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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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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 (56-종장)
2020년 08월 29일 16시 41분  조회:1513  추천:5  작성자: 김장혁




                           86. 울고 웃는 진달래
        훈훈한 봄날,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봄바람이 불어오고 고향 천지꽃산에는 연분홍 진달래꽃이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며 활짝 꽃폈다. 겨우내 된서리에 맞고 윙윙 휘몰아치는 칼바람에 살도 어이었건만 봄아가씨가 만져주자 진달래는 상처를 털고  무한한 생명력을 무섭게 과시하면서 어둠을 뚫고 천리만리 달려나와 웃음꽃을 활짝 꽃피운다. 
      성호는 한나가 일하는 강남 한국 기업의 요청 덕분에 당지 명승고적과 기업을 참관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지게 되였다.
그러나 부산대병원에 입원한 채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다섯째누나 때문에 반가운줄을 몰랐다.
     철수가 보내온 기별에 의하면 누나는 갈비뼈가 여섯대, 골반, 대퇴골이 골절돼 생사를 기약하기 어렵다고 한다. 다행히 내장은 크게 손상받지 않아 잠시 목숨은 붙어 있다고 하였다.
       성호는 강남행을 마치면 부산에 누나병문안을 하러 가기로 하고 먼저 치료비에 보태쓰라고 부산으로 떠나가는 철수한테  5천원을 줘 보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받은 은자 누나의 사랑에 비하면 너무나도 보잘 것 없었다.
(누나 내 갈 때까지 꼭 기다려주오.)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나가 살아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해주고 싶었다.
승호가 금방 몹쓸 병에 걸려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은자누나가 또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는가.
그는- 련속 들이닥치는 사고충격에 용케 견디면서 먼저 강남으로 떠났다.
한국 기업에서는 부모들을 사흘 동안 5성급호텔에 주숙시켰을뿐만아니라 숙식비와 왕복비행기표를 몽땅 대주었다.
성호 등 직원들의 부모들은 먼저 유명한 강남 수상도시(水城)를 유람하였다.
그들은 자녀들과 함께 관광뻐스를 타고 참대숲이 우거진 산 우에 우뚝 솟은 비뚠 고대탑도 돌아보았고 명조와 청조 때 축조한 고대 가산과 원림, 고대광실도 돌아보았다.
그러나 성호의 눈에는 쇠살창을 부여잡고 피빛이 된 눈으로 자기들을 바라보던 승호, 눈물을 줄줄 흘리던 앙상한 승호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또 산소호스를 코에 꽂은 채 생사를 다투고 있을 은자누나의 처량한 모습이 자꾸 떠올라 괴롭기만 하였다.
저녁에는 대형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흐르는 운하를 따라 유람하면서 오색령롱한  전등불빛이 빛뿌리는 수상도시의 야경을 구경하였다.
유람선에서 빨간 비단 고대녀인복장을 입은 강남의 녀가수가 해금을 타면서  강남지방특색이 짙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들은 강남의 오색령롱한 수상도시의 야경을 구경하였다. 그 운치야말로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고 남방풍경에 푹 매료되게 하였다. 그러나 성호만은 누나와 조카 근심에 싸여 머리를 수깃하고 멍해 앉아 있었다.
한국 기업에서는 또 아주 랑만적인 활동도 조직하였다. 직원들의 부모들을 관광뻐스에 싣고 고급사진관에 가서 웨딩드레스를 입혀 결혼 2, 30여년만에 결혼사진까지 큼직하게 찍기까지 하였다.
30여년전에 결혼사진 한장도 변변히 찍지 못한 부모들은 뜻밖의 이벤트에 주름잡힌 얼굴에는 환락의 기쁨이 넘실거렸다. 그러나 성호는 안해마저 없어 홀로 찍기 싫어 그만 두었다.
강남의 한국 기업에서는 생산직장과 헬스방, 운동장과 인공호수, 독신직원들의 숙사를 참관시켰다.
사흩날 오전에 한국 기업의 총수들이 기업사무청사 앞에서 직원들의 부모들을 접견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나가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 의향대로 중국에 돌아와서 다행이였다. 딸이 자칫 시꺼먼 흑인한테 혼을 완전히 빼앗겼더라면 성호의 모든 삶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버렸을 것이다. 아니, 딸을 흑인한테 유린당한 절망의 심연에 빠졌을 것이 아닌가.
성호는 아빠의 말을 들은 한나가 자못 고마웠다. 한나보다 딸을 중국에 끌어온 정훈이 더 고마웠다. 
     한나는  미국 대학 문예야회에서 노래경연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단연 1등을 따냈다. 그 덕분에 중국에 돌아온 후 이 기업에 아주 쉽게 초빙됐던 것이다.
한나는 일본에 류학갔다가 이 수상도시 일본은행에 취직한 정훈이라는 총각과 한창 열련하는 중이였다.
부모들이 떠나기 전 날 저녁에 기업에서는 송별연회를 열었다.
한국 총경리의 열렬한 환영사에 뒤이어 직원들이 부모들 앞에서 문예공연을 하였다.
무대에서 정훈이 부르는 명량한 조선족노래에 맞춰 한나가 너울너울 독무를 추었다. 성호는 어쩌다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딸이 춤을 추는 아름다운 모습을 구경하였다.
한복을 입은 딸이 그렇게 고울 수 있겠는가!
한나는 미국으로, 정훈은 일본으로 갈라져 류학의 길에 오른 4년 사이에 리별의 슬픔과 상봉의 기쁨을 묵묵히 감수했다.
정훈은 일본에서 류학할 때 한 음식점에서 과외로 아라바이트를 하면서 어렵게 공부를 하였다. 일본 음식점에서는 직원들을 혹독하게 부려먹었다. 정훈은 날마다 저녁 12시 전에 퇴근해본 적이 없었다. 밤중까지 일하고 새벽에야 세집에 돌아와 새우잠을 자고 아침에 부랴부랴 대학교로 달려가야 했다. 그러다나니 늘 아침은 우유 한컵에 빵 하나면 다였다. 아침도 먹지 못하고 학교로 뛰여가기가 일쑤였다.
한나는 기어이 정훈을 미국에 데려가려고 애썼다. 그녀는 지도교수 톰과 사정해 정훈의 미국 대학입학통지서까지 수속해 보냈다. 정훈은 일어만 배웠지 영어를 배운 적이 없었지만 과외로 외국어학원에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해서 뜻밖에도 출국류학생  영어시험에 합격했다. 그런데 정훈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을 미국에 보내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가봐, 아들을 잃어버릴가봐 미국류학을 견결히 반대해나섰다. 하긴 보통 애들은 미국에 류학갈 때는 꼭 돌아오겠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정작 몇해 외국에 가서 공부하고나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야, 미국으로 류학가겠으면 부모자식간에 각서를 쓰자. 넌 미국에 류학갔다가 꼭 귀국해 취직하겠다는 걸 써라. 만약 부모자식간의 각서를 어기고 귀국하지 않으면 부모자식 관계를 끊자.”
정훈은 아버지를 보고 안타까워했다.
“제가 미국에 류학을 갔다가 돌아오지 않을가봐 근심하지 마십시오. 전 일본류학갔다가 그만두고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정훈의 아버지는 만약 돌아오지 않으면 부자관계를 끊을뿐만아니라 안해와 리혼하고 젊은 녀자와 재혼해 둘째아들을 보겠다고 하면서 압박하였다.
그 바람에 정훈은 고민 끝에 미국류학을 포기하였고 한나를 보고 강남에 오라고 했다. 한나와 정훈은 서로 자기 쪽에 오라고 하면서 밀고 당기고 하면서 신경질적으로 톱질하였다.
나중에 정훈은 한나를 보고 “중국에 돌아오지 않겠으면 관계를 끊자.”라고 하였다.
한나는 자존심에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훈을 놓칠 수 없어 타협안을 내놓았다.
“네가 나를 데리러 미국에 오라. 그럼 돌아가겠어.”
어느 하루 정훈은 한나가 보낸 미국류학통지서를 가져다가 아버지한테 주면서 “기념으로 두시오.”라고 했다.
“자식, 내 이걸 가져서 뭘 해?”
그때 정훈의 아버지는 아들의 뒤다리를 너무 잡아당긴것 같아 미국류학통지서를 들고 보면서 미안해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아들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으로 하여 무등 기뻐했다.
그후 정훈은 미국으로 날아가 한나 앞에 무릎을 꿇고 포로포즈를 하였다는가.
“한나야, 널 죽도록 사랑해. 나와 함께 중국에 돌아가 결혼해 살자.”
감격된 한나는 정훈과 함께 중국에 돌아왔고 나중에 한국 기업에  취직했다.
송별문예야회에서 기업에서는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손수 생산한 삼성표 핸드폰 한나씩 선물로 드렸다.
기업의 요청에 의해 성호는 무대에 올라가 전체 부모들을 대표해 인사를 드렸다.
“우선 나는 전체 부모들을 대표해 한국 기업에서 우리를 환대해준데 감사를 드립니다.
요즘 사흘 동안 참관을 통해 우리 애들이 일하는 이 기업은 인성화된 관리리념과 글로벌화한 최첨단과학기술 그리고 훌륭한 인재대오가 있기에 앞으로 발전전도가 휘황찬란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몇해 전에 우리는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수천리 떨어진 강남에 보내면서 리별의 슬픔과 상봉의 희열을 감수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참관방문활동을 통해 우리 부모들은 자녀를 이 기업에 보내놓고 이젠 시름놓았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들의 든든한 뒤심이 될 것입니다. 얘들아, 시름놓고 이 기업에서 너희들 청춘을 바쳐 인생의 가치를 실현해라!”
직원과 부모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성호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어쩐지 한어에 서투른 발언으로 부모들의 얼굴에 먹칠이나 하지 않았는지 마음에 내려가지 않았다.
성호는 무남독녀와 사위감 정훈을 강남 수상도시에 두고 상해 포동비행장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한 시름을 놓았다.
한나랑 정훈이랑 장백산 기슭의 진달래가 만발하는 고향을 떠나 강남의 수상도시에 뿌리를 박고 청춘을 다바쳐 인생의 가치를 실현하고 조선족의 영광을 떨치고 있지 않는가.
그들은 모두 몸은 한국 기업에  뿌리를 박고 연분홍진달래꽃을 꽃피우고 있지 않는가.
청춘의 정열로 중국의 광활한 대지에 진달래꽃 향기를 풍기고 있지 않는가…
어느날, 예쁘게 생긴 20대 처녀애가 성호네 광고회사에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리경리님.”
성호는 또 취직하려고 온 처녀인가고
“우리 회사에서 직원을 더 모집하지 않소.” 하고 퉁명스레 말했다.
처녀애는 쌔물쌔물 웃었다.
“전 리경리한테서 광고업무를 배우러 왔어요.”
“뭘?”
성호는 혹시나 또 예화 같은 사업간첩이나 아닌가고 의심하면서도 그 처녀애를 유심히 살폈다.
딱 어데서 본 것 같았는데 누구던지 아리숭했다.
“앉소. 어데서 왔소?”
처녀애는 성호 옆의 쏘파에 앉아 반문하였다.
“혹시 순희라고 기억하는지요?”
성호는 “순희? ” 하고 처녀애를 다시 바라보았다.
“예. 전 막내딸 경화인데요. 한나와도 잘 아는 사이죠.”
참말 놀라운 일이였다.
(저 옴폭 파이는 볼우물을 보라. 진짜 처녀시절의 순희를 똑 떼닮은 귀여운 처녀애가 아닌가.)
저쪽에 앉은 연화와 예화도 경화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순희한테 이렇게 예쁜 딸이 있는가. 쌍둥이라던데. 좌우간 반갑다. 어머니랑 잘 있지?”
성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경화를 반갑게 맞았다.
“어떻게 돼 여기로 왔니?”
경화는 예화와 연화를 곁눈질하더니 성호의 가까이에 다가와 귀속말로 여쭈었다.
“어머니가 저를 리경리한테 실습하러 보냈어요. 이담 수도에 가서 언니와 함께 광고회사를 차릴가 해서 그래요. ”
“그래?”
그날부터 성호는 순희네 딸 경화한테 광고회사의 이것 저것 소개해주었다.
어느날, 경화가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따르릉, 따르릉.
경화한테서 전화가 왔다.
“리경리, 봄날에 날씨도 좋은데 진달래꽃구경을 가려는데요. 청가를 주세요.”
“그래오.”
성호는 전화를 놓으려다가 예화와 연화를 돌아보면서 좋은 제안을 했다.
“날씨도 좋은데 내 고향 천지꽃산에 함께 가지 않겠소?”
경화는 좀 궁리하다가 쾌히 응낙했다.
“예, 좋아요. 제가 사진기랑 가지고 가지요.”
“어데서 만날가?”
“천지꽃산 기슭에서 만나죠.”
“알았소.”
성호는 연화와 예화를 자가용승용차에 싣고 고향으로 신나게 씽-씽- 달려갔다. 연분홍 진달래꽃으로 물든 고향 천지꽃산이 가까워 올수록 가슴이 별스레 설레였다. 천지꽃산에는 그의 동년의 꿈이 묻혀 있고 첫사랑의 추억이 태동하고 있었다.
추억과 꿈, 사랑이 바위로 굳어졌고 진달래 등 항일렬사들의 충혼이 구름 속에 검붉은 절벽으로 치솟아 있지 않는가.
성호는 전번 일을 깡그리 잊은듯이 예전처럼 예화를 스스럼없이 대하였다. 예화는 성호의 드넓은 흉금에 코마루가 시큼해났다.
(저렇게 좋은 분을 해쳤더라면 어떻게 됐겠어.)
눈물이 글썽한 그녀의 눈에는 름름한 성호의 옆모습이 안겨왔다.
뒤이어 차창 밖으로 벌써 저 멀리 연분홍빛으로 뒤덮인 천지꽃산이 안겨왔다.
“와~ 멋지다!”
연화는 산기슭에 활짝 핀 진달래꽃밭을 보고 환성을 질렀다.
저쪽에 경화가 두 팔을 쳐들고 환호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옆에 웬 녀성이 오도카니 서 있었다.
승용차가 점점 가까이 다가가면서 성호는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글쎄 뜻밖에도 첫사랑 순희가 아니겠는가!
순간 성호는20여년 전에 순희와 천지꽃산에 올라 첫사랑을 속삭이던 로맨스가 필림처럼 떠올랐다.
그때 진달래꽃따발을 순희 머리 우에 얹어주면서 “넌 내 첫사랑이야.”라고 열변을 토하지 않았던가.
그러자 순희는 볼우물을 옴폭 파면서 새침한 표정을 짓더니 볼부은 소리를 쳤다.
“픽, 넌 도대체 첫사랑이 몇이야?”
순희와 웃고 떠들다가 산기슭에서 밭갈이를 하던 아버지한테 들킬가봐 진달래꽃밭에 숨지 않았던가…
(괜히 얘들이 묵은 비밀을 알면 어쩌지?)
성호는 순희를 보고 인사하고는 진달래꽃으로 뒤덮인 오솔길로 산정에 스적스적 오르기 시작했다. 이 오솔길을 무심히 걸을 수 없었다.
오솔길의 발자욱마다 추억 속의 사랑이 고여 있지 않는가.
지난 겨울에는 은영과 함께 스키를 타고 날아내려가지 않았던가!
그날 은영은 탄력 있는 몸에 딱 들어붙은 빨간 스키복을 입고 제일 날카로운 절벽 우에 올라가 섰다. 그 모습 진짜 백설 우에 피여난 한떨기 매화꽃을 방불케 했다.
아니, 백설 위에 굴함없이 서 있는 한송이 연분홍 진달래꽃처럼 신비한 빛을 발산하고 있지 않는가!
성호는 빨간 꽃송이 같은 은영을 쳐다보며 내심의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은영을 만나자 머리에 오래동안 맴돌던 의문부터 꺼냈다.
"감옥에 갔던 굉팔이 감옥에서 나온 걸 아오?"
      은영은 피끗 성호를 쳐다보며 입귀를 쫑긋했다. 
"그깟 놈을 왜 꺼내요?"
"굉발광고회사까지 버젓이 차렸다는데. 저네 검사들 뭐 해? 그런 놈을 감옥에 처넣지 못하고?"
은영의 걀죽한 외씨얼굴이 대뜸 어두워졌다.
"황금흑사심. 이 세상엔 그런 자들 있어요. 돈을 깔고 돈 딛고 변소간 똥구덩이에서 벌벌 기여나온 구데기 같은 놈들! 조만간에 똥구덩이에 델델 굴러 떨어져들어갈걸! "
성호는 은영의 그 한마디 말 잘 풀면 답이 나올 것 같아 입에 무거운 빗장을 질렀다.
“저 절벽은 항일투사 진달래가 뛰여내려 장렬한 최후를 마친 절벽이요. 아, 저 절벽 바위 틈에 활짝 핀 진달래꽃을 어떻게 하는가!”
은영은 옆구리에 두 손을 찌르고 허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은영이, 뭐하려는 거요?”
성호는 황급히 뒤따라 올라가면서 물었다.
“최혜영선수가 절벽에서 뛰여내리자고 그래요.”
은영은 잔등에 메였던 스키를 내려 신었다.
“미쳤소? 열길도 넘는 절벽을 어떻게 뛰여내린다고 그러오? 당장 그만두오. 사고를 치겠소.”
은영은 개의치도 않고 당장 도약하려는 자세를 낮추었다.
“진달래렬사가 장렬히 희생된 절벽이 아닌가요? 이 절벽에서 뛰여내려 항일렬사들을 추모하겠어요.”
성호가 붙잡기도 전에 은영은 열길도 넘는 절벽에서 훌쩍 뛰여내렸다.
풍덩!
쏴-
은영은 빨간 불새처럼 절벽 아래 눈에 살짝 날아내리더니 눈덮인 오솔길을 따라 쏜살같이 산 아래로 미끌어져 내려갔다.
성호는 머리끼 곤두섰다.
하얀 눈가루를 날리면서 빨간 불새처럼 쏴- 짓쳐내려가는 은영의 날렵한 모습을 보라. 진짜 림해설원을 헤가르던 항일투사들의 모습이 아닌가!
성호는 그녀의 불새처럼 날렵한 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몰래 한숨이 후- 나갔다. 로처녀의 하늘을 찌를듯한 용기에 저도 몰래 감탄이 나갔다.
불시에 즉흥시조 “진달래”가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눈 덮인 산마루에 진달래 피였는가
선녀가 스키 타고 불새마냥 날아가네
어화라 그윽한 향기 눈가루로 춤추네
 
성호는 추억 속에서 깨여났다.
(이상한 일이야. 시인도 아닌 내가 은영을 보기만 해도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시조가 마구 쏟아져나오지 않는가.)
그는 뒤따라 오는 순희를 피끗 돌아보며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세상의 모진 풍상고초를 겪으면서 쉰고개를 넘어섰지만 아직도 처녀 때의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있었다. 보름달 같은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수척한 볼에 의연히 볼우물을 옴폭 파며 생글방글 웃었다. 좀 그윽한 눈길이 성숙미를 돋보여줄뿐이였다.
진달래꽃이 활짝 꽃피는 봄날에도 성호는 첫사랑의 락엽이 우수수 지던 마가을의 살풍경을 잊을 수 없었다.
아, 20여년전 첫사랑을 속삭이던 천지꽃산, 그 천지쫓산에서 그 옛날의 락엽과 함께 나뒹구는 첫사랑의 흔적이 너무나도 쓸쓸하게 마음을 파갔다. 실련의 슬픔이  벌거숭이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발버둥질치다가 외로움이 누워 있는 절벽에 겹겹이 후둑후둑 내려앉는다.
순희, 오, 풋내기 첫사랑, 처음 사춘기 소년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 첫사랑!
은영이, 그녀가 아니면 막 죽을 것만 같았던 짝사랑, 질투와 결투로 활활 타올랐던 짝사랑, 신련의 쓴 맛을 안겨준 짝사랑. 누가 짝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했는가!
정희, 규수와 목동의 짝이 기운 순박한 참사랑!
첫사랑, 짝사랑, 참사랑 그녀들은 모두 내 사랑을 파먹은 이쁜 진달래꽃들이다. 그 진달래꽃들은 모두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추억의 돛배들이다.
오늘도 추억의 돛배를 타고 달빛이 고즈넉한 천지꽃산으로 올라가 순희와의 첫사랑을 줏게 하고 매화꽃을 떠인 소나무들이 빙 둘러선 모교 빙장으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대학가 뒤동산 소나무숲 속으로 헤여가 은영과의 비극적인 사랑의 흔적을 쓸쓸히 찾아보게 하지 않는가.
추억 속 사랑의 돛배에 앉자 파도가 세찬 바다를 헤가르며 나가 심장을 더욱 옥조여야만 하였다.
성호는 추억을 더듬으며 천지꽃산 중턱에 이르렀다. 세파에 부대껴 주름이 쭉쭉 간 층암절벽,  렬사들의 충혼과 선혈이 슴밴 바위들, 그 푸른 이끼 뒤덮인 바위들    틈새로 듬성듬성 연분홍 꽃얼굴을 내민 진달래꽃이 한없이 예뻤다. 활짝 핀 새하얀 살구꽃과 배꽃을 배경으로 연분홍진달래꽃이 더욱 선명하게 아름답게 방실방실  반겼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겨우내 모진 풍설을 이겨내고 봄이 오자 변함없이 꽃펴 방실방실 반기는 벼랑 틈의 진달래꽃이 더없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성호는 여러가지 꽃을 꺾어서 꽃다발 두개를 만들었다. 하나는 경화의 머리에 얹어주고 하나는 순희 머리에 얹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애들의 따가운 눈길이 시려 순희한테 주려던 꽃다발을 경화 머리에 얹어주었다.
“참 선녀처럼 예쁘구나!”
경화는 어쩜 20여년 전의 순희를 딱 떼닮지 않았겠는가. 햐얀 볼에 옴폭 파이는 볼우물은 당년에 성호를 유혹하던 첫사랑의 볼우물이 아닌가.
성호는 어쩐지 경화는 20여년 전 사춘기 때 첫사랑 순희의 화신 같아보였다.
순희는 경화를 껴안고 포즈를 취했다.
성호는 설레임으로 흐리마리해진 눈을 부비면서 그들 모녀간을 렌즈에 담고 찰칵 샷타를 눌렀다.
“오세요. 우리 셋이 한장 찍자요.”
순희와 경화는 성호를 가운데 모시고 량팔을 살짝 끼였다. 연화가 샷타를 찰칵 눌렀다.
 “야, 영원한 기념이야!”
경화는 세변도 모르면서 환성을 질렀다.
“세월이 흐르긴 흘렀구나. 사는게 너무 힘들고 피곤해.”
순희도 한탄하면서 성호와 함께 천지꽃산에 올라와 놀던 옛추억에 빠진 것 같았다.
“우리 애들은 편하게 잘 살아야겠는데.”
성호도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면서 화답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다 잘 살기를 념원했지. 대대로 그런 희망을 품고 살았지만  어느 대에 가서 현실로 될가? 애들이 불행이 없이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생각만 해도 막연하구나.”
성호는 오랜만에 만난 순희한테 너무 상심한 말을 하는 것 같아 화제를 바꿨다.
“쌍둥이 딸이 얼마나 귀엽소?”
성호와 순희는 옛추억을 떠올리면서 연신 감탄했다.
경화는 어머니가 종종 리성호 경리를 외우는 것을 들어왔다. 눈치빠른 그 처녀애는 그들의 관계를 대개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여 진달래꽃을 구경하면서 고의로 연화와 예화와 함께 앞에서 씨엉씨엉 산마루로 톺아올라갔다.
성호가 바라보니 어쩐지 진달래꽃밭으로 올라가는 경화와 예화, 연화는  방불히 떨기떨기 진달래꽃송이 같지 않겠는가!
그 싱그러운 진달래꽃 처녀와 색시들의 뒤모습을 바라보면서 성호와 순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세월이 무섭구만요. 우리가 벌써 반백이 됐구만요.”
성호는 씨무룩이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20여년 전에 순희의 옴폭 파이는 볼우물에 홀딱 반해 “넌 영원한 첫사랑이야!” 하고 열변을 토하던 일이 서글프고 창피하기만 했다.
애들이 앞에서 멀어지자 성호는 넌짓이 물었다.
“마사지방 잘 되오?”
“에이, 말도 말라. 뭔들 그리 쉬워?”
“미국에서 철주랑 돈을 많이 벌면 되지.”
순희는 한숨을 길게 호- 내쉬였다.
“철주, 말도 말라. 영어도 모르지. 머리에 든 게 없지. 때밀이를 해서야  무슨 돈을 벌겠니?”
“부지런히 때밀이만 해도 벌잖고 뭐야. 팁까지 준다던데.”
순희는 허구픈 웃음을 지으면서 성호를 돌아보며 물었다.
“에이구, 미국 갈 때 출국수속비 22만원이나 냈는데. 그렇게 벌어서야 언제 시아버지가 생전에 진 빚까지 다 물겠니?  생각만 해도 눈 앞이 캄캄해난다.”
“얘, 철주 아버지 진 빚은 그만둬라. 한 마을에서 자란 우리 사이에 부모의 빚을 대를 이어 물게 하겠니?”
“꾼 돈이야 갚아야지. 이 세상에 어디 공짜 있어?”
성호가 계속 받지 않으려고 하자 순희는 속으로 엉뚱한 의문이 생겼다.
(첫사랑한테 주는 보상이냐? 어림도 없어. 옛날 도적놈은 살려줘도 정을 버린 놈은 살려주지 않는단 말이 있잖아? 흥!)
순희는 기분을 바꿔 입을 뗐다.
“너네 각시는 대학졸업생이잖아. 영어도 잘하지. 미국에서 돈을 많이 벌겠구나.”
“벌긴 뭘 벌어?  빈혈이 돼서 무슨 일을 하겠니?”
성호는 “우리 색시는 어려서부터 힘든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돈을 좀 쉽게 벌가 하는 거 같아.” 하고 말하려다가 말끝을 흐렸다.
그는 귀국한 한나한테서 듣고 놀라운 일을 알게 됐다.
원래 정희는 한국의 백영 사장과 허하늘 팀장의 말을 믿고 한희선 아줌마와 함께 미국에서 때밀이를 해 애나게 번 돈을 몽땅 미국 주식시장에 처넣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맨날 때밀이만 하다나니 주식시장의 변화에 따라 주권을 제때에 사고 팔면서 관리하지 않아 몽땅 날리고 말았다.
성호는 순희 앞에서 정희가 팔리는 것 같아 화제를 바꾸었다.
“이젠 우리 시대는 지나가고 경화랑 한나랑 시대야. 저 애들은 고생하지 말고 잘 살아야겠는데. ”
순희는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대대로 아래 대에는 잘 살겠지 하고 기대하지요. 건 꿈에 지나지 않지요. 그러나 어째 자꾸 꿈을 꾸게 돼요. 이제 경화랑 영화랑 수도에 뿌리를 박고 진달래꽃처럼 활짝 피여날 거야.”
순희는 환상과 희망에 들떠 있었다.
성호는 순희의 랑만에 찬 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도 랭혹하지 않는가.
“우리 장백산 기슭의 진달래는 만리장성 기슭과 황포강변, 항주 서호가에서도 뿌리 박고 활짝 꽃피고 있잖고 뭐야? 우리 아래 세대는 우리처럼 돈고생이랑 별의별 고생을 다 하지 말고 잘 살 거야. 에이, 대대로 그런 희망을 품고 살아왔지만 어디 편안한 날이 있었느냐?”
순희가 문뜩 뜻밖의 말을 한마디 했다.
“어쩜 우린 다 딸만 낳았어? 네가 아들 낳았으면 사돈이라도 맺었으면 한이  없겠는데.”
성호는 “모든 건 인연이 있는 법이야.” 하고 한마디 하려다가 꿀꺽 삼켜버렸다. 괜히 자기와 사랑을 이루지 못해 속상해하는 순희한테 상처를 더 줄가봐서였다.
산마루에서 연화와 예화가 성호한테 “빨리 올라오세요!” 하고 손짓했다.
어느 새 그녀들은 연분홍 한복을 입고 너울너울 춤추며 손짓하고 있지 않겠는가.
그녀들을 쳐다보는 순간 성호는 그녀들이 불쌍해 코마루가 시큼해났다. 그녀들은 삼십대 파란 나이에 모진 풍상고초를 겪을대로 다 겪고 멸시를 받을대로 다 받으면서 짓밟혀왔다. 어쩜 곡절도 많은 저 색시들은 우둔한 소 발통에 짓밟혀 꺾어져도 이듬해에 다시 살아나 꽃피는 진달래와도 같아보이지 않겠는가.
그렇다, 그녀들은 저 절벽 바위 틈에 뿌리를 박고 악착스레 살아가는 진달래처럼 굴하지 않는 굳은 의지와 강한 생존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생활이 그녀들을 괴롭혀도 숙명처럼 묵묵히 받아들이며 지혜롭게 풀어나가며 쾌활하게 살아나가고 있지 않는가.
“야-호-”
그녀들은 산마루에서 입에 손나팔을 해대고 목청껏 외쳤다. 그 울부짖음소리는 오래도록 산곡 사이에서 메아리쳤다.
연화는 서일철 경리와의 추문이 퍼져 머리를 들고 학교로 갈 수 없어 성호네 광고회사에 들어섰던 것이다. 그때 초창기여서 직원이 그리 많이 필요없었다. 하지만 성호는 자기를 찾아온 인정을 버릴 수 없어 연화와 예화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두툼한 로임을 주지 못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저 불쌍한 녀자들한테 다시는 상처를 입히지 말아야겠는데… 무슨 불길한 일이 생기지 말아야 되겠는데!)
성호는 렌즈에 진달래꽃이 듬성듬성 피여난 층암절벽을 배경으로 그녀들을 렌즈에 담아 찰칵찰칵 샷타를 눌렀다…
어느덧 황혼이 깃들면서 서쪽하늘에 저녁노을이 불그스럼하게 타올랐다. 연분홍진달래도 불그스름하게 물들더니 봄바람에 하느작이면서 산을 내리는 그들을 바래였다.
그들은 돌아오는 길에 하늘 높이 우뚝 솟은 진달래기념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순희는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이 비낀 진달래기념탑, 창공을 찌르며 숭엄하게 우뚝 솟은 진달래기념탑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이 진달래기념탑은 우리가 다 죽어 북망산으로 가도 없어지지 않겠지요?”
성호도 가슴을 쑥 내밀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이 진달래기념탑은 민족심이 아주 강한 전임 부주장 전평선 등 유지인사들이 국내외에서 몇백만원을 모아 세웠다오. 전국조선족로인협회 전평선 회장과 윤진주 부회장의 말씀에 의하면, 진달래기념탑은 불수강으로 만들었기에 몇백년이 지나도 녹쓸지 않고 우뚝 서 있을 것이라고 했소.”
순희는 경화와 함께 진달래기념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우리 조선족이 사는 이 땅에서 진달래기념탑은 민족의 상징기념물로 영생할 거요.”
순간, 락조가 비낀 숭엄한 진달래기념탑이 한없이 우러러 보였다.
그렇다. 진달래는 천년이고 만년이고 엄동설한에 모진 눈풍설이 기승스레 휘몰아쳐도 눈물을  흘리면서 울고 소리치며 웃으면서 끄떡없이 살아나가고 있다. 우둔한 황소들이 마구 짓밟아 가지가 끊어지면 이듬해 봄에 굴함없이 곁가지를 치면서 자라난다. 진달래는 모진 풍설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꿋꿋이 살아나가고 있다. 겨우내 눈풍설과 찬서리를 온몸으로 이겨나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이 돌아오면 다시 선렬들의 피를 머금고 연분홍진달래꽃을 활짝 꽃피우고 있다.
장백산기슭의 진달래는 중국의 광활한 대지는 물론, 한국, 조선, 일본, 미국, 로씨야, 아니, 온 누리에서 활짝 꽃피고 있지 않는가.
성호는 온누리에 널려 사는 형제, 조카들한테, 아니, 모든 조선족들한테 제일 귀중한 선물로 고향 천지꽃산의 진달래꽃을 파서 드리고 싶었다. 그들이 어데 가서 살더라도 그 곳에 진달래꽃을 심고 진달래와 함께 억세게 살고 꽃피라고 신신당부하고 싶었다.
온 누리에서 굳세게 살고 있는 우리 중국의 조선족들이야  말로 장백산 선렬들의 선혈을 머금고 피여난 진달래꽃이 아니겠는가.
성호는 온 누리에 피여나는 진달래를 방불히 보는 듯해 하염없이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비록 키는 크지 않지만 불요불굴의 완강한 생명력과 강인한 성격을 가진 진달래, 괴로우나 즐거우나 아리랑을 목청껏 부르면서 대를 이어 꽃피는 진달래, 기승스레 휘몰아치는 눈보라에도, 우둔한 소들이 짓밟아도 층암절벽에 뿌리를 내리고 악착스레 굳세게 살아나가는 질달래, 진달래는 굴함없이 살아가며 독특한 매력을 피우는 우리 조선족의 상징이 아니고 무엇인가!
순간 성호의 눈 앞에 진달래꽃이 만발한 고향의 천지꽃산이 하나의 커다란 진달래꽃송이로 둔갑하였다.
아니, 저게 뭔가?
진달래기념탑과 천지꽃산은 신기루처럼 하늘 높이 우뚝 솟아오르지 않겠는가.
그 연분홍 진달래꽃 신기루는 갑자기 검푸르러가는 밤하늘로 로케트처럼 솟아올라 북두칠성, 삼태성 뭇별들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천지꽃산에 묻힌 진달래 등 혁명렬사들의 충혼이 하늘로 날아올라 연분홍 장군별들로 반짝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갑자기 그 연분홍 뭇별들이 지구촌 방방곡곡에 별찌처럼 날아내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별찌들은 축포처럼 온 누리에 흩어져 날아내려 연분홍 진달래로 둔갑해 방실방실 연분홍 웃음꽃을 활짝 꽃피우고 있었다.
뭇별처럼 반짝이는 진달래꽃송이들은 바야흐로 오로라처럼 온 누리에 오색찬란하게 빛발치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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