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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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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과학판타지소설 "욕망의 천지"(2-1)
2013년 11월 23일 11시 39분  조회:2658  추천:5  작성자: 김장혁
제3장 뱀 섬나라 미녀들의 운명
코치아에서 신종 클론바우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나라들에서도 분분이 새로운 인종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코치아와 이웃한 뱀 섬나라에서는 그에 대처해 새로운 인종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원래 뱀 섬나라는 태평양 협곡에서 아주 먼 커다란 섬나라였어요. 그러나 태평양대륙판과 유라시아대륙판 접경지대에 처해있어 대륙판의 충돌로 해 지진이 자주 일어나 살기 힘들었어요. 한해에도 100여차씩 지진이 일어나 평균 사흘에 한 번씩 대소 지진이 일어나는 꼴이었어요. 아무리 지진에 어울리게 흔들거리는 아파트를 지었지만 자주 일어나는 지진에 습관된 백성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살기 힘들었어요. 엄동설한에도 밤중에 지진이 일어나 벽시계가 떨어져 머리를 다치는 것은 괜찮았어요. 벽이 무너지고 지어 집마저 무너져 깔려 죽는 일이 비일비재였어요.
게다가 바닷물 속에서도 귀신이 곡할 지경으로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하는가 하면 몇 십 미터 높이나 되는 해일까지 해안을 덮쳐 판자 집이 떠밀리어 나가고 해안가의 시내가 거대한 파도에 덮씌워 온 시내가 폐허로 돼버리는 재난도 일어났어요. 아무리 지진과 해일에 습관돼 방어책을 잘 강구한 뱀 섬나라 독한 인간들이었지만요. 살아남은 사람은 명이 긴 거죠.
지구촌의 어떤 사람들은 뱀 섬나라의 인간들이 너무나도 독종이 돼서 하늘땅이 징벌하는 것이라고 깨 고소해 하면서 욕하기까지 했어요.
게다가 화산폭발도 아주 심했어요. 유라시아대륙판과 태평양대륙판 사이에 끼운 뱀 섬나라에는 대소 활화산이 200여개나 됐어요. 그 놈의 화산들이 인간들과 기약도 없이 폭발한다 하면 옅은 지층에서 마그마가 치솟으면서 하늘로 몇 백 미터씩 폭발해 올라갔다가 지진으로 갈라터지고 꺼진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인간들에게 삶의 용기마저 잃게 하는 공포를 내리쏟아부었어요. 시꺼먼 연기와 화산재로 하늘을 뒤덮어버려 모든 동물들이 살길을 찾아 달아났어요. 지어 이 열악한 땅에서 수십만 년 목숨을 이어온 독종들인 거대한 뱀들도 땅바닥을 뒤덮으면서 자손들을 데리고 덜 흔들거리는 땅과 숲을 찾아 떠나갔어요. 황차 사람들은 화산재가 한자 두께로 뒤덮인 땅에서 아무 것도 심어 먹지 못하는 판이라 하늘을 원망하고 땅을 원망하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며 지진이 덜 나고 화산이 적은 수도라고 할까 소꼬에 남부녀대하고 도망갔어요. 지어 어떤 사람들은 바다 건너 코치아와 붙은 진나라의 대륙의 기름진 땅을 건너다보면서 탐나다 못해 침을 질질 흘렸어요.
“아, 항상 지진과 화산에 진절머리 나는 뱀 섬나라를 떠나자. 넓디넓은 유라시아 대륙에 건너가서 살았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별 일이었어요. 뱀 섬나라의 인간들이 그렇게 한탄하면서 땅 욕심을 낼수록 하늘과 땅은 이상했어요. 동정하기는커녕 지진과 화산은 날이 갈수록 강렬해지기만 했어요. 이젠 커다란 뱀 섬은 깨지고 꺼지어 태평양 바닷물에 잠기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조그마한 섬 밖에 남지 않게 되었어요.
그나마 지구온난화로 남극과 북극의 빙산들이 녹으면서 바닷물이 불어올라 섬의 면적은 더구나 볼품없이 작아졌어요.
아열대에 속하는 이 섬에는 뱀이 많기로 이름이 났어요. 아마 세계 여러 종의 뱀을 찾아보려면 이 뱀 섬에 오르면 다 찾아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아열대 수림 속에는 커다란 뱀이 야자수와 관목 나뭇가지에 데룽데룽 걸려 있었는데요. 어떤 뱀의 통사리는 기린의 목만큼하고 얼룩덜룩한 몸뚱이의 길이는 10여 미터나 되었어요.
어느 해인가요. 생태균형이 파괴된 수림 속에서 먹을 것이 없어 굶은 거대한 뱀이 먹을 것을 찾아 마을로 무리를 지어 슬슬 기어 내려왔어요. 신장이 20여 미터나 되는 세계에서 보기 힘든 얼룩 뱀들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지진에 견딘다고 여겼던지 스르르 기어들어 지랄을 피웠어요. 그 놈은 1 미터 반도 넘는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서 둥글 소 대가리만한 대가리로 섬나라 사람들의 2층 판자 집 가옥 문을 들부수고 얼룩덜룩한 목을 빼들고 집안 식탁의 맛 나는 물고기채를 대야채로 삼켜버렸고 물독안의 음료수를 다 핥아 먹었어요.
그뿐이 아니었어요.
거대한 뱀들은 무리를 지어 얼룩덜룩한 긴 목을 빼들고 이 집 저 집 슬슬 기어가 얼럭덜럭한 몸뚱이로 판자 집을 감아 비틀어 산산이 박살냈어요. 어떤 집에서는 미처 피하지 못해 집안의 사람마저 뱀의 고기가 돼버렸어요. 실로 나라 이름을 뱀 섬이라고 달만 했던 것이죠.
옛날에는 뱀들을 자기 시조라고 여긴 뱀 섬나라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소나 돼지 지어 마을에서 제일 고운 처녀를 산신당에 찾아오는 뱀 왕에게 선물로 바치기까지 했어요. 하여 뱀 섬나라 어느 한 마을에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옛말도 생겼어요.
나까소라 소장 하면 여러분들은 기억나는지 모르겠어요. 장편 과학 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에서 달나라 헬륨 가공소 소장을 맡았던 나까소네 소장 말이죠. 그는 펠스 박사와 함께 달나라 헬륨 가공소와 지구촌을 보위하려다가 아카시아 죤슨 악마가 원격조종기를 눌러 핸드폰핵폭탄을 폭발시킨 바람에 장렬히 희생됐지요.
그 나까소라 소장의 후손들이 이 뱀 섬나라에서 살고 있었지요. 나까소네 소장이 지구촌과 달나라 헬륨 가공소를 보위하기 위해 희생된 공로로 해 인심을 얻은 그의 아들 나까아멘은 뱀 섬 나라 왕으로 됐어요. 자연재난이 많은 뱀 섬나라 백성들은 지구를 보위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구세주의 아들을 왕으로 떠밀어 올리면 잘 사는 날이 오리라는 미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나라의 임금인 나까아멘도 마을을 범람하는 뱀들을 두 눈을 뻔히 뜨고 보면서도 용빼는 수가 없었어요. 수도 소꼬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시골 마을에서 사람들이 뱀 왕에게 미녀마저 바치는 일이 비일비재였어요. 나까아멘 왕은 그런 일을 뻔히 알면서도 한쪽 눈을 뜨고 한쪽 눈을 감고 모르는 척 했어요.
그리하여 무고한 마을 사람들만 애지중지하는 딸을 해마다 뱀 왕에게 선물로 바쳐야 했어요. 딸의 뼈다귀도 챙기지 못한 마을 사람들은 올 설에는 누구네 집 딸이 뱀 왕에게 선물로 산신당에 들어가 죽기를 기다려야 하나 눈치만 흘끔흘끔 살피는 판이었어요.
설 대목에 이르러 이 시골마을 제일 북쪽에 있는 스즈끼네 귀한 딸 하루꼬가 제일 예뻐서 산신당에 뱀 왕의 선물로 들어갈 차례가 됐어요.
스즈끼네 부처는 쥐면 부서질까 놓으면 날아날까 금이야 옥이야 하는 귀여운 딸을 뱀의 아가리에 넣어야 했어요. 그들 부모와 딸은 서로 부둥켜안고 진종일 대성통곡을 쳤어요.
그때 때마침 나까아멘 왕이 시중들을 데리고 육중한 가마에 앉아 거들먹거리면서 이 시골마을을 지나가게 됐어요. 왕은 좋은 방탄승용차를 두고서도 사람들이 메는 가마에 앉으면 흔들거려 호사가 좋고 천천히 가면서 산천경개를 둘러 볼 수 있어 멋이 좋다고 했어요. 말로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라고 듣기 좋은 소리를 했어요.
나까아멘 왕은 문뜩 대성통곡 소리를 듣고 손사래를 쳤어요.
“에이, 시끄러워. 내 산천경개를 유람하는 흥을 깨뜨린다.”
왕은 시중들을 내려다보면서 투정을 부렸어요.
“오늘 지진도 나지 않아 날을 받아 놓았더니. 이게 뭐야? 어쩌다가 손바닥만 한 수림이라도 있다고 이 시골구경을 왔더니만. 웬 울음소리냐? 어서 가봐라.”
그리하여 시중들은 황급히 마을 제일 북쪽에 있는 스즈끼네 집으로 뛰어 가보았어요.
이윽고 돌아온 시중들이 머리를 조아리면서 회보했어요.
사연을 알았지만 나까아멘 왕은 이렇게 뇌까렸어요.
“누가 감히 뱀 왕을 건드린대? 뱀 왕을 잘 못 건드렸다가 괜히 우리 궁정에 화가 미치겠다. 우리 시조 뱀 왕을 잘 모시는 게 도리지. 웬 통곡이란 말인가?”
그 말에 시중들은 머리를 숙인 채 서로 눈치를 보았어요. 속으로는 왕을 나무랐어요.
(일개 나라의 임금이 어찌 백성들이 뱀에게 잡아먹히게 돼 우는데 저렇게 말한단 말인가?)
시중들의 그런 속내는 모르고 왕 나까아멘은 손사래를 쳤어요.
“시끄럽구나. 어서 이 마을을 떠나자. 어디 울음소리에 흥이 깨져 산천구경을 하겠느냐?”
시중들은 뒤로 물러서고 가마꾼들은 울음소리 나는 쪽을 힐끔거리면서 가마를 메고 마을을 떠나버렸어요.
이윽고 마을에는 갓을 쓴 한복차림의 한 중년 사나이가 나타났어요.
그는 마을에서 울음소리가 나자 곧추 그리로 찾아갔어요.
문을 뚝 떼고 들어서니 집 안에서 부모와 딸이 더 서럽게 우는 것이었어요.
“여보세요. 난 지나가던 나그넨데요. 왜 한낮에 진종일 울고 있소?”
스즈끼는 머리를 잠간 들더니 “당신인들 어찌 하겠소? 내 딸은 이제 뱀 왕에게 잡혀 죽게 됐소.“라고 하면서 또 대성통곡을 쳤어요.
“뱀에게 죽다니?”
아무리 둘러봐도 뱀은 없었어요.
“여보세요. 뱀 왕은 어데 있소?”
그제야 그 나그네는 재차 머리를 들고 비범하게 생긴 그 나그네 아래 위를 훑어보았어요.
“보아하니 당신은 우리 뱀 섬나라 사람 같지 않고 코치아의 사람 같구먼. 자넨들 어찌 한다고 자꾸 말하오?”
허나 그 중년 사나이는 포기하지 않고 캐고 들었어요.
“난 코치아에서 온 김우성이요. 어떤 사연인지 말하오. 우리 함께 힘을 합쳐 뱀 왕을 대처하기요.”
김우성, 그는 누가인가요? 그는 일찍 코치아의 대통령을 지낸 적이 있어요.
우성 대통령을 하는 시기에 지구를 재패하고 독점하려는 야욕을 가진 아카시아의 대통령 죤슨 악마는 아카시아 농림부 고급농예사와 박사들을 지휘해 코치아의 꿀벌을 하프 안테나의 강렬한 전자파를 이용해 죽이고 나아가서 코치아의 양곡산량을 3분의 1이나 줄어들게 하려고 들었어요. 이에 맞서 우성 대통령은 박수혜 박사와 금붕어 등을 관광단으로 위장시켜 코치아에 파견해 아카시아의 꿀벌상황을 정찰하게 하며 아카시아에서 코치아의 꿀벌을 죽인 죄증을 장악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카시아에 보복하려고 아카시아의 상징인 지구통일기념비를 폭파해버릴 목적으로 껌 시한폭탄을 지구통일기념비에 붙여 놓고 귀국하게 했어요. 결과 지구통일 비는 폭파돼 절반이나 와그르르 무너졌고 코치아와 아카시아는 첫 태공전과 핵전쟁이 일어나 서로 상대방 나라의 핵발전소의 핵반응 로를 폭파해버렸어요. 그리하여 제10차 핵전쟁이 일어나 아카시아에서는 유럽 노르망디의 핵반응 로도 폭격해버렸어요. 하여 지구촌은 핵 오염으로 해 엉망이 돼 버렸어요. 바다 물에도 핵 오염이 심해 세슘이 기준치를 훨씬 넘어 물고기들에게서도 세슘이 검출돼 먹기 어렵게 됐어요. 평화를 요구하는 백성들은 죤슨과 우성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시위행진을 했던 것이죠. 그리하여 우성 대통령은 코치아 의회에서 탄핵 받아 대통령을 사직하고 금별 대통령에게 적와대를 내주고 폐허로 된 코치아를 떠나 가만히 바다를 건너 뱀 섬나라에 정치 망명을 했던 것이죠. 허나 그는 누구 앞에서도 자기가 코치아의 대통령이었던 일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어요. 그는 이번에 스즈끼 앞에서도 그런 티를 내지 않았어요.
이전에 뱀 섬나라의 뱀이 이다지도 크지 않았어요. 헌데 뱀 섬나라에서도 세상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핵발전소를 세우는 척 하면서 헬륨과 핵반응 로를 가동해 플루토늄과 정제 헬륨을 축출해 수많은 핵탄두와 헬륨 탄두를 생산해 냈어요. 헬륨 하면 핵 원료보다도 폭발위력이 강한 방사성원소였어요. 달나라의 헬륨 100킬로그램이면 지구촌의 당시 핵 원료를 몽땅 합한 위력과 맞먹는다고 할 정도로 폭파위력이 강했어요. 핵 오염으로 생태균형이 파괴된 뱀 섬나라에서 이상하게도 기형아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숱한 뱀도 기형 뱀을 낳아 뱀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던 것이었어요. 아마 뱀은 크기를 부풀려 공포를 몰아내고 자기들의 생명을 연장하려고 들었는지도 몰랐어요. 핵 방사선으로 오염된 환경에서 살려면 뱀가죽도 두텁고 크기도 커야 했어요. 어떤 뱀들은 대가리가 소대가리만큼 크나 몸뚱이는 돼지꼬리만큼 약해 대가리를 이기지 못할 정도였어요. 어떤 뱀들은 몸뚱이는 굴암돼지 배때기 같은데 대가리가 고양이 대가리만해 보기도 민망했어요. 게다가 어떤 뱀들은 몸뚱이에 악어처럼 발이 네 개 혹은 세 개 달려 있어 악어인지 도마뱀인지 뱀인지 분간하기 힘들었어요. 좌우간 뱀 왕처럼 몸뚱이가 십여 미터 되게 커야 노루나 토끼, 개구리 같은 약자들을 물론 승냥이나 지어 소나 돼지, 말 같은 큰 동물도 잡아먹으면서 생존해 나갈 수 있었던가 봐요.
우성 대통령은 코치아와 아카시아, 노르망디 그리고 뱀 섬나라가 핵 오염된 데는 자기 책임이 크다고 죄책감을 느꼈던 것이죠. 하여 그는 스즈끼의 딸을 구하고 싶었어요.
우성이 지꿎게 묻는 바람에 스즈끼는 당당하고 믿음직한 그의 우멍한 눈을 들여다보면서 입을 열었어요. 그는 당장 닥쳐올 설에 딸이 뱀 왕에게 바칠 선물로 뽑힐 차례가 돼 마을 산신당에 잡혀가 뱀 왕의 고기밥이 될 기막힌 사연을 죽 이야기 했어요.
말을 마치자 스즈끼 일가 세 식솔은 또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을 쳤어요.
김우성은 그 너무나도 억이 막힌 사연을 듣고 입을 하 벌리고 개탄했어요.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가.”
우성은 부모의 품에 안겨 눈물범벅이 된 채 대성통곡을 치는 이 집 딸 하루꼬를 내려다 보았어요. 꽤나 예쁘장한 이팔청춘의 처녀애였어요.
우성은 양미간을 찌푸리더니 어떻게 하면 이 집 예쁜 딸 하루꼬를 구할까 한참이나 궁리했어요. 한참 후 우성의 우멍한 눈에서 비장한 결의가 내비치었어요.
“이렇게 합시다.”
우성은 스즈끼의 귀에 손까지 대고 이렇게 저렇게 하자고 했어요.
“그러다가 위태로운 일이 생기면 어찌 합니까?”
“괜찮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딸을 구하는 게 요긴합니다.”
스즈끼 일가는 옥 같은 딸을 구하려고 우성이 하자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어떤 방법인가고요?
며칠 후 벌써 설날 아침이 닥쳐왔어요. 아니, 스즈끼 일가의 딸이 뱀 왕의 먹이로 산신당에 들어가야 할 날이 닥쳐왔어요.
허나 이상하게 며칠 째 스즈끼네 집에 대성통곡소리가 끊겼어요. 마을 사람들은 벌써 가마를 메고 와서 스즈끼의 딸을 실어가려고 문 앞에 와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순간 스즈끼 내외간은 또다시 대성통곡을 치면서 곱게 화장하고 하얀 천으로 얼굴을 꽁꽁 가린 딸을 가마에 앉혀 보냈어요.
마을 사람들은 관례대로 가마에 스즈끼의 딸 하루꼬를 앉혀 메고 마을 북쪽 산 기슭에 있는 산신당에 가서 걷어 넣고 주먹만큼 한 자물쇠를 절컥 채워놓았어요.
밤중이 되자 산신당에 음산한 바람이 불어치면서 지붕의 낡은 재색기와가 마구 날려 갔어요. 뒤이어 산신당이 마구 뒤흔들렸어요. 지진이 일어났는가요? 아닌데요. 화산이 폭발했을까요? 아닌데요.
“에헴, 올 설에는 또 어떤 미녀를 선물로 바쳤는가 어디 보자.”
(저게 무슨 소리인가? 뱀 왕이 사람 말을 한단 말인가?)
스즈끼의 딸 하루꼬는 너무나도 커다란 얼룩덜룩한 뱀 왕을 보고 질겁해 기혼할 번 하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벽 구석에 있는 한 아름이나 되는 집 기둥에 숨었어요.
그때 지붕의 기와장이 마구 밀려나가더니 지붕에서 퍼런 불빛이 번쩍이었어요. 뱀 왕이 지붕을 구멍 내고 기어들어오더니 아름드리 기둥을 타고 스르르 내려왔어요.
하루꼬는 질겁해 점점 벽 구석에 숨어들어갔어요.
“어디로 도망가?”
뱀 왕은 대문짝 같은 아가리를 쩍 벌리더니 하루꼬를 단 입에 물고 기둥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갔어요.
하루꼬는 바둑거리면서 품속에서 비수를 뽑아 뱀 왕을 찌르려고 들었어요.
“허허, 고까짓 걸로 어찌 나와 싸워? 흥!”
뱀 왕은 팔뚝 같은 꼬리로 비수를 툭 쳐 떨어뜨려 버렸어요.
이젠 하루꼬는 더는 반항할 수 없었어요. 뱀 왕의 대문짝 같은 입에 물린 채 까딱 못하고 산 속으로 끌려갔어요.
그런데 이게 뭐예요?
뱀 왕은 하루꼬를 물고 커다란 화산 굴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니, 소꼬 부근 시골 산중 수림 속에 이렇게 큰 화산 굴이 있었는가요? 몇 천 년 전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코치아의 만장굴보다 못지않은 거대한 암굴이 있지 않겠어요.
뱀 왕이 들어간 굴 어귀에 뱀 왕보다는 작지만 십 미터는 실히 될 뱀들이 한 아름씩이나 되는 나뭇가지에 댈댈 감긴 채 혀를 날름거리면서 굴을 지키고 있었어요.
뱀 왕에게 물린 채 폭이 30미터는 실이 될 굴로 들어갔을 때었어요. 저게 뭐예요?
“또 잡혀 왔구나!”
“이번엔 하루꼬라던데?”
“글쎄 말이야.”
굴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나지 않겠어요.
“아니, 이 동굴에 사람도 있어?”
하루꼬가 눈을 번쩍 떠보니 이게 뭐예요?
해마다 설에 물려간 마을 미녀들이 다 횃불을 대낮처럼 밝힌 이 동굴에 있지 않겠어요. 요시꼬, 하나꼬, 야사시이꼬…
헌데 그들은 무슨 독이 가득 놓여있는 땅 바닥에서 모두 품속에 사람의 머리에 뱀의 대가리를 한 애들인지 괴물인지 안고 젖을 먹이는가 하면 잠을 자라고 다독이기도 하고 있었어요.
“아니, 이게 웬 일이냐?”
하루꼬는 놀라 했어요.
뱀 왕은 “허허허” 웃더니 입에 물었던 하루꼬를 내려놓았어요.
하루꼬가 횃불 빛을 빌어 뱀 왕을 경계하는 눈길로 쳐다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뱀 왕의 대가리는 딱 사람의 머리가 아니겠어요. 대문짝 같은 주둥이를 내놓고는 분명히 사람의 눈에 코와 귀가 달려 있지 않겠어요.
뱀 왕도 젖은 옷을 터는 하루꼬를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넌 처녀애가 아니구나. 넌 누구냐?”
그제야 얼룩 뱀들이 모두 뱀 왕이 물어온 하루꼬를 쳐다보았어요. 마을 미녀들이 보아도 초면강산이었어요.
원래 물리어 온 사람은 하루꼬가 아니라 우성 대통령이었어요. 그는 하루꼬를 구하려고 하루꼬를 대신해 처녀애로 분장하고 얼굴을 하얀 천으로 가린 후 가마에 앉아 산신당으로 들어갔던 것이죠. 그는 몸에 예리한 비수를 품고 산신당에 들어가 해마다 마을 사람들을 해치려고 든 뱀 왕을 죽이려 했던 것이었어요. 허나 엄청 큰 뱀 왕에게 혼을 빼앗겨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여기까지 물리어 왔던 것이죠.
“넌 무슨 놈이냐?”
뱀 왕은 적이 놀라 불이 이글거리는 눈깔을 부릅떴어요.
숱한 인면수신의 뱀들이 슬슬 기어와 팔뚝 같은 혀를 날름거리면서 노려보았어요. 뱀들은 대가리는 사람의 머리였지만요. 얼굴과 목에는 뱀의 껍질 비늘이 씌어있어 흉측하기로 몸서리칠 지경이었어요.
허나 죽을 각오를 다짐한 우성은 겁기라곤 티끌만치도 없이 뱀 왕을 손가락질하면서 질책했어요.
“네 이놈, 무엇 때문에 해마다 무고한 마을 처녀들을 잡아다가 저 모양으로 만드는 거냐? 네 놈이 인류에 진 죄를 알만하냐?”
“허허허허.”
뱀 왕은 코끼리 꼬리만한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더니 앙천대소했어요.
“야, 이 무지한 놈아, 네 놈이 누군데. 나를 훈계하느냐? 난 무지한 이 나라 사람들이 버린 미녀들을 구해 이 동굴에 데려다가 살게 했어. 저 미녀들을 봐라. 털끝 하나 다친데 있는가 봐라.”
미녀들은 정말 상한데 없는 거 같았어요.
“내가 무슨 죄 있느냐? 세상물정도 모르면서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라.”
“저 놈은 쓸데없습니다. 비밀이 새 나가기 전에 없애버립시다.”
부하인 것 같은 인면수신의 뱀이 뇌까렸어요.
허나 뱀 왕은 소 대가리만한 대가리를 홰홰 휘둘러 저었어요.
“놔둬라. 감히 하루꼬를 대신해 죽으려는 그 희생정신이 가상해 놔두어라. 하루꼬를 낳은 스즈끼나 어미보다도 나은 놈이야.”
뒤이어 뱀 왕은 대가리를 우성 쪽으로 돌리더니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어요.
“당신은 이 뱀 섬나라 왕 나까아멘 임보다 낫은 분이오. 당신 같은 마음을 가진 인간이 이 나라에 있어도 우리 뱀들이 수십만 년 살아온 섬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거요. 지진과 화산폭발 같은 대자연의 피해보다도 우린 인간들이 주는 피해를 더 견디기 힘들단 말이오. 우리 모양을 보오. 숱한 자손들이 기형새끼를 낳다 못해 이젠 인간들의 생체 실험 품이 돼서 뱀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꼴이 되지 않았겠소? 뭐? 방사선오염에 견디게 한다고 우리 껍질을 보시오. 흰색으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 좋은 록색바탕에 하얗고 까만 반점이 간 우리 시조 뱀들의 껍질을 싹 벗겨버리고 하얀 일색으로 개량해 버렸지요. 그리고 코치아의 클론바우 같은 괴물을 이기려고 세상에서 제일 독한 우리 시조 뱀과 사람으로 괴물 뱀 사람을 인종개량해 버렸습니다.”
“아니, 건 무슨 소리요? 당신들이 이 나라의 실험 품이 되다니?”
우성 대통령은 오리무중에 빠진 채 놀란 눈길로 뱀 왕을 쳐다보았어요.
그러자 뱀 왕은 꼬리로 앞을 가리켰어요.
“저 미녀들은 모두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 나라 임금의 괴물생산 실험 품으로 됐소. 저 애기들을 보오. 사람의 머리통에 뱀의 몸뚱이가 아니오? 사람도 아니고 뱀도 아닌 괴물들이죠.”
“아니, 이 나라에서도 인종개량을 하는 거 아니오?”
뱀 왕은 한숨을 후 내쉬었어요.
“그렇소. 당신은 하날 들으면 두 개를 미리 짐작하는 비범한 사람이군요. 새 인종을 개발해 코치아의 클론바우를 대처한다오. 그보다도 당신은 정말 마음씨가 착하고 자기 목숨을 바쳐 남을 구할 구세주로 될 분이구먼요. 장차 이 나라 구세주로 돼 우리 뱀들과 백성들을 구해주십시오. 내가 주님을 보호하겠소이다.”
“우리 구세주가 돼 주십시오.”
인면수신의 뱀들은 몽땅 줄줄이 늘어서서 머리를 숙였어요.
“아니, 난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우성이 뒤로 물러서자 뱀 왕은 아주 간절히 애원했어요.
“아닙니다. 지나가던 행인으로서 자기 목숨을 내걸고 하루꼬를 구한 그 두려움 없는 정신과 자기희생정신은 임금이 되기에 충분한 마음과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아니, 그럼 내가 그 마을을 지나가는 것을 진작 다 보았습니까?”
“이 뱀 왕이 그리 허술해 보입니까? 나는 당신의 그 용기를 떠보려고 얼린 척 하고 이 곳까지 물고 왔습니다. 허허허허.”
“우리는 당신을 믿고 따르겠습니다.”
“믿고 따르겠습니다.”
우성은 동굴이 떠나갈 듯 울리는 소리에 어찌 할 바를 몰라 했습니다.
우르릉 꽝꽝
이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암굴 안에 돌멩이와 흙이 마구 떨어졌어요.
암굴 안에서는 소동이 벌어졌어요. 마을에서 온 미녀들이 아우성치며 인면수신의 애들을 안고 뛰어왔어요.
“어떻게 된 일인가?”
뱀 왕이 돌아서면서 묻자 하나꼬가 뒤를 가리키면서 아우성쳤어요.
“또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해 해일이 암굴에 들이닥치는 거 같아요.”
“동굴안의 수위가 올라오고 있어요.”
“빨리 동굴 밖의 산정으로 올라가시오.”
모두들 부랴부랴 암굴 밖으로 나가자고 애를 썼어요. 허나 서로 밀고 닥치면서 빨리 바깥으로 나갈 수 없었어요.
뱀 왕은 긴급히 대문짝 같은 입을 쫙 벌리더니 고함쳤어요.
“사람들을 물거나 업고 동굴에서 빠져나가라!”
그 명령에 숱한 인면수신의 뱀들이 사람들을 물고 굴 밖으로 재빨리 빠져나갔어요. 뒤에서는 물이 차 올라오면서 동굴 구멍마저 쿨럭쿨럭 막혀버렸어요.
뱀 왕은 우성을 물고 산정에 올려다 놓고 나서 한숨을 돌렸어요.
“에이, 매번 바다에 해일이 오면 저 화산 폭발로 생긴 동굴에 바닷물이 차 올라온단 말입니다. 아마 동굴 밑구멍이 바다 물과 통한 거 같습니다.”
우성은 머리를 끄덕였어요.
한참 후 우성은 긴 목을 빼들고 산더미 같은 파도가 밀려오는 검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뱀 왕을 쳐다보면서 물었어요.
“이젠 저 요시꼬랑 하나꼬랑 야사시이꼬랑 마을 미녀들을 돌려보내면 어떻습니까? 저 애들의 부모가 얼마나 기다리는지 압니까?”
그러나 뱀 왕은 도리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건 될 거 같지 않습니다. 우리도 나까아멘 왕의 생체실험 품이 되고 싶어 하는 거 같습니까? 우리도 마을 미녀들을 잡아오기 싶어 그러는 거 같습니까? 다 나까아멘 왕의 핍박에 의해 그런 겁니다. 그러지 않는 날엔 레이자검으로 몰살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코치아를 정복해 대륙을 점령하는 날엔 우리 뱀과 섬나라 인간들을 다 잘 살게 한답니다. 저 동굴 안에 독이 무슨 독인지 압니까? 핵무기를 숨겨둔 것입니다. 어떤 독에는 코치아와 대륙을 들이칠 때 쓸 알지도 못할 독가스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누가 저런데 핵무기와 독가스를 숨겨뒀으리라고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세계의 눈을 묘하게 피해 숨겨뒀지요. 그러니 우리도 어찌 하는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선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성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나까아멘 왕은 인면수신의 뱀 왕보다도 못한 인간이라는 감이 들었어요. 오히려 뱀 왕이 이 나라의 왕보다 더 어진 임금이라는 감이 들었던 것이었어요.
그는 뱀 섬나라 미녀들의 운명이 가엽고 코치아와 뱀 섬 나라 관계와 미래가 근심스러웠어요. 그의 머릿속에서는 우레가 울고 번개가 번쩍이었어요.
저 멀리 검푸른 바다에서는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쳐왔어요. 뱀 섬나라에는 오랑캐들과 뱀 그리고 인면수신의 괴물들이 욱실거리면서 지진과 해일을 피해 달아나느라고 난장판이었어요.
우르릉 꽝꽝
요란한 폭음과 함께 또 화산이 폭발했어요. 어둠 속에서 시뻘건 용암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화산재가 산정에까지 날아와 여기저기에서 아우성이 터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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