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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를 아끼는 세상
2014년 04월 13일 18시 05분  조회:1937  추천:3  작성자: 회령
             수필                               
                                       임신부를 아끼는 세상
                                                                                                                회령

    가슴붙이 막내딸이 아마도 임신인것 같다. 요즘은 하루건너다싶이 우리집으로 와서는 저의 어머니를 보고 이걸 먹고싶다 저걸 먹고싶다 하면서 소곤 거린다. 그때마다 안해는 딸의 입이 떨어지기 바쁘게 장마당으로 달려가서는 먹고싶다는걸 사다가 어서 배껏 먹으라고 어룬다. 어떤때는 딸이 밥상에 마주않아 숟가락 방아만 찧고 있으면 안달아난 안해가 무얼 먹고 싶으냐고, 음식이름을 주어대며 진지하게 묻고 토론하는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고 우습기도 했다.

    녀자들이 임신하면 입쓰림이라는것이 저리도 까다로운건가… 안해가 아이 셋을 낳도록 나는 그런줄 몰랐다. 임신이란 녀자들이 의례히 하는 일이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것도 있거니와 안해는 별로 입덧을 하지 않은것 같다. 혁명사업을 잘하느라 올리뛰고 내리뛰며 밖에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집일은 뒤전이고 안해가 임신으로 고역을 하는지 노래를 하는지 알턱이 없었다. 그리고 개혁개방전 30년세월에는 녀자들이 잉태를 해도 지금처럼 호강을 할 형편이 못되였다. 임신이 어찌 쉬운일이랴! 안해는 참고 견뎠을 뿐이다. 창자가 뒤번지는 임신오조도, 손가락이 쑥쑥 들어가는 임신부증도 그는 말없이 감내했다. 그도 혁명열의가 높아서 아이셋을 산통이 시작되는 직전까지 출근하고 낳았다.

    녀자들이 임신으로 입덧이 났을때의 체험담을 들어보면 당자가 아니고서는, 특히 남자들은 그 절절함과 심각함을 도저히 상상할수가 없다. 몇년전에 미리견(미국)인가 불랑국(불란서)인가 한데서 아이씨를 사내배속에 집어넣고 키운일이 있는데 임신맛이 어떻더라는것은 공개하지 않아서 조금도 알수가 없다. 그사내녀석이 무슨 체험이 있기는 있었으련만 입을 딱! 다물고 있어서 알수가 있는가. 그러나 어쨌든 녀자들의 채험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입쓰림 한가지만 보드라도 같은 녀자들끼리도 엄청 다르다는데 제깟놈이, 멀쩡한 사내녀석이 그 진미를 어떻게 알겠는가. 하는 수작부터가 원체 글러먹은 것이다. 다른일이라면 그래도 남녀가 어슷비슷한 체험이 있을수도 있겠으나 임신의 체험만은 남자놈팽이들이 영영 맛볼수 없는것이다. 무슨일이나 감수는 겪은 당사자가 제일로 깊은 법이다. 그래서 제발등의 불이 제일 따갑다고 하는 것이다.

    임신을 하면 녀성들은 해부, 생리, 심리, 성격, 습관, 행위… 여러면에서 백여가지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개혁개방전 남자들은 고작해야 임신부의 남산만한 배를 보고 “저거, 되우 바쁘겠지?...” 혹은 무더운 삼복철이거나 하면 “매우 더울거야…”하는 정도였다. 나부터도 그랬다. 그리고 누가 임신한 안해를 좀 관심하면 “저자식은 좁쌀같은게 한뉘 살림군이야. 째째하게 애처가야.”하고 놀려주며 깔보았다. 혁명가 답지 못하다고, 사내대장부 답지 못하다고 인정했다.

    지금은 개벽같이 달라졌다. 그때사람들은 남존녀비 류독에 우둔하기까지 해서 그랬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어찌도 총명하고 약삭바른지 안해가 임신했다고 하면 안고 다니며 핥아먹을상을 한다. 추세를 보면 오라지 않아서 “안해임신기10대걸출남편” 뽑기라도 할듯하다. 그런데 걸핏하면 또 리혼을 밥먹듯 하는것은 리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옛날보다 진보해서인지 총명해서인지… 사랑이란 말은 꿀보다 더 달콤하게 입술에 바르고 다니지만… 하여튼 이점은 개혁개방전 사람들이 가근방사촌에도 따르지 못할바다.

    지금의 젊은부부들은 임신하면 텔레비드라마에서 보는 장면 그대로이다. 옛날각시들은 임신하면 배가 커질때까지 부끄러워 하며 될수록이면 감추려고 했다. 서방도 “각시가 애 설었다며?”하면 “무슨 소릴!” 하면서 얼굴이 지지벌개 하였다. 입귀가 귀밑으로 비스듬히 올라가는 것을 보면 좋아하는 것이 확연했지만 지금사람들처럼 환성을 지르며 뒹굴고 날뛰며 안해를 안고 뺑뺑 돌아치고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안해도 남편에게 조심조심 어려워 하며 귀속말로 속삭였지 어디 지금 각시들 같았던가! 이건 아주 흥부박이 터진듯 요란을 떤다. 부모형제와 친척친우들에게 전화를 치고 메세지를 날리고 대방에서는 드달려 와서 어루만지고 끌어안고 풍덩풍덩 뛰며 축하전화, 전보가 쏟아진다. 마치도 무슨결전이 승리한것 같다.

    다음은 임신기 보건이다. 남편은 먹는것으로 부터 놀이감, 음악, 동화책… 하여튼 안해가 유쾌해할 이벤트 깜짝쇼를 만드느라 온갖 지극정성 아첨을 다 한다. 밖에서 다른재미를 보는 작자들도 이때만은 충성을 하며 아양을 떨고 열정을 보인다. 부모들은 임신복으로부터 이이의 옷이며 신 모자까지 마련하고 대기하고 있다. 이때라는듯 잉부는 마음껏 응석을 부리며 향수를 한다. 임신부는 아기방처럼 꾸민 포근한 방에서 영양품과 탕과류를 떨구지 않고 노래를 듣고 그림책을 보며 배속의 아이와 대화를 하고 유희도 하는데 이것이 소위 태아교육이라는 것이다. 30년전에는 상상이나 했든가!

    지금은 임신모에대한 사회의 중시도 각별하다. 사람들은 임신부를 보면 무조건 나름껏 배려를 한다. 대합실, 대중교통… 무릇 공공장소에는 임신부 전용석이 마련되여 있다. 그리고 용무에는 절대적 우선이다. 병원에서는 “잉부수첩”을 만들어 정기적 검진을 하는것은 물론이고 보건과 육아상식을 미리 전수 한다. 거기에는 산후 건강미체조와 미용관리 지식까지도 들어 있다. 이디 그뿐인가! 관련부문에서 방문도 자주 한다. 참으로 문명하고 발전 했다.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30년전에는 임신이 어쩔수 없는 고역이였으나 지금은 최대의 행복이고 호강이라 하겠다. 새인간, 새생명을 창조하는 이 공정은 원래가 위대하고 신성한 행사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인정받고 인식된것이 이제 겨우 30년, 개혁개방 덕분이다.

    지난날을 생각하면 남편들이 우매하고 무정했다. 연약한 녀자들이 시련이 많았다…

    임신녀들의 행복한 모습, 밝은얼굴을 볼때면 화창한 봄날같아 마음이 즐겁다. 그리고 살뜰하고 듬직한 보호자가 곁에 있어 대견한 심정을 금할수 없다. 전날세상에야 언제 그랬던가! 그때는 세상도 살벌했지…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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