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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구비 인생 길
2013년 04월 09일 09시 07분  조회:2152  추천:3  작성자: 회령
실화


구비구비 인생 길

회령


진 림업소 주임 기섭은 바람난 안해때문에 기분이 영 말이 아니였다. 그의 안해 춘옥이는 아홉달전에 로씨야로 보따리장사를 갔다. 춘옥이는 의학원을 졸업한후 진 병원에서 의사사업을 하다가 2년간 월급을 받지 않고 공직을 보류하는 수속을 하고 로씨야로 갔다. 기섭은 그닥 내키지 않았지만 춘옥이가 바락바락 우겨대는 통에 두손을 들지 않을수 없었다. 떠나던 날 기섭은 단위차로 안해를 연길역까지 바래다 주면서 코마루가 찡해나는 작별을 하였다.

기섭과 춘옥은 고중동창이고 동갑이다. 집이 구차하고 동생들이 여럿인 기섭은 고중졸업을 하자 아버지 대신 림업소에 취직했다. 아버지는 신병으로 앞당겨 퇴직했다. 어머니는 림업소에서 림시공으로 일을 하는둥마는둥 했다.

춘옥이는 괜찮게 잘 사는 집에서 자랐는데 아버지는 진 간부고 어머니는 소학교 선생이였다. 춘옥이는 천성이 활발하면서도 교만하였다. 그는 듬직하고 성실하고 준수하게 생긴 기섭을 고중때부터 은근히 좋아했다.

기섭은 사업을 적극적으로 참답게 잘하여 3년후에는 입당을 했고 5년철이 되는해 주임으로 되였다. 춘옥이가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 그들은 결혼을 했는데 어머니를 모시고 아들딸 남매를 키우며 거의 이십년을 살아왔다. 림업소가 기업화로 되면서 초창기인 지금의 경제상황은 그닥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춘옥이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는 살수없다면서 돈타령을 하기 시작했는데 부자들과 비기면서 무능력자만이 월급에 매여 산다고 남편을 은근히 비꼬았다. 그는 모든 일에서 원칙만 지키는 남편을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비웃으면서 배운것이 적어서 그런거라고 얕잡아 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백여명 직원을 책임지고있는 기섭은 자기만 잘살아 보겠다고 훌쩍 하해를 할수없었다. 춘옥이가 아무리 빈정대며 바가지를 긁어도 그는 듣는체도 않고 기업의 출로를 찾는데만 몰두했다.

급기야 춘옥이는 녀성강자가 되리라 결심하고 로씨야 장사에 나섰다. 이 가정을 무능한 네가 감당 못하면 내가 주도할테니 한번 본때를 보아라. 이런 배짱이 말뚝처럼 뻗치였다.

그러고 떠난 춘옥이는 세상이 만만치 않고 돈벌이가 쉽지 않음을 알게 되였다. 옷견지나 양말짝 따위로는 목돈은 커녕 생할비도 빠듯했다. 로씨야 깡패들이 백주에 강도질하는가하면 경찰의 불문검속은 항상 속이 조마조마해서 견딜수 없었다. 거기에 언어장애와 사내들의 음특한 눈길과 희영수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했다.

로씨야로 온지 7개월이 된 어느날부터 춘옥이는 흑룡강의 오씨 사내와 동거를 시작했다. 그사내는 밀수짝패 성원인데 춘옥이더러 물건처리를 맡으라고했다. 물건처리란 오씨 패거리가 국내에 들어가 물건을 밀수해오면 그것을 장사군들에게 도매를 하는것이다. 돈벌이가 제법 잘되였다. 2년안에 큰돈을 벌어 가지고 남편앞에 우쭐 나설 생각을하니 기분이 흐뭇하고 성수가 났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할가, 그들은 밑천을 다 털어 중고품 하이야 여섯대를 사서 국내로 넘기다가 로씨야 경찰에 잡히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춘옥이와 오씨의 동거행각은 기섭의 사촌누이한테 발각되였다.

누이로부터 상황을 알게된 기섭은 춘옥이를 당장 돌아오라고 호령하였다.
빈털털이가 되고 진퇴량난에 빠진 춘옥이는 죽을맛이였다. 하지만 출로는 집으로 가는길 밖에 없었다. 춘옥이는 이때에야 비로서 가정의 따뜻함과 남편이 소중함을 새삼스레 느껴지면서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는 남편이 죽인다고해도 그의 다리를 부등켜 안고 빌고빌리라 다짐했다. 남편이 끝내 용서치 않으면 죽는 길 밖에 없다… 무슨 낯짝으로 세상에 살겠는가… 만약 죽는다면 남편이 얼굴은 또 어떻게 되는가… 춘옥이는 눈앞이 캄캄해났다. 그는 녀자의 정절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느꼈고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것도 느꼈다. 돈보다 크고 돈으로 살수없는것이 부부간의 충성이고 가정이였다. 하지만 모든것은 이미 끝나고 말았다. 춘옥이는 자기가 인생중년에 너무도 큰 실수로 한생의 막을 내리게 되였음을 인정했다. 그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눈물이 쉼없이 흘렀다…

기섭이는 침착하고 신중한 사람이였다. 가정의 위기는 안해가 만들었지만 이 가정이 파탄여부는 자기손에 달린것이다. 여러날 생각해 봤지만 가정을 파탄시킬수는 없었다. 철이 들기 시작한 자식들에게 일생동안 아물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는것은 아버지로서 할일이 아니였다… 세월이 약이라고는 하지만 부부간사이의 애정은 멀리 가버렸다.

안해는 몰라보게 반쪽이 되여 돌아왔다. 사람들은 모두 병때문에 그런줄로 알았다. 춘옥이는 정말 자리에 쓰러졌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머니가 오니 대뜸 활기가 넘쳐났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살뜰히 보살폈다. 기섭이는 아무런 내색없이 사업에만 열중했다.

거의 한달이 지난후 어느날, 춘옥이는 남편에게 자기의 잘못을 솔직히 고백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죽음으로 사과하겠다고 하였다. 기섭이는 그녀의 사과가 진심임을 안다. 춘옥이는 그럴수 있는 녀자다. 춘옥이는 자신의 실수를 절실히 느끼며 침통히 후회하고있다. 다시는 그 어떤 실수도 하지 않을것이다. 기섭이는 이점을 충분히 긍정할수 있었다. 안해는 순결한 마음으로 자기앞에 섰다. 이순간, 식어버렸던 안해에 대한 사랑이 다시 기섭이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의 심장은 뜨거워 났다. 그날 그들 부부는 끌어안고 한바탕 흐느껴 울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한품에 들었다. 하지만 상처는 아물어도 허물은 영원히 지울수 없는것이다. 이런것을 두고 일실족천고한이라고 한다.

이듬해 1월 춘옥이는 병원에서 내부퇴직을 하고 진에서 첫 개인진료소를 열었다.

개혁이 더욱 심화되면서 림업소의 행정업무는 정부에 귀속되고 생산성부분은 하나의 기업체로 통합이 되였다. 기섭이는 림산소 법인대표로 되였다. 기섭이는 생산경영을 다각적으로 전개했다. 큰것으로는 묘포장, 인삼, 버섯재배와 목탄구이, 목장을 했고 작은것으로는 젓가락, 삥궐대, 이쑤시개도 생산했다. 어떤 산품은 한국, 일본에 나갔는데 기업의 경제효익은 급속도로 장성했다.

기섭이는 모범 기업가로 부상했다. 그런데 그가 항상 한족처녀비서를 데리고 다니는것이 구설수로 되였다. 사람들은 녀자는 나쁘게 변해야 돈을 벌고 남자는 돈을 벌면 나쁘게 된다면서 그 실례로 기섭이와 한족처녀를 꼽기도 했다.

세상에는 좋은말은 퍼지지 않아도 나쁜말은 하루밤에 천리를 가는 괴상한 현상이 있다. 기섭이에대한 구설수는 춘옥이 귀에도 물론 들어갔다. 그러나 춘옥이는 남편을 굳게 믿으면서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사실이래도 응당 받아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한치앞을 알수 없는것이 우리들의 인생사이다. 기섭이와 춘옥이는 앞으로 어떤 운명의 희롱을 받을것인지 그 누구도 모른다. 그야말로 구비구비 인생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운명을 자기손에 틀어쥐고 인생길을 걸어나간다. 바른길로 힘차게 걸어나간다. 춘옥이도 기섭이도 그러기를…
                                                                  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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