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길(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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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강길
2015년 03월 01일 15시 56분  조회:2996  추천:1  작성자: 강순길
   책머리에
 
 나의 첫 아동소설집 “코꿰운 ‘송아지’”는 1993년 5월, 연변인민출판사에서 펴냈었다.
“어깨동무 내동무”는 나의 두번째 아동소설집인데 속내를 보면 20편 소설가운데 무려 16편이나 첫 소설집의 작품이 세월의 때도 씻지 않은 얼굴로 버젓이 자리를 틀고 앉았으니 새 작품집이 아니라 낡은 작품집의 이름바꾸기라고 해야 할것 같다.  아무튼   다시 읽어보았는데 괜찮은것 같다. 누가 뭐라고 할지라도 나의 느낌만은 그랬다.
나의 첫 아동소설집은 워낙 1991년에 나오기로 되였다, 그런데 당신은 그래도 작품집이 있잖소? 당신 소설집의 책임편집은 아직 한권도 없는데 당신 좀 양보 못하겠소? 하는 소리에 나는 그럼 그러라고 했다. 그의 작품집이 1991년에 나오고 나의 소설집은 1992년도 지나 1993년 5월에야 시들어버린 늦동이로 세상에 태여났다.  누구를 탓하랴, 내가 고개를 끄덕인 일인데…
그러나 오늘 이때까지 아쉬움으로 남았던 한가지 일만은 나 스스로 풀어야 하겠다. 두번째 아동소설집의 책 이름을  “어깨동무 내동무”로 짓는것이다. 내가 지은 나의 첫 아동소설집의 책이름은 워낙 “코궤운 ‘송아지’”가 아니라 “어깨동무 내동무”였다.
내가 앞으로 세번째 아동소설집을 낸다 할지라도 그래서 또“책머리에”라는 글을 쓴다해도 첫번째 아동소설집에 썼던 그 글보다는 죽어도 더 낫게는 쓰지 못할것이다.
읽어봐달라고  여기에 그대로 옮겨놓는다.
나는 아이로 되고싶다.
누가 뭐라고 해도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살고싶다.
그래서 꿈에는 가끔 발가숭이 몸뚱이에다 개흙을 까맣게 게바른, 부끄러움도 모르고 누나들의 빨래터 시내물에 풍덩 뛰여드는 개구쟁이로 되기도 한다.
그러나 꿈을 깨고보면 벌써 머리카락이 희슥희슥하고 턱수염이 꺼칠한 어른임을 어쩔수 없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는것으로써 아이로 되여 보려고 애쓴다.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을 추억해보기도 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두루 살펴도 보며 글을 쓰고있노라면 마음만은 어쩐지 아이로 된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편의 소설을 한채의 집에다 비긴다면 나의 집들은 거개 지었다헐었다 다시 고쳐 지은 집들이다. 그나마 기둥이 바로 섰는지, 벽에 금이 가지 않았는지, 더구나 귀여운 꽃봉오리들을 위해 지은 집인데 파란 하얀 꿈을 꿀수 있는 보금자리로 될수나 있겠는지
나의 어린 시절은 어머니가 긁어준 노란 좁쌀가마치가 별맛이였다. 그러나 지금의 어린이들은 이름도 번지기 바쁜 쵸콜레트를 별맛이라고 한다.
나는 나의 자그마한 선물이 곱게 자라나는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한순간이나마 참다운 어깨동무 내동무 되여진다면 바랄것이 없겠다.
                                       지은이로부터
                                            1990. 10. 21.
첫번째 아동소설집을 낸뒤부터 이제까지 동화집 “꾀보 쥐돌이와 바보 페페”(1998), 동시집 “엄마의 꿈꽃”(1999), 동화집“꿈나라 무우집”(2002), 동화집 “눈아이”(2011)를 두루 펴내기는 했지만 (이보다도 썩 먼저 동시집 “꽃바니구”(1982)도 펴내기는 했지만)  제2의  소설집을 묶어내지 못한것이 어린이들에게 무슨  빚이라도 진것 같았다.  “어깨동무 내동무”로 조금은 갚음이 되겠는지?...
                        2015. 3. 1.   망향봉아래 시골집에서
 
                                                             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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