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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5권 (70) 김장혁
2023년 04월 12일 16시 11분  조회:1260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5권

           김장혁

              

       80.황금몽

황금이 흑사심이라고 예로부터 그 놈의 개도 안 먹는 돈 때문에 친구지간에 이나고 부모형제가 반목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하지 않았던가.

황금몽은 춘희로 하여금 다이로교수와 허위로 포장된 부부관계를 맺게 하지 않았던가. 물론 처음 시작에는 다이로교수와는 아주 애틋한 사제간이였다. 춘희는 어려운 때에  따뜻한 손을 다이로교수의 은정에 감지덕지했었다. 그러나 변태 같은 다이로교수의 성억압과 성착취가 심해감에 따라 다이로교수에 대한 그녀의 염오감만 벅차오르게 하였다. 나중에 그녀는 다이로교수의 유산에 눈이 어두워 그 변태적인 "강간"에 혼합된 성억압에 굴종하는 "성노예"로 전락돼갔다.

그 더러운 황금몽으로 하여 춘희는 문걸과 맺은 순박한 사랑도 애매한 관계로 돼버렸다. 아니, 그 참사랑에 황금먹칠을 해버리고 말았다. 문걸도 나중에는 춘희의 그런 더러운 심보를 점차 간파하기 시작했지만 가슴에 얼기설기 내린 사랑의 뿌리를 뽑기에는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춘희는 원래는 문걸의 구명은인이였지만 황금몽으로 하여 문걸에게는 사랑의 빚을 진 "죄인"으로 돼버렸다. 

 문걸은 실련의 크나큰 충격으로 하여 또다시 신경병이 발작했다. 그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호수가에 달려가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쫙 벌리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이 세상에 그래 참사랑이 없단 말인가! 하느님이여, 태호님이여, 말씀이나 해다오. 춘희는 무슨 미친 고기를 먹어 돈 밖에 모르는가!"

문걸은 도리머리를 홰홰 젓다가도 가슴을 탕탕 쳤다. 미친듯이 고함지르며 호수가를 돌아다녔다. 

유람객들과 행인들은 모두 정신병자라고 슬슬 피해 달아났다.

문걸은 낯선 녀성한테 달려가 마구 포옹하며 고래고래 고함쳤다.

"춘희, 그대는 내 참사랑이오. 오, 그대 없이 난 못 살아. 그대는 내 구명은인이야. 내 몸에는 그대의 피가 흐르고 있단 말이오.내 가슴에는 그대의 뜨거운 사랑이 흐르고 있단 말이오."

"미친 놈!"

한족녀성은 가래짝 같은 손을 들어 문걸의 뺨을 찰싹 갈겼다. 

남편인지 뛰여와 문걸을 주먹으로 치고 발길로 걷어찼다. 

한족사내들은 우르르 모여들어 문걸을 치고 박으며 물매를 안겼다. 지독한 한 사내는 발길로 문걸의 사타구니를 마구 걷어찼다.

가은(마끼)과 복화(나나)가 호수가를 산보하다가 문걸이 물매를 맞는 것을 발견했다.

"손을 떼라!"

가은과 복화가 뛰여와 무리승냥이 같은 년놈들을 뜯어말렸다.그제야 승풀이를 다 한 년놈들은 침을 퉤, 퉤 뱉으며 스리슬쩍 꼬리를 감춰버렸다.

문걸은 얻어맞아 얼굴이 피투성이 돼가지고도 의연희 델델 구을며 고함쳤다.

"춘희, 보았지? 나를 죽게 놔두오. 그대와 살지 못할 바에야 살아 뭘 해?"

춘희도 산보하러 나왔다가 그 처참한 정경을 보았다.

"리선생님,이게 웬 일입니까? 어서 집에 돌아갑시다."

문걸은 머리를 들어 춘희를 보고서도 알아보지 못하고 손으로 코피를 쓱 씃으며 중얼거렸다.

"넌 누구냐? 뭐? 집? 내게 집이 다 있소?"

춘희와 가은이는 문걸을 부축해 일으켜 호수가에 데리고 가서 코피 줄줄 흐르는 얼굴을 호수 물에 씼고 닦아주었다.

저쪽에서 군철과 리화가 휴일이여서 어쩌다가 애들을 데리고 산보를 나왔다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아버지! 이게 웬 일입니까? 아이구, 아버지!"

"아버님, 집으로 돌아갑시다."

문걸은 군철을 흘끔 쳐다보며 허탈하게 허구푼 너털웃음을 웃었다.

"허허허. 내게 집이 어데 있어? 사랑도 없는데 무슨 집이 다 있어?"

그는 군철의 목덜미를 틀어쥐고 마구 뒤흔들며 고함쳤다.

"네놈들이 우리 조선족들을 업신여기지? 엉?내 홀애비라구 업신여기지? 날 사랑하는 사람 없다고 때렸지?"

문걸은 군철의 머리를 골받이로 떵 들이받았다.

군철은 뒤로 벌렁 엉덩방아를 찧었다.

군철은 제꺽 되일어나 아버지 팔을 붙잡아 부축했다.

"아버지, 집에 돌아갑시다."

"할아버지!아빠 때리지 말라."

"할아버지!울지 말라."

애들도 울면서 문걸의 품에 안기려고 고사리 손을 쳐들며 소리쳤다.

그러나 문걸은 귀여운 손자들을 알아보지도 못했다. 

춘희는 그 처참한 정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문걸을 군철과 리화한테 맡겨놓고 그 자리를 한시바삐 떠나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문걸 때문에 결코 황금몽을 벌릴 수 없었다. 다이로교수에게 당한 성억압과 성착취 대가를 받아내고 싶었다.진짜 이젠 돈에 집착이 갔다. 가은한테 상해에서 아파트를 사 주자면 다이로교수를 더 줴짜내야 했다. 

끈질기기도 한 녀자,  박사는 무슨 놈의 박사, 개똥박사야.

 황금몽을 꾸는 이 순간만은 춘희는 박사, 의사인 것이 아니라 돈에 미친 수전노 같았다.

춘희는 집착스런 사랑에 미쳐버린 문걸을 상해에 두고 고향으로 훌 날아와 버렸다.

얼마나 홀가분한지 몰랐다.

(난 문걸한테 빚진게 없다. 누가 문걸을 보고 나를 사랑하라고 했는가. 모두다 짝사랑이란 걸, 진작 알았어야지. 뭔가? 열댓살이나 어린 나를 넘봐? 일본 류학 박사를 넘 봐?기름개구리 학의 고기를 먹으려는거지. 어림도 없어.)

그녀는 입을 악물었다. 얄팍한 외까풀눈을 무섭게 이상한 빛을 뿜고 있었다.

(나도 몰라. 내가 왜 이렇게 돈에 미친 년으로 됐지? 나는 인정도 없는 인간으로 돼버렸는가? 아니야, 난 가은의 어머니야. 가은을 위해선 살인 내놓고는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내 팔자는 개팔자지만 가은이만은 나처럼 사랑도 없고 돈도 없는 빈털털이로 살게 할 순 없어.안돼. 내가 혀를 가로 물지언정 가은이만은 없는게 없이 살게 해야지.)

그러나 모든 일이 탐욕스런 춘희 생각대로 그리 쉽게 되겠는가?

그녀가 고향 병원에 돌아오자 병원 류원장이 개별담화를 하자고 원장실에 불러갔다.

류원장은 몇천명 의료일군을 쥐락펴락하는 관료인지라 사무실도 백여평방메터에 크고 작은 3개 방을 혼자 차지하고 있었다. 중간에는 자그마한 회의실이 있고 안방은 원장어른이 은밀히 담화를 하는 원장 사무실이다. 날마다 무슨 은밀히 비밀담화를 하는지 대낮에도 항상 사무실 창문의 카텐을 꽁꽁 쳐놓고 어둑시그레한 사무실에서 일을 보았다.사무실 젤 안방에는 금빛이 번쩍이는 구리침대가 놓여 있었다. 말로는 원장어른이 피곤하게 일 보고 낮잠을 자는 침대라는가.

(두터운 카텐을 친 어둑시그레한  거기서 무슨 짓을 하는지 누가 알아?)

 춘희는 말수 적은 류원장이 다이로교수보다 퍽 두려웠다.

(무슨 일로 날 찾을가? 혹시 황선희를 제명하고 그 자리에 날 앉히려는 건가? 황선희는 부패분자 정호를 도와 출국수속을 해주고 도망치게 하더니 꼴 좋게 됐다. 병원에서 제명 받지 않았어?흥, 일본 류학 박사가 뭔가? 군철이네 회사 자그마한 위생소에 가서 원장이면 뭘 해? 지금은 코로나 예방하는 백신이 시급히 수요되긴 하지만,  군철이네 회사는 반도체회사인데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는가? 백신을 제조하긴 의학기술력량이 판 부족이고.뭐? 미국 상업경제간첩 애리싸가 제공한 의료정보에 의해 자체로 백신을 생산해?될가?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황선희 호박 쓰고 돼지 굴에 들어갔지.의학박사가 개똥박사 된 꼴이지.흥.)

춘희는 자기가 군철의 초빙에 응하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스스로 자부했다. 그녀는 류원장이 불시에 부르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원장실 문을 조용히 두드렸다.

"들어오게나."

안에서 류원장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춘희가 문을 스르르 열고 들어가니 회의실 건너 원장사무실 어간 문이 열려 있고 메주덩이 같은, 박바가지머리가 창문에 비낀 해빛에 드러났다.

류원장은 춘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직이, 그러나 위엄있게 자리를 권했다.

"앉게나."

류원장은 조선말도 꽤나 잘했다.

그는 뭔가 들고 보다가 놓으며 한참이나 맞은켠 의자에 옹송그리고 앉은 춘희를 노려보았다.

공포에 찬 기류가 이새끼마냥 엄습해왔다. 춘희는 바늘방석에 앉은듯 안절부절, 조마조마한 기분이였다.

그때 반공중에 독사가 서린 말꼬리가 그녀의 목을 휘감아 디룽디룽 달아맸다.

"너도 사람이냐?!배은망덕한 년!"

깜짝 놀랄 지경.

(아니, 갑자기 무슨 욕지거릴?)

춘희는 흠칠 놀라며 다소곳이 숙였던 머리를 천천히 들어 류원장이란 자를 쳐다보았다.

"류원장님, 무슨 일이 있었는가요?"

"몰라 물어?!"

류원장은 검은 테안경을 벗어 박대가리 위에 쳐들고 가슴츠레한 눈길로 춘희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춘희는 그런 것 쯤에 기 죽을 녀자가 아니였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서 툭 까놓고 말하십시오."

류원장은 잔등을 의자에 붙이더니 춘희를 쏘아보기만 했다.

춘희도 류원장의 유들유들한 볼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마주 쏘아보았다.

(네놈이 날 일본에 류학보내놓고 얻어먹지 못해 이 지랄 해? 황선희 처녀를 잡아먹은게 네 애비 아닌가? 너도 날 박사로 만들어놓고… 어림도 없어. 개꿈을 꾸지도 말어. 흥!)

박대가리는 그저 닥쳐선 안되겠든지 언성을 좀 낮췄다.


"김춘희, 뭐요? 병원에서 동무를 일본에까지 류학 보내서 박사까지 만들어줬으면 병원 일을 잘해야지. 뭐요? 간다 온단 말도 안하고 일본에 남자친구까지 데리고 가서 반년씩이나 엎어져 있는가? 병원에 미안하지 않는가?"    그제야 춘희도 머리를 숙이며 반성했다.

"미안합니다. 딸을 오랜만에 만나서 제때에 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일본 가 있은 반년 로임을 일전한푼 받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따위 반성하는 몇마디 말에 훌 고삐를 놓아줄 류원장어른이 아니였다.

"흥! 반년 로임을 받지 않는 걸로 끝날 거 같은가?"

춘희는 머리를 들고 류원장의 퉁사발눈을 쳐다보았다. 그 격노한 퉁사발눈에 들어가 사연을 주어들고 나올 것처럼 오래도록 퉁사발눈을 들여다보았다.

"네? 또 무슨 일 있습니까?"

류원장은 천천히 일어나 뒷짐을 짓고 뚜벅뚜벅 거닐었다.

"알면서 물어? 춘희 일본에 가 일 치는 바람에 우리 병원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쳤는지 아는가?"

"무슨 일입니까? 툭 까놓고 씨원히 말하시오."

류원장은 걸음을 뚝 멈추고 의자에 돌아와 앉았다.

"안되겠소. 춘희를 우리 병원에 뒀다간 무슨 국제영향을 끼치겠는지 모르겠소. 병원 당위에서는 무조직, 무기률인 김춘희를 우리 병원에서 제명하기로 했어.황선희와 김춘희 없으면 우리 병원 돌아가지 못할 거 같아? 숱한 박사들이 주임을 하자고 줄을 섰어.흥!"

"네?"

춘희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콧방귀를 뀌는 류원장의 두툼한 입술을 쏘아보았다.

"병원 신용과 위신을 팔아먹은 자는 가차없이 잘라버릴 거야.량심없는 자에겐 사정없는 법."

류원장은 춘희를 똑똑히 들어두라고 한마디 덧붙여 내뱉었다.

시꺼먼 구멍에서 구렁이가 튕겨나왔다. 구렁이는  춘희 목을 꽉 얽동여매 말도 나가지 못하게 억눌러버렸다. 공포가 꼬리치며 침침하게 춘희 량미간을 조여버렸다.

춘희는 김빠진 공처럼 쏘파에 무너져버렸다.

황금몽에 사랑탑이 무너졌다. 

박사 토성 밑도 꺼져버린다.

발 밑이 쿵 꺼져버린다.

눈 앞이 아찔해나며 먹칠한듯한 심연으로 무너져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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