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아동소설집 “코꿰운 ‘송아지’”는 1993년 5월, 연변인민출판사에서 펴냈었다.
“어깨동무 내동무”는 나의 두번째 아동소설집인데 속내를 보면 20편 소설가운데 무려 16편이나 첫 소설집의 작품이 세월의 때도 씻지 않은 얼굴로 버젓이 자리를 틀고 앉았으니 새 작품집이 아니라 낡은 작품집의 이름바꾸기라고 해야 할것 같다. 아무튼 다시 읽어보았는데 괜찮은것 같다. 누가 뭐라고 할지라도 나의 느낌만은 그랬다.
나의 첫 아동소설집은 워낙 1991년에 나오기로 되였다, 그런데 당신은 그래도 작품집이 있잖소? 당신 소설집의 책임편집은 아직 한권도 없는데 당신 좀 양보 못하겠소? 하는 소리에 나는 그럼 그러라고 했다. 그의 작품집이 1991년에 나오고 나의 소설집은 1992년도 지나 1993년 5월에야 시들어버린 늦동이로 세상에 태여났다. 누구를 탓하랴, 내가 고개를 끄덕인 일인데…
그러나 오늘 이때까지 아쉬움으로 남았던 한가지 일만은 나 스스로 풀어야 하겠다. 두번째 아동소설집의 책 이름을 “어깨동무 내동무”로 짓는것이다. 내가 지은 나의 첫 아동소설집의 책이름은 워낙 “코궤운 ‘송아지’”가 아니라 “어깨동무 내동무”였다.
내가 앞으로 세번째 아동소설집을 낸다 할지라도 그래서 또“책머리에”라는 글을 쓴다해도 첫번째 아동소설집에 썼던 그 글보다는 죽어도 더 낫게는 쓰지 못할것이다.
읽어봐달라고 여기에 그대로 옮겨놓는다. 나는아이로되고싶다. 누가뭐라고해도다시어린시절로돌아가살고싶다. 그래서꿈에는가끔발가숭이몸뚱이에다개흙을까맣게게바른, 부끄러움도모르고누나들의빨래터시내물에풍덩뛰여드는개구쟁이로되기도한다. 그러나꿈을깨고보면벌써머리카락이희슥희슥하고턱수염이꺼칠한어른임을어쩔수없다. 나는아이들을위해글을쓰는것으로써아이로되여보려고애쓴다. 지나가버린어린시절을추억해보기도하고자라나는아이들을두루살펴도보며글을쓰고있노라면마음만은어쩐지아이로된듯한기분이들기도한다. 한편의소설을한채의집에다비긴다면나의이집들은거개지었다헐었다다시고쳐지은집들이다. 그나마기둥이바로섰는지, 벽에금이가지않았는지, 더구나귀여운꽃봉오리들을위해지은집인데파란꿈하얀꿈을꿀수있는보금자리로될수나있겠는지… 나의어린시절은어머니가긁어준노란좁쌀가마치가별맛이였다. 그러나지금의어린이들은이름도번지기바쁜쵸콜레트를별맛이라고한다. 나는나의이자그마한선물이곱게자라나는우리의어린이들에게한순간이나마참다운“어깨동무내동무”가되여진다면더바랄것이없겠다. 지은이로부터 1990. 10. 21.
첫번째 아동소설집을 낸뒤부터 이제까지 동화집 “꾀보 쥐돌이와 바보 페페”(1998), 동시집 “엄마의 꿈꽃”(1999), 동화집“꿈나라 무우집”(2002), 동화집 “눈아이”(2011)를 두루 펴내기는 했지만 (이보다도 썩 먼저 동시집 “꽃바니구”(1982)도 펴내기는 했지만) 제2의 소설집을 묶어내지 못한것이 어린이들에게 무슨 빚이라도 진것 같았다. “어깨동무 내동무”로 조금은 갚음이 되겠는지?...
2015. 3. 1. 망향봉아래 시골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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