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에서 연구자와 연구대상과의 관계에 따라 두 가지 색다른 연구가 이루어지게 된다. 연구자가 연구대상으로 되는 그 사회의 구성원일 때 그의 연구는 그 사회를 《안에서부터 보여주는(emic approach)》 연구이고 연구자가 외부인일 때는 그 사회를 《밖으로부터 들여다보는(etic approach)》 연구로 된다.
최근에 문화인류학의 방법론을 도입한 수필이 발표되여 나의 시선을 이끌었다. 《밖에서 들여다본 ⟨중국식 1등주의⟩》(《연변문학》2004년 12월호)라는 글은 글쓴이가 40년간 중국에서 살다가 《최근 몇년간 중국밖에서 살》면서 《중국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서는 별로 이상하게 보이지 않던것들 중 새롭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라는 담론으로부터 시작된다.
국외에서 행해진 그의 중국들여다보기는 《중국》이라는 나라이름으로부터 시작된다. 《5천년문명사》에서 《중국이라는 나라이름이 공식적으로 쓰여 진》것은 1912년에 성립된 《중화민국》인데 《머리글자와 꼬리글자를 취한 약자가 중국이 되였다》했고 그러나 조선에서는 세종대왕이《훈민정음》을 만들 때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 》라고 한것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쓰여왔다》는것이다. 글쓴이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조선이나 한국의 법률전공자들에게 있어서 그의 관찰은 중국정부에 대한 《국명지적소유권》을 주장할만한 소재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다음 관찰은 고대 중국인들이 5방 개념에 따라 동, 남, 서, 북 4방의 중앙에 중국이 있다고 주장했고 중앙의 대표색은 노랑(黃)인데 그들 황제의 황(皇)자와 누를 황(黃)자가 발음이 같기때문에 《고전언어학에서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어휘는 같거나 비슷한 사물을 지칭한다⟩는 등식을 세울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주장을 보완하기 위하여 《임금은 누런 곤룡포를 입었다》는 보충설명도 잊지 않았다. 또한 그것은 《자기중심》주의적이고 《나르시시즘》적인 사고로 비판할수도 있지만 《자존자강》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했다.
이어서 글쓴이는 《요즘 중국의 대학가에 나타난 ⟨중국식 1등주의⟩ 역시 이런 자기중심주의의 현대판이라고 볼수 있다》라는 본론으로 들어간다. 글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중국안에서 관찰했으면 훨씬 더 편리하고 좋았을텐데 하필이면 외국에 나가 남들의 안경을 빌려 쓰고 《들여다보》면서 진실과는 거리가 너무나 먼 글을 썼는지하는 유감스러움을 금할수 없었다.
《중국》이라는 명칭이 나라이름으로 쓰여진 력사는 주(周)나라 때까지 소급된다. 유학(儒學)의 경전중의 하나인 《례, 중용(禮, 中庸)》에는 《(명성이) 중국에서 널리 떨치다(洋溢於中國)》는 구절이 있고 《한서(漢書)》43권에는 한고조 류방(劉邦)이 《천하를 통일하고 중국을 다스렸다(統天下, 理中國)》라는 말과 함께 《중국의 사람수는 억으로 계산되고 땅은 사방으로 만리나 된다(中國之人以亿計, 地方萬里)》라는 말이 있어 《중국》은 이미 나라를 지칭하는 말로 등장했음을 알수 있다. 사실 《중국》이라는 명칭은 주나라 때부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조대가 어떻게 바뀌는가와 무관하게 변함없이 사용해온 중국의 나라이름이였다.
나는 전공자가 아니여서 《고전언어학》의 정체는 파악할수 없다. 그러나 글쓴이가 인용한것처럼 《고전언어학》에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어휘는 같거나 비슷한 사물을 지칭한다》는 《원리》가 존재한다면 그 학문은 사이비학문일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원(辭源)》에 올라있는 황(黃huang)자와 같은 발음의 뜻글만해도 무려 58개나 있다. 그 많은 어휘가 《같은 사물을 지칭》한다면 한어는 수십배로 위축되여 의사소통의 기능을 담당할수조차 없을것이 분명하기때문이다. 거칠다(荒), 두려워하다(惶), 다급하다(慌), 노랗다 (黃), 임금(皇) 등등의 어휘들이 어떻게 《같은 사물》을 지칭할수 있단말인가?
기원전 221년 진왕(秦王) 정(政)이 전국시대후기의 제후국들을 통일하고 진제국을 건립하였으며 하, 상, 주 시대의 국왕과 달리 자기가 황제의 시원(始原)이라는 의미에서 시황제(始皇帝)라 자칭하였는데 그가 력사상의 진시황이다. 진시황으로부터 한(漢)나라 때까지 황제들의 면복(冕服)은 노랑이 아닌 검정이였다. 그리고 훗날《곤룡포》에 수놓은 룡도 한나라 때까지는 없었다. 때문에 글쓴이가 주장한 《황(皇 )=황(黃)》의 등식은 진실과는 거리가 먼 허상일뿐이다.
《얼마 전 어느 일간지를 보다가 중국의 대학들이 저마다 제각기 1등이란 표현을 쓴다는 기사를 읽》고 글쓴이는 《중국식 1등주의》가 《자기중심주의의 현대판》이라는 담론을 전개하였다. 글쓴이가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라면 중국의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전인수식으로 중국을 《들여다보았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중국에서 40년 이상 살아온 사람이라면 중국의 대학교육시스템은 어렴풋하게라도 알고 있어야 했다.
일본과 한국의 대학교육시스템은 종합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극소수의 특수대학을 제외한다면 모든 대학들이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문, 리, 공, 의, 예, 체능이 갖추어진 종합대학이다. 그러나 중국은 1949년 이후 특성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교육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때문에 최근에 《211프로젝트(211工程)》가 실시되면서 대학합병 붐이 일어나기전까지 중국에는 일본이나 한국에서 흔히 볼수 있는 종합대학이 한개도 없었다. 북경대학이라해도 공과, 의과, 예능, 체능 등 학과가 빠진 문리종합대학이였을뿐이다.
북경의 대학들만으로도 중국의 고등교육시스템을 충분히 설명할수 있다. 북경음악학원, 북경무도학원, 중앙미술학원 그리고 중앙공예미술학원은 북경에서 음악, 무용, 미술, 공예미술 분야의 유일한 예능특성대학이다. 그중 어느 하나도 중점대학은 아니지만 그들 분야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그러한 예능학과가 개설조차 되여 있지 않은 북경대나 기타 중점대학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것이 분명하고, 유일한 그 대학은 각자의 《제일》대학일수밖에 없다.
교육자들은 북경사범대학을, 법조계는 중국정법대학을, 외교관들은 북경외교학원을, 무역인들은 대외경제무역대학을 그리고 예비공무원들은 중국인민대학을 《제일》의 대학으로 대접하는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공업대학은 더더욱 세분화되여있다. 항공항천대학에서 식품공업학원에 이르기까지 특성공대는 수십개나 된다. 어떻게보면 북경대학을 제외한 70여개가 넘는 북경의 모든 공립대학들은 남들이 흉내낼수 없는 자신만의 특별한 전공분야를 갖고 있기때문에 그 분야의 세계에서 《제일》대학임은 너무나 당연한 리치이다. 가령 연경맥주공장의 총공정사가 되고 싶은 수재라면 시험점수가 아무리 높더라도 청화대학을 가지 않고 북경식품공업학원을 간다는것이다.
중국의 대학들이 《저마다 제각기 일등》이라한다면 그것은 중국의 고등교육시스템의 문제이지 《자기중심주의》의 문제가 아니다. 수필은 삶의 진실을 해명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이다. 때문에 수필작품은 허구를 배제한 진실한 자기 삶의 리얼한 이야기일수밖에 없다.
수필작품에서 《진실》이란 작가의 주관과 객관이란 두 개의 층면에서 해석될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생활, 체험, 행위, 생각, 느낌을 진솔하게 서술함으로써 당신의 인생관, 사상, 감정을 작품에 투영시켜 주관적 진실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수필을 《고백적인 글》 ,《개성의 문학》이라고 한다. 그러나 객관에 대한 진실은 작가의 투철한 통찰력과 달관에 따른 객관세계나 지식, 학문에 대한 올바른 해석에서 확보될수 있다.
가령 지식이나 학문을 론하는 한편의 수필작품에 진실과는 거리가 먼 사이비지식이나 학문으로 충만되였다면 그러한 작품이 독자들에게 끼치는 유해성영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이다. 하나의 가짜상품은 일차적으로 그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데 그치지만 틀린 관찰이나 지식으로 쓰여진 작품은《이와전와(以訛傳訛)》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루가 파급될지 모른다. 진실은 수필창작의 본질이자 작품의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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