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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황혼 제2권 (21) 애인 김장혁
2024년 07월 15일 11시 18분  조회:46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장편소설 황혼


            21.
애인

 
    나영은 냉면을 훌훌 씻어 육수물에 담으면서 생각하면 할수록 정호한테 속히워 한국에까지 따라 온 것을 못내 통탄했다.
    (진짜 바보야. 어쩜 능구렁이 같은 애정사기군놈한테 기편당했단 말인가? 그 놈은 나를 애인이라고 진정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야. 그 늙다리는 내 새파란 몸을 탐낸 거야. 날 구해 주는 척 하면서 뒤통수를 친 놈이야. 내 전람관의 건축비용 5만원을 탐오한 일은 그 놈 밖에 모르는데. 누가 심계국에 구발했단 말인가? 날 구렁텅이에 빠지게 하고 검찰원에 고발해 수사받게 한 후 나를 데리고 도망치자는 거였는데. 해외로 도망치면서도 날 데리고 가서 끓어번지는 욕정을 말리자는 거였지. 그런 줄도 모르고 그놈 색마를 따라 일본과 한국에까지 묻어 다닌게 바보년이지. 내 눈이 멀었지. 색마놈의 음흉하고 더러운 속심도 모르고 어쩜 …)
     나영은 냉면을 그릇에 담으면서도 색마한테 당하던 과거사를 생각하면 할수록 분통이 터지었다.
    정호는 망아산의 망망한 수림바다에 뒤덮인 동굴에서 나영의 호리호리한 허리를 끌어안고 달랬다.
    "내가 있는 한 어느 놈도 널 다치지 못해. 난 목숨으로 나영을 보호할테야."
   "최국장님, 감사해요."
   "넌 제일 사랑스런 애인이야."
   "아니, 저는 최국장님의 색시로 되고 싶어요."
   "그래?”
    정호는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이게 웬 호박이 넝쿨채로 굴러떨어지느냐? ㅎㅎ)
   정호는 두 팔로 나영을 안고 보름달을 우멍눈으로 들여다보며 능청을 떨었다.
   “건 모르는 소리야.  지금 애인으로 지내는게 제일 좋아."
   "무슨 말이죠?”
   나영은 정호의 품에서 머리를 들고 정호 목을 꼭 껴안고 물었다.
   “최국장님은 리혼하지 않았는가요?"
   정호도 우멍눈으로 똑바로 마주 보면서 정색했다.
   "나하고 순정인 가짜로 리혼했어."
   "네?"
   나영은 의아해 어글어글한 쌍겹눈을 슴벅이며 정호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정호는 나영의 허리를 놓아주면서 중얼거리었다.
   "그래. 난 좋은 남편 감이 아니야. 우리 둘이 결혼해도 다른 부부와 마찬가지야. 서로 제약하고 속이게 되지. 부부로 되면 서로 의심하고 멀어지게 되지. 황차 네까지 리혼하면 난 남의 가정을 깬 나쁜 남자로 되잖아?"
   나영은 맥없이 정호의 목을 끌어안았던 팔을 스르르 풀었다.
   "가정? 진저리 나는 가정 신물난단 말입니다. 저는 밤이 무섭습니다. 애납니다. 계속 이렇게  살진 못하겠습니다."
   "애도 있잖소?"
   나영은 정호를 치켜보며 똑똑히 말했다.
   "네. 아들 있어요.  저는 애고 뭐고 그 허울 밖에 없는 감옥 같은 집을 버리고  남들처럼 졸혼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나영은 지금 한국에 나와 일하면서 생각해 봐도 성림이 아니면 진작 철석과 리혼했을 것이다. 심지어 성림이 아니면 더 살고도 싶지 않았다.
   철석을 얼려 성림을 한국에 데려 내왔기에 이젠 근심을 덜었다. 고향에서는 애들이 만족이 되겠는지 모를 판이었다. 그런데 성림은 한국에 온 후 다문화가정의 어린이 대우를 받아 무료로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공부도 아주 잘했다. 한글도 마음껏 배워서 밀양 박씨 가문을 이을 것 같았다.
   나영은 비록 철석과 이는 벌어지었지만 철석이 밀양 박씨라는 것만은 항상 존중해주었던 것이다.
   “내야, 한족 성씨를 타서 나씨지. 그러나 남편은 당당한 조선족 성씨야. 듣는 말에 의하면 밀양 박씨는 조선을 천년이나 통치한 신라국을 세운 시조 박혁거세 대왕님의 후손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 송림은 바로 박혁서세 대왕님의 후손이야.”
   그녀는 항상 이렇게 속으로 은근히 하나 밖에 없는 아들애 성림이 밀양 박씨네 가문에서 태어난 것으로 해 긍지감을 느끼었다.
   나영은 비록 한국에서 콧구멍만한 셋집에서 살아도 이젠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데리고 살 수 있어 마음이 놓이었다.
   “언제 시간 나지면 성림을 데리고 경주에 가 봐야지. 박혁거세 대왕님의 왕릉을 찾아가서 조상 대왕님을 뵙고 큰절을 올리게 해야지. 성림은 커서 자기 뿌리를 잊지 말게 해야지.”
   그녀는 냉면집에서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아들애와 함께 살 생각에 돈 버는 짭짤한 재미까지 더 해 힘든 줄 몰랐다.
다만 허보스 소낙비 내리는 날이면 발정난 숫돼지처럼 치근거리는 것이 좀 걸렸다. 그래서 나영은 소낙비 내리는 날이 젤 싫었다. 소낙비 내리는 날엔 공포가 이새끼처럼 기어드니 말이다.
   ㅋㅋㅋ
   나영은 치근거리는 허보스의 우멍눈을 보면 자기 몸을 유린하던 색마의 우멍눈이 겹쳐 떠올라 괴로웠다…
   정호는 여자를 얼리고 닥치고 다루는데는 이골이 텄다. 누구도 비할 수 없는 엘리트였다.
   말수 적은 정호는 이쁜 여자만 보면 항상 달콤한 말을 끝없이 토해내군 했다.
   그는 망아산 수림에서 나영의 나긋나긋한 와락 끌어안고 흰구름이 흐르는 푸르른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쉬더니 아닌 보살을 떨며 가면극을 놀았다.
   "아, 하느님이여, 이 불쌍한 녀인을 구해주옵소사. 어쩜 하느님께서는 전문 가정불화로 고해를 겪는 불쌍한 녀자들을 몽땅 내한테 맡기는 겁니까? 반편 같은 남자들을 만나 피눈물 흘리는 이 녀자를 어쩌랍니까? 하느님이여, 이 여자를 구해주옵소서. 뭐라고요? 하  느님을 대신해 신을 업은 제가 구해주라고요?"
    정호는 우멍눈으로 나영의 반라체를 훑으며 앓음소리를 내면서 감탄했다.
    얼마나 이쁜지 보슴털이 보송보송난 목을 매만지면서 헤벌어진 와이샤쯔 밑으로 드러난 보들보들한 어깨를 꽉 깨물어 놓았다.
    “아가! 왜 개처럼 물어요?”
    나영은 어글어글한 쌍겹눈을 곱게 흘기면서 색마를 째려 보았다.
   “너무 이뻐서 꽉 깨물어놓고 싶다. 야, 요것아. 애간장이 다 녹는다. 야, 야.”
   나영은 온 몸을 바르르 떨며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애원했다.
   "저를 구해주십시오. 최국장님. 저도 미쳐버리겠어요. 하느님도 저 같은 불쌍한 녀자를 구해주면 은덕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    최국장님이 쌓은 은덕을 황금으로도 못 바꿉니다. 저는 최국장님의 녀자입니다. 애인입니다. 불쌍한 녀자한테 행복을 주세요. 네? "
   나영은 정호 뭉글뭉글한 젖무덤을 파헤치면서 꽉  끌어안았다.
   "아, 그 얼마나 많은 수난당한 녀성들이 이 품에  안겨 울었던가? 그 얼마나 많은 불쌍한 녀자들을 이 몸으로 구했던가? 난 전문 너처럼 부부 생활이 원활하지 못한 녀성들을 구했단 말이다. 즐겁게 해주고 행복을 안겨주었지. ㅎㅎㅎ." 
    정호는 나영한테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호는 아주 엄숙하게 나영을 쳐다보았다.
   나영은 앵두입으로 까치처럼 종알거렸다.
   "하느님도 저와 최국장님을 용서할 겁니다."
   정호는 머리를 끄덕이며 일어나더니 바지호주머니를 들춰 딸라뭉치를 주었다. 그 딸라는 인사과장 장과장의 안해가 미국 로스안젤레스에서 정호한테 준 피나는 돈이였다.
   “자, 용돈으로 쓰오.”
   “고마워요. 저의 모든 걸 그대에게 주겠어요."
   "난  목숨도 서슴찮고 나영을 구할 거요."
   바람 난 년놈들은 야산 수림 속에서 바다와 같은 맹세를 하면서 놀고 있었다.
   "사랑하는 최국장님  전 이젠 당신의 충실한 녀자입니다. 1호애인입니다."
   "오- 사랑스런 1호애인 나영이여. ㅎㅎㅎ."
   “촌수 개판이구나.”
   정호는 어느 애인을 만나도 다 "젤 사랑스러운 녀자", "황후"라고 버쩍 춰올리며 구슬렸다. 녀자들은 거개 춰올리면 짧은 바지가랭이 다 나가는줄도 모르고 좋아했다.
   나영은 딸라뭉치를 훌 받아 챙겼다.
   "최국장님 용돈 잘 쓰겠어요.”
   “그래, 나영이, 요 귀염둥이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아까운게 없어.”
   수림 속 동굴에서는 량극이 합선돼 불꽃이 탁탁 튕기었다. 간간히 고양이 앓음소리, 신임소리 들리었다...
   나영은 연길냉면집에서 일을 마치고 학교에 가서 성림의 손목을 잡고 셋집에 돌아오면서도 색마의 애인으로 전락돼 유린당한 정신과 육체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그 놈 색마한테 걸려들지 않았더라도 내 무슨 임신해 자살하려고 배를 유리쪼각으로 찌르고 갈랐겠는가!
   나영은 성림을 버쩍 들어 꽉 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아, 불쌍한 나영아, 너의 운명은 왜 이렇게도 기구하냐?)
   “엄마, 울지 말라. 응?”
   성림도 울었다. 가로수에 앉았던 새도 놀라 포로롱 날아나며 울었다.
   음침한 하늘의 먹장구름도 나영의 처지가 저으기 안타까워 눈물바울을 잔잔히 떨어뜨리며 쓸쓸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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