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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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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때가 오면
2018년 06월 26일 14시 48분  조회:1161  추천:0  작성자: 회령
       수필
                                                     추석때가 오면
                                                                                                                   회령

지금은 추석이 즐거운 명절로 되여 있는것 같다. 추석은 고인의 묘소를 찿아 성묘를 하는것이 기본 행사인데… 즐겁다고 하면 좀 어페가 되는것 같다. 다른사람들의 경우에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일년치고 제일 슬픝때가 추석전후 10 여일이다. 그것은 어머니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부모생각을 할줄 알면 셈이 들었다고 하는데 나도 이젠 셈이 드는건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어머니에게도 이런저런 사연이 많다, 긴이야기는 훗날로 미루고 오늘은 한가지 이야기만 하고저 한다.

광복후, 우리집이 이주민으로 쫓겨가서 우마보다도 못한 모진고생을 하며 살던때의 일이다. 그날은 49년도, 추석을 닷새 앞둔 날이였다.

이미 한달거이 기진맥진하여 움막집 땅바닥에 잦아든듯 누외있던 어머니가 갑자기 논밭으로 나가 보자고 하였다.

어머니 곁에 무거운 시름에 겨워 지키고 앉아 있던 나는 너무도 신기하고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쩔바를 몰라했다.

나의 어머니에게는 여러가지 신병이 있었는데, 그때는 물한모금도 마이지 못하며 계속 구역질을 하고 열물을 토하였다 토할것이 없을때는 헛구역질을 했는데 죽지않으면 사는가 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주민으로 간 그곳은 원근에 의원은 커녕 인가도 없었다. 어머니의 신체는 말그대로 겨릅대처럼 말랐고 심장병, 빈혈로 허약하기 그지없었다.

나의 어머니가 심장병이며 모진 빈혈에 걸린것은 원통한 사연이 있는데, 그것을 다 말하기는 너무 길고 간단히 한마디 하려한다. 광복이듬해 우리가 조선서 샘물깨로 건너와서 외가집 사랑에서 살때다. 그해 추석날 밤 외가집 마당에서 마을사람들이 오락을 했는데, 우리집 바로 문앞에서 토개공작대 최씨가 목갑총을 두발 갈기였다. 천지가 터지는듯 한 총소리에 나의 어머니는 기절하며 류산을 하고 피못에 쓰러졌다. 그날 사람들은 모두 나의 어머니를 죽는다고 했는데, 어머니는 죽지않고 개복을 했다. 그날후부터 나의 어머니는 자주 하혈을 하며 심장병으로 고생하였다. 마을사람들은 공작대 최씨때문에 생사람이 죽을번 했다며 여론이 많았는데 최씨와 그와 단짝인 허씨네 패거리들은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공작대와 빈고농협회를 무함, 공격한다고 죄명을 씌우고 투쟁대회까지 하였다. 그리고 이주민정책이 내려오니 우리를 쫓았든 것이다…

썩 늦은아침때가 되여 어머니와 나는 논밭으로 나갔다. 논밭이란 손바닥만한, 아버지가 벼농사실험을 해 본다며 봄에 만든 것이다. 산종을 뿌린 논바닥은 허옇게 들여다 보이며 가느다란 벼대가 성기게 자랐다. 그래도 철이 철인지라 잠자리꼬리 같은 벼이삭이 맻혀 있었다.

어머니는 벼이삭 한개를 걲어 파리대가리만한 벼알을 조심히 뜯어 껍질을 벗기고 쌀알을 씹어 보더니 “됨즉 하구나.”하며 벼이삭을 꺽기 시작했다. 나도 어머니를 따라 벼이삭을 꺽었다. 벼이삭을 하나 흘릴세라 다 꺽으니 까치둥우리 만큼은 잘 되였다. 나는 벼이삭 베보퉁이를 들고 어머니를 부축하며 집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이제 추석날 아침에 이밥을 해 주겠다며 마른침을 꼴깍꼴깍 삼키였다. 그러면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어깨를 감싸 짚기도 하며 천천히 걸었다. 나는 이밥을 하면 어머니가 혼자 다 잡숫게 하리라 다짐하였다. 그것은 어머니가 이밥 한술을 먹으면 살것같겠는데… 하고 여러번 말씀했기 때문이다.

마을앞에 이르자 어머니는 좀 쉬여가자며 잔디밭에 앉았다가 인차 옆으로 다리를 꼬부리고 누웠다. 나는 벼이삭 보퉁이를 어머니에게 제꺽 베워드렸다. 얼마후 어머니는 다리를 펴며 반듯히 누웠다. 어머니는 쉬는듯 마는듯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가 나를 부르며 “너는 이담에 큰 사람이 되거라.” 하고 상냥히 말씀하였다. 어머니는 나에게 이런 말씀을 자주 하였는데 나는 “큰 사람”이란 어떤사람인지 알둥말둥했으나 번마다 “예!”하고 힘차게 대답하였다.

내가 역시 “예!”하고 대답하며 어머니를 바라보니 어머니 눈굽에는 눈물이 가득 고이고 이마에는 구슬땀이 가득 돋아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눈물과 땀을 딱아 드렸는데 어머니의 이마는 얼음처럼 차거웠다.

얼마후 어머니는 눈을 뜨시더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도 가없이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점없이 맑고 푸른 하늘은 신비하고도 아름다웠다.

해는 어느덧 보리저녘때가 되였지만 어머니는 일어 날 념을 하지 않았다. 나도 이대로 그냥 앉아있고 싶었다. 곰팡이 냄새 흙냄새가 나는 쯘쯘하고 어둑컴컴한 움막이 너무도 싫었든 것이다.

해가 너울너울 서산위에 걸리자 나는 나지막한 소리로 “어머니 이젠 집으로 가요.”하고 말하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그냥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쩐지 이상해 보였다. 나는 더럭 섬찍해나서 어머니를 부르며 살랑살랑 흔들었다. 어머니는 아무런 응대도 없었다…

그날은 음력으로 8월10일이였다. 나의 어머니는 스물아홉의 짧은 한생을 이주민부락 동구밖 푸른잔디밭에서 마치셧다. 금년은 나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지 꼭 쉰돐이 되는해다. 사람들은 세월이 약이라며 다른사람의 슬픔을 위안하지만 나는 그렇게 되지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문뜩문뜩 어머니가 더 자주 회상되고 그때마다 슬픈마음을 걷잡을수 없다…
 
                                                                                                             19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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