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길(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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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할머니 그리고 차돌배기와 노랑이(동화).....강길
2015년 01월 02일 15시 50분  조회:1771  추천:0  작성자: 강순길
 꼬부랑할머니 그리고
차돌배기와 노랑이
 
  
어느 마을 외딴집에 꼬부랑할머니가 홀로 살고있었습니다.
  따뜻한 봄날, 꼬부랑할머니는 시장에 가서 암탉을 두마리 사왔습니다.
  “구– 구구- 구구구-”
  꼬부랑할머니는 바가지로 강냉이쌀을 퍼내다 마당에 뿌렸습니다.
  “이젠 여기가 너희들 집이다. 모이를 많이많이 주어먹고 알을 낳아주렴.  이발 없는 이 할매는 닭알을 삶아 밥  반찬해  먹으면서 오래오래 살란다. 알겠느냐?”
  꼬부랑할머니의 중얼거림소리를 듣고  털빛이 한결같은 암탉 - 노랑이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꾸꾸- 꾸꾸꾸- 꾸꾸- 알겠어요, 알았어.” 하고 대댭했습니다.
  “......”
  그러나 털빛이 얼룩덜룩한 암탉 - 차돌배기는 들었는지 말았는지 아무 말 없이 똑 똑똑 모이만 쪼아먹습니다.
  “저기 저게 알받이둥우리란다.”
  꼬부랑할머니는 헛간구석에 매단 벼짚둥우리를 가리켰습니다. 새끼줄을 감아놓은 막대기가 둥우리에 닿아있습니다.
  “밑알을 넣어두었으니까 딴데다 말구 저기에 올라앉아 알을 낳아야 한다. 알았느냐?”
  말을 마치고 꼬부랑할머니는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가마목에 눕자마자 살폿이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동안 모이를 쪼아먹고난 차돌배기는 헛간에 들어가 막대기를 딛고 올라 둥우리에 들어앉았습니다.
  하루에 알을 하나씩  꼭꼭 낳는 차돌배기랍니다. 오늘은 그만 붙잡혀 시장돌림을 하다나니 미처 낳지 못한 알이 궁둥이속에 그대로 있습니다.
  누구한테 밑질세라 넋없이 모이를 쪼아먹던 노랑이는 차돌배기가 어느새 둥우리안에 들어앉아있는것을 보고 자기도 부랴부랴 둥우리에 뛰여올라 비집고 들어앉았습니다.
  차돌배기가 얼른 일어났습니다
“왜 일어나? 못마땅해서? 이 둥우리는 너 혼자 쓰라는게 아니잖아?”
  “골골...”
  차돌배기는 이 한마디를 얼버무리고 둥우리에서 뛰여내렸습니다. 노랑이가 밀치는 바람에 궁둥이에서 알이 뽁 빠져나왔으므로 더 앉아있지 않아도 되였던것이지요.
  차돌배기는 몸을 부르르 털고나서 발로 땅을 헤집으며 먹이를 찾았습니다.
  노랑이는 둥우리에 가만히 앉아있자니 눈이 소르르 감겼습니다. 깜박 조는 사이에 알을 낳는 꿈을 꾸고나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아니, 이게 뭐야? 정말 내 알이잖아?”
  둥우리안에는 곯아빠진 밑알 말고 새노란 알이 하나 자기를 보고 해쭉 웃어줍니다.
  노랑이는 좋아라  활개를 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꼬꼬댁 꼬꼬 꼬꼬댁 꼬꼬
                       내가 낳은 금덩이
                       할머니 할머니 꼬부랑할머니
                       어서 빨리 받아가세요
 
  꼬꼬댁소리를 듣고 일어난 꼬부랑할머니는 코신도 신을 새 없이 맨발로 달려나와  닭알을 하나 손에 쥐였습니다.
  “요것아. 네가 먼저 알을 낳아줬구나.”
  꼬부랑할머니는 꼬꼬댁거리는 노랑이가 대견해서 침을 튕기며 칭찬을 했습니다.
  그러고나서 땅을 헤집으며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있는 차돌배기를 보더니
“너두 먹새가 좋으니 꼭 알을 낳아줄거지?  이 할매가 오늘 너희들을 참 잘 골라 사왔구나.” 하고는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골골... 꼬부랑할머니가 왜 알을 하나만 갖고 들어가지?...)
  차돌배기는 아직도 꼬꼬댁거리는 노랑이에게 한번 눈길을 보내고나서 또다시 땅을 헤집기 시작했습니다.
  이튿날, 꼬부랑할머니는  바가지로 강냉이쌀을 퍼내다 마당에 뿌렸습니다.
  차돌배기와 노랑이는 내기라도 하는듯 서로 앞다투어 똑똑똑 똑똑똑 모이를 쪼아먹었습니다.
  반나절이 지나서 차돌배기는 헛간의 둥우리안에 들어앉았습니다. 그러자 노랑이도 뒤따라 올라와 들어앉으려고 밀치였습니다.
  (골골... 내가 알을 낳은 다음에 올라올거지, 원. 그럼 네가 먼저 낳아라.)
  차돌배기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둥우리에서 뛰여내렸습니다.
  “아니, 넌 골골거릴줄밖에 모르는 벙어리잖아? 같이 앉아있으면 어떻기에 뛰여내려?”
  노랑이도 곧 둥우리에서 뛰여내렸습니다.
  (골골... 참 웃기는 년이야. 내가 오르면 따라 오르구 내가 내리면 따라 내리구…)
  한동안 땅을 헤집으며 뭘 쪼아먹고난 차돌배기는 궁둥이속의 알이 금방 빠져나갈 것 같아서 부랴부랴 둥우리에 올랐습니다. 둥우리에 들어앉자마자 알이 뽁 빠져 나왔습니다.
  노랑이가 또 뒤따라 둥우리에 올라왔습니다.
  (골골... 난 낳았으니까 이젠 네 차례야.)
  차돌배기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둥우리에서 푸드득 뛰여내렸습니다.
  노랑이가 보니 둥우리안에는 곯아빠진 밑알 말고 금덩이 같은 알이 하나 해쭉 웃어줍니다. 방금 차돌배기가 낳은것이였지요.  
  (금덩이알 낳고도 자랑 한마디 할줄 모르는 바보잖아? 저건 진짜 벙어리로구나.)
  이렇게 생각한 노랑이는  저도 모르게 홰를 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꼬꼬댁 꼬꼬 꼬꼬댁 꼬꼬
                       내가 낳은 금덩이알
                       할머니 할머니 꼬부랑할머니
                       어서 빨리 받아가세요
 
  꼬부랑할머니는 코신도 신을 새 없이 맨발로 뛰여나와 닭알 하나를 손에 쥐였습니다.
  “요것아, 네가 또 알을 낳아줬구나. 그런데 저 차돌배긴 왜 아직 소식 없을가?”
  꼬부랑할머니는 걱정스러운 눈길을 차돌배기에게 보내고는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건 내가 낳은 알인데? 잰 알을 낳지도 않고  꼬꼬댁거리기만 하잖아?)
차돌배기는 노랑이가 얄밉고 그리고 자기가  알 낳은것을 몰라주는 꼬부랑할머니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지나고 닷새가 지났습니다.
  꼬부랑할머니는 날마다 둥우리에서 닭알 하나만을 꺼내갔을뿐입니다.
“하나는 잘못 사왔어. 알도 못 낳는  둘치구나, 둘치.  제구실도 못하는 병신.쯔쯔-”
꼬부랑할머니는 혀를 차기까지 했습니다. “둘치”란 새끼를 낳지 못하는 동물을 이르는 말입니다.
  꼬부랑할머니는 닁큼 차돌배기를 붙잡아서 시장에 내다 팔아버렸습니다. 차돌배기가 눈물을 흘리며 발버둥질했으나 아랑곳하지도 않고요...
  그날, 먼길을 걷다나니 지쳐서 가마목에 누워 굳잠이 들었던 꼬부랑할머니는 꼬꼬댁소리에 깨여났습니다.
                       
                       꼬꼬댁 꼬꼬 꼬꼬댁 꼬꼬
                       내가 낳은 금덩이알
                       할머니 할머니 꼬부랑할머니
                       어서 빨리 받아가세요
 
  꼬부랑할머니는 코신을 끌고 어기적어기적 밖으로 나왔습니다. 둥우리에서 노랑이가 홰를 치며 그냥 꼬꼬댁거리고있었습니다.
  “알았다, 알았어. 요것아, 그만 꼬꼬댁거려. 하루에 닭알 하나면 돼. 너와 나 한집에서 오래오래 살자꾸나.”
  그런데 둥우리안에는 곯아빠진 밑알만 있을뿐 새로 낳은 닭알은 보이지 않습니다.
  꼬부랑할머니는 마당에서 그냥 꼬꼬댁거리는 노랑이에게  
“차돌배기를 팔아버렸으니 놀랐는가보구나. 너는 안 팔아, 넌 알을 잘 낳아줬잖아.”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튿날도  사흗날도  나흗날도  노랑이가 꼬꼬댁거려 나갔더니 역시 밑알만 있는 빈 둥우리였습니다.
  땅우에 내려서도 그냥 꼬꼬댁거리는 노랑이를 측은하게 바라보던 꼬부랑할머니는 채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습니다.
  “그 차돌배기는  잡아먹어야 했을건데... ‘알 잘 낳느냐?’ 물으니 그렇다고 하면서 팔아버렸으니 아마 그 거짓말값을 내가 톡톡히 받는가봐. 알 잘 낳아주던 노랑이까지 이젠 딱 그쳐버렸으니… 어이구, 나두 이젠 죽을 때가 되였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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