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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3권(47) 달밤의 추억 김장혁
2024년 09월 26일 10시 27분  조회:248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황혼 제3

         김장혁
 

      47. 달밤의 추억

 
    숨 막힐듯한 침묵이 구치소 안을 쓸쓸히 감돈다. 처량한 달빛이 무더운 구치소 방바닥을 어루만지면서 후끈하게 달궈 갑갑한 감을 더 해준다.
   “아이구, 더워 못 살겠어!”
   “에어콘 좀 틀어놨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여기저기서 여죄수들의 부르튼 소리 터진다.
   “이 비좁은 감방에 중국 에미나새끼들까지 끌어들일게 뭐야?”
   “그치? 사람 하나 확이 얼마나 지독한데?”
   여죄수들은 더운게 마치 류려평과 나영 탓이기라도 한 것처럼 떠들어댔다.
   류려평은 퉁사발눈으로 한국 여죄수들을 쏘아보며 류창한 서울 말로 한마디 툭 내쏘았다.
   “누가 이런 곳에 있기 싶어 들어왔어?”
   여죄수들은 코웃음쳤다.
   “픽!”
   “그럼 어째 중국에 못 가?”
    류려평은 그만 입이 막혀 버렸다. 그녀는 저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나영한테 지원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나영은 그저 머 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침묵만 지켰다.
    여죄수들은 당장 류려평한테 덮쳐들 것만 같았다.
   류려평은 무리승냥이들 같은 여죄수들의 표독스런 눈길을 외면하면서 침대에 올라가 누워 벽쪽으로 돌아누어 버렸다.
   그녀는 떠들어대는 여죄수들보다 침묵을 지키는 나영이 더 무서웠다.
   (저년이 아까 위협했어? 뭐?  ‘나영 언니 입이 터지면 몇몇은  감옥에 가야 해.’ 최국장이 저년의 입을 제대로 틀어막지 못했는가? 참, 저런 너절한 년한테도 먹다 남은 개 뼈다귀라도 물려줘야 발뒤꿈치를 물지 않는데.)
   류려평은 돌아누워 나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별의별 생각을 다 굴렸다.
   (저년 아가리를 벌리는 거 봐라. 아무 것도 먹지 못했는 모양이지? 원, 조꼬만 악어 아가리에도 뭔가 좀 물려 줘야 더 물자구 아가리를 벌리지 않는데…)
   류려평은 이 생각 저 생각 굴리다가 수영장에서 추태를 보이던 류덕재의 추한 말상이 떠올랐다.
   (오빠? 참, 웃기는 오빠지. 세상에 둘도 없는 색마야. 이젠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난다.)
   류덕재는 아파트나 차를 준 날이면 류려평을 그 사우나실에 데려다가 한바탕 죽여주었다.
   류덕재는 항상 류려평을 홀딱 벗은 알몸을 수영장 물에 불궈 깨끗하게 씻어버리게 했다. 그는 느침을 질질 흘리면서 류려평의 옥 같은 몸을 음충한 빛이 번쩍이는 우멍눈으로 한참이나 쓸어본다. 뒤이어 복숭아처럼 발가우리한 젖꼭지부터 시작해 게걸스레 하얗고 매끌매글한 하신까지 개처럼 혀끝으로 게걸스레 핥아댄다.
    류려평이 죽겠다고 옥기둥 같은 몸을 이리곰실 저리곰실 탈면서 앓음소리를 토해낸다. 그때라고 색마는 류려평의 탄력있는 몸을 쓰러뜨리고 가로타고 누워 힘차게 굴러댄다.
    (이년, 오늘 또 내 덕에 아파트 가지잖았어. 그 본전을 내놔!)
    색마는 속으로 고함치며 이를 악물고 류려평 몸 위에  엎뎌 미친듯이  구르면서 수영장 가로부터 침실 문 께까지 떠밀고 간다.
    류려평은 꿀꺽 삼킨 아파트 소화 때문에 뒷근심이 태산 같았다.
    그녀는 밑에 깔린 채 머리를 쳐들었다. 색마의 불찌 탁탁 튕기는 우멍눈을 쳐다보며 죽어가는 소리를 쳤다.
    “오빠, 이러다 또 애 생기면 어쩌오?”
   류덕재는 개의치도 않았다.  
   “괜찮아. 려향의 동생 하나 더 생기면 좋겠다.”
   "류씨 조상들께 미안하잖아?"
   "픽, 우리 한고조 류방 황제께선 황후, 황비에 처, 첩, 궁녀까지 몇백명 미녀들을 데리고 사셨어. 한고조 류방 황제님께선 낮에는 나라를 다스리시고 밤에는 미녀들을 다스리셨지. 그이께선 후궁 줄느런히 늘어선 방마다 꽃 같은 미녀들을 두고 이 방 저 방 넘나들면서 미녀들을 보듬어서 후대를 번성시키셨지. 그래서 밤을 자고 나면 이방 저 방에서 애들이 태여나는 '응아!', '응아!" 소리 요란했대.  한고조 류방 황제님의 덕분에 2천년 지난 오늘 우리 류씨 후대는 얼마나 많아. 이런 말도 돌잖아? '서너사람 건너 장씨, 리씨고 온 천하에 류씨여라.'"
    "관둬! 오빤 전문 조상들한테서 좋은 것만 배우잖고 나쁜 것만 배웠구만."
     류덕재는 류려평의 야들야들한 목을 핥으면서 지껄여댔다.
    "내 여자 몇몇을 데리고 사는데 아무 것도 아니야. 한고조 보기 부끄럽다. 황제 후대가 도태돼  이게 무슨 꼴이냐? 고작 여자 몇을 데리고 살아? 그래도 한고조 황제께서 풍류 남아 날 보면 자기 후대답다고 엄지를 척 내밀 걸. ㅎㅎㅎ." 
   류덕재의 뜨거운 입김이 류려평의 귀방울을 더럽게 간지럽혔다.
   류려평은 어처구니 없어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못 말릴 풍류남아야."
    그녀는 팬티 호주머니에서  콘돔을 꺼내 쳐들었다.
    “오빠, 이걸 끼세요.”
   “뭐야?"
   류덕재는 우멍눈이 실눈이 돼 쳐다봤다.
   "콘돔? 이 따위 싫어. 난 진짜 창과 칼이 부딪치는 거 좋아해?”
   “그래 자꾸 성병에 걸리지.”
    “괜찮아. 베니실링 몇대 맞으면 인차 나아. 너도 베니실링 맞아.”
    “ 에이즈에 걸리면 어찌오? 끝장이잖소? 그 땐후회해도 후회약이 없소.”
    “동네 아가씨들 배 우에서 풍류아로 죽으면 화장터에 가도 후회없어. ㅋㅋ. 이담 내 죽으면 내 산소 비석에 이렇게 써라. '풍류남아 류덕재지묘”' 어때 허허허."
   류덕재는 번마다 콘돔을 빼앗아 수영장 물에 훌 줴뿌렸다.
   “콘돔을 끼고 해서야 무슨 맛이냐? 비닐이 벌꺽벌꺽 하는게 아무  감각도 없어. 맨 속살을 섞어야 말초신경까지 짜릿짜릿해나지.”
   색마는 지껄여대며 류려평을 훌쩍 들어 침대 위에 훌 던졌다. 또 변태처럼 추행을 시작했다.
   류려평은 류덕재 성병- 매독이 겁났다. 하지만 발정한 야수처럼 덤벼드는 류덕재를 어쩔 수 없었다. 류덕재를 모시고 나면 몇번이고 매독에 걸려 하신이 가려워 견디기 어려운 건 둘째다. 하신에서 누르께 한 찐물이 질질 흘러내렸다.
    좀 치료하자면 류덕재가 사흘이 멀다하게 달려들어 성병을 치료할 새 없었다. 하신이 띠끔띠끔 아파나더니 나중에는 자궁이 다 썩어떨어졌다.
   류려평은 류덕재를 좀 말리고 싶었다.
   “오빠, 여동생 내놓고 숱한 이쁜 아가씨들을 두고 왜 나하고 이래?”
    그때 류덕재 말상은 빙그레 웃으며 지껄였다.
    “난 여자 정복자야! 여자 점유자, 침략자는 말이야. 여자라면 가리지 않아. 감각대로 닥치는대로 재끼는게야. 아가씨마다 조여주는  감각이 다 달라. 네 이 꼭 옥물어주는 힘, 참 감각이 좋다. 이런 자극은 처음이야.”
    류려평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밑에서 숨이 꺽꺽 막혀 죽어가는 비명을 지른다. 색마는 “여동생”의 그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변태적으로 쾌감을 느끼었다.
류려평은 그 대가로 아파트도 가지고 벤츠에 도요다까지 가졌다. 때문에 억지로 참고 견딘다. 색마 류덕재 몸 밑에서 잘 받들어주고 살갑게 모시여 만족감을 주면 금목걸이에 금손목걸이, 금벽돌도 다 생겨 억지로라도 참을만 했다.
    그런데 그 더러운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喜新厌旧라고 류덕재는 몇해 류려평을 데리고 놀더니 점점 열이 식어갔다. 류려평을 찾는 차수도 기하학적으로 퍽퍽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대부금과 관계되는 일이나 려향의 일이 아니면 한달이 돼도 별로 찾지도 않았다.
    류려평은 몸은 좀 편안한데 어쩐지 내심은 불안해났다.
    (저 색마한테서 이젠 다 얻어먹었구나.)
   그러나 류려평은 이젠 홀로 대부금을 내주고 얻어먹는 맛이 쏠쏠했다.
    (류덕재 필요없어. 그놈이 부행장 권력 줬는데 권력을 랑비할게 있는가? 혼자 배때 터지게 해먹고 볼 판이야.)
    여탐관은 구치소에서 돌아누우면서 맞은 쪽 침대에 올라와 누운 나영을 물끄러미 마주 바라보았다.
    그때 피뜩 류덕재가 항상 하던 말이 떠올랐다.
    “적은 항상 곁에 있다. 한시도 경각심을 늦춰선 안돼.”
    류려평은 나영을 퉁사발눈으로 내려다보면서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오빠 말은 저년을 두고 한 말인가? 저년이 뭐? 자기 입이 터지면 몇몇은 감옥으로 가야 한다잖아. 저년을 어쩌나? 괜히 자는 암펌의 콧등을 건드렸잖아.)
    류려평은 구치소 차창 밖에서 검은 구름 속을 헤염쳐 서으로 서으로 흘러 가는 반달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달밤은 깊어가도 여탐관은 두 다리를 옹송그리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죄를 진 놈은 편안한 밤이 없었다.
    항상 문을 두드리는 일이 두려웠다. 경찰이나 검사가 문뜩 뛰어들어 체포장을 쳐들가 봐 겁나 심장이 항상 두근닥근 높뛰군 했다.        지금은 불시에 국내에 인도한다고 끌어내갈가 봐 신경이 곤두섰다.
     여탐관은 려향의 앞날이 막막해났다.
    (내 정체 드러나 몇십년 판결이나 받으면 어쩌지? 누가 범죄자 딸을 색시로 데려가겠는가?)
    한편 려향이 항상 시집가지 않겠다고 하던 말이 떠올라 저으기 안심되기도 했다.
    (그래. 려향아, 내하구 종호처럼 한뉘 사랑도 하지 않으면서 옥신각신하면서 살게면 결혼해서 뭘 해? 시집 가서 어떤 남자를 만나겠는지 어떻게 알아?)
    류려평은 순간 종호의 너부죽한 얼굴이 떠올랐다. 종호의 외까풀눈만 생각해도 메스꺼워 났다.
    (종호처럼 제 노릇을 하지 못하는 남자를 만나면 한뉘 개고생이야.)
    류려평은 몸서리를 쳤다.
    (안돼. 절대 그런 남자를 만나 고생해선 안돼. 려향아, 넌 절대 시집가지 말라.)
    녀탐관은 순간 이름 모를 산둔덕에 가만히 파묻고 비석을 세운 산소, 아버지 무덤이 떠올랐다. 그러자 그녀는 두 볼에 쓰라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었다.
    (아빠, 어쩜, 그런 못쓸 놈한테 날 시집 보냈는가요? 흐흐흑, 숱한 칠칠한 한족총각들을 두고 세상 바보 꼬리빵즈한테 날 붙여놨습니까? 흑흑.)
    류려평은 속으로 피눈물이 떨어졌다. 그녀는 저도 몰래 침대에서 벌컥 일어나 두 손을 맞잡고 소리내 빌었다.
    “아빠, 구천에서라도 려향을 보우해주옵소서. 려향이 다신 책 밖에 모르는 종호 같은 바보를 만나 개고생하지 말게 보우해주옵소서.”
    “야, 듣기 싫어!”
    “잠 다 깬다.”
    “ㅉㅉㅉ.”
    여기저기서 부아통이 터진다.
   “미안해요. 죄송해요.”
   류려평은 여죄수들한테 두 손을 싹싹 비볐다.
   다시 침대에 훌 드러누은 류려평은 마음 한쪽 구석으로 좀 안심되기도 했다.
    (난 죽어도 괜찮아. 려향한테 조상 산소에 숨겨진 비밀을 귀띔했으니까. 그 비밀을 제대로 파헤치면 려향은 평생 돈 근심할게 없어.      류덕재 감옥에 가지 말아야겠는데. 피는 물보다 짙다는데 그 놈도 제 딸을 잘 보살피겠지. 그런데 류덕재는 본댁이 낳은 아들이 둘이나 있어. 아들만 아들이라면서 려향을 홀대하는 날엔 내 가만 놔두는가 봐라.)
    류려평은 한시름 턱 놓고 이불을 들쓰고 잠을 청했다.
    꿈인지 생신지. 여탐관은 려향이 외할아버지 산소가 자리잡은 코스모스 한들한들 춤 추는 산 둔덕에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소나무 푸르른 산 둔덕에서 아버지가 주름살을 활짝 펴며 손을 휘젓는다. 아버지 흰 머리 흩날리면서 딸과 손녀를   반겨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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