지 구렝이 나갔는지는 아직 자기도 모른다는것이였다.
    집에 돌아와서도 종수는 새벽잠을 이루지 못했다. 접대용 “중화표”고급담배를 두갑이나 꺼내 다 피워버렸다. 량심적으로 일을 처사해왔고 밑구멍이 깨끗하다면야 현이 아니라 중앙에서 내려와도 발편잠을 얼마든지 잘수 있었을텐데… 종수는 지금 자기가 재수없게 마을안의 미친개한테 물렸다고 한탄했다. 촌장질을 해먹은 녀석치고 밑구멍이 깨끗한 녀석이 도대체 몇이나 되느냐고 그는 자기나름대로 이를 몰라주는 하늘을 저주하고있었다. 그는 자기를 문 미친개가 다름 아닌 촌지서 김봉철이라고 넘겨짚었다. 그를 내놓고는 그런 서류를 작성할만한 인간이 마을안에는 없다는것이다. 이가 갈리고 치가 떨렸다. 부엌간의 나무패는 도끼를 집어들고 한달음에 달려가 그 여우같은 놈의 뒤통수를 단박에 까부시고싶은 생각도 불쑥 들군 했다. 담배가 꿈틀거리면 솟구치는 그 흉념을 억제해주었다. 아직 똑똑한 근거를 쥐기전에는 절대 경거망동해서는 안된다고 수없이 자기를 채찍질했다.
    지금 종수를 놓고볼 때 촌장선거가 급선무인것이 자기의 운명이였다. 물에 빠진 이상 지푸라기라도 붙잡아야 했다. 평상시 내봉하에 가보면 지푸라기 아니라 별것이 다 뜬다. 나무토막, 널판자, 풀잎 지어는 구불거리는 뱀도 떠내려간다. 헌데 지금 자기가 물에 빠지고보니 나무토막은커녕 지푸라기도 보이지 않는다. 돈이 날개라고 돈만 내밀면 뚫지 못할 벽이 없었는데 관건적인 시각엔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것을 그는 절감했다.  자기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쳐줄 사람이 없는게 한스러워났다. 그는 자기가 얻어먹을것을 저울질해보았다. 등곬에 식은땀이 쭉 흐르는듯 섬찍해났다. 그까짓 촌장이야 누가 되든말든… 아니, 아니지. 그 여우 같은 봉철이가 되면 안된는거야. 호박골에서 제일 막된놈이 되더라도 그 여우 같은 녀석이 되면 안돼. 어떻게 한다? 그는 또 담배를 피워물었다. 파르스름한 연기속에서 벼라별 인간이 다 떠오른다. 웃는 얼굴, 찡그린 상판대기, 찔 갈기는 눈길, 고통에 빠진 몰골… 담배불에 두 손가락 사이로 뿌지직 타들어가는 순간에 그는 옳지! 하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담배꽁초를 거실바닥에 대고 힘껏 부벼댔다. 번개불 같이 번쩍 스치는 순간을 빌어 그는 여우같은 그녀석을 밀어벌수도 있고 또 구명은인도 찾을수 있을것만 같은 칠색무지개다리를 얼핏 보아냈다. 그는 두팔을 쫙 펴고 기지개를 켰다. 뼈마디 관골마다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창문카텐을 활 열어젖혔다. 강렬한 해빛에 눈이 부시여났다. 아니 벌써? 벽시계를 올려다보니 시침이 열한시를 가리키고있었다. 그는 부랴부랴 옷을 주어입고 문밖에 나섰다. 그리고는 내봉하쪽으로 종종걸음을 놓았다.
    게딱지만한 초가집문을 삐꺽 열고 들어서니 시크무레한 냄새가 기분 나쁘게 코를 찔렀다. 부엌간에서 민옥이가 돼지죽을 끓이고있었다.
    “아주머니, 무고하셨수? 그간 자꾸만 와본다 하면서두 일이 어찌 밀리는지…”
    “아니 이거 누구여? 생원이, 오랜만이우. 어서 날래!”
    종수가 구들 복판에 올라가 올방자를 틀고앉아 담배를 꺼내 피워물고있다.
    “종덕이는?”
    민옥이가 거무스레한 행주에 손을 닦으며 일어섰다.
    “몰라. 아까 마른고기 한꾸레미 찾아들고 허둥대며 나가더니…”
    “아주머니, 미안하오. 평소 관심이 부족해서. 마음속엔 그래두 늘 생각이 있었는데 어째 생각대로 안되오. 생전 송식이형님과의 정분을 봐서두 이 집에 등한해서는 안되는건데…”
    종수가 자책에 빠진듯 미간을 찌푸리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어이구, 무슨 그런 말씀을. 아슴채이케. 생원의 은혜야 내가 눈에 흙이 들어가두 잊지 못할건데.”
    민옥이는 문득 찾아든 종수가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그 옛날 민옥이가 종덕이를 키우며서 절반 배를 곯으며 정말 죽지 못해 살 때에도 종수는 이 집에 얼굴 한쪽 내밀지 않았다. 그래도 민옥이는 종수에 대한 고마움을 고이고이 품고있었다. 지금 이렇게 문득 찾아들어와도 더 고맙고 더 반가울수 밖에 없었다.
    “아주머니, 지현장 그 량반께서는 기별이라도 있소?”
    “어이구, 생원이, 말도 마오. 난 송구스러워 못 살겠소. 명절마다 빼놓지 않구 한꾸레미씩 보낸다오. 맨 얼럭덜럭한 고급으루. 사램이 어쩌면 그렇게두 지극한지. 그걸 어떻게 갚자고 내가 주면 주는대로 다 받는지. 우리야 뭐 보낼게 있어야지. 그저 장떼나 떼서 보내구 종덕이 그녀석이 말린 물고기나 보낼뿐이요…”
    “그러면 되는거지요. 아주머니, 그게 그 사람들에게는 제일 좋은거라오. 아주머닌 정말 양아들을 잘 뒀소.”
    “글쎄 말이우. 생원이, 난 이게 꿈인지 생신지 통 분간 못하겠소. 늘그막에 어쩌다가…”
    “자, 가만 있자. 아주머니, 그 이마의 기미가 보통 기미 아니오. 그 기미가 아주머니의 전반생에 숱한 화근을 빚어내더니만 인젠 그 화가 다 보내고 복만 남아있는게요. 아니요. 보오, 그래서 세상에 둘도 없는 양아들이 저절로 생겨난게 아니겠소? 그리구 이제 종덕이한테도 대운이 터서 출세두 하고 색시를 얻을게구 그러면 손자두 생겨 안아볼게구…”
    “어이구, 생원이 이렇게 고마울 법이라구야. 정말 그렇게 될가?”
    민옥이는 구들우에 올라와 무릎걸음으로 벌벌 기여와 종수의 두손을 꼭 잡았다. 감격에 울먹거렸다.
    “어이구, 이렇게 고마울 법이라구야. 앗차, 내 이 정신 좀 보지. 생원이, 잠간만! 내 인차 차릴테니.”
    “아니아니, 시간이 없스꾸마. 다음에 종덕이를 찾아야 할텐데…” 일어나 인사를 남기고는 문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부녀주임과 치보주임을 시켜 당장 종덕이를 찾아오도록 했다. 그들이 반나절이나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누구도 그 시각 종덕이가 봉철이네 집에서 고급대우를 받아가며 고급술을 마시고있을줄을 몰랐다.
    어슬렁 황혼에 이르러서야 종덕이가 내봉하기슭에 나타났다. 강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시원히 흩날려준다. 종덕이는 지금 평생처음 인생이요 전도요 하는 문제를 가지고 숭엄한 기분에 잠겨본다. 아이들 듣기에 떡소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더니 봉철의 전도교육을 받고보니 종덕이에게도 새롭게 삶을 살아보고싶은 욕망이 꿈틀거려났다. 한번 해보기로 작심하니 가슴이 후두두 떨려왔다. 이렇게 가슴이 떨려보기는 그의 인생에서는 처음이다. 그는 강가에 내려가 두손으로 강물을 떠서 푸― 푸― 거리며 얼굴이고 머리고 마구 적셨다. 시원해났다. 그때 “종덕이! 종덕이!” 하고 부르는 녀자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부녀주임이였다. 종덕이는 부녀주임한테 끌려서 종수앞으로 오게 되였다. 종덕이를 대하는 종수의 태도는 이왕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말투부터 친삼촌 같이 부드러운 어조였다.
    “너 오늘 술 마셨구나. 술도 작작 마시고 몸도 가꿔와. 이게 무슨 주제냐! 옛다. 이걸 가지구 아래우 몇벌 갖춰라. 젊은 놈이 멋이 있어야 녀자애들두 따르지.”
    종수가 종덕이 손에 인민페 백원짜리를 여라문장 쥐여준다.
    “아니 삼촌, 이… 이것… 안되오.”
    엉겹결에 돈을 받아쥔 종덕이는 당황해서 그걸 다시 되돌려주려고 팔을 내민다.
    “임마, 잔소리 말고 집어넣어! 삼촌이란 허울을 썼으니 삼촌값을 해야지. 이제껏 삼촌노릇을 제대로 못했는데 량해해라. 앞으론 삼촌이 좀 너를 꼴기 있는 놈으로 키워야 하겠다. 그러니 내 말 잘 들어.”
    종덕이를 바라보는 종수의 눈길에는 일종 기대감이 차있었다. 이게 오늘 웬 일인가 하여 종덕이는 좀 어안이 벙벙해져 눈을 꺼부럭거렸다.
    “종덕아, 너 형님의 지일이 언제냐?”
    “형님이라니? 누굴 그리오?”
    “앗따 실루. 이놈이 철딱서니 없구나. 너네 엄마가 지현장을 양아들로 삼았으니 네게는 형님벌이 될게 아니겠냐?”
    “아, 지현장 말이요? 생진이 언제인지 잘 모르겠수.”
    종덕이는 재국를 친 아이처럼 뒤더수기를 긁적거렸다.
    “야, 이 답답한 놈아, 아직 셈이 못들었구나. 남은 그런 인맥을 만들자구 해두 차례가 없는데 입안에 들어온 떡도 못 먹어! 덕을 입었으면 갚을줄 알아야 사람이 되느니라. 지현장의 지일을 알아보고 좀 다녀라. 인간이란 서로 오고가고 주고받는데서 정이 생기는 법이다. 알겠냐?”
    “양! 꼭 그렇게 하겠수, 삼촌!”
    종수는 저으기 흡족해났다. 꽝꽝 얼어붙었던 가슴 한끝이 스르르 녹아내리는것만 같기도 했다. 엊저녁에 잠못 이루며 고민하던 끝에 고안해낸 첫 작전계획이 소기의 예측대로 돌아갈것 같았다. 종수는 지금 자기를 구해줄수 있는 “구명환”이 아니라 지푸라기마저도 없다. 시누런 흙탕물이 가슴팍을 칠뿐이다. 그래서 생각해낸것이 지현장이다. 지현장이라는 그 큼직한 “구명환”을 잡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구경 어떤 위인이라는것을 알아내야 했다. 지금까지 촌장질도 해보고 서기질도 해보면서 크고작은 지도일군들과 많이 접촉하였고 그 와중에 그로서의 그런 인물들의 부동한 속성을 장악해둔것이 있었다. 어떤 지도일군은 돈을 특별히 좋아한다. 돈만 들이밀면 푸른 등을 켜준다. 어떤 지도일군들은 색을 좋아한다. 인물도 인물이겠지만 성격, 애호, 품위 등 방법이 차원적으로 어금지금한 녀자를 어울려주면 일체는 오케이다. 또 어떤 지도일군은 돈도 아니요, 색도 아니요 의리를 중히 여긴다. 우환이 없도록 기반을 닦는거다. 그리고 어떤 지도일군은 사업상의 새로운 돌파를 아주 중시한다. 기층간부가 자기의 그 어떤 리념에 따라 새로운 경험을 모색해낸다면 그것을 그 무엇보다도 중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지현장은 어떤 속성을 가진 인간일가? 종수에게는 그것을 알아내는것이 급선무였다. 구멍을 봐가며 쐐기를 깎으라 하지 않았는가! 그걸 알아내자면 종덕이를 리용해야 했다. 그뿐만아니였다. 종덕이를 리용해서 여우 같은 봉철이를 밀어내야 했다. 세상에 별라게도 돌아간다. 종덕이가 이렇게 대단해질줄이야! 관건적인 시각에 자기의 운명과 관계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가 될줄이야. 종수는 입을 한쪽으로 실룩거리며 쓰겁게 픽 웃고는 종덕이를 자기앞으로 불러앉혔다.
“종덕아, 근간에 이 삼촌이 너무 다망했구나. 숨이 찬다. 그래서 쉬면서 좀 숨이나 돌려야겠다. 그저 쉬는게 아니라 내가 물러앉고 너한테 기회를 주마. 사람이란 기회를 잘 틀어쥐고 자기를 다듬을줄 알아야 하네라. 네가 지금껏 한절반 죽어있었는데 네가 어떤 눔이라는걸 내가 잘 알지. 말은 안했어두 인젠 잠에서 깰 때가 된것 같구나. 서른살이 됐지? 내 후임으로 촌장질이나 해봐!”
    종덕이는 생각밖이라는듯 눈을 슬쩍 치떴다. 점심에 봉철서기가 제기했던 문제가 아닌가! 다만 오늘 하루가 이상한 감이 들었다. 서기와 촌장이 하루도 아닌 반날사이에 동일한 문제를 제기한것이 별스럽게 생각될뿐이였다.
    “삼촌, 내 같은게 촌장질 하문 누가 내 말을 듣겠수?”
    “그건 문제없다. 아무렴 금불촌에서 너를 사람으로 보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느냐만 내가 뒤에 서있으면 누구도 찍소리 못할게다.”
    “그럼 삼촌부터 내 말을 듣겠수?”
    “그건 문제없다. 아무렴 금불촌에서 너를 사람으로 보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느냐만 내가 뒤에 서있으면 누구도 찍소리 못할게다.”
    “그럼 삼촌부터 내 말을 듣겠수?”
    멀쩡해보이는 종덕이지만 엉뚱한데가 있는 녀석이다.
    “어허, 이눔 봐라. 되겠어. 어벌때기 있는 눔이구나. 되겠다, 되겠어.
그래그래 내부터 말을 잘 듣지. 웃기는 녀석이다. 으하하하!”
    종수는 다가와서 종덕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애로가 많을거다. 촌민들이 아이들 장난이라구 가소롭게 여길거구 진당위에서도 동의하지 않을거다. 이건 내가 뒤에서 깨끗하게 밀어버릴테니까 근심말어. 자, 우리 집으로 가자. 오늘은 너의 찬란한 앞날을 위하여 우리 아재비 조카끼리 한번 통쾌하게 마셔보자!”

 

                              계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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