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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 무슨 양념인가
2013년 03월 12일 14시 01분  조회:3176  추천:10  작성자: 회령
                         아리랑이 무슨 양념인가

                                                                                        회령


백성들의 애한을 담은 아리랑이란 가요는 우리 민족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로 1000여수가 넘는다고 한다. 지방마다 대표적인 아리랑이 있는데(가장 오랜것) 거기에 견주어서 또 제멋대로, 자유롭게 노래말을 붙이다보니 아리랑민요가 많게 된것이다. 백성이 많다보니 사연도 많고 그걸 노래로 부르고보니 노래가 많아질수밖에. 그렇다고 국제가나 군가, 애국가도 아닌것을 그러지 말라고, 안된다고 눈알을 부라릴수도 없는일이 아닌가. 하다보니 앵두나무가지에 앵두알이 다닥다닥 달리듯 아리랑이 많아지고 또 계속 많아지고있다. 일지다엽, 다다익선으로 나쁠것은 없다.

하지만, 여기서 좀 토론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노래말, 곡은 여하튼간에 “아리랑”을 전렴, 후렴에 달아놓아도 되는가 하는것이다. 우선 명확히 해야 할것은 “아리랑”이란 말이 도대체 무슨말이냐 하는것이다. “아리랑”이란 말은 수천년 내려오며 새끼를 쳐서 변종이 많은데 아리아리, 아라리, 아리동동, 스리스리, 스리동동, 스리랑, 쓰라리… 등 10여가지가 있다. 하지만 아라리든 스라리든 이 모든것들은 다 “아리랑”이란 뜻이다. “아리랑”은 노래에 명백히 찍혀있지만 그건 고개이름이다. 여기에는 몇가지 설이 있는데 주요하게는 세가지가 그중 믿음성이 있다. 하나는 산골도인 강원도에서도 일등 두메산골인 정선에 아우라지라는 고개가 있는데 그것인즉 아리랑고개라는것이다. 정선은 어떻게도 무서운 산골인지 한번 시집을 가면 애비가 죽었대도 나갈수 없는 고장이여서 “아리랑고개를 좀 넘겨주소!” 하고 한탄을 하였다고 한다. 정선에 가면 골지천과 송천이 어우러지는 곳에 “정선아리랑유적지 아우라지”라는 돌비석이 있다.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어느해, 강건너마을 사람들이 신부를 배에 태우고 강을 건너게 되였는데 배가 번져져 가마속의 신부는 주검이 되여 떠올랐다. 사람들은 그 처녀의 원혼을 달래기 위하여 아우라지고개에 처녀의 석상을 세웠다. 한을 노래로 바꾼 “정선아리랑”에는 처녀의 안타까운 원혼뿐만아니라 정배를 온 칠현들의 우국애민의 충정 그리고 외로움, 고달품과 민초들의 절절한 애원성까지 배여 참으로 그윽하고 그 사연의 폭이 넓고 깊다. 보다싶히 아리랑고개는 슬픈 고개고 노래 또한 슬픈 노래다. 또 일설은 신라 개국왕 혁거세와 왕비 알영으로 해서 생긴 일화다. 알영은 절색의 음전한 녀자인데 그가 죽어서 넘은 고개가 “알영고개” 즉 아리랑고개라는것이다. 이 고개는 알영천 부근의 토함산기슭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올라가는 고개다. 역시 슬픈고개가 아닌가. 다음 한가지는 우리 민족이 북에서 남으로 이동할때(쫓겨서) 넘은 고개가 바로 “악령” 즉 아리랑고개라는것이다.(지금의 자비령이다.)

그외에도 “아이롱”(나는 귀가 멀었다.) “아리랑”(나는 처자와 리별하여)… 등이 음전한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그건 주관적인 판단이고 근세의 시대적 배경을 전제하고 하는 말이여서 아리랑민요의 수천년력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상에서 알다싶히 명확한것은 아리랑민요가 삼국이전에 벌써 존재한 가장 오랜 백성들의 가요라는것이고 “아리랑”은 슬픈 사연을 담은 고개이름이라는것이다. 바꾸어 말한다면 “아리랑”은 “슬프다”는 뜻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넘겨주소. 주막짓고 기다려도…)하고 한구절 넘길때 우리의 정서는 스르르 비감해지는것을 어쩔수 없다. 그것은 “슬프다 슬프다 슬프구나 설음의 고개를 넘어간다.”는 마음속의 대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천년 내려오면서 아리랑가요에서 “아리랑”이라는 말은 사용상에서 착각과 혼란이 생겼다. 그것은 쓸쓸한 노래에서도 사용되고 흥겨운 노래에서도 허물없이 응용되여 가장 광범위하게 백성들의 애한을 노래했던것이다. 그러나 옛날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리랑”이라는 단어 한마디를 적절치 못하게 혹은 잘못 사용했다고 해서 나무릴 것은 없다. 그 많은 애한을 우리의 정감에 너무도 어울리게 구수하게 1000여수나 만들어 주지 않았는가! 귀중하고 보배로운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다. 세계에 견줄자가 없다. 마땅히 존중하고 애대하고 보호해야 할것이다.

그런데, 가장 론리적이고 계산적이고 수학적인 우리 현대인들이 “아리랑”을 함부로, 허타히 람용하는데는 어리둥절, 어정쩡하지 않을수 없다. “아리랑”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인가. 아니면 밤낮 기쁘기만하고 웃음집이 흔들거려서인가. 유산을 계승하며 민족성을 발휘하느라고? 흥겨운 군소리로 알아서?... 하여튼 “아리랑” 람용이 지금 가관이고 극치다. “아리랑술집”이 나오니 그 대결인양 바로 곁에다 “스리랑식관”을 열고 “아리랑개장집”, “아리랑소갈비탕”,(이건 좀 사개가 맞는 말인것 같다. 왜냐하면 개나 소의 립지에서 보면 슬픈일이니까.) “아리랑토닭곰”(토닭은 무슨 말라비틀어빠진 토닭)이 장마뒤 똥버섯 돋듯 솟아나고 “아리랑랭면옥”옆에 딱 붙혀서 한판 뜨자는건지 “스리랑매운탕”을 개장하고 “아리랑놀부집”곁에 “아리랑흥부집”이 있다. 또 “아리랑사우나”, “아리랑안마방”, “아리랑파마”, 발마싸지, 미용원, 치질치료에도 아리랑을 들먹이고… 유흥가 놀거리에는 또 “아리랑과부춤집”, “아리랑큰엉덩이”, “아리랑무도청”, “아리랑련가청”, “아리랑노래방”, “아리랑당구청”이 즐비한데… 거리에서는 “아리랑”을 양념친 가요가 줄기차게, 우렁차게 쏟아져 나온다. 그것이 또한 한마당 울지도 웃지도 못할 기막힌 듣거리다. “에루와 둥둥 데루와 둥둥 아라리요”, “얼씨구 절씨구 두만강 아리랑”, “새 연변 아리랑 스리랑 지화자 좋다”, “아리랑 도라지 노들강변”, “진달래 아리랑”, “미인송 아라리요”, “노세노세 킁킁킁 아리랑”, “풍년이 왔네 아리랑 옹헤야”, “백의동포 흥흥흥 아리랑”, “우리 민족 아리랑”, “새천년 아리랑”, “개혁개방 좋구좋네 아리랑”, “세계로 나간다 워싸 아리랑 쾌지나 칭칭”, “니나노 닐리리 아리랑”, “해란강도 노래하고 아리랑”, “시굴시굴 들어간다 아리랑”, “사과배 따는 처녀야 아리스리 으으응”, “아리랑 짜라짠짠”, “아리품바 스리품바 품바품바 아리랑”… “아리랑”을 양념해서 군소리로 넣은 소위 현대신초라는 노래가 백여수는 될게다. 소대가리에 말주둥인지 개대가리에 소주둥인지… 범벅덩이가 도무지 무어가 무엇인지 알수없다. “아리랑”이 무슨 부르기 좋은 뉘집 똥돌인가 개똥넨가…

우리 민족의 고귀한 문화유산으로서 아리랑민요가 세계에 자랑을 떨친다고 해서, 그속에서 “아리랑”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매력의 단어라고 해서 이렇게 대구 람용을 해서도 되는지… 누구나 다 알다싶이 양념이란 넣을데 넣어야 하고 또 적절하게, 적당히 넣어야 하는것이다. 사탕가루나 꿀이 회나 불고기에는 아주 좋은 조미료인것만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해서 마구 넣어서는 안되며 또 아무 료리에나 다 넣을수는 없다. 특히 된장국이나 초두부, 감자장에 쏟아넣으면 그건 절대로 안된다. 그리고 아무리 맛있는 료리라고 해도 세끼를 련속 먹으면 시들느끼해진다. 좋은 노래도 련거퍼 세번 들으면 듣기 싫다. 여기서도 아리랑 저기서도 아리랑, 어제도 아리랑 오늘도 아리랑, 이곡에도 아리랑 저곡에도 아리랑… 너무도 아리랑 아리랑 하니까 괜히 역증이 난다. 물론 나같은 일개 무명백성이야 역증이 나든 지랄이 나든 그건 문제도 아니지만, 해내외 우리 민족에서 찌뿌등한 정서가 생기는건 좀 중시할 문제인것 같다. “거기서는 아리랑밖에 모르는가. 무슨 아리랑이 그리도 많은가. 이래도 아리랑 저래도 아리랑… 그렇게 허투루 하면 안되지. 존엄이 없이. 그것 참…” 더구나 타 민족까지 “어이, 아리랑아가씨! 아리랑거멀동무!”하는데는 우리가 생각할 점이 있는것 같다… 저네는 “염황자손”이요 “룡의 후손”이요 하면서 누굴 얕잡아 보는건가 놀리며 비웃고 풍자하는건가… 어찌되였든, 우리 이곳에는 흔해 빠진것이 아리랑이다. 조선이나 한국에서는, 그리고 우리 민족이 사는 지구촌 어디에서도 이런 “성황”은 볼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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