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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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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가루
2017년 10월 19일 14시 38분  조회:1108  추천:0  작성자: 회령
     수필
                                                             고추가루
                                                                                                                     회령
조선사람은 매운고추를 즐겨 먹는데, 고추가루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식품이다. 고추가루는 우선 김장을 담그고 고추장을 하는데 기본적인 주요재료다. 내가 알기로는 이 두가지에 고추가루가 대량 사용되는외 그 외로는 양념작용이 주로이다.

나는 고추가루를 밥먹듯 하는 사람이여서 안해는 해마다 고추가루 장만에 심혈을 기울인다. 나는 퍼러딩딩하게 독이 오른 풋고추로(알짜 순매운것으로) 채를 해 주면 고봉밥 한 식기에 고추채 한 접시를 게눈 감추듯, 땀을 뻘뻘 흘리며 입이 몽땅 떨어져 나가듯 얼얼하게 먹는다. 그래야 속이 훈훈하고 포만감이 나고 군이 뚝 떨어지게 먹었다는 만족감이 생긴다.

고추가 빨갛게 익으면 고추채로서는 맛이 떨어지지만 햇고추가루맛이란 그게 또한 사람을 감질이 나게한다. 나는 안해가 고추가루를 어서 장만하기를, 어서 고추가루철이 되기를 은근히 기다린다. 묵은고추가루가 단지에 항상 비축이 되여 있긴하지만 햇고추가루와는 비기지 못한다. 우선 신선하지 못하고 특유의 향기가 없고 매움도가 떨어진다.

시퍼렇게 독이오른 생고추를 된장에 찍어 여나문개씩 먹는 그맛도 한철이고 고추채도 한철이다. 고추가 빨갛게 익을때는 내입맛도 한철이 지나간다. 나는 고추절임이나 장밑고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해는 해마다 그런것도 명심해 담그는데, 그것은 내가 때론 엄동에 갑자기 그런걸 먹고 싶어하는 입맛변덕이 있기 때문이다.

고추장은 생선탕에 없어서는 안될 주료이다. 뻘건생선탕, 신선로는 내가 즐겨먹는 요리이고 특식이다. 무슨국이든 무슨채든 뻘겋게 고추가루를 듬뿍 치면 나는 군침부터 삼킨다. 이렇게 나는 일년내내 고추가루를 한끼 건느지 않고 잘 먹는다. 사람들이 나의 배속에 고추충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는 나로서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고추를 특히 편식하는 바람에 안해의 고역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남정과 수십년 함께 살다보니 안해의 고추명심이 습관으로 되였다. 그는 고추를 별로 먹지 않지만 명심은 나보다 훨씬 자각적이고 또한 높다.

나를 섬기는 안해의 진심과 배려와 노력을 이전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는 일일히 느껴진다. 세월이 오래 가니 우둔한 나도 셈이 드는건가… 고마운 안해다.

지금은 고추철이 되여 장마당에는 고추장사가 절반장터를 차지하고 판을 치는데 아낙네들은 포대채로 사들이는 열조가 일어났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고추를 다듬고 썰고 뒤적이고… 종일 바삐도는 아낙네들을 볼수있다. 할머니들도 있고 젊은 각시들도 있다. 일손을 돕는 령감들, 남정네들도 적지 않다. 이 고추철은 시간이 긴박하고 절주가 빠른 시각이다.

통고추대로 말리는것은 전통적 옛날법인데 그때는 집집마다 고추다래가 주룽주룽해서 가을맛이 물씬나고 보기 좋았다. 그렇게 바싹 말린 고추를 하나하나씩 마른헝겊으로 깨끗히 딱은후 가루를 내였다. 고추절구, 고추방아를 찧을때면 녀인들은 코구멍을 막고 입에는 수건을 감고 눈물, 재채기, 기침을 련속 퍼부으며 고역을 했다. 지금은 발전하고 약아져서 통고추를 즉시 썰어 말린다. 그리고 기계로 번뜩 가루낸다. 이 수단은 녀인들에게 참으로 고마운 진보다. 보통 고추가루 한근에 50전의 가공비를 받지만 약삭빠른 수공업자는 1원을 받는다. 그래도 얼마나 거뿐한지 모른다. 예전에는 안해들이 팔이 느른하게 종일 절구질을 했지만 남정들은 슬금슬금 뺑소니를 쳤다. 위엄이 떨어지게 고추방아 찧겠냐고… 나도 피신해서 반두질을 하고는 생선탕을 끓인다며 고추가루부터 찿았다. 넙죽해서.

안해는 해마다 남의집 쇠절구를 빌어다 쓰며 그걸 매우 부러워 했다. 고마움을 표시해서 고추가루를 한사발씩이나 갖다 주면서도 안해는 항상 미안해 하였다. 퍽 후에야 쇠절구를 장만하고 안해는 무척 기뻐했다. 그는 절구를 보물 다루듯 하여오다가 무척 아쉬워하며 얼마전에 페물장사에게 팔아치웠다.

금년 고추철이 되자 어느날 아침 안해는 장마당에 나가 빨간고추를 세마대나 사왔다. 그것을 보고 고추를 제일 잘먹는 나는 너무도 아름이 차서 입을 딱 벌이였다. 저것을 어찌 다 다루겠는가?! 우선 딱고 썰어야 하고 또 바싹 말려야 겠는데, 물퉁박이 고추는 적어도 4일은 말려야 한다. 하늘이 잘해줘서 해가 바짝 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그런 좋은날씨여야 3ㅡ4일 역사를 하면 기계칸으로 가서 번뜩 고추가루를 낼수 있지만 요즙 날씨는 어찌도 변덕스러운지…

나는 그 잔손질이 싫어서 언녕 금년부터는 고추가루역사를 하지말고 농촌에 고추가루를 합동해서 먹자고 우겼다. 그런데 안해는 그렇게 만든 고추가루는 믿음성이 부족하다느니 질이 나쁘다느니 맛이 없다느니 김장을 했다가 김치가 물크면 큰 랑패를 본다느니… 가지가지 리유를 렬거하며 기어코 제손으로 고추가루를 장만하겠다고 주장을 세웠다. 그러면서 나를 삐치지 말라고 하였다. 자기가 놀음질 삼아 오락삼아 살랑살랑 한다는 것이였다.

그러나 그게 어디 놀음질 삼아 오락삼아 살랑살랑 하는 일인가! 아주 고된역사를, 나는 굉장히 부담스러 웠다.

고추 세마대를 장터에서 집가지 날라온것만도 내가 낯이 깍기는 일이였다. 106근이나 된다는데 그걸 운임이 아까워서 삼륜차를 쓰지않고 쪽바리밀차로 실어왔다니 남들이 남정네가 없는 과부로 보지 않겠는가… 무거운 일은 남편네가 응당히 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여튼 고역은 시작 되였다.

고추를 널어 말리기 시작했는데, 무슨일이나 후닥닥 해 치워야 시름을 놓고 거뿐해 하는 나의 성미다 보니 나는 즉시 썰어서 말리우자고 하고 안해는 그러는게 아니라고 했다. 싱갱이가 쓸모있나. 이런일에서는 안해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

보아하니 날씨가 신통치 않기에 우선은 통고추를 널어 말리우며 날씨가 좋을때에 재빨리 손을 쓴다는 안해의 전략이였다. 날씨가 궂으면 통고추대로 둬야지 썰어놓으면, 그걸 제때에 말리우지 못하면 고추를 다 썩여 새까맣게 되여버린다는게 아닌가. 그런걸 왜 날씨가 신통치 못한 오늘 삿는가고 내가 화를 내니 어쩌다 진짜 숫배치고추를 만났다는거다. 장사군들은 이구동성으로 자기고추가 숫배라고 소리 지르지만 진짜 숫배를 만나기는 힘들다고 했다.

날씨가 언제부터 좋아지겠는지 기회를 기다린다는데, 이거 장기전 지구전을 하게 생겼군. 나는 부담이 하늘만큼 컸다.

금년에는 태풍이 벌서 다섯개나 불어치면서 우리고장에도 영향이 많았는데 하늘은 그야말로 괘씸하게 변덕을 부리였다.

고추철 요만때면 파란하늘에 해가 지지듯 불타다가도 갑자기 먹장구름이 뭉켜돌고 비를 뿌리다가는 방금 멀쩡해 지고 또 갑자기 미친바람이 불어치기도 했다.

하늘이 이렇게 심술을 부리면 아낙네고 남정네고 급급히 달려다니며 널어놓은 고추를 걷어들여야 하고 또 비죽히 맑은하늘이 보이면 내다 널어야 하고… 말그대로 무슨 전투를 하는것 같았다. 밤에는 그 숱한 고추를 걷어들여 장판바닥에 널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아침에는 밖으로 내여 가는데 자리다툼도 긴장하다.

이틀인가 지나서 안해는 이젠 고추를 썰어야 겠다고 하였다. 관건은 날씬데 오늘부터 며칠은 날씨가 좋다고 기상대가 말했다고 했다.
우리는 새벽두시에 일어나서 100여근의 고추를 11시까지 다 썰고 마당에 널기까지 했다 배구장 절반만큼은 되는것 같았다.

우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제발 변덕이 없기를 빌며 고추를 자주자주 젓으며 해빛을 찿아 자리를 옮기며 잔손질을 부지런히 하였다. 이렇게 고추를 말리우는 동안은 가슴도 말라들면서 손발이 쉴새 없다.

그런데 이거 웬일이냐?! 신신펀펀 좋던 하늘중천에 갑자기 검은구름 한덩이가 뜨더니 멀쩡하든 하늘이 대뜸 찌부등해 지었다. 나는 기상대를 죽일놈 살릴놈 줄욕을 퍼부으며 급급히 고추를 집으로 끌어들였다. 전기장판을 켜고 선풍기를 틀고… 고추말리기대회전이 집안에서 벌어졌다. 이렇게 련 속3일을 역사를 해서 고추를 살려내고 드디여 다 말렸다. 그런데 정작 가루를 내고보니 가루가 거칠고 주근주근해서 다시 전기장판을 켜고 선풍기를 돌리는 동작을 거듭해야 했다. 이틀이 지나니 고추가루가 다 말라서 다시 가루를 냈는데 고운 고추가루를 십여근 얻었다. 안해는 숫배고추여서 알이 잘 났다고 하며 상등고추가루를 얻었다며 무등 좋아했다. 저녘에 한술 듬뿍 떠서 돼지다리곰국에 넣어 먹어보니 고추가루맛이 정말로 일품이였다.

그런데, 2ㅡ3일이 지나 안해는 또 고추 세포대를 사왔다. 이런 기막힌 일이라구야! 내가 벌컥 역정을 내니 안해는 또 그말ㅡ 삐치지 말란다. 요건 자기가 알뜰살뜰 다루어서 자식들에게(세집) 나누어 준다는 것이였다. 발상은 기막힌 모성애의 발상이긴하지만 고양이손도 빌어쓰는 이 고추가루철에 가만 있을수야 있는가… 이번에는 일기가 너무너무 좋아서, 천기가 어미심정을 알아줘서, 좋은고추가루를 또 10여근 얻었다.

이로서 금년의 고추가루역사는 결속이 되였다. 두번째로 고추가루를 내여온날 저녁에 안해는 불고기로 총결연을 했는데, 내가 수고를 많이하고 공이 크다고 표양 하였다. 나는 속으로 “당신이야 말로 현모량처, 진짜로 훌륭한 녀성이요!” 하고 말하며 카ㅡ 한후 큼직한 불고기 한점을 햇고추가루에 듬뿍 찍어 입에 넣었다. 별맛이 따로 없었다.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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